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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철근이 눈을 떴을 때 빈 집안에는 식탁 위로 따뜻한 아침식사가 차려져 있었다,==민철의 시선==
나는 지방 검진 사업을 위해 처음에는 하룻밤만 집을 비웠다.
레스토랑에서 아내와 철근의 오랄 섹스를 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철근이 나를 사업 책임자로 추천하는 바람에 일주일에 하루 이틀 빼고는 집을 비우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전 아파트 주차장에서 철근을 마주치고 난 후, 불안감이 들었다. 이제 철근이 말한대로 정말 시작인가.
[여보세요]
아내 은지가 전화를 받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응! 자기 잘 지내? 심심하지?]
[아...아니에요. 괜찮아요. 식사는 잘 챙겨먹어요?]
남편의 몸을 걱정해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이런 아내를 두고 뭐 하는 짓인지 한숨을 내쉬고 만다. 하지만 아내가 다른 수컷에게 흥분하는 모습을 상상할 때 그 금지된 성욕은 억누를 수록 커졌다. 아예 한 편으론 아내도 지금처럼 남편만 알며 사는 것보다는 철근으로부터 섹스의 참맛을 느끼는 게 여자로서 행복이지 않을까 생각까지 하며 아내를 위한 길이라고 까지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아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남자에게 느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나를 흥분시켰다. 아내를 떠보았다.
[지난번에 우리 단지에서 철근이가 보이던데 이사 왔나.]
[아.... 그..글쎄요. 오빠 친구 소식이야 내가 알 턱이 있나요.]
[나야 지방 내려와서 연락할 일이 있겠어. 연락해본 지도 오래 되었는데.]
[그래요?]
아내가 반가워했다.
[왜? 뭔 일 있어?]
[아니요. 오빠 친구라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그 사람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자지까지 빨아준 마당에 무슨.... 아내의 발뺌이 내 애간장을 태웠다.
[아...그래? 하긴.... 당신이 좀 싫어하긴 하지. 그래서 물어봤어. 아파트 단지에서 혹시 봤나 해서. 그 녀석이 당신 또 뭐 귀찮게 하려나 걱정되서 말야.]
[무슨.... 당신 친구모임 아니면 볼 일도 없는데....]
[오빠야 말로 식사 잘 챙겨요.] 아내가 다급히 전화를 마무리했다.
[그래그래~ 그럼 또 전화할게.]
나는 전화를 끊자 아내가 너무 철근을 의식한다고 느껴졌다. 철근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어이! 오랜만이네. 그쪽 사업은 잘 되가지? 내가 팍팍 밀어줄게.]
[그래. 그건 고마운데, 지난번 레스토랑 이후 영 보고가 없어? 나한테 말해주면서 진행하기로 한거 잊지 않았겠지?]
[아하하. 은지 말야? 야.... 말도 마라. 나 아주 죽겠다. 하루에도 몇번씩 해달라고 달려드는 통에 거의 병원을 못나가요.]
나는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 했다. 단 한 번의 섹스로 어이없게 무너지는 여자였던가. 그렇게 남편과 가정이 아내에게 언제나 쉽게 버릴 수 있는 액세서리 같은 것이었던가.
[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나한테 말도 안하고 대체.]
[아하하. 미안미안. 그리고 한 번 뻥 쳐봤다. 놀라기는... 야~ 그 여자 절제력 하난 알아줘야 한다.]
나도 모르게 우쭐해졌다. 철근은 아내에게 꼭 외간남자와의 섹스가 금지된 것이 아니란 것만 이해시키면 되었다. 스와핑, 쓰리섬, 관전.... 아슬아슬한 금지어들은 나를 흥분시켰다. 철근민아커플과의 스와핑이라... 민아의 섹시한 입꼬리가 떠올랐다.
[그렇지? 어디까지 갔는데?]
[하하 그게 말야, 한 번 더 하긴 했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떻게? 말해봐. 영상 같은 건 없어?]
[그게 말이다. 일단 영상 같은 건 미안하지만 못 만들었고...설명하기 복잡한데,... 아 이건 아닌데 말야....]
철근이 뜸을 들였다. 나는 애가 타 설명을 재촉하였다.
