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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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글을 읽은 나는 멍해졌다.

겨우 피아노 고쳐주었다고 용서했다고? 철근이 잘못한 거라고 애써 생각하려 해도 아내는 피해자라고 생각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겨우 피아노 고쳐준 걸로 용서할 일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어젯밤 격렬했던 섹스 역시 내가 아니라 철근을 상상하며 박힌 건 아닌가. 처음 본 아내의 모습이 당시에는 아름다웠지만 이젠 신음 하나하나가, 표정 하나하나가, 젖어가던 아내의 보지마저도 의심스러웠다. 

가만. 여행 내내 펜션으로 돌아올 때까지 화장실에 가지 못했다고? 산에 화장실이 없어서 그랬지만 그렇다고 그 팬티를 어떻게 입고 내 곁에 있었단 말인가. 

철근의 말이 사실이라면 집에 오는 내내 아내는 철근의 정액과 자신의 보짓물로 범벅이 된 팬티를 더럽게도 입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랬다. 철근이 산에 오르던 아내의 뒷모습을 도찰한 것도 그냥 꼴려서 찍은 게 아니라 아내를 맛본 뒤 기념으로 찍은 것이다.

다소 음란하고 육덕진 엉덩이를 흔들며 올라간 사진이라 여겼다. 왠일로 아내에게서 색다른 모습이 있다고 여겼을 뿐이었다. 그 사진 속 청바지 안에는 외간 남자의 정액을 듬뿍 받고 그 뜨거운 느낌을 속살로 느끼며 올라가던 것이었다

아내의 뒷모습에서 흘러 나와 나마저 아내인지 헷갈릴 정도 흥분시켰던 색기의 정체는 외간 남자의 자지에서 뿜어나온 정액을 가득 팬티 안에 머금고 있는, 음란한 아내의 본 모습이었다.

그날로 연차를 줄줄이 내고 집에 들어 누웠다. 끙끙 앓다가 저녁이면 술 마시기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앓는 나를 속도 모르는 아내는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간호했다. 

그렇게 다른 놈 자지가 고프면서 뭐 하는 짓이냐고? 더러운 년이라고 욕하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회사에 다시 나가긴 했지만 아내를 멀리 할 수밖에 없었다. 냉랭한 내 태도에 아내는 원인도 모른 채 속상해 했고 부부관계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렇게 2-3주가 지나고 또 술 마시러 호프집에 혼자 앉아 있는데 누가 앞에 와서 앉았다. 철근이었다.

[야 임마 네 와이프가 걱정돼서 병원에 전화했더라고. 병원에 무슨 일 있냐고. 천사 같은 부인 두고 이게 뭔 꼴이냐.]

[이 자식이!]

술에 취한 나는 주먹을 내질렀지만 허공을 가르고 만다. 

[야야 때리는 건 좀 깨서 제대로 때려. 네가 때리는 만큼 맞아줄 테니까.]

[이 자식이 어디라고 나타나!]

[야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네 부인이 나랑 바람을 폈냐 나를 사랑한다고 딴 살림을 차렸냐? 아니잖아. 그날 하루 그저 우연히 그렇게 된 사고였어. 그렇다고 널 사랑하지 않냐? 그건 아니지. 너한테 얼마나 잘하냐. 이 녀석이 아직도 여자를 모르네.]

[웃기고 있네. 그 년이나 네 놈이나 미친 년놈들이야.]

[참 네. 속이 밴댕이 만한 남편 났네. 케이블카에서는 처음에는 너로 착각했나보더라. 남편이라 생각하고 윤지씨 같은 여자가 얼마나 잘해주고 싶었겠냐? 호응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흥분했고. 나중에 남편이 아니란 건 알았지만 나도 그렇고 네 와이프도 흥분한 상태라 제 정신이 아니었잖냐. 

자의는 아니지만 정신 놓고 즐긴 거고. 그 뿐이잖아. 

그리고 그 때 너희 하는 거 보니까 네 와이프가 너 진짜 사랑하는 거 같더라. 내가 도와준 건 테크닉뿐이지. 그날 나도 부러울 정도로 금슬이 좋던데. 그런 와이프가 너로 착각해서 실수 한번 했다고 이렇게 못난 짓 할거냐. 너나 나나 네 와이프도 이제 다 큰 성인인데, 잊고 지나갈 건 잊고 지나가자.]

이 녀석은 이런 얘기만 시작하면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로 변하나 보다. 굳이 틀린 말은 아니다. 어린 이십대부터 열 남자 마다하고 지금까지 나만 바라보며 살아와준 여자다. 나를 사랑하는 거와 욕망을 푸는 건 다를지 모른다.

