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20)

-18

                       

"아유..  이 먼지.."

두 번째 물걸레질을 하는데도 하얀 수건걸레에 회색빛이 묻어났다.  날씨는 벌써 초여름이었다.  면

장갑에 고무장갑을 겹겹이 낀 은영의 두 손이 땀에 젖었다.  코와 이마에도 땀이 송송 달렸다.  그나

마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한 번 더 닦아야겠다."

작은 방에 컴퓨터가 놓인 책상의 구석구석을 꼼꼼이 닦고나서 은영은 코와 이마의 땀을 옷소매로 대

충 지우며 베란다로 향했다.  세수대야에 수건 걸레 3장을 넣고 물을 부었다.  하나씩 꺼내 비누칠을

하고 박박 문질러대었다.  회색빛은 잘 지지 않고 손이 저렸다.

                     

"휴..  좀 쉬어야지..  손 저려서 못하겠네.."

은영은 쭈그려 앉은 채 창 밖을 바라보았다.  파란 논이 있는가 하면, 물만 채워진 흙탕 논도 있고,

봉긋하게 흙이 다져올려진 휑한 밭도 보였다.  전에는 생각도 못하던 광경이 푸근했다.  휘휘 둘러보

다가 문득 베란다 구석으로 시선이 갔다.  노란색 우산이 몸을 펴고 있었다.  

                       

"아무래두 남자아이 취향은 아닌데..  색깔이.."

고무장갑에 묻은 빨래비누를 물로 헹궈내고 우산을 집어 들었다.  팽팽하게 마른 병아리색 우산을 접

어 손잡이 부분을 살폈다.  오래된 우산 같지도 않았다.  그래도 동수가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학온 지 일주일만에 우산을 빌려주는 친구가 생겼다는 게 다행이었다.

                      

"우리 동수가 붙임성이 좀 있긴 하지.."

은영은 우산살을 보기좋게 포개서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의문을 잘 접어 넣은 다음, 한쪽 구석에 우산

을 세웠다.  

                         

"가만..  재활용 버리는 날이 오늘이었나?"

콜라 페트병, 피자 포장, 피클담겼던 플라스틱 용기, 화장품 포장지, 맥주 캔, 생수병, 비닐봉지 등

이 한 무더기였다.  엘리베이터 벽에 월요일은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 써붙여진 안내문구를 본

기억을 떠올렸다.

                            

"걸레는 물에 좀 불렸다가 나중에 빨아야지.."

은영은 면장갑과 고무장갑을 벗었다.  후덥지근 답답했던 손이 한껏 시원했다.  재활용 쓰레기를 비

닐봉지 두 개에 나누어 담았다.

                       

                   

"안녕하세요?  저번 일요일에 이사오신 분 맞죠?  저 바로 옆집 1006호 살아요.."

기다리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여자는 160이 조금 안되어 보이는 작은 키에 단발로 자른 바람머리가

세련되고 귀여워 보였다.  마른 얼굴에 몸매도 말라 보이는 여자였다.

             

"네,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이사와서 인사도 못 드렸네요."

은영은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하고, 비닐봉지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아니에요..  호진아, 아줌마한테 인사해야지."

1006호 여자의 옆에는 개구지게 생긴 남자 아이가 엄마만큼이나 호기심 많아보이는 눈을 반짝이며 은

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여자가 머리에 손을 얹자 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또릿하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응, 그래..  참 귀엽게 생겼네?  몇 살이에요?  5살?  6살?"

은영은 비닐봉지를 왼손에 모아들고 오른손을 내밀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다가 멈칫 했다.  

재활용이라고는 하지만 쓰레기를 만진 손으로 아이를 만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5살이에요.  아드님이 고등학생 맞죠?  오다가다 몇 번 봤는데."

찬찬히 뜯어보니 여자는 이제 30도 안되어 보였다.  평범한 얼굴이었지만 눈이 크고 서글서글해서 인

상이 친절하고 착해 보였다.

                     

"아니요, 이제 중학교 2학년 다녀요."

은영은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또래보다 큰 동수의 키는 은영의 자랑이었다.

                           

"어머나!  전 딱 고등학생인 줄 알았는데..  중학생이 어쩜 그렇게 의젓해요?"

1006호 여자가 손뼉을 치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은영은 아직 어려보이기는 하지만 아줌마치고

드물게 맑아 보이는 눈동자라고 생각했다.  동수를 칭찬하는 말이 기분좋았다.

                       

"근데, 늦게까지 일하시나 봐요.  현관문 소리가 항상 늦게 나던데..  바깥분은.."

여자가 은영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은영이, 물어보면 실례되는 직업이라도 가지지 않았

나 궁금해 하는 눈초리였다.

                     

"네, 저..  전철역에 있는 백화점에서 근무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9시나 돼야 퇴근이에요."

은영은 여자가 말을 끝내기 전에 얼른 끼어들었다.  남편에 대해 물어보는 건 늘 달갑지 않았다.

                     

"어머!  저 그 백화점에 자주 가는데.  어느 코너에 계신데요?"

은영은 1006호 여자가 호기심많은 여학생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복도에 서서 건물이 웅웅 울리게 은

영의 신상을 공개해야 하는게 좀 내키지 않았지만 착해보이는 1006호 여자의 순진한 호기심을 뿌리칠

수 없었다.

                      

"나중에 댁으로 놀러 가도 되죠?"

호진이라는 아들아이에게 다시 인사를 시키며 1006호 여자가 의례적으로는 들리지 않는 말을 했다.

"그럼요.  오세요.."

(언제 놀러 오겠다는 거지?  늦게 퇴근한다고 말했는데..)

                     

은영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나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1006호 여자와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작은 키였지만 반바지를 입은 여자의 다리가 미끈하고 날씬해보였다.

                 

            

학생들이고, 선생님들이고 월요일 얼굴은 피곤하고 무거워 보였다.  형진이 녀석은 1교시 중간부터

엎드렸다.  쉬는 시간에는 반 아이들 거의 절반 이상이 책상에 코를 박았다.  

                         

(엄마랑 운동화를 먼저 사고..)

동수는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운동장에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오후의 약속을 그렸다. 

멋진 운동화를 장만하고 나면 친한 아이들을 꼬드겨 축구 시합을 할 생각에 부풀었다.  

                        

교실을 둘러보니 썰렁했다.  고개를 들고 있는 사람은 동수 뿐이었다.  나머지는 화장실에 갔는지, 

매점으로 달려갔는지 몰랐다.  교실이 이렇게 조용하기는 처음인 것 같았다.  벽시계를 보니 꽤 지

난 듯 했던 쉬는 시간은 겨우 절반 지났을 뿐이었다.

                  

"툭"

무릎에 네모난 것이 떨어지더니 흘러 내리려 했다.  동수는 반사적으로 손을 재빨리 뻗어 그것을 집

어 들었다.  수줍은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갔다.  향긋한 내음이 뒤를 따랐다.  동수는 손에 집은 것

을 볼 틈도 없이 향기를 좇아 고개를 들었다.  민경의 손에 이끌려 자리로 총총 뛰어가며 수진이 동

수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뛰어서 땀이 났는지 수진이의 볼이 발그레 했다.

                       

동수는 손에 집은 것을 들어 보았다.  500원짜리 동전보다 약간 큰 정사각형의 초콜렛이었다.  동수

는 어리둥절해서 수진이를 다시 쳐다보았다.  수진이가 손을 살짝 흔들어 보였다.  수진이의 손에는

동수의 무릎에 떨구어졌던 것과 똑같은 초콜렛이 들려 있었다.

                        

                    

단칸방을 청소하는 것보다 세 배, 네 배는 더 힘들었지만 기쁨과 보람은 열 배, 백 배는 더 됐다.  

은영은 숨어있는 먼지라도 찾듯이 한결 깨끗해진 방안을 다시 한 번 살폈다.  베란다에 널린 빨래가

몸을 종종 흔들었다.  

                        

"3시 20분쯤 끝난다구 했으니까.."

아직 시간은 2시간이 조금 모자라게 여유있었다.  그러나, 은영은 벌써부터 화장거울 앞에 앉았다.

볼을 두드리고, 눈썹을 그렸다.  입술은 조금 망설이다가 립스틱 대신 핑크색 립글로스를 발랐다.  

                           

"볼이 좀 창백해 보이나?"

볼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괜히 덧발라 망치려니 하고는 말았다.  머리끈을 떼서 빗질을 여러 번 정

성들여 했다.  반짝이는 큐빅박힌 머리핀으로 할까, 하얀 천으로 된 곱창밴드로 할까 망설이다가 부

담스럽게 반짝이는 머리핀 대신 무난한 곱창밴드로 머리를 묶었다.

                       

"뭘 입으면 좋을까.."

고민스러웠다.  옷을 고르는 고민을 생각하면 동수의 교복이 참 부러웠다.  은행에서 근무했던 때나

지금 백화점에서 근무하면서도 주로 유니폼을 입었던 터라 화사한 외출복은 없었다.  검정이나 회색

치마에 흰색, 또는 아이보리색 블라우스가 주종이었다.  

                   

"치마 입지 말구 그냥 편하게 청바지에 반팔티 입구 갈까.."

쇼핑하러 돌아다니자면 청바지에 낮은 단화가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동수에게 어떻게 보일지 자

신없었다. 

                   

"동수가 안 예쁘게 입구 나왔다구 삐지면 어떡하지.."

은영은 청바지와 치마를 놓고 동수의 반응을 예상해 보았다.  먼저 치마를 입어 보았다.  화창한 날

씨에 검정이나 회색은 영 아닌 것 같았다.  전에 동수가 치마가 길다고 투덜거리던 것도 마음에 걸렸

다.  

                   

치마를 벗고, 청바지에 다리를 넣었다.  밝은 날씨에 어울리게 그중 가장 환한 색을 골랐다.  청바지

가 엉덩이에 꽉 끼는 느낌이이었다.  

"이건 너무 끼네..  뚱뚱해 보이지 않을까.."

그래도 어두운 색의 치마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래..  이걸루 하자.."

                   

바지를 고르고 나니 큰 일 치뤘다는 생각과 함께 두근두근 가슴이 설레었다.  시계를 보니 그새 1시

간이나 지나 있었다.  웃옷은 무얼 입을 지, 구두는 무엇을 신을 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은

영은 마음이 급했다.

                 

                       

"오늘 청소 당번이 몇 번부터 몇 번까지지?"

