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8 97. 덮치기 %26 첫번째 공연 =========================================================================
신예원이 또 정수에게 전화를 했다.
"왜?"
"왜라니? 자기 여친이 지금 드라마 촬영하느라고 날밤 까는 것 몰라?"
"어? .. 그래?"
"지금 좀 와줄래? .. 자기야. .. 나. .. 너무 피곤해."
"거기 어디야?"
"LBS 고양 세트장 알아?"
"모르는데, 알아볼 수 있어. 당장 갈께. 뭐 필요한 것 있어?"
"와아아. 역시 자기는 멋져. 나 지금 햄버거가 존나 땡기거든."
"알았어. 햄버거, 불고기 햄버거 따블로 사갈께."
"근데. .. 그게 나 혼자만 땡기는게 아닌데?"
"어? 그래? 그럼 몇 개 사가면 돼?"
"나랑 스태프들이랑. .. 음.. 한 200개 정도?"
"뭐야? 200 개?"
"놀라긴? 자기가 사오면 그 돈은 내가 줄께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200개를 어디서 구하냐?"
"그거.. 나도 몰라서 자기한테 부탁했거든요."
"알았어."
정수는 햄버거 가게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불고기 햄버거 200개를 주문했다.
두 시간 후에 찾으러 간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고양 세트장을 LBS 웹사이트에 가서 찾아냈다.
그는 신예원에게 출발하니까 한 시간 후에는 도착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차에는 10개씩 들어있는 헴버거 박스가 20개가 실렸다.
그게 다가 아니다.
햄버거 매장에서 무료로 증정한다는 콜라도 두박스가 들어간다.
정수는 촬영장에 도착했다.
신예원이 한복을 입고 정수를 맞이한다.
감독과 PD 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햄버거와 콜라를 내렸다.
신예원은 정수에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자기야. 나 지금 너무 감동이야. 이리 와봐."
신여원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정수를 끌어안고 키스한다.
감독도, PD 도 할 말을 잃고 넋을 잃은 듯 바라본다.
그날 밤에 정수는 피로에 쩔어서 자고 있었다.
그런데 정수의 침대로 안명수가 왔다.
그녀의 모든 머리카락은 일어서 있다.
그녀의 얼굴은 붉은 색과 푸른 색이 1초에 10번은 교차하는 것 같다.
"야. 꼬맹이. 너 언능 일어나봐."
정수가 겁먹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킨다.
"너 오늘 고양 세트장에 갔었어?"
"누나, 그. .. 그건. .. 예원이가 배고파서 죽겠다는 바람에 .."
"그런데 햄버거를 따블로 해서 200개를 사들고 갔다며?"
"어라? 그걸 누나가 어떻게 알았대?"
"내가 퀸이라는 사실을 잊은 거니?"
"그럴 리가요?"
"너 .. 거기서 만인이 보는 앞에서 신예원이랑 키스하면서 젖가슴 주무르고, 엉덩이 만지고 그랬다며?"
"누나도 참. 내가 그랬겠어? 아니면 신예원이가 고맙다면서 걔가 그랬겠어?"
"응? .. 그건 ... 그런가?"
안명수는 정수를 안았다.
"아무리 그래도 네가 그러면 .."
"하이고오. .. 걔가 날 덮쳤다니까?"
"어떻게?"
"이렇게."
정수는 안명수를 덮쳤다.
* * * * * * * * * *
외숙모 이세영도 랏데백화점 강남점에 세탁소를 오픈하여야 한다. 그런데 말로는 하겠다고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
백화점에서는 6층에 외숙모 이세영에게 세탁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세탁소를 열 수는 있다. 그렇지만 5층에서 공사를 한다고 시끄러운 동안에는 하나마나라고 하면서 미룬다. 시끄러운 공사가 끝나고 공사를 실내에서 조용히 하는 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답답한 정수가 보다못해 한마디 했다.
"극장 공사 시끄러운 부분은 다 끝났어요. 외숙모도 이제 시작하셔야죠?"
"싫어. 하고 싶은 마음이 눈꼽 만큼도 안 생기거든."
"이렇게 되면 약속이 달라지는데... 외숙모. 안 한다는 것은 말이 안돼요"
"안 한다고는 안 했어. 지금이 아니라는 거지. 언젠가는 할거야."
"오래 끌면 백화점에서 말이 나올 텐데 .."
"가게 오픈 한다는 것이 말은 쉬워. 처음에 시작해서부터 고객의 수가 웬만큼 될 때 까지는 정말 힘드는 시간이거든. 나는 이미 그 시간을 과천에서 한 번 보냈단 말이야. 그것을 강남에 가서 또 해야 하다니 .."
