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2 51. 자선 음악회 이후의 사건들 : 아프라고 꼬집지, 사랑스러워서 꼬집어? =========================================================================
세영은 세탁소에 도착했다. 경애는 오픈 준비를 하느라고 바빴고, 세영은 바로 점주들의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에 나온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엊저녁 음악회와 윤현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세영이 들어서자 이야기는 정수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었다.
"아니, 마약이 윤현도랑 같이 노래를 그렇게 잘하던데요."
"혹시 윤현도랑 앞으로도 쭈욱 같이 가는 것은 아닐까요?"
"나는 마약이 그냥 솔로로 부르는 발라드가 좋던데."
"그래도 무대에서는 윤현도가 아빠처럼 잘 보살펴주니까 보기에도 좋고 .."
"이제 세탁소에서 마약 만나기가 힘들어졌다던데, 앞으로는 아예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나도 우리 딸을 오디션에나 내보낼까? 하하하"
총무과에서 나온 직원은 오늘은 고객과 매출액에 대해서 죽는 소리를 할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수다를 떠는 것을 보고만 있다. 나중에 회의 시간이 끝나갈 무렵에 그는 중추절에 분발하자는 말만 짧게 했다. 그리고 세영에게는 이따가 총무과장이 세영에게로 갈 것이라면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회의가 끝나고 다들 자기 매장으로 흩어진다. 세영도 세탁소로 돌아온다. 잠시 후에 피트티스센터의 요가강사 윤해린이 들어섰다. 그녀는 세영에게 커다란 박스 하나를 내밀었다.
"명절인데, 이거 마약씨에게 전해주시겠어요?"
"이거 뭔데요?"
"한우쎄트인데요."
"어머머, 참 그런데 요새 회원들이 제법 많이 늘었다면서요?"
"마약씨 덕에 제 요가반이 두개가 더 늘었어요."
"정말 다행이네요."
"너무 고마워서 마약씨 한테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제가 요새 너무 어려워서 이걸로 대신하니까 받아달라고 전해주세요.
"같이 이웃끼리 말만으로 고맙다고 해도 되는데, 무슨 이런 귀한 선물까지 하세요?"
"제 작은 성의니까, 꼭 전해주세요."
이렇게 어려운 때에 반이 두 개가 는다는 것은 윤해린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녀는 이미 있는 반에서 빠져나간 회원들의 숫자나 채울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약의 탄탄한 몸매가 여성회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마약은 한바퀴 돌면서 회원 한사람 한사람의 자세를 교정해주는 것을 윤해린과 같이 했었다. 그 바람에 빠져나간 숫자가 모두 채워진 것은 물론이지만 아예 요가반 두 개를 늘려야 했던 것이다.
그녀는 마약이 요가복을 입고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을 실물크기의 사진으로 만들어서 입구에 세워두고 싶었지만 그것은 엄청난 비용을 생각하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윤해린은 옷보따리 두 개를 맡기고, 또 지난 번에 맡긴 옷도 찾는다. 예전 같으면 정수가 들고 올려다 주었지만, 요새는 경애가 들고 따라 올라간다.
윤해린과 경애가 나가자 직원 김영선이 출근하면서 인사를 한다. 김영선도 요새 새로 남친이 생겼다면서 엄청 좋아한다. 오늘은 엊저녁에 무대에서 본 마약으로 한바탕 수다를 떤다.
총무과장이 내려와서 세영의 세탁소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세영에게 마약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물었다. 그러더니 그는 또 마약을 모델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겨냥해서 홍보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해버린다. 세영은 그의 말에 대답했다.
"마약이 광고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전부 무조건 금지되어있어요."
"누가 금지를?"
"그의 새로운 에이전트요. LBS 방송국에 안기자. 이제 마약은 박철호PD 님 손에 달려있어요. 제 손을 떠난거죠."
"기대를 크게 했었는데 엄청 실망이네요."
"저도 이해 말까지만 랏데백화점에서 하고 내년 초부터는 가게를 빼려구요. 요새 인건비만 늘고 매출은 여엉 별로라서 .."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세탁소를 빼다뇨?"
"고객들은 늘어요. 그런데 세탁물 때문에 오는 고객이 아니고 마약을 찾아서 오는 고객들이거든요. 그 사람들도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어야 하니까 직원이 엑스트라로 두명 더 필요해요. 그런데 백화점에서는 매출이 오른다면서 입점비나 올리려고 하고 .."
"그런 어려운 사정이 있으시면 저에게 미리 말씀을 해주시지 왜 혼자만 끙끙 앓으셨어요? 그럼 이렇게 해요."
