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69 68. 우리, 아침부터 이러면 오늘 하루가 엄청 힘들어져. (69/116)

00069  68. 우리, 아침부터 이러면 오늘 하루가 엄청 힘들어져.  =========================================================================

방송사들이 연합하여 이 나라의 12월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뮤직 쇼 <따뜻한 12월> 의 오프닝이 막을 내렸다. 이 밤이 지나고 내일이 오면 과연 <후끈 달군다> 라는 말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까지 일을 무사히 끝낸 사람들에게 이제부터는 뒤풀이이다. 밤이 제법 늦었지만 상관 없다. 내일 새벽까지라도 좋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자기들이 즐겨 가는 곳으로 흩어진다. 그들은 먹고 마시고 수다를 떨 것이다.

그런데 황제 박철호 PD 는 다른 PD 들과 AD 들을 옐로우로 불렀다. 그들을 칭찬하기 위해서이다. 그 자리가 끝나면 PD 들과 AD 들을 자기들 그룹이 모이는 곳으로 보낸다. 윤현도도 MC 를 안명수와 같이 했으므로 이 자리에 합세했다가 BY 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간다.

그런데 정수와 윤희는 낄 곳이 없다. 이들 둘만 옐로우의 구석에서 따로 만난다.  정수가 윤희와 같이 식사 후에 와인을 마신다. 

"해치우고 나니까, 마음이 놓여?"

"이제 다른 애들이 얼마나 내 욕질을 해 댈까? .. 정말 끔찍하다."

"신경 쓰지 마. 그건 자기들이 나오지 못해서 그러는 것 아니겠어?"

"벌써 귀가 엄청 간지럽거든요. 하하"

"두고 보세요. 윤희한테 러브콜이 엄청 많이 있을꺼야. PD님도 그런 말씀 하셨잖아?"

"그거야, 아직 실감을 하기에는 쪼오옴... 난 이제 집에 내려가서 조용히 있어야 할까봐"

"야아아. 그게 아니지. 12월 행사 끝나면, 바로 명수누나 뮤직쇼가 있잖아. 나도 노래를 계속 써볼 생각이고.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

"내 노래말이야? 오늘 봤잖아? 그 정도면 완전 짱이더만. 도대체 뭘 어떻게 더 바래?"

"나한테는 아직 뭔가 부족해. 네가 부른 곡에 대해서는 현도 형이나, PD 님 아직 아무 말씀이 없으시거든."

"괜한 생각인 것 같다. 나는 정수 너한테 정말 고맙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다."

"내일이 불안한 것은 나한테도 마찬가지야. 내가 저지른 것에 대해서 세상이 뭐라고 할지. .."

"그런 약한 말 하지 마.  너 정말 부럽거든요. 오늘은 완전 한정수 무대였는데. 하하"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12000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 앞에 섰을 때의 그 감격, 그들이 환호할 때, 그들이 자기들의 노래에 빠져들어갈 때의 감격. 돌이켜 생각하면 화려한 감격이었다. 그러나 이 밤이 두렵다. 이 밤이 가고 나면 사람들은 이들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서, 뭐라고 얘기할까? 

윤희가 조용히 침묵을 지키지만, 옐로우의 홀이 너무 시끄럽다. 윤희는 정수와 같이 조용히 있고 싶다. 이 남자가 지금은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두 사람은 점점 멀어질 것이다. 참새는 황새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 지금 이렇게 같이 있는 동안 만이라도 이 남자랑 조용히 지난 날을 생각하고 싶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하셔?"

"여기서 정수 너랑 처음 만났던 그 때 ..."

"윤희가 정말 많이 힘들어 했었는데."

"그 날, 너는 아무 것도 모르고 나왔지?" 

"그런가? .."

"한 해 동안 발버둥을 쳐봤지만, ... 나한테는 얻은 것 보다는 잃은 것이 훨씬 더 많네."

"이때쯤 한 해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누구나 다 할껄요?" 

