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7 96. 짝퉁 커플 %26 안명수의 협상과 개관 준비 =========================================================================
신예원과 맺은 동맹은 커플도 아니면서 커플인 척 하기이다. 그러니까 사귀지도 않으면서 사귀는 척 하는 것이다. 정수는 그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별 생각 없이 신예원이 하는 제안에 응해준 것이었다.
그런데 정수가 알게 된 것은 짝퉁 커플도 커플이라는 것이다. 즉 사귀는 척 하더라도 사귀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어느날 저녁때 신예원이 전화를 걸어온다.
"예원이 안녕!"
"예원이가 뭐냐? 자기야 해야지."
"쏘뤼. 자기야 안녕! 그런데 쫌 이상하다."
"뭐가 이상해?"
"사귀지도 않는데 무슨 자기냐?"
"사귀는 척 하더라도 남들 눈에는 사귀는 걸로 보이는 거잖아. 사람들한테는 우리가 진짜로 사귀는 것처럼 들려야지."
"흐으음. .. 알았어. 그런데 무슨 일이니?"
"뭐해?"
"저녁 먹고 연습실에 가려고."
"저녁은 나랑 같이 먹고 가면 안돼?"
"되지. 안될 것은 없어. 그런데 왜 저녁을 나랑 먹어?"
"나도 저녁 먹고 대본 리딩에 가야 하거든."
그는 차를 몰고 신예원이 기다리는 정화예대 정문 앞으로 갔다.
"한정수. 우리 오늘 저녁 어디 가서 먹지?"
"여기는 너네 바닥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야지."
"정말? 그래도 돼?"
"지금 다른 데에 가서 먹을 시간은 안 나와서 그래."
"그럼 대충 먹자고?"
"대충? 그래도 확실하게 먹어야지."
"난 또 .. 자기랑 하는 첫 데이트인데 대충 때우자는 줄 알고 .."
정수는 예원이가 시키는 대로 차를 주차하고 둘이 걸어간다. 예원이가 팔짱을 낀다.
"자기야, 기분 좋지?"
"뭐가?"
"야아아. 못 느꼈어?"
"응?.. 뭘? .. 팔짱낀 것?"
"하아~. .. 그게 다야?"
"글쎄."
"지인짜아. .. 존심 상하네. .. 그럼 다시."
"아하. .. 이거?"
"그래. 인제 감이 오냐?"
"노?"
"아니고. 누드."
"꼭지만?"
"응."
"오늘 하루 종일?
"바보야. 방금 나오면서 화장실 가서. 후훗"
"흐음."
"응. 그래도 처음 만나는 거라고 나는 나름 신경 썼다."
"고마워. 다시!"
"응."
정수의 팔에 신예원은 지긋이 눌러온다.
신예원은 엄청 짧은 반바지에 끈나시를 걸쳤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까 브래지어의 흔적이 없다. 그리고 정수의 반팔 밖으로 나온 맨살의 팔에 대고 지긋이 눌렀지만 정수는 그냥 젖가슴이려니 했었다. 그런데 그녀는 젖꼭지만을 가리는 누드브라를 한 것이다.
그가 감촉만으로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대해 처음에는 신경질적으로 나오더니 나중에는 지긋이 누르고 떼지 않고 그냥 걷는다. 정수가 야구모자를 쓰지 않았더라면 일 날 뻔 했다.
그날 저녁 먹고 나서 신예원과 같이 정화예대 정문 근처로 돌아왔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고, 그는 차를 타고 연습실로 갔다.
그가 연습을 끝내고 전화기를 열어보니까 신예원으로부터 <뭐해?>, <쉬는 시간도 없냐?>, <언제 끝나?> 등등 해서 문자메시지가 10개도 넘게 와있다. 마지막에는 끝나는 대로 전화하라는 내용이고, 부재중 전화도 두 개가 신예원 전화다.
그가 짐을 꾸리고 연습실 밖으로 나오는데 신예원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끝났니?"
"자기도 이제 마친 거야?"
"응. 이제 막 나오는 길이야."
"기분이 영 그렇네. 나 데리러 와."
"어디로?"
"아까 저녁먹은 골목 맨 끝에 있는 호프집."
