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60 59. 정윤희의 자살 미수 사건 (60/116)

00060  59. 정윤희의 자살 미수 사건  =========================================================================

안명수는 박철호PD 의 생각대로 정윤희를 상담소로 보낼 생각이었다. 다윗은 골리앗과의 전쟁에서 이긴다. 그 이유는 신의 도움 때문이기도 그랬겠지만, 중요한 것은 골리앗이라는 그 거대한 괴물이 딱 한 마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골리앗이 10 마리였다고 해도 다윗은 과연 그들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그건 문제가 쫌 달라지겠지. 

이 나라에서 성상납 문제와의 전쟁은 골리앗 수백 마리와의 전쟁을 의미한다는 사실쯤이야 안명수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안명수는 박PD의 생각에 동의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윤희는 그 날 옐로우에서 만났던 이후로 다시는 안명수에게 나타나지 않았다. 안명수도 다른 일들에 묻혀서 살기 때문에 달리 손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명수는 이 일은 그냥 잊고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수는 그날 엘로우에서 만났던 이후에 정윤희를 한번 더 만나게 된다. 

매주 하루씩 있는 휴가 때였다. 정윤희가 정수에게 전화를 했다. 

“나 이제 다 포기하고 이 바닥을 뜰 거야.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이거든. 가기 전에 얼굴이나 보자.”

정수는  그 날 차 안에서 있었던 일도 그렇고, 윤희를 만나기에는 뭔가 꺼림칙했다. 그렇지만 마지막이라는 그녀의 말에 마음이 움직인다. 정윤희가 가엾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정수가 윤희의 내막을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가 이 길을 가면서 제대로 된 길을 간 것이 아니라, 가난이라는 것 때문에 삐딱선을 타게 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정수의 마음이 아프다. 이 바닥에서 최악의 상황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일 것이다. 정수도 만일 안명수나 박PD 그리고 윤현도... 이런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저렇게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정수는 그녀를 만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두 사람은 오후 늦은 시간에 옐로우에서 만난다. 그날 저녁을 옐로우에서 먹고, 윤희는 자기 집에 가서 맥주를 마시자고 한다. 정수는 윤희의 주머니 사정을 짐작하기 때문에, 오늘은 자기가 살 테니까 옐로우에서 그냥 마시자고 한다. 그런데 윤희는 집에 급히 가야 할 일이 있는 것처럼 서둘러서 정수를 데리고 옐로우를 나간다.

윤희는 정수가 모르는 동네로 한참을 들어가서 골목길에 차를 주차한다. 그녀가 사는 곳은 어느 허름한 주택의 반지하였다. 도로에서 지하로 가는 계단을 내려간다. 겉에서 봤을 때에는 칙칙한 건물이었으나, 윤희를 따라서 집안으로 들어서자 조그만 거실이 있다. 그 거실을 중앙으로 해서, 한쪽으로는 아기자기한 맛이 나는 20살 여자의 방이 있다. 그 옆에는 화장실도 있고, 반대 쪽에는 작은 주방이 있다.

윤희는 자기 방의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창문들을 열어서 환기를 시킨다. 반지하여서 퀴퀴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싸늘한 11월 초저녁의 공기가 서서히 방안을 채운다.

거실에는 작은 앉은뱅이 원탁 겸 식탁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에는 두 사람이 누우면 딱 맞을 공간이 있다. 정수는 두 사람이, 그것도 20살의 피끓는 남녀가 마주보고 앉아있기에는 너무 좁은 공간이라고 느낀다. 두 사람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둘은 가까이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수는 이런 자리가 너무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정윤희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방값이 싸서 여기로 왔는데, 불편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야."

"그래도 윤희가 예쁘게 잘 꾸몄다. 지하라는 느낌이 전혀 안드네."

"예쁘게 봐줘서 고마워."

"윤희 성격이 보통은 아니겠는걸. 엄청 괴팍하지?"

“웃기지 마. 내 성격은 만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드러움 자체야.”

윤희는 부지런히 맥주를 꺼내오고, 안주라면서 과일과 과자들을 꺼내온다. 윤희는 그에게 잔을 따라주고 나서 방으로 들어간다.  윤희가 방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다는데, 방문을 닫지 않아서, 열려있는 그대로이다. 그녀가 옷을 훌훌 벗는다. 순식간에 윤희가 알몸으로 서있다. 원피스 하나를 입는다. 벗은 옷을 옷걸이에 걸어두고, 방을 나오더니 정수 옆으로 와서 앉는다.

"연습은 어디서 해?"

"기획사에서."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나?"

"우리는 아직 무명이잖아. 하루 종일 기다리면서 연습실 빌때마다 하는거지. 우리가 원하는 시간이 따로 있냐?"

둘이서 맥주를 마시는데 윤희가 정수보다 빠르다. 정수가 두 모금 마시는 사이에 윤희는 잔을 비워버리고 소주병을 가져온다. 정수가 긴장한다.

"체지방 관리 때문에 술을 안마신다더니?"

"때려치우고 집으로 내려간다니까. 그룹에서 나를 다른 애로 교체했어."

"어떻게 했다고?"

