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7/19)

………..

[윤지야 짐 들고 오는 사이에 먼저 가버리면 어떻게 해. 하여튼 성격은 급해가지고.]

윤지가 고개를 들자 철근이 윙크를 날리며 서 있었다. 윤지는 얼이 빠져 철근의 품 안에 안겨 배로 올랐다. 배 위에서 고소하다는 듯 쳐다보던 동기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우람한 체격에 잘생긴 얼굴을 한 호남형인 남자가 우람한 팔뚝을 자랑하며 윤지의 짐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윤지를 껴안은 채 배에 오르자 시샘 가득한 눈초리를 보냈다. 정희가 그 둘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어머. 김선생님. 오셨어요. 근데 윤지랑은….]

[아 제 와이프 입니다.]

[네?]

정희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듣기로는 병원 기사와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닥터김이라니. 눈을 껌벅껌벅 뜨자 철근이 웃으며 

[아… 둘 다 한번 결혼생활 실패했다가 진짜 사랑을 만났죠. 하하]

[아…. 어머. 기집애, 넌 재혼했으면 청접장이라도 보냈어야지.]

윤지에게 정희가 눈을 사납게 흘겼다. 철근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원래 친구 사이셨나. 그래도 이젠 후원인 부인인데 기집애란 말은 좀….]

[아… 죄송합니다. 사모님이랑 어서 이리로 들어오세요. 이봐! 짐 좀 들어드려. 뭐하는거야]

선원들이 재빠르게 짐을 나눠가지고 길을 안내했다. 복도에 들어서자 짐을 들고 앞에 선 선원 빼고는 둘 밖에 없었다. 철근이 주위를 둘러보고 윤지의 엉덩이에 손을 갖다 대자 윤지는 철근을 밀치며 철근의 품에서 나와 조용히 물었다.

[뭐에요? 당신. 나 따라 온 거에요?]

[나? 당신이야말로 날 따라온 거 아냐? 선상 독주회. 내가 후원한 연주회에 내가 안 오면 누가 오나?]

[네에?]

[어. 원래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음악회 후원하는 게 우리 집 전통이야. 저 연주자 발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남편인 김교수 얼굴 봐서 후원 좀 했지.]

그러고 보니 과거 피아노 고장 났을 때 훌륭히 조율하는 솜씨나 자신의 연주를 감상하는 태도가 남달랐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선원이 멈춰서더니 방문을 열었다. 

윤지는 자신의 집보다 큰 방이 배 안에 펼쳐져 있는 것에 놀랐다. 크기도 크기지만 사치스러운 황금색 문양이 가득 그려져 있는 인테리어와 고풍스로운 가구들. 한 쪽에서는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고 있었다.

[그럼 편히 쉬십시요. 사모님.]

선원이 키를 들어 윤지에게 건넸다. 윤지는 사모님이란 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정희가 자신을 사모님이라 부른 사실이 너무도 통쾌했다. 철근의 부인인 이상 윤지는 정희에게 갑이다. 우월감을 느끼며 철근이 믿음직한 남편 같이 느껴졌다. 철근이 문을 닫으며 그녀에게로 돌아섰다. 윤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또…뭐 하게요….]

이런 방에 단 둘이 있게 되자 윤지는 신혼부부 같다는 느낌이 들어 부끄러워졌다. 

[나? 씻고 옷 갈아입으려구. 나도 위신이란 게 있는 사람이니까 여기선 억지로 하거나 하진 않도록 하지. 뭐 요새 하는 거 보면 당신이 억지로 하는 것 같진 않다만…… 아무튼 옆방에 안 그래도 김교수도 있고. 다만 배 안에서 다른 사람하고 있을 땐 부인 역할 좀 부탁해. 나도 나중에 이거 해명하려면 머리가 아프긴 하다만. 당신도 이걸로 갈아입어. 조금 있으면 저녁 파티니까.]

철근이 무심하게 말을 뱉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윤지는 받아 든 옷을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자신보다 큰 거울 옆으로 포장도 뜯지 않은 온갖 화장품이 놓여있었다. 평범한 티셔츠에 스커트, 그리고 질끈 묶은 머리끈. 매달 날라오는 아파트 관리비. 난방비 무서워서 틀지 못하던 보일러. 매달 나가는 대출 이자. 윤지는 그 모든 자신을 벗고 새로운 자신을 입었다. 

