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1 60. 나는 성매매나 알선하는 포주 나부랭이들은 만날 시간이 없어. =========================================================================
박하나의 침대에서 박하나와 뜨거운 몸부림을 치던 정수는 안명수의 전화를 받고나서 얼굴색이 온통 사색이 된다. 박하나에게는 정수가 엄청 걱정된다. 정수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정수는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지난 번에 정윤희와 만났을 때, 정수는 그녀로부터 가슴아픈 이야기 몇가지를 들었지만, 윤희가 자살을 생각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 일이다. 더구나 윤희의 일기장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니. 그 말은 정윤희의 몸에 올라탔다는 수많은 남자들 중에, 자기도 더러운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큰 일을 앞둔 남자가 몸을 함부로 굴려서는 안된다는 박하나의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윤희는 정수에게 다른 남자들은 모두 자신의 몸을 빼앗아갔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가졌을 지는 몰라도 자신의 영혼에는 얼씬도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날 밤에는 윤희가 자신의 몸과 영혼을 모두 정수와 함께 불사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윤희는 이를 악물고 동굴 속에서 찌르는 듯한 아픔을 참으면서 정수의 몸을 탐했다. 정수도 처음에는 윤희의 도발적인 굴곡을 훔치고 빼앗듯 윤희의 몸에 거칠게 손을 얹었다. 윤희의 몸은 살아있는 볼륨의 곡면과 곡선 그 자체였다.
그런데 윤희는 정수의 몸 아래에 깔린채로 학학댈 때, 지난 날의 악몽이 되살아난다며 온몸을 떨었다. 윤희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난 그 개씨x놈이 하라는 대로 했어. 오늘은 내가 하라는 대로 정수 네가 해줄수 있어?"
"알았어. 말해봐. 어떻게 해줄까?"
"강규태 교수, 개씨x놈. 그날 밤. 석궁호텔 802호실. 그 개새x가 날더러 이거를 이렇게 올려라. 저기를 빨아라 했거든."
그녀는 옆으로 누워서 그의 목을 허벅지 사이에 끼웠다. 정수의 입이 그녀의 조개를 덮게 했다. 윤희는 허벅지에 힘을 주고 그의 목을 조이다시피 하면서 악을 썼다.
"황수호 검사. 얼른 빨아. 이 씨X놈아! 개처럼 핥고, 쪽쪽 소리나게 빨으란 말이야. 이 개새X야. 이거는 네 딸 XX야. 알았어? 미친 놈. 개 씨X 변태새X. 흐으윽흑흑"
정수를 침대에 걸터앉게 하고, 윤희는 몸을 침대에 엎드려 얹은채로 머리를 방바닥에 내렸다.
"위에서 쑤셔박으라고, 이 미친 개씨X놈아! 열번 박아서 나를 못보내면, 넌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변태 개새X."
정수의 페니스는 이런 상황에서 잔뜩 겁에 질리면 풀이 죽어버린다. 그러면 윤희는 입에 넣고 빨다가 동굴에 끼워넣고 돌리면서 다시 살려낸다.
윤희는 정수를 못살게 굴었다. 그의 페니스가 죽으면 살려내고, 또 살아나면 죽였다. 이런 과정이 몇번 반복하고 나더니, 악을 쓰고 독기를 내뿜던 윤희가 조용해지고, 가라앉기 시작했다. 정수는 윤희를 품에 안고 다독여준다.
"그새X들은 나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켰거든. 그새X들한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말들이 나한테 지금까지 내 가슴 속에 남아 있어. 그래서 한번 쏟아보기는 했는데, 하고 나니까 내 기분만 존나 드럽다. 꼭 그 새X들 처럼 내가 완전 변태같고. .. "
"네가 변태 같다는 생각 하나도 안들어. 내가 너라도 그랬을 것 같아."
"왜 이렇게 착한 척을 하실까? 이러는 내가 불쌍해 보여? 나, 아직 미친 것 아니거든."
"누가 윤희 널더러 미쳤대? 다른 생각이 나서 그래."
"무슨 생각?"
"너 혹시 뮤지컬 해볼 생각은 없니?"
