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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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비싼 워터파크 표를 얻게 된 민철은 아내에게 바로 전했고 윤지 역시 반색하며 좋아했다.마침 처가댁에서 애를 맡아 준다고 하여 오랜만에 둘만의 여행이 되었다. 주말이라 워터파크는 사람이 꽤 많았다. 아내는 애 낳고 하다 보니 처녀시절 입던 비키니는 버렸고 수영장에서나 입는 선수용 원피스수영복만 있었다.

[에이 그래도 그렇지. 오랜만에 워터파크 가는 데 그건 좀 그렇다]

[오빤 이게 멀 어때서 그래]

[그러지 말고 하나 예쁜 거 사줄게]

[안돼~ 지금 사봤자 작년 유행 지나간 거라 올해 여름에 입기 그렇단 말야. 게다가 이번 한번 입고 말건 데…… 비키니도 비싸 오빠]

비싸다며 극구 못 사게 하는 와이프 때문에 민철은 입맛만 다셨다. 그래도 오랜만에 아내가 비키니 입은 모습이 보고 싶다고 민철이 고집을 부리니 그럼 처제 수영복 빌려오겠다고 했다. 민철도 그 정도는 만족했다. 

민철은 윤지를 탈의실 밖에서 기다리며 다소 흥분되는 자신에 놀랐다. 윤지가 청순한 얼굴에 숨겨놓은 육감적인 몸매를 비키니로 겨우 가리고 나오는 것을 상상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뭇 남성들의 음탕한 눈길을 온몸에 받으며 걷는 것을 상상하자 짜릿한 흥분이 밀려왔다. 철근이 윤지의 사진을 찍었다거나 케이블카에서 추행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껴졌던 묘한 꼴림과 비슷했다. 아내가 외간남자와 바람 피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면서도 성적인 매력을 다른 남자들에게 풍기는 것에서 느껴지는 흥분은 색다른 것이었다. 아랫도리가 서지는 않았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기 여기야~]

하지만 워터파크에서 탈의실에서 나온 윤지를 보는 순간 민철은 실망한 표정이 대단했다. 

[왜? 안 예뻐?]

[아…아냐. 그게 뭐냐. 티셔츠로 다 가리고]

[이거 원피스야. 예쁘지?]

[다 가리고. 그게 무슨 비키니야.]

[안에 비키니 입었으니 비키니지. 메롱~]

아내는 혀를 삐쭉 내밀었다. 요새 비키니라고 팔면서 왜 가리는 것까지 파는 지 민철은 이해가 당췌 되지 않았다. 민철의 상상은 상상으로 끝나버렸다. 입맛을 다시는 민철이 재미있는 지 윤지가 팔짱을 끼고 웃으며 워터파크 내로 이끌었다. 늘어진 목 테두리 덕분에 드러난 윤지의 가슴골에만 만족할 수밖에.

겨울이라도 워터파크라 그런지 비키니를 입고 온 젊은 여자들이 많았다. 겨울에도 운동으로 몸매 관리를 단단히 해서 눈이 휘둥그래지는 여자들도 가끔 보였지만 아내에 비하면 너무 마르기만 했고 볼륨이 없었다. 그럴수록 민철은 윤지의 몸매를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한 무리의 이십대 중반쯤 되는 여자들이 깔깔대며 지나갔다. 모두 가슴이 전혀 없어서 절벽에 가까운 데에다 어색하게 뽕으로 커버해서 가슴이 이상했다. 민철 눈에는 살집이 붙어도 배 나온 아줌마들 몸매 보는 게 더 나을 듯 했다. 윤지도 그녀들을 유심히 보더니 한마디 했다.

[자기 나랑 결혼 안 했음 저런 절벽이랑 결혼해서 평생 울면서 지냈을 걸~]

민철은 오랜만에 떠올랐다. 연애 시절부터 민철은 아내가 가슴이 큰 게 너무 좋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한번은 크게 싸워서 헤어지자고 홧김에 민철이 내뱉고 돌아선 일이 있었다.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는 큰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떨어뜨리며 거리 한복판에서 민철 등에 대고 소리쳤다.

[오빳! 나 버리고 가면 나중에 가슴 절벽인 여자 만나서 평생 후회하며 살 거야]

순간 민철은 풋 하며 웃어버렸고 윤지는 민철의 가슴팍을 앙증맞은 손으로 때리며 난 심각한 데 왜 웃냐며 엉엉 울었다. 헤어질 위기를 그렇게 다행히 넘겼고 윤지와 민철은 결혼하여 민철은 아내의 귀여운 저주를 피할 수 있었다.

순간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민철아~]

굵은 저음의 바리톤 음색이 수영장에 울렸다. 철근이었다. 야간 근무는 환자가 별로 없어서 진료실 안에 아예 헬스기구를 가져다 놓고 운동하는 그였다. 한겨울임에도 구리빛 근육질 갑바를 내밀고 아내 허리 둘레만한 허벅지 사이로 달라붙는 붉은 색 삼각 수영팬티를 입고 계단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한 걸음 내려올 때마다 달라붙은 수영복 위로 돌출된 묵직한 것이 흔들렸다. 민철은 남자가 보기에도 좀 민망해서 눈길을 돌리자 아내가 보였다. 계단 위에서 내려오는 철근의 눈빛은 지배자처럼 아내를 내려다보았고, 아내는 포로마냥 얼어붙었다. 

순간 아내의 눈빛에 민철은 익숙한 장면이 떠올랐다. 어제 검사실에서 철근의 양복바지 위로 솟아오른 남성을 곁눈질하던 그 여자의 눈빛이. 

윤지는 자신이 케이블카에서 느꼈던 묵직함을 드러내는 철근의 삼각팬티에 놀랐다. 무엇보다 그것이 흔들릴 때마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에 자신이 더욱 놀랐다. 

[어이쿠 제수씨도 같이 오셨네요]

철근의 목소리에 윤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민망한 복장을 한 남자를 보고 있던 자신을 깨달았다. 민망함에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고 눈을 어디에 두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고개를 푹 숙여 인사를 했다.

[아…안녕하세요. 과장님]

순간 철근의 눈에 윤지의 원피스가 내려가면서 윗도리 아래로 윤지의 둥그런 젖가슴이 보였다. 비키니가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위로 뽀얀 젖무덤이 윤지가 고개를 황급히 숙이자 출렁거렸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철근은 아랫도리가 묵직해짐을 느꼈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어색한 세 남녀의 만남 와중에 제일 흥분한 것은 민철이었다. 아내의 눈빛. 검사실에서 본 민아의 뇌새적인 눈빛과는 달리 놀라움이 주된 것이었지만 그 흔들리는 잔잔한 눈동자의 떨림은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윤지가 인사를 하는 순간 민철의 눈에도 윤지의 젖가슴이 드러나는 것이 보였고 그것을 탐욕스럽게 바라보는 철근을 보면서 순진하기만 했던 아내가 색정적 향기를 뿜는 것 같아 꼴리고 말았던 것이다. 민철이야 말로 흥분하여 아랫도리가 발딱 서기 시작했다. 삼각팬티는 아니지만 수영복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한 아랫도리를 억제할 방법이 없었다.

[아 여기서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음료수나 마실까]

민철은 워터파크 내 간이 카페로 이 둘을 보내고 자신은 화장실로 달려갔다. 거기서 찬물을 아래 들이부어야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 와중.

[민철이 녀석 급했나보네. 윤지씨 저기 카페에 저희 일행도 있는데 같이 가시죠]

윤지의 대답도 듣지 않고 손을 덥썩 잡더니 윤지를 카페로 데려갔다. 남편보다 더 크고 억센 손에 손목이 잡힌 윤지는 당황해서 종종걸음으로 철근을 좇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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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감사합니다.민철이 곧 나와 카페로 가니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 와중에 윤지와 철근이 앉아있는 테이블이 보였다. 