"호프집? 거기서 뭐해?"
"그럴 일이 좀 있거든요."
"알았어. 기다려."
정수는 신예원에게 갔다. 여학생들 네 명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이거 도대체 뭔데?"
"어머머. 어마. 진짜였니?"
"와아아. 계집애. 완전 대박이네."
같이 앉아있는 여자애들은 정수를 보고 수근거린다.
신예원은 정수를 자기 옆자리로 부른다.
그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신예원 옆자리로 앉았다.
'안녕하세요? 한정수입니다."
"안녕하세요?"
"자기. 와줘서 고마워."
"응? .. 으응."
"뭐야아. 화났어?"
"화? 아니야. 갑자기 꽃밭에 앉으니까 ... 하하."
신예원은 젖가슴 작전을 또 시작한다.
"저것들이 내 말을 안 믿잖아."
"무슨 말?"
"아까 우리 저녁 먹고 헤어졌다고 하니까 .."
"우리가 안 믿은 것이 아니고, .."
"시끄러워. 네가 못 믿는다고 보여 달래며?"
"정말입니다. 아까 내가 여기로 와서 저기 아래 한식집에서 저녁 먹고 헤어졌어요."
"예원이 계집애. 완전 부럽네. 진심."
"예원이랑 이 더운 날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맥주 마시는데 이유가 있어요? 더우면 더우니까, 추우면 추우니까. 하하하"
"야아아. 그게 아니고 너네가 안 믿으니까 여기서 기다린 거지."
"나도 같이 마시고 싶은데, 차 때문에 안되겠고."
"대리요!"
"그건 서울 밖이라서 .. 예원아, 가자."
"어머머. 아무리 그래도 오자마자?"
"갈 길이 쫌 멀어서요."
"그런데 둘이 어디가요? 혹시 모텔?"
"계집애 말하는 것 좀 봐. .. 가더라도 벌써 이 시간에 가냐?"
"시절이 하 좋을 손 .. 하하하"
"저희 먼저 실례합니다. 그 대신 계산은 하고 나갈께요."
그는 술값을 계산한 뒤에 예원이를 데리고 바로 호프집을 나왔다.
그는 예원이네 집으로 차를 몰았다.
"자기가 왜 계산해? 내기에서 걔네들이 졌으니까 쟤네들이 내야지."
"그 자리에서 예원이를 빼오니까"
"어쨌든 자기 오늘 완전 남자답고 멋지다."
"고마워."
"그러지 말고 진짜로 확 사귀자."
"싫어. 그건 안돼."
"왜? 나 아직 맘에 안 들어?"
"오늘 처음 만났던 것은 괜찮았는데, 두 번째는 좀 아니지. 내가 어떻게 하루에 두 번씩 이러고 다니냐?"
"진짜 미안해. 오늘은 진짜 저것들한테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까."
"됐어. 이래서 내가 연애를 못해."
"아냐. 자기 그러니까 더 멋있다."
예원이가 누군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정수의 차는 예원이 집 앞에 도착했다.
예원이 집 앞에 아줌마 한 명이 나와서 서있다.
"자기, 잠깐 내려. 울엄마야."
"야아아. 너 자꾸 이럴래?"
"기왕에 왔으니까 인사는 해야 하잖아? 5분이나 걸리겠어?"
그는 예원이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예원이가 자기 엄마라면서 정수를 소개했다.
정수가 인사를 하자 예원이 엄마는 정수에게 말했다.
"우리 예원이랑 사귄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어요. 예원이 때문에 수고했는데, 잠시 안에 들어가서 음료수 한잔 하고 가요."
"자기야. 그러자. 뭐 한 10분 정도? 헤헤."
"예.. 아. 예에."
그는 차를 완전히 주차하고 예원이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간다.
여자애네 집 안에 들어가보기는 처음이다.
사귀지도 않는데.
그냥 사귀는 척만 하는데. ...
예원이 엄마는 그에게 과일 쥬스를 따라주면서 말했다.
"정수 학생도 사회적 위치가 있으니까 조심이야 하겠지만 딸 가진 엄마로서 한마디 하겠네. 절대로 몸조심 하고, 도저히 피할 수 없을 때에는 제발 콘돔을 사용하게. 알겠나?"