"너 하는 Tom & Jery 말이야?"
"그건 오픈이 얼마 안남았어. 늦었을텐데."
"뮤지컬은 돈이 안되지 않나?"
"스폰 있다고 안했어?"
"잠자리 해주고 돈받는 것이 어디 스폰이냐? 그건 엄연히 성매매야, 성매매. 날더러 성매매 하면서 뮤지컬 하라고?"
"그렇게 되나?"
"넌 이 바닥이 얼마나 드러븐가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순진한 거니? 아니면 바보니?"
경찰이 찾아올 것이라는 안명수의 말에 그는 박하나의 집에서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샤워를 하고 식탁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한참 후에 안명수가 들어온다. 그녀는 정수에게 공책 한권을 내밀었다. 그 공책이 바로 윤희의 일기라고 했다.
"이거 .. 난 읽을 수 없어요."
"왜? 윤희한테 대충 이야기 들었구나?"
"예."
"이 일을 어쩐다?"
"뭘요? 일기요?"
"응."
"PD 님과 의논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PD 님은 당연히 조용히 하라고 하시지. 나도 얼마 안남아서 정신없이 바쁘거든."
"그럼 누나 혼자 반란을 일으키시게요?"
"내가는 안되고. .. 누구한테 넘겨야 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일기라는 거야. 법적 구속력이 없어."
"증거나 증인이 없다 이 말씀이세요?"
"그렇지. 어찌 될 지 몰라서 일단 5부를 복사해두었어."
다음 날 안명수는 박PD 에게 윤희의 일기를 건네주었다.
"이게 어제 말한 그 아이의 일기야?"
"예."
"난 이거 읽을 시간이 없어."
"그러실 것 같아서 여기 ... 제가 이렇게 표로 만들었어요."
"흐으으음."
그는 그 표를 보면서 안명수에게 나가라고 했다. 그가 표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가 어떻게든 손을 쓸 것임을 시사한다. 안명수는 그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궁금했다. 기대 해도 좋겠지? 그는 손을 안대면, 아예 안댄다. 그런데 그가 손을 대면, 이 나라에서 가장 확실하고, 가장 완벽하게 손을 댄다. 안명수가 고개를 갸우뚱 한다.
점심 시간에 박PD가 안명수를 전화로 찾는다.
"정수 데리고 내 방으로 와."
그는 안명수와 정수를 데리고 정윤희가 입원해 있는 대한병원으로 갔다. 윤희의 병실을 찾아가는 것이다. 가는 길에 벌써 안명수의 온 몸을 짜릿한 흥분이 감싼다. 박철호, 그가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는 그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는 안명수의 영원한 교주이다.
그들이 윤희의 병실로 들어섰다. 병실은 6인실이었는데, 모두 점심 먹고 산책을 나갔는지 윤희 혼자 누워있다. 윤희가 세 사람을 알아보고 몸을 일으켜 앉는다.
"언니, .."
"윤희야. 우리 PD님이셔. 알아보겠니?"
"언니. 당연하죠. 황제폐하를 몰라보면 되나요? 폐하, 어인 일이시옵니까? 하하하"
윤희는 박PD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명랑하다. 박PD가 윤희의 한 손을 잡고, 이마로 쏟아지는 머리를 쓸어넘겨준다. 안명수는 그에게서 저런 인간적인, 참으로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놀란다.
"그래. 언제 퇴원하지?"
"언제라도 괜찮아요. 그런데 퇴원해도 딱히 할 일이 없어요."
"퇴원하는 대로 우리 예능국에 와서, 나나 안기자를 찾으세요. 우리 같이 뭔가를 찾아보자."
"PD님, 정말이세요? 감사합니다."
윤희는 침대에 얹은채로 그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박PD를 바라보는 윤희의 눈에서 나온 눈물이 윤희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 때 윤희의 소속사에서 윤희의 매니저가 들어왔다. 박PD는 안명수에게 나가라는 사인을 한다.
"PD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차가 워낙 밀려서..."
"이상한데? 우리 혹시 같은 방향에서 오지 않나? 내가 올 때는 하나도 안밀렸거든?"