보일 듯 말 듯한 비키니 위로 짧은 원피스를 입고 하얀 각선미를 드러내며 불편하고 웃고 있는 윤지와 같은 테이블에 철근과 다른 두 남자가 앉아있었다. 한 명은 배가 불룩하게 나온 중년의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훤칠한 젊은 남자였다. 중년의 남성은 약간 백발이 감도는 머리를 2:8 가르마를 하고 살찐 뱃살아래로 너무 끼는 듯한 삼각 팬티를 입고 있었다. 기름진 얼굴이지만 어딘가 인상이 상스러워 보이는 남자였다. 

다른 한 명은 철근이처럼 우락부락하지는 않지만 단단한 근육질의 남자였고 웃음이 서글서글하였다. 세 남자 모두 달라붙는 삼각 수영팬티를 입고 의자에 기대 앉아 다리를 벌리고 아내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대충 봐도 젊은 남자는 철근이보다 크면 크지 결코 뒤지지 않는 사이즈라는 것을 뽐내고 있었고 중년 남성은 비만으로 배에 가려버려 보이지 보이지 않았지만 쩍벌 자세는 같았다. 아내는 세 남자 사이에 앉아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서 민철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둘 중 한 명은 민철에게 아는 사람이었다. 한 명은 우리 아파트 경비실 권씨였다. 윤지가 결혼 후 아이 낳기 전 잠시 다니던 회사에서 권부장이었고 민혁 부부와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가끔 지나가면서 보곤 했다. 회사에서 무능하기 짝이 없는 데다 거만한 성격의 그를 윤지는 너무도 싫어했다. 

[으 오늘 그 권퇘지가 말야.]

아내 회사생활의 스트레스 주범인 그는 아내가 회사를 출산으로 떠난 후 회사에서 잘렸다. 무능했기에 당연한 결과였고 그 후 우리 아파트 경비로 취직하여 이젠 권씨 또는 아저씨로 주민 사이에 불리고 있다. 여전히 오만하고 기름진 표정의 기분나쁜 남자였다. 

다른 젊은 남자는 민혁 부부와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철근과 헬스장 같이 다니는 한진수라는 청년이었다. 둘은 매우 친해서 철근이네 집에 왕왕 놀러가서 같이 놀기도 하는 거의 의형제 수준이었다. 다문 입새가 강단 있어보였지만 검은 눈동자 속에 속을 알 수 없는 깊이가 있었다. 

아이스 커피와 주스를 시켜놓고 얘기를 하였다. 그 세 남자는 뭐가 좋은 지 연신 신나서 싱글거렸고 철근은 연신 나머지 둘에게 내가 얼마나 좋은 부인을 둔 행운아인지를 설명했다. 

[윤지씨 각선미가 정말 대단하세요. 아이 가진 유부녀라고 누가 믿겠어요.]

[그럼 그럼, 미스리가 회사에서도 얼마나 인기있었는데]

윤지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외간 남자 셋이서 자신의 다리를 언급하자 수영장임에도 허벅지가 다 드러나 있는 원피스 차림이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런 부인 두어 좋겠다. 민철아. 성격도 얼마나 좋으시고. 여기 워터파크에 윤지씨만한 몸매 가진 여자가 없을걸. 특히 허벅지 라인은 말야 예술이세요.]

철근은 계속 윤지의 몸매며 다리 등 신체부위를 돌아가면서 찝어가며 설명하였고 윤지는 어쩔 줄 몰랐다. 케이블카 사건도 있는 마당에 남편 앞에서 철근이 계속 윤지의 몸매를 칭찬하니 좌불안석이었다. 

민철은 아내가 불편해 보였다. 그러나 아내가 비록 원피스를 위에 입었지만 허벅지까지 다 드러내놓고 나체에 가까운 외간 남자 셋 사이에 앉아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질투심과 흥분을 느꼈다. 왠지 이 상황을 더 지속해보고 싶어졌다. 

[난 배고픈데 밥이라도 먹어야겠다. 자기 잠깐만]

민철은 아내를 두고 카운터로 가서 식사를 시켰다. 그러면서 아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윤지는 이야기가 계속 각선미로 흐르자 드러나 있는 허벅지가 신경쓰였다. 얘기를 듣는 척 하며 연신 원피스를 당겨 허벅지를 가리려 했지만 오히려 그 탓에 원피스가 끌려 내려가 버렸다. 

‘쿠쿠 그래. 내가 원하는 바지. 이 년아 이 오빠에게 가슴 좀 보여줘봐라. 만져보기만 했지 직접 보여주진 않았잖아?’

철근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민철의 눈치를 살폈다. 민철은 주문하는 척하며 이쪽을 바라보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철근도 민철이 이 상황을 알지만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철근은 실수인척 하며 주스를 윤지 허벅지로 흘렸다.

[앗 이거 어쩌죠]

철근이 윤지 허벅지를 닦아주려 했지만 윤지는 재빨리 휴지를 뽑아 자신이 닦았다.

[괜찮아요]

이제 더욱 허벅지를 가려야겠다는 생각이 든 윤지는 더욱 원피스자락을 끌어당겨 허벅지를 덮어버렸다. 

아차. 민철의 처제는 윤지와 자매이지만 몸매가 정반대이다. 볼륨이 전혀 없다시피 하다. 게다가 풀컵도 아니고 동남아 해변가에서 선탠할 때 입겠다고 샀다는 천쪼가리 같은 비키니였다. 윤지의 가슴을 가려주기에는 비키니가 너무 작았다.

원피스 안으로 비키니가 차마 못가려준 속살이 하얗게 드러났다. 작은 천쪼가리는 윤지의 가슴을 가려주기는커녕 겨우 받쳐주고 있는 정도였고 하얀 유방이 흘러나와 그 테두리는 이미 노출된 상태였다. 얇은 천이라 도드라진 젖꼭지의 윤곽으로 인해 오히려 다 벗은 것보다 더 야하디 야하였다. 윤지의 어깨선부터 내려오는 곡선이 젖가슴으로 이어져 둥글게 아랫가슴 곡선을 만들고 있었다. 허벅지를 가리느냐 움찔할 때마다 드러난 젖가슴이 흔들렸다. 

‘역시 이 년 젖탱이 죽이네. 크크’

철근은 입맛을 다시며 윤지의 가슴을 멍하니 보고 있었고 권씨 마찬가지였다. 세 남자의 사타구니에서 불룩한 기둥들이 서기 시작했다. 철근은 싱글거리며 그 상황을 즐겼고 오히려 다리를 벌려 윤지가 그의 것을 바라봐주길 원하였다. 윤지는 자신의 허벅지 가리는 데에 여전히 정신이 팔려 다행히 주변 남자들의 서버린 기둥들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민철은 보다가 수위가 안되겠다 싶어 얼른 식사를 들고 껴들었다. 

[야 여기 밥 맛있는데. 자기도 먹을래? 철근아 너도 먹어봐. 맛있다.]

어색하게 민철은 화제를 돌리며 밥을 먹었고 윤지는 자신의 가슴에 벌어진 상황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황급히 가슴을 가린 윤지는 너무 수치스러워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렸다. 온 몸이 달아오르고 열기가 느껴졌다. 수치심에 그렇다고 여겼지만 음흉한 외간 남자들의 시선에 달아올랐다는 게 당황스러웠다. 

‘아 왜 이렇게 열이 오르지.’

윤지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갑자기 수영을 하겠다고 나섰다. 물 속에 들어가면 벗어날 수 있으리라. 윤지 손에 이끌린 민철은 수영장으로 급히 뛰어들었다. 

