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19)

………

아내가 외출을 한 저녁 나는 고민 속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여기 OO동 경찰소 입니다. 이윤지씨 계시나요?”

“제 부인됩니다만.”

“아 네…… 이윤지씨가 지난 8월에 고소 건을 접수하시다 말고 나가시고는 연락이 없어서요.”

“네 무슨 일인지……”

“아 네 본인분과 통화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럼 다시 걸겠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전화를 끊은 경찰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뭔가 있었다. 8월 그 여행에서.

나는 아내의 메일함이며 컴퓨터이며 노트를 다 뒤져보았고 컴퓨터에서 쓰다만 진술서를 발견했다. 컴퓨터에 그리 능하지 않은 아내가 숨긴다고 숨겼지만 비밀번호 같은 것은 걸려있지 않아 열어볼 수 있었다. 아마 열어본 시각을 보니 여름에 작성해놓고 잊어먹은 듯하다.

철근이에게 성희롱으로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인적사항만 적혀있어 내용은 알 길이 없었지만 진술서가 발견된 폴더에 다른 노트가 있었다. 

아내가 진술서를 쓰다 말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 놓은 일기 같았다.

…………………………….

제목: 제목없음

그날 생각만 하면 머리가 어지럽다. 온몸이 더렵혀진 것 같아 치욕스럽고 억울한 기분이 치미는 것 같다. 남편한테도 미안하고….

시작은 여행을 떠나서부터였다. 그날 처음 본 김철근. 아니 보는 순간 결혼식 때 한번 본 것이 기억났다. 그때 유행하던 어깨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었는데 생각보다 조여지는 바람에 가슴이 생각보다 노출되는 바람에 민망했던 결혼식. 그날 유독 내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남편친구 한 명이 떠올랐다. 그때 그 인간이 김철근이었구나. 

여행지에서 모이면서부터 그 인간 혼자 마누라를 안데려왔었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지만 남편 말로는 여자관계가 복잡해서 사이가 안좋다고 들었다. 그 여자도 어디서 바람피냐 안온 거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은근 징그러운 근육자랑에 돈 자랑까지. 속물이었다. 하지만 말재주가 있는 건지 음악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진지하고 낭만적인 남자로 돌변하는 전형적인 바람둥이 같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나에게 잘 보이려고 짐 뺏어들고 도와준다며 은근 손목을 만지고. 그래도 친구 부인인데 너무 한다 싶어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남편 회사 상사라 뭐라 그러지도 못하고 속만 끓었다. 

케이블카를 탔고 사람이 너무 많아 밀리고 밀렸다. 남편이 겨우 뒤따라 탄 것 같았다. 겨우 창가에 자리잡고 밖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풍경이 멋져 구경에 여념이 없었는데 남편이 뒤에서 허리에 손을 얹었다. 

나는 즐거운 마음에 남편에게 저기 보라고, 너무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남편이 사람들에게 밀렸는지 내 엉덩이에 달라붙었다. 남편의 아랫도리가 엉덩이에서 느껴져 민망했지만 뭐 남편이니까. 그런데 남편이 내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자기야… 여기서 뭐해..]

나는 낮은 소리로 말했지만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남편이 손이 엉덩이에서 등으로 올라오더니 등을 더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볼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남편이 여행와서 기분 좋나보다 하고 놔두었다. 마사지 하듯 만져주는 것이 기분이 약간 좋아졌다. 

[뚝]

남편이 미쳤나 생각했다. 갑자기 브래지어 후크를 옷 밖에서 한손으로 풀어버렸다. 이게 이렇게도 쉽게 풀리나 하는 생각이 그 순간 왜 들었는지 내 스스로 웃기다. 

남편이 따뜻한 손이 옷 속으로 파고 들더니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나는 갑자기 적극적인 남편의 행동에 너무 놀랐다. 아니 평소 다소 부끄럼많던 남편이 이렇게 사람많은 곳에서 내 젖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자 몰랐던 남편의 다른 면을 본 것 같았다. 

남편은 조금씩 대범해졌고 내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젖꼭지를 비틀다가 쓰다듬다가… 남편이 내가 가슴이 큰 것을 좋아해 자주 만지려 하지만 그날 따라 남편이 너무 능숙하다는 생각도 들기 전에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자기야…그만해…. 누가 보면 어떻게해]

나는 작은 핸드백을 들어 가슴을 가렸다. 그만하라고 했지만 사람 많은 곳에서 이렇게 남편이 적극적으로 나오자 왠지 모르게 짜릿했다. 뭐라고 낮게 했지만 남편 손을 떨치지는 않았다. 그만큼 남편의 애무는 기분이 몽롱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놀란 건 그 다음이었다. 남편이 반바지를 헤집고 내 은밀한 곳을 팬티위로 만지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정말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런 곳에서 남편이랑 하다니. 착하고 바르기만 했던 남편이 이렇게 나오자 왠지 막기 싫었다. 남편도 남자구나 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바지 자크를 내리고 팬티위로 손을 올리고 내 아래를 만지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남편에게 아래만은 만지게 하지 못하는데 그날 따라 정신을 내가 놓았나보다. 나도 모르게 남들이 못 보게 가리는 데만 신경쓸 뿐 남편을 제지 하지 못했다. 아니, 다른 부인들도 많이 온 와중에 남편이 나에게 이렇게 사랑을 쏟으며 대담하게 나오니 남편이 나에게 빠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집요하게 아래 도리를 눌러댔고 처음 느끼는 흥분이 내 몸을 휘감았다. 어느새 나는 터지는 신음을 겨우 한 손으로 막고 한 손으로는 남들이 못보게 핸드백으로 몸을 가렸다. 아래가 젖기 시작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순간 굵은 살덩어리가 바지 아랫단을 헤집고 올라왔다. 뜨거운 체온과 묵중함이 느껴졌다. 남자의 그것. 나는 그순간 깨달았다. 남편이 아니다.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너무 무서웠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자 그가 말했다.

