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착한 장모님의 말에 나는 들뜬 기분으로 대답을 했다.

아내가 욕실을 나와 안방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내가 욕실로 들어갔다.

아직도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는 욕실에서 나는 아내의 체취를 느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더니 오로지 아이들과 남편만을 생각하고 살줄로만 알았던 내 아내는 이제 남의 아내가 되어버렸다.

아내는 내가 자기의 그 불륜의 현장을 목격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밤에 방으로 들어가지를 않고 거실의 소파에서 잠을 잔 것조차도 아무런 관심 이 없었다.

다음날

식당의 문을 열자마자 아내는 나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여보! 시장에 가서 생선하고 미나리 좀 넉넉하게 사가지고 오세요.”

“그러지 머”

나는 아내의 말에 지나가는 소에게 대답을 하듯이 말을 하고는 산타페 차를 운전하여 자주 가는 수산물시장으로 향했다. 어제 밤에 잠도 설치고 기분도 영 그렇고 차를 천천히 운전하며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교차로를 지나 시장 쪽으로 차를 운전하여 가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검은색 고급 승용차 3대가 내 차를 가로막으며 한쪽으로 차를 세우라고 운전을 하는 검은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손짓을 했다.

“이런 제기랄!”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운전대를 꽉 잡고 달아날 궁리를 하였다. 보나마나 내 차를 가로막는 놈들이 좋은 놈들일 리가 없었다.

차를 재빠르게 비키며 앞으로 쭉 달려서 나가자 검은색 고급 세단차도 내 차를 뒤따라 계속 뒤 쫓아 왔다.

그러나 놈들이 어떻게나 재빠르게 운전을 하는지 내 차를 바짝 뒤쫓아 오더니 한 대가 내차를 가로막고 두 대는 내 차 양쪽에서 바짝 접근을 하여 붙여왔다.

아주 능숙하게 운전을 잘하는 놈들이라 더 달아날 방법이 없다. 할 수없이 차를 길가에 세우고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내 행동에 놈들은 내가 차안에서 내리지를 않고 있으니 몽둥이로 내차의 유리창을 깨고는 강제로 차에서 나를 끌어서 내렸다.

나는 억센 놈들의 손아귀에 검은 승용차 안으로 끌려서 들어가고 한 놈은 내 산타페 차를 끌고 뒤 따라 왔다.

“여보시오! 내가 당신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러십니까?”

“형님!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앞으로 재미나게 함께 일도 하고 지금은 이해가 안 되어도 나중에는 다 이해가 될 겁니다.”

“아니? 내가 왜 당신들의 형님이 됩니까?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은데 그냥 오늘의 일을 절대로 발설하지 않을 테니 가다가 그냥 내려주면 서로가 좋을 것 같습니다.”

“형님! 그냥 좀 계십시오.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이제 도망 다니지 말고 크게 사업도 하시고 이 아우들도 잘 보살펴 주시고 하시지요.”

나는 이들이 나를 보고 자꾸 “형님!” 하고 부르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얼마동안 어디로 달렸는지 처음 보는 건물 안으로 나를 데리고 가더니 낯선 방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침대에 눕히고 두 손을 묶어서 고정을 시켰다. 그리고는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성형외과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왔다.

“여기 보이는 사진의 얼굴처럼 우리 형님의 얼굴을 똑 같이 만들어야 됩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성형외과 의사에게 말했다.

“똑 같이 얼굴을 고칠 수가 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비용은 달라는 대로 줄 테니 이 사진의 얼굴과 똑 같이 만드시오”

조직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와 성형외과 의사의 주고받는 대화의 내용을 들으니 보나마나 내 얼굴을 뜯어서 고칠 모양이었다.

서로의 계약이 성사가 되고 얼굴을 고치는 성형수술이 시작이 되었다. 간호사가 내 팔에 링거 주사와 마취주사를 놓고 성형외과 의사는 내 얼굴을 사진의 얼굴처럼 만들기 위해 세밀한 성형복제 작업에 들어갔다.