“청벙”

물소리가 요란하게 워터파크 내에 울렸다.

민철은 곧 윤지를 따라 나섰지만 밥 먹자마자 수영을 하니 소화가 안되었다. 윤지를 아예 데리고 집에 가려고 했지만 윤지는 왜 인지 몰라도 좀더 수영할 테니 카페에서 쉬라고 하였다. 

사실 윤지의 원피스는 물에 젖으면 투명해져 안이 비치는 소재였다. 사실 남편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려고 했던 윤지로서는 이 상황에서 나갔다간 카페의 남자들과 마주쳐야 하기에 그들이 다른 곳에 한눈 팔 때를 기다려 샤워장으로 뛰어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윤지씨 혼자 심심하시죠 제가 같이 놀아드릴까요]

갑자기 뒤에서 철근이 나타났다. 

[아 아니에요. 저 나갈 참이었어요]

윤지의 가슴까지 오는 물이 찰랑 거리며 물 위로 드러난 윤지의 가슴골이 철근에 눈에 들어왔다. 머리카락이 물에 젖은 윤지의 하얀 피부 위에 물방울이 방울방울 맺히다 흘러내리면 가슴골로 흘러갔다.

‘음…. 저 물방울 맛을 보고 싶군’

철근은 다시 한번 아래가 묵직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러지 말고 물놀이라도 같이 하자고 졸랐다. 혼자 수영하다보니 남편의 시야에서 벗어난 곳까지 와서 민철도 보이지 않았다. 윤지는 안되겠다 싶은지 돌아서서 수영장 밖으로 나가고자 잠영하였다. 비치는 옷이 보이더라도 이 공간에서 나가는 게 나을 듯 했다. 그 순간,

[어푸 어푸]

준비 운동 없이 갑자기 들어와 버린 탓에 윤지의 다리에 쥐가 나고 말았다. 잠영 중 갑자기 난 쥐 탓에 깊지 않은 물이었지만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윤지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때 억센 팔이 윤지의 허리를 감싸더니 물가로 끌어당겼다. 

[괜찮으세요?]

철근이 물가로 윤지를 안아 놓았다. 물을 마셔 기침을 연신 하던 이내 윤지는 정신을 차렸다. 

[괘..괜찮아요. 고마워요 철근씨.]

[하하 이제야 과장이라고 안 부르시네. 일어설 수 있겠어요?]

[네]

철근의 부축에 괜찮다고 애써 거절한 윤지가 일어서려 했지만 쥐가 풀리지 않아 다시 털썩 앉아버리고 말았다. 

[이거 쥐가 안 풀렸네. 잠깐만요. 실례할게요]

[아 괘…괜찮은데…]

철근은 윤지의 종아리를 잡고 작은 발을 번쩍 들었다. 윤지는 다리가 들리자 뒤로 상체가 넘어갔다. 

[아아…..]

축구선수들이 쥐가 나면 풀듯이 능숙한 솜씨로 다리를 든 철근은 발목을 직각으로 꺽고 자신은 무릎을 꿇은 뒤 윤지의 발바닥을 자신의 배에 가져다 대었다. 윤지는 철근의 근육질 배에 발에 닿자 근육질 배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느낌이 다리를 통해 젼해졌다. 그리고는 철근은 윤지의 하얀 종아리를 자신의 다리로 받치고 큰지막한 두 손으로 천천히 주물렀다. 

[아…아….]

[조금만 참아요 제가 이래 봐도 의사에요. 가만히 있어야 빨리 풀립니다.]

윤지는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징그럽게 다리 쩍 벌리고 자신을 희롱하던 남자가 의사라며 심각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집중하고 있으니. 케이블카에서 추행하더니 갑자기 나타나서 피아노를 고치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희희거리며 수영장에서 난잡해보이더니 이젠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진지하게 자신의 다리를 돌보고 있는 남자.

윤지는 그런 철근을 올려다 보았다. 가벼운 남자가 진지함을 보일 때 오히려 여자들은 원래 진지한 사람보다 더 신뢰감을 갖기 마련이다. 그게 여자의 알 수 없는 이중적 본능이다. 평소 티비에서 징그러워 보였던 남자들의 배의 왕자나 허벅지의 삼두근육이 발과 종아리로 느껴지자 그리 나쁘지 않았다. 살덩이리들 같던 것들은 생각보다 단단했고 꿈틀거리는 힘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두툼한 손은 또 생각보다 부드러운 손놀림을 보여주었다. 다소 거친 손바닥이 느껴졌지만 단지 힘으로만 억세게 누르는 것이 아니라, 윤지의 부드러운 종아리를 강하게 누르다가도 얇은 발목부터 종아리로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여자와 남자가 살을 맞닿았다는 것은 언제나 엄청난 영향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서먹한 사이도 뜨거운 사이로 만들고 미운 사이도 친한 사이로 만든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합심을 위해 체육대회를 하며 손을 맞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뛴다. 

윤지는 철근의 마사지에 쥐가 서서히 풀리면서 시원한 느낌도 들고 다리로부터 전해지는 따뜻한 손의 느낌과 근육의 딱딱함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며 기분이 좋아 철근의 손이 허벅지까지 주무르기까지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윤지는 이제 징그러웠던 수영팬티의 불룩한 모양이 단단한 허벅지와 배의 근육 중간에서 제법 늠름하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징그러움이 가시자 여자로서의 호기심이 돌면서 그 안이 궁금해지기 까지 했다. 지난번에 추행 당했을 때 느꼈던 그 묵직함과 단단함. 그리고 그 거대함이 떠오르자 가슴이 두근거렸고 떨렸다. 그녀 앞에 드러난 그의 단단한 몸이 집약되어 있는 상징이 눈 앞에 있다. 윤지는 자신도 모르게 해버린 음란한 상상에 고개를 돌려 딴 곳을 바라보고 말았다. 

수영장이래도 남녀가 옷을 벗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것은 이토록 그 두 사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작지만 결정적인 것들을 변화시켰다.

철근은 처음에는 윤지가 물에 빠져 자신도 너무 놀라 쥐를 풀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 발목을 잡아 종아리를 쓸어올리는 순간 윤지의 다리를 따라 안에 그녀의 수영팬티가 보였다. 하얀 허벅지 사이로 주황빛 수영팬티는 양 끝에 가느다란 끈으로 매듭이 지어있었고 다리 사이에는 윤지의 통통한 보짓살이 둔덕을 이루며 올라와 있었다. 철근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었고 윤지의 다리를 좌우로 천천히 마시지 하듯이 움직였다. 그러자 팬티가 펴졌다 접히면서 팽팽했던 팬티가 다소 헐거워졌다가 접혀 들었다. 그러자 윤지의 보짓살 사이로 천이 패이면서 도끼 자국이 드러났다. 천쪼가리 하나로 가려진 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윤지의 음부가 물방울 맺힌 하얀 허벅지 사이로 더욱 철근을 유혹하였다.

‘으……빨고 싶군……’

게다가 젖혀진 원피스를 따라 위로 시선을 힐끗 올리자 물에 젖은 윤지가 그의 몸을 감상하고 있었고, 원피스는 물에 젖어 그 안이 훤히 보였다. 주황색 비키니 상의가 드러났고 물에 젖어 몸에 붙어 버린 원피스는 그녀의 볼륨감을 아찔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오히려 다 벗은 것보다 물에 젖어 안이 비치는 모습이 철근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했다. 철근의 시선이 윤지의 아래에서 위로 향했다. 잘록한 허리. 그리고 주황빛 비키니가 겨우 가리고 있는 윤지의 가슴. 그리고 패드없는 천 비키니인 탓에 유두가 도드라지면서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빨고 싶었다. 탐하고 싶었다. 