[참 내. 네 와이프가 갑자기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한 번의 섹스 지금 할 거 아니면 아예 없던 일로 하라는 거야.]
[네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이라며?]
[아니 그거야 그랬지. 아... 원래 계획은 애태우고 애태우다 네 와이프가 원할 때 해주는 거였는데, 진료실로 들어온 네 와이프가 오죽 섹시해야 말이지. 보는 순간 못 참겠더라구. 그래서 그만 해버리고 말았지...]
[뭐야? 그 중요한 기회를 날린 거야?]
나는 허탈했다. 철근의 계획을 들었을 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마치 아내가 계약 이수를 위해 한 몸 던진 것이 된다면... 글쎄.... 정숙한 유부녀를 흔들기에는 부족해보였다.
[그러게 말이다. 아.... 생각만 해도 미쳐버리겠다. 게다가 네 와이프가 더이상 괴롭히지 않기로 서약하라길래 싸인까지 해줬지 모냐.]
나는 실망했다. 그저 아내에게는 철근은 지나가는 바람이 되어 버렸다. 혹시 더 무슨 일이 생기면 말해주라고 하곤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 허탈감이 밀려들어 씁쓸히 웃었다.
[그래...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게 좋은 걸 지도 몰라.]
나는 적어도 아내가 섹스의 맛을 느꼈으리라 생각했다. 적어도 나와의 잠자리가 더 화끈해지는 정도로는 발전하리라. 의욕적으로 벌인 엄청난 일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조짐이 보이자 생각이 복잡해졌다. 순간 전화가 울렸다.
[오빠, 뭐해? 나 철원 왔는데 잘 데가 마땅치 않아서 말야.]
민아였다. 나는 허겁지겁 방바닥을 닦고 굴러다니던 옷자락을 장롱 안으로 구겨넣어 치웠다. 외출 준비를 서둘리 끝낸 후 만나기로 한 다방으로 달려갔다. 가는 도중 약국에 들러 콘돔 하나를 샀다.
텅 빈 시골다방 한쪽 구석에 민아가 앉아 있었다. 기다란 어항과 화분들로 가려진 구석이라 남들의 시선이 가려지는 곳이었다. 민아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시원한 각선미를 뽐내며 다리를 꼬고 담배 하나를 물고 있었다. 반쯤 나가버린 형광등 때문에 다방 안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았고 오래된 갈색 소파들은 이미 그 색이 바랬다. 빨간 립스틱 사이에 물린 담배 연기가 그녀 주위로 퍼졌고 형광등의 불빛 아래 담배 연기가 실타래처럼 풀렸다.
현실 같지 않은 몸매의 그녀는 내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허상 같았다. 민아가 나를 알아보고는 팔짱을 풀지 않은 채 자신의 반대편 소파 쪽으로 턱을 들었다. 나는 반대편 소파에 얌전히 앉았다.
[저... 무슨 일로....]
[오빠 보러 왔지. 무슨 일로 왔겠어요?]
당돌한 말에 나는 당황했다
[하하.... 나도 민아씨 보고 싶었는데]
나는 갑자기 외간여자와 이런 말을 주고 받으려니 어색해 나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였다.
[후후. 오빠, 오빠는 바보 같긴 한데 그런 게 난 왠지 좋더라?]
[아하하....밥....밥은 먹었어요?]
자꾸 들이대는 민아에 기뻤지만 이렇게 들이대는 여자를 어떻게 받아야 할 지 모르겠었다. 원래 남자가 들이대면 여자가 못이기는 척 따라오는 거 아닌가? 기분은 이상했지만 이런 섹시한 여자가 나 좋다고 말하니 기분이 괜찮았다. 드러난 가슴골이 눈에 들어오자 침을 꼴깍 삼켰다. 민아가 말했다.
[밥은 무슨....]
민아의 뜨거운 혀가 내 입술로 밀려들었다.
[오빠. 대책 없이 심심한 남자는 아닌가 보네?]
입술을 떼던 민아가 내 주머니에서 콘돔을 꺼내 들어 보이더니 민아가 웃었다.
[어쩌나. 오늘 그날인데.]
