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0 99. 미라가 싸움닭처럼 엄마한테 대든다. =========================================================================
그 동안 정수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미라의 연습실에 들렀다. 그가 미라에게 한 곡씩 주고 연습시킨 노래가 벌써 모두 4곡이나 된다. 그런데 이 노래는 무대에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고, 주로 발성연습이나 호흡조절을 연습하는 노래들이다.
정수가 미라에게 이런 연습을 시킬 때에는 수지도 웬만하면 같이 있어준다.
"나 있어도 되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지가 궁금한 모양이죠?"
"그렇기도 하고, 나 소시적 생각도 나고 .. 왜? 내가 같이 있으면 부담 돼?"
"설마 내가 누나 때문에 그러겠어요? 누나가 같이 있어주면 나야 고맙죠. 미라를 나 혼자서는 감당을 못할 것 같거든요."
"아냐. 막상 연습에 들어가면 미라도 고분고분해지고, 말도 잘 들어."
"그건 누나 생각이고."
처음에는 정수도 짜증스러웠다. 미라라는 아이는 과거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기본기가 전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나, 이런 애한테 무슨 앨범 낼 노래를 주라는 거죠?"
"나는 걔가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걔 노래 부르는 것을 본 것이 나도 이번이 처음이야."
"미라에 대해서는 수지 누나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미라한테 뭐라고 말 좀 해줘요."
"내가 뭐라고 말할까? 그냥 포기하라고 말해주면 돼?"
"포기? .. 아아. .. 그건 쫌 아닌 것 같고. .."
"저 나이에 저런 정도면 포기가 정답이야."
"내가 기껏 와서 한다는 것이 결국 포기시키는 거라면 말이 돼요?"
"포기일 줄 몰랐던 애한테 포기를 깨닫게 해 주는 것도 큰 가르침이 아닐까?"
"누나도 참. .."
몇 번 연습을 같이 하면서 미라가 정수를 엄청 따른다. 정수도 미라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
정수가 보기에 미라는 아직 가꾸어지지 않은 야생화였다. 미라가 전에는 남들보다 노래를 잘 불렀는지는 모르지만, 노래를 부르기 위한 기본기는 전혀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나 다 기본기를 연습할 때에는 무수한 반복이 답이다. 그럴 때에는 대부분 감정의 기복이나 짜증이 엄청 심하다.
만일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있다면 그 차이는 확 다르다. 자기가 노래를 불렀을 때 팬들이 열광했다면 말이다. 나중에 그가 연습실에 처박혀서 기본기 연습이나 하고 있으면, 언제 그런 황홀한 날이 다시 올까를 생각하게된다. 앞날은 걱정스럽고 불안하기만 하다. 이미 유명세가 어느 정도 있는 가수라면 현재의 위치를 매우 불안하게 느낀다. 뒤를 보면 쭈욱쭉 무섭게 커나오는 후배들이 엄청 많고, 또 그들로부터 추격을 당하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들은 이럴 때 술, 마약, 도박, 이성 편력 등으로 인생을 허비하기 십상이다. 정수도 이런 위기에 처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미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본기를 연습할 때에 미라는 짜증이 엄청 심하다. 여자애가 아직 사춘기를 제대로 졸업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정수에게는 미라가 너무 딱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미라에게서 손을 떼지 못한다. 정수는 미라를 보면서 자신의 지난 날을 돌이켜보게 된다. 정수에게도 저런 날이 있었다.
앞날이 안개에 싸인 것처럼 불투명하고, 미래에 대해 토옹 자신감이 없었던 그 시절.
그 때 정수는 경애누나와 의논하여 M7 에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했었다. 무엇인가 돌파구가 되어 변화를 줄 계기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이 때 정수의 엄마 아빠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모든 문제를 경애 누나의 도움을 얻어가며 자신이 해결했어야 했다.
또 그 시절의 그런 상황이 지금이라고 해서 달라진 것은 아니다. 안명수의 도움을 얻어가면서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런데 안명수도 똑같은 소리를 한다. 그녀도 황제 박철호PD의 도움을 얻어가면서 자신이 해결한다고 한다.
아마도 박철호 PD나 윤현도 정도가 되면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까?
박철호 PD나 윤현도가 대학생이라면, 안명수는 고등학생, 정수는 초등학생, 그리도 미라는 유치원생인 것 같다.
