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26)

“그 전에는 옆에 편의점이 없었는데 편의점 건물이 생겼습니다.”

“어머나! 여기를 언제 와보셨어요? 이곳을 알고 계시네요.”

“아 네 가다가 오다가 지나다 보니 약간 눈에 익은 곳이라”

“어머! 제가 사장님을 길에 세워두고 있었네요.”

내 아내는 후다닥 정신이 나는지 나를 보고 식당으로 안내를 했다.

참으로 오랜 만에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옛날의 감회가 새로워졌다.

“아줌마! 여기 손님이 오셨는데 잘 좀 해서 가져 오세요”

내 아내는 식당 안에 있는 방으로 나를 안내하고는 방석을 조심스럽게 펴면서 나를 앉게 하였다. 그리고 내 옆에 붙어서 계속 이야기를 계속 했다.

“사장님! 연락처를 좀 알려주세요.”

“아니? 왜 그러십니까?”

“혹시 다음에 연락이라도 할 일이 있으면”

“아 그래요?”

나는 양복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그 속에서 명암을 한 장 뽑아서 내 아내에게 주었다.

내 아내는 내가 주는 명암을 자세히 보더니 눈이 확 떠지는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머! 국제무역회사 회장님이시네요 그리고 청담화랑 대표이사님이시고 미성건설 사장님이시고 한주식품 사장님이시고 우성컨설팅 사장님이시고 대교자동차 대표이사님이시고 전국소싸움대회 서울지역 지부장님이시고 성우전자 사장님이시고 아이비의류상사 사장님이시네요”

“내가 지금 그렇게 여러 분야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결혼은 하셨어요?”

순간 나는 내 아내의 이 말에 화가 불쑥 나왔지만 애써 참았다.

“아직까지 결혼을 안했습니다.”

“어머나! 이렇게 멋진 남자분이 아직까지 결혼을 안했어요?”

내 아내는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범벅된 채 말했다.

이때 점심식사가 들어왔다. 내 아내가 부탁을 해서 그랬는지 상당히 정성을 다한 점심식사를 아줌마 두 사람이 상에 가득히 차려서 방문을 활짝 열고 조심스럽게 들고 들어왔다.

눈에 언뜻 보아도 반찬이 수십 가지나 되어 보였다.

아줌마들이 나가고 나자 내 아내는 내 곁에 붙어 앉아서 수저를 내 손에 쥐어주며 먹으라고 권했다.

“저어 함께 드시지요 밥도 두 그릇이고 반찬도 많은데”

“어머나! 귀한 손님이라고 그랬더니 우리 집에 온 손님으로 알았나 봐요”

“아 그런가요? 함께 드시지요”

내 말에 내 아내는 사양을 하지 않고 내 옆에 앉아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말없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자 내 아내는 손수 차를 끊여서 들어와 나에게 조심스럽게 주었다.

차를 함께 마시며 잠시 끊어졌던 대화가 다시 시작이 되었다.

“사장님! 결혼은 왜 안하셨어요?”

“그게 좀 이야기를 하면 깁니다.”

“...............”

그러자 내 아내는 무척이나 궁금한지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사업 때문에 해외에 나가있는 동안 내 약혼자가 다른 남자하고 바람이 났지 뭡니까?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아무도 모르게 내 약혼자와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뒤부터는 일절 다른 여자들 하고는 가까이 하지를 않고 오직 사업에만 정신을 쏟고 있습니다.”

“어머나! 불쌍해라!”

내 말에 내 아내는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나는 7년이 지났지만 내 아내의 이런 태도에 엄청나게 울분이 치솟았다.

‘그래 이년아! 네가 바로 그년이야!’

나는 마음속으로 이런 말을 내 아내에게 하고 있었다.

“사장님! 이곳에 모처럼 오셨는데 저하고 같이 바람이나 쏘이고 가세요!”

“우리 둘이?”