"바보냐? 나 빼고 다른 애를 넣었지."

"왜 그랬대?"

"걔네들이 안뜨는 것은 나한테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겠지."

윤희가 숨을 쉴 때마다 젖가슴이 오르내린다. 젖꼭지가 톡 튀어나와 있다. 정수가 지난 번에  차 안에서의 사건을 생각하면서 그녀의 가슴을 보고 있다가 윤희에게 딱걸렸다.

"너도 내 몸이 욕심나니?"

"전혀 아닌데. 왜? 내가 응큼해보여?"

"넋을 놓고 내 가슴만 보고 있으니까."

"그랬나? 미안."

"여친은 있고?"

"아니."

"그럼 뭐 어때?"

"뭐가?"

"내 몸에 손 대고 싶으면 대라고."

"아니라니까." 

"엄청 존심 상하네. 내가 지금은 이래보여도, 한 때는 잘나갔었거든요."

"지금이 어때서? 엄청 예쁘구만. 하하하"

나이 20살에 <한때 잘나갔었다>라는 말을 하면, 그 <한 때>라는 때는 윤희가 몇 살 때였을까? 정수는 피식 웃었다.

"난 원래 쟤네들하고 그룹을 해서는 안되는 거였어."

"왜?"

"난 말이지. .. 원래는 솔로였거든."

정윤희는 어려서부터 민요를 불렀다고 한다. 노래자랑에서 그녀는 민요로 일등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파였다.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중퇴하고, 민요를 부르면서 이 바닥에 들어섰다. 그런데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우리나라인데도, 이 바닥에서 우리의 전통민요는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별 짓을 다한다. 그녀는 개량민요를 한다. 개량민요란 민요를 현대 노래처럼 약간 바꾸어 부르는 것이다. 또 현대  노래도 약간 민요풍으로 불러보기도 한다. 

이렇게 그녀는 어린 나이지만 민요를 보급한다는 생각으로 열정을 기울인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그것은 아니었다.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서도 그녀가 자비로 만든 CD는 모두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매장에서는 아예 진열도 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웹사이트를 걸고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가라고 올려두기까지 했지만, 어느 누구도 쳐다도 안보는 세상이었다.

돈을 벌기는 커녕, 집에서 돈을 갔다 쓰는데, 그것도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래서 정윤희는 결국 그 길을 포기하고, 걸그룹으로 들어가는 조건에서 지금의 기획사로 들어갔다고 한다. 

"처음에 적응하기가 엄청 힘들었겠다."

"당연히 전혀 안되죠. 물과 기름인데. 그래도 내가 맞춰야지 어쩌겠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은 미친 짓이었지만."

"고생 ... 말도 못하게 심했네."

"이 나이에 그것도 여자가 할 짓은 절대 아니었어."

"그래. 짐작이 간다."

"아냐. 이건 도저히 네 머리로는 상상을 못해."

"응?"

"여기저기서 욕먹고 무시 당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참고 견딜 수 있어. 그렇지만 문제는 술자리야."

"너는 술 엄청 잘 마시는 것 같은데?"

"바보야. 우리가 밤늦게 술 마시러 술자리에 나가냐?"

"그럼? 술자리에서 술을 안마시면, 그냥 구경만 하냐?"

"얘 정말 한심하네. 우리는 술 처먹는 새X들한테 술 따라주러 가는거야.  너 술 따라주는 여자 앉혀놓고 술 마셔 본 적 있어?"

"난 아직은 내 술은 내가 따라 마시거든요. 하하하"

"이렇게 난 전혀 안되는 편이니까, 어떻게 해서든 잘 되게 해보려고 그런 술자리에 나가는 거야. 그러다 보면 그 새X들이랑 술도 마시고, 또 잠자리에도 가고."

"잠자리에?"

"나 .. 남자랑 자는 거는 이 바닥에서 깨우쳤어. 남자들이란 쫌 반반한 여자를 보면 침을 질질 흘면서 침대에 눕히고, 올라탈 생각 밖에 더하냐? 더구나 나처럼 나이가 어려봐라. 미친 그 새X들은 몸보신 한다고 환장하고 덤벼들어."

"......"

"큰 행사를 따내려면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잘 보여야 하잖아. 걔네들은 그런 때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요구해. 나한테 갑질하겠다고 뎀비는 그 새X들한테 나한테 무슨 힘이 있냐?"

"......"

"어떤 때는 방송사 스탭들이나 신문 가자들한테도 잘 보여야 할 때가 있어.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기획사에 들어와서 보니까 아예 스케쥴을 잡아놓고 나를 보내더라. 가서 하루밤 자주고 스폰이나 따오래. 사장, 검사, 경찰, 신문사, 방송사. 교수. ... 씨x놈들 끝이 없어. 나이 20살이 안된 여자라니까, 입에 게거품을 물고 덤벼들어서 얼마나 주물러대는지, 다음 날은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요.  엎어놓고 쑤시고, 눕혀놓고 박아대고 하는 건 클래식이라고 하지도 않아.  별 희한한 자세를 다 해서 대달래. 어떤 새X들은 늙었거나 아니면 똥배 때문에 제대로 쑤시지도 못하거든. 그래도 일단은 덤벼들고 본다니까. 집에 가면 지들 딸이나 비슷한 나이일텐데. 그 새X들 정신병자 아니니?"

