그토록 그리던 내 집으로 와서 식탁에 앉았다. 무척이나 즐거운지 내 아내는 나를 위해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잠시 집안을 둘러보아도 되겠지요?”
“네 그러세요.”
내 말에 내 아내는 들뜬 마음으로 허락을 했다.
나는 재빨리 7년 전에 내가 거주했던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 이름으로 된 등기 문서를 찾았다.
친구 놈이 은행 대출자금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떠서 넘기려고 자기 공장부지 3만평과 공장 건물 부속 건물 그리고 공장 근처에 붙은 임야 30만평을 내 이름으로 등기를 했는데 7년이 지난 지금 그 외진 산골짜기가 금싸라기 땅이 되었다. 근방에 중소기업 공단이 조성이 되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공공건물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 놈의 그 약삭빠른 꼬임에 빠져 보증으로 그렇게 해 준다는 바람에 그런 것을 믿고 덜컥 대출자금을 주었다가 친구 놈이 공장에 부도를 내고 태국으로 도망을 가는 바람에 그 대출금을 고스란히 내가 다 물었다.
내가 그 당시에 은행장과 지점장 차장에게 이 땅과 공장 건물 그리고 30만평 임야를 은행에 담보로 잡히고 그대로 내가 은행에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그렇게 사정을 했는데도 나를 항상 경계하던 은행지점장과 차장이 박몽준이를 그냥두면 안된다고 하면서 기어이 내 요구를 거절하고 강제 퇴직을 시켰다. 이 바람에 친구 놈이 대출을 해 간 사업자금을 내 퇴직금과 저축을 해 두었던 돈 까지 모조리 쓸어서 갚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는데 나를 강제로 퇴직을 시킨 그 은행에서는 엄청나게 지금 후회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현재 부도가 난 그 공장의 땅 3만평과 공장 건물 부속건물 그리고 함께 붙어있는 땅과 임야 30만평의 합친 공시 가격은 1200억이다.
7년 사이에 300배나 뛰어 오른 것이다. 나는 이런 사실을 내 아내와 자식들에게 전혀 말을 안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다.
아내의 명의로 모아 두었던 돈으로 건물을 사서 오복식당을 차렸는데 혹시나 내 아내가 이 식당건물을 팔고 이사나 가지 않았을까? 염려가 되었는데 다행이도 그대로 오복식당을 오늘까지 보존하고 있었다.
7년 전에 책장 밑에 싸서 넣어 두었던 등기서류를 꺼냈다. 워낙 단단히 포장을 하고 기름먹인 봉투에 넣어 두었더니 그대로 잘 보존이 되어 있었다.
물론 이 문서가 없어도 등기소에 가서 등기서류 분실신고를 하고 새로 발급을 받으면 되지만 지금 내가 내 신분을 세상에 드러낼 위치가 도무지 못 되기 때문에 이 서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다시 내 재산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공시가격이 1200억이면 실제 매매 가격은 2배로 보면 된다. 나를 은행에서 퇴출시킨 지점장과 친구 놈의 부도가 나에게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져다가 준 것이다.
“이제 이것만 있으면 아무 염려할 것 없다!”
나는 내 본래 이름으로 등기가 된 서류 뭉치를 들고는 엄청나게 마음이 들떠 있었다.
내가 7년 만에 오복식당으로 찾아오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물론 내 아내를 만나고 자식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앞섰지만 어찌되었던 내 아내가 오복식당 건물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다.
내 아내가 주방에서 나를 위해 점심식사 준비에 열중해 있는 동안 나는 얼른 그 등기서류 봉투를 들고 나가 오복식당 앞에 세워져 있는 내 벤츠 승용차 뒤 트렁크 속에 조심스럽게 넣어두었다.
다시금 집으로 올라오니 내 아내가 식탁에 점심식사를 차려놓고 나를 찾다가 마주쳤다.
“사장님! 어디 갔다 오셔요?”
“아 밖에 잠깐 나갔다가 들어옵니다.”
“그래요? 나는 집안에 있는 줄 알고 찾았어요.”
둘이서 식탁에 마주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현관문이 열리며 내 딸 영희가 들어섰다.