철근은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를 굴렸다. 이 하늘이 준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발기하는 것을 스스로 억제하며 부드럽게 허벅지로 나아갔다. 윤지는 부끄러운 지 철근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딴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철근은 윤지의 허벅지를 마사지 하는 듯 주무르다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윤지는 아이들 웃음 소리와 사람들 환호로 울리고 있는 수영장 실내가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철근의 거친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까칠함이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전달되었다. 

철근은 이제 윤지의 허벅지 안쪽까지 손을 뻗었다. 원피스 사이로 드러난 윤지의 주황색 수영팬티, 그리고 거기에 드러난 도끼자국이 바로 철근의 손 지척에 있다. 그러나 그는 서둘지 않았다. 더욱 조심스럽게 손톱으로 긁기도 하고 강하게 누르다 온 손바닥으로 천천히 지압을 하고는 마지막으로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그런 다음 조금씩 전진하였다. 

철근은 아무 말 없이 작업에 집중하였다. 둘에게 수영장에 울리는 소음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오로지 자신의 손 가까이 까지 온 그녀의 허벅지 사이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철근의 손이 안으로 들어올 수록 윤지는 자신도 모르게 딴 곳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말았다. 허벅지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이 온 몸을 휘돌았고 뜨거워졌다. 그 뜨겁고 찌릿한 느낌은 철근이 허벅지 안쪽으로 들어올수록 더욱 축적되면서 조금씩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윤지는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쭉 피며 상체를 뒤로 더욱 젖혔다. 밀려오는 느낌에 자연스레.

철근은 윤지의 몸에 힘이 들어가자 이미 쥐가 풀렸다는 것을 알았다. 쥐가 풀린 것은 물론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는 것의 의미도 알고 있었다. 좀더 살을 밀착하기 위해 윤지의 종아리를 옆구리에 아예 끼더니 두 팔로 윤지의 다리를 휘감았다. 

철근의 두터운 손가락 끝이 이제 주황빛 수영팬티 테두리를 스쳤다. 윤지의 허벅지 사이는 따뜻했고 그녀의 가장 안쪽 살은 아기살처럼 보드라웠다. 살살 간지럽히자 윤지는 허벅지 안쪽 은밀한 곳 지척에서 그의 거친 손가락이 느껴졌다. 온 몸에 드는 긴장과 신선한 그 느낌에 윤지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그런데 그곳을 심혈을 기울여, 이젠 아예 애무하던 철근의 손이 쭉 하고 더 이상 전진 하지 않고 무릎 쪽으로 쭉 빠졌다. 

윤지는 자기도 모르게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몸 속에 짜릿한 느낌이 휘돌다 갈 곳을 잃고 어지럽게 흩어지려 했다. 온 몸의 신경이 허벅지 사이로 집중되어 흐르자 윤지는 자신의 소중한 곳이 간지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그 순간 철근의 손이 빠르게 허벅지 안쪽으로 향했다. 그에 맞추어 윤지의 몸도 부풀며 힘이 들어갔고 철근의 손가락이 도끼 자국 정중앙, 도톰한 보짓살 사이를 아주 찰나 터치했다. 윤지는 흩어지던 그 느낌이 순간 다리 사이 그곳으로 모이며 뭔가 터질 듯한 느낌에 온 몸이 잔잔하게 전율했다. 철근은 윤지의 허리가 다소 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철근의 손은 야속하게도 더 이상 과감한 행동 없이 깊은 곳에서 멀어져 허벅지 안쪽을 맴돌 뿐이었다. 윤지는 한편으로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들었다. 철근은 윤지가 흥분했다는 것을 알고 그녀에 대한 자신감이 들었다. 윤지를 길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이 많은 데에서 결정적 한 골을 넣지 않을 것이라면 볼 주변에서 골키퍼에게 찰 것처럼 맴돌며 자신의 느낌을 전달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이제 다리가 풀린 것 같네요]

철근은 짐짓 지금까지 줄곧 다리를 풀어주기 위해 시술을 했다는 듯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윤지의 다리를 풀어주고 일어났다. 

윤지는 그때야 수영장에 가득 차서 울리는 소음이 귀에 들어왔고 여기가 어디고 자신이 누군지. 그리고 이 앞의 남자가 누군지 깨달았다. 

[아……아 네 감……감사합니다. 철근씨.]

무덤덤한 철근의 표정을 보며 철근에게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들었다. 

[이제 괜찮아요?]

[아……네 철근씨. 미안……아니 고마워요.]

[네 이제 가죠. 물에 젖어 덜덜 떠는 거 보니 춥나 보네]

철근이 주변에 있던 큰 타월로 민망함과 당혹감에 떨고 있는 윤지를 앉아주듯이 둘러싸주었다. 철근이 둘러주는 포근한 타월로 감싸지자 수영장 내내 이어지던 긴장감이 풀렸다. 

수영장 건너편에서 그 둘을 바라보는 민철의 수영복 앞섬이 불룩해졌다가 진정되었다. 철근의 부축을 받아 타월에 몸을 싣고 사워실로 가는 윤지의 모습을 보며 그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민철은 수영장에서 줄곧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배가 아프다고 한 건 사실 핑계였다. 그 정도야 화장실 잠깐 다녀오면 될 것이지만, 아내와 물놀이를 하다 보니 아내의 원피스가 물에 젖으면 안이 다 비친다는 것을 알았다. 왠지 그 세 남자 사이에 그 모습으로 앉혀보고 싶었다. 거친 숫컷들 사이에 물에 젖은 아내의 비키니 차림. 상상만 해도 그 야릇하고 금지된 장면에 흥분되었다. 

‘그래, 보여주기만 하지 뭐. 부러워서 죽으려고 하겠지 뭔 일 있겠어.’

민철은 화장실에 다녀와 카페로 갔다. 여기에 있으면 아내가 물에 젖은 채로 오리라 생각하고. 그러나 거기에는 권씨와 진구 둘이서 밥을 먹고 있을 뿐 철근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불안한 생각에 수영장에 뛰어가보니 아내와 철근이 옥신각신 이야기 하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내는 나가려 하고 철근은 붙잡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윤지가 잠영을 하여 벗어나려 하였고 갑자기 쥐가 났는지 물에 빠져버렸다. 놀란 민철 뛰어가려다 말고 물에 젖은 아내를 양팔에 안고 나가는 철근의 힘찬 뒷모습에 잠시 그대로 있어보기로 했다. 그 뒤로 일어난 일은 민철에게 충격적이었다. 저 둘은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밖에서 제3자가 본 그 둘의 모습은 애무에 가까웠고 윤지는 눈을 감고 있었다. 민철은 분노 속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할 수 없었다. 

‘왜 내가 흥분했지? 마누라가 다른 남자랑 붙어먹기를 바라는 건가.’

집에 오는 내내 민철은 고민해봐도 사랑하는 아내가 다른 남자로 떠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아내가 마음은 아니래도 몸을 다른 남자들에게 개방하는 여자가 된다면? 야릇한 흥분을 느꼈다. 소라넷에 아내 나체 사진을 스스로 올려버렸던 것. 그리고 그런 아내를 탐하는 남자들의 리플을 보며 느낀 흥분. 민철은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깨달았다. 

한편 윤지는 그 후 며칠간 비슷한 꿈을 꾸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 어떤 남자가 팬티만 입은 채 자신에게 다가왔고 자신의 다리를 주물러주었다. 시원함과 동시에 다소 몸이 뜨거워졌다. 그녀의 눈에 남자의 단단한 가슴과 어깨 근육이 다리를 주무를 때마다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탄탄한 허벅지에서 힘이 느껴졌고 그 사이에 팽팽한 수영팬티에는 불룩한 형체가 묵직해 보였다. 윤지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남자는 윤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았는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뜨거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상하게도 얼굴은 여전히 검은 어둠 속에 있고 그녀를 태워버릴 듯한 강렬한 야성의 눈빛만이 얼굴에 떠올랐다. 