"예. 명심하겠습니다."
"엄마. 날짜 맞추면 콘돔 안 해도 된다던데?"
나중에 그가 집에 간다고 인사하고 나오는데 예원이가 따라 나온다.
"야. 도대체 이거 뭔데?"
"우리 사귄다고 말했거든. 헤헤."
"아닌데?"
"우리 둘만 아니고 남들한테는 맞잖아?"
"그래서 엄마한테도?"
"울엄마 성격이 좀 불 같아서, 그렇게 해 놓는 것이 좋아. 늦어도 말 안하고. 하하."
"완전 어이없네."
"난 ... 전혀? 하하하"
신예원은 이런 일을 몇 번 더 만들었다.
그렇지만 정수는 그러는 신예원에게 싫다는 표시를 내지 않았다.
* * * * * * * * * *
안명수는 랏데백화점 강남점과 협상에 들어갔다.
안명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소극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그녀는 100석짜리의 미니 소극장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백화점과는 일단 크게 붙어보기로 전략을 세운다. 처음에는 우선 300석을 요구해서 안되면 점차 줄이다가 100석을 마지노선으로 잡는 것이다. 그 정도 규모에서는 무대나 준비실은 관객이 100석이건 500석이건 크기가 변하지 않는다. 극장의 규모를 줄이는 것은 객석만 줄이면 된다.
그녀는 건축 디자이너를 불러서 공연을 위한 300석짜기의 소극장 내부를 도면으로 그리고, 면적을 계산했다. 그런데 그 계산대로 하려면 백화점의 한 층 전부를 사용해도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러면 과연 백화점 측이 한 층 전부를 내놓을 것인가? 그것은 무리이다.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다. 그래도 붙어보는 것이다.
그녀는 정수와 함께 강남점 회의실로 갔다. 오늘이 첫 미팅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고민이다. 이 기회를 날리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 해치울 마음도 없다. 백화점 측에 강경하게 요구할 생각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 지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럴 때는 그냥 부딪치는 수 밖에. 안명수가 괜히 블도저인가?
미팅 자리에 강남점에서는 마케팅 부장이라는 남자가 나왔다. 이것은 돌직구가 답이다. 되면 이 자리에서 되고, 안되면 여기서 끝내야 한다. 안명수는 그에게 소극장 내부를 그린 그림을 내보였다. 한장 한장 넘기면서 몇 가지 설명도 했다. 그도 안명수의 계획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한 층을 다 내놓으라는 말에는 난색을 표한다.
"안PD님, 이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죠?"
"그 대답은 백화점이 갖고있죠."
"5층일 경우 한달 수입은 1억에 가깝습니다. 이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
"1억을 포기하시고, 그 대신 2억을 챙기시면 어떨까요?"
"꿈과 현실의 차이를 우리 기업인들은 너무 뼈저리게 느낍니다."
"우리 방송인들은 꿈과 현실의 엄청난 차이를 줄이는 데에는 경험자들입니다."
"그럼 어떤 밥법으로 가능하게 하시겠습니까?"
"이 층 전체를 소극장으로 내주시면 6개월 이내에 전체 매출액이 올라갈 것입니다. 더구나 광고비가 절약되는 점도 있죠. 광고는 엉뚱한 곳에서 훨씬 효과적으로 나갑니다. 또 백화점이 문화적인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것은 백화점의 자존심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보다 더 큰 광고효과가 있을까요?"
"그러니까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싶은데요."
"우선 윤현도씨의 고정 무대를 열겠습니다. 그럼 됐나요?"
"연령층은 40대 이상인데..."
"백화점에서 지갑을 여는 고객이 바로 40, 50대 아닌가요?"
"또 있나요?"
"소극장을 LBS 에서 적극 활용하죠. 외부 스튜디오로 활용합니다. 이보다 더 큰 것을 요구하시는 것은 무리 같은데 .."
"흐으음 .."
"우리는 강남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서 대학로에 있는 실험적인 소극장들과는 달리 명품소극장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실무에는 김익환 감독이 나설 것입니다. 혹시 김익환 감독 하면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으십니까?"