철근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연회장으로 걸어갔다. 대학교에서 정장 입은 모습을 봤을 때도 잠시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고급 턱시도를 차려 입자 다른 사람 같았다. 그의 두꺼운 팔근육에 자신의 젖가슴이 살짝 스칠 때마다 윤지는 아찔했다.

연회장으로 들어서자 이 파티의 후원자인 철근은 온갖 사람들의 인사를 받냐 정신이 없었다. 새침하게 쳐다보던 동기들도 남편을 끌고 와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다. 여기에 온 동기들의 남편은 비슷했다. 윤지 나이에 이 정도 파티에 오려면 동갑내기 남편을 만나서는 불가능했다. 이미 성공한 남자들을 만나려다 보니 대부분 중년의 남성들이었다. 배불뚝이. 대머리. 쳐진 눈꼬리. 이에 비해 삼십대 중반의 철근은 돋보였고 그 옆에 아찔한 실루엣을 드러내는 드레스를 입은 윤지도 뭇 남성들의 시선을 받았다. 무엇보다 정희의 질투가 끓어오르는 눈빛이 윤지에게는 가장 기분 좋게 하는 시선이었다.

[어떻게 둘이 만나신 거에요?]

철근이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좋다고 쫓아다녔죠. 그렇지 여보?]

[당신이 워낙 쫓아다녔어야 말이죠 ㅎㅎ 사실 저도 좋았어요]

[워낙 아름다운 여자라 참을 수 있어야 말이죠.]

윤지는 철근의 부인으로 완전히 빙의 되었다. 철근이 애정을 과시한다는 듯이 윤지의 어깨를 당기며 입술을 가까이 하자 잠깐 당황했지만 바로 눈을 감고 그의 입술을 느꼈다.

윤지는 연회가 끝나고 방에 들어서도록 철근의 팔을 놓지 않고 있었다. 철근은 방에 들어서자 마자 윤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윤지는 침실로 안겨 들어가며 첫날밤을 향해 가는 신부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말했지만 오늘은 억지로 하기 싫은걸. 사회적 위신이 있어서 말야.]

철근은 윤지를 침대 곁에 앉히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머리 위로 깍지를 끼고 누워 그녀를 바라봤다. 윤지는 자신의 남자가 원하는 것을 따를 줄 아는 여자였고 어떤 남자를 만나냐에 따라 그 남자를 위한 여자로 변신할 줄 아는 성품을 지녔다. 민철에게도 그랬고, 이제 철근에게 그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검은색 드레스를 살짝 들자 망사 스타킹 위로 검은 가터벨트가 드러났다. 한 쪽 다리를 벌리자 드레스가 더욱 올라가며 검은색 속옷이 허벅지 사이로 드러났다. 철근 위로 올라탄 윤지는 철근의 드레스셔츠 단추를 하나씩 끌렀다. 지긋이 내려 앉은 윤지의 다리 사이는 철근의 불룩 해진 바지 중앙을 눌렀다. 철근은 단단하면서도 탄력 있는 윤지의 보지 둔덕을 느끼며 자신이 정복한 여자를 내려다 보았다. 셔츠가 펼쳐지자 단단한 철근의 가슴팍이 드러났다. 부드럽게 손으로 감싸던 윤지는 양 어깨에 걸려있는 드레스 끈을 한쪽씩 떨어뜨렸다. 풍만한 젖가슴에 걸렸다가 아래로 스르륵 떨어지자 검은 색 브래지어가 묵직한 그녀의 가슴을 힘겹게 받치고 있었다. 대담하게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손을 돌려 브래지어 끈을 스스로 풀었다. 터질 듯한 부피로 억눌려 있던 젖가슴이 흔들리며 브래지어를 걷어내었다. 

그러나 바로 한 팔을 둘러 그녀는 가슴을 가렸다. 그런 모습이 철근을 더욱 흥분시켰다. 

[아….]