따갑고 고통스러운 얼굴의 성형수술은 오랜 시간 동안 진행이 되었다. 긴 시간동안 하던 얼굴 성형수술이 끝나고 내 얼굴에는 온통 붕대로 칭칭 감겨졌다. 간호사가 내 곁에 남고 성형외과 의사는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간호사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 간호사는 나에게 약도 먹이고 밥도 먹이고 내 얼굴에 수술부위가 완전하게 나아질 때까지 여자 간호사는 내 곁에서 그림자처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정한 시간마다 여자 간호사는 내 얼굴 상태를 살피며 수술을 한 성형외과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세한 상황을 보고 하였다. 이러는 가운데 6개월의 시간이 지나갔다. 얼굴을 붕대로 감고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기에 이왕 이렇게 된 몸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나는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다.

낯선 곳에 갇혀서 7개월을 지나자 나는 완전히 내 자신을 잃어버렸다. 그러는 가운데 방안에 틀어놓은 텔레비전 방송에서 내가 차를 타고 동해안을 달리다가 운전부주의로 차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차에 불이 붙이서 사람의 얼굴이나 형체나 지문조차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지만 다행이 불에 그슬린 산타페 차량의 번호판을 조회하여 보니 박몽준이라는 내 이름이 나오고 내 아내와 자식들이 죽은 사람과 차가 틀림없이 자기 남편이요 아버지라고 증언을 했다.

그런데 내 아내는 차가 동해안 절벽 아래로 떨어져 자기 남편이 죽었다는데 아무런 의심도 없이 경찰조사에서 정확하다고 단번에 증언을 했다는 말에 나는 너무나 섭섭했다.

다른 여자들 같으면 국과수에 부검을 해 달라 더 자세하게 조사를 해 달라 뭐 이렇게 나올 것인데 내 아내의 하는 꼴이 마치 그렇게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냥 운전부주의로 몰아서 부치고 들어놓은 보험을 몽땅 챙기는 즐거움에 교통사고의 의문은 아예 들먹이지를 않았다.

이제 옛날의 박몽준으로 돌아가기는 틀렸고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야 할 팔자가 되었다.

오랜만에 겨울눈이 펄펄 내리는 날이었다.

오늘은 오랫동안 내 얼굴을 칭칭 감고 있던 붕대를 다 벗어버리고 완쾌된 얼굴로 해방이 되는 날이었다.

“사장님! 거울 한 번 보세요?”

간호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방에 걸려있는 거울을 내 앞으로 가져왔다.

“아니? 이렇게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거울에 내 얼굴을 비쳐 본 나는 너무나 놀라 여자 간호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부작용도 전혀 없이 너무 잘 되었어요”

여자 간호사도 마치 위대한 작품을 완성한 화가처럼 가슴 뿌듯해 하며 말했다.

저녁 무렵 낯선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와 나를 보고 내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건강을 회복하시고 너무 기쁩니다.”

나는 이들이 나에게 이렇게 하는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니다 왜 이러느냐고 따질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나와 그들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부자들이 산다는 동네에 있는 으리으리한 가정주택 이었다.

대문이 열리고 그 집을 관리하는 관리인들이 나와서 나를 보고 인사를 할 때 나는 도무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나는 마치 여우에게 홀린 듯이 멍하게 서 있는데 사내들은 나에게 90도로 머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고는 돌아갔다.

현관문이 열리고 가정부로 보이는 여자가 나와 나를 보고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였다.

“사장님! 어서 오세요”

잠시 혼란을 이겨내고 어찌되었던지 이제 이집은 내 집이다 생각을 하고는 집안으로 들어가니 내 뒤를 따라서 가정부 여자는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왔다.

“여보! 어서 와요”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거실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30대의 늘씬한 미인이 나를 반긴다.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있는데 주인여자는 나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여보! 유럽 여행은 즐거웠어요?”

“응? 아 좋았습니다.”

“여보! 그런데 목소리가 많이 피곤한 목소리 같아요.”

주인여자는 나를 완전히 자기의 남편으로 알고 목소리가 다른 이유를 유럽여행을 하느라 피곤하여 그런 줄로 알고 있었다.

정녕 이게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말인가?

나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었다.

“여보! 김부장이 당신이 유럽여행을 마치고 오늘 돌아온다고 연락을 해서 저녁준비를 미리 해 놓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