“네 제가 이곳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데 좋은데 몇 군데를 모시고 가고 싶어서 그래요”

“아 뭐 그러지요”

나는 내 아내의 말에 별다른 반응이 없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섰다.

식당 계산대 앞에 서니 내 아내가 재빨리 내 손을 잡고 밖으로 끌었다.

“식사비는 내야 되는데”

“사장님! 오늘은 안내도 되고요 다음에 많이 주세요.”

“아 그래요?”

7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난 후에 처음으로 내 아내와 데이트를 하니 내 가슴이 무척이나 떨렸다.

내가 벤츠 승용차에 내 아내를 태우고 거리로 나섰다.

“12개울 계곡이 시원하고 좋은데”

나를 홀린 듯이 쳐다보며 내 아내가 말했다.

순간

나는 또 다시 화가 불끈 났지만 그렇게 화를 낼 처지가 못 되었다.

“그래요? 그곳에 자주 가셨나 봅니다.”

“언젠가 우리 애들과 함께 갔었는데 좋았어요.”

“애들과 함께?”

호감을 가지고 대하는 내 아내에게 나는 뜻밖에 그런 면이 있었나? 하면서 반문했다.

“우리 애 아빠가 안 계셔서 제가 애들을 맡아서 키우다보니 그런 곳에도 애들을 데리고 함께 가보았지요”

“아니? 남편분이 안계십니까? 어쩌다가?”

나는 짐짓 놀란 듯이 말했다.

“7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아 그렇습니까?”

“글쎄 시장 좀 다녀오라고 남편에게 부탁을 했더니 시장은 안 가고 뜻밖에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났지 뭐에요 식당일로 바쁜데 나 혼자 놓아두고 자기 혼자 행하니 동해안으로 가서 차를 타고 돌아서 댕기다가 운전부주의로 차사고가 나서 돌아가셨어요.”

내 아내는 진심인지 가식적인지 알지도 모를 행동으로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했다.

“혹시? 남편 분이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요?”

“네엣? 스트레스요?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사람은 저에요”

내 말에 내 아내는 발끈해 하면서 대답했다.

“남편 분이 돌아가시면서 들어놓은 보험금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아들이나 딸에게 주었나요?”

“아니? 사장님이 어찌 그런 일을 아세요? 그리고 우리 아들과 딸이 있는 것도 다 아시고?”

“아 그냥 짐작입니다. 차를 가지면 당연히 보험을 들어야 하고 갑자기 남편분이 돌아가셨으니 사고 보험으로 많이 나왔을 것인데 그 보험이 애들에게 도움이 되었나요?”

“보험이 나왔지요 그 돈으로 식당 옆에 땅을 사서 편의점을 지었어요.”

“그래도 아주머니는 대단하시군요. 다른 여자들은 그런 보험금이 생기면 자식들도 다 버리고 다른 남자하고 살림을 차려서 도망을 간다던데”

나는 내 아내의 말에 다행이다 싶어 하면서도 넌지시 엉뚱한 말을 했다.

“그런 여자들도 많겠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지요 제가 우리 애들을 얼마나 사랑하는 데요”

“7년이란 세월이 그리 짧지만은 않은데 여자 혼자서 애들을 키우고 친정어머니도 돌보시고 대단히 훌륭하십니다.”

“네엣? 우리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을 어떻게 아시고? 혹시 사장님이 저의 뒷조사를 하고 오신 것 아닌 가요?”

내 말에 내 아내는 흥분하여 씩씩거리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이곳에 오기 전 주유소에 들렀는데 그 곳에서 식당을 찾으니 주유소 주인 할아버지가 아주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 주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 그랬나요? 나는 혹시 사장님이 나에게 접근을 하려고 몰래 정보를 훔쳐서 알고 있는 줄로 잠시 착각을 했어요.”

내 말에 내 아내는 마음이 놓이는 듯 경계를 풀며 말했다.

“애들이 많이 컸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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