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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16 115. 안명수가 지각한 이유 (116/116)

00116  115. 안명수가 지각한 이유  =========================================================================

정수는 불안한 마음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텅 빈 거실에는 불이 켜있다. 그렇다면 안명수가 여기에 있다는 말이다. 그는 긴장이 풀리면서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쉰다. 

그는 침실 문을 열었다. 안명수는 예상대로 침대에서 온몸을 이불로 말다시피 하고 자고 있다. 

그녀의 머리맡에는 시나리오와 포스트잇 그리고 칼라펜 세트가 놓여있다. 아마도 안명수가 읽다가 잠이 든 것 같다. 정수가 한장씩 넘겨본다. 빨강, 파랑, 초록 색으로 메모가 깨알같이 들어있다. 곳곳에 포스트잇도 색깔별로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 정도로 봤으면 안명수는 시나리오 전체를 거의 외웠을 것 같다.

그는 시나리오를 들고 거실로 나가서 소파 앞에 있는 탁자에 두었다. 그런데 그 탁자 위에는 A4 용지가 놓여있는데, 안명수의 필체로 낙서처럼 적혀있다.

'한정수 나쁜 놈.

그래도 미워할 수 없다.

이 짜샤는 사랑하는 남편이거든.  ㅠㅠ.'

'나쁜' 이라는 말과 '사랑하는' 이라는 단어에는 빨간 색으로 두 번씩 밑줄이 그어져있다. '남편'이라는 단어에는 파란 색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고, 거기에는 별표를 다섯개나 해두었다.

종이를 든 그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가슴이 울컥해온다.

그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갔다. 안명수의 옆으로 누워서 이불을 들추고 한쪽을 끌어당겼다. 안명수가 고개를 돌려서 눈을 뜨고 정수를 본다.

"왔어?"

갑자기 안명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는 안명수에게 팔벼개를 해주고 그녀의 몸을 당겨서 안았다. 안명수는 안겨오면서 웅얼거린다.

"자기야. 조용히 자자. 촬영장 두 군데를 왔다갔다 했어. 너무 피곤해."

"알았어."

"자기 저녁때 고양 세트장에 왔었지?  신예원이랑 가는 것 봤어."

"그럼 부르지 그랬어?"

"자고 내일 아침에 얘기해요. 가슴만 살살 만져줄래?"

안명수는 그의 손을 당겨다가 자기 가슴에 얹었다. 내일 보자는 말에 머리카락이 일어서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렇지만 정수에게도 피로가 몰려온다. 그는 안명수의 가슴을 원피스 위에서 천천히 어루만지며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에 정수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안명수는 그의 옆에 없다. 그는 후다닥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다. 소파 앞에 있는 탁자 위에 안명수의 물건이 하나도 없다. 그녀는 이미 건너가버린 것이다.

그도 서둘러 샤워를 하고 안명수의 텔로 건너갔다. 안명수는 목욕가운 차림으로 침실에 있는 화장대에 앉아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금 막 머리 말리기를 끝낸 것 같다. 

침대에는 그녀가 입으려고 꺼내놓은 옷들이 놓여있다. 정수가 들어서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주방에 가서 커피 좀 갖다 줄래?"

"예."

그가 커피메이커에서 천천히 커피 두 잔을 따른다. 그는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한다. 그녀로부터 무슨 불호령이 떨어질 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가 커피를 들고 안명수에게 갔을 때 그녀는 일어서서 목욕가운을 벗고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나신이 몸을 수직으로 꺾어서 침대에 있는 옷을 뒤적이고 있다. 그는 화장대에 커피잔을 두고 그녀에게로 갔다.

그의 눈에 그녀의 시원스럽게 뻗어 내린 하얀 두 다리와, 그 다리가 받치고 있는 큼직하고 둥그런 하얀 엉덩이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엉덩이골을 따라 아래로 내려온다. 두 허벅지가 만나는 곳에는 그녀의 비밀스러운 곳이 양쪽에서 짓눌려서 굳게 닫힌 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남성도 잠에서 깨어나서 서서히 일어서면서 앞쪽이 불룩하게 솟아오른다.

안명수는 그가 보고 있음을 알고 그에게 고개를 돌린다.

"뭘 그렇게 넋을 잃고 보고 있어?"

"아침부터 누나가 나를 긴장시키잖아요."

"자기가 그 동안 그렇게 만지고 빨고 했는데, 아직도 보고 싶어?"

"보고 싶기만 해? 피가 끓는다."

"하아. 이 분께서 왜 자꾸 이러실까?"

안명수는 그에게 그녀의 조그만 빨간 팬티를 건네주고 침대에 앉는다. 그는 그녀의 팬티를 받아들고 그녀의 발 앞에 무릎을 꿇다시피 하고 앉았다. 

그녀의 두 발을 팬티에 넣게 한 후에 다리를 따라서 무릎 위에까지 팬티를 올렸다. 안명수가 일어서고, 그는 그녀의 팬티를 허벅지를 따라 위로 당겨 올렸다. 그녀의 검은 숲이 팬티에 가려지기 전에 그는 그 숲에 입술을 대고 키스했다.