안명수는, 두 사람만 남겨두고, 정수와 윤희를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6층 신경정신과 병동의 복도 중앙에 있는 휴게실에서 기다렸다. 정수는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온다. 안명수의 몸은 휴게실에 와있지만, 그녀의 촉은 온통 병실 안에 있는 두 남자에게 쏠린다. 윤희는 철없는 어린 애처럼 정수와 농담을 주고받는다.
한참 후에 안명수의 전화기에서 컬러링이 울린다. 박PD 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세사람은 병실로 향했다. 복도에서 윤희의 매니저와 마주쳤다. 그는 윤희를 쏘아보고 가버린다. 안명수의 촉은 박PD가 KO승을 했음을 감지한다. 역시 이 세상에 믿을 만한 남자는 박PD 밖에 없다. 안명수는 정수를 바라본다. 저거는 도대체 언제 저렇게 클까? 그의 앞날은 너무 아득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윤희라고 했지? 일단은 저 기획사나 저 매니저랑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요. 알았죠?"
"예. 알겠습니다."
"기왕 온 김에, 안기자는 가서 퇴원수속 하고, 같이 데리고 와버려. 난 바빠서 먼저 간다."
그는 항상 바쁘다. 그는 항상 먼저 간다. 단 한번도 그는 끝까지 같이 있어본 적이 없다. 그가 가고 나면 안명수에게는 항상 할 일이 생긴다. 그것도 처음에는 어설퍼 보이는 정도이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주 풍성해진다.
안명수는 그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눈치챘어야 한다. 그것을 박PD는 원한다. 그래서 박PD는 안명수에게 말하지 않는다고 안명수는 생각한다. 그러나 안명수는 답답하다. 그의 생각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일단 그는 두 가지의 말을 해버렸다. <퇴원하면 와> 그리고 <지금 퇴원시켜서 같이 와> 이다. 두 말을 합하면 <지금 퇴원시켜서 같이 와> 일 것 같다.
그런데 박PD 입장에서 답답한 것이 자기도 모른다는 것이다. 자기를 바라보는 세사람의 눈이 모두 6개이다. 그 눈길들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자기에게 뭔가를 바라는 것처럼. 어쩌라고? 그는 이 눈길을 경딜 수 없다. 차라리 그는 자리를 떠버린다. 그가 답답할 때 그는 혼자이어야 한다. 그러면 혹시 뭔가 떠오를 수도 있다. 너희는 나를 따르지 말라.
안명수. 너를 믿어보는 수 밖에 없다. 이러는 나를 용서해라. 그렇지만 여기에 손을 댄 것은 너이고, 너는 나에게 요구한 것은 <권한을 달라> 가 아니었나? 내가 윤희라는 저 아이를 살려낼 권한이 있다면, 이제 부터는 너에게도 그 권한이 있어야 한다. 그게 네가 크는 방법이야. 이번에 너에게 권한을 줘보겠다. 여기에는 한 생명이 걸려있음을 명심하자. 너의 그 권한으로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데에 쓰지 말고,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보도록 해라. 너의 미모, 너의 명석함, 너의 판단력, 너의 순발력. 너는 어느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너에게 부족한 것은 통찰력 그리고 경험이야. 넌 3차원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아. 이 장벽은 신이 인간에게 준 것이 아니다. 인간 스스로 자신이 신과 담쌓고 살기 위해서 만든거야. 이거 자유롭게 넘나들면 성공할텐데. 이번에 나는 너에게 기대를 걸고, 너를 믿고, 너에게 권한을 준다.
박PD 가 차를 갖고 가버리는 바람에 세사람은 택시를 타고 방송국으로 갔다. 그들이 박PD의 방으로 갔을 때, 놀랍게도 아까 병원에서 본 윤희의 매니저가 와서 그와 함께 있다. 박PD는 안명수에게 들어오지 말고 나가있으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나 밖에서도 큰 소리는 들을 수 있다. 아마도 방음 장치을 일부러 이런 목적으로 허술하게 한 것 같다.
