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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8 47.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48/116)

00048  47.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

윤현도는 박철호 PD 와 손을 잡고 일요일 밤에 심야 음악 쇼 프로그램을 여러 해 동안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윤현도는 현 정부에 대해서 가끔씩 쓴소리를 거침없이 해댄다. 그 결과로 그는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하여 방송계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런데도 이 나라의 대중음악에서 그의 입지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 사람들은 오히려 정부를 비난하면서 윤현도의 위상을 더 강하게 해준다.

윤현도가 콘서트를 열게 되면 협찬하려는 기업들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그 회사들은 모두 비공개를 원한다. 그들은 정치적인 흐름에 관계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윤현도의 순수한 음악을 지원하고 싶기 때문이다. 유명 디자이너와 명품 패션 메이커들은 그에게 옷을 입히고, 액세서리 명품점들은 그의 몸에 주렁주렁 매단다. 심지어는 휴대폰 통신사들도 그의 손에 자기 전화기를 들게 하느라고 바쁘다.

이번 음악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벌써 음악사들은 윤현도에게 이번 음악회나 사인회에서 쓸 CD 를 무료로 제작해서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랏데백화점의 음악코너에는 그의 CD 들이 전시되었다.  백화점에서는 6층에 여유로운 공간이 있다면서 윤현도에게 사인회를 할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를 위한 무대와 사람들이 기다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는 사인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간간이 라이브로 노래를 할 수 있도록 피아노와 음향시설까지 제공한다고 했다. 

또 그의 음악회에 개그맨들도, 또 다른 남녀 가수들도 개런티를 받지 않고 무대에 서겠다고 나섰다. 자선음악회를 혼자서는 열기가 벅찬데, 이런 기회에 끼워넣기를 해달라는 것이다. 윤현도는 강영훈과 함께 그들 중에서 몇개의 팀만을 골라서 프로그램을 짰다. 특히 안명수는 이번 음악회에서 윤현도가 부르는 노래들을 모아서 CD 로 제작해서 판매하여 그 수익금도 기부한다고 했다. 그녀의 이 계획에 음악사가 무료로 제작하겠다면서 나섰다.  

이 해도 10월이 되고, 이렇게 백화점 전체가 들썩거리자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의 숫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백화점 총무과에서는 기뻐한다. 그런데 그 기쁨은 어디까지나 통계 숫자를 원하는 그들만의 것이다. 

매장에서 하는 말은 전혀 다르다. 방문객의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매출액이 따라서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정부에서는 대규모 토목 공사에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그 때문에 서민들의 지갑으로 들어갈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여파가 대목 경기에 찬바람을 불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약간 좋아지기는 한다. 연거푸 내쉬는 한숨 속에도 한두번 웃을 수는 있다.

유독 세영의 세탁소만큼은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영은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지만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경애는 아예 포항으로 내려갈 생각을 접고, 정수 대신에 세탁소 일에 매달리고 있다. 

"누나, 그럼 과메기는 어떻게 해?"

"하아~. .. 지금 그 과메기가 문제야?"

"언제는 <내 과메기!> 하면서 그렇게 애지중지 하더만?"

"내게는 내가 지금까지 꿈꾸어오던 일들이 있어. 그 일들이 지금 한가지씩 이루어져가는 것이 눈에 선하게 보인단 말이야. 과메기는 내 친구한테 알아서 하라고 줘버리면 돼요."

"누나 정성이 그렇게 담긴 <과메기 블로그>는 어쩌고?"

"그것도 같이 넘겨야지."

"하아~. .. 어찌 저럴 수가?"

"정수 너만 빼고 다 넘겨 줄거야. 하하하"

"누나가 나를 넘겨도, 내가 안넘어가요. 못넘어가. 하하하"

* * * * * * * * * *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이제 점심 시간이 지나면 윤현도 일행이 백화점에 도착할 것이다. 백화점은 엄청 긴장해 있을 것이고, 각 매장들은 넘쳐나는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김경애와 한정수는 아직 집에서 나갈 준비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정수의 전화기에서 컬러링이 울린다. 안명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약속한 대로 오늘 하루 종일 백화점에는 얼씬거릴 생각 하지 마. 알았지?"

"알았어요."

"나 출근할 때 내 차 타고 같이 가자.  빨랑 나한테 와."

경애는 정수를 태워서 안명수의 집으로 데려다 준다. 

경수는 궁금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를 방송국에서 안명수와 함께 보내야 했다. 그는 하루 종일 안명수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녀를 따라다니면서 그녀가 하는 일을 지켜본다. 오후가 되자 안명수는 오늘 저녁에 나갈 준비를 점검한다. 촬영과 녹화 그리고 음향 녹음을 위해서 대형 차량만 모두 다섯대가 나간다는 것이다. 한정수는 그녀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처음 본다.  방송국에서 중계방송이나 취재를 하기 위해서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하는지를 정수는 라이브로 공부하는 날이었다.