담임선생님은 종례를 항상 짧게 끝내는 스타일이었다.

"6번부터 10번까진데요."

                           

내내 무겁게 눌려 있던 아이들은 이제는 생기가 도는 지, 선생님의 짧은 말도 못 참고 벌써 웅얼웅얼

소란을 높이고 있었다.  동수도 진작에 싸놓은 가방을 가슴에 안고 자리의 잇점을 살려 제일 먼저 뛰

어나갈 기세였다.  담임선생님의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심장이 조급하게 고동쳤다.

"그래, 청소 깨끗이 끝내고 교무실로 검사받으러 와라.  그리고.."

                              

[교무실에서 알려드립니다...강..]

칠판 옆에 높이 달린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와도 아이들의 소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이

눈을 찌푸리며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강유리 선생님은 지금 즉시 교무실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반장, 인사는 됐어.  청소 시작해.."

담임선생님이 출석부를 챙겨들더니 바삐 발길을 재촉해 교실을 떠났다.  아이들의 소란 소리를 뒤로

하고 동수도 얼른 일어나 교실문을 나섰다.  

                         

(엄마보다 먼저 가 있어야지.)

엄마와는 백화점앞에서 보기로 했었다.  엄마가 먼저 도착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게

더 좋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쁘게 차려입은 엄마에게 살며시 다가가 눈을 가려볼까 

생각했다.  유치하고 창피한 행동이라 고개를 흔들었지만 그래도 tv에서처럼 꼭 한 번은 해보고 싶

었다.  

                      

엄마가 동수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면 다른 남자들이 무지 부러워할 것 같았다.  예쁜 엄마에게 헛물

을 켠 남자들의 실망스런 표정이 눈에 선했다.  자신감으로 으쓱한 웃음이 실실 새나왔다.  나란히 

손잡고 걷는 걸 보면 남자들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 같아 가슴이 잔뜩 부풀었다.  괜히 팔을 휘익휙

저었다.  

                      

(앗!  맞다..  교복입었지..)

하복으로 바뀌어 더욱 촌스런 학생티를 팍팍 풍기는 교복에 동수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교복을 입은

아들과 화사하게 예쁜 엄마..  남자들이 엄마에게 군침을 질질 흘릴 것 같았다.  엄마와 아들이란 걸

알고 엄마에게 추파를 던질 것 같았다.  교복입은 아들은 신경도 안쓸 것 같았다.

                   

(집에 들어갔다가 옷 갈아입고 가자고 할 걸..)

동수는 핸드폰을 보았다.  3시 25분.  엄마는 벌써 집을 나섰을 시간이었다.  이미 전철역에 도착해

있는지도 몰랐다.  

                   

동수는 김이 좀 샜다.  좀전까지 두근거리던 가슴이 이제는 다른 이유로 두근거렸다.  사람들은 동수

에게 늘 그렇듯 고등학생이냐고 묻고는 놀랄 게 분명했다.  중학생 아들이 듬직하다고 엄마를 칭찬할

게 분명했다.  그러면 은영은 동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뿌듯한 엄마의 표정을 지을 게 분명했다.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도 어린 아들 취급받는 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엄마보다 키도

조금이나마 큰 데, 엄마와 함께 나서면 동수는 항상 어린 아이인 게 싫었다.  동수를 마냥 어린아이

취급하고 낮춰 보고 소홀히 대하는 것이 기분나빴다.  사람들이 동수를 아이취급해도 흐뭇하게 웃고

마는 엄마가 짜증스러웠다.

                    

마을버스는 은영이 일하는 백화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민을 거듭했다.

오늘만은 어린 아들 취급은 절대 사절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교복과 가방이 걸렸다.  

(동복이면 좀 나았을 텐데..)

넥타이 맨 양복차림에 번들거리는 구두로 엄마옆에 서고 싶었다.  동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동수야."

은영이 마을버스에서 내리는 동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동수는 일부러 어깨를 숙이고 사람들

틈에 숨어서 내렸지만 엄마가 금방 찾는 바람에 조금 허탈해졌다.

               

"엄마.  많이 기다렸어?"

동수는 은영에게 다가서며 이유모르게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와..  엄마 예쁘다.."

찬사가 저절로 흘러 나왔다.  평범한 흰 티, 흔한 청바지, 굽낮은 샌들, 하나로 묶은 머리, 엷은 화

장..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저 평범했다.  그러나, 그것들이 엄마의 몸에 하나로 모이고 보니 특별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하얀 곱창밴드는 엷은 화장과 핑크색 입술에 어울려 청순한 매력을 뽐내고, 평범한 흰 티의 수수함은

몸에 찰싹 밀착해 풍만한 히프의 곡선을 여실히 보여주는 청바지를 관능적으로 돋보이게 했다.  굽낮

은 샌들은 청바지에 살짝 가려 다리가 길쭉하고 늘씬하게 보이도록 강조했다.

              

"엄마 안 이상해?"

은영이 동수의 시선을 좇아 옷매무새를 불안하게 살폈다.

            

"이상하긴?  짱이야! 짱!"

동수가 엄지를 펴보이며 활짝 웃었다.  

                

(다행이다.)

은영은 진심이 덕지덕지 묻어 나는 동수의 칭찬에 가슴이 뿌듯해졌다.  수도 없이 입고 벗고, 신고

벗으며 마음 졸였던 순간이 보람으로 느껴졌다.

           

"우리 동수두 오늘따라 유난히 멋지네?"

은영이 동수의 팔짱을 슬몃 끼며 말했다.  흥분으로 가볍게 떨리는 목소리가 부끄러웠다.

              

"정말?  헤헤..  엄마, 가자."

동수가 팔짱 끼었던 은영의 손을 잡아 빼고 새로 생긴 의류할인 쇼핑몰 건물을 향해 앞장서 걸었다.  

(오늘은 내가 엄마 데리구 다녀야지..)

엄마손에 이끌려 다니는 어린 아들은 이제 졸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신에 은영을 아들손에 이끌

려 다니는 어린 엄마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가.  동수야.."

은영이 갑작스레 손을 잡고 앞질러 가는 동수를 늦게 따랐다.  딴에는 조마조마하며 팔짱을 끼었던

것이 허사로 돌아간 게 실망이었다.  은영은 동수의 팔꿈치를 눈으로 좇으며 기회를 노렸다.

                       

                      

"동수야, 이리와서 좀 봐봐."

결심은 금세 잊혀졌다.  동수는 은영의 뒤를 졸졸 따르기만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처음 볼 

땐 몰랐지만 엄마의 청바지는 히프쪽에서 팬티선을 너무나 또렷이 자랑하고 있었다.  청바지 입은 다

른 여자들도 그런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엄마만큼 솔직한 사람은 없었다.

                           

"응..  그것두 괜찮다.."

은영이 들어보이는 운동화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동수는 또다시 엄마의 뒤쪽으로 슬며

시 돌아갔다.  간간히 지나가는 남자들의 시선이 엄마의 엉덩이에 꽂히는 게 처음엔 싫었지만 이제는

별로 기분나쁘지 않았다.  

                           

(엄마.  엉덩이에 팬티줄 보여.)

엄마에게 알려주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면 엄마가 질겁을 하고 놀랄 것 같았다.

(정말?  어디어디?  어머, 정말이네?  집에서 입고 나올 때는 괜찮았는데..)

엄마는 필사적으로 엉덩이를 가리며 어쩔 줄 몰라 할 것이 분명했다.

(엄마.  화장실가서 팬티 벗으면 되잖아.)

                        

(맞다.  그러면 되겠네.  동수야, 잠깐만..  엄마 화장실 갔다올께.)

잠시후면 엄마는 노팬티가 되어 화장실을 나올 것이다.  노팬티로 매끈한 히프를 씰룩거리며 걸어 나

올 것이다.  

                     

(동수야, 지금도 보이니?)

은영은 엉덩이를 동수쪽으로 쭈욱 내밀어 확인을 부탁할 것이다.  

(어디, 좀 만져보고..)

동수는 엄마의 히프를 만지며 노팬티를 확인할 것이다.  탱탱한 엉덩이를 주무르며 엄마의 노팬티를

검사할 것이다.

                                                      

동수는 엄마의 어깨에 슬쩍 팔을 둘렀다.  은영은 고개를 돌려 동수를 잠깐 보더니 별로 게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동수는 어깨동무한 팔 너머로 엄마의 히프를 계속 훔쳐보았다.  둥근 언덕을 가로지르

는 브이자의 팬티라인이 가슴을 뛰게 했다.  정돈된 앞모습과 달리 흐트러진 엄마의 뒷모습이 자극적

이었다.  남자들의 끈적한 시선이 엄마의 히프와 동수의 얼굴을 번갈아 훑을 때면 뿌듯한 자랑이 가

슴을 채웠다.

                    

(우리 엄마 히프 예쁘지?  이 팬티 내가 매일 밤 벗긴다..)

히프를 훔쳐보는 것도 모자라 수작이라도 부릴 것처럼 은영의 옆에서 얼굴을 훔쳐보며 눈치를 살피는 

놈에게는 눈을 잔뜩 부라려 주었다.  

(어딜 넘봐?  이 여자는 내꺼야..)

                     

                  

"가방이 무거워?  내내 뒤에 쳐져서 걷던데.."

김치찌개와 제육덮밥을 시켜놓고 은영은 걱정스런 그늘을 지었다.  

(동수 책가방을 전철역 사물함에 넣어둘 걸 잘못했어..)

나란히 걷지 않는 동수에게 팔짱을 낄 기회는 없었다.  별로 무거워 보이지 않는 가방에 쩔쩔 매는

아들이 약해보여 실망스러웠다.

"아니야, 별루 안 무거워.."

                   

"맛있게 드세요."

"네."

반찬은 별 게 없었지만 제육덮밥의 고기는 양이 푸짐했고, 김치찌개에도 꽤 두툼한 고깃덩어리가 풍

덩했다.

"동수야, 먹구 모자라면 말해.  더 시켜줄께.  많이 먹어?"

은영은 김치찌개에 빠져있던 고깃덩어리를 모두 건져 동수의 그릇에 놓아주었다.  배가 고팠는 지 동

수가 군말없이 숟가락질을 허겁지겁 하기 시작했다.  먹성좋은 동수의 모습을 바라보며 은영은 기대

감이 흐뭇하게 차올랐다.