"너랑 나랑 둘이만 이야기 한거야. 뭐가 명예훼손이란 말이야? 나는 어느 한사람도 이름을 언급한 적도 없잖아? 듣는 사람 누가 있냐? 너 명예훼손이 뭔지 알기나 해?"
"[email protected]$#%!^"
"우리나라에 TV 방송이 여기 한 군데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나는 성매매나 알선하는 포주들이랑은 만날 시간이 없어. 내 사회적 위치도 고려해야 해요. 마이 소셜 포지션."
"^#^%@%$&@"
"너 당장 안나가면 경찰 부른다. 공영방송 PD 방 무단침입과 업무 방해죄로 한번 들어가 볼래? 밖에 직원이 나 만나러 와서 기다리잖아? 지금 녹화시간 지연이야. 일분당 돈이 얼마씩인 줄은 알기나 해?"
"^!%$!$^#$"
"드러븐 바퀴벌레같은 쉬퀴들. 너네들 없이도 저 아이가 얼마나 잘나가나 함 두고 보란 말이야. 이 아이 얘기가 만일 언론에 단 한마디라도 나갔다 하면, 난 검찰에 즉시 넘겨 줄 업무일지가 있어요."
"*&^%#@"
"이 아이가 일기를 적었거든. 언제,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라고, 누가 시켜서, 그날 사건이 어떻게 흘러갔다고. 너네들 이 바닥이 아직도 19세기인줄 아는 모양인데. 이 아이 일기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검찰에서 수사해서 밝히라고 해. 우리는 그 사이에 인터뷰 기사 계속 내보내서 검찰 망신주고, 판사 약올릴거야. 여기 등장하시는 높으신 분들, 아마도 줄줄이 이혼할껄? 예전 사건들이 어떻게 수사되고 재판되었는지,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다 방송해버리겠어. 그럼 예날이랑은 달라도 엄청 달라질 것 같은데?"
박PD 가 혼자 그의 방에서 나왔다. 그는 자기 방에는 괘씸한 불청객이 와있다면서, 세 사람에게 안명수의 방으로 가자고 했다.
"저런 기획사는 집창촌 포주같은 쉬퀴들이야. 우리 공영방송국에 일체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야 해."
"선배님, 그 말씀 들으니까 속이 후련 한데요."
"안명수, 너는 이 아이를 누구한테 보내든, 어떻게 하든, 네가 알아서 해. 그 대신, 이번 네 뮤직쇼 오프닝할 때 얘를 확실하게 띄워. 일주일 후에 나한테 중간보고 확실하게 해. 시간이 모자라면 잠 재우지 말고, 굶겨서라도 해내. 이 아이에게는 이번이 마지막이야.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하는거야. 할 수 있겠지?"
"누구 말씀이신데? 당연히 해내야죠. 윤희야! 우리, 같이 하자. 알았지?"
"언니. PD님 밀씀이 이제 저는 언니꺼래잖아요? 시키는 대로 다 할께요."
"어째 기획사라는 것들이 하나같이 썩어빠진 변태같은 것들이야!"
그는 참으로 시원스럽게 말한다. 그의 말을 듣는 세 사람도 그의 말 때문에 시원스럽다. 이제 총대는 안명수에게로 넘어왔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쩌란 말인가? 일주일 이라는 시간이 중간보고를 할 만큼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결코 아니다. 그는 어서 서두르라는 뜻이다.
안명수의 생각은 그 일기를 검찰이나 다른 언론사에 넘기자는것이었다. 그런데 박PD의 생각은, 그게 아니라, 그 일기를 윤희의 기획사가 깝치는 것을 막는 방패와도 같은 무기로 써먹자는 것이다. 윤희가 아무리 크게 잘나가더라도, 만일 그 기획사의 심사가 뒤틀리면, 윤희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을 칠 것이다. 거기에 대비하라는 뜻이다. 그는 이렇게 항상 한발 앞선다. 지금 그 기획사에서는 꿈도 꾸지 않겠지만, 박PD 는 대비책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엄청나지 않은가?
안명수는 자기가 생각해도 한수 아래다. 뛰는 안명수 위에서 박PD는 유유히 한가롭게 날고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