[너와 한 가정 꾸리고 애기 키우고 같이 늙어가고. 그래 결혼이지. 하지만 너무 배고프면 남의 빵이라도 훔쳐먹게 되는 게 인간 본성이고 화장실이 너무 급하면 고속도로 한복판에서라도 내려 주변 수풀 속에서라도 노상방뇨 해야지 어떻게 해. 섹스도 그렇지. 하고 싶은 데 안되면 어쩌나. 

남의 빵이라도 집히면 먹어야지. 그동안 너희 부부가 제대로 된 섹스를 못해서 너도 그렇고 네 와이프도 쌓인게 많아서 실수한 거라 생각해. 내가 이제 가르쳐줬으니 잘 해보라구.]

말을 듣다 보니 제대로 안 해준 내 탓인가 란 생각도 들고, 아내만 타박한 나도 잘못인 것 같고. 이 녀석의 궤변 아닌 궤변 속에 나는 설득 당하고 있었다. 

[야 빨리 정신 차리고 집에 들어가. ]

사건의 주범에게 오히려 위로를 받은 나는 집에 들어와 오랜만에 푹 잤다.

철근이의 말에 수긍하고 보니 갑자기 머리가 산뜻했다. 적군이 주는 음식을 못 먹겠다며 장기간 단식을 하던 포로에게 입을 벌려 억지로 고기를 물려주면, 그 상황에서 뱉어버릴 의지를 가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지를 갖도록 강요하는 게 어쩌면 더 비인간적일 것이다. 

내가 아내를 고프게 해서 그런 것인가. 그렇다면 이제 내가 잘해주고 사랑해주면 될 일이다. 오히려 아내가 석녀가 아니라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여자라는 걸 깨달았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철근에게 고마운 기분마저 들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자 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 할 수 있었고 돌아온 남편을 아내는 여전히 속도 모르고 반겨 맞아주었다.

나는 아내와 다시 사랑스런 부부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나만 지금처럼 노력하면

그러나 윤지는 민철이 돌아오는 사이 큰 사건은 없었지만 스스로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후….]

민철이 그날밤 섹스를 질펀히 한 날로부터 며칠 후,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윤지는 화장대에서 화장을 하다 혼자든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는 생각이 많은 법. 

그 생각의 하나는, 지금껏 비밀 없이 신뢰하던 부부 사이에 생겨버린 윤지의 잊고 싶은 비밀이었다. 케이블카에서 남편인줄 알고 호응했던 자신이 너무 미웠다. 스스로 애써 실수라 여기려 노력했지만 문득문득 집에 혼자 있을 때 그 기억은 잊혀지지 않고 다시 떠올랐다. 

<크크크….여보야….완전 홍수났네…>

저질스러운 기억만 더욱 선명히 남았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후…]

여자의 한숨이 더 깊어졌다. 윤지에게 철근의 일은 꺼림직한 일이었지만 간혹 떠올라 스스로 당황스러울 뿐 그게 그녀에게 아직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녀에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남편 민철이었다. 사실 윤지 역시 야릇한 섹스 이후 갑자기 차가워진 남편에 놀랐다. 윤지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여행에서 철근과의 일로 남편 보는 게 한동안 편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비록 많은 남자들이 대쉬했지만 이십대부터 남자는 남편 하나였고 부부 사이 서로 숨기는 것 없이 신뢰하는 사이였다. 윤지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누가 그 사진을 들이밀어도 일단 남편에게 전화해서 물어볼 여자이다. 그만큼 윤지는 남편을 믿고 사랑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만의 부끄러운 비밀이 생겨버렸다. 부부 사이에 숨겨야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그녀는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남편에게 안기기도 해보고 다소 적극적으로 침대에서 키스도 해보았다. 

[으음…내가 피곤해서. 나 티비 좀 보다 잘게. 먼저 자.]

윤지가 그럴수록 민철은 차가운 말만 남긴 채 냉랭히 침대를 털고 일어났고 거실에서 혼자 티비 보며 밤새곤 했다. 뭔가 자신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을 지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눈빛은 멍하였다. 그런 남편을 보다 보면 오싹해지기도 했다. 남편의 사랑이 식은 것 같아 낮에 혼자 집을 지키다가 혼자 엉엉 울기도 자주 했다. 

[얘, 너희 남편 바람난 거아냐?]