정수가 봉사활동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정말 절실하게 필요할 때,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절망감 그리고 외로움.
정수는 자신이 뼈저리게 겪어서 알고있다. 고아원과 양노원에 가서 그가 그들에게 진심으로 하고싶은 말은,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만일 제 힘으로 안되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서까지라도 같이 해결하도록 노력할게요."
이다.
미라도 엄마와 아빠는 사업을 하면서 이혼인지 별거인지를 하는 것 같다. 미라도 예능분야에서, 특히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고 상도 받은 것 같다. 마치 지난 날 정수가 그랬듯이.
정수와 미라의 차이는 엄마인 것 같다.
정수네 엄마가 살아계실 때 영어 수학이 안되면 음악에 손대지 말라는 엄마의 고집이 워낙 강했다. 정수가 정말 하고 싶은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배우기 위해서 정수는 우선 영어 수학을 공부해야 했다.
이런 정수 엄마의 생각을 경애누나도 똑같이 갖고 있었다. 정수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는 경애 누나가 엄마의 역할을 했다. 음악에서 거의 손을 떼다시피 하면서 공부에 몰두했어야 했다. 고등학교에서 그는 이과였다. 성적은 3년 내내 1, 2 등을 다투었다. 기가 예대에 입학할 때에도 정수는 고등학교 때의 학생부 성적이 이과에서 전교 탑이었기 때문에 쉽게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라네 엄마는 사업에 바쁘니까 외동딸 미라가 하라는 대로 다 해주는 것 같다.
미라는 자기 말로는 중2때 남들이 다 앓는 <중2병>에 걸렸다고 했다. 공부는 때려치우고 걸그룹의 댄스 흉내만 냈다. 바로 이 순간에 정수 엄마처럼 미라에게 누군가가 미라를 잡아주었어야 했는데, 미라에게는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있었지만, 누구도 미라의 문제에 개입하여 그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때부터 미라는 공부를 점점 멀리했다. 고2가 끝나가는 어느날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책을 손에 잡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때의 공부는 미라가 해낼 수 있는 공부가 더 이상은 아니었다. 그래서 미라는 아예 공부는 접고, 노래 쪽으로 열을 올리면서 과거에 허송세월한 것을 후회 했다. 마음이 미칠 정도로 괴롭다. 그럴 때에는 더 미친 듯이 온몸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된 데에는 수지의 영향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미라의 눈에 수지는 이미 그 쪽 분야에서 여신인 것 같았으니까.
미라는 동네에 있는 실용 음악 학원에 등록을 하고 노래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학원에서 허구헌날 배우는 것은 없다. 그들은 이상한 노래를 갖다 주고 반복만 시키는 것이다. 기본기 연습이라고 한다. 그들은 미라가 노래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미라는 T춤, A 춤, ㄱㄴ춤 등.. 춤이라는 춤도 제법 소화를 하는 편인데, 학원에서는 아예 시작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미라는 있는 대로 열을 받았고, 결국 학원을 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야 하는데, 그런 세계에서 미라는 이방인이었다. 그래서 평소에 꿈꾸던 대로 걸그룹에 대해서 알아본다고 돌아다니다가 를 알게 된 것이다. 정윤희라는 애가 나가서 빈 자리를 채운다는 말을 듣고 얼른 들어갔다. 그것도 이미 있는 그룹에 멤버로 들어가기 때문에 3천만원에 가까운 돈을 기획사에 내야만 했다. 그리고 갖은 수모를 겪다가 두달도 채우지 못하고 뛰쳐나온다.
어쩌면 인생이 어긋나서 뒤틀려도 이렇게 뒤틀릴 수가 있을까?
정수도 기가 예대 실용 음악과에 다니다가, 휴학하고, M7 오디션에 나가서 실패하고, 안명수를 만날 때까지 돌이켜 생각하면 너무도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정수의 인생에는 경애누나가 그리고 안명수가 존재했기 때문에 빗나가는 상황이 아예 일어나지 못했다.
미라를 생각할 때마다, 볼 때마다 정수는 마음이 아프다.
한번은 연습하다가 미라가 정수에게 묻는다.
"오빠, 오늘은 나 미친 발광을 해보고 싶은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안될까?"
