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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 20분전.
강하영이 에메랄드 백화점 별관에 있는 패션 창고 도어를 열려 들어선다.
창고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패션 상품 보관 관리소다.
백화점에서는 패션 상품 보관소도 편리상 창고로 부를 뿐이다.
수백 벌의 값비싼 패션 상품이 걸려 있는 패션 창고는 사무실 이상
깨끗하고 환기와 실내 공기도 쾌적하다.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조소혜가 도어가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출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조소혜는 패션 창고 관리 책임자다.
패션 창고에는 두 사람이 근무한다.
그 동안 근무하던 여직원이 지난 주 골프매장에 있던 마리사로
교대되었다.
관리과장이 도어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본 조소혜가 의자에서 일어나
목례를 한다.
목례를 하면서 마리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마리사는 자기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창고를 비웠다.
조소혜는 관리과장에서 자리를 비운 마리사를 변명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마리사는 조금 전에 화장실에 갔습니다!"
그런 건 어떻게 되었던 상관없다는 듯이 강하영이 조소혜 곁으로
다가온다.
조소혜가 긴장된 표정으로 자기 곁으로 다가오는 강하영을 바라보고 있다.
"미스 조!"
"네! 과장님!"
조소혜가 튕기듯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대답하는 목소리에 필요 이상의 긴장감이 담겨 있고 표정도 굳어 있다.
어떤 의미에서 패션 창고는 밀실 같은 공간이다.
위치도 매장이 있는 백화점 본관 건물과는 주차장을 가운데 두고 떨어져
있다.
특별한 용무가 없는 사람은 오지 않는다.
값비싼 상품들만 보관되어 있는 패션 창고에는 백화점도 원칙적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필요한 상품이 있으면 매장에서 전화로 연락하며 창고 직원이 가져다준다.
조소혜의 긴장은 그런 별실 같은 밀폐된 공간에 남자하고 단둘이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관리과장이 직접 패션 창고에 오는 예는 극히 드물다.
조소혜의 기억으로는 자기가 패션창고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이후 지난
일년 사이 관리과장이 직접 여기로 온 일은 한번도 없었다.
그런 관리과장이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났다.
관리과장이 패션 창고로 들어오면서 조소혜를 더욱 긴장시킨 이유도 있다.
오늘 샤모니 패션의 여름 상품을 반품시킬 때 두벌의 이탈리아선 밍크를
끼워 내 보냈다.
끼워 내 보낸 두 벌의 이탈리아선 밍크 코트를 대치해 놓을 국산제품은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현재로는 밍크 코트 두벌이 부족한 상태다.
만일 관리과장이 제고 조사라도 한다면 금세 드러난다.
"밍크 제품들 어디 있지요?"
긴장한 조소혜의 귀에 가장 유려하던 소리가 들려 온다.
"네?"
조소혜가 놀란 목소리로 반문한다.
"아니! 왜 그렇게 놀라지요?"
강하영이 아무렇지도 않는 말투로 묻으며
"지나다가 보관 상태가 어떤지 싶어 잠시 들렸어요!"
"아! 네! 이쪽입니다"
조소혜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 쪽을 가르킨다.
패션 창고에는 고가품 일수록 안쪽에 보관되어 있다.
"잠시 안내 해 주겠어요?"
"네! 이쪽입니다!"
조소혜가 앞장서 수백 벌의 패션 상품이 걸려 있는 옷걸이를 헤치고 제일
깊숙한 곳으로 안내한다.
강하영이 말없이 뒤를 따른다.
"여깁니다!"
조소혜가 밍크 코트가 걸려 있는 유리 케이스 앞에 멈추며 말한다.
강하영이 조소혜가 가르키는 밍크 옷장에 시선을 보내는 대신
"미스 조!"
하고 부른다.
"네?"
조소혜가 긴장된 표정으로 강하영을 바라본다.
"이탈리아선 밍크 코트가 어느 거지요?"
"네! 왼 쪽 유리 케이스에 걸려 있는 게 이탈리아선 밍크코트입니다!"
"몇 벌이지요?"
조소혜가 대답을 못한다.
"보이는 게 네 벌이지요?"
강하영이 환인 시키듯 묻는다.
"네!"
조소혜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한다.
"재고 대장에서는 여섯 벌인 걸로 알고 있는데?"
조소혜가 대답하고 눈을 내려 깔고 있다.
"미스 조는 이탈리아선 밍크 코트 가격이 얼만지 알고 있지요?"