그 눈빛은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이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고 사춘기 소녀마냥 윤지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남자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크고 억센 팔이 자신을 당기며 그의 단단한 품 속에 싸이자 심장이 마구 뛰었다. 

그 순간에 항상 그녀는 꿈에서 깼다. 

땀에 촉촉하게 젖은 머리결을 쓸어 넘기며 몸을 일으키니 남편이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머리 속에는 텅 빈 것처럼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내 그녀는 무릎을 당겨 웅크려 앉아 턱을 무릎에 받힌 채 조용히 어두운 침실에 오래도록 앉아있었다. 

다음날 윤지는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났다. 잠을 뒤척여 피곤했지만 앞치마 끈을 질끈 묶어 메고 아침 준비를 하였다. 평소 아침을 잘 먹지 않는 남편의 버릇 탓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빵이나 죽 같은 것을 준비했지만 그녀는 우선 냉장고를 열어 고기와 아채를 가득 꺼내놓았다. 

[따각따각따각]

도마를 치는 소리가 단단히 울렸다. 얼마 후 하품을 하며 일어난 민철은 식탁을 보고 놀랐다.

[내 남편 건강은 부인이 챙겨야죠. 다 안 먹으면 못나가요.]

불고기에 고기국, 그리고 각종 나물 반찬과 식탁 위에서도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 민철은 결혼기념일 등 각종 기념일들을 머리 속에서 되새기며 혹여 자신이 까먹고 있었던 기념일이 오늘이었는지 의심하였다. 

윤지는 민철을 내보낸 후 아이도 친정에 부탁하여 맡겨놓았다. 청소기를 꺼내 들고 집안 대청소를 시작했다. 화장실 청소도 하고 두꺼운 겨울 이불도 봄 이불로 바꾸며 빨래를 돌렸다. 무거운 이불까지 널자 다소 온 몸이 쑤셨지만 몸과 마음이 시원했다. 

깨끗해진 집안을 돌아보다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깔끔한 집안에 대비되면서 윤지는 자기 옷차림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풋….이 아줌마가 바람이 났나. 이상한 꿈이나 꾸고.]

그녀 역시 대한민국의 보통 주부였다. 음악을 전공시킬 정도로 유복한 가정에서 큰 그녀는 잠옷까지도 예쁜 슬립으로 골라 입곤 했지만 결혼 후 빡빡한 남편 월급을 아껴 가계를 꾸리느냐 정작 자기 옷만 못 사입는 그런 여자였다. 남편이 입던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시장에서 산 싸구려 츄리닝을 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질끈 노란 고무줄로 묶은 자신이 웃겼다 

윤지의 맑은 눈에 갑자기 눈물 방울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입술을 다물고 화장대 앞에 섰다. 너저분한 옷들을 벗어 빨래통에 던지고는 살색의 무늬 없는 속옷도 모두 벗어 던졌다. 고무줄로 묶였던 머리도 풀어 헤치자 거울 속에 전라로 선 한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풀어헤친 검은 머리에 깨끗한 피부와 아름다운 볼륨. 그리고 다리 사이에 소중한 것을 감추고 있는 검은 삼각주까지. 그 여자는 섹시해 보였다. 

거울 속의 자신을 감상하던 윤지는 갑자기 뒤를 돌아 속옷 장을 뒤졌지만 모두 낡거나 하얀색, 또는 살색이 주였다. 그러던 중 비닐포장 속 속옷 세트 하나를 꺼내었다. 결혼할 때 첫날밤에 쓰라며 결혼 전에 다니던 회사의 남자 직원들이 능글맞게 웃으며 사준 속옷이었지만 안 입고 구석에 넣고 꺼내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속옷을 입으면 왠지 그 남자 직원들의 웃음이 생각나 한번도 쓰지 않았다.

윤지는 붉은 색 브래지어의 훅을 잠그자 약간 숨이 막혔다. 화려한 무늬가 수놓은 가슴부분은 반컵인데다 그녀의 사이즈보다 한 치수 작아 브래지어 위로 풍만한 가슴이 눌려 부풀었고 유두의 가장자리가 살짝 드러났다. 항상 조신하게 블라우스만 입던 여직원이었던 그녀의 사이즈를 그들은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세트인 팬티도 올려 입자 엉덩이가 끈 팬티인 것에 놀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부분은 잘 가리고 있었지만 레이스 아래로 거뭇한 그녀의 거웃이 비쳐 보였다. 

[이거 너무 야한데……]

그녀는 약간 망설였지만 거울 속의 자신을 앞뒤로 돌려보니 자극적인 자신의 모습에 다른 사람 같아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꼈다. 무엇보다 속옷 모델 같은 자신의 모습이 예뻤다. 

그녀는 옷장을 뒤졌지만, 새옷은 남편이 기념일에 입으라며 사준 검은 색 원피스였다. 몸에 달라붙는 데다 짧아 허벅지도 다 드러났고 가슴골도 약간 보이는. 한번 입어보고 도저히 입고 나갈 자신이 없어 옷장에 넣어둔 옷. 그녀는 그 옷을 들고 한참 망설였다.

[에이.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 무엇보다 하이힐도 핸드백도 어울리는 게 없는 판에.]

그녀는 그 옷을 다시 제자리에 두고 회사 다닐 때 입던 정장 투피스를 꺼내 입었다. 오랜만에 몸에 감기는 옷을 입자 약간 불편했다. 검은 색 단화를 신고 근처 미용실에 들러 머리와 화장을 하고 나서자 영락없이 대학교 졸업반의 여대생이었다. 미용실에서 며칠 전 동네로 이사 왔다는 창백한 여자와 인사를 나눈 뒤 신촌으로 향했다. 

따듯해진 봄날의 햇살을 느끼며 신촌에 내렸다. 자신이 다닐 때처럼 이대 앞은 싱그러운 여대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까페에 들어서자 윤지는 다소 움츠러들었지만 사실 움츠러든 건 주변의 다른 여자들이었다. 뭔가 아직 여자로서 어색하고 어린 자신들에 비해 성숙하고 완성된 여성미가 윤지에게서 흘러나왔다. 동안인 탓에 대학 졸업반 정도로 보였고 그녀들은 질투를 느끼면서 졸업할 때쯤에는 저런 여자가 되리라 마음 먹었다. 

그러나 윤지는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집안에서 아기 키우며 외출도 제대로 못한지가 오래인데다 이런 스타킹에 치마도 몸에 잘 안 맞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정작 학교 주변에 나왔지만 그 새 친구들은 다들 아줌마가 되어 어디론가 떠났다. 아는 이 없는 카페에 덩그러니 앉아 지나가는 대학생들 구경으로 추억을 뒤질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윤지의 테이블에 어느 고급 갈색 정장의 사나이가 앉았다. 윤지는 여기서 아는 사람을 만나자 당황하여 인사하였다.

[아 안녕하세요. 철근씨]

여행이나 수영장에서만 보다가 정장을 갖춰 입은 철근은 그날 처음 보았다. 처음에 윤지는 같은 사람인지 헷갈렸다. 그 동안의 일이 떠오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리라.

[아 날씨 좋네요. 오늘 여기 의대에서 실습강의가 있어서 가는 길이에요. 얼마 전부터 외부강사 일을 하거든요. 윤지씨는 여기 어쩐 일이세요?]

[전….그냥 나왔어요.]

강의하러 왔다는 철근에게 윤지는 자신이 그저 남편 출근시키고 놀러 나오는 한심한 아줌마 같이 보일까 봐 부끄러워 말 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 

[놀러나오셨구나? 부끄러워하시긴. 하하하.]