                   

                   

(엄마, 안 더워?)

동수는 덥다는 핑계로 뿌리쳐 볼까 생각했다.  식당을 나선 이후 계속 은영은 동수의 오른팔을 꽉 껴

안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실제로 반팔 티 아래로 동수의 맨 팔과 은영의 맨 팔이 맞닿은 자리에는 

땀이 약간 맺혔다.  그렇지만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맨 살에 와닿는 엄마의 커다란 젖덩

어리가 좋았다.  브래지어 때문에 온전히 몰캉몰캉, 말랑말랑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걸음을 옮길 때면

풍덩 쏟아지며 동수의 팔을 때리는 느낌이 꽤 묘미 있었다.

                                             

은영은 동수의 운동화와 옷을 산 뒤에도 구경을 핑계로 아들을 이리저리 껴안고 다녔다.  굽낮은 샌

들로 신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수의 어깨를 내려다보지 않는 은영의 어깨가 만족스러

웠다.  

                    

"동수야, 저건 어때?"

"에이..  그건 색이 너무 칙칙해."

                    

"엄마, 이거 예쁘지?"

"어머?  너무 야해.  엄만 그런 거 싫어."

                       

"엄마, 그럼 요건?  요건 좀 무난하지 않아?"

"음..  글쎄..  원색이 좀 화려하긴 한데 그런대루 무난한 편이네."

                             

은영은 동수와 팔짱을 끼고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 받으며 걷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엄마와의 쇼

핑을 싫어 하지 않는 아들이 고마왔다.  옷을 사지 않고 눈으로만 훑고 다녀도 충분히 행복했다.  동

수의 팔이 가슴을 꾸욱 눌러주는 게 듬직했다.  

                       

"엄마, 엄마.  저거, 저거."

동수가 무얼 발견했는지 기쁨에 찬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질을 했다.

                      

"뭘 보구 그러니?"

은영이 동수의 손가락끝에 시선을 집중했지만 알 수 없었다.

                     

동수가 은영을 끌고 급히 걸음을 재촉했다.  은영은 팔짱이 풀리지 않도록 얼른 동수와 보조를 맞추

어 뛰다시피 걸었다.

                   

"어서 오세요.  어떤 걸 찾으시나요?"

좁디좁은 매장에 옷이 촘촘히 걸려 있었다.

                  

"이거요."

동수가 손을 뻗어 가리켰다.  '3벌에 만원'이라고 쓰인 하얀 종이밑에 흰색, 회색, 카키색의 끈 나시

가 놓여 있었다.

                   

"아, 네.  이 나시티요.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얇은 정장 자켓안에 받쳐 입으셔두 좋구요.  집에서 

편하게 입으셔두 참 좋아요..   어머..님이 입으시게요?"

주인여자가 감이 잘 안 잡히는 지 은영과 동수를 번갈아 보며 말끝을 흐렸다.

                                      

"엄마 잠옷 없잖아.  이거 사자.  엄마 입구 자면 예쁘겠다."

동수가 흰색 나시를 들어 은영의 몸에 대보였다.  

                 

"아유.  어머님은 좋으시겠어요.  아드님이 옷두 골라주시구.  아드님이 센스있으시네."

주인여자가 이제 감을 잡았다는 듯 은영을 향해 아들칭찬을 늘어 놓았다.  은영은 쑥스러웠다.  엄마

의 잠옷을 골라주는 아들이 이상하게 보이지나 않을까 겁도 났다.

                    

"동수야, 엄마 잠옷 있잖아.  뭐하러 또 사.."

은영은 자리를 피하고 싶어 팔짱낀 동수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런데, 동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색

색별로 은영의 앞가슴에 대보며 궁리하는 기색이었다.  그 때마다 동수의 손끝이 은영의 젖가슴을 건

드렸다.  은영은 움찔움찔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엄마, 가만 있어봐.  어떤 색이 예쁜가 보게.."

              

"손님, 몸매 참 좋으시다.  어쩜 그렇게 볼륨있으세요?"       

동수의 손길에 따라 은영의 가슴에 시선을 주며 주인여자가 나불나불 바람을 넣는 게 불편했다.  옆

에 아들이 서있는 엄마한테 몸매 칭찬이 왠 말인가 싶었다.

                         

"그렇죠?  우리 엄마 글래머죠?"

동수는 상술이라 해도 주인 여자의 칭찬이 듣기 좋았다. 

(우리 엄마 젖 무지 크죠?  아줌마보다 더 크죠?)

솔직히 물어보고 싶어 입이 근질했다.  동수는 하얀 쫄티를 입은 주인 여자의 가슴을 훔쳐보며 엄마

의 가슴과 비교해 보았다.  펑퍼짐한 면티를 입어 엄마의 가슴이 돋보이지 않는게 아쉬웠다.

                         

은영은 난처했다.  동수가 주인여자와 맞장구치며 자리를 떠날 생각을 않는게 나시를 기어코 사라는

뜻인 것 같았다.  은영은 심하게 사이즈가 큰 가슴이 컴플렉스여서 나시처럼 가슴을 잘 가려주지 못

하는 옷은 꺼리고 피했다.  그런데 동수가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그 장단에 맞추어야할 지 난감했다.

                      

"동수야, 이거 엄마한텐 작을거 같은데?  이거 사이즈 하나죠?"

은영이 카키색 나시를 동수에게서 받아들고 주인여자를 쳐다보았다.  카키색이나 회색이라면 하나정

도 사서 입어볼까 생각했다. 

                       

"네.  프리사이즈로 나왔는데요.  약간 쫄이라 왠만하면 다 맞으세요.  손님 66 입으시죠?"

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66 입어요."

"그럼 맞으실거에요."

                   

"엄마, 그러지 말구 한번 입어봐."

동수가 흰색이 맘에 드는지 손에서 놓지 않고 은영의 몸에 대보는 시늉을 했다.

                      

"얘는..  이걸 여기서 어떻게 입어보니?"

은영은 싼 맛에 망설이고는 있었지만 동수가 자꾸 채근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왜 못 입어?  저기 옷 갈아 입는데 있잖아."

동수가 한쪽에 대충 만들어진 탈의 공간을 가리켰다.  작은 사람키만한 높이로 가로지른 줄에 하얀 

천이 길게 매달려 가리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은영은 엄마사정도 모르고 기대에 가득 차 눈빛을 촉촉히 빛내는 아들의 뜻을 매몰차게 뿌리칠 수가

없었다.  주인여자를 보며 구원을 청하는 눈짓을 보냈다.  

(원래 이렇게 늘어나는 옷은 입어볼 수 없는 거잖아요?  동수한테 말좀 해주세요.)

그러나, 주인여자는 동수를 부추기는게 상책이라는 걸 눈치챘는지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말끄러미

지켜보기만 했다.

                            

"브래지어 끈 보여서 안된단 말야.."

동수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주인여자가 들었을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엄마를 난처하게 

만드는 눈길로 가슴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동수가 야속했다.

                          

(그럼 브라자 벗으면 되잖아요.)

주인여자가 있건 말건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엄마가 노브라로 흰 나시티를 입은 걸 보고 싶었다.

더러운 젖꼭지가 순결한 흰색에 가려지는지 보고 싶었다.  심장이 무섭게 뛰며 손에 진땀이 배었다. 

불편해하는 엄마의 표정에 가슴이 몹시 설레었다.  엄마를 부끄럽게 만들고 싶었다.  부끄러워진 엄

마는 더 예쁘고 더 매력적일 것 같았다. 

                     

"한 벌은 얼마에요?"

은영이 카키색을 집어 들어 보이며 주인여자에게 물었다.  동수는 긴장이 탁 풀렸다.  엄마가 계속

망설이는 눈치를 보이면 조르고 보채서라도 입혀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한 벌엔 4천원인데요.  세 벌 사세요.  만원에 세 장이면 부담없으시잖아요."

주인 여자가 은영이 아니라 동수를 쳐다보며 눈웃음을 쳤다.  동수를 부추기려는 속셈이 빤히 들여다

보였다.

                       

"그래, 엄마.  색깔 별로 세 장 사면 되겠다."

은영은 고작 만원에 아들의 기분을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세 벌 담아주세요."

                      

                     

나눠 들겠다고 자꾸만 조르는 은영의 말은 건성으로 듣고 말았다.  동수는 양손에 든 종이가방이 전

혀 무겁지 않았다.  팔짱낀 엄마의 맨살 감촉이 따스했다.  아직 6시도 넘지 않은 이른 시간이 좋았

다.  전철역 지하상가는 퇴근 시간이라 제법 붐비고 어깨도 가끔 부대꼈지만 성가시지 않았다.

                         

"저기야?"

은영은 20여미터 앞에서 '홀복전문'이라는 간판을 단 옷가게를 찾아낼 수 있었다.  현수막에 망했다

고 쓴 글씨가 조잡했다.  조명이 울긋불긋하고 옷들이 평범해 보이지 않는게 분위기가 이상했다.

                       

(저건 술집 나가는 여자들이나 입는 옷 아니니?)

은영은 동수의 손을 잡고 발길을 돌릴까 생각했다.  한편으론 그냥 좀 화려한 옷을 파는 곳인 지도

모르는데 구경도 안해보고 지나쳐 버리면 동수가 실망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 잠깐만 나 화장실 좀 갔다올께."

갑자기 걸음을 멈춘 동수가 손에 든 종이가방을 은영에게 넘기더니 몇 발자국 지나온 화장실로 뛰어

갔다.  은영은 종이가방을 받아들고 옷가게의 분위기를 찬찬히 살폈다.  

                         

(휴우..  깜빡 잊을 뻔 했네.)

동수는 화장실 표지를 보고 어젯밤에 콘돔을 모두 써버린 게 떠올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화장

실 안에는 대여섯 정도 사람이 있었지만 별로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동수는 주머니를 뒤집어 보았

다.  천원짜리가 세 장에 백원 짜리가 몇 개뿐이었다.  

                         

(할 수 없지.  이거라두 뽑자.)

가능한 한 많이 뽑아두고 싶었지만 미리 천원짜리나 500원짜리 동전을 준비해두지 못한 게 아쉬웠다.

밖에 있는 엄마한테 빌릴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나갔다 다시 들어오면 쪽팔려서 콘돔자판기 앞에 서기

힘들 것 같았다.

                     

"툭, 툭, 툭.."