"어떻게요?"
"우리 랏데백화점에서는 앞으로 일년 동안을 세탁소 운영을 지원해드리는 의미에서 사장님께는 입점비를 받지 않을께요. 그 대신에 전기요금, 수도요금, 청소비 이런 공과금 분담금만 내십시오. 그럼 되겠습니까?
"그래도 나는 재미가 없어요. 우리 세탁소 때문에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30% 정도 느는 것 같은데, 겨우 입점비로 해결하려고 하세요? 저는 어제 가게자리 봐놨어요. 이따가 오후에 계약하러 가요."
"사장님. 그게 아니라 ..."
"왜요?"
"지금 사장님 가게가 6층이라서 고객들이 불편해하시는데, 저희가 3층으로 내려 보내 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런 조건이라면 생각해보겠는데요. 백화점 직원 두 명만 파견시켜주세요."
"그렇게 까지요?"
"어제 그 가게는 자리가 너무 좋아서 놓치기가 정말 아까워서요."
"알았어요. 두명 보내 드릴께요. 그럼 제가 올라가서 계약서 다시 준비해서 들고 내려오겠습니다. 불편하신 점은 미리 말씀해주세요. 이 판국에 나간다고 말씀하시면 우리한테는 협박으로 들려요."
"세탁소가 백화점을 협박해요? 신문에 날 일이네요. 하하하"
"아이돌 세탁소 이세영 사장님만 할 수 있는 일 아니겠어요? 하하하"
"과장님, 아무튼 도와주셔서 감사드려요."
"또 한가지. 이거 한정수씨께 저희 백화점에서 드리는 중추절 선물입니다."
"이게 뭐죠?"
그가 준 봉투에서 꺼낸 것은 세영이 꺼낸 것은 상품권이었다. 그런데 100만원짜리가 모두 10 장이다. 그리고 랏데백화점 VIP 고객카드도 있다.
"이렇게 많이요?"
"어제 음악회에 비하면 너무 약소하지만, 아시다시피 요새 경기가 어려워서 그 정도를 저희 성의로 받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전해주지요. 그런데 무슨 조건 있는 것은 아니죠?"
"이것은 중추절 선물로 그냥 아무 조건 없이 드리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한가지. 랏데백화점과 한정수씨와의 특별한 관계를 생각해서 우리가 한정수씨의 스폰서로 나서고 싶은데요."
"스폰서요? 어떻게요?"
"오늘 드린 만큼으로 매월 활동비를 지원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공부하고 연습하고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테니까 우리가 전부는 못해도 일부라도 지원해드리고 싶어서요."
"그래요? 조건은요?"
"단 한가지. 가수 활동을 중단하지 말것."
"그게 다예요?"
"예. 스폰서는 활동을 지원하는 것 말고 다른 것을 하는 것은 법으로 일체 금지되어있거든요."
"안심해도 돼요?"
"안심해도 됩니다."
"오늘 저녁에 얘기해서 내일 결과를 말씀드릴께요."
"성사 되도록 꼭 부탁드립니다."
총무과장은 공손하게 인사하고 올라갔다. 그는 과거의 총무과장이 아니었다. 오늘은 세영의 눈치를 보면서 상당히 조심을 한다. 안에서 듣고 있던 경애와 김영선이 세영에게로 나왔다.
"외숙모!"
"사장님!"
"왜? 나 숨 안 넘어가."
"어떻게 박화점 총무과장을 손에 쥐고 놀 수가 있어요?"
"나 이세영은 한정수의 외숙모이고 또 아이돌 세탁소 사장이래잖아. 하하하"
안명수는 세영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세영이 하는 말은 백화점 측이 스폰서로 나세겠으며 매월 천만원씩을 지원하겠다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왔다. 안명수는 점심시간에 정수와 함께 백화점으로 가겠다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안명수는 당장 박철호PD 에게 전화를 해서 이 사실을 알렸다. 그는 안명수에게 말했다.
"단순한 활동비 지원뿐이라면 받아. 그리 큰 돈은 아니니까 부담 갖지 않아도 돼. 그 백화점 이상하네. 윤현도에게는 하지 않고 왜 정수한테만 하는 거지? 편집은 끝났어?"
"어제 녹화를 워낙 꼼꼼하게 잘해서 손볼 데가 별로 없어요. 오늘 오후면 끝나요."
"모레 아침 10시에 방송하라는 말 들었지?"
"알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예고편 나가는 것도 제대로 되고 있지?"