내 아래가 뜨거운 그녀의 혀에 잠식되었다. 강인하게 빨아들이는 그녀의 입술과 부드럽게 감싸는 혀에 나는 손을 내려 그녀의 가슴을 쥐었다. 아내 은지보다는 작지만 단단한 볼륨이 느껴졌다. 다른 남자의 아내가 내 아래를 빨아주는 자태를 위에서 지켜보는 그 짜릿함이 엄청났다. 그것도 철근의 아내를.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녀의 입에 흠뻑 싸고 말았고 그녀는 끝까지 다 삼켰다.
[오빠 오래 참았나봐. 언니가 안 해줘? 호호. 그럼 난 갈게~]
[자고 안가?]
[호호호]
날풀되는 웃음을 허공 속에 뿌려놓고는 다방 밖으로 나가 고급 승용차에 몸을 실고 떠나버렸다.
-민철의 시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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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는 침대에서 몸을 겨우 일으켰다. 어젯밤의 일이 꿈 같았다. 엘레베이터에서 만나 흥분해버려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말을 뱉은 뒤 욕실에서 자위를 하던 것이 떠올랐다. 그후 어떻게 되었는 지 모르지만 철근이 자신을 가졌고 어쩌다 보니 이 침실로 와 섹스를 하였다.
옆에 흉물스런 물건을 내놓은 채 코를 골고 있는 철근이 보였고 반대편으로 침대 밑에는 결혼 사진액자가 깨져있었다. 옷을 대충 걸치고 철근을 이불로 덮었다. 꼭 그를 위해서가 아니다. 민철과의 부부만의 침실에서 외간남자가 벗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그녀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가 미웠다. 원래부터 싫은 인간형이었다. 처음부터 데이트를 신청하며 사귀자고 해서 이리 되었으면 오히려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반대로 윤지에게 접근했다. 몸을 먼저 취해버렸다.
첫번째 섹스 후에만 해도 그를 맹렬히 증오했다. 그러나 두번째가 이어진 지금, 그에 대한 마음은 복잡했다. 징그럽게만 느껴지던 그가 자꾸 익숙해져 가는 것이 두려웠다.
떨어져 깨진 웨딩사진 액자를 쓰레받이에 치웠다. 침실에 있는 결혼 사진을 모아 어두운 서랍 속에 넣고 서랍을 닫았다. 그리고 버릇처럼 능숙한 가정주부답게 여기저기 떨어져있는 옷가지들을 모았다. 자신의 옷은 빨래통에 넣었고 철근의 옷은 가지런히 개어 침대 밑에 두었다.
집을 나가려다가 문득 라면 한상자를 들고 집에 가던 그가 생각났다. 갑자기 측은해지는 건 뭐일까. 냉장고를 꺼내 있는 반찬으로 대충이라도 아침을 차리고 집을 나섰다. 아침에 그를 마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철근은 뒤늦게 일어나 샤워를 한 뒤, 깔끔히 정리된 옷을 입고 윤지가 차려놓은 아침을 먹었다. 찬이 많진 않지만 정갈히 차린 솜씨가 윤지의 단정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전부인 민아에게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과 포근함이 아침상에 물씬 풍겼다. 비록 침대에서 그에게 다리를 벌리고 보짓물을 쏟던 여자였지만 낮에는 현숙한 아내의 모습이 그녀의 모습이었다. 철근은 더욱 그녀를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기보다는 자신에게 중독시키는 쪽으로 가기로 했다. 그 편이 그가 잘하는 것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출근길이 왠지 다시 유부남이 된 것 같았다. 가정을 가진 평범하고 행복한 유부남 말이다.
다음날 민철은 윤지에게도, 철근에게도 전화를 하였다. 철근은 민철에게 솔직히 한 번 더 섹스를 했노라 말을 하였다. 그러나 그 과정은 거짓으로 꾸몄다. 이미 윤지를 더 괴롭히지 않기로 서약했다고.
[뭐야? 그 중요한 기회를 날린 거야?]
민철의 허탈한 말이 흘러나왔다. 민철은 그게 오히려 잘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후후....친구야. 미안하지만 이제부턴 비밀로 해야겠다. 이제 심심할 때부르던 민아도 필요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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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철근은 윤지의 집으로가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나야.]