"강남에서는 월세도 없고, 직원 월급도 내주고 그러는데 부담이 크지는 않잖아요?"
"장사하는 사람이 돈을 못 벌고 간신히 경비나 끄면 무슨 재미가 있어?"
"경애누나 부르기로 했잖아요."
"이번에 경애가 외할머니를 모셔다가 서울에 있는 요양원에 모시기로 했어. 그런데, 경애가 한다고 해서 경애한테 맡겨놓을 수 만은 없잖니? 아무래도 처음에는 내가 왔다갔다 해야 하잖아. 그럼 과천 여기는 어쩌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지만 포항에서 누나 김경애가 외할머니와 함께 서울로 왔다. 이제는 외숙모가 세탁소 오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외숙모는 외할머니의 요양원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경애누나는 세탁소 일에 덤벼든다. 드디어 외숙모가 움직여서 6층에 <아이돌 세탁소>가 들어선다.
김경애가 외숙모의 지휘를 받아서 <아이돌 세탁소>를 운영한다. 이세영은 김경애를 시켜서 광고부터 시작하여 매장 직원, 아르바이트생, 배달 직원과 차량까지 모든 지원을 백화점으로부터 받는다.
정수는 과천점에 있는 이세영에게는 일하러 갈 수 없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강남점에 있는 경애누나의 세탁소에서 한 시간 정도를 일한다.
<아이돌 세탁소>는 제일 먼저 백화점 직원 150명을 고객으로 유치하는데에 목표를 두었다. 그 다음에는 헬쓰 클럽이나 다른 문화 쎈터에 다니는 사람들도 잠재 고객이다. 이런 부분은 백화점에서 앞장서서 홍보를 해준다.
머지않아 연말에는 정수는 세 번째 앨범을 내게 될 것이고, 그러면 강남점에 있는 세탁소를 중심으로 팬 사인회를 열기로 했다. 세탁소 홍보를 위해서는 이것도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명수가 정수에게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면서 덤벼든다.
"자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년에 앨범 세 개가 어떻게 가능해? 그것도 자작곡으로? 자기가 앨범 찍는 기계도 아니고 .."
"지금까지는 갖고 있던 곡들이 있어서 됐죠. 이제 이번이 마지막이야. 더는 없어."
"그럼 이번이 생애 마지막 앨범이네? 하하하"
"더 이상 안 내도 될 정도로 대박이 나버리면 당연히 그렇겠죠. 하하"
5층에는 <아이돌 세탁소>, <이이돌 소극장 기획실> 나란히 들어선다. 그리고 4층에는 <극장 까페>도 들어섰다. 소극장의 기획실에는 정수와 안명수가 일하는 방, 여직원이 일하는 방, 회의실이 있다. 기획실에서는 안명수와 한정수가 가끔씩 와서 일하고, 백화점에서 파견 나온 여직원 한명이 근무하면서 안명수가 짜놓은 일들을 맡아서 한다.
백화점에서는 자기 직원들의 숙소를 마련하는 형식으로 역삼동 쪽에 오피스텔 2개를 사서 안명수와 한정수에게 숙소로 사용하도록 해준다. 두 사람은 과천에서보다 역삼동에서 머무는 날이 많아진다.
안명수는 혜화동에 있는 엄마 아빠에게 일주일에 두세번은 정수를 데리고 가려고 한다. 그렇지만 정수는 약속을 자주 펑크 낸다. 안명수의 엄마나 아빠는 안명수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사실은 정수를 더 기다린다. 더구나 아빠는 정수랑 소주 마시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안명수가 혼자 집에 들어서면서는 엄청 미안한 느낌이다.
"엄마, 자기는 오늘도 못 온대."
"뭐. . 어때? .. 바쁘니까 그렇겠지. 다음에 오면 되잖아?"
"가까이서 살면 자기가 엄마 아빠를 더 자주 볼 줄 알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안되네."
"이렇게 가까이서 산다는 것만도 어디야? 그런데 아직 소식이 없어?"
"무슨 소식?"
"이제는 아들이건 딸이건 하나 생길 때가 되지 않았나?"
"엄마도 참. .. 지금 날더러 미혼모 되라고?"
"순서대로 안되면 그것도 한 방법이지. 요새 임신 3개월은 혼수에 필수라는데."
"엄마. 그렇게 나를 시집 보내고 싶어?"
"나도 나지만, 아빠가 워낙 보채니까 그러는 거다."