"안PD님. 김감독은 제 대학 후배입니다. 하하하."
안명수는 1차 미팅에서 5층 전부를 얻어냈다. 겉보기로는 성공한 것 같다. 그런데 그 대신에 6개월 이내에 효과가 없을 때에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당장 철수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미팅 전보다 미팅 후가 더 고민스럽다. 혹을 떼러 왔다가 온몸에 붙어 있는게 다 혹일 정도이다.
미팅이 끝나고 백화점을 나서면서 안명수는 정수에게 말했다.
"이러고 보니까 이 소극장을 자기한테 주는 것이 아니라 LBS 한테 주는 거잖아?"
"그러게. 누나가 전업주부로 뛰어들어야 할 것 같은데? 하하하."
"자기는 지금 전업주부라는 말이 뭔지 알면서 하는 소리야?"
"뭐든 누나가 하면 됐지, 그걸 내가 꼭 알아야 해? 하하"
"뭐야아. 난 지금 장난 아니고 엄청 진지하거든."
"누나, 차라리 누나가 관리하는 것이 훨씬 잘된 일이 아니겠어요? 물론 누나의 일이 많아져서 누나에게는 짐이겠지만..."
"어쭈? 우리 자기가 그런 줄을 알기는 알아?"
"나 바보 아니거든요."
백화점에서는 안명수와 미팅에서 내린 결론을 합의문서로 만들었다. 또 바로 내부 공사에 착수했다. 안명수는 김익환과 윤현도를 움직이게 했다. 윤현도는 윤현도의 뮤직쇼를 위해서 유럽투어까지 취소했다. 또 자기의 단짝 김동재를 불러들일 궁리도 했다.
정수도 학교의 일정을 소화하고, 김미라와 윤수지를 챙겨가면서, 윤경식과 랩도 같이했다. 뿐만 아니라 황제의 명령으로 두 번째 앨범도 제작했고, 랏데백화점의 후원을 얻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천점이 장소를 제공하고, 비용은 강남점이 맡았다.
앨범이 나오고 나서 바로 안명수의 뮤직쇼 <토요 카페>에 출연하여 앨범을 소개하기도 했다. 첫번째 앨범의 기반이 있어서인지, 두번째 앨범은 훨씬 짧은 시간에 팔린다.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면서 여름이 간다. 여름이 끝나면서 백화점 내에 공사도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김익환 감독은 소극장의 개관 공연을 크로스오버 음악회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개관 공연은 그 극장의 이미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대중음악 보다는 약간 격식을 차려야 한다고 고집했다.
잘 알려진 성악가들과 팝페라 가수들 그리고 스트링 실내악단 등등으로 가을맞이 음악의 밤을 구성했다. 이들은 서울의 강남땅에 생기는 소극장이라는 점을 고려했는지, 자기들의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출연에 응해준다. 백화점에서도 개관 공연의 홍보에 열을 올린다.
첫번재 주말에 개관 공연을 끝내면, 두번째 주말은 윤현도의 뮤직쇼를 두번째 공연으로 하기로 했다. 세번재 공연은 정수가 기획을 하여야 한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중순 금요일 오후 6시. 드디어 개관공연을 하는 날이다. 이 날은 초대받은 손님들만 온다. 백화점에서는 자기 VIP 고객들을 모두 초대했다. 안명수는 방송국 PD들과 기자들을 보내고 또 정수를 후원하는 기업의 사람들도 초대한다. 김익환 감독의 제안으로 강남 3구의 문화예술부에도 초대장을 보낸다.
정수도 많은 사람들을 초대했다. 안명수의 엄마, 아빠, 외숙모 이세영과 누나 김경애, 세탁소의 단골 VIP 고객들, 박하나, 윤수지와 김미라, 신예원, 윤경식, 기가예대 및 정화예대 학생들 등등 ..
============================ 작품 후기 ============================
로맨스 판타지 콘테스트에 <에벨린과 몽뻴리에> 를 1회부터 14회까지 올리고 오느라고 몇일 쉬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거는 중세시대 프랑크 제국을 무대로 쓴 이야기인데 혹시 관심 있으시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