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 베드 전선1 (10/31)

  4.               베드 전선

  

  

  

                    1

  

  

  에메랄드 백화점 영업3과 서진경의 책상 위에 놓인 전화 벨이 울린 것은 

퇴근 시간 30분전이다.

  "네. 영업3과 서진경입니다"

  수화기를 집어 든 서진경이 사무적으로 응답한다.

  "강하영입니다"

  "네?"

  강하영이라는 말을 들은 서진경은 한 순간 상대가 누군지 떠오르지 

않는다.

  "관리과장 강하영입니다"

  강하영이 다시 한번 차근한 목소리로 자기를 밝힌다.

  그때야 상대가 백화점 관리과장 강하영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서진경이 처음 강하영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상대가 누군지 얼른 

떠오르지 않았던 것은 강하영과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영업3와 관리과는 업무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다.

  근무하는 방법도 다르다.

  상품권 판촉을 담당하는 영업사원들이 모여 있는 영업 3과 직원들은 

외근이 많다.

  거기에 백화점 내부 운영을 담당하는 관리과 직원은 내근이다.

  이런 업무 특성상 서진경의 입장에서 보는 강하영은 자기가 근무하는 

에메랄드 백화점에 그런 관리과장이 있다는 정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쩌다 사무실 복도에서 마주쳐도 목례 정도로 지나가는 사이다.

  그런 관리과장이 자기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채로운 

일이다.

  "아! 네! 죄송합니다. 너무 뜻밖이라!"

  서진경이 변명 비슷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머리 속에서는 관리과장이 왜 자기에게 전화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서진경의 귀에 전화 저쪽에서 강하영의 

  "오늘 7시 K호텔 커피숍에 나와 주셔야겠습니다!"

  하는 명령조의 말이 들려 온다.

  "네?"

  서진경은 자기 귀를 의심한다.

  강하영이 직장 상사라고는 하지만 업무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부서의 

과장이다.

  개인적인 친분도 없다.

  직속 과장도 아니고 업무적인 관련도 없고 개인적인 친면도 없는 

관리과장이 마치 자기 부하에게 하듯 일방적으로 명령하듯 한다.

  순간 서진경은 불쾌한 감정이 울컥하고 밀고 올라 온다.

  그때 전화 저쪽에서 또 다시 강하영이 들려 온다.

  "나오고 안 나오고는 서진경씨 마음입니다. 그러나 나오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처리하겠습니다."

  강하영이 자기 할말만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린다.

  수화기를 놓은 서진경이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다.

  서진경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의 버릇이다.

  서진경은 먼저 

  '나오고 안 나오고는 서진경씨 마음입니다. 그러나 나오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처리하겠습니다.'

  하던 강하영의 말 뒤에 숨은 뜻을 생각해 본다.

  자기가 나가지 않아도 강하영이 난처해 질 일은 없지만 나가지 않으며 

서진경 자신에게는 무엇인가 난처한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서진경의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나오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처리해 

버리겠다는 그 다음 말이다.

  백화점은 구조가 매우 단순하다. 구조가 단순하다는 것은 직제도 

단순하다는 뜻이다.

  구조와 업무 그리고 직제가 단순한 에메랄드 백화점은 부서의 업무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관리과의 업무는 더욱 불분명하다.

  관리과는 백화점 내부 관리가 주임무다.

  백화점 내부 관리 업무에는 판매원들의 매장 간의 이동도 포함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관리과는 백화점 매장 종업원의 인사 업무를 겸하고 

있다.

  또 백화점 내부의 부조리도 살핀다.

  그런 의미에서는 관리과는 감사 업무까지 관장하고 있다.

  업무 영역이 불명확한 관리과는 과장 자리에 앉은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힘이 실린다.

  힘이 없는 사람이 과장 자리에 앉으면 매장 관리나 뒤치다꺼리나 하는 

부서로 전락한다.

  반대로 힘이 있는 사람이 과장 자리에 앉으면 관리과의 파워는 대단해 

진다.

  서진경은 인간 강하영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소문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엘리트라고 한다.

  지난해 강하영이 관리과장으로 승진했을 때 에메랄드 백화점 내부는 물론 

전체 백화점 업계에 화제가 된 인물이다.

  한국 백화점 업계 역사상 스무 아홉에 관리과장 자리에 앉은 사람은 

강하영이 처음이다.

  한마디로 깜짝 놀랄 파격적인 인사였다.

  기업 세계에는 파격적인 인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경우는 대개가 오너와 혈연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아니면 특별한 

배경을 엎은 사람이다.

  한국 백화점 업계 빅 파이브(BIG 5) 가운데 하나인 에메랄드 백화점 

관리과장에 스무 아홉 살의 강하영이 발탁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그때부터 에메랄드 백화점 내부에서는 강하영 뒤에는 굉장한 힘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들이 돌았다.

  그러나 강하영의 배경 인물이 누군 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배경이 밝혀지지 않으면서 강하영의 관리과장 발령은 전임 과장 자리가 

비면서 부서의 차 상급자를 올려 앉힌 가장 상직적인 인사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정착되어 갔다.