철근의 남성이 단단해져가며 그녀의 둔덕에 압력을 가해 왔다. 윤지는 자신의 젖가슴을 철근의 배에 댄 채 엎드려 철근의 가슴에 키스를 하였다. 부드럽고 작은 윤지의 혀가 가슴팍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엉덩이로 천천히 그의 아래에 대고 원을 그렸다. 윤지는 문지를수록 커지며 자신의 보지를 눌러대는 철근의 남성을 느꼈다.

윤지의 입술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 철근의 털이 수북한 배꼽 근처를 거쳐 아래를 향했다. 이미 식탁에서 물어봤던 그의 물건을 바지에서 해방시켰다. 징그럽고 흉물스런 그의 물건이 오늘은 사랑스러웠다. 귀두 끝에 윤지가 입술로 키스를 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입 속으로 철근의 대물은 사라졌다. 부부동반모임에서 침을 삼키며 바라보던 윤지가 이제 자신의 좆을 스스로 품고 있는 모습이 철근의 야성을 깨웠다. 더 이상 깍지 끼고 참기 어려웠다. 

철근은 바로 그녀를 들어 아래로 깔았다. 그리고 거칠게 그녀의 팬티를 찢었다. 윤지의 보지가 애달프게 애액을 흘리며 깊은 구멍 속으로 남자를 찾고 있었고 철근의 물건도 자신을 감쌀 여자를 찾아 울부짖었다. 그러나 윤지의 손이 철근의 가슴에 얹히며 그를 제지했다.

[잠깐만요 철근씨.]

[여보라니까. 왜?]

[여보. 오늘은 제가 해주고 싶어요.]

윤지가 차분하면서도 촉촉한 눈빛으로 철근을 응시했다. 그리고 윤지의 부드러운 손이 철근의 어깨를 잡고 한쪽으로 힘을 주었다. 

철근은 윤지의 인도에 침대 아래로 다시 누웠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과 입술에는 동물 같은 섹스의 느낌을 넘어 포근함이 깃들어있었다. 철근은 지금껏 많은 여자들의 색기를 경험했지만 처음으로 그녀의 손길에서 끓어오르는 성욕과 함께 어머니 품속 같은 따뜻함도 동시에 느꼈다.

하늘로 그의 물건이 기둥처럼 우뚝 솟았다. 그리고 윤지는 그의 물건을 잡고 그 위로 다리를 벌려 앉았다. 철근의 눈에 윤지의 보지 사이로 사라져가는 자신의 물건이 보였고, 보지 구멍이 좌우로 벌어지며 살 틈으로 거대한 물건을 힘겹게 넣고 있었다. 아무리 박아도 찰진 그녀의 보지다. 

[으흥…….]

대물을 뿌리까지 넣으며 인상을 쓰던 윤지는 이윽고 자신의 깊숙한 자궁입구까지 그가 닿았음을 느꼈다. 그리고 조금씩 위아래로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근의 불알 위로 윤지의 애액이 방울 져 떨어지고 윤지의 하얗고 풍만한 엉덩이 아래로 철근의 물건이 위아래로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그럴수록 여자의 신음은 고통에서 환희로 가득차 갔다.

[아흥…아앙……좋아요……여보….너무 좋아….당신도 좋아요?]

[으흠….더 해봐! 엉덩이 좀 더 돌려봐. 좀 더 보지도 조이고!]

철근의 힐난에 윤지는 더욱 힘을 내었다.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가 앞뒤로 살을 쳐대가며 흔들렸고 그녀의 검은 머리결과 젖가슴이 요동쳤다. 철근은 그러한 윤지를 보면서 쾌감을 느꼈다.

[아 헉헉… 여보, 이렇게 쪼이다니…헉헉 당신 창녀 같군 창녀 같은 년이야 헉헉 ]

[아아앙~~ 그래요! 창녀 같은 년이에요!! 아!! 좋아요! 아아아항]

[그래! 헉헉! 돈만 주면 아무나 한테나 벌리는 창녀 같은 보지라구! 헉헉! 남편도 있으면서 내 자지에 보지 박고 흔들고 있지!]