사람들이 오가며 동수를 힐끔거렸다.  젊은 남자는 야릇한 미소를 지었고, 30대나 40대정도 되어보

이는 아저씨들은 눈을 잔뜩 찡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동수는 하나씩 떨어지는 콘돔을 집어들고 가

방 옆 지퍼를 열었다.  여섯 개 째 가방에 집어 넣고 돌아서며 나오는데 30대중반 정도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뒤따라 나왔다.  동수는 혹시나 싶어 가슴이 철렁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의연하

게 행동하려 애썼다.

                       

"왜 이렇게 늦었어?"

은영이 눈을 살짝 흘기며 동수에게 종이가방을 넘겨주었다.

                         

"사람이 많아서.  왜, 엄마?"

동수는 종이가방을 받으며 등뒤를 지나치는 남자에게 고개를 살짝 돌렸다.  남자가 동수와 은영을 이

상한 눈빛으로 훑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멀어지는게 보였다.

                        

"엄마두 화장실 가려구.  잠깐만 기다려."

은영이 화장실로 또각또각 걸어 들어갔다. 

                      

"천천히 하구 나와, 엄마."

여자는 남자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걸 동수는 알았다.  팬티자국이 역력한 엄마의 히프를 쳐다

보며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여자 화장실 칸은 두 개 밖에 안되었지만 다행히 줄 선 사람이 없었다.  

"콰아아아.."

은영이 줄을 서자 마자 물소리가 나며 교복차림의 여학생이 문을 열고 나왔다.  동수랑 같은 학교일

까 싶어 유심히 보았지만 교복이 달랐다.  키나 얼굴로 봐서는 고등학생일 것 같았다.  은영은 급히

안으로 들어가 문고리를 걸고 물부터 내렸다.

"콰아아아..  쪼르르.."

                       

(어?)

화장실에서 나오는 여학생이 낯익었다.  여학생도 동수를 알아보는 눈치였다.  동수와 시선을 맞추며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거의 매일아침 마을버스안에서 마주치는 여학생 삼총사중 인물과 몸매가

제일 나은 편인 새침한 표정의 그 여고생이었다.  

              

동수는 반가운 표정을 지은게 쑥스러워 고개를 돌려 외면해버렸다.  동수가 여학생을 의식하고 기억

에 담아두고 있었다는 걸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러나, 여학생의 눈은 동수의 얼굴과 손에 들

린 종이가방을 오르내리며 탐색을 멈추지 않았다.  

                    

"음마아아..  음마아아.."

레이스달린 공주옷을 입은, 서너 살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어린 아이였다.  엄마를 찾으며 서럽게

울어대면서 불안한 눈길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꼬마 아가씨의 눈에는 동수밖에 보이지 않는 지 동

수의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동수는 여학생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아이 엄마가 금방 찾아 오려니 하는 생각에 그저 보고만 있었

다.  그러나, 더욱 서럽게 울며 엄마를 찾는 모습이 불쌍해 보여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종이가방

을 내려놓고 아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눈부터 맞추었다.

                      

"엄마랑 헤어졌쪄?  엄마 어디갔는데?"

눈물, 콧물 범벅을 옷으로 대충 닦아주고 손을 잡아주었다.  신기하게 작은 아이의 손은 토실토실 건

강했다.  아이가 울음소리를 멈추고 동수를 보았다.  작게 찢어진 눈에는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아이가 손을 번쩍 들어 먼 곳을 가리켰지만 엄마일 것 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여학생은 어디로

갔는지 금세 보이지 않았다.

                       

"엄마 금방 오실거야.  엄마 올 때까지 오빠랑 놀자."

동수가 아이의 손을 활짝 흔들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이는 아직도 울먹울먹하는 표정이었지

만 동수에게 호기심이 생겼는 지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동수는 아이가 딴 생각을 하도록 자꾸 말

을 붙여야 겠다고 생각할 뿐 뾰족한 수는 없었다.

                       

"아구, 우리 공주님.  눈물 뚝 그치니깐 무지 이쁘네."

            

                                  

거울을 몇 번이나 보고 입술에 립글로스를 바르고 난 뒤 또각또각 걸음을 재우쳐 화장실을 나서던 은

영은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아빠!)

기억속에 아련히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사진처럼 펼쳐져 있었다.  교복이 아니었다면 반갑게 소리칠

뻔 했다.  추락하려는 마음을 간신히 추스리고 눈에 힘을 주었다.  동수의 옆얼굴이 보였다.  통통한

볼과 두툼한 입술이 다시 아련했다.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졌다.  그리움이 복받쳤다.  

                   

"새별아, 엄마가 가만 있으라구 했잖아?  왜 자꾸 돌아다녀?"

언제 다가왔는지 젊은 여자가 꼬마아이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며 잔소리를 했다.  

"음마아아.."

아이가 동수의 손을 놓고 여자에게 쭈르르 달려가 안겼다.  여자는 동수쪽을 한번 힐끗 보지도 않고

반가와 우는 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는 어르며 달래며 멀어져갔다.

                   

동수는 그대로 쪼그려 앉아 꼬마아이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고마운 눈인사도 보내지 않는 아이엄

마가 섭섭했지만 빨리 만나서 잘 됐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입술이 양쪽 볼을 향해 흐뭇하게 치켜졌다.

                 

"동수야!"

은영이 엄마가 다가오는 기척도 못 느끼고 앉아만 있는 동수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겼다.  

"엄마!"

동수가 배시시 웃으며 종이가방을 집어 들고 일어섰다.

                

은영은 동수의 옆구리에 손을 비집어 넣고 팔짱을 끼었다.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에 몸을 맡겼다.

               

                

"어느 업소 나가세요?   이 근처 업소 아가씨들은 다 우리집 단골이라 내가 왠만큼은 아는데.."

가게를 지키고 있는 건 어제의 그 성질 더러운 여자였다.  동수는 5미터 앞에서 여자를 발견하고 주

춤했지만 눈이 마주친데다가 가게를 향해 똑바로 걸어가던 걸음을 갑자기 틀면 이상해보일까봐 가게

앞 좌판 곁에 멈춰서고 말았다.  이날따라 여자는 밖에 나와 앉아 있었다.

                

"네?"

은영은 붙임성있는 익숙한 말투로 살살거리는 주인여자에게 이상한 거부감이 일었다. 

(업소라니?  뭐라는 거야?)

주인여자가 몸매를 위아래로 샅샅이 훑는 것 같아 은영은 소름이 돋았다.

                

동수는 주인여자가 뭐라건 상관않기로 했다.  어제 찜해 두었던 그 옷이 아직 얌전히 있는지만 궁금

했다.  오늘도 놓치면 팔려버리고 말 것 같았다.

"이야!  있다, 엄마."

동수는 기뻐서 쪼글쪼글 접힌 순백의 원피스를 은영에게 들어보였다.

                

엄마를 부르는 동수의 목소리를 듣자 주인여자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스쳤다.  

"이 학생 어머니 되세요?"

동수는 여자를 향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우리 엄마 이쁘죠?  어제 그렇게 쌀쌀 맞게 굴더니 오늘두 그래 보시지?)

역시 엄마랑 함께 오니 대접이 틀리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빨리 커서 어른이 되어야겠

다고 생각했다.  얼른 어른 대접 받고 싶었다.

                   

"엄마 어때?  이쁘지?"

한 줌으로 쭈그러진 원피스를 잡아 늘려 보이며 동수는 은영에게 의견을 물었다.

                  

"어?  으응..  근데 좀.."

뭐라고 거절하면 동수의 기분을 상하지 않을지 고민했다.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머님이 입으시기엔 좀 튀죠?"

주인여자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은영과 동수를 번갈아 보았다.  팔고 싶다는 생각과 팔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섞어 보이며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2만원 맞죠?  엄마 빨랑 사구 가자.  다리 아프다."

동수는 멍하니 서있는 엄마를 재촉했다.  아까처럼 망설이다가 어제처럼 험한 꼴을 겪고 싶진 않았

다.  화끈하게 2만원 던져주고 본때를 보여주리라 생각했다.

"엄마, 뭐해?  빨리.."

              

"으, 으응?  응, 그래."

동수가 성화를 부리는 바람에 은영은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갑을 열어 만 원짜리 두 개를 꺼

내 주인여자에게 건넸다.  뭔가에 홀린 듯 정신이 없었다.  주인여자도 경황이 없어 보였다.  돈을

받고도 쇼핑백에 넣어가겠냐고 묻는 법도 없이 동수와 은영을 이상한 눈초리로 빤히 보기만 했다.

             

            

"어머, 얘.  그걸 왜 뜯니?"

마을버스안은 한가했다.  은영은 말려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동수가 원피스의 가슴에 댄 패드를

뜯어내는 걸 불안하게 지켜보았다.

"그러다 옷 버려.  하지마, 동수야."

              

"괜찮아, 엄마.  자 됐지?  티 안나지?  집에 가서 한 번 입어보자, 엄마."

동수가 원피스를 들어보였다.  과연 불빛에 비춰진 원피스는 주름진 것 외에는 뭘 떼어낸 티는 나지

않았다.  

             

"빨아 입어야지.  너무 쭈글쭈글해서 안되겠다."

즐거워하는 동수에게 건성으로 대답했다.  좀전에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원피스를 건네주던 여

자의 눈빛이 꺼림직하게 뇌리를 맴돌았다.

    

               

"철컥.  끼이익.."

옆집 여자에게 소리가 들릴까봐 조심스럽게 열쇠를 돌리고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은영의 맘도 모

르고 동수가 부산스럽게 신발을 벗고 들어가며 주방과 안방에 형광등을 켰다.

               

"와아, 좋은데?"

새로 산 운동화를 발에 낀 동수가 통통 뛰는 시늉을 했다. 

"발에 잘 맞아?"

            

"응!  아주 딱 잘 맞아.  폭신폭신하구..  고맙습니다, 엄마.  쪼옥."

동수가 은영의 목에 팔을 감고 뺨에 뽀뽀를 하더니 금방 떨어져 나갔다.  은영은 마주 안으려다가 허

공에 팔을 저었다.  

            

"엄마두 지금 원피스 입어봐.  내가 예쁜지 봐줄께."

동수가 운동화를 신은 채 안방으로 뛰어가며 축구선수처럼 공을 차는 시늉을 했다.  은영은 팔을 슬

그머니 내렸다.  부끄러운 장면을 들키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거 치수가 너무 작은 거 아니니?"