  이것이 서진경이 전화를 받은 시점에서 강하영 관리과장을 보는 에메랄드 

백화점 내부의 시각이다.

  서진경도 그때까지는 같은 시각이었다.

  같은 시각이었다기 보다는 조금 전 전화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강하영이라는 사람에게도 관리과장이 직책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는 편이 더 

정확하다.

  서진경은 백화점 내부에서 보는 강하영에 대한 시각을 생각해 본다.

  '과연 그것뿐일까?'

  서진경은 강하영의 관리과장 발탁에는 자기들이 모르는 큰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강하영 뒤에 큼직한 배경이 도사리고 있다면 백화점 내부에서 관리과의 

파워는 엄청나다.

  그런 결론을 내린 서진경은 자기 업무와 관리과 관계를 생각해 본다.

  관리과의 주 업무는 백화점 내부관리다.

  영업사원인 자기와는 관계가 없다.

  다음으로 백화점 매장 종웝원의 인사다.

  관리과가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백화점 매장 판매원과 청소를 비롯한 

잡역부 정도다.

  역시 자기와는 관련이 없다.

  마지막 남은 것은 백화점 내부의 부조리 감사다.

  관리과가 외부를 상대하는 영업3과의 영업 업무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

  원칙적으로 보면 관리과가 나설 수 있는 영업장 내부 부조리 감사와 영업 

3과 업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또 개입할 권리도 없다.

  '지연주의 상품권 관련일까?'

  서진경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가면서 틀림없다는 확신 같은 것이 생긴다.

  확신 같은 것이 생기면서 지연주가 앉아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PC앞에 앉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지연주의 최근 동향을 생각해 본다.

  전혀 변한 게 없다. 

  어제도 10만원권 상품권 열 장을 넘겨주었고 지연주는 윤미숙에게 넘겨 

현금으로 바꾸어 왔다.

  지연주나 윤미숙 주변에 이상이 일어났다면 바꾸어 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지연주나 윤미숙이 모르고 있는 사이에 강하영이 무엇인가 단서를 잡은 

것일까?'

  서진경은 그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결론을 내린 서진경이 

  '방법은 강하영을 잡는 길밖에 없어!'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혼자 미소 짓는다.

  결론을 내린 서진경이 강하영에 대한 자기 상식을 일깨운다.

  지난해 스무 아홉의 과장이 탄생하면서 화제가 되었으니 올해 서른이라는 

계산을 한다.

  '서른 아직 애숭이군!'

  서진경이 또 한번 빙그레 미소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구 문을 열고 

나간다.

  그런 서진경의 뒤 모습을 지연주가 바라보고 있다.

  서진경이 나가는 것을 확인한 지연주가 수화기를 집어든다.

  사무실을 나온 서진경은 여성용품 매장으로 간다.

  거기서 판탈롱형 스타킹을 산다.

  포장을 하려는 판매원에게 

  "포장하지 말고 작은 쇼핑 백에 담아 줘!"

  하고 쇼핑 달라고 한다.

  스타킹 한 장 구입하고 쇼핑 백을 달라는 말에 판매원이 서진경의 얼굴을 

본다.

  "나 영업 3과에 근무하는 직원이야!"

  직원이라는 서진경의 말에 판매원이 알았다는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스타킹을 쇼핑 백에 담아 준다.

  스타킹을 담은 쇼핑 백을 받아 든 서진경이 이번에는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서진경이 타이트 스커트 아래 자락을 

뒤집듯이 위로 끌어올린다.

  타이트 스커트가 뒤집어진 모습으로 위로 끌려 올라가면서 팬티 스타킹에 

싸인 서진경의 하반신이 드러난다.

  서진경이 팬티와 함께 스타킹을 끌어내린다.

  스타킹과 팬티가 발목을 벗어난다.

  이제 서진경의 하반신을 가린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노 팬티 차림의 완전히 드러난 하반신에 판탈롱형 스타킹만 신고 스커트를 

내린다.

  스커트를 내린 서진경이 블라우스를 벗는다.

  블라우스를 벗은 손이 브래지어를 푼다.

  초대형 E 컵 브레지어에 싸여 있는 20대 후반의 원숙한 여성의 유방이 

부르릉 하고 해방이 되어 모습을 드러낸다.

  서진경이 잠시 드러난 자신의 유방을 내려다본다.

  자기 눈으로 보아도 탐스럽고 풍요한 유방이다.

  서진경 자신 어디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다는 자부심을 가지는 유방이다.

  서진경의 두 손이 유방을 감싼다.

  감싼 손에 힘을 주어 가만히 문지른다.

  문지르는 서진경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한동안 유방을 문지르던 서진경이 벗어 놓은 팬티와 브래지어를 쇼핑 백에 

담아 화장실을 나선다.

  화장실을 나서는 서진경의 얼굴에 또 한번의 미소가 흐른다.

  두 번째 서진경의 미소 속에는 

  '내가 노브 노 팬티 상태로 자기를 만나러 가는 걸 강하영은 모르고 

있겠지?'

  하는 심리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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