온 몸을 찌르는 자극에 몸을 떨며 철근의 몸 위로 흔드는 여자에게 이러한 말은 자신을 진정 창녀 같은 음부로 상상하게 했다. 철근의 부와 권세에 팔려 보지를 대주는 고급창녀 말이다. 철근의 말에 반응하며 윤지의 보지가 자신의 자지를 잘근잘근 쪼이는 것을 느끼자 철근은 윤지의 상태를 알아챘다. 

[그래! 헉헉! 너 같은 년은 천원도 아까워! 이 배 모든 남자들한테 돌아가면서 다리 벌릴 년 같으니!]

[아하앙!!! 맞아요! 전 그런 년이에요!! 더!! 더!!]

음란한 대화에 흥분한 여자는 이제 무릎을 세우고 쪼그려 앉아 화장실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양팔로 철근의 아랫배를 잡아 중심을 잡으며 위아래로 엉덩이를 쪼아댔다. 

[그런 자세는 어디서!! 헉헉!!]

[당신이 보라고 준 비디오에서 봤어요! 아아앙!!]

윤지는 상상 속에서 철근이 보여줬던 야한 비디오들이 떠올랐다. 검은 흑인 위로 가냘픈 백인 여자가 엄청난 말좆을 박아대던 자세를. 

그리고 이번엔 자세를 뒤로 돌았다. 철근의 다리를 양 손으로 잡고 쪼그려 앉아 다시 자신의 보지로 철근의 자지를 쪼았다. 철퍽거리며 엉덩이를 요분질 치던 윤지는 고개를 숙이자 남자의 육봉을 박고 있는 자신의 보지가 보였다. 동물 같은 천한 음란함에 더욱 흥분해 철근의 자지를 눈에 담으며 위아래 뿐만 아니라 좌우로, 그리고 원을 그리며 자신의 질벽 곳곳을 훔쳤다. 그럴 때마다 윤지의 입으로 신음이 터져나왔다. 

철근은 위에서 훤하게 드러난 그녀의 보지와 항문을 바라봤다. 

[남자를 밝히는 보지군! 앞으로 또 앙탈 부릴거야? 헉헉]

[아뇨!! 아아앙!! 철근씨 사랑해요!! 다 당신 꺼에요!! 아앙!!]

[그래. 그렇지. 이제 내가 하라는 대로 하는 거야. 넌 원래 그런 년이었어. 수컷들의 음탕한 시선을 즐기는 색녀 같으니. 내일 비키니만 입고 수영장 가서 음탕한 시선을 즐기라구! 어때?]

[아아앙! 당신 마음대로 해주세요!! 아아아]

윤지는 비디오 속에서 뭇 남성들 사이로 아찔한 비키니를 입고 지나가는 여자가 생각났다. 남자들의 음탕한 시선을 느끼며 흥분하는 여자를 샤워실로 따라 들어간 낯선 남자에 손에 잡혀 뒤로 당하는 모습. 상상이 더해지자 윤지는 스스로 올라 치는 흥분을 주체 못하고 온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울부짖음이 더 해가자 혼자 가버릴 것 같은 윤지를 철근은 돌려 눕혔다. 침대의 끝을 잡고 엎드린 그녀를 뒤에서 강약을 조절해가며 몰아붙였다. 

아앙. 아아앙…아흑….아….

윤지의 신음소리가 밤새 잦아지다가 다시 커지기를 반복했다. 자정을 훌쩍 넘겨서야 철근의 팔을 베고 안긴 윤지는 잠을 잘 수 있었다. 

두번째날에도 두번째 파티가 이어지고 취한 손님들이 각자 방에 들어갔다. 두번째날도 철근의 스위트룸은 어둠 속에서 격렬한 신음소리와 살이 부딪히는 음란한 소리, 그리고 애액으로 인한 색정적인 소리가 뒤엉키고 있었다. 약간 다른…

사건은 선상에서 윤지와 철근이 마치 신혼부부처럼 섹스를 한 밤이 지나고, 그 다음날인 둘쨋날 오전으로 돌아간다.

선상에서 첫날밤이 지나고, 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선상을 달구고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 두 번째 저녁 파티가 있을 때까지 여흥을 즐기며 놀고 있었다. 단연 사람이 많은 곳은 선상에 있는 야외 풀장이었다. 외국인 손님들의 자유로운 복장에 한국 사람들도 수영복만 입고 한여름의 태양을 즐겼다. 풀장 옆에 정희는 홀로 썬베드에 누워 선탠을 즐기고 있었다. 썬글라스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가 시원하게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정희의 즐거운 오전의 한때는 오후가 되자 철근 커플이 등장하면서 깨졌다. 