은영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벅지 위로 자꾸만 말려올라가는 밑단을 민망하게 끄집어 내렸다.  치수

도 맞춰보지 않고 덥썩 돈을 줘버린게 아까웠다.

"안되겠다.  옷 바꿔야지.."

은영은 동수를 향해 눈을 살짝 찡그리며 동의를 구했다.

           

"아냐, 엄마..  작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좀 작아보이긴 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많이 작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애써 생각했다.  어찌하면 바꾸지 않고 그냥 입게 할

수 있을까 곰곰히 궁리했다.

             

(다이어트?  아닌데..)

가슴과 엉덩이가 좀 뚱뚱할 뿐 엄마는 제법 날씬한 편이었다.  동수는 허벅지를 꼬고 엉거주춤 서서 

창피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엄마의 몸을 자세히 관찰했다.  문제는 브래지어와 팬티인 것 같았다.

브래지어와 팬티의 선이 도드라져서 옷의 맵시를 망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엄마, 속옷 벗구 입어봐."

            

"응?  무슨 소리니?  무슨 옷을 속옷두 없이 입어?"

은영은 발끈 하며 얼굴을 붉혔다.  아들이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창피한 옷

은 도저히 입고 다닐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 엄마..  한 번만 그렇게 입어봐.  응?  한번만.."

동수가 은영의 팔에 매달리며 아양을 떨었다.  검지손가락을 내밀며 딱 한 번만이라고 간절히 부탁하

는 아들의 모습에 은영은 마음이 약해졌다.  

"그럼, 이번 한 번만이야?  한 번만 입어보구 가서 바꾸는거다?"

              

"알았어, 엄마."

은영은 단단히 다짐을 받고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먼저 팬티를 조심해서 벗어 내렸다.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스타킹 나가듯 원피스 올이 나갈 것 같았다.  그만큼 천이 얇았다.  팬티를 벗고나니 확실

히 허벅지에 끼는 느낌은 없었다.  맨 몸에 찰싹 달라붙는 천의 느낌이 제법 좋았다.  어깨끈을 내리

고 호크를 끌러서 브래지어도 벗어 던졌다.  가슴을 모으며 어깨끈을 정돈했다.  

           

(이게 뭐야?)

속옷없이 입으니 옷의 맵시는 아주 좋았다.  가슴에서 잘록한 허리를 거쳐 허벅지까지 유려하게 이어

진 곡선이 부드러웠다.  그런데 옷감이 너무 얇았다.  허벅지 사이의 검은 보지털숲과 젖가슴의 까만

꽃판이 또렷이 비춰보였다.  은영은 기가 막혔다.  이렇게 민망한 모습으로는 도저히 아들앞에 설 수

없었다.  

           

(2만원이면 어딘데..)

깐깐해 보이던 주인여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잘 바꿔주지 않을 것 같았다.  동수의 어린 치기에 아

까운 2만원을 허비했다고 생각하니 아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은영은 거울에 몸을 이리저리 비춰

보았다.  옆모습은 더 가관이었다.  가슴이 덩실 튀어 나온 것도 모자라 두툼한 젖꼭지가 포도알처럼

툭 삐져나와 보였다.  이렇게 단정치 못한 옷은 처음이라 황당하고 난감했다.  

             

(이거 정말 술집나가는 여자들이 입는 옷인가봐.)

은영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헛웃음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어느 업소 나가세요?  나가세요..  나가세요..)

주인여자의 말이 머리속에서 노래방 반주처럼 리듬을 타고 울렸다.  

(나가요?  나가요걸?)

언젠가 tv에서 나가요걸들이 모여사는 동네에 강도강간범이 출몰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던 게 희미

하게 떠올랐다.

(맞아.  나가요걸이라구 했어..)

          

tv뉴스에서 실루엣으로 흐리게 처리되었던 나가요걸의 뒷모습을 곰곰 생각해보니 지금 은영이 입고

있는 옷과 스타일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동수 이 녀석..  무슨 생각으루..)

           

"엄마, 다 입었어?"

문틈으로 동수가 머리를 불쑥 내밀었다.

"어머!  문 닫아.  보지 마."

은영이 양팔로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렸다.  덕분에 문을 닫을 여유가 없었다.

         

"왜, 엄마?  팔 치워봐.  어떤가 보게.."

동수가 문을 열고 작은 방으로 밀고 들어왔다.  은영은 어쩔 줄 모르고 몸을 돌렸다.  다가오며 싱긋

웃는 동수의 눈빛이 음흉하게 느껴져 닭살이 솟았다.

"오지 마.  저리 가.."

          

동수는 엄마의 엉덩이를 보고 이미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하얀 원피스는 엄마의 히프에선 살색이

되어 있었다.  천이 아주 얇아서 원피스에 밀착된 히프의 살색이 생생하게 비춰보였다.  군침이 저절

로 넘어갔다.  손이 알아서 엄마의 엉덩이를 쫓아갔다.  관능적인 옷감의 감촉이 손바닥에 찌릿했다.

              

"흑..  동수야, 손 치워.  엄만 이 옷 못 입겠어."

은영이 몸을 바르르 떨며 엉덩이를 뒤로 빼려 했지만 더이상 도망갈 공간이 없었다.

"왜?  그래두 옷이 껴?"

동수가 은영의 엉덩이를 슬금슬금 문질렀다.  은영은 이상하게 징그럽기만 한 아들의 손길에 몸을 흠

칫흠칫 떨었다.

              

"동수야, 이거 술집 여자들이나 입는 옷이야.  엄마보구 이런 걸 입으라구?"

은영은 팔을 잡아 제끼는 동수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  동수가 시키는 대로 팔을 내리고 거울을

보고 섰지만 떳떳한 자세로 똑바로 설 수가 없었다.  

              

동수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섹시했다.  시원하게 드러난

가는 목과 어깨의 살색이 순백의 원피스에 더욱 돋보였다.  젖가슴의 풍만한 속살은 겉으로 깊은 골

과 퉁퉁한 볼륨감을 남김없이 자랑했다.  새까만 젖꽃판과 툭 튀어나온 젖꼭지가 무척 헤퍼보였다.  

허벅지 사이에 까만 삼각지대는 울창한 보지털이 분명했다.  밑단의 길이도 생각보다 짧아서 약간만

말려올라가면 붉은 보짓살이 쉽게 보일 것 같았다.

"와아..  엄마 정말 야하다.."

            

은영은 멍하니 쳐다보고 넋을 잃은 동수의 시선이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동수에게 붙잡힌 팔을

어쩌지 못해 다리만 이리저리 꼬으며 안절부절 못했다.

"이게 뭐야.  꼭 술집여자처럼.."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울먹여졌다.

"엄마를 꼭 술집여자처럼 만들어놓구.  뭐가 좋다구 그렇게 실실 쳐다보니?"

원망도 섞여 나왔다.  은영은 눈을 흘기며 동수를 째려보았다.

           

(헤헤..  좀 그렇긴 하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예쁘고 섹시해보인다는 기쁨이 더 컸다.  

"아냐, 엄마.  술집 여자 안 같애.  너무 예뻐.."

칭찬으로 일단 분위기를 무마하려고 했다.

         

"아니긴 뭘 아냐.  옷이 나가요 복인데.."

은영이 뿌루퉁 입술을 내밀며 투덜거렸다.  아들이 알았으면서도 장난을 친거라 생각되어 화가 났다.

         

(나가요 복?)

술집나가는 여자들을 나가요라고 부른다는 건 원성이 녀석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스포츠신문에서

도 몇 번인가 나가요 패션에 대한 화제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엄마가 그런걸 알구 있네?)

밤거리라는 말만 들어도 흥분하고, 나가요걸이라는 사진설명에도 좆물을 쌀 것처럼 자지가 벌떡 서곤

했었다.  그런 음란하고 저속한 말을 고지식하고 얌전한 엄마가 할 줄 안다는게 야릇하게 흥분됐다.

          

"나가요면 어때?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쁜 여자들은 거의다 술집에 있다던데..  엄마정도면 자격이

있지.."

동수가 살살 꼬시는 목소리로 의뭉스럽게 말했다.

            

예쁜 얼굴이 자격있다는 건지, 술집에 나갈 자격이 있다는 건지 아리송했지만 유혹하는 아들의 뻔한

수법에 이번에는 넘어가지 않겠다고 작심했다.

"치..  또 입에 발린 소리다.  지금 엄마 놀리는거지?"

           

"아니야, 정말이야 엄마.  전에 드라마에서 같이 봤잖아.  생각안나?"

동수는 은영을 뒤에서 안았다.  거울에 비친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야했다.  자지가 진작에 발딱 서

서 은영의 히프를 찔렀다.

            

"몰라.  생각안나.."

          

"엄마 정도면 1급 나가요지..  오늘 쇼핑하면서 아무리 둘러봐두 엄마만큼 얼굴 예쁘구 젖 큰 여자는

없던 걸.."

동수가 은영의 젖가슴을 양손으로 지그시 덮어눌렀다.

           

"으음..  몰라..  다들 술집에 나갔나보지 뭐.."

여전히 퉁명스런 은영의 말투에는 콧소리가 약간 섞여 있었다.  째리는 눈초리로 거울을 향해 흘겨

보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아무리 비싼 술집에 가두 엄마처럼 몸매좋구 섹시한 나가요는 없을 걸.."

동수는 원피스위로 뚫을 듯 고개를 내민 도톨한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집어 비틀었다.  엄마의 귀에

입술을 대고 입김을 후 불었다.  허벅지를 흔들며 빳빳이 선 자지를 엄마의 히프에 비볐다.

            

"흐윽..  몰라..  동수두 나중에 그런 술집에 갈거야?"

동수가 엄마보다 더 예쁜 나가요가 있는지 알아보러 다니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호기심많은 아들

이 나중에 커서 취직하고 열심히 일해 번 돈을 모조리 술집에 부을까봐 걱정되었다.

           

"술집엔 뭐하러 가?  이렇게 이쁜 엄마가 있는데..  이렇게 이쁜 나가요가 집에 있는데.."

동수는 엄마의 젖가슴을 자근자근 주무르며 거울에 비친 노출이 심한 엄마의 자태를 훔쳐보았다.  은

영은 눈을 지그시 감고 동수의 손길을 음미하는 표정이었다.  입술이 약간 벌어지고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  얇은 옷감에 감싸인 젖가슴이 물컹물컹 했다.  약간 스판인 원피스가 헐렁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엄마의 젖가슴을 탱탱하게 모아주고 있었다.