"......"

"이런 새X들이 내 몸 안에 들어와서 쑤셔박다가 싸고 나가는거야. 난 그게 존나 싫은거고. 싫은데도 어쩌겠어? 미쎤이니까, 위에서 하라니까, 끝날 때까지 꾹 참고 들썩거려주고, 신음소리도 내주고, 숨도 학학거려주고, 작은 데도 크고 잘생겼다고 뻥쳐주고, ... 이러다보면 쑤시고 들어와서 싸질러. 조루들도 엄청 많고. 이러면 몸 안 거기가 따갑고 쓰리다. 나중에 옷 입고 집에 올 때는 안에 고여있던 것들이 흘러나와서 팬티가 젖거든. 그 때 느낌은 정말이지 죽고 싶어. 내가 왜 이 지랄까지 하면서 사나 싶다고. 그래서 지난 번에 너랑 할 때는 내가 원해서 했던 건데도 존나 아팠던 거야." 

"......"

"한번은 어떤 기자랑 콘돔을 하고 하는데, 전혀 아프지 않더라. 그 기자 말로는 그 콘돔이 일본제품이라는데 엄청 얇대요. 우리나라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파는 이런 콘돔은 진짜 아프거든. 또 벌겋게 부어 오르기도 해. 병원에 가서 보니까 콘돔 알레르기래."

"뭐야? 별 알레르기가 다 있네."

"콘돔에 젤 같은 거 발라놓잖아. 라텍스니 아니면 그런 젤들이 나랑 안맞는거야."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너무 긴장해서 그런대. 그 뒤로 난 일제콘돔을 구하러 다니는 거야. 생각해봐라. 나이 새파란 년이 그런 거 구하러 돌아다니면 어때 보이겠냐? 그렇지만 내 핸드백에는 항상 들어있어야 하거든. 이 개새X들은 도대체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덤벼든단 말이야. 사무실에서 할 때도 있어. 그 콘돔 없이 그냥 하면 내가 아프니까, 내가 구해서 준비하는 수 밖에 없어.”

“네 얘기는 눈물 없이 도저히 못 듣겠다.”

"난 이런 얘기를 정수 너랑 하려니까 … 속이 후련해지는 것은 있는데, 기분은 진짜 드럽다."

"뭐 어때서 그래? 이게 바로 네가 사는 얘기 아니니?"

"장난치냐? 이건 내 치부잖아!" 

정윤희는 이런 일들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 날도 윤희가 정수에게 덤벼들었다. 지난 번에 옐로우에서 덤빌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윤희의 침대에서 밤 늦게까지 섹스를 했다. 그녀는 벼라 별 희한한 자세로 대주면서 쑤셔달라고 했다. 윤희는 계속 아프다면서 이를 악물었다. 그러면서도 윤희는 포기하지 않고 정수에게 덤벼들었다. 윤희는 정수에게 입에 싸달라고 해서 삼키기도 하고, 얼굴과 젖가슴에 또 배와 엉덩이에 싸달라고 해서 몸에 바르기도 했다. 정수 생각에 윤희는 너무 야했다.

그날 밤에 정수가 더 이상 내보낼 것이 없을 때가지 했다. 밤 늦게 윤희는 녹초가 된 정수를 집에까지 자기 차로 태워다 주었다. 그날의 만남은 물론 철저하게 비밀로 하기로 단단히 약속했다.

그런데 그 주의 주말에 문화 예술에 대한 안명수의 연말 프로그램이 TV 에서 방송된다. 다른 공연사들은 5분 정도의 시간으로 소개된다. 그런데 정수네 소극장을 소개할 때에는 박PD 의 말처럼 1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프로그램을 본 정윤희는 정수와 자신을 비교한다. 성공과 실패가 너무 극렬하게 갈려있는 것이 뻔히 보이고, 윤희 자신은 실패라는 벼랑 끝에 서 있음을 발견한다. 

그녀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런데 그녀는 전부터 여기저기에 있는 약국을 다니면서 수면제를 사서 모아두었다. 그녀는 정신적인 문제로 장기적으로 약을 복용하는데, 그 약에는 수면제가 들어있다. 그녀는 그 수면제를 따로 모아둔다. 이번에 그녀는 자살할 생각으로 20알 정도를 한꺼번에 먹고 잠이 든다. 

그런데 주인이 택배를 받아두었다가 전해주려고 문을 두들기다가 이상한 낌새를 챈다. 열쇠공을 불러다가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 인사불성이었다. 주인은 기겁하고 재빨리 119를 부른 것이다.

다행히 그녀는 일찍 발견되고 또 20 알이라는 수면제의 양도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다시 깨어난다. 그 대신에 안명수는 그녀의 방을 뒤지다가 그녀의 일기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지금까지의 일들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안명수는 정수의 이름이 몇 번 등장하는 것을 보고 기겁하여 그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물론 경찰 얘기는 뻥이었다. 안명수의 느낌에 정수는 이 시간에도 어느 여자의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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