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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9 58. 정수의 11월 : 네 음악이라는 것으로 인류에게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것 밖에 더있어? (59/116)

00059  58. 정수의 11월 : 네 음악이라는 것으로 인류에게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것 밖에 더있어?  =========================================================================

세영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한 라인은 한 층에서 두 세대가 살고 있다. 그래서 안명수와 정수를 위해서는, 아예 한 층을 전세로 얻어야 했다. 그런데 그것은 전세는 고사하고, 아예 사는 것도 불가능했다. 더 기다린다고 뭐가 될 것 같지도 않다. 부동산에서도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도로변에 <회사 보유분 분양> 어쩌고 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세영이 그리로 전화를 해서 전세에 대해서 문의를 했다. 그 분양하는 팀장이라는 사람도 그런 경우는 분양과 관계없어서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곳에 있다는 새로 지은 오피스텔을 소개했다. 아파트를 전세로 얻는데 필요한 돈이면 이 오피스텔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세영은 그녀와 여러 번 전화통화를 하고, 나중에는 세영이 직접 그녀의 분양사무소로 가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세영의 단골 고객인 강유리였다. 세영은 그녀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정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방송국에서 밀착감시 중이며 또 정수와 안명수를 위해서 이 오피스텔을 사려고 한다는 얘기를 했다.

강유리는 세영과 함께 오피스텔을 보러 갔다. 세영이 볼 때 그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훨씬 좋을 것 같았다. 면적은 아파트보다 작지만, 방이 3개 또는 4개이고 훨씬 실용적인 것 같다. 안명수나 정수가 혼자 살기 때문에 넓은 면적이 필요없을 것 같다. 

세영은 그 자리에서 강영훈에게 전화를 했고, 강영훈도 나중에 와서 오피스텔을 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영훈은 그 오피스텔을 계약하기로 했다. 안명수도 지금 살고 있는 빌라가 전세이므로, 그 전세를 빼서 사도록 하고, 정수는 세영이 일단 돈을 빌려주어서 책임지기로 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 이들에게 오피스텔이 마련되었다. 이 오피스텔은 세영의 집에서는 10분 정도 떨어져있는 거리이다. 

안명수와 한정수는 새 집으로 나란히 이사했다. 그렇지만 새집이라고 해서 달라진 것이라고는 없다. 밤이 되면 들어와서 자고 아침이 되면 다시 나간다. 

"내가 처음 갖는 내 집이야. 지겨운 셋방살이가 이제 끝이라고."

"누나, 나는 셋방살이가 아니라 외숙모 댁에 얹혀서 살았잖아요."

"너는 집 산다고 외숙모님께 진 빚을 갚아드려야 해."

"아직은 돈이 없는데요?"

"지금까지 스폰 들어온 것이 꽤 되거든요."

정수가 외숙모에게서 빌린 돈은 연말에 모두 갚았다.

정수는 박PD 의 말대로 일주일에 두 번은 세탁소에 간다.  점심시간에 도착해서 세영과 함께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가서 전과 같이 일을 한다. 세탁물을 맡기는 고객으로부터는 접수를 받고, 세탁물을 찾아가는 고객들에게는 세탁물을 내준다. 다만 그 전처럼 배달을 하지는 못한다. 정수가 일하는 시간에, 안명수는 윤해린에게 가서 요가를 한다.

소극장에서 뮤지컬 에 대한 정수의 열정도 대단해졌다. 이들은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공연계획을 세우고 부지런히 준비했다. 그런데 정수의 열정은 정수에게서 온 것이 결코 아니다. 김익환 감독이 그에게 채찍질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결코 당근을 주지 않았다. 

"이럴꺼면 너한테 무슨 무대나 청중이 왜 필요해? 청중을 뭘로 알고 이러는 거야? 차라리 여기 나오지 말고, 거실에서 너 혼자 불러."

김익환은 박PD 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전화하겠다면서 전화기를 꺼낸다. 그러면 정수는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빈다.

이유?

간단하다.