"엄마..  엄만 얼마짜리야?  응?  엄마 사려면 얼마면 돼?"

            

은영은 당치도 않은 아들의 속삭임에 몸을 움찔 했지만 이미 관능의 사슬에 휘감겨 아들의 몸을 벗어

날 수 없었다.  벗어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흐으응..  몰라..  또 이상한 소리하구 그래..  엄만 돈받구 몸파는 여자 아니야.."

             

"알아..  딴 남자들한테는 팔지 말구 나한테만 팔면 안돼?  아들한테만 팔면 안돼?"

동수가 젖가슴을 강하게 움켜잡으며 은영의 귓볼을 입술로 잘근잘근 물었다.  

             

"아으으응..  싫어..  안 팔아.."

은영이 간지러운 귀대신 엉덩이를 비틀어댔다.  덕분에 동수의 발기한 자지가 은영의 히프를 콕콕

찔러댔다.

              

"엄마..  그러지 말구 아들한테 몸 팔아라..  응?  그렇지 비싸게 굴지 말구..  엄마..  응?"

동수가 오른손을 내려 은영의 허벅지밑으로 파고 들어갔다.  원피스 밑단이 말려올라가며 허연 허벅

지와 새카만 보지털이 드러났다.  동수는 은영의 보짓살을 검지손가락으로 주욱 문질렀다.

             

"흑..  동수야..  흐윽.."

은영이 손을 내려 동수의 오른손을 잡았다.  동수의 손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으려는 힘이 느껴졌지만

그리 완강하지는 않았다.

            

"어때?  아들한테 몸팔거야?  얼마주면 팔거야?"

동수는 축축하게 젖은 엄마의 보짓살을 즐겁게 비볐다.  컴퓨터 모니터밑에 만원짜리 한 장이 남아있

다는 걸 생각해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책상으로 손을 뻗었다.  모니터가 무겁기는 했지만 지폐

끝을 잡아당기자 쉽게 꺼낼 수 있었다.  

            

"흐응..  몰라..  안해.. 안 팔거야.."

은영은 고개를 도리질 하며 눈을 슬며시 떠서 동수를 훔쳐보았다.  보지에서는 이미 즐거운 놀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흥건히 보내고 있었다.  거부하는 고갯짓과는 달리 은영의 몸은 아들의 새로운

놀이에 호기심이 표하며 후끈 달아올랐다.

              

"남자들은 왜 룸살롱 같은델 가는지 몰라요."

언젠가 민희가 불만을 쏟아낸 적이 있었다.  남자친구가 전날밤에 전화를 하도 안받길래 무슨 사고라

도 생긴 줄 알고 걱정했더니 사실은 회사사람들이랑 룸살롱가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셔서 그런거였다

며 핸드폰으로 대판 싸운 뒤였다.

           

"술집여자랑 노는게 그렇게 재미있을까요?  그 자식, 아니라구 발뺌은 하는데 아무래두 여자데리구

논 거 같아요."

술집여자 몸을 떡처럼 주물렀을 거라 얘기하며 민희가 두 손을 펴고 주물럭거리는 시늉을 했었다.  

은영도 남자들이 술집에서 어떻게 노는지 알 리가 없었다.  민희랑 머리를 맞대고 이렇게 놀 것이다,

저렇게 놀 것이다 궁리는 해보았지만 궁금증만 더할 뿐이었다.

             

이번 기회에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들도 천상 남자려니 싶었다.  엄마보지에 그렇게 좆질을 잘 

해대는 걸 보면 술집여자도 재미있게 잘 데리고 놀 것 같았다.

          

"만원이면 돼?  응?  엄마..  만원줄게 엄마몸 나한테 팔아라."

동수가 tv에서 본 걸 흉내내며 엄마의 깊이 파인 앞가슴 골짜기에 만원짜리 지폐를 찔러넣었다.  손

끝에 스치는 젖살이 싱그러웠다.  동수의 손을 퉁퉁 튕겨내는 탄력이 일품이었다.

         

"어머?  동수야.  뭐야 이게?"

은영은 가슴에 길게 찔러진 게 정말 배춧잎 만원짜리인 걸 확인하고는 실소가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

아냈다.  은영에게는 만원짜리가 가벼울 수 있지만 아들에게는 극히 무겁고 비싼 가치를 가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화장품두 몇만 원은 하겠던데 아직두 만원짜리가 있었네?  동수가 그동안 용돈을 알뜰하게 모았었나

봐?)

알뜰한 아들이 기특했다.  얼마되지 않는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엄마를 위해 써주는게 감격스러웠

다.  아들의 알뜰하고 기특한 마음 씀씀이에 보답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원래 몸 안파는데..  아들이라 특별히 이번만 봐준다.  그래두 만원은 너무 했어, 얘.."

가슴에 꽂혀 흘러내리지 않는 만원짜리를 신기하게 내려다보며 은영이 거울속의 동수를 향해 눈웃음

을 살살 흘렸다.

       

"헤헤..  그럼 엄만 이제부터 내 나가요다..  알았지?"

동수가 득의양양해서 웃는 것이 은영은 살짝 불안했다.  남자들은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쌓인 스트레

스를 술집여자에게 돈 안겨줘가며 푼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 남자들처럼 동수도 엄마를

진짜 술집여자처럼 험하게 취급하면 어쩌나 겁이 나고 장단을 맞춰준게 후회되기도 했다.

        

"그래..  알았어.."

동수가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일단 동수가 하는 대로 따르고 분위기가 이

상하면 욕실로 도망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알았어가 뭐니?  '네, 오빠.'  그래야지?"

동수가 은영의 어깨죽지를 잡고 똑바로 쳐다보며 정색을 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나가요는 손님한테 오빠라구 그러는거야."

     

(그런가?)

은영은 아들에게 높임말을 쓰라는 강요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거부감이 고개를 쳐들었지만 알뜰한

아들의 진지한 표정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이왕 나가요 해주기로 한거..)

        

"네, 오빠.  안녕하세요?"

은영은 목소리 톤을 가늘게 뽑아서 제법 교태롭게 말했다.  기왕 기분 맞춰주는 거 화끈하게 해주리

라 생각했다.  한편으론 나가요 아가씨들이 곤욕스러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생판 어린 남자나 아버

지뻘의 손님에게도 '오빠'라고 부르며 살랑거리려면 얼마나 자존심이 상할 지 알 것 같았다.

        

"하하..  우리 이쁜이.  그동안 더 이뻐졌네?  룸으로 가자.."

동수가 어디서 봤는지 은영의 등뒤에 오른팔을 감고 은영의 오른팔뚝을 잡았다.  은영의 몸이 움츠러

지며 동수의 오른팔에 포옥 안겼다.  동수가 은영을 팔에 안은 채 안방으로 향했다.  은영은 동수가

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일단 침대에 나란히 앉긴 했지만 그 다음은 어찌해야할 지 동수로서도 아는게 없어 난감했다.  안방

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화장을 지우기 전이라 향긋한 화장품 냄새가 은영의 몸에서 풍겨왔다.  

코를 큼큼 거리며 상황을 어떻게 이끌지 머리를 쥐어짰다.  은영이 호기심에 찬 눈빛을 반짝였다.

         

"우리 이쁜이.  그동안 손님 많이 받았쪄?"

"아니요.."

도저히 동수를 똑바로 쳐다보고 오빠라 부를 수는 없었다.  은영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손가락으로

동수의 허벅지만 콕콕 찔렀다.  동수는 애교도, 상상력도 부족한 엄마가 요령부득이란 생각에 불만스

러웠다.  알아서 나가요처럼 동수에게 서비스해주면 좋겠다는 충족되지 않는 기대감에 가슴이 답답해

졌다.

            

"아니요.. 담에 뭐라고 더 말해야지?"

동수가 짜증스런 말투로 톡 쏘아부쳤다.

"네?  어쩌라구..요?"

동수가 엄마에게 그러는건지, 나가요에게 그러는건지 몰라 은영은 말끝을 정하기 혼란스러웠다.

            

(엄마가 생전 나가요 노릇 해봤어야지?  괜히 어려운거 시키구 그래..)

원망이 튀어나오려 했지만 괜히 분위기만 나빠질 것 같아 가만히 동수의 처분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이씨..  술이 없어서 그런가..  담엔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네.."

동수가 NG낸 배우처럼 머리를 긁적거리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콩.  그러게 잘 알 지도 못하는 흉내는 뭐하러 내니?"

은영이 엄마로 돌아와 동수에게 꿀밤을 안기며 가볍게 잔소리를 했다. 

(휴우..  다행이네..  우리 동수, 역시 착하구 순진해..)

은영은 꿀밤매긴 주먹을 펴고 동수의 머리카락을 자상하게 쓰다듬었다.

            

"이거 도로 가져가."

은영이 가슴에 꽂힌 만원을 꺼내서 동수 손에 쥐어주었다.

"아냐, 엄마.  그건 내가 엄마 산 돈이니까 엄마꺼야.."

             

(얘가 아직두..)

은영은 만원짜리를 손에 들고 어쩌지 못하고 얼굴을 발그레 붉혔다.  아들은 아직 놀이를 끝내지 않

은 것 같았다.  엄마를 어쩌려는 건지 아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만원에 엄마 사서 뭐할려구?"

은영은 어린 아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깜찍한 생각이 튀어나올지 기대했다.

             

"그야 뭐..  엄마 가지구 노는거지.."

동수가 눈동자를 또로록 굴리더니 왼편에 앉은 은영의 오른쪽 젖가슴을 당돌하게 움켜쥐었다.  아무

렇게나 주물럭주물럭 만지며 당연한 걸 묻는다는 표정으로 은영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 보았다.

           

은영은 눈을 잔뜩 찡그렸다.  

(엄마를 가지구 논다구?)

엄마의 자존심이 짓밟힌 것 같아 기분이 팍 상했다.

(엄마 보지에 자지 박구 좆물 쌀려구.  엄마젖두 빨구, 엄마 입술에 뽀뽀두 하구.  엄마랑 재미있게

놀거야.)

동수가 이 정도로만 얘기해줬더라도 이렇게까지 기분이 나쁘진 않았을 것 같았다.

           

(얘가 매일매일 잔소리 않구 보지 대줬더니 엄마를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닐까..)

