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68 67. 아까 회의실에서는 완전 마귀할멈이더만, 지금은 백설공주네. (68/116)

00068  67. 아까 회의실에서는 완전 마귀할멈이더만, 지금은 백설공주네.  =========================================================================

스타일리스트는 안명수의 귀에 한참을 속삭였다. 나중에 그는 안명수에게 물었다.

"정말 모르셨어요?"

"네. 지금 완전 처음 듣는 말인데요?"

"이거 참. .. 어이없고 황당하고 .. 어째 자신을 몰라도 이렇게 모를까?"

안명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휘파람을 불면서 외투로 몸을 감싸고 자기 방으로 왔다. 그녀는 자기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서 생각한다. 이제 그녀는 저녁을 먹고 잠실로 가야 한다.  아직 PD 나 AD 로부터 연락은 없다. 아직은 모든 것이 순조롭다는 얘기다. 그들이 해결한다는 말이겠지. 어쨌든 이제 판은 시작 된거나 다름 없다. 어느 것 하나 무를 수도 없다.

윤현도에게서 전화가 온다.

"퀸.  레깅스는?"

"시간이 없어서 못 샀는데."

"저녁은?"

"오세요. 같이 먹어요."

"5분 후에 갈께."

"어디신데요?"

"형님이랑 산책해."

세월도 참 좋다. 이 시간에 산책? 밥을 안 먹었으니까 천만 다행이다. 남자들끼리 저렇게 오글거리게 하는 걸 생각하면 밥알이 곤두서서 다 넘어온다.

남자들 끼리 산책한다고 해서 다 오글거리는 것은 아닌데..

하여간에 안명수 자신이 저 두 남자에게 왕따를 당한다는 이 느낌. 절대 좋은 느낌이 아니다. 윤현도가 말한 5분은 15분이었다. 초조하게 기다린 결과 안명수는 식당에서 초라하게 혼자 식판을 들지 않아도 좋았다. 윤현도가 와주었기 때문이다. 어라? 윤현도의 뒤를 따라서 정수가 들어온다. 오잉? 그게 다가 아니다. 정윤희가 정수의 뒤를 따른다. 이것으로 끝이기를 안명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빈다. 그러나 윤희의 뒤를 따라 황제가 들어선다.  안명수는 자동으로 벌떡 일어선다. 정수가 앞장서서 애교를 부린다.

"우리... 누나랑 같이 식당에 가려고 아까부터 기다리는 중인데요."

순 거짓말. 입에 침이나 바르지.

그래?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스타일리스트나 코시네이터가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다.

물론 내 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안명수는 변명을 하지 않고 식당에 가려고 자리에서 나왔다.

"오오오."

"와아아"

"하아~!.. 언니!"

다들 감탄하네? 뭔 일이지? 안명수가 그들을 본다.

황제가 그녀를 향하여 웃고 있다.

"아까 회의실에서는 완전 마귀할멈이더만, 지금은 그야말로 백설공주네."

"형님. 여자는 외모가 웬만큼, 그니까 최소한 이정도는 받쳐줘야. .."

"현도야. 최소한이 아니라 최대한이야."

"아. 예에."

"나는 안명수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믿었어. 그 믿음은 아직도 변하지 않아."

"형님 믿는 거는 나도 믿어. 그래서 나도 카톨릭에 나가잖아. 그런데 안기자는 쫌 .."

"현도야, 이제 안기자 아니고 안PD야."

"아. 예에. 안PD님."

"현도 너나 나나 유부남이야. 이 자리에 총각은 정수 뿐이네."

"슬픈 진실이네요."

"정수야. 너 솔직하게 말해. 거짓말 하면 오늘 무대에 안 올려보낼 생각이야."

"예."

"네가 보기에 안명수 예뻐?"

"PD님, 예쁜 정도가 아닌데요. 사람 혼을 뽑아가는데요."

"너, 그럼, 안명수랑 결혼할 생각 있어?"

"누나만 허락하신다면 당장요."