[아…아니에요. 그냥 여기 서점에서 뭐 살게 있어서..]

여자 마음이란…. 만나기 싫은 남자한테도 못나 보이긴 싫은 법이다.

[어이쿠 얼굴이 빨개지셨네. 사람이 이런 날씨에 어떻게 집에만 있습니까? 이런 날씨에 일하러 가는 저 같은 사람이 멍충이죠. 하하하]

철근이 털털하게 웃자 윤지는 그새 마음이 약간 편해짐을 느꼈다. 철근은 웃으며 윤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새로 한 웨이브 머리가 더욱 그녀를 성숙하게 보이게 했지만 동안인 얼굴에선 여전히 청순한 싱그러움이 보였다. 정장 투피스 아래로 그녀의 날씬한 종아리가 보이자 수영장 일이 생각나 아래가 불끈 하였다. 

철근은 그 날 수영장에서 나오자 마자 자주 가는 룸으로 달려갔다. 갑자기 낮에 들이닥친 이 VIP는 실장에게 자주 찾던 여자를 놔두고 그 룸에 가능한 여자들 프로필을 모두 요구하였다. 철근은 뭔가 찾는 강렬한 눈으로 종이를 넘기다 글래머의 한 여성을 지목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날 철근 한 손님을 받았을 뿐인데 며칠 동안 일을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철근은 가슴만 큰 여자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뒤로 돌리고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로 자지를 밀어넣으며 윤지의 뒤태를 떠올렸다. 그녀가 신음을 하면 어떤 소리를 낼까.

그저 그동안의 습관으로 민철의 부인에게 껄떡대었지만 수영장에서 비치는 원피스 아래로 그녀의 몸을 보는 순간 꼭 가져보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거렸다. 그러던 중 신촌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그녀를 보곤 갓길에 대충 차를 세운 뒤 카페로 좇아 들어온 것이다. 

철근은 비키니 차림의 그녀가 머리 속에 떠올랐지만 앞에 단아하게 앉은 여대생 같은 그녀에게 그 이미지를 오버랩하자 남자로서 호기심이 일었다. 좋은 날씨와 최근 화제가 되는 드라마 이야기 등 잡담을 건네던 철근이 민철과 철근의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까지 떠들자 윤지는 재미있는 듯 웃으며 들었다.

[그래서 윤지씨는 이제 뭐 하시려구요? 책 사셨나 보네. 베토벤? 쇼팽? 악보 사셨구나. 아, 피아노 치셨다고 했죠?]

[네. 집에만 있다 보니 연습도 안하고. 지난번에 이사할 때 악보집 무겁다고 다 버렸더니 집에 남은 게 얼마 없더라구요. 여기 오니까 옛날 생각도 나서 피아노 다시 쳐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서점에 갔더니 악보 고르는…… 들고 있는 책을 보니까 이대 음대 다니는 여학생이던데. 학생 시절 저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여기서 산 악보집으로 졸업 연주회도 하고 그랬는데 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냥 덥석 샀는데…… 그렇다고 이대 연습실에 가서 칠 수도 없고. 갈 데가 마땅치 않아 앉아있었어요. 집에 가서 쳐봐야겠어요. 아…… 재미없으시죠? 별 얘기를 다하네요. 

아…… 강의가신댔죠? 이러다 늦으시겠어요. 전 신경 쓰지 마시고 일 보세요.]

그동안 듣고만 있던 윤지가 악보 이야기가 나오자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말했다. 속마음을 잘 꺼내놓지 않는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조잘거리자 당황해서 말 끝을 수습했다. 그녀 자신은 정작 몰랐지만, 수영장 일로 철근을 더욱 꺼리게 되면서도, 한편으로 철근에게 쌓았던 마음의 벽이 꽤 무너진 것이다. 어쨌든 살을 맞닿았던 남녀 사이 아닌가.

[아녜요. 제가 피아노 고쳐드리고 들은 피아노 연주는 제가 들은 베토벤 중 최고였습니다. 오히려 제가 돈을 드리고 와야 하나 싶었다니까요.]

[ㅎㅎ 말도 안되는 칭찬은 실례에요.]

철근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했다.

[어 문조교. 난데. 내가 오늘 강의에 못 갈 것 같아. 알아서 땜빵 좀 해줘]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은 철근은 윤지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철근은 윤지의 손을 잡고 학교 안으로 달려갔다. 멈춰선 곳은 공연 벽보게시판이었다. 

[저…저기 손 좀….]

윤지는 영문도 모르는 채 따라 달리다가 멈추자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깨닫고 얼른 뺐다. 달려서 그런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흠…… 이게 좋겠네. 따라와요 어서.]

철근이 데려간 곳은 학교 내 중앙 공연장이었다. 윤지도 기억하는 유명한 클래식 동아리에서 공연을 한다는 포스터가 공연장 문에 빼곡히 붙어있었다. 철근은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조용히 따라오라고 신호를 보냈다. 둘은 공연장 뒤로 돌아가 출연자 대기실까지 갔다. 대기실의 문패를 일일이 읽던 철근이 한 방의 문을 빼꼼 열더니 안을 훔쳐보았다. 윤지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철근씨. 뭐 하는 거에요. 공연 보자는 거면 전 괜찮아요. 집에 갈….철근씨! 어딜 들어가욧!]

윤지가 말릴 틈도 없이 철근이 대기실 안으로 쑥 들어갔다.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윤지는 복도 끝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어쩔 수 없이 철근을 따라 방 안으로 숨었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그런지 윤지가 연주회를 하던 시절 대기실에 비해 안이 넓었다. 향긋한 여자 향수 내음과 한쪽에 화장대가 있고 그 옆에 드레스 한 벌이 걸려있었다. 여자 출연자 대기실인 듯싶었다. 안에 딸려있는 샤워실 및 화장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철근씨. 어서 나가요.]

철근은 윤지의 말을 무시하고 샤워실 문고리에 옆에 있던 빗자루를 끼워 넣었다. 

[아가씬 잠시 쉬고 있고~]

[철근씨 빨리 나가자니 까요.]

[윤지씨 연주해보고 싶다면서요. 마침 오늘 공연이 베토벤 월광소나타 더라구요. 이름 없는 외부 연주자라 어차피 스텝들도 얼굴 몰라요.]

[네? 미쳤어요. 얼굴을 못 알아본다 쳐도 피아노 제대로 친 지가 언제인데요.]

[하하 어차피 대학 동아리 공연 아닙니까. 오는 사람도 친구 공연 보러 온 대학생들이라 수준 잘 안 따질거에요. 그날 보더니 잘 치던데. 자 봐요. 드레스도 딱 잘 어울리겠네.]

윤지는 철근이 자신의 몸에 붉은색 드레스를 갖다 대자 가슴이 설렜다. 무대라…… 두근거렸지만여전히 자신은 없었다. 

[그러니까 윤지씨가…… 어디 보자…… 아, 정다연! 정다연이란 피아니스트인 겁니다. 아 마침 여기 졸업생이네. 윤지씨랑 같군요.]

윤지는 그 이름이 기억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오빠가 윤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사사건건 윤지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던 과동기 정다연. 그 오빠의 고백을 윤지가 단칼에 거절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더욱 악랄하게 그녀 뒤로 그녀에 대한 헛소문들을 퍼트렸다. 걸레라느니…하면서. 소문에 결혼을 못하고 계속 피아니스트를 한다고 들었다. 

[쿵!쿵!] 밖에서 잠긴 샤워장 안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잠겼나... 이봐요. 누구 없어요? 여기 사람 갇혔어요!]

신경질적인 그 목소리가 기억났다. 윤지가 대답했다.