"그래도 나한테는 잃어야 할 것은 확실하게 잃었고, 그 대신 너무 소중한 것, 너무 소중한 사람들을 얻게 돼서,  엄청 성공이야."

뮤직쇼 <따뜻한 12월> 의 오프닝을 통해서 안명수는 PD 와 MC 로서의 능력을 보였다. 이 분야에 첫발을 내딛는 화려한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 밤에 벌써 안명수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자라고 있다.  LBS 방송공사 내에서야 안명수는 퀸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바깥 세상에서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안명수라는 이 여성을 새로 등장한 낯선 사람으로 여긴다.

안명수가 누구지?

안명수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나? 

이 여자, 무엇 하던 사람인데?  혹시 LBS 예능국 기자였나?

이 밤 동안에는 이런 무성한 이야기들은 소문을 만들어내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이런 소문들도 정리가 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안명수는 불우한 이웃을 우리가 돕지 않으면 누가 돕겠느냐고 눈물을 글썽이는 얼굴로 하소연하다시피했다. TV로 이 프로그램을 봤던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하거나 또는 술자리에 있었다.  특히 걸그룹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출연자들도 추운 12월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움직였다. 방송하는 동안에 불우이웃돕기 본부로 기부금을 보낸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자선남비에도 엄청 많은 돈을 넣었다고 한다.

역시 어려운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이 돕는 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어려운 사람들이 어려움을 알기 때문이다. 불우한 사람들의 이웃 중에는 불우한 사람들이 많다. 저 높은 곳에 계시면서, 지하철 요금이 얼마인지, 아르바이트생들의 시급이 얼마인지도 모르시는 분들께서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 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분들의 이웃들은 결코 불우하지 않으신 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윤현도와 BY 의 무대가 끝난 후에 윤현도가 마이크에서 당당하게 퍼부어버린 것이다.

"저희 윤현도와 YB는 오늘 출연료를 모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겠습니다."

사전에 다른 가수들과 협의도 하지 않고 이렇게 공개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의 뒤를 따르는 가수들에게 <나를 따르라>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그랬다. 그의 뒤를 따라 무대에서 열창을 한 가수들은 모두 윤현도가 한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윤현도? 

한때 그는 잘나갔었다. 그런데 윤현도는 그 누구씨의 미움을 사서 밀려난 후로 그도 어렵다. 항간에는 그가 연습실로 쓰고 있는 곳의 임대료가 벌써 6개월째 밀려있다는 말도 있다. 그런 그가 총대를 메자 그의 후발주자들은 당연히 그의 뒤를 따랐다. 걸그룹? 그녀들도 그렇게 했다. 신인들도 마찬가지이다. 한 사람이 몇십억의 흐름을 돌려놓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날 저녁에 성금은 엄청났다. 안명수는 이런 얘기를 하면서 화면에는 얼굴의 옆모습이 나오도록 자꾸만 몸을 비튼다. 이것은 스타일리스트들이 그녀에게 이렇게 속삭여준 때문이다.

"퀸은 얼굴의 정면은 상당히 지적이고 냉철해요. 그런데 문제는 이 콧날입니다. 이 콧날 때문에 옆모습은 엄청 섹시해요. TV 화면에 얼굴 옆모습이 클로즈엎 되어 나타나면, 남자들은 무조건 화장실로 달려가고, 여자들 입에서는 욕밖에 안나와요."

생각해보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지갑이나 계좌에 돈이 있다고 하자. (물론 있을 리는 없지만.) 그런데 이렇게 섹시한 요정이, 섹시한 표정으로,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온 몸에 진저리를 치면서, 성금 기부를 요청하면 당신은 그냥 쌩까고 있을 수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외계인이다. 우리 지구에는 그런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 분들 몇 명만 빼고.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여자들은 절대로 내지 않는다. 그녀들은 자기들이 시집을 잘 못 오는 바람에 불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성금을 내는 사람들은 주로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유부남, 돌씽남녀들이다. 

황제와 함께 있는 안명수가 정수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야?"

"옐로우 홀에 있어요."