"이런 한심한.. 남자가 뭐 이따위야?"

"예?"

"임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당장 프로포즈 해."

"예?"

"선배님, 아직 젖냄새나는 애기한테 이 무슨.."

"이 해가 가기 전에. 안명수는 한정수의 청혼을 받아들이면, 안명수 너는 모든 것을 이루는 거야."

"예?"

"나는 현도처럼 명수도, 정수도 내 옆에 두고싶다. 나 죽는 그 날까지."

"형님!"

"선배님!"

"PD님!"

"놀랐지? 지금 밥 안먹으면 우리 오늘 다 죽어. 오늘 늦게 끝나거든."

"허어얼~."

"진짜 어이없네."

"늙으면 다 저런 거야?"

그들은 서둘러서 식당으로 갔다. 모두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이들은 식당을 나서서 주차장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한다. 박 PD 가 부른다.

"오늘 우리 뭐 하는지 잊었어? 양치질은 하고 가야 하는 것 아니야?"

박PD는 미리 준비한 일회용 치솔을 나누어주고 치약을 짜준다. 박PD가 짓궂기는 하지만 그의 말이 옳다. 그들은 모두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한다.

오늘 열리는 뮤직쇼의 이름은 <따뜻한 12월> 이다.  12월에만 모두 8번이 열리는데, 오늘이 그 첫무대로서 LBS (위대한 방송공사) 에서 주최한다고 한다. 오늘의 기획, 연출, 감독은 안명수이며 진행도 안명수이다. 그러나 이 두 안명수가 동일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자들은 방송국에 여기에 대해서 물었으나, 어느 누구도 이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안명수와 박철호 PD 는 그만큼 철저한 연막작전을 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안명수를 띄우는 방법이었다.

벗고 까발리고 흔들어서 자신을 내세우는 걸그룹들과는 달리 안명수는 숨고,  감추고,  꽁꽁 싸매고, 간신히 라인만을 살려서 자신을 띄우는 것이다. 그녀에게 볼륨은 이미 충분히 훌륭하므로 이것이 가능하다.

오늘 뮤직쇼의 시작은 저녁 7시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침 7시부터 줄을 섰다고 한다. 입장은 오후 3시부터였다. 모니터에서는 현장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실내체육관은 꽉 찼다. 관중석으로 12000석이 주어졌는데 입장은 그 이상이다. 빈 자리 하나 없이 계단까지 꽉 채워졌다.

미처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체육관 밖으로 약 50개의 대형모니터가 설치되어,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아직은 시작 전이므로 협찬사들의 광고만 나온다. 공영방송이 협찬사들을 너무 많이 끌어모으는 바람에 자기네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별로 없다고 나중에 다른 방송사들이 이 점을 항의한다. 

안명수와 박PD는 챙이 큰 야구모자를 눌러썼다. 두 사람은 함께 체육관 내부를 한 바퀴 돌면서, 구석구석에까지 마지막 점검을 했다. 각 분야의 PD 들과AD 들이 튀어나와서 상황을 설명한다. 황제 박PD 는 이상 없다고 도 수고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안명수가 윤현도와 시나리오 마지막 점검을 하기 위해서 무대 뒤에 마련된 MC 캐비닛에 들어간다. 그녀가 외투를 벗고 야구모자도 벗는다. 그녀의 몽실몽실한 몸매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윤현도가 절규한다.

"오, 신이시여."

"선배님, 레깅스를 구하지 못해서요. 하하하" 

시작 시간 30분 전부터 체육관 안팎으로 시끄러운 음악이 쏟아진다. 각 가수들의 팬클럽은 관중들에게 음료수를 돌린다. 지루한 시간이 조금씩 간다. 관중들은 더 초조해진다.

드디어 시작하는 시간이다. 음악도 꺼지고, 비상등만 남겨두고 모든 조명은 일제히 꺼진다. 장내가 조용해진다. 

