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109 108. 밖에 나가서 명수 방 창문에 불이 켜진 것을 내 눈으로 보고 싶네. (109/116)

00109  108. 밖에 나가서 명수 방 창문에 불이 켜진 것을 내 눈으로 보고 싶네.  =========================================================================

다음날 두 사람이 침대에서 나온 것은 오후 세시가 넘어서였다. 안명수는 여유있게 준비를 해서 정수의 텔로 건너갔다.

"자기, 준비 끝났어?"

"예. 지금 나가려던 참인데."

"자기 생선 잘 먹어?

엄마가 오늘은 생선요리를 하시겠다는데."

"장모님께서 하시면 뭐든 다 맛있어요."

"그 말 나한테 해도 별 볼 일 아무 것도 없으니까, 이따가 엄마한테 직접 말해."

이들은 안명수의 차를 타고 혜화동 안명수 부모님의 집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벌써 해가 져서 저녁이다. 안명수가 운전을 하면서 투덜거린다.

"자고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나왔는데 저녁이라니. 어이없는 날이네."

"자고 일어나서까지 덤비니까 그렇지."

"간밤에 한 짓을 생각하면 그걸로도 부족하거든."

"분명 눈감아주기로 했거든요."

"아직은 아니고. 3월쯤에 어쩌나 두고 볼꺼야."

이들이 도착하여 집안에 들어선다. 그런데 안명수 엄마는 안명수를 쳐다도 보지 않는다.

"엄마, 아빠, 나 왔어요."

"그래. 들어와."

"엄마 화났어?"

"신랑도 못 데리고 오는 딱한 딸을 내 마음이 아파서 도저히 못 보겠다."

"장모님, 오늘은 저도 왔습니다."

"뭐야아? 한서방이 왔어? 어서 들어와. 

여보! 한서방 왔어. 빨리 나와봐요"

"자네 왔는가? 어서 오게."

어르신 두 분은 이렇게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곧 식탁이 차려지는데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이다. 안명수 아빠는 명수가 정수와 함께 오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같이 소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와아아. 엄마, 아빠, 진짜 이럴꺼야? 이 집 자식이 도대체 누구야?"

"구박을 팍팍 해야 신랑이랑 같이 오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해도 너무하잖아요?"

"마누라가 신랑한테 잘만 하면, 신랑이 왜 처가집에 안오려고 하겠니?

우리는 너 혼자 들어올 때 마다 다 알아요."

"네가 나이 어린 한서방을 쥐 잡듯 닥달을 하는 것이 우리 눈에 선해.

네가 얼마나 심하게 했으면 한서방이 우리 집에를 안오려고 하겠어?"

"아니 두 사람이 각본을 써서 미리 연습이라도 하셨나?"

"장인 장모님 말씀 진짜 딱 맞아요. 글쎄 어제는요." 

"남편, 그 입 다물라."

"한서방, 그 입을 열라."

"일단 한잔 올리고 나서 이실직고를 하겠습니다."

"좋아. 다같이 한 잔 하지."

"나는 운전하니까 빠져?"

"여보야.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자.  그래도 되죠?"

"이 사람아. 그걸 왜 물어봐? 

여기를 자네 집으로 알고 들락거리라니까. 

오고 싶으면 오고, 있고 싶으면 있고, 가고 싶으면 가고..  "

"우리는 자네가 명수한테 호되게 당해가면서도 같이 사는 것을 보면 자네한테 고맙지.

만일 명수가 자네한테 그렇게 당하면서 산다면, 그 꼴을 우리 두 늙은이가 어떻게 보겠나?" 

엄마와 아빠가 정수에게 하는 말을 듣는 안명수의 눈이 젖어온다. 자기를 반겨주는 것보다 한정수를 더 반갑게 맞이한 데에는 저런 두 노인네의 마음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생각할수록 안명수의 가슴이 뭉클해온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네 개의 잔에 소주를 따른다. 안명수는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간다. 안명수에게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안명수의 엄마가 뒤따라간다. 

"여보야, 무슨 일 있어?"

"이 사람아. 신경 쓰지 말게, 여자들이란 원래 복잡한 존재야."

"맞습니다.  드시지요?"

안명수는 욕실 문을 열어둔 채 세면기에 물을 틀어놓고 거울을 들여다보고 서있다. 안명수의 뒤태는 미끈하지만 양쪽 어깨가 흔들린다. 안명수는 거울 속에서 자기 뒤에 와있는 엄마를 발견했다.