"아침부터 웬 애교야?"

"미치겠다."

"그 입 다물지 못해?

그런다고 내가 용서할 줄 알아?"

그는 그녀의 팬티를 끝까지 올렸다. 그녀는 초록색 브래지어를 손에 들고 그에게 일어서라고 했다. 브래지어에 팔을 끼더니 돌아서서 그에게 등을 들이민다. 그는 하아얀 그녀의 등에 브래지어의 양쪽 끝을 가져와서 겹쳐지게 하고 호크를 채웠다.

안명수는 두 손으로 브래지어가 바로 자리를 잡도록 한다. 그녀는 청바지를 그에게 내준다.  그는 다시 그녀 앞에 꿇어앉아서 청바지를 벌여준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한 팔을 짚고 발을 하나씩 바지 가랭이에 넣는다. 그는 청바지를 위로 끌어올리면서 천천히 일어선다. 청바지의 윗단이 그녀의 허벅지를 감추고 골반까지 올라왔을 때 그는 두 손을 그녀의 엉덩이로 가져가서 양쪽 엉덩이를 움켜쥐거 자기에게로 당긴다. 두 사람의 음부가 밀착하며 그가 엉덩이를 천천히 돌리자 단단해진 그의 남성이 그녀의 그 부분에 닿으면서 비벼진다. 조용히 있던 안명수가 갑자기 버러럭 한다. 

"이러지 말라고 분명히 말 했거든?"

얼음처럼 차가운 그녀의 목소리이다. 그는 그녀의 청바지를 뒤에서 당겨 올린다. 그녀는 그에게 하얀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남방을 건네준다. 그는 그녀의 뒤에 서서 그녀의 팔을 하나씩 남방에 끼워주고 그녀의 앞으로 가서 단추를 채워준다. 청바지를 끌어올려서 남방의 아랫자락을 청바지 안으로 넣고 청바지의 지퍼를 채우고 나서 앞에 있는 단추까지 채웠다.

그녀는 그에게 니트를 건네준다. 그는 그녀의 팔을 니트에 끼워 넣고, 머리가 들어가도록 한 후에 니트를 천천히 끌어내린다. 니트의 앞부분이 안명수의 가슴에 걸렸다.  그는 니트를 당겨 내리는 척 하다가 두 손으로 그녀의 양쪽 가슴을 감사 잡았다. 그 순간 재빨리 안명수의 손이 그의 손등을 탁친다. 그는 손으로 다시 니트를 잡고 아래로 끌어내렸다. 

안명수는 그에게 하얀 양말을 내주고 다시 침대에 걸터앉는다. 그는 다시 그녀의 발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양말을 신겨주었다.

안명수는 일어면서 그의 손을 잡아서 일으켜 세웠다. 또 그의 볼을 꼬집듯이 잡아서 두세번 흔들고 놓아주었다.

"내 말 똑똑히 들어.

내가 어제 고양 세트장에서 자기랑 신예원이 차에 타는 것을 똑똑히 봤단 말이야."

"그럼 나를 부르든가 전화를 하지 그랬어요?"

"시끄러워. 

그때 나는 촬영 감독이랑 얘기중이었어.

나중에 방송국으로 돌아와서, 밤 늦게 퇴근하면서 자기한테 문자를 보냈거든.

만일 자기가 내 문자를 씹거나 나한테 거짓말을 늘어놨으면 내가 가만히 있었겠어?

그런데 자기는 바로 답장을 했고 또 거짓말도 하지 않았어.

그래서 어제 밤에 나는 자기 침대에서 기다렸던 거야.

방금도 그 사건에 대해서 나는 자기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거든.

그렇다고 해서 오해하면 안돼. 

나 지금 화가 풀린 것은 아니야."

그녀는 이 말을 끝내고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마지막 점검을 한다. 그리고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주섬주섬 팩에 담는다. 안명수는 정수가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완전 무시하려는 것 같다.

어제 밤에 신예원이 샤워한다고 욕실로 들어가고, 그 때 정수가 소파에 앉아서 안명수와 문자를 주고받던 일을 생각해냈다. 만일 그가 자칫 잘 못 했으면 지금의 이 분위기가 어땠을까? 

정수는 안명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고개를 숙였다. 

"누나."

"누나 아니고 마누라라는 말을 두 번만 더하면 천 번을 채우겠다."

그녀는 화장대 의자에 걸터앉아서 그를 쳐다보고 있다.

"여보,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 "

"24시간도 안돼서 이럴껄. .. 쯧쯧. .." 

"잘못했다는 이 마음은 지금이 아니라 어제 밤에도 있었어." 

"여기 와서겠지? 그 전에는 또 한 명 따먹었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이 엄청 좋았겠고."

"그건 절대 아니야."

"야아. 아니긴 뭐가 아니라는 거야?

네가 그러고 다니면 나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 밖에 더 되냐?

그치만 네가 볼 때 내가 어디 가서 누구한테 무시당할 사람이야?