정희는 자신의 몸을 수건으로 두르며 일어나 철근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김선생님. 사모님도 나오셨어요.]

사실 몸을 가린 것은 윤지와 비교되기 싫어서다. 윤지는 평범한 비키니를 입고 나왔지만 타고난 볼륨에 지나가던 외국인들도 경탄하며 그녀의 몸을 감상했다. 특히 풍만한 가슴은 비키니로 완전히 가슴이 가려지는 한국 여자들, 정희 같은 여자들과 달랐다. 비키니로 가리기엔 너무도 풍만한 가슴은 그 자태를 완연히 드러내 너무도 야한 옷차림이 되었다. 이런 옷 입고 절대 못나간다고 버티던 윤지는 어제 섹스 도중 한 약속을 언급하자 아무 말 없이 비키니만 걸치고 수영장으로 나왔다. 속옷보다 아슬아슬한 옷을 입고 나서자 바깥 공기가 그녀의 온 살결에 닿았다. 마치 나체로 나서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이런 옷을 입고 해운대를 거니는 여자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윤지는 정희에게 말했다.

[친구끼리 불편하게 무슨 사모님이니? 편하게 해]

윤지의 이런 말이 정희의 속을 더욱 긁었다. 대학 때부터 실력은 자신이 더 낫다고 자부했지만 교수부터 동료까지 윤지의 곱고 친절한 심성과 빼어난 미모에 빠졌고, 정희는 피아노만 치는 독한 년으로 몰고 갔다. 게다가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그 소중한 경력을 쉽게 버리고 가는 윤지의 사랑 이야기는 정희를 더욱 비참하게 했다. 그럴수록 정희는 성공을 위해 달렸고 유학 중 출장 나온 은사였던 김교수가 술에 취한 틈을 노려 그를 취했다. 김교수의 인맥을 발판 삼아 이런 전무후무한 독주회를 만들어낸 그녀였다. 대학 졸업한 지 십년이 지났지만 결국 자신에게 남은 것은 여전히 피아노뿐이다.

[그래도 그렇죠. 김선생님 부인인데. 나중에 따로 만나면 편하게 해요. 그나저나 사모님께서는 이제 피아노 안 치세요?]

[그만 둔지가 언젠데요. 손도 굳었고..]

[아…. 그렇지. 민철씨에게 빠져서. 맞다. 

에휴…..난 지금이 마지막 쉬는 거에요. 독주회 끝나면 뒤이어 독일오케스트라와 협연 요청도 있고 미주 투어도 해달라고 미국 기획사에서 연락도 왔고. 왠 고생인지… 전 사모님처럼 사는 게 너무 부럽다니까.]

윤지는 한시도 피아노에 대한 마음을 접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남편의 월급으로 적자 내지 않으며 살림 꾸려가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생활은 힘겨웠다. 자신을 마치 한량처럼 놀리는 정희에 화가 났다.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속풀이를 한 정희는 까닥 고개를 숙이고는 연습해야 한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저 여자 재수 없네. 에구 우리 윤지가 화났구나?]

[말도 말아요. 대학 때랑 어쩜 저리 똑같은지!]

[하하. 이거 내가 후원을 괜히 했어.]

[그러게 말이에요. 당신은 하필이면 저런 애한테.]

[하하 하지만 그 덕에 우리 윤지가 내 품에 있잖아?]

[칫!]

뾰루퉁해진 윤지를 달래어 철근은 풀사이드 바에서 윤지와 늦은 점심을 하였다. 테이블 아래로 서로의 발을 희롱하며 간혹 남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키스를 하였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한 가운데 선상.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높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 속. 윤지는 자신을 얽매는 것들을 모두 잊은 채 철근과의 사랑놀음에 빠졌다. 

[험험…..윤지양, 합석 되겠나?]

익숙한 목소리에 윤지가 철근과의 키스에 빠져있다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김교수였다. 

[엇! 교수님!]