[좋아요. 그 옷 이리 주세요.]

윤지는 붉은 드레스를 손에 들었다. 철근보고 나가 있으라고 하려 했지만 이미 밖에 스텝들이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녀 방밖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자…잠깐 뒤돌아 계세요. 옷 갈아입을게요.]

철근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뒤로 돌아섰다. 

[훔쳐보면 안 되요. 눈감고 있어요.]

등 뒤에서 정장 자켓을 벗는 소리가 들리고 

[지르륵….]

이어 치마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근은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당연히 느꼈지만 침만 꿀꺽 삼켰다. 이 상황에서 일을 섣부르게 하여 일을 칠 순 없었다. 

[스르륵….]

치마가 윤지의 다리를 타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스타킹이 윤지의 다리 맨살을 따라 내려가며, 세상에서 제일 흥분시키는 소리가 철근의 귀에 들렸다.

‘이거 볼 방법이 없나’

[쿵!쿵! 정다연씨 다다음 차례입니다. 준비되셨습니까!]

밖에서 어떤 남자목소리가 들리며 문고리가 휙 돌아갔다. 

[자..잠깐만요!] 

[철근씨 문 좀 잠궈주세요] 윤지가 다급하게 외쳤다.

철근은 문으로 달려가 문고리를 잡고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밖에 전하였다. 잠금장치가 없어 문고리를 단단히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방 구조 상 문이 꺽여 있다보니 철근은 곁눈질로 윤지를 볼 수 있었다.

뒤로 돌아있는 윤지는 이제 막 마지막 겉옷인 하얀 블라우스를 벗었다. 

‘저…저거 끈팬티 아냐. 흐흐흐 역시 속으로 슬슬 발정이 나기 시작했군’

윤지의 잘록한 허리 아래에서 굽이치는 곡선을 만드는 아름다운 엉덩이가 숨막히게 했다. 그리고 그 엉덩이 골 속으로 붉은색 끈팬티가 들어가 엉덩이를 철근 쪽으로 완전히 노출하고 있었다. 웨이브진 머리가 한쪽 어깨로 모아 앞으로 쓸어 넘기자 그녀의 뒤태가 가녀린 어깨부터 환한 빛 아래 드러났다. 

윤지는 철근이 훔쳐보는 걸 모르는 지 허리를 굽혀 떨어져있는 스타킹과 치마를 주웠다. 그녀는 하얀 엉덩이를 철근에게 내밀며 숙였고 엉덩이 사이로 들어간 붉은색 끈팬티가 보였다. 완전한 끈이 아니라 그 속까지는 보이진 않았지만 끈팬티의 아래 끝에는 윤지의 통통한 둔덕이 중앙에 다소 패이면서 붉은색 팬티 안으로 실루엣을 드러냈다. 

‘아 저 속옷 좀 벗으면 안되나……’

윤지는 걸어놓은 드레스를 집어 들어 펼쳐 보았다. 오픈숄더로 가슴 근처에서부터 아래로 길게 떨어지는 드레스였다. 윤지는 드레스를 한 쪽에 고이 놔둔 후 브레지어 훅을 풀었다. 다소 작은 사이즈였기에 브래지어가 용수철 튀어 오르듯 풀려버렸다. 

철근은 방금 전 단아한 정장을 입고 무릎을 단정히 모은 채 이야기를 듣던 그 여대생 같던 여자가 지금 농염한 뒤태를 단지 끈 팬티 하나로 가리고 서 있는 저 여인이 맞는 지 헷갈렸다. 

드레스를 입고자 양 팔을 올리자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로 유방의 옆태가 둥글게 보였다. 

‘아 미치겠네. 또 섰네. 이거.’

그러나 곧 드레스가 내려오면서 그녀의 나신에 붉은 커튼이 내려치는 것처럼 가려졌다. 철근은 바로 고개를 돌려 안 본 척 하였다.

[저…… 죄송하지만 뒤에 지퍼 좀 올려주실래요?]

윤지가 망설이며 작게 말을 꺼냈다. 철근은 뒤돌아 선 윤지 뒤에 서서 지퍼의 아래 끝을 잡았다. 드레스 지퍼 끝에 붉은 끈팬티의 윗자락이 드러나있었다. 윤지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철근이 뒤에서 끝을 잡고 지퍼를 바로 올리지 않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윽고 철근이 지퍼를 올렸다.

[속옷도 드레스와 잘 어울리네요.]

철근이 윤지의 등 뒤에서 낮게 말하였다. 윤지는 부끄러웠지만 그 말이 징그럽진 않았다. 그리고 철근이 붉은 하이힐을 들고 그녀의 작은 발을 잡아 신기자 두근거렸다.

정말 철근의 말대로 스텝들은 공연 준비에 정신이 없어 그녀가 자신들이 부른 연주자가 맞는지 확인도 안하고 무대로 떠밀었다. 윤지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무대의 스포트라이트에 눈이 부시는 순간 과거 촉망 받던 피아티스트 이윤지가 되었다. 우아하게 웨이브지는 풍성한 머리결이 흔들렸고 관객들은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정신이 팔렸다. 그러나 이내 남자들은 하얗고 가녀린 어깨선 아래 드러난 그녀의 풍만한 볼륨의 가슴골에 시선을 뺏겨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허리 라인은 단단했고 늘씬한 실루엣을 유지하였다. 윤지는 얼떨결에 피아노에 앉아 연주를 마치자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들렸다. 동아리 공연인 지라 관객이 많진 않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듣는 그 소리에 윤지의 뺨에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르 흘렀다. 

[윤지씨 뛰어!!!!!]

갑자기 철근이 무대 위로 뛰어오르더니 윤지의 손을 잡고 달렸다. 철근의 뒤에서 성난 스텝들이 좇아왔다. 하이힐에 긴 치마가 걸려 윤지가 넘어지자 철근은 아예 윤지를 안아 들고 뛰기 시작했다. 

막 내리기 시작한 봄비 속으로 공연장을 빠져 나와 달리던 철근은 옆 건물 청소도구함 안으로 윤지를 끌어당겨 숨었다. 

윤지는 철근이 억센 팔로 끌어 품 속으로 당기는 순간 자신의 꿈이 떠올랐다. 꿈처럼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이 현실에서는 그의 물에 젖은 목덜미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남자 향수의 향이 그녀의 코에 풍겼다. 안이 워낙 좁고 어두운 터라 철근이 뭘하고 있는 지 모르겠었다. 단지 그녀의 팔에 느껴지는 철근의 단단한 근육이 수영장의 그를 떠올리게 했다. 윤지는 자신의 심장소리만 가득해졌고 밖에서 그들을 찾는 스텝들의 외침이 들리지 않았다. 

철근은 어둠 속에서 밖을 살피면서도 자신의 몸에 그녀의 젖가슴 끝이 닿는 것을 느꼈다. 브래지어를 안 해서 젖꼭지의 끝이 톡! 하고 그의 몸에 닿았다. 윤지는 젖꼭지에서 짜릿함을 느꼈고 당황하여 바로 몸을 뒤로 빼 떨어졌다. 윤지가 뒤로 몸을 빼자 청소함 문이 툭 열렸다. 철근이 바로 문을 닫고 윤지의 등을 잡아 당겼다. 

[흡…]

윤지는 철근의 가슴에 부딪히자 숨을 내뱉었다. 윤지의 가슴이 철근의 가슴팍에 뭉개졌다. 방금의자극으로 단단해진 젖꼭지가 철근의 단단한 가슴팍에 느껴졌다. 브래지어도 안 한 그녀의 풍만한 유방이 얇은 드레스 천과 물에 젖은 와이셔츠 사이로 눌리며 뭉클한 감촉을 그대로 전하였다. 