그런데 꼭 자기한테만 완전 개무시를 당한단 말이야."

"나는 단 한 순간도 여보를 무시한 적이 없어요."

"그럼?"

"뭘, 그럼?"

"신예원을 안을 때, 또 그년한테 박을 때 내 생각 안했어?"

"안했어."

"기분 어떻든?"

"씁쓸했어."

"걔가 벗고 덤벼들었어? 아니면 네가 벗겨줬어?"

"걔가."

"어리고 탱글탱글한 애가 홀랑 다 벗고 덮치니까 얼마나 좋았겠어?

그런데 어떻게 나 같은 늙은 여자 생각이 나겠어?"

"그건 아닌데 .."

"아니긴 뭐가 아냐? 

나 이제 나가려고 보일러 껐거든.

차가운 방 바닥에 그러고 있지 말고 어서 일어나.

나중에 몸 망가질라."

그렇지만 정수는 꼼짝 달싹도 하지 않는다.

보다 못한 안명수는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다.

그제서야 그는 고개를 들고 안명수의 얼굴을 본다.

그런데 그의 두 눈은 젖어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는다.

안명수는 그의 손을 잡은 채로 당겨서 그를 일으켜 세웠다.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면, 여보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나도 알아.

그래서 계속 거부하기는 하는데, 그러다가 마지막 순간에 그만 ..."

"네 나이에 있는 여자애들을 안으면 나를 안는 거랑 뭐가 달라도 다르기는 하니?"

"그런 애들 안는 것이랑 누나를 안는 것을 어떻게 비교해?

나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

나한테는 누나를 안는 것이 완전 스페셜한거야."

"나를 안는 것보다 더 좋아서 안았다면 이해가 가는데,

네 말대로라면 그렇지도 않으면서 그런 애들을 왜 안는데?"

"얘네들이랑 앉아서 얘기를 하다 보면, 걔네들이 겪는 일들을 얘기하게 되거든.

그러다 보면 마음이 저절로 통하게 되거든.

그러다 보면 나도 물불을 못 가리는 것 같아."

"걔네들이 겪는 일들을 얘기한다고?

분위기에 이끌려서 그랬단 말이야?

그럼 걔네들 몸이 탐나서 덤벼든 것이 아니었어?"

"아이. 참.  내가 무슨 에너지맨 정력맨도 아니고 ..

뭐한다고 그런 애들 몸이 탐나?

나한테는 여보가 있잖아요.

걔네들이 여보 몸을 따라오려면 한참 걸리거든요.

이랬든 저랬든, 어쨌거나 결국 내가 잘못을 저지른 거야 마찬가지겠지만 .."

"하아. .. 그러니까 날더러 정상을 참작해달라?"

"그런 마음 눈곱만큼도 없고, 내가 눈이 삐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그거 알아주면?  뭐가 달라져?"

"아뇨."

"이리 와."

"여보, 고마워."

"아이. 참. .. 한 시간도 안지나서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

"이제 정말 조심할께."

"자기야.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기로 한 것 잊었어?"

"아뇨."

"지금까지 내 옷 자기가 입혔지?"

"응."

"다시 다 벗겨."

"예에?"

"시간 없어. 빨리 해."

안명수는 또 그녀의 얼음공부 컨셉을 철회한다. 그는 엄청 빠른 속도로 안명수를 다시 알몸으로 만들고, 자신도 옷을 벗었다. 두 사람은 안명수의 침대로 갔다.

안명수는 그가 두 번 사정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를 풀어주었다.

그바람에  그녀는 출근 시간이 두 시간이나 늦어졌다.

그녀는 정수의 차에 같이 타고 갔다.

차 안에서 그녀는 말했다.

"내가 왜 또 자기한테 졌지?"

"여보는 착하니까."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걔네들이 나보다 훨씬 못하다고 자기가 그랬잖아.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이야?"

"아니."

"어머머.  아니, 그럼 거짓말?"

"응."

"왜 나를 속였어?  우리 거짓말 하지 않기로 했잖아?"

"여보는 내가 알고 있는 여자 중에서 완전 슈퍼 갑, 슈퍼우먼이란 말이야.

몸매도 그렇고, 마음씨도 그렇고, 일하는 것도 월등해.

걔네들이랑 여보를 어느것 하나라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돼."

"하아... 자기가 이러니. .. 내가 또 당해줄 수 밖에."

안명수는 운전하는 정수의 뺨에 뽀뽀를 한다.

그는 안명수에게 절대로 비밀로 해달라고 사정을 한 후에 신예원으로부터 들은 촬영장에서의 성추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의 말을 듣는 동안 안명수는 두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나중에는 이를 갈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

"혹시 박PD님이 안계셔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예원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뿌리깊은 역사가 있는 얘기야.

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반드시 칼을 뽑겠어."

"그럼 비밀을 안지킨다고?"

"자기랑 약속을 했는데 왜 안지켜? 그건 걱정하지 마."

방송국 앞에서 그녀는 차에서 내린다. 정수는 자기 극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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