대학 때 윤지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스승을 자처해주었던, 아버지 같은 분이였다. 십년전 마흔의 나이로 이미 스타 지휘자로서 세계에 이름을 날렸던 김교수. 그의 후원은 곧 음악계에서 성공을 의미했다. 그러나 윤지는 결혼과 남편을 위해 그 모든 것을 일순간에 버리고 사라졌고, 놓쳐버린 제자를 생각할 때마다 김교수는 아쉬움을 짙게 느꼈다. 그리고 어느새 김교수도 오십이 되어 중년의 신사가 되어 있었다. 

윤지는 너무도 반가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렸다. 윤지의 착각일까? 손을 모아 고개 숙여 인사하는 바람에 이미 드러난 젖가슴이 비키니 위로 더 흘러나왔다. 자신의 가슴에 스승의 시선이 머무는 것 같았다. 

[험험….]

오랜만에 만난 제자의 노출에 민망해 졌는 지 김교수가 헛기침을 하였다. 윤지는 얼른 손을 들어 가리려 했지만 비키니를 손으로 가린다는 것은 더한 상상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타월로 가리려 했지만 철근이 제지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지나간 나날들을 추억하자 다시금 가까웠던 선생과 제자 사이로 돌아갔다. 주변에 워낙 벗고 다니는 터라 서로에게도 익숙해졌다. 

[교수님, 그런데 결혼은 어떻게?]

[아, 유학 가있었던 정희를 베를린에서 만나서 어쩌다 보니… 하하]

[옛날에는 정희를 그렇게 못마땅해 하시더니….]

미운 정희의 성공에 결정적 도움을 주고 있는 은사가 윤지는 못내 섭섭했다.

[하하. 옛날 일이지 머. 하긴 내가 예뻐한 건 윤지양이었는데.]

철근은 그 모습을 보다가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윤지를 더욱 음탕한 여자로 바꾸고 싶었다. 찌질한 민철의 생각과는 달랐다. 자신의 컨트롤 아래 자신의 명령이 있을 때만 다리를 벌리는 암캐 같은 여자. 철근은 김교수를 떠보기로 했다.

철근이 후추통을 집다가 실수인 척 김교수 아래로 떨어뜨렸다. 

[아 내가 주울 수 있네.]

김교수는 테이블 아래로 고개를 넣어 후추통을 집었다. 철근은 테이블 아래에서 윤지의 매끈한 다리를 감상하는 김교수의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고 김교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김교수는 풀장을 벗어나다가 멈추더니, 수영장 물을 튀기며 젖가슴을 출렁이는 윤지를 훔쳐보았다. 

그날 저녁, 철근은 두번째 드레스를 윤지에게 입혔다. 평범한 드레스였지만 속옷을 특별히 골랐다. 이 커플은 오늘도 반짝였고 손님들은 이 둘 옆에 앉아 있기를 원했다. 그러나 철근은 김교수 커플을 가까이 앉혔고 후원자의 부름에 김교수 부부는 바짝 앉았다. 

사랑 없이 단순히 서로의 요구에 의해 결혼한 김교수 부부는 서로에게 가식적인 애정표현을 했다. 그러나 철근과 윤지의 다정함은 누가 봐도 흐뭇하게 만드는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속이 상한 정희는 김교수의 만류에도 술잔을 연속해서 비웠다. 철근은 윤지에게 속삭였다. 

[여보. 그렇게 정희씨가 미워?]

[그럼요. 쟤가 대학 때 했던 짓을 생각하면….후…..]

착하디 착한 윤지였지만 시험 전날 자신의 악보를 못 쓰게 낙서를 해놓기도 하고 자신이 시험 전에 피아노 줄을 망가트려 놓기도 하는 등 정희의 악행은 도를 넘어 유치하기까지 했다. 원래 순수한 사람일수록 증오도 순수한 법이라 한 번 미운 사람은 끝까지 용서하지 않는 윤지였다. 다만 철근이 그녀 인생의 유일한 예외였다.

[그럼 복수하면 되지?]

[됐어요. 똑 같은 사람 되기 싫어요.]

한숨을 쉬며 윤지가 손사래를 쳤다. 그 순간 정희가 윤지에게 말했다.