"이정도 대규모로 나가요?"

"윤선배가 PD님이랑 워낙 각별한 사이라서 ...  이 정도는 보통이야."

보통이라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안명수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으나, 그녀는 그 말을 혼자만 삼키고 입 밖으로는 내보내지 않았다. 사실 자선음악회 취재라면 대형차랑 한 대면 충분하다. 고정카메라는 필요도 없다. 이동카메라 한대면 된다. 박PD는 오가면서 정수를 본다. 안명수에게 한마디 던지기도 한다.

"마약 꼭 붙잡아 둬. 절대 놓치지 마. 거기 가서 얼씬거리면 전부 다 망쳐."

"줄로 단단히 묶어뒀어요. 하하하"

* * * * * * * * * *

저녁에 음악회가 시작할 무렵에 정수는 경애 그리고 세영과 함께 무대의 중앙 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자리는 백화점 직원들을 위한 자리였다. 콘서트 주최측에서는 랏데백화점의 직원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 무대 정면 쪽으로 300석을 예약해주었다.  랏데백화점이 가장 큰 후원자였으므로 주최측에서는 그 정도를 배려해준 것이다.

안명수는 박철호 PD 와 함께 취재 카메라들을 지휘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 취재일 뿐이지 사실은 녹화다. 고정 카메라 네대와 이동 카메라가 네대가 동원되어있다. 무대 위쪽으로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있다.  이런 정도면 누가 주최하는 음악회인지 모를 정도다.  공원의 넓은 잔디밭에는 아마도 2만 명 정도가 와서 음악회의 시작을 기다리는 것 같다. 

박철호 PD 는 오늘 음악회의 취재는 안명수에게 일임하다시피 했었다. 그는 오늘 하루 종일 이번 추석 연휴에 내보낼 특집 프로그램들을 점검하느라고 매여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에 나와서 보니까 도대체 이건 가관이다. 

"안기자, 나한테 반란을 일으키는 거냐?  분명 나한테는 취재라고 했지?  무슨 이런 취재가 다있어? 세상에 어떤 기자가 취재 나간다면서 방송국을 통채로 끌고 나오냐?  안기자가 이러면, 내일 방송국에서 내 입장이 얼마나 난처해지는 가를 몰라서 하는 짓이야?"

"선배님, 이번이 아마도 제 마지막 취재일 것 같아요."

"왜? 시집이라도 가? 기자생활 고만할래?"

"이제 기자는 접고 아예 PD 로 전향하려구요. 하하하"

"아휴~. ..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하하하"

"어깨 너머로 배우는 건 이제 지겹고, 아예 확실하게 배워야죠. 하하하"

“내일 옷 벗을지도 몰라. 각오해.”

박철호 PD 는 만일 이번 음악회가 정치적인 색깔만 없다면 추석 특집에 끼워넣기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안명수가 하는 것 같아서, 그녀가 제법 기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는 그의 이런 속마음을 안명수에게 드러낼 수는 없다. 그녀는 지금 장비를 터무니 없이 너무 많이 끌고 나온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방송국에서 나온 인원만 50명에 가깝다고 한다. 콘서트 주최측의 인원은 겨우 30명정도이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도대체 안명수의 머리에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 것일까? 혹시 안명수가 윤현도를 짝사랑이라도 한단 말인가? 윤현도는 엄연히 결혼해서 아기까지 키우는 유부남인데... 

드디어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이 깔리기 시작한다. 윤현도와 BY 밴드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들은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넙쭉 인사를 하고 작자 자기 자리를 잡는다. 드럼과 베이스기타 그리고 기타. 키보드에는 오늘만 특별출연이라면서 낯설은 어떤 여자가 안경을  걸치고 앉아있다. 그들의 모습은 커다란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 된다.

스크린 방송이 원래는 콘서트 주최측에서 해야 하는데 오늘은 어찌 된 일인지 방송국에서 한다. 박PD에게는 이것은 분명 음모라는 생각이 든다.

"정감독! 자네가 웬일이야? 지금 거기서 뭐해?"

"안기자 말로는 PD 님께서 시키신 일이라던데요?"

박PD는 안명수에게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다. 이런 어이없고 황당무계한 일이 일어나다니?

조용하고 지루하던 이 작은 도시가 갑자기 시끌벅쩍하다. 그들의 노래가 스피커를 타고 공원을 메운다. 음악에 맞추어 공원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흔들린다.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서 음악회가  진행된다. 중간 중간에 윤현도의 재치있는 멘트들도 튀어나온다. 이미 안명수와의 약속 때문에 윤현도는 정치적인 발언은 하지 않아야 했다. 그 대신에 원폭 피해자, 성폭력 희생자, 고아원, 양로원 등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면서 이번 음악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갑자기 무대가 조용해진다. 관중들도 따라서 조용하다. 스크린에는 윤현도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윤현도가 마이크를 잡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이 백화점에 우리나라에서 세탁을 제일 잘하는 세탁소가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맞나요?"