잠시 대답이 없다가 문이 열렸고 수척해진 윤지가 보였다. 얼굴이 어두웠다.
[우리 얘기 좀 해요.]
철근은 이런 말이 질색이었다. 윤지가 할 말이야 뻔했다. 남편 있는 유부녀이다. 그만하자. 어쩌구저쩌구.
철근은 그대로 윤지를 뒤에서 안아올렸다.
[어맛! 철근씨 이거 놔요!]
[이거 왜 이래.]
침실에서 자지러지는 윤지의 신음 소리가 바로 이어진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다. 윤지의 애액이 침대의 이불을 가득 적실 때쯤 철근의 정액이 윤지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둘은 벌거 벗은 채 쓰러졌다.
윤지는 이불을 뒤집은 채 돌아누웠다.
[좋았나 본데? 이불이 다 젖었어?]
철근이 뒤에서 손을 뻗어 윤지의 젖가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윤지는 손을 빼지도 않았지만 아무말도 안했다.
[나 기다렸지?]
[....]
[후후. 아직도 앙탈이야? 그렇게 신음 해놓고는. 좋았어? 안좋았어?]
[.... 좋았어요..]
[하하하. 그래. 좋았지?]
[.....]
윤지는 아무 말 없이 몸을 일으켜 욕실로 갔다. 샤워를 하고 나온 그녀를 철근이 다시 덥치기를 두번 더 반복해서야 철근은 잠이 들었다. 윤지는 샤워기를 틀어놓고 쏟아지는 물에 몸을 맡겼다. 머리 속에 방금 섹스 장면이 떠올랐다.
[아아하앙앙!!! 여보!!! 좋아!!!!]
왜 섹스만 하면 철근에게 매달리는 지. 자꾸 그를 싫어하려 해도 그건 섹스를 하지 않는 동안뿐이었다. 섹스가 질펀해지면 마음의 빗장은 어느새 해제되고 철근에게 여보라 부르며 부둥켜 안았다.
그 후 일요일이 되도록 철근은 매일 저녁 퇴근 후 윤지의 집에 와 잤다. 저녁 7시가 되면 어김없이 그가 벨을 눌렀고 누가 볼까 윤지는 다급히 문을 열어 그를 불러들였다. 이젠 그가 바로 덮치려 해도 차려 놓은 저녁을 먹으라며 핑계거리 아닌 핑계를 대었고 그 사이 아래를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 비록 그에 대한 미움을 잃어버리지 않았지만 남자를 받아들이기 전 깨끗이 준비는 하고 싶은 게 여자 맘이다.
몸을 섞을 수록 사랑이 싹트는 것은 아니지만 증오심이 옅어져갔다..... 일요일 저녁, 침실은 더욱 더 불타올랐다. 윤지가 쏟아내는 애액 때문에 매일 빨아 새로 깔아놓은 이불이지만 그날은 더욱 빠르게 젖어갔다. 월요일이면 민철이 온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두 남녀는 이별 전 마지막 섹스를 하는 것처럼 힘을 내었다. 두차례 오르가즘이 지나가서야 둘은 멈추었다.
[오늘도 죽이던데?]
[......]
[언제 좀 내 말에 대답할거야? 무슨 이중인격자도 아니고 섹스 할 때랑 안할 때랑 뭐이리 달라.]
[...하잖아요.]
철근을 섹파로 받아들인 그녀였지만 이러한 윤지의 냉랭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섹스 도중에는 세상에 둘도 없는 서방님으로 모시는 듯 했지만 제 정신을 차린 윤지는 자신을 섹파 그 이상으로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마음 깊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까.... 고민에 빠졌다. 섹스 말고 다른 것이 필요했다. 그 순간 윤지가 입을 열었다.
[콘돔이라도 쓰면 안돼요? 이러다 덜컥 임신이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철근이 순간 싱긋 웃었다. 임신이라…... 민철의 아내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다면?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후후. 그럼 나랑 살면 되겠네.]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윤지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철근을 노려보았다. 윤지의 풍만한 가슴이 야릇한 침실 스탠드 빛 아래 흔들렸다. 철근은 윤지의 뽀얀 유방을 보자 아래가 다시 섰다. 철근은 몸을 일으켜 윤지를 뒤에서 안았다. 철근의 한 손은 그녀의 젖가슴을 한 손은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빠르게 넣었다.