동수가 엄마를 만만히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맘대로 해도 되는 존재

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젖가슴을 아무렇게나 주무르고 있는 아들의 손짓거리를 매몰차

게 뿌리쳐버리고 싶은 충동이 울컥했다.  

        

"왜, 엄마?"

동수는 엄마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게 이상했다.  

(가지구 논다는 말이 별로 안 좋게 들렸나?)

엄마는 참신하고 자극적인 말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동수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았다.

             

동수는 엄마의 표정을 살피며 뭐든 생각해내려 노력했다.

(아까처럼 다시 나가요 놀이 해볼까?)

           

"엄만 내가 만원에 산 나가요니깐..  만원어치만 따먹을게..  음.. 엄마 보지는 8천원어치만 따먹구,

젖은 한 쪽에 천원씩 2천원어치만 만질게..  뽀뽀는 서비스 되는거지?""

동수는 그동안 잘 통해 왔던 장난꾸러기에, 응석받이 아들의 곰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간지럼 태우듯 

엄마의 젖가슴을 살살 긁었다.

           

(얘가 점점..)

은영은 몸도 마음도 차갑게 굳어 동수의 장난에 장단을 맞춰줄 기분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어제까

지, 아니 아까까지 부끄럽고 창피한 느낌은 있었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았건만 새삼 동수의 이런 행동

이 갑자기 싫어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단순히 동수의 말과 행동이 도를 지나쳤다는 것외에 다른 

무엇이 가슴 한 곳에 응어리져서 토라져 있는 것 같았다.

           

"엄마가 무슨 싸구려 창녀니?"

은영은 그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 너무 심각한 어조에, 너무 심한 표현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찬물

을 뒤집어쓴 듯 가슴이 철렁했다.  이렇게 과격하게 말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기분이 조금 상하긴

했지만 말을 그렇게 내뱉고 나니 그정도로 자존심 상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조근조근 따지는

게 오히려 효과가 더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일었다.  그래도 이미 내논 말이라 어쩌지 못하고 일

단 표정은 단호하게 유지했다.  눈빛이 흔들리지 않도록 애썼다.

           

"갑자기 창녀는 무슨..?"

동수는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창녀얘기가 왜 나오나 싶었다.  그냥 아까처럼 나가요놀이나 하자는건

데 엄마가 분위기 파악이 좀 느리구나 싶었다.  

           

"엄마가 8천원짜리 창녀냐구?"

은영은 동수가 엄마를 8천원짜리로 본 건지, 만원짜리로 본 건지 잠시 헷갈렸다.  보지를 8천원어치

따먹겠다고 했으니 일단 은영을 8천원짜리 창녀 취급한 것으로 계산했다.

            

"엄마가 무슨 8천원짜리야?  엄만 당연히 그것보다 훨씬 비싸지.."

(내가 돈을 조금밖에 안 불렀다구 엄마가 화가 났구나..)

동수가 엄마를 싸구려 취급취서 은영이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엄만 중학생 아들이 무슨 돈이 있다구..  8천원, 만원이면 나한텐 얼마나 큰 돈인데..)

어제, 오늘 엄마를 위해서 미영 이모에게 받은 용돈과 엄마에게 받은 용돈을 다 써버리고, 마지막 남

은 금쪽같은 만원마저 모두 준 건데 몰라주는 엄마가 섭섭했다.

           

(엄마두 천상 여자구나..)

지갑에 얼마가 들었던지 무조건 비싸게 대해주는 걸 좋아하는 다른 여자들처럼, 엄마도 비싸고 귀하

게 대접받고 싶어하는가 보다 생각했다.

          

"엄마가 비싸다구?  그럼 엄마를 돈으루 살 수 있다는 말이네?"

은영은 마음과는 달리 점점더 꼬여나오는 말을 어쩔 수가 없었다.  내뱉고는 후회하는 순간이 계속되

고 있었다.  

(아니야..  이번에 분명히 할 건 분명히 해야돼..  안 그러면 동수가 여자 우습게 알고 막 나갈지도

몰라..)

           

은영은 아이들이 잘못되는 건 가정교육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믿어왔었다.  동수에게 가정은 엄

마인 은영 자신이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두어 왔었다.  동수가 엇나가면 비난의 화살은 전부 엄마인 은

영에게로만 향할 것이라는 걸 머리에 늘 부담으로 이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구.."

단순한 놀이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엄마의 태도가 싫었다.  어제처럼, 그제처럼 동수가 하자는 대로,

동수가 이끄는 대로 따라주면 엄마도 즐겁고 아들도 즐거울텐데 엄마가 왜 이러는지 당황스러웠다.

"누가 엄마를 진짜 돈주구 산데요?  그냥 재미루 그러는거지.."

             

"재미루 엄마를 창녀루 만드니?  동수는 엄마가 창녀였으면 좋겠어?"

은영은 굳었던 얼굴을 풀고 태도는 조금 누그러뜨렸다.  동수의 입이 뿌루퉁 나오기 시작하는게 은영

이 따지고 드는 말을 변덕스런 트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차근차근 모나지 않게

타일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랬어야 하는건데..)

처음 마주보며 보지를 대주던 날부터 여자를, 엄마를 가르쳐줬어야 했다.  아니, 처음부터 시작을 말

았어야 했다는 게 더 옳을 것이다.  

             

"엄마, 왜 그래?  나랑 여태 재밌게 놀았잖아?  나랑 노는거 재미없어?"

동수가 엄마의 젖가슴에서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허벅지위에 얌전히 놓여있는 엄마의 손등을 뒤집

어 손바닥을 찾았다.  엄마가 순순히 손바닥을 내어주는 걸 보고 다소 안심을 했지만 불안하게 가슴

이 뛰었다.  

             

엄마의 보지에 자지를 박고 좆물을 싸대는걸 단순히 '재밌게 논다'고 표현하는 어린 아들에게 뭐라고

얘기를 해줘야할 지 어려웠다.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곰곰히 되짚어 보았다.  애초에 아들에게 보

지를 열어준게 문제의 시작이었겠지만 힘들게 뿌리까지 캐어내어 골치아파하고 싶지는 않았다.  

            

테잎을 빨리 돌려 바로 10분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동수는 엄마에게 술집 나가요걸이나 입을 노출이

심한 민소매 초미니스커트를 속옷도 없이 입게 하고, 나가요에게 하듯 만원짜리를 엄마의 젖가슴에

찔러 넣더니, 엄마보고 아들에게 몸을 팔라고..  아들에게 보지를 팔라고..  

            

은영은 보지가 씰룩, 저릿했다.  몸에 닭살이 솟았다.  손바닥에도 닭살이 돋지 않았나 싶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맞잡은 동수의 손바닥에 마음의 떨림이 전해졌을까봐 부끄러웠다.  남자들에게 이상형

의 여자는 '낮에는 현모양처, 밤에는 요부'라는 얘기가 아들에게도 맞구나 싶었다.  동수도 엄마에게

그런 걸 바라는 것 같았다.  

           

테이프를 뒤로 다시 감아 보았다.  어제밤에도, 그제밤에도, 그전전밤에도, 동수는 은영을 색녀나 요

부 취급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다른 시간에는 동수가 더없이 착하고 얌전한 아들이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수업끝나면 백화점에 엄마 보러 와주고, 늦어도 저녁식사를 함께 해주며, 용돈을 아껴 어버

이날 선물까지 챙기는 기특한 아들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면 화를 낼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동수가 너무 일방적인 점은 고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수야.  동수는 엄마가 어떤 엄마였으면 좋겠니?"

아들에게 바라기 전에 아들이 바라는 바를 먼저 들어주는 게 공평할 것이었다.  동수가 일방적인 게 

문제라면 은영도 일방적이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응?  무슨 말이야, 그게?"

동수는 엄마가 뭔가 굳은 결심을 하고 얘기를 꺼내는 것 같아 침을 꿀꺽 삼키고 몸을 긴장시켰다.  

나쁜 결심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좀전에는 너무 심한 말들을 한 것 같았다.

엄마를 창녀 취급했다는 말은 억울했지만 술집 여자처럼 가슴에 만원을 찔러 넣거나 한 건 버릇없는

행동이 분명했다.  

            

"음..   그러니까..  엄마가 동수한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게 있을 거 아니니..  괜찮으

니까 솔직하게 얘기해봐..  엄마 화 안났어."

은영은 동수가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표정과 말투를 부드럽게 가지려

고 노력했다.  

            

"어떤 면에서?"

동수는 엄마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엄마가 묻는게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 감이 잡히

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평소에 동수를 어떻게 대해줬으면 좋겠다던지..  밤일할 때 어땠으면 좋겠다던지..

그런 거 다 포함해서.."

얘기가 잘못돼서 동수가 엄마와의 솔직한 대화를 꺼리게 될까봐 은영은 조심했다. 

          

"평소엔 별루 불만은 없는데.."

동수는 은영이 바라는 대답이 뭘지 가늠해 보았다.  엄마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별루?  그럼 불만이 있긴 있다는 말이네)

그러나, 그렇게 얘기하면 동수가 질겁을 하고 말문을 닫아버릴 것 같았다.  그렇지만 좀 더 깊숙한 

속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오른팔을 돌려 동수의 어깨를 가볍게 안았다.

"괜찮다니까..  어제 동수가 엄마랑 대화가 부족하다고 한 적 있잖아?  동수 얘기 듣구 엄마두 고칠

건 고치려구 그러는거야..  우리 솔직히 다 터놓고 얘기하자."

          

동수는 은영이 손등을 자애롭게 쓰다듬고 어깨를 보듬어주자 긴장이 조금 풀어지는 듯 했다.  솔직히

터놓자는 엄마의 말이 반가웠다.

"정말 평소엔 불만 없어..  엄마가 밤에 워낙 늦게 퇴근하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평소가 불만이라면 불만이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불가피한 사정이란 걸 잘

알았기에 불만이나 불평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은영은 가슴이 아렸다.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은 데서 오는 죄책감은 쌓이고 쌓여 천근만근

납덩어리가 된 지 벌써 몇 년이었다.  

           

"밤에 그거 할 때..  엄마가 좀.."