정수는 노래는 하려고 하는데, 연기가 안된다.  김익환 감독이 가르쳐주고 나서 연습하라고 시키는데, 정수가 그걸 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 살벌한 연기의 장벽도 11월이 지나면서 정수는 서서히 극복하기 시작한다. 

11월이 되자 안명수도 뮤직쇼 론칭 때문에 바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명수에게는 또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안명수는 정수가 준비하는 뮤지컬이 성공할 지에 대해서 걱정스러운 눈길로 보고 있었다. 아무리 음악성이 뛰어나고, 연습을 많이 했어도, 홍보가 제 때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극장에서는 홍보를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후나 저녁때 알바생들을 대학로로 풀어서 표를 팔도록 하는 정도이다. 그런데 안명수는 그런 정도의 홍보로는 전망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다. 

안명수는 연말에는 각종 문화 예술 행사들이 무더기로 쏟아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녀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모아서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새로 기획했다. 음악회, 미술 전시회, 연극, 강연회 등을 소개하는 것이다. <연말연시에는 어디 가서 무엇을 보나?> 라는 정도로 만들기로 했다. 오프닝을 준비하는 곳에 직접 찾아가서 연습이나 준비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이번 공연이나 전시에서는 포커스를 어디에 맞추었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녀는 이런 프로그램 구성과 계획을 박철호 PD 에게 들고 갔다.

"인터넷에서 모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띄워주는데, 우리가 이런 것을 왜 만들지?"

"선배님. 이 프로그램은 그런 나부랭이들과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완전 입체적인 구성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나?> 라는 정도가 전혀 아닙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 나라의 문화 예술을 거의 라이브에 가까울 정도로 생생하게 소개할 것입니다."

"야! 안명수! 내가 너 때문에 못살겠다. 너 지금 한정수네 뮤지컬 때문에 이러는 것이 내 눈에 뻔히 다 보이거든요!"

"죄송해요, 선배님. 헤헤"

"정치,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이런 보도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야. 더구나 연말 연시에 얼마나 다채롭고 화려해? 그런데 너처럼 이것을 반짝 하고 한번만 내보내고 손을 떼는 것이 문제거든요. 그러니까 시커먼 안명수의 속이 완전 다 들여다 보인다는 거야. 알았어?" 

"잘 해볼께요. 허락해주세요."

"그럼 좋다. 취재는 너 손대지 말고 예능국 기자들에게 넘겨!"

"웬 예능국? 이건 걸그룹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요?"

"넣어야지. 그건 공연예술이 아니냐? 대중음악이라고 괄세하나?"

"그건 아니지만. ..."

"취재의 공정성을 유지해야 해. 누구네는 소개하는데 5분씩 걸리는데, 한정수네는 15분 하려는 안명수 계산을 애가 모를 줄 알고?"

"이번에는 절대 안그럴께요."

"내가 너한테 한 두번 속는 것은 말이 되지만 그 이상은 안되지."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선배님 실망시킨 적은 아직 한번도 없는데..."

"그러니까 드디어 이번이 아닐까 하고 걱정된다고!"

"전혀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협찬사 빵빵하게 모아서 자금도 충분히 지원 받을께요."

"참나."

"감사합니다."

"아직 허락 안했음."

"맨날 안하시면서 .. 이번에라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돌겠네."

"그럼 저는 이만 취재 나갑니다."

"지금 누가 PD 야?"

"당연히 저 아닌가요? 하하하"

"가봐!"

"거보세요. 결국은 저러실 꺼면서."

연하남아.  너 하나를 위해서 PD 님이 얼마나 양보를 많이 하시는 줄 알기나 해? 그분께 아이디어를 짜드리느라고 나는 매일 매일 속을 태운단 말이다. 견갑골 근육들이 뭉치고, 경추에 근육들이 뭉칠 정도야. 너도 직접 만져 봤잖아? 무대 뒤에서는 너를 위해서 네가 모르는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거든. 이런데도 만일 네가 정신차리지 못한다면 난 어떻해야 해? 콱! 그냥 ...