친구들과 얘기해보았지만 다들 바람피는 걸 의심했다. 그러나 윤지는 민철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바람피울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그날 밤 처음으로 섹스란 것이 좋은 것이라고 느끼게 해준 남편과의 그날밤, 남편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자기도 모르게 적극적으로 창녀처럼 좋아한 것이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남편은 정숙하고 단아한 아내의 모습이 좋다고 언제나 말해왔다. 그래서 윤지에게 남편과의 섹스에서 간혹 느낌이 올 때가 있더라도 그 느낌을 떨치고자 노력해왔다. 최대한 가만히 남편 아래 다소곳이 누워있으려고 노력했고 다행히 남편의 삽입은 아래가 찢어질 것 같이 아프기만 했지 친구들이 말하는 것처럼 흥분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윤지에게 철근과 자신도 모르게 추잡한 짓을 즐겼던 것은 남편으로 착각한 것이라고 자위하려 해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러던 중 자신도 모르게 그날 남편의 애무와 섹스에 미친 년처럼 반응하고 말았다. 게다가 윤지는 섹스 중에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남편이 철근을 윤지에게 추궁했던 것이 기억났다. 남편에게 철근이 말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다 철근을 떠올리냐고 묻는 데도 정색하지 못하고 오히려 흥분한 자신에게 화가 났다. 왜 두 번이나 실수를 했는지. 윤지도 그날밤 자신에게 놀랐다. 

그렇다고 윤지는 남편에게 실토하고 잘못을 빌 수도 없었다. 남편이 모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섹스 중에 철근과 하고 싶냐고 물었던 것 같지만 사실 제정신에 남편이 그런 걸 물어볼 리도 없고 정신이 없던 차라 잘못 들은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철근과 바람을 핀 것도 아닌, 케이블카에서 그 사건 하나로 남편의 신뢰에 금을 가게 할 수 는 없는 노릇이었다. 

남편의 눈치만 보던 윤지에게 어느 날 누군가와 술을 진탕 마시고 온 남편이 갑자기 나를 껴안고 사랑한다고 미안한다고 자꾸 반복했다. 그러더니 다음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윤지에게 지극정성으로 잘하기 시작했다. 

[자기야 하루 종일 집안일 하냐 힘들었을 텐데 무슨 아침 준비야. 비켜봐]

남편 출근 준비를 위해 아침을 하고 있던 윤지를 제치고 민철이 아침을 만들었다. 

[어…내가 해주려는데……….. 자기야… 근데 요새….]

[아냐 우리 부인이 항상 밥 해주는 데 가끔은 내가 해주고 싶어. 근데 요새 뭐?]

[아…아냐]

그러나 윤지는 이렇게 혼자 가슴 졸이며 살 수는 없어 남편에게 사실 확인 관계만 물어보기로 했다.

[자기… 자기 철근씨 요새도 자주 봐?]

[아니. 철근이 요새 경영평가에서 뭐 맡아서 바빠. 그러고 보니 여행 후에 피아노 고치러 왔을 빼고는 말도 해본 적 없네]

민철은 모른 척하며 거짓말을 하였다. 

[으…으응…그렇구나. 남편~ 맛있게 해주세요~]

윤지는 남편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남편은 모르거나, 아니면 덮기로 했거나 둘 중 하나이다. 다시 민철의 조신한 아내로 돌아가리라 마음 먹었다. 

그 이후 민철은 밤에 자주 윤지를 안았다. 윤지는 마음 다잡고 다시 조신하게 남편 아래서 남편을 받아주었다. 남편이 그날 이후 옷 벗자마자 삽입하지 않고 이리저리 애무도 해주었지만 윤지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서 그런지 가만히 누워 신음 한번 흘리지 않고 섹스를 치룰 수 있었다. 사실 그날 남편과는 좀 달랐던 것이, 윤지가 자신도 모르게 만져주었으면 하는 부위를 자신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그대로 해주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흥분했다. 그러나 요새 남편은 열심히 길게 애무하지만 뭔가 윤지가 ‘거기만은 제발….’이라고 생각한 민감한 부위는 잘도 피해갔다. 그 덕에 조신한 아내로서 하루하루 지내었고 민철은 다시 그날밤처럼 차가워지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반대로 민철은 미칠 지경이었다. 민철도 바람핀 적 없었기에 여자는 윤지 한명이었고 그날밤 윤지와 한 섹스는 너무 황홀했다. 하루에도 그런 거라면 몇 번이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윤지는 절대 불 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아무리 애무를 해도 요동치지 않았다. 너무도 그날밤처럼 하고 싶었다. 창녀처럼 색정적인 윤지로 만들고 싶었다. 