"예. 전혀 이상 없습니다.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안명수는 윤현도로부터 아파트에 대한 전화를 받았다. 그는 2년간 전세로 얻자는 말을 했다. 안명수는 찬성이다. 그런데 윤현도에게서 사정이 전과 같지 않음이 느껴진다. 안명수는 정수를 차에 태워서 세탁소로 출발했다.
"우리가 살 아파트를 어디 쯤에 구하면 좋을까?"
"음 .. 내가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왜? 뭔데?"
"외숙모랑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요."
"멀리 떨어지라는 PD 님 말씀 못 들었어?"
"외숙모가 사고 후에 아직 완전히 건강하시지 않아서 걱정이거든요."
"음 ... 그건 정수가 하자는 대로 할께."
"기왕이면 같은 동에 하면 안되나?"
"이러언. 아예 아래위층에서 살자고 하지 그래?"
"그러면 더 좋구요."
"그럼 그 문제는 외숙모에게 맡기면 되겠네."
그들이 세탁소에 도착하자 세영은 그들을 데리고 총무과로 올라갔다. 총무과장과 안명수는 회의실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외숙모와 한정수는 밖에서 기다렸다. 한참 후에 그들은 밖으로 나왔다.
"안기자님께서 이렇게 직접 나서주셔서 감사합니다."
"세탁소 사장님 말씀이라면 저는 거역할 수가 없거든요. 하하하"
그들은 세탁소로 내려왔다. 궁금해하는 세영은 도처히 참지 못하고 어떻게 됐는지를 안명수에게 물었다.
"일단은 추석 지나고 얘기를 다시 해보자고 미뤘어요."
"왜요? 월 1000만원이면 많지 않나요?"
"외숙모님. 월 1000 만원이면 짜거든요. 뭐. 본점도 아니고 지점이라고 사정을 하기는 하는데요. 저 돈은 어차피 본점에서 나와요. 지점에서는 이런 일을 할 수가 없거든요. 만일 정수가 콘서트를 하게 되면 협찬기업으로 자동으로 홍보가 된다는 것이 문제죠."
"그러니까 결론은요?"
"일단은 1000만원을 2000만원으로 올려놓고, 또 앞으로 일년간 공연을 하게 되면 공연비 지원을 추가로 넣을 생각입니다.”
"와아아. .. 그렇게나 많이요?"
“백화점 측은 정수가 공연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거든요. 만일 자기네 혼자 하기 힘들면 다른 기업이랑 같이 들어와요. 우리는 너무 액수가 적으면 생색만 내고 공짜 광고에 껴드는 거니까 그런 것만 조심하면 돼요."
"우리 같은 사람은 아예 말을 못하겠네요."
"사장님은 세탁을 열심히 하시면 되죠. 어제 못들으셨어요? 대한민국에서 세탁을 제일 잘한다고. 하하하”
“그거야 당연 한 것이 아니었나? 하하하”
“이번 명절이 지나면 정수가 뮤지컬에서 공연을 준비하게 되거든요. 이건 정수 개인 돈으로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요. 활동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다른 조건이 일체 없으니까 해볼만 해요."
“음 .. 그건 또 금시초문이네.”
"일단 PD님이랑 윤현도 선배랑 의논을 해봐야 하니까 기다려 주세요. 이런 일이 밖으로 일체 새나가지 않도록 입단속을 부탁해요. 소문은 엉뚱하게 나가는 것이 문제거든요."
"알았어요."
"그리고 나 화장실에 갔다 올테니까, 아파트 문제는 정수가 얘기해."
"명수누나, 그럼 우리 점심은 언제 먹어요?"
"야! 한정수! 너 좀 심한 것 아냐? 내가 화장실에 가면 두세시간 걸리냐? 진짜 어이없네."
안명수는 한정수의 등판을 손바닥으로 한방 갈긴다. 탁 하고 나는 소리가 제법 크다. 이 소리를 듣는 경애의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정수는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진짜 얄밉고 고약스런 마약이다. 안명수가 사라지자 김경애는 한정수의 팔을 꼬집었다.
“아얏!”
“흥! 누구한테는 맞으면서도 실실 웃고, 나한테는 죽는다고 엄살이셔?”
“누나, 꼬집으면 엄청 아프거든요.”
“아니, 그럼 아프라고 꼬집지, 사랑스러워서 꼬집어?”
“그니까 아프다고!”
“조용히 하고 아파트 얘기나 해. 그게 뭐야?”
전수는 전세로 나란히 붙은 아파트 두 개를 외숙모ㄴ네 건물이나 아니면 가까운 곳에 구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세영은 당장 부동산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다. 안명수는 정수와 같이 방송국으로 돌아간다면서 세탁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