"노인네 둘이 알콩달콩 살면 되지 우리한테 관심이 왜 그렇게 많대?"
"아빠가 곧 은퇴하시잖니? 그러면 캐나다에서 오빠가 우리보고 와서 같이 살자고 하네."
"흐으음. .. 그래서 엄마 아빠 나가기 전에 우리보고 결혼을 해라?"
"두 늙은이가 그 먼 길을 한번 갔는데, 너희 결혼식 하는 것 본다고 어떻게 또 나오겠니?"
"그런데 지금 벌여놓은 일이 이 정도인데 ... 결혼은 아직 꿈도 못꿔요."
안명수는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오빠가 이제 와서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오빠네가 살기가 괜찮아진 것 같다.
남편이라고 해도 저 연하남에게 의지할 수는 없고 ...
"그런데 엄마. .. 엄마랑 아빠 모두 훌쩍 떠나고 나면, 이 땅에서 나 혼자 살 수 있을까?"
"아니. ..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혼자는 왜 혼자야? 그럴까봐 결혼하라는 것 아니니?"
LBS 예능국에서는 문화 예술 뉴스에서 <아이돌 소극장의 그랜드 오프닝 콘서트>를 보도했는데, 이 보도가 예고편처럼 작용했다.
원래 안명수는 이 보도에서 협찬사를 <랏데백화점 강남점>이라고 자막까지 넣어서 방송하려고 했다. 그런데 백화점 마케팅에서는 이 말을 듣고 <강남구청 문화예술과> 를 같이 넣어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아니, 우리는 강남 구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요. 더구나 자막 크기가 작아서 글자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거든요?"
"안PD님. 저희는 권력 기관에 알아서 기어야 하는 기업입니다. 제발 어떻게 .."
"왜요? 왜 기어야 하는데요"
"털어서 먼지 안나는 주머니 있나요? 내일 아침에라도 우리한테 당장 세무조사를 나오면 잡힐 꼬투리가 하나둘이겠습니까? 더구나 우리는 생산하는 쪽이 아니고 유통쪽이라서 구청으로부터 간섭도 너무 심해요."
"으음. .. 정 그러면 글자 크기를 줄이는 수 밖에 없죠, 그러면 작아서 안 보일텐데 .."
"그럼 자막을 아예 빼고 뉴스에서 멘트로 해주시면 안되나요?"
"알았어요. 둘 다 해드릴께요."
결국 <협찬 : 랏데백화점 강남점>과 <후원 : 강남구청 문화예술과>로 둘 다 자막 처리를 했다.
그렇게 해서 강남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극장과 세탁소는 강남점이 이번에 엄청난 자금을 들여서 하는 프로젝트이다.
그들은 일년내내 TV에 광고를 하는 셈 치고 투자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라고 했다.
드디어 극장이 문을 여는 날, 금요일 저녁.
공연 시작이 6시 이므로 5시부터 입장을 시작했다.
미리 온 사람들은 백화점의 매장으로 구경하러 간다.
초대받은 사람은 모두 200명인데, 객석의 300석이 꽉 찼다.
앙상블과 독주, 클래식과 세미클래식, 그리고 팝페라의 화려한 공연이 비공개로 펼쳐졌다.
관객의 반응도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또 LBS 예능국에서는 이 공연을 녹화했다.
녹화 필름은 급하게 편집을 해서 금요일 밤 11시에 특별 방송 <굳 나잇 콘서트>로 내보냈다.
또 다음 날 문화 예술 뉴스에서도 보도했다.
공연이 끝난 것은 저녁 8시경이다.
극장을 나선 관객들은 백화점은 밤 10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바로 백화점 매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똑같은 공연을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6시에 두번을 더 한다.
이 공연은 공개이고, 누구나 입장권을 구입해서 들어올 수 있다.
그런데 오프닝 입장권이라서 백화점에서는 <50% 할인> 이라는 미끼를 던졌다.
그런데 원래의 입장권이 꽤 비쌌기 때문에 50% 할인이었어도 다른 소극장과 비교하면 그렇게 싼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 나라 서울의 강남은 50% 할인이라는 말에 입장권 판매를 오후 1시에 시작했는데, 바로 매진이다.
공연을 모두 끝내고 안명수는 백화점측과 마주 앉았다.
백화점측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오전부터 입장권을 사려는 방문객들이 백화점에 왔다. 또 공연 후에도 백화점이 술렁거렸다. 주말에 백화점을 방문한 사람들의 수가 엄청 늘어난 것이다. 이것이 아직 매출로 이어진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뭔가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