민철에게 하루하루 애타는 날이 지나갔다. 

[뭐하냐 민철아 멍때리고 있어]

[어….아냐]

오늘도 야간 근무를 마친 철근이 퇴근하기 전에 아침 출근한 내 검사실에 들이닥쳤다. 

[여자 다루는 법 좀 가르쳐줘라.]

[뭐? 여자? 쿠쿠쿠 우리 바른생활사나이 민철이가 바람이라도 피게?]

[아…아냐. 그저….]

[흠…. 뭔 생각인지는 모르겠다만 그건 말로 설명한다고 아는 게 아냐.]

그 순간 벨이 울렸다. 

[저기 검사 받으러 왔는데요]

검사실 문이 열리고 향긋한 여자 향수 내음이 풍겼다. 가녀린 하얀 손이 드러나고 곧이어 풍성한 웨이브 머리를 한 삼십대 중반의 여성이 들어왔다. 웨이브 머리가 한쪽 눈을 살짝 가렸고 신비한 느낌의 영롱한 검은 눈동자가 아름다웠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상의는 검진 용 가운을 입었지만 무릎까지 단단하게 내려가는 타이트한 치마 아래로 늘씬한 종아리에 민철은 눈을 뺏기고 말았다. 아름다운 여자였다. 지고 지순한 민철도 넋을 잃고 보며 순간 저런 여자랑 하면 어떨까 했다. 

[아 네 이쪽으로 오시죠]

갑자기 철근이 기사인 양 행세를 했다. 여자가 철근을 보고 잠깐 당황했다. 

철근은 민철에게 속삭였다.

[잘 봐. 넌 저기 가림막 뒤에 숨어.]

[신민아님. 어서오세요]

[어머 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촬영하시나요?]

[네 제가 따로 챙기는 환자는 제가 합니다. 미녀를 위주로. 하하]

[호호 아줌마에게 별 소리를 다하시네요]

철근과 아는 사이인가 보다. 민아는 미녀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듯 했다. 

[유방 검진은 받아보셨지요?]

[아니요]

[걱정마십쇼. 간단하니까요. 특히 미인일수록 전 잘 찍어드려요]

[호호호 네]

[허헛. 웃으시니 정말 미인이시네요. 결혼하기 전에 남자들이 줄을 섰겠네요]

[무슨 줄은요. 호호]

다소 차가워보이는 인상의 여자가 웃자 눈꼬리가 생기며 눈웃음이 매력적이었다. 여자는 다소 긴장이 풀린 듯 했다.

[여기로 오시죠. 가운은 제가 벗겨드릴게요.]

철근은 여자를 검사실로 데리고 들어가 방사선촬영기계에 세웠다. 그리고 여자를 뒤에서 안듯이 품 안에 넣으며 가운을 벗겼다. 

[스르륵]

옷을 벗기자 여자가 다시 긴장한 순간 철근의 손이 재빠르게 여자의 젖꼭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여자가 낯선 자극에 움찔했다. 철근은 곧 가운을 어깨에 얹어주며 노출을 약간 가려주자 다시 여자가 안심하며 긴장을 약간 풀었다. 가운 사이로 드러난 가슴은 크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사이즈에 움직일 때마다 탄력이 넘치는 듯 튕기는 것 같았고 유두는 처녀처럼 분홍빛이었다. 가슴도 가슴이지만 탄탄한 배와 개미 허리는 얼마나 몸매를 가꾸어 왔는 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타고난 몸매로 운동 없이도 유지되는 S라인에 부드러운 곡선미와 볼륨감, 그리고 순수한 피부가 매력적인 아내의 몸매와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잠시만 계세요. ]

철근이 눈을 찡긋하며 촬영을 하였다. 여자는 낯선 남자가 자신의 가슴을 쳐다보며 사진을 찍자 볼에 홍조가 돌았다. 

[야 가슴 너무 예쁘시네요. 제가 여기서 오 년이나 근무했지만. 아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해요.]

[호호 아니에요]

여자는 철근의 말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근데 자세가 좀 안 나오네요.]

철근이 갑자기 뒤에서 다시 여자의 허리에 손을 올리더니 자신의 앞으로 당겼다. 여자가 휘청하며 철근에게 자기도 모르게 안겼다. 순간 여자의 엉덩이가 부드럽게 내려앉으며 철근의 아래가 닿았다. 여자의 힙에 철근의 딱딱하고 거대한 물건이 느껴졌다. 