"너는 그걸 꼭 나나 정수가 있는 데에서 해야겠니?"
"그럼 언니랑 오빠가 가고 나면 나 혼자 하라고? 그럼 진짜 싸이코 같은데?"
"누나. 그냥 시간을 10분만 주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하죠?"
정수의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미라는 입고 있던 블라우스를 훌렁 벗어버린다. 어차피 얇아서 속이 훤히 그대로 비치는 옷이었지만, 막상 벗고 나니까 흰 바탕에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브래지어만 하고 있다.
그게 다가 아니다. 미라는 입고 있던 핫팬츠까지 벗었다. 남은 것은 역시 흰 바탕에 꽃무늬가 그려진 손바닥보다 작은 삼각팬티이다.
정수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진다.
그런데 수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여유있게 웃고있다.
미라의 몸은 어깨 그리고 팔과 다리가 전체적으로 마른 스타일이다. 어깨도 좁고, 젖가슴 바로 아래의 언더바스트도 작을 것 같다. 그런데 볼록 솟은 젖무덤은 B는 충분히 나올 것 같다. 젖가슴도 크지만 몸통이 얇은 편이기 때문이다. 통통한 엉덩이도 잘 익은 복숭아같다.
미라의 하아얀 몸이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도발을 하고 있다. 정수의 눈은 미라의 젖가슴과 엉덩이에 꽂힌 채 떨어질 줄을 모른다. 수지가 정수의 팔을 꼬집으며 미라에게 한마디 한다.
"너 지금 그렇게 해서 정수 꼬시는 거니?"
"꼬시다니? 언니가 오빠한테 마음이 있는 것 아니었어? 내가 언니꺼를 왜 넘보냐?"
"그럼 왜 다 벗고 난리야?"
"아직 다 안 벗었어."
"참나."
"이상해? 오빠도 여자가 이렇게 입고 있는 것 보면 발기해?"
"미안해. 나라고 안 그럴 리가 있니? 나도 건강한 남자거든요. 더구나 미라 몸은 엄청 나이스 바디인데."
"그럼 나 이렇게 하고 노래해도 괜찮은 거지?"
"나는 그런 것을 한두번 보는 것도 아니거든. 마음 대로 해."
"야아아. 지금 뭐라는 거야? 어린 애가 저러면 말릴 생각은 안하고.."
"언니! .. 어린애라니? 오빠랑 나랑 2년 차이밖에 더나?"
"맞아. 미라 말이 맞아. .. 시간 주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한 사람은 나거든요. 내가 어떻게 말려요?"
"얘가 정말. .. 볼거리가 괜찮다 이거야?"
"누나도 참. .. 누나 정도가 벗으면 몰라도, 미라는 아직 멀었잖아요? 하하하"
정수는 말릴 마음이 전혀 없다. 미라는 그렇게 팬티와 브래지어만 하고 무슨 노래를 부르면서 몸을 흔든다. 양 손으로 젖가슴을 모으기도 하고, 뒤로 돌아서서 팬티를 내리고 엉덩이를 흔들기도 한다. 보고 있는 정수가 숨이 가빠져서 수지에게 숨소리가 들릴까봐 난처한 상황이다. 그런데 수지는 눈치를 채버린다. 정수의 귀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으며 소곤댄다.
"흥분했구나? 하하."
"남자가 저러면 누나는 흥분 안 할 것 같아?"
"핏. ..남자도 남자 나름이지."
"아니. .. 미라가 어때서? 마스크만 약간 손보면 .."
미라는 손을 뒤로 해서 브래지어의 호크를 푼다. 그리고 두 손으로 젖가슴을 가리면서 브래지어마저 벗었다. 두 손을 X 자로 또는 나란히 하면서 젖가슴을 가리는 흉내는 내는데, 미라에게는 가릴 마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정수가 손뼉을 치면서 미라를 응원했다.
"미라가 엄청 잘 한 것은 맞거든. 그런데 다시는 안 그러는 것이 좋겠네. 미라가 나이스 바디니까 나야 얼마든지 봐줄 수 있는데, 사회적인 이목이 있으니까. 알았죠?"
"알았어. 헤헤. ... 그런데 오빠가 쪼끔 응큼한 것이 아닐까?"
"맞아. 미라 몸 같은 나이스바디 앞에서 남자는 누구나 다 늑대고 도둑놈이야. 나도 남자니까 마찬가지고. 됐죠?"