오늘의 스타트는 안명수의 인사말이다. 그녀가 무대위로 나서자 그녀를 따라서 조명이 움직인다. 마치 그녀는 한 마리의 인어가 요염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안팎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이 요염한 여인이 나타난다. 관중들이 탄식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때부터 각 화장실들은 만ㅁ원이 된다. 이 곳에 오지 못한 사람들도 스마트폰으로 이 장면을 볼수 있게 이동통신사들은 배려를 해주었다. 물론 장관 어르신의 부탁 때문이다. 시청앞 광장에서도 대형 모니터에서 이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래서 안명수는 <국민의 누나> 가 된다. 

그녀가 단상에 섰다. 그녀는 한 해 동안 수고했으며 오늘은 그 댓가로 즐기자는 인사말을 한다.  안명수는 이날의 무대는 여러분들의 기부금으로 연말연시에 이러이런 단체들을 돕겠다고 하고 기부금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그녀는 카메라를 의식하고 몸을 정면으로 두지 않고 자꾸 왼쪽과 오른 쪽으로 튼다. 그럴 때마다 관중들의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신음이 쏟아진다. 안명수는 스타일리스트들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인사말이 끝나자 박수와 환호가 쏟아진다.

윤현도가 오늘의 첫 무대를 소개한다. 첫 무대는 합창단 <더 밝은 빛을 향하여> 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른다. 이들은 60명의 합창단인데, 지휘자와 반주자만 빼고 모든 합창단원은 시각장애인이다.

합창 중간에 소프라노 단원 한 명의 멘트가 있다.

"우리는 모두 삶에서 빛을 잃었습니다.

빛을 잃은 우리는 어두움 속에서 음악을 하면서,

더 밝고 아름다운 빛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찾은 이 새로운 빛을 여러분께 전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마지막 곡을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에 나오는 <할렐루야> 로 장식했다. 장내가 갑자기 숙연해진다. 이 나라 대중음악 팬들의 수준이 꽤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첫 무대였다.  

두 번째 무대는 젊은 아이돌들이다. 걸그룹, 남자그룹들이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걸그룹들과 남자 그룹들은 옷을 벗고 거의 알몸으로 남녀 관중들을 달아오르게 해서 참기 어렵게 만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화장실은 항상 만원이었다. 특히 연구 발표에 의하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간 남성들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여성보다 화장실 체류 시간이 더 길었다고 한다. 학자들은 그 이유를 다방면에서 아직도 연구중이라고 한다. 참으로 얼빠진 등신들이다.

세 번째 무대는 신인가수들의 무대이다. 각 방송사들의 오디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는 팀들이 등장한다. 모두 8팀이 나오는데 5번째가 정윤희이다. 안명수는 정윤희를 소개하면서, 정윤희는 오디션에 나간 적은 없지만 우리의 전통 민요를 보급한다는 점을 인정받아 이 무대에 서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정윤희는 그 야사시한 한복인지 먼지와 반바지 형식의 청바지와 롱부츠, 그리고 그 섹시한 장구로 관중들을 달궈놓았다. 대형스크린에 비처지는 그녀의 모습은 남자건 여자건 눈길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2 곡을 부를 예정이었으나 앵콜 때문에 3곡을 불러야만 했다. 

화장실은 마찬가지로 만원이었다. 물론 이번에는 남자화장실에만. 이것도 연구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원래 연구란 밥 먹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하는 법이다. 이들 중에서 좋은 것은 노벨상도 받는다.  밥벌어 먹기에 급한 사람들이 저런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세 번째 신인가수들의 무대에서 마지막 출연자는 한정수였다. 

안명수는 한정수를 미리 초대해둔 김익환의 소극장 단원들과 함께 중에서 제 3편 <치즈폭탄> 의 주제음악을 공연하도록 했다. 관중들은 중간에 폭소를 여러 번 터뜨린다. 배를 잡고 웃어도 웃어도 웃음이 멎지 않는다. 이 때문에 119 응급차를 통해서 인근 병원으로 실려간 사람들도 꽤 된다고 한다. 