[네 이렇게 서시고 팔은 이렇게…… 허리는 이렇게……]

철근은 애무하듯 쓰다듬으며 여자의 팔과 허리. 그리고 다리 위치를 다시 잡았다. 여자는 다소 당황했지만 상기된 표정으로 호기심을 보이며 주변을 살폈다. 마치 민철이 보고 있는 것을 아는 것처럼.

여자의 턱이 잔잔히 떨렸고 철근의 손짓이 지나갈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민철도 분위기를 파악하자 야릇해진 검사실 분위기를 훔쳐보며 침을 삼켰다. 그저 살덩어리였던 유방이 이제 색기를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방의 공기가 달라졌다.

철근은 여자의 앞으로 섰다. 여자가 침을 꿀꺽 하고 삼켰다. 철근의 양복바지 위로 불룩하게 부피감을 드러내는 상징이 도드라졌다. 여자는 곁눈질로 그것을 훔쳐보았고 알 수 없는 표정이 얼굴에서 떠올랐다.

[실례지만 여기도……]

철근은 여자의 가슴을 아래부터 쓰다듬더니 검사대 위에서 가슴을 살짝 움켜쥐고 움직였다. 철근의 손바닥에 여자의 젖꼭지가 살짝살짝 닿았다. 여자는 그런 철근을 제지 하지 않은 채 눈을 내리깔고 간혹 눈을 길게 감으며 서있었다. 숨어서 보던 민철은 자기도 모르게 아래 힘이 들어갔다. 나도 만지고 싶다……

[흡..]

민아는 철근의 손바닥에 단단해진 젖꼭지가 스칠 때마다 숨을 들이쉴 뿐이었다.

[예쁘시네요.]

갑자기 철근이 여자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눈이 마주치자 빨개졌던 얼굴이 가라앉으며 여자가 묘한 웃음을 흘렸다. 

[여기선…… 이렇게 검사 하나봐요?]

[네 옆방에선 좀더 자세히 하지요. 제가 특별히 챙기는 환자분만요. 먼저 가 계시죠.]

철근이 여자의 옷을 입혀주며 옆방으로 보냈다. 아무도 안 쓰는 메트리스가 있는 진료실로. 민아가 나가면서 민철이 있는 쪽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민철은 자신보고 따라 들어오라는 것 같은 착각이 잠시 들었다.

민아가 나가자 민철은 어이없었다. 저 신민아라는 여자 저렇게 쉽게 넘어가나. 보아하니 돈 꽤나 있어 보이고 단정해보였는데 눈꼬리치며 웃는 순간 색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철근에게 자세한 검사를 받기 위해 옆방으로 갔다. 이게 무슨 에로비디오도 아니고. 

숨어있던 민철이 일어서며 어이없게 쳐다보자 철근이 싱긋 하며 웃었다.

[왜? 이렇게 간단해서?]

[저 여자 창녀야?]

[야 무슨 저런 여자가 창녀야.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여자가 있지. 맛을 아는 여자와 아직 맛을 모르는 여자. 고기도 먹던 사람이 먹는다고 저 여자는 얼굴에 아는 여자라고 쓰여 있더라구. 몇번 간을 봤는데 가만히 있으면서 은근 즐기는 게 답이 나오더군. 물론 내 이 두툼한 아랫도리도 한 몫 했지만 하하하

난 진료하다 이렇게 심심함 따먹는데 넌 여자들이 가슴 내놓는 이런 검사실에서 이런 적 한번도 없었냐. 참…. 성인군자인지 멍청한 건지….]

민철은 배울 것 하나도 없는 이런 게 뭐냐고 되물었고 철근은 싱글거리며 말했다. 

[윤지씨는 아직 맛을 모르는 여자야. 그래서 어려운 거고. 너 같은 초보가 그걸 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하는 거 보고 좀 배웠냐]

[끄응….]

민철은 할말이 없었다. 윤지가 어려운 여자라는 것은 자신도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런 여자를 어떻게 열리게 하는 가를 가르쳐달라는 거였는데 여자 감별법이나 강의해줬으니. 철근은 뭔가 생각 난 듯 가져왔던 가방을 뒤적거렸다.

[아. 너 여기 갈래? 이번주 토요일까지 유효기간인데 내가 표가 좀 남아서]

철근이 내민 것은 온천 형식의 워터파크였다. 철근은 표를 남기고 서둘러 옆방으로 가려 했다. 그 순간 전화 한 통이 울렸다. 철근은 흠칫 놀라며 옆방의 여자에게 그냥 수납하고 가시면 된다고 말한 뒤 서둘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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