"윤희랑?"

"예."

"그리로 나갈께. 기다려." 

안명수가 홀로 나와서, 구석에 파묻혀 있는 이들을 찾아냈다. 이들이 앉아있는 자리는 기역자로 꺾인 쪽에 있어서 앞에서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안명수는 한참을 찾아 헤맸다고 투덜거린다.

"너네도 지금 여기서 뒤풀이 하냐? .. 하하"

"예."

"윤희랑 정수, 고생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 축하해."

"감사합니다."

"언니, 고마워요. 헤헤"

"아직. 그게 다가 아니야. 모레 뮤직쇼에 출연교섭이 들어오는 것 같아.  저쪽 방송국 예능국에서 PD 님한테 너네 둘이 누구냐고 물어봤대. 내일 나랑 다시 연락하기로 했어." 

"와아아, 완전 대박"

"어머, 벌써요?"

"내일, 모레, 이틀 동안은 다른 데에 정신 팔지 말고, 부지런히 연습해. 아직 곡은 있지?"

"네, 곡은 아직 많아요."

"정수, 너 오늘 차 없지?"

"없어요."

"저도 없어요."

"어떻하지? 집에는 어떻게 갈래?"

"정수는 제가 저희 집에서 재울께요. 걱정 마세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 PD 님 말씀이 이거는 너네 둘이 꼭 알아야 한대. 그래서 내가 이 말을 전하러 잠시 나왔거든. 그럼 난 이만 들어간다."

이들에게 요정은 엄청난 소식을 남기고 들어갔다. 윤희가 기뻐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옐로우에서 윤희네 집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윤희와 정수가 옷을 벗고 침대에 들어가서 부등켜 안았다. 윤희는 정수를 재우지 않을 생각으로 정수에게 덤벼들었다. 윤희는 정수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정수는 긴장한다. 페니스가 육봉으로 변한다. 그런데 윤희가 빠는 힘이 점점 약해진다. 윤희는 잠들어버렸다. 정수는 윤희의 벗은 몸을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리고 같이 잠들었다. 그 동안의 긴장이 풀리면서 쌓였던 피로도 한꺼번에 풀린 것이다. 잠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데, 정수와 윤희 쯤이야 ...

다음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윤희은 허무했다. 윤희가 잠이 많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런데 알몸의 한정수를 안고 잠이 들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세상에는 여성편력가인 남성들이 있다. 그러나 윤희는 자신이 남성편력가인 여성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 윤희에게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 일어나버린 것이다.

윤희는 정수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정수가 그녀를 다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 아침부터 이러면 오늘 하루가 엄청 힘들어져."

이 남자는 도대체 뭔데?  이런 여자가 벌거벗은 알몸으로 이렇게 하면 이성을 잃고 으르릉 대면서 덤벼드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윤희는 젖가슴이나 음부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 목욕탕에 가서 다른 여자들의 것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윤희의 젖가슴은 크기도 하지만 아래로 쳐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끝부분에 와서 위로 들려 올라간 그 모습에 남자들은 뿅 가버린다.  윤희는 자위도 별로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꽃잎이 늘어진 것도 별로 없다. 그녀가 상납의 자리에 갔을 때마다 남자쉬퀴들은 거기에 입을 대고 밤새도록 빨려고 덤벼드는 것도 그 이유를 윤희는 다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이 남자가 하는 말이 틀린 데가 없는데.

윤희는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윤희는 그의 남성을 동굴에 가두고 팍팍 조여본다. 그래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윤희는 입에 담고 빨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때 그는 싸버렸다.  윤희의 입은 그가 분비한 것으로 꽉 차버렸다.

후후후.

별 수 없구만?

그런데 윤희에게 정수는 작곡가 선생님  이라는 사실이 떠오른다. 지난날 그럴듯한 곡 하나를  받기 위해서 어느 작곡가와 몇 번을 잤던가? 작곡가 하면 이가 갈릴 정도이다. 

그런데 이 남자.  뭐야?

싸고도 계속 잔다.

인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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