눌려버린 젖가슴에서 올라오는 자극을 피하고자 윤지가 다소 몸을 이러저리 틀어보려 애썼지만 그것은 오히려 여자가 자신의 젖을 남자의 가슴팍에 놓고 이리저리 희롱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두 남녀 모두에게 자극이 되어 돌아왔다. 

철근의 아랫도리가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철근은 이번엔 단단해지는 아랫도리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아랫도리가 부풀어 오라 정장바지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필 공연용 높은 하이힐 때문에 윤지의 다리 높이가 철근과 맞았다. 점점 단단해지면서 윤지의 다리 사이에 닿았음을 느꼈다. 

가뜩이나 단단해진 젖꼭지에서 끈임없이 밀려오는 자극을 어찌하지 못하던 윤지는 묵직한 물건이 닿자 정신이 갑자기 아득해졌다. 수영장에서 찰나로 느꼈던 짜릿한 감각이 그녀의 음부에서 날카롭게 올라왔다. 그리고 그 때처럼 순간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물건은 점점 커지면서 위로 서기 시작했다. 윤지는 얇은 천 사이로 그의 물건이 자신의 꽃잎 아래 회음부에서 계곡을 따라 밀어가며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었다. 윤지에게 오롯이 자신의 보지를 따라 단단해져가는 철근의 기둥만이 느껴졌다. 윤지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판단할 게재가 안되었고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씩 철근의 자지가 서면서 올라가다 잠시 뭔가에 걸렸다. 윤지의 동굴 입구였다. 철근의 귀두 끝이 천 사이로 그녀의 보지 구멍을 입구에서 눌러댔다. 윤지는 비를 맞았지만 팬티까지 젖지 않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끈팬티는 젖어들기 시작했다. 

철근은 윤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자지가 걸린 곳이 정확히 어딘 지 그는 알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윤지의 숨소리가 다소 거칠어 진 것이 들렸다. 

윤지는 커지면서 계속 밀어붙이는 철근의 귀두 끝이 보지 입구를 문대자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보지에서 올라오는 짜릿함은 날카로움을 넘어 광폭하게 온 몸의 세포를 깨웠다. 점점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자연스레 철근에게 더욱 기대게 되었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철근의 자지 쪽으로 체중을 실게 되자 자연스레 여자가 자신의 아래를 남자의 상징에 대고 밀고 있는 형상이 되었다. 비록 천으로 가로 막혔지만 윤지는 자신의 꽃잎 사이 구멍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느낌은 윤지로 하여금 상황판단을 불가능하게 하였고 윤지의 본능이 눈을 살며시 떴다.

윤지는 자기도 모르게 허리에 힘을 조금씩 주기 시작했다. 들어올 듯 말 듯 밀고 있는 그 육중한 기둥을 넣고 싶은 본능이 여자의 몸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팬티는 축축하게 젖어 허벅지에서 미끌거림이 느껴졌다. 

철근은 미약하게나마 자신의 자지를 향해 윤지가 보지를 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그는 싱긋 웃었다. 팔 한쪽을 내려 자신의 자지를 위로 톡 쳐주었다. 

[하….]

윤지는 자신의 아래로 들어올 것 같던 그것이 위로 튕겨지자 긴장이 풀리며 멈추었던 숨을 내쉬었다. 온 몸에 들어갔던 힘이 풀리면서 아찔한 자극이 아쉽게 사라진 것에 그녀의 아랫도리는 짜릿하면서 갈구했다. 

그러나 바로 튕겨 올라온 기둥은 구멍 위를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자 윤지의 몸에 조금씩 다시 힘이 들어갔다. 조금씩 꽃잎 사이를 긁으며 올라갈수록 어둠 속에서 윤지의 입술을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근의 기둥이 이번엔 작은 돌기에 그 끝이 걸린다. 그 순간.

[아흑…]

철근은 작지만 어둠 속에서 그녀의 신음소리를 확실히 들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음란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음핵에 철근의 기둥이 걸렸던 것이고 더 강력한 열기가 아래에서 터져나와 그녀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것이다.

철근이라는 남자에게 바치는 여자로서의 첫 신음. 

그 순간 철근은 붙잡고 있던 끈을 놓아버렸다. 자지가 돌기를 지나 위로 튕겨 그녀의 아랫도리에서 벗어났다. 드레스 사이로 손을 쑥 넣었다. 위로 바로 올려 그녀의 팬티 옆끈을 손에 움켜쥐었다. 드레스 속은 뜨거웠고 엄지 쪽으로 미끌거리는 애액이 느껴졌다. 절대 빗물이 아니다.

[아…안되욧!!!]

윤지가 마지막 이성의 끈을 잡으면 외쳤다. 아래서 올라오는 자극이 잠시 멈춘 틈에 철근이 팬티를 잡아 내리려 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나 남자의 억센 힘을 그녀가 막기 역부족이었다. 팬티가 무릎까지 내려갔다. 그녀는 청소함 문을 뒷발로 걷어찼다. 

[텅그렁 탱탱탱….]

각종 청소도구들이 바닥에 나뒹굴며 큰 소리를 내었다. 이미 공연스텝들은 사라진 상태였지만 지금 막 끝난 강의에서 몰려나온 여대생들이 고개를 일제히 돌렸다. 

[어머!]

비에 젖은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남자가 그 안에서 부둥켜 안고 있었고 붉은 드레스가 말려 올라가 여자는 하얀 허벅지를 다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손 끝에 잡힌 여자의 붉은 끈팬티가 여자의 무릎에 걸려있었다. 

[짝!]

윤지가 철근의 뺨을 손바닥으로 매섭게 쳤다. 그리곤 옷을 내리고선 벌개진 얼굴로 그 자리에서 뛰어나갔다. 

여대생들 무리는 상황 파악을 하고 고개를 돌리다가도 곁눈질로 철근을 쳐다보았다. 철근은 싱긋 하고 윙크를 그녀들에게 날렸다. 그리고 떨어진 그녀의 하이힐을 집어 양쪽으로 갈라진 여대생들 사이로 유유히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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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이미 엊그제 밤에 써놓은 게 있었지만 어제 곰곰히 생각해보니 영 아니어서 오늘 다 뒤엎어버려 늦어졌네요. 연말이라 한가했는데 갑자기 회사일도 몰리고. ^^;; 조금씩 천천히 올려도 신중히 플롯 흔들리지 않게 올리려 하니 양해부탁드립니다.민철은 일을 조금 빨리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집에 빨리 가고 싶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시동을 껐다. 차창 밖으로 황급히 뛰어가는 한 여자가 보였다. 

붉은 긴 드레스를 입고 다소 헝클어진 웨이브 머리를 한 여자가 민철을 뒤로 하고 뛰어가고 있었다. 공연장에서나 입는 그런 드레스를 입고 아파트 단지 내를 맨발로 뛰어가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풍만한 힙라인에 눈길이 가는 순간 민철은 침을 삼켰다. 

코너를 도는 순간 민철은 아연실색했다. 웨이브 머리 안으로 드러난 여자는 그의 아내 윤지였던 것이다. 가슴골이 완전히 드러난 드레스를 입었는데 옷 매무새를 만질 정신이 없었는지 젖가슴근처로 내려가 있었다. 뛸 때마다 출렁거리는 것이 안에 브래지어 따위는 없어보였다. 

[701호! 택배 있어요!]

경비실에서 갑자기 권씨가 윤지를 불러세웠다. 택배를 내밀자 윤지는 권씨의 노골적인 시선을 느끼고 가슴을 한 손으로 가리며 택배를 받았다. 

민철은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차 안에 앉아있었다. 

민철은 바로 철근에게 전화를 걸었다.

[설마 벌써 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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