[아.......]
윤지는 자신의 허벅지 사이 깊은 곳에서 다시 불꽃이 튀기기 시작하며 한 차례 홍수가 아래에서 쏟아질 것을 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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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일요일 밤 민철에게 온 전화는 윤지를 실망시켰다.
[어. 자기. 뭐해?]
[아...청소... 청소 하고..... 있었어요..]
[혼자 있는 집에 뭘 청소할 게 많다고 맨날 청소만 해]
[그래도.....아....자기 내일 .......내일 온다면서요...]
그의 흔적을 지우고자 윤지는 온갖 집안 구석구석을 닦고 쓸고 있었다. 민철은 못 간다고 하려니 더 미안한 상황이 되었다.
[미안한데.... 나 이번주에 못 갈 거 같아. 갑자기 기사장이 빵구난 거 좀 메워달라네.]
[….]
[윤지야 내말 듣고 있어?]
[……꼭 오빠가 가야해?]
윤지는 사정하듯 말했다. 다시 일주일이 이렇게 간다면 그 후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될 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 그게 좀....그렇긴 한데....]
[아니야. 어쩔 수 없죠. 마침 대학동창 모임이 있는 데 자기 오는 날이라 못 간다고 했었거든요. 거기 갔다 올게요.]
민철의 전화를 끊고 윤지는 생각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고 남편과 철근으로부터 떠나 휴식이 필요했다. 호텔에서 만났던 대학동기 정희의 독주회에 가기 위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원래 예술의 전당에서 하기로 했던 독주회가 갑자기 인천항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스폰서가 크게 들어오면서 3박4일의 크루즈 여행 컨셉으로 바뀌어 선상파티가 이어진 후 마지막 날 밤 독주회가 열리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초대권만 들고 가면 되었기에 도망가듯 윤지는 인천항으로 갔다. 한 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좋은 날이었다. 윤지는 오랜만에 나선 여행 같아 기분이 상쾌해졌다.
인천항 부두에는 커다란 고급 크루즈 선박이 사람들을 태우고 있었다. 정희의 남편이자 윤지의 대학시절 은사였던 김교수의 인맥 덕에 각계의 유력인사들이 커플을 이뤄 타고 있었다. 가정주부인 윤지의 눈에도 티비에서 자주 보던 인물도 있었고 대학 시절 선망하던 유명 음악계 거물들이 있었다. 그들의 화려한 옷차림에 비해 남편 출장용으로 사뒀던 낡은 캐리어를 끌고 나타난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어머 윤지 아니니?]
이미 음악계에서 자리 잡은 대학 동기들이 아는 척을 했다. 윤지는 순간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 진짜 오랜만이다. 피아노 그만두고 갑자기 뛰쳐나가서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데.]
[호호. 얘 결혼한다고 그만둔 거잖아. 남편이 얼마나 좋았길래! 하여튼 기집애 로맨틱하기는]
화려한 옷차림과 위풍당당한 남편들을 끌고 나타난 동기들의 수다를 그저 웃으며 받아줄 수 밖에.
[죄송하지만, 파트너 분은 없으신가요?]
윤지가 표를 내밀자 선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윤지의 동기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며 남편들과 팔짱을 낀 채 배로 올랐다. 그 사랑해서 피아노도 버리고 결혼한 남편님은 어디 계시냐는 듯한 시선들이었다.
[저.. 혼자 왔는데요.]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 초대권 뒷면에 2인으로 커플로만 입장 가능하다고 쓰여져 있는데……못보셨군요.]
먼저 타서 안 오냐는 식으로 뒤돌아 보는 대학동기들의 시선에 어디로든 숨고 싶었다.
[됐어요. 안 타면 될 거 아니에요.]
윤지는 신경질적으로 선원의 손에서 표를 뺏으려 했다. 그 순간 옆에서 자신의 어깨를 감쌌다.
[제가 남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