나는 너무나 반가워 식탁에서 일어서며 영희를 향해 말했다.
“이제 왔어?”
내 말에 집안으로 들어서던 내 딸 영희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내 아내에게 물었다.
“엄마! 이 아저씨 누구야?”
순간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렇지! 지금 나는 박몽준이가 아니고 김현준이니까 내 딸 영희가 나를 알아 볼 리가 없는 것이다.
“응 엄마 친구야!”
“그래? 하긴 요즘은 총각들이 아줌마들을 그렇게 좋아하고 미친다더니 아저씨도 그래요?”
이런 내 딸의 말에 나는 그만 사근사근한 내 딸의 말을 기대했다가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다.
‘이런 싸가지 없는 계집애!’
나는 이 말이 목에 까지 올라왔으나 가까스로 참았다.
“사장님! 저 애가 꼭 자기 아빠의 성질을 그대로 쏙 빼어 닮아서 그래요”
내 아내는 내 딸 영희의 말에 무척이나 당황해 하며 말했다.
훤칠하게 쭉 빠진 계집애가 얼굴도 예쁘고 그 동안 잘 자라 있었다.
‘계집애가 얼굴 색깔도 좋고 괜히 걱정을 했네!’
나는 내 딸 영희를 보고서는 무척이나 안심이 되어 마음속으로 이런 말을 하면서 대견스러워 했다.
“같이 점심 먹자”
“밑에 식당에서 할머니랑 먹었는데”
“그래?”
내 아내의 말에 내 딸이 점심을 먹었다고 말했다
“아저씨! 우리 엄마랑 결혼할 거예요? 나는 반대야!”
“???”
“아니? 왜?”
내 딸의 말에 내가 얼른 대답을 못하고 있자 내 아내가 물었다
“아니? 엄마는? 온 동네가 창피하게 동생 같은 이 아저씨하고 왜 결혼을 해?”
“애는 참 동네 사람들이 누가 뭐라고 그래? 너희 아빠가 돌아 가신지도 7년이 지났는데”
“아 그래도 나는 이 아저씨하고 엄마가 결혼을 하는 것은 싫어!”
“아니? 이 계집애 좀 봐? 여태껏 키워 놓으니”
내 딸이 바락바락 자기 엄마의 말에 반대를 하니 내 아내는 그만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영희가 아직 어려서 그러니 아주머니가 좀 참으세요.”
나는 내 아내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아니? 아저씨! 내가 왜 어려요? 자랄 것은 다 자랐는데”
“영희야! 네가 자꾸 그러면 네 엄마가 마음이 편하지를 않는데 우리 이제 그만하자”
“네? 그런데 아저씨는 아까부터 왜 자꾸 내 이름을 부르고 그래요?”
“영희야! 내가 네 아빠니까 그래”
나도 모르게 이 말이 입에서 나왔다.
“엄마! 들었지? 벌써 두 사람이 이렇게 된 거야?”
영희가 화들짝 놀라며 자기 엄마를 보고 물었다.
“그래 엄마는 이 사장님하고 결혼할 거야”
내 아내는 자기 딸의 말에 아주 작정을 한 듯이 대답했다.
“아니? 엄마는? 알았어! 곧 바로 오빠한테 연락할게 그러면 오빠가 참 좋아 하겠다?”
“네 오빠가 왜 반대를 하니? 엄마가 결혼을 한다는데”
“아 나는 엄마가 이 아저씨 하고 결혼을 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야!”
내 딸 영희는 이 말을 하고는 자기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계집애가 성질머리는 죽은 지 아빠를 꼭 닮아가지고는”
내 아내는 나를 바로 앞에 앉혀놓고는 자꾸만 내 딸 영희가 내 성질을 닮았다고 투덜거렸다.
“내 아들 준수는 내 성질을 닮아서 착하고 순한데 저 계집애는 꼭 죽은 지 아빠라니까”
내 아내는 내 딸 영희가 한 그 말이 가슴에 박히는지 계속 투덜댔다.
“아닙니다. 영희도 예쁘고 착한데 아마 사춘기라서 그런 가 봅니다”
“어머! 그래요?”
내 말에 내 아내는 금방 마음을 가라앉히며 조용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