정수를 빡씨게 훈련시키는 것은 뮤지컬의 김익환 감독 뿐이 아니다. 윤현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는 근본 태생이 선한 사람이다. 절대로 정수를 빡시게 훈련시키는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박PD 가 부탁하고 또 아무리 정수가 매달려와도 그는 할 것만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달 11 월에 윤현도는 마치 그의 혼을 정수에게 불어넣는 심정으로 한다. 

그가 한번은 정수를 피아노에 앉게 헸다. 그리고 그날 연습한 곡을 연주를 시켰다. 말하자면 복습인 셈이다. 그런데 정수가 삑사리를 냈다. 재즈피아노에서 말하는 삑사리란 한 화음음에서  다음 화음 음으로 넘어가는 경과음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연주하여 곡 전체를 망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윤현도의 꼭지가 열렸다. 그는 정수에게 반복 또 반복을 시킨다. 정수는 자신이 몇번째 반복하는 가를 모른다. 그러나 윤현도는 세고있다.  나중에 그는 정수에게 물었다.

"몇번 했지?"

"모르는데요."

이 말에, 정수가 무책임하게 뱉는 모른다는 말에 윤현도의 뚜껑이 열리고 꼭지가 돌았다. 

"요리사도 자기가 먹지 못할 음식은 손님 접시에 담지 않는 법이다. 너는 무슨 생각으로 음악을 하고, 건반을 두들기냐? 네가 모르는 것을 누구보고 알으라고? 알아줄 사람 몇을 위해서 이 미친 짓을 하니? 너 그러면 네 음악이라는 것으로 인류에게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것 밖에 더 있어?"

화가 난 윤현도는 정수에게 과제를 내주었다. 정수는 네시간 동안 그 곡을 쉬지 않고 연주하면서 몇 번을 연주할 수 있는지를 윤현도에게 말해야 했다. 정수는 한 시간을 연주했다. 그는 20번을 반복할 수 있었다. 그는 윤현도에게 말했다. 

"1시간동안 20번 했으니까 4시간이면 80 번 반복이 가능합니다."

윤현도는 말했다.

"그 사실을 알아내려고 한 시간 동안을 연주해? 메트로놈이 있잖니? 계산이 안돼? 졸다. 네가 무식해서 그것을 쓸 줄 모르면, 한번 하는데 얼마니까 4시간 하면 몇번 이렇게 계산 못해?"

"죄송합니다."

"너는 너 자신의 지루하고 답답함을 모르는데, 네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심정을 읽을래? 네 감정을 음악에 담아봤자 누가 거기에 관심있어 하기나 해? 너는 이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늘어놓고 최대공약수를 찾아서 그들의 감정을 노래해야하는 것이 아니냐? 너를 모르는 네가 남을 알아? 그러면서 대중음악을 해?"

정수의 혼은 11월에 정수의 몸을 수도 없이 들락거린다. 그의 혼은 천국과 지옥을 수도 없이 오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레도 안명수의 <연말 연시의 문화와 예술>에서 <공연예술편>의 제작이 끝났다. 주말에 방송도 나갔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공연에 대한 보도가 있지만, 당연히 김익환 감독과 한정수에 대한 얘기가 메인에 뜬다.  이 방송 이후에 김익환의 소극장에는 서울 그리고 수도권의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로부터 입장권 예매에 대한 문의를 너무 많이 해오고 있다고 한다. 이 뮤지컬 감상이 겨울 방학 숙제로 나갈 예정이고, 또 수업의 연장에서 단체로 관람을 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건은 전혀 엉뚱한 데에서 터졌다.

그 날은 정수가 휴가를 받아서, 박하나와 침대에서 알몸으로 뒹굴고 있을 때였다.  안명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수 너 어디 있어?"

"과천요."

"너 혹시 정윤희랑 만나서 섹스했니?"

"지난번 이후로 만나지도 못했어요."

"너 지금 당장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왜요?"

"윤희 자살했어."

"예? 누가요? 왜요? 언제요?"

"시끄러워. 그런데 실패했어. 우리가 윤희를 지금 다시 살리는 중이야. 너 집에 들어가서 꼼짝말고 몸사려. 얘 일기장에 네 이름이 백번도 더 나와. 경찰이 곧 너를 찾아 갈거야."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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