동수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시선을 내렸다.  솔직한 분위기가 부끄러워서 엄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내려가던 시선은 골짜기에 걸렸다.  은영의 몽실한 젖가슴이 숨쉴 때마다 은은하게 흔들

렸다.  훔쳐봐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이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지는 못했다.  젖가슴에 시선이 달라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이게 분위기 파악두 못하구..  지금 엄마젖 훔쳐볼 때가 아냐..  눈 깔어.  눈 깔어..)

동수는 진지한 엄마에게 죄스런 마음이 들어 가슴이 죄어들었다.

          

"편하게 얘기해..  괜찮으니까..  밤에 엄마한테 좆질할 때, 뭐?"

아무래도 동수가 주눅들어 하는 것 같아 은영은 용기를 조금 주었다.

           

"응?  그러니까..  좆질할 때..  엄마가 너무 얌전히 있기만 하니까.."

동수는 머뭇머뭇 말했지만 왠지 쪽팔리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붉어졌다.  막상 씹질할 때는 더한

얘기도 스스럼없이 했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창피하기만 한 지 알 수가 없었다.

         

"엄마가 섹스에 너무 소극적이라구?"

은영은 고개를 끄덕거리는 동수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들이 지금의 상황을 어디까지 이해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성격탓이기도 하지만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엄마의 고충을 아들이 조금이

라도 아는지 의심스러웠다.

         

"동수 친구중에두 엄마랑 같이 자는 아이가 있니?  그러니까..  엄마보지에 좆질하는 친구 있어?"

한숨을 숨기며 은영이 흔들림없는, 따스한 말투로 조용히 물었다.

"몰라."

은영을 쳐다보며 동수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엄마보지에 밤마다 좆질하는거 친구한테 얘기한 적 있니?"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숨기며 은영이 애써 침착하게 물었다.

"아니."

은영을 향해 동수가 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왜 얘기 안했는데?"

호기심을 내보이며 은영이 눈을 반짝거렸다.

"그야..  근친..상간..이니까.."

동수가 고개를 푸욱 숙여 꼼지락거리는 발가락을 내려다보며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영은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괜히 물어봤나?  그렇지..  동수도 중2씩이나 됐는데..  그정도 생각이 없으려구..)

이제는 나을수도 없는 상처에 앉은 딱지를 괜시리 떼어내서 고름을 드러냈다는 자책이 가슴을 두드

렸다.  동수가 고름을 들여다보며 섬칫해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동수는 머리속이 텅비어 버린 것 같았다.  웅웅거리는 울림때문에 정신이 멍했다.  어느 성인사이트

는 야설이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여학생, 여교사, 강간, SM, 근친상간..  처음부터 근친상간에

가슴이 떨렸었다.  아빠와 딸, 누나와 남동생, 오빠와 여동생, 이모와 조카, 시아버지와 며느리..  

그러나, 엄마와 아들에 관한 야설은 읽을 수 없었다.  '엄마'나 '아들'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황급히

피했었다. 

              

"그래서?  창피해서 얘기 안했니?"

근친상간이라는 말을 반복하기는 싫었다.  그 말에 얹힌 윤리와 죄악이 싫었고, 동수에게 죄의식을

각인시킬까 겁이 났다.

            

"아니..  나혼자만 알고 있을려구.."

동수는 그런걸 떠벌리고 다니는 철부지 어린 아이는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다.  사실 원성이 녀석에

게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했던 적은 어쩌다 한 번 있었다.

           

"야, 김동수..  넌 이런거 보지마..  괜히 순진한 놈 물들까 겁난다.."

포르노 잡지를 가져와도 수고스럽게 어깨너머로 훔쳐보도록 만드는 녀석이 미웠었다.

"자식아.  난 그런거 보구 딸딸이 안 쳐.  엄마가 매일밤 보지 대준단 말야.  넌 사진이나 봤지, 여

자 젖이나 만져봤냐?"

            

자랑이면 자랑이었지 창피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엄마랑 씹질했다고 떠벌리는 것도 우습다고

생각했다.  은밀한 밤의 이야기는 동수와 은영만 알고 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동수 혼자만?"

뜻밖의 대답이었다.  근친상간은 잘못이니깐 혼자만 숨기고 있었다는 말인가 싶었다.  그렇다면 큰

일이라고 생각했다.  동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어린 아들에게 커다란 짐을 지어 준 은영은

엄마로써 씻을 수 없는 무거운 죄를 저지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수가 평생 죄의식과 함께 살아

가게 될까봐 두려웠다.

           

은영은 동수의 얼굴을 샅샅이 뜯어보았다.  한 톨의 죄의식이라도 붙어있다면 은영은 남은 인생 그

모든 죄를 씻는데 바치겠노라고 생각했다.  아들의 것을 모두 거두어 깨끗이 씻고 말릴 것이라 생각

했다.  동수가 짐지지 않은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 그녀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누가 알면 뺏길까봐 겁이 나기도 하구.."

어린시절 로봇장난감을 자랑, 자랑하고 다니곤 했었다.  놀이방 잘 보이는 곳에 당당히 세워두고 우

쭐했었다.  그게 동수꺼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동수것이진 않았었다.

           

아빠도 자랑이었다.  나이는 친구들 아빠보다 많았지만 멋진 자가용에 항상 젊은 웃음을 입은 아빠는

자랑이었다.  그러나, 아빠도 동수나 엄마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었다.

          

엄마와의 밤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누구도 엄마와의 황홀한 밤은 몰랐으면 했다.  자랑하고 싶은

철없는 마음이 들 때마다 잊으려 애썼다.  밤이 있다는 사실을, 엄마가 보지를 대준다는 사실을, 근

친상간이 동수에게만 허락되어 있다는 사실을 동수 스스로에게마저 숨기고 싶었다.  동수에게만 허락

된 밤의 행복을 단 한 사람이라도 알게되면 엄마를 빼앗겨 버리고 말 것만 같았다.

            

"정말이야?  정말 엄마 뺏길까봐 아무한테두 말 안한거야?"

은영은 떨리는 가슴을 누르며 얼굴에 태연을 덮었다.  

"응."

동수가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은영은 동수의 눈동자를 깊이 들여다 보았다.  맑고 순수한 아들

의 눈동자에는 거짓하나 빠져 있지 않았다.  

              

무섭게 달리던 은영의 심장이 고비를 넘겼다.  떨리던 가슴이 진정되며 훈훈한 온기가 몸을 데웠다.

한 줌 거리낌없는 흐뭇한 미소가 입술을 올려세웠다.  

           

            

은영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깜깜 시골의 초가집에서 사시다 돌아가셨다.  어쩌다 한번 겨울방학에 찾

아간 은영에게 몇 마디 무뚝뚝한 말도 내어 놓지 않으셨었다.  김치반찬에, 비계가 대부분인 돼지고

기볶음에는 젓가락질을 몇 번 하다 말았다.  기름이 동동 뜬 느끼한 소고기국에는 두어 번 숟가락을

담갔다.  국그릇보다 더 큰 밥그릇에 높다랗게 담긴 수북한 밥을 얼마 깎아 내지 못했다.  

            

초저녁인데도 이불을 깔고 누우시는 할아버지 곁에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바닥이 너무나 뜨거웠

고, 배는 너무나 고팠다.  불을 켜놓고 뭔가를 하시는 할머니를 지켜보는게 유일한 소일거리였다.

"감 먹냐?"

감을 못 먹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울컥 되묻고 싶었다.

"네"

                

할머니가 여러번 덧바른 창호지문을 삐걱 여시고 들어가시더니 부스럭 소리를 내셨다.

"옛다."

할머니는 긴 말 하지 않으셨다.  할머니가 던져 주신 것은 직접 말리신게 분명한 곶감 몇 개였다.  

배가 고팠기는 했지만 서울에서 먹어 본 곶감과는 차원이 틀렸다.  몇 개를 먹었는지 셀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먹고 나니 더 허기가 졌다.  고맙다는 말인사는 어색해서 못하고 눈인사만 담아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사과 줄까?"

할머니는 은영의 대답을 기다리시지 않았다.  다시 부스럭 소리를 끝내고 나오신 할머니의 손에는 사

과 한 알과 한과가 수북한 작은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동수는 밤마다 친구들 몰래 엄마에게서 곶감을 꺼내먹고, 사과를 꺼내먹고, 한과를 꺼내 먹고 있었던

것 같았다.  누가 훔쳐 먹지는 않을까, 누가 나눠 달라고 조르진 않을까, 다 먹어버리고 나중에 모자

르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혼자만 알게 숨겨놓고, 혼자만 아껴 먹을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엄마 누가 안 뺏어가..  엄만 동수 곁에 꼬옥 붙어 있을거야."

은영은 동수의 머리를 감싸며 끌어안았다.  동수가 은영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고 등을 포근히 감쌌

다.  동수가 원하는 한 언제까지나, 동수만의 은밀한 골방이 되어주겠다고 생각했다.  곶감이 되어

주고, 사과가 되어주고, 한과가 되어주겠다고 생각했다.  달콤한 기쁨을 아들에게만 주겠다고 생각

했다.

                                 

동수는 엄마의 푹신한 젖가슴에 뺨을 비볐다.  엄마의 등을 두른 팔에 부드럽게 힘을 주었다.  머리

를 쓰다듬는 엄마의 손길이 편안했다.  

                               

"근데, 동수야..  엄마랑 약속 하나만 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은영이 동수의 볼을 양손으로 잡아 올렸다.  얼굴을 가까이 하고 진지하게 눈

을 맞추었다.  

                               

"무슨 약속?"

동수가 반쯤 풀려 게슴츠레 했던 눈을 활짝 열며 은영의 얼굴을 초롱초롱 바라보았다.

                              

"나중에 동수가 커서 술집에 가게 되더라도, 여자끼고 마시는 룸살롱 같은 덴 가지 않기.."

은영이 한 손을 동수의 눈앞에 들어보이더니 네 손가락을 오므려 쥐고 새끼 손가락만 길게 펴보였다.

                              

동수는 엄마의 얼굴과 새끼 손가락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은영이 재촉하듯 새끼손가락을 까닥까닥

거렸다.  동수도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정도야, 뭐..)

                              

"그럼 엄마도 나랑 약속해.."

은영의 새끼 손가락 바로 앞에서 동수의 손가락이 멈칫 했다.

                            

"무슨 약속?"

은영이 생글 웃으며 고개를 갸웃갸웃 흔들었다.

                             

동수는 입술에 혀를 둘러 물기를 발랐다.  엄마가 꼭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새끼

손가락에 손가락을 걸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엄만 나만 좋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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