[사모님, 내일 월광 소나타 칠 건데 악장 중간에 박수 치면 실례인 거 알죠? 3악장이에요 4악장 아니고 3악장. 윤지야 어려우면 세번째 끝날 때 친다 생각해 호호호.] 

[당신 취했어. 그만 마셔. 김철근선생님, 그리고 윤지양 미안합니다.]

김교수의 만류에도 정희는 이미 너무 취했다. 윤지의 눈에 불꽃이 일렁이며 앞에 놓인 위스키 잔을 한번에 들이켰다. 그리고 철근에게 속삭였다. 

[어떻게 복수하면 돼?]

[뭐 내가 이 독주회를 취소해버리든가……]

[독주회야 다시 열면 되지.]

윤지가 안타까운 듯 말했다.

[그런가? 그럼 김교수를 유혹해보는 건 어때?]

[뭐? 자기 미쳤어요!]

[뭐 어때. 내가 오늘 밤은 네가 저 놈이랑 하는 건 허락하지.]

[싫어요. 내가 창녀도 아니고, 아무한테나……당신 정말 그런 걸 바라는 거에요?]

윤지는 비디오 속에서 쓰리섬을 하던 남녀가 떠올랐다. 언제나 금기는 그녀를 흥분시켰다.

[후후 난 당신이 창녀 같기를 원해. 단, 내가 허락할 때만 하는 거야. 그 이외 하는 건 용서 못해]

철근이 서늘하게 말했다. 철근의 사랑을 잃는 다는 것은 이미 윤지에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 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다.

[당신 말대로 뭐든지 해줄게요. 그래도 교수님이랑은 싫어요…어떻게 교수님이랑.....]

[그럼 그냥 스킨쉽 정도 해봐. 그것만으로도 정희씨가 죽으려고 할 걸?]

윤지는 한낮에 자신의 가슴을 헛기침을 하며 쳐다보던 김교수의 눈빛이 기억났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정희의 남편을 가지고 놀아본 다는 것이 그녀의 흥미를 돋구었다. 술자리가 이어지자 윤지는 취한 척하며 철근을 향해 턱을 괴고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김교수는 취한 정희를 내버려두고 그 둘을 부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순간 김교수는 깜짝 놀랐다. 누군가의 발, 그것도 가느다란 여자의 발이 자신의 종아리를 타고 올라왔다. 방향은 윤지 뿐이었다. 철근을 사이에 두고 김교수에게 구두를 벗은 맨발로 그의 종아리를 아래에서 위로 쓰다듬었다. 

[험험….]

당황한 김교수가 헛기침을 했다. 낮에 서로 다리로 희롱하던 철근과 윤지가 생각 났다. ‘이거 남편이랑 헷갈렸나 보군……’ 그렇지만 오해를 풀기에는 이미 늘씬한 윤지의 다리가 자신의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윤지도 짐짓 모른 척하며 철근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자신의 은사님에게 이런 짓을 하려니 가슴이 방망질했다. 하지만 헛기침만 하면서 얼굴이 붉어지는 정희의 남편을 보자 짜릿한 재미가 기가 막혔다. 옆에 취해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정희를 보자 더욱 신이 났다. 철근을 바라보자 철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리를 더욱 깊이 넣었다.

김교수는 허벅지까지 오는 순간 윤지가 헷갈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소원했던 부부관계로 여자를 안아본 지 두세 달이 넘었다. 물론 욕정이 끓어오르는 나이는 이미 지났다. 

하지만 자신도 아직 젊은 교수였던 적이 있었다. 피아노를 치며 앉아있던 윤지를 뒤에서 서서 지켜보다가, 그녀의 벌어진 순백색 블라우스 속으로 언뜻 보이는 윤지의 가슴골에 가슴이 설랬던 때가 대체 몇번이었는가. 스승과 제자 사이라고 애써 억누르며 대신 그녀의 후원자가 되기로 결심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순수하면서 가슴을 태웠던 제자는 자신을 버리고 떠났고 그 후 두 번의 결혼을 거치며 성숙한 여인이 되어 자신을 희롱했다. 