"엄마가 왜 왔어? 화장실 써야 해?"

"아니야.  지금 너 혹시 우는 거니?"

"엄마도 참. .. 내가 울긴 왜 울어? 

갑자기 눈에 뭐가 꼈는지 따끔하면서 눈물이 .."

그런데 대답하는 안명수의 목소리가 떨린다.  흐느끼는 안명수의 모습이 엄마의 눈을 젖게 한다. 

"이것아. 오래만에 신랑이랑 같이 앉았는데, 왜 혼자 와서 청승을 부려?"

"엄마, 한서방이 나 구박할까봐 두려워?"

"신랑은 저렇게 나이가 어린데, 여자 나이가 한살 한살 먹어봐.

너를 보는 나나 아빠는 살얼음을 딛은 기분이야."

"한서방, 절대 나 구박 안해. 걱정하지 마요."

"그러니까, 너도 한서방 절대로 구박하지마.

네가 그렇게 구박해도, 꾸욱 참고 같이 살아주는 그런 연하남이

요새 세상에 있는 줄 알아?"

"엄마도 참. .. 내가 한서방을 왜 구박해?

두고 보기도 아까운 신랑이구만."

"시끄러워 이것아. .. 네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 하는 것 우리가 모를 줄 알아?"

"엄마, 이제 자리로 가자."

두 여자가 다시 식탁에 앉는다. 그런데 안명수의 눈에 정수와 아빠가 수근거리는 것이 수상쩍다.

"아니, 그럼 자네는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결혼을 하겠다고?"

"졸업 하나 안하나, 결혼이랑은 상관 없을 것 같아서요."

"안돼. 졸업이 우선이야.

졸업 전에 결혼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돼.

내가 반대야."

"저는 기다릴 수 있는데, 

요즘 들어 집사람이 갈수록 짜증이 심해져요.

해가 바뀌니까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을 두려워하나봐요."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 자네는 조금도 걱정하지 말게."

"예.  알겠습니다."

"아니, 명수는 한잔 하자니까 어디 갔다 왔어?"

안명수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간밤에 죄는 자기가 저질러놓고, 지금 저 연하남은 장인 어른한테 갑자기 결혼얘기를 꺼낸다. 말이 안 된다는 결론은 이미 뻔한데도 그 얘기를 해서 안명수를 완전 죄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적반하장이라는 것인가? 도대체 저런 잔머리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안명수는 화가 났고, 그녀는 술을 마셨다. 그런데 술로 화를 삭힌다는 말은 완전 거짓말이다. 술이 들어가니까 오히려 화가 더 난다. 술을 마셔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또 한편은 그가 저러는 것이 귀엽기도 하다. 은퇴를 얼마 앞두고 있는 자기 아빠가 정수와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하는 저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정말 가슴이 뭉클해온다.  아빠가 안명수와 이야기를 할 때는 저렇게 진지하게 하지 않는다. 역시 남자는 남자끼리 통하는 것이 있다는 증거다.

"이 사람아. 나도 한 때는 옆에 있는 여자들이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어.

명수 엄마도 그 여자들 중에 하나였고."

"제가 지금 그 지경이라니까요.

그런 일로 집사람한테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아.  그건 걱정할 필요 없네. 

인물 잘 생긴 남자랑 살려면, 여자는 그런 정도는 각오하거든.

사건이 들통 나면 여자는 당연히 화가 난 척 하기는 해.

그렇지만 조금 지나면 다 풀어져.

왜냐? 자기 남편이 잘 생겼거든.  하하."

"여보!  듣자 듣자 하니까 정말."

"아빠!  그이한테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나는 뭐가 돼요?"

"왜? 내 말이 틀렸나?

바람이 불으니까 나무가 흔들리는 것 아닌가?

만일 그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면, 부러지거나 뽑혀나가거든요.

남자가 그러는 것은 흔들리는 정도밖에는 안돼."

"옳으신 말씀입니다."

"내가 그렇다고 마누라를 버리고 그런 여자랑 붙어서 살림이나 차릴 그런 싸이코는 아니잖아?

전에 아무리 그랬어도 지금 우리는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거든."

"안되겠다. 

명수야. 우리도 바람에 흔들리자."

"엄마. 맞아.

나 이번에 조PD를 두 명 받는데, 둘 다 엄청 잘생기고 똑똑한 남자거든요.

두고 보라고 해.

심은 대로 확실히 거두게 해주겠어."