시간이 갈수록 미라의 마음은 조급하다. 이런 저런 연습은 이제 그만하고, 노래다운 노래를 불러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럴 때 마다 정수가 미라를 달랜다.
"모래밭에 집을 지을 수는 없겠지? 발성이나 호흡 조절만 잘 되면 나머지는 그냥 자동으로 되거든요."
미라의 엄마도 조급해하는 마음을 수지를 통해서 정수에게 전해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미라 엄마는 매월 500만원씩을 정수의 계좌로 입금하고 있다. 정수는 일단 미라에게 노래를 부르는 데 필요한 기본은 가르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면서 미라나 미라 엄마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미나와 수지는 정수의 소극장 개관 공연에 초대받아서 객석에 있었다. 그 자리에는 미나의 엄마도 같이 있었다. 세 사람은 정수가 김감독과 함께 그 공연 무대 전체를 기획했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부러워했다.
개관 공연 다음 주에 정수가 미나의 연습실에 갔을 때 미나가 물었다.
"오빠, 나도 언젠가 오빠 극장에서 노래할 수 있을까?"
"그럼. 당연하지. 아직은 아니지만, 부지런히 하면 돼요."
그 때 수지가 미라 엄마와 함께 연습실로 들어왔다. 지금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미라엄마가 개관 공연을 보고 나서야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미라는 자기 엄마를 정수에게 소개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서 미라 엄마는 정수를 칭찬하는 말을 했다. 그리고 정수에게 물었다.
"정수씨 생각은 어떠세요? 우리 미라한테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글쎄요. 아직은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럼 언제쯤이면 미라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 그런데, 지금 이렇게 하시는 것은 미라에게 잘못된 방향입니다."
"잘못 되다뇨? 무슨 말씀이세요?"
"제 생각으로는 미라가 우선 기가 예대나 정화 예대에 들여가는 것을 목표로 확실하게 정해서, 거기에 맞춰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입학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노래 공부를 하든가 앨범을 내는 일은 그 다음에 차근차근 하면 되거든요."
"그렇게 예대에 지원하려면 포트폴리오에 앨범을 첨부해야 한다고 들었는데요?"
"입학시험에서 앨범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닙니다. 보통 앨범 하나에 20곡에서 30곡 정도가 들어가거든요. 이것은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많이 들어가요?"
"뭐. 꼭 만들어야 한다면 4곡이나 5곡짜리 앨범도 만들 수는 있는데요. 그것은 너무 없어 보이지 않나요? 그래도 앨범이고, 노래하는 사람들에게 앨범은 자기가 노력한 것에 대한 가시적인 결과인데요.
"음..."
"지금 미라가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너무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이해 안으로는 앨범을 낸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럼 기가 예대 입학 시험을 위해서 앨범은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세요?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것을 안 하면 그만큼 불리하지 않나요?"
"앨범이랍시고 엉망으로 만들면 그것 때문에 평가에서는 마이너스가 더 클텐데요. 차라리 자기 노래 몇 곡을 탄탄하게 준비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예에."
"또 한가지는요. 제가 어머님께 미라가 가진 가능성이 어떻다고 말씀 드리기 전에, 지금 오셨으니까 직접 보십시오."
"안돼. 엄마 앞에서 노래 절대로 안부를 꺼야."
"미라야. 노래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노래를 불러야 하거든? 더구나 미라가 엄마 앞에서 절대로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는 말은 해서는 안돼. 그런 미라한테 나 한정수는 더 이상 가르칠 수가 없어."
정수가 너무 강경하게 나가자 미라는 고개를 숙였다. 이러는 미라를 보고 수지가 정수에게 윙크를 한다. 정수는 미라에게 지금까지 연습한 4곡 중에서 아무 곡이나 자신있게 부를 수 있는 것으로 부르라고 했다.
미라는 결국 엄마 앞에서 최근에 연습한 노래 한 곡을 끝까지 불렀다. 미라 엄마는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좋아한다.
정수는 똑같은 노래를 수지한테 불러달라고 부탁을 해서, 수지도 그 노래를 불렀다. 그는 미라 엄마에게 수지가 그 노래를 한번도 연습하지 않았다는 점을 미리 말했다.