[이렇게 된 거 너도 즐기는 것 같은데 잠시 즐기자구.]

그다. 김철근. 남편과 달리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그제야 손으로 떼어내려 했지만 내가 빠져나갈 공간은 이미 없었고 남자의 억센 손이 젖어버린 팬티 위로 아래를 주무르고 있었고 헤집던 손은 손목이 잡혀버렸다.

[이거 왜이래. 지금까지 즐겨놓고선. 뜨거운 여자인줄 알고 있었지만 너무 핫한데. 젖은거 보라구.]

그는 내 손을 끌어다 자신의 물건을 쥐게 했다. 아 징그러웠다. 남편의 것 이외에는 처음 만진 남자의 물건은 남편의 것과 너무도 달랐다. 남자의 음경이 이렇게 크고 긴 흉측한 물건인지 처음 알았다. 

[윤지씨가 만져주니 기분 좋은 걸]

나란 여잔 그때 소리를 질렀어야 했다. 왜 그랬을까. 주변에서 누가 볼까봐. 남편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남편 친구들도. 그 부인들도.

남자의 물건이 바지를 헤집고 내 다리 사이에 들어왔다. 바지가 꽉 끼어서 다행히 삽입되지는 않았지만 보지 아래 회음부에 대고 비비기 시작했다. 그에게 잡힌 손은 다들어가지 못한 기둥을 잡고 흔들게 되었다. 

남편인 줄 알고 너무 흥분했더니 작은 자극에도 정신이 아득해졌다. 진저리나는 마음과 다르게 내 아래는 더욱 젖어들어갔고 손에 가득 잡힌 그것이 다리 사이에 느껴졌다. 

미쳤지.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런 곳에서 이런 인간에게 추행당하다 느끼고 있다니. 하지만 나는 이제 서있기도 힘든 상태가 되어 아예 그 남자에게 몸을 기대버리고 다리 사이에 그의 물건을 끼고 있었다. 

[이렇게 자지랑 보지 맞닿은 사이인데 여보라고 우리 부를까. 여보 이거 넣고 싶지 않아. 가득히?]

겨우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넣는 것만은 참았다. 순간 나도 그럴까 하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치마를 입지 않아 그의 굵은 그것이 들어오기에는 비좁았다. 

[음…. 이거 계곡물 소리가 들리겠네. 내 바지도 적시겠어 후후……. 이런…다와가는군]

아 이제 여기서 벗어나나. 아니 벗어나길 내가 원하기는 한거였나. 외간남자에게 추행당한다해도 이렇게 몸에 기대 신음을 참으며 젖은 여자라니 내가… 어지럽다.

그 순간 뜨거운 액체가 내 팬티 뿌려졌다. 철근 그 인간이 내 팬티에다 사정을 한 것이다. 몇 초간 그 인간의 그것은 꿀럭거리며 내 팬티 안을 흥건히 적셨고 나는 남편에 기댄 채 그 인간의 정액 세례를 받았다. 양이 많아 넘쳐 다리로 흘러 내리려하자 나는 급히 손수건을 꺼내 허벅지 아래 바지 밑으로 흐르는 더러운 정액을 닦았다. 미끌거리고 뜨거운 느낌이 기분 나빴다. 

[윤지 여보야 좋았어. 다음에는 안에다 싸줄게”

순간 소름이 돋았다. 케이블카가 열리지마자 내렸다. 사람들 속에는 남편이 없었다. 순간 눈물이 왈칵 났다. 멍하게 있으니 다음 케이블카가 바로 도착했다. 남편이다. 그렇게 겨우 도망쳤다. 

돌아오자 마자 경찰서로 가서 고발해버렸다. 남편이 알게 되더라도 그 인간은 잡고 싶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남편에게 알려지는 것이 무서워졌다. 그 인간이 남편 앞에서 내가 그런 년이라고 말하면 어쩌지… 이미 말한 건 아니겠지. 피해자는 나였지만 여전히 여자인 이상 난 약자였다.

그러던 중 피아노가 고장 났고 피아니스트였던 나를 상기시켜주는 유일한 물건이 고장나자 나는 절망감 마저 들었다. 남편은 내 속도 모르고 뭐가 고장났냐며 되물었고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그 순간 그가 다시 나타났다. 우락부락한 근육덩어리인 줄 알았는데 전문조율사 수준으로 수리를 해버렸다. 여자란 단순한 동물이란 건 나를 두고 하나보다. 그날 답답하고 우울한 와중에 피아노도 고쳐주고 내 연주실력도 꼼꼼히 체크해주며 칭찬하자 기분이 풀리고 말았다. 웃기다 참. 남편이 사라진 사이 그가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날 일은 죄송합니다. 윤지씨. 민철이에게는 입 뻥긋 안했고 없던 일로 해주시면 은혜로 생각해겠습니다.]

그날 나를 추행했던 남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예의 바르게 사과하자 당황해서는 괜찮다고 이미 없던 일로 생각한다고 말해버렸다. 남편에게 말 안 한다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그날 일은 잊기는 힘들 듯하다. 후……………………………….

그냥 한 순간 실수라고 생각하고 살자. 이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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