"명수야.  아무리 그래도 한서방 마음에 상처는 주면 안돼.

한서방도 속이 좁아서 소심하거든."

"제까짓게 어디 한 번 소심해보라지."

안명수는 공격권을 자신에게 넘겨준 아빠가 고맙다. 

아제야 화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화는 술로 다스릴 것이 아니라 두들겨야 한다.

그런데 세상 일이란 그런 것 같다.

한가지가 나쁜 점이 있으면,  좋은 면도 또 있다.

나쁜 점 때문에 화를 참지 못하고 좋은 점까지 잃지 않아야 할텐데 ..

술자리가 거의 끝무렵이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혜화동에서 자고 간다는 생각이었으나, 안명수의 고집에 또 발동이 걸린다.  정수는 명수에게 자고 가자고 부탁을 했지만, 그녀는 막무가내다.  그러니까 이제는 안명수의 아빠가 나선다.

"한서방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나랑 같이 대학로로 산책하러 가세."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안명수 엄마는 한술 더 뜬다.

"아까 생선 굽는다고 무리를 했는지, 어깨가 왜 이렇게 당기고 아프지?"

"장모님, 이쪽으로 돌아앉으세요. 제가 주물러드릴께요."

"자네가 마사지도 할 줄 아는가?"

"제가 요가를 열심히 하거든요."

정수가 엄마와 아빠를 대하는 것은 엄청 살갑다.  그는 엄마와 아빠를 매우 작은 것으로 훈훈한 마음으로 대하고, 자기도 엄연히 이 가족에 속한다는 돈독한 연대의식을 가졌음을 보인다. 그런데 안명수는 지금까지도 엄마와 아빠로부터 받은 것만 있을 뿐 주는 것을 모른다. 기껏 준다고 해야 명절때 선물세트 정도이다. 

대리운전을 불러서라도 정수를 데리고 집으로 가려던 안명수의 고집은 간단히 꺾여버린다.

안명수는 욕실로 간다. 엄마가 시원하다고 내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안명수도 정수에게서 마사지를 받아본 적이 있는데, 그의 손은 정말 근육이 맺힌 부분을 매섭게 잘 찾아내서 풀어버린다.

"아아아. 정말 시원하구만."

"이쪽이 유난히 많이 맺혔어요."

“사위가 해주니까 더 시원한가봐.”

“감사합니다.”

"자네, 자주 와서 해주면 안 되는가?"

"앞으로는 자주 오겠습니다."

"명수가 뭐라든 신경쓰지 말고, 우리 명수한테 잘 해주고, 집에도 자주 오게."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안명수는 정수가 얄밉다. 완전 막판에 그는 마사지로 판을 뒤집어서 엄마마저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마사지 .. 내가 할 껄.

아빠랑 소주 마시는 것 .. 그것도 내가 할 껄.

정수한테 뒤집어 씌우기 .. 그것도 내가 할 껄.

오늘은 3연패다. 복구는 불가능하다.

그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안명수와 한정수는 안명수의 방으로 자러 가야 한다. 그런데 안명수의 아빠가 갑자기 밖으로 나가려고 채비를 한다.

"아니, 이 추운 겨울 밤에 어디를 가시게요?"

"아빠, 왜? 무슨 일이 생겼어요?"

"그 동안 밖에서 보면 명수 방에는 늘 불이 꺼져있었거든.

오늘 드디어 명수 방에 불이 켜지잖아?

내가 명수 방 창문에 불이 켜진 것을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

그래서 밖에 나가서 명수 방 창문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네."

"이이가, 갈수록 어린애가 된다니까."

"여보. 내가 나이를 먹는 것을 낸들 어쩌겠소?"

아빠는 밖으로 나가고, 엄마도 따라나간다. 명수는 정수와 함께 안명수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안명수는 가슴에서부터 솟구치는 눈물을 참지 못한다. 안명수의 두 뺨으로 눈물이 와르르 흘러내린다. 그런데 어두워서 정수는 안명수의 눈물을 보지 못한다. 안명수는 방에 불을 켜지 않고 창문을 열고 아파트 주차장 쪽을 내다보고 서있다. 

"누나, 불 안 켜요?"

"아직 안 나오셨어. 

밖에 서계신 것이 보이면 켜려고."

"켜진 것만 보여드리지 말고, 켜지는 것부터 보여드리려고?"

"그 동안 두 분이 너무 많이 외로우셨구나.

누나, 이제 우리 여기 오면, 꼭 여기서 자고 가자.