수지와 미라에게 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너무도 컸다. 그것을 마라 엄마도 알아차렸다.
"어떠세요? 어머님 보시기에 미라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글쎄요. .."
"미라가 웬만큼 수준에 올랐을 때, 미라에게 가능성이 보이나 안보이나에 대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다짜고짜로 가능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미라에게 부담입니다. 연습하고 또 공부할 때에는 자유스럽게 실수도 하고, 자기가 한 실수를 찾아서 고치고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미라 엄마가 미라에게 한심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미라 너는 공부를 엄청 해야겠구나."
"지금 빡씨게 하고 있거든."
"누가 안 한대?"
"지금 정수오빠랑 하는 중이니까, 다시는 엄마가 중간에서 이러지 말았으면 해."
"정수씨는 미라에게 노래 공부를 기가 예대를 목표로 시키시나요?"
"아닌데요. 발성이나 호흡 조절 같은 것들을 보면 미라가 아직 노래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그런 입시용 노래는 실용 음악 학원에 다니면 됩니다."
"도대체 저건 지금껏 뭐하고 다닌 거야? 돈만 퍼질러 쓰고."
아마도 미라 엄마가 한 이 말이 결국은 미라의 꼭지를 돌게 한 것 같다.
"엄마아! 자꾸 그럴꺼야? 다 때려치우고 확 까발릴까?"
"뭘 까발려?"
"날더러 누구랑 자라고 했잖아!"
"저게. 그건 너네 매니저가 한 짓을 왜 나한테 그래?"
"그 매니저라는 씨X놈한테 엄마가 나를 넘겼잖아!"
"넘기긴 누가 누구를 넘겨? 네가 날더러 이거 한다고 가서 돈 내라고 해놓고."
"좋아. 엄마가 만일 그렇게 나오면, 나도 내 생각대로 한다. 엄마랑 그새X랑 짜고 한 짓거리 내일 아침 뉴스에서 함 볼래?"
"짜긴 누가 누구랑 짰다는 거야? 저게 오늘 왜 이러지?"
미라가 완전 싸움닭처럼 엄마에게 대든다.
미라가 연습실을 나서서 계단을 올라가는 발소리가 요란하게 쿵쾅거린다.
정수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모. 내가 미라한테 가볼께요. 정수씨도 나랑 같이 가자."
수지는 재빨리 정수를 데리고 나간다.
미라는 대문 밖에 나가서 계단에 주저앉은 채로 머리를 무릎에 묻다시피 하고 있다.
수지나 정수의 눈에 미라가 한없이 딱해 보인다.
정수라 미라를 부른다.
"미라야. 나 갈께."
"오빠. 나랑 얘기 좀 해."
"내가 듣기에 부담스러운 얘기면 하지 마."
"부담스러울 일이 뭐 있어? 오빠도 이 바닥 사람인데."
"알았어. 무슨 말을 하려고?"
"나 가출하면 며칠만 재워줄 수 있어?"
"왜 또 이상한 일로 나를 얽히게 해? 이 바닥이 가출하는 바닥이냐?"
"방금 오빠 눈으로 봤잖아? 저기서 어떻게 내가 뭘 하겠냐?"
"그래도 가출은 안돼. 음악은 사랑과 평화를 위해서 있는 거지, 미움이나 갈등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야."
"그 말에 나는 관심 없고, 엄마랑 2, 3년 정도만 떨어져서 살았으면 진짜 좋겠다."
"나중에 때가 되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도 그럴 때가 와요.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거든. 나랑 같이 엄마한테 들어가자."
"싫어. 난 엄마한테 안가."
정수는 미라가 하는 이 말을 듣고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수지가 정수의 귀에 속삭인다.
"쟤 우리 집에 가서 2, 3일 있다가 집에 들어갈 거야. 걱정하지 마."
정수는 수지와 미라를 차에 태우고 옐로우로 가서 저녁을 사준다.
식사 끝나고 미라가 고집을 부려서 정수는 수지네 집 앞에 두 사람을 내려준다.
"미라가 엄마한테 돌아갔다는 소식 들릴 때까지 나는 안 온다."
"오빠, 오빠까지 나한테 왜 이래? 그러지 마. 이따가 밤 늦게 집에 들어 갈께."
미라가 아빠가 없어서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정수는 착잡한 마음으로 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