김교수는 정희와 할 때 자주 죽어버리던 아랫도리에 불끈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고등학생 시절 처음 자위할 때 느끼던 힘이었다. 윤지의 발끝이 벌써 허벅지 안쪽으로 들어왔다. 윤지가 피곤한 척 하며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앉아 더 깊이 다리를 넣었다. 그리고 김교수의 성기가 닿을 듯한 지척까지 가서 더 이상 들어가지 않고 허벅지를 희롱했다. 김교수는 정희가 완전히 취해 딴 곳을 바라보는 것을 확인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윤지의 발끝이 빠졌다가 허벅지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에 맞추어 김교수는 엉덩이를 들어 자신의 아랫도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윤지의 발끝에 뭉클한 김교수의 불알과 그 위로 솟은 단단한 기둥이 느껴졌다. 

[어맛!]

윤지는 깜짝 놀라 다리를 황급히 거두었다. 사실 김교수를 놀릴 요량이었지 그의 물건을 직접적으로 애무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김교수의 행동에 닿아버린 스승의 물건에 당황해 소리를 내고 말았다. 철근이 왜 그러냐고 묻자 술잔을 놓칠 뻔 해서 그렇다고 얼버무리더니 먼저 쉬러 가겠다고 일행들에게 인사를 했다. 

황급히 연회장을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김교수는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옆에 술이나 취해 널부러진 아내 정희가 보였다. 

아…… 독일 연수 가서 그 날 술만 자제했더라도…… 김교수를 노린 정희가 술 취한 김교수를 유혹해 하룻밤을 지낸 뒤 뒤로 소문을 내버렸다. 제자를 희롱하고 몸과 마음을 뺏어놓고는 모른 척 한다고. 어렵게 이룬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김교수는 정희에게 마음에도 없는 프러포즈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철근이 그런 김교수를 보며 말했다.

[대단한 여자에요. 그렇죠?]

김교수가 윤지가 사라진 방향으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그럼요. 대단한 여자입니다.]

철근은 김교수의 잔에 술을 가득 부었다. 김교수는 목이 탔는 지 벌컥벌컥 들이켰다. 철근은 술을 잘 못하는 김교수에게 연신 술을 부어주었고 김교수가 얼큰히 취하자 떠보기 시작했다

[제 와이프를 어떻게 만난지 아십니까?]

[모르겠네. 딸꾹. 크… 저런 여자를 가지다니 자넨 정말 대단해! 대단하고 말고!]

[후후 의외로 쉬웠습니다.]

[그으래? 어떻게 했나?]

눈이 풀린 김교수가 철근 곁으로 바짝 앉으며 물었다. 

[이혼녀가 얼마나 몸이 뜨겁겠습니까? 그냥 자고 있는 걸 박아 버렸죠. 얼마나 외로웠는 지 바로 앵기더군요.]

[정말인가?]

김교수가 안경 너머로 눈을 껌벅이며 물었다. 

[후후. 당연하죠. 특히 저런 여자는 더 그렇죠. 순진해 보이지만 타고난 섹시함이 흐르는 몸매가... 사실 제 와이프지만 어떤 놈 자지든 박히면 바로 좋아할 여자죠. 김교수님 눈에는 어떻습니까?]

[크으~~~~자네 부인이서 말하기 그렇긴 했는데 말야, 저런 가슴을 가진 여자에게 색기가 없다면 말이 안되지! 내 진작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대학생 때도 그랬습니까?]

[그렇지! 뭐 옷차림이야 평범했지만 그…그…뭐시냐….감출 수 없는 볼륨! 그런 볼륨이란 게 있지 않은가 말이야. 피아노 칠 때 뒤에서 보다면 크……]

김교수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듯 두 손을 불끈 쥐며 안타까워 했다.

[사실말이야. 딸꾹.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닌데 어젯밤에 옆방에서 윤지양이 죽어나가던데? 윤지양이 그렇게 뜨거운 여자인 줄 몰랐어. 아….자네도 대단하더이….딸꾹! 어제 밤새 자네들 신음소리 듣냐 잠을 못 잤지 않나!]

김교수가 신나서 연신 떠들었다.

[그래서 방금도 와이프 발에 자지 갖다 대었습니까?]

벌개졌던 김교수는 갑자기 술이 깨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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