"네!"
조소혜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얼마지요?"
대답이 없다.
"가격을 알고 있다고 했지요?"
강하영의 목소리는 낮지만 다그치는 말투다.
"사입 가격은 경영상 비밀이라 모릅니다만 매장 가격으로는 2천2맥만 원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두 벌이면 4천4백만 원이라는 계산인가요?"
"네!"
"분실일 경우 미스 조가 변상해 놓아야 할 금액은 4천4백만 원이군요"
강하영의 말에 조소혜는 현기증을 느낀다.
"미스 조 입장에서 보면 변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예요."
"네?"
"횡령의 경우 금액이 천만 원이 넘어서면 가중처벌을 받아요. 변상은 물론
징역형은 면하지 못할 거요!"
"아아!"
비명 같은 신음과 함께 조소혜의 몸이 무너져 내린다.
강하영이 무너져 내리는 조소혜를 얼른 받아 안는다.
자기가 무너져 내리고 무너져 내리는 자기를 강하영이 안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조소혜가 정신을 가다듬어 몸을 빼려 한다.
"그대로 있어요!"
강하영이 속삭이며 조소혜를 꽉 끌어안는다.
"놓아주세요!"
조소혜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원한다. 애원하는 조소혜의 목소리에 전혀
힘이 없다.
모든 걸 체념한 사람의 목소리다.
조소혜를 껴안는 강하영의 한 손이 가슴으로 온다.
"과장님! 제발!"
조소혜가 또 한번 울먹인다.
"미스 조!"
강하영이 옷 위로 조소혜의 젖가슴을 주무르듯 어루만지며 조용히 부른다.
"네!"
조소혜가 소리 만한 소리로 답한다.
"내가 미스 조를 끼어 안고 이렇게 성적으로 추한 행동까지 했다는 사실을
영업2과장에게 보고해도 좋아요!"
강하영이 조소혜의 젖가슴을 본격적으로 주무르며 말한다.
강하영의 말을 들은 조소혜가
"아!"
하고 짧은 비명을 토한다.
조소혜의 비명 속에 절망의 빛이 담겨 있다.
"또 하나!. 난 여자의 약점을 이용하는 그런 인간은 아니야. 그건 미스
조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정말 싫다고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뿌리치고
자리로 돌아가요!"
강하영이 잠시 말을 끊는다.
조소혜가 강하영의 가슴에서 빠져나가려는 그 어떤 몸짓도 보이지 않는다.
조소혜가 저항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강하영이 블라우스 단추
사이로 손을 밀어 넣는다.
패션 브레지어에 싸인 성숙한 여인의 젖가슴 탄력이 느껴진다.
강하영이 브래지어 사이로 손을 밀어 놓는다.
풍만하면서도 탄력에 넘치는 젖가슴의 촉각이 전해 온다.
"리사가 와요!"
조소혜가 애원한다.
"리사는 오지 않아요!. 내가 먼저 퇴근하라고 했어요. 내가 퇴근하라고
했으니까요"
강하영의 말에 조소혜가 놀란 눈으로 강하영을 바라본다.
강하영이 몰란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조소혜의 눈을 바라보며
브레지어 속에 들어가 있는 손을 움직여 젖무덤을 주무른다.
"과장님! 여기서는 싫어요!"
조소혜가 관능적인 자극과 부끄러움으로 빨갛게 달아 오른 얼굴로
속삭인다.
"미스 조 같은 매력적인 아가씨를 이런 곳에서 안는다는 건 모욕이지요!."
"퇴근시간이예요. 데려가 줘요!"
조소혜가 속삭인다.
"차를 입구에 세워 놓았어요!"
강하영의 브래지어 속에 들어가 있던 손을 뽑아 조소혜의 허리를 감아
입구 쪽으로 유도한다.
조소혜가 강하영에게 몸을 기댄 채 따른다.
문 앞으로 온 강하영이
"차에 있을 게요"
하고 문을 열고 사라진다.
조소혜가 강하영이 나간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문을 바라보고 있는 조소혜의 머리 속으로 한순간 이 일을 영업2과장인
정기현에게 보고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안돼! 난 지금 볼 카운트 2스트라익 3볼 상황의 타자야. 여기서 자칫
판단을 잘못하면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돼!'
조소혜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가볍게 고개를 흔든 다음 창고 실내 조명을
스위치를 내리고 출입문을 열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