다음날 스케쥴이 있으면, 아예 여기서 나갈 준비를 해오도록 하고."

"나오셨다. 문 옆에 스위치 있으니까 자기가 불 좀 켤래?"

정수가 스위치를 누르고, 어두운 방안에 불이 켜지면서 환해진다. 정수도 명수와 나란히 서서 주차장을 내려다본다.

안명수의 엄마와 아빠가 손을 흔든다.

명수와 정수도 손을 흔든다.

정수는 명수의 뺨에 키스한다. 그제서야 그는 안명수의 뺨이 젖어있음을 알았다.

"누나, 울었어?"

"아빠가 저렇게 나를 울리네."

"우리가 바쁘다고 너무 많이 무관심하게 대해드린 것 같지?"

"그래. 좋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들은 관심이야.

내가 관심을 보였다면 저렇게까지 외롭지는 않으셨을텐데.

내 무관심 때문에 저렇게 많이 외로우셨나봐.

매일매일 어두운 내 창을 보면서 얼마나 외로워 하셨을까?"

"누나, 그러지 말고, 우리가 여기로 들어와서 살을까?"

"자기야.  그 말 진심이야?"

"과천에 있는 오피스텔 팔고, 지금 사는 오피스텔은 백화점에 반납하면 될 것 같은데?"

"밖으로 무슨 소문이 나라고? 아직은 안돼." 

"맞다. 그럼 자주 오는 수 밖에 없다. 

자주 와서 자고 가자.

여기에다가 우리 옷 몇 벌 갖다놔요."

"하아. .. 너까지 나를 울릴래?"

안명수는 밖으로 나가서 엄마와 아빠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아빠가 들어오면서 한마디 한다.

"여보. 우리 술 한 잔 하자."

"또 술을?"

"내 딸 안명수 방에 사람이 사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어떻게 그냥 말 수 있어?"

"알았어요."

안염수의 엄마는 술상을 정리한다. 거실이 어수선하자 정수가 명수의 방에서 식탁으로 나온다. 정수는  또 잔을 채운다.

"아빠, 내 방에 불 켜진 것이 그렇게 좋아?"

"좋기만 해? 내 딸이 다시 집을 찾아서 돌아온 기분인데?"

"아이 참. 내가 어디 가기라도 했었나?" 

"명수야.  네 아빠가 저렇게 기분 좋아하는 것이 얼마만인가 모르겠다.

저 양반이 저러니까  나도 따라서 기분이 좋네."

"그럼 우리 다 같이 한잔 하자."

네 사람은 잔을 비운다. 이번에는 안명수가 잔을 채운다.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뭔데? 이제 우리가 궁금해졌으니까 안 하면 안되지."

"내가 이 말 하면 아빠 쓰러질 지도 모르는데?

엄마, 청심환 있으면 아빠 드려."

"도대체 무슨 말인데 이렇게 호들갑이래? 

혹시 임신이라도 했니?"

"엄마! 누가 임신을 해?"

안명수 아빠는 청심환을 먹었다. 안명수 엄마는 아빠 곁에 앉았다.

"이제 말해봐."

"아빠. 한서방이 여기 들어와서 같이 살자고 했어."

"에이. .. 그건 안되지. 

한서방이나 너나 아직은 구설수에 오르면 안돼요."

"맞아. 그래서 여기다가 우리 옷 몇 벌 갖다두고,

자주 와서 자고, 아침에 바쁜 날은 아예 여기서 출근하기로 했어."

"여보!  명수 아빠"

"아빠! 괜찮아?"

"어? 나 멀쩡해. 그런데 가슴이 엄청 벌렁거리네.

청심환 한 개 더 먹자."

"겨우 그걸로 왜 그래?  아직 말할 것이 또 있는데?"

"그럼 질질 끌지 말고 빨리 해."

"한서방이 이제 장인 장모 그만 찾고, 그냥 엄마 아빠라고 부르겠대."

"자네,  정말 고맙..."

"여보! 명수 아빠!"

"아빠! 또? 이번에 정말 괜찮아?"

"나, 괜찮아. .."

그러나 안명수 아빠의 눈이 젖어있었다. 

엄마 눈도 마찬가지다.

명수의 눈은 처음부터 이미 젖어있었고.

별것도 아닌 것으로 이렇게 식구들을 모두 울려버리다니.

엄마와 아빠는 이제 완전히 정수편이다.

진짜 괘씸한 연하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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