삶이 너무도 어렵고 팍팍하여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드디어 웃기 시작했으나, 한번 시작한 웃음은 멎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신질환이라고 한다. 특히 요즈음은 전염성이 강하고 또 사망율도 높은, 엄청 치명적인 독감 때문에 종합병원마다 환자들로 꽉 차있는 상태였으나, 정부의 <환자는 죽어도 병원은 망하지 않게 하기> 라는 방침에 따라 병원들이 이 사실을 비밀로 하는 바람에, 119 구조대원들은 이 웃음 환자들을 데리고 갈 병원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 이 말이 사실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이유는 다들 모른다고 하기 때문이다. 어이없다. 

뮤지컬이 끝나자 한정수의 솔로이다. 앞서 정윤희가 부른 노래를 한정수가 썼다는 말이 나가자 장내는 또 한번 요란해진다. 한정수의 노래는 끈적끈적한 발라드와 시끌벅쩍한 록을 융합한 록발라드이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스크린에 나오는 그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저절로 난다. 무대 가까이에서 여성 팬들이 벗어서 던진 브래지어나 팬티, 심지어는 생리대까지 그 수가 엄청났다고 한다. 쏟아지는 즉시 바로바로 치우기는 했으나, 카메라의 실수로 일부가 방송에 나갔던 모양이다. 이 때문에 나중에는 항의전화가 수도 없이 걸려왔다고 한다. 

한정수 역시 앵콜 때문에 노래를 3곡 불러야 했다. 그러나 팬들은 또 한 곡을 요구했다. 뮤직쇼 진행위원회에서는 특별히 허락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또 벗어 던지는 바람에. .. 다들 벗어 던지면 또 그 무시무시한 독감에 걸려서 병원들을 마비시키면 곤란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내로라 하는 대형가수들의 무대였다. 스타트는 윤현도와 YB가 끊었다. 그는 노래도 노래지만 입담이 들을 만 하다. 특히 그는 감동재를 불러서 이야기를 같이 주고받는데, 듣고 보면 진짜 웃긴다. 무엇 때문에 웃기는가는 여기서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들 뻔히 아는 얘기니까. 이 글을 쓰는 Ettude 도 그런 내용을 너무 자주 쓰면 신상에 불리한 점을 독자분들께서 이해해주시기를 부탁한다.

윤현도의 입담이 끝나고 노래가 시작될 판인데, 키보드 자리가 비어있다. 윤현도는 키보드를 맡은 연주자가 오늘 갑자기 설사가 나는 바람에 나오지 못했다며 사과를 정중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누가 제발 도와달라고 했다. 

이때 안명수가 진행단상에서 윤현도에게 여기 한 사람이 구조하러 나간다고 선언을 한다. 그 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한정수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는 윤현도와 BY 의 노래와 연주에서 키보드를 담당 했을 뿐만 아니라, 윤현도와 듀엣도 부르고 또 솔로로도 부른다. 그는 피아노도 기타도 닥치는 대로 연주했다.  특히 그는 전자 바이얼린을 연주하는데  <바네사 메이> 처럼 무대 위에서 춤추고 구르면서 연주를 해서 관중들을 경악시킨다.

그러니까 윤현도와 YB가 출연한 이 무대는 한정수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로트, 팝송, 포크송, 민중가요, 등등 ... 시끄럽고 요란하기도 했지만, 또 조용하고 아름다움 음악들이 관중들을 계속해서 울리고 또 웃겼다.

장미학당 등등의 개그맨들도 출연해서 관중들을 웃겼다.  국악팀들도 나와서 열창을 했다 특히 오물놀이와 판소리굿의 공연은 한국재즈음악회에서 주최해서 우리 전통음악이 아직도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안명수는 마지막 폐막 인사에서 오늘의 이 무대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한 달에 두 번은 꼭 열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이틀에 한번씩 다른 방송사들도 이 무대를 계속해서 열겠다는 약속을 하고 다음 뮤직쇼도 예고해주었다. 안명수의 이 인사말로 이날 행사를 끝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