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완숙한 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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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후.
강하영은 출근과 동시에 김혜순 대리를 부른다.
김혜순이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강하영 쪽으로 온다.
강하영은 다가온 김혜순에게
"오늘 퇴근 후에 약속이 있어요?"
하고 사무적으로 묻는다.
"네?"
상상치도 못했던 말이 강하영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들은 김혜순이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서 있다.
강하영과 김혜순은 과장과 주임이라는 공적인 관계 외에는 개인적인
대화가 전혀 없었다.
그런 강하영이 갑자기 자기를 불러 오늘 퇴군 후의 스케줄을 묻는다.
"다른 스케줄 없으면 저녁이라도 같이 합시다!"
"?"
김혜순은 또 한번 혼란을 느낀다.
"퇴근 때 같이 나가도록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김혜순이 얼결 결에 대답한다.
"일부 매장 판매원들을 재배치 할까 하는 데 그 문제도 좀 생각해 봐
주어요. 매장 일이라면 아무래도 김 주임이 잘 알 것 아니겠어요?"
강하영이 돌아서려는 김혜순에게 말한다.
"알겠습니다"
김혜순은 강하영이 오늘 자기와 저녁을 같이 하자는 건 매장 판매원
재배치에 관한 걸 의논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전화 벨이 울린다. 벨이 우리는 전화기는 구내 전화다.
강하영은 리사의 전화라는 걸 알아차리고 수화기를 든다.
예상대로 리사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과장님!. 패션 창고 담당 마리사예요!"
리사의 사무적인 음성이 들려 온다.
사무적인 음성에서 지금 리사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것은 강하영이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다.
"무슨 일이야?"
"샤모니 패션 납품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납품 전표에 기재된 물품과 실재 싣고 온 물품에 차이가 납니다!"
"당연히 인수를 거부해야지!"
"그게......?"
"그게 어쨌다는 거야?"
"영업 2과장님께서 모자라는 물품은 다음에 충당하기로 하고 인수하라고
하십니다."
"영엉2과장이 인수하라면 해야지!"
"책임은 저에게 돌아옵니다"
"영업 2과장과 납품하러 온 샤모니 책임자에게 모자라는 부분 확인서 하나
받아 두고 인수해!"
"알겠습니다!"
강하영이 전화를 끊는다. 전화를 끊는 강하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다시 전화 벨이 울린다. 이번에는 외부 직통 전호다.
"네! 에메랄드 백화점 관리과 강하영입니다"
강하영이 사무적인 말투로 응답한다.
"나야!"
박지현의 목소리다.
"네!"
강하영 낮게 말한다.
"내일 아파트 올래?"
수줍은 듯한 박지현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그러지 않아도 아가씨께 전화 들릴까 하던 중입니다!"
"우린 텔레파시가 통하나 봐!"
"퇴근하고 바로 가겠습니다!"
"저녁 먹지 않고 기다릴게!"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강하영이 수화기를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