그는 마이크를 청중 쪽으로 향하게 한다. 청중들은 소리를 친다.

"예."

"그런데 그 세탁소에 가수 지망생 한명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꼬맹이가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나요?"

사람들이 있다고 대답하면서 손뼉을 친다. 정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정수쪽을 향한다. 세영과 경애도 갑자기 주목을 받는다. 이동카메라 한대가 와서 이들을 비춘다. 세 사람의 모습이 대형스크린에 나타난다. 

윤현도가 또 말한다.

"어차피 이 음악회는 자선음악회니까, 우리 BY 밴드에서 이 꼬맹이에게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이리 나와서 우리 무대로 올라오게 할 것입니다.  그가 가진 재능도 함께 기부하도록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께서 허락해주십시오!"

그의 마이크가 다시 관중을 향하고, 모두들 좋다고 환호한다. 곳곳에 있는 이동카메라들이 관중들의 모습을 대형스크린으로 잡아 올린다. 한정수의 모습이 또 클로즈업 된다. 한정수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무대를 향하여 걸어나간다. 이동카메라가 그를 따르면서 그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낸다. 

안명수의 음모가 박PD에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정수가 도대체 무엇을 어쨌길래 안명수가 이런 일을 꾸몄을까?

드디어 한정수가 무대에 올라가서 윤현도의 옆에 섰다. 정수는 수백명 정도의 관중 들이 지켜보는 야외무대에 서본 적은 있다. 그러나 이런 엄청난 규모의 무대에는 서본 경험이 아직 없다. 걸어나오면서 떨리던 가슴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윤현도에게 인사를 하고 관중을 향해서 인사를 했다. 

윤현도가 정수에게 이것 저것을 묻고, 정수는 대답한다. 이것은 공공연하게 윤현도가 그를 대중 앞에서 소개하는 것이다. 박PD 는 혹시  안명수가 정수를 M7 오디션에 내보내지 않으려고 계획하는 것일까 하는 의심을 해본다. 한정수가 이렇게 윤현도와 같이 무대에 나란히 서다가, 어느 날 그가 독립을 한다는 것이 잘못된 방향은 아니다. 오히려 한정수에게는 이 길이 더 탄탄하고, 구설수에도 덜 오르내리며 안전할 수도 있다. 윤현도의 후광은 그만큼 파워가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그가 노래를 시작할 모양이다. 박PD는 그의 라이브 노래 실력을 보기로 했다. 그가 2만이 넘는 관객 앞에서 어떻게 관객의 시선을 견뎌내는지, 야외에서 흩어지는 발성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보기로 했다.

윤현도가 말한다.

" You raise me up 이라. .. 이 곡은 정말 좋은 노래입니다. 특히 이 텍스트는 감동적입니다. 그럼 이 노래를 저희 BY 밴드가 연주를 할테니까 정수씨는 피아노에 앉아서 우리와 같이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십시오. 필요한 곳에서는 우리가 백코러스도 얹어줄께요."

박철호는 윤현도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도 궁금해한다.  무대에 처음 서는 애송이한테 연주와 노래를 동시에 시키다니. 그것도 피아노를 맡긴다고?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이 왜 저런 모함을 거는 걸까?

한정수가 피아노에 앉는다. 정수가 키보드에 시작하자는 사인을 보낸다. 너무 능숙하다. 키보드가 스타트 화음을 깔아준다. 드럼이 템포를 결정해서 조용히 키보드의 화음을 끊기 시작한다. 정수가 전주 부분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일렉트릭 기타들이 합세한다. 분위기 자체는 환상적이다.

그 녀석 진짜 제법이다. 박PD는 한정수가 이 정도일 것이라고 까지는 예상하지 않았는데. 혹시 그 사이에 윤현도가 정수를 이 정도까지 훈련시켰단 말인가? 그러기에는 걸린 시간이 너무 짧다. 옆에서 안명수가 박PD를 자꾸 힐끔거린다. 한 짓꺼리가 있으니까 마음이 불안해서 눈치를 보는 것이겠지.

드디어 그의 노래가 나오기 시작한다.

When I am down and, oh my soul, so weary;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Then, I am still and wait here in the silence,

Until you come and sit a while with me.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I am strong, when I am on your shoulders;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그런데 문제는 BY 이다. 저들이 화음을 넣어주는데, 마치 합창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호흡이 너무 잘 맞는다. 정수가 원래 저 정도였나? 이 노래의 분위기는 Secret Gaeden 버전과 흡사하다. 북유럽의 애잔한 정서가 물씬 풍긴다. Westlife 버전은 경박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박PD는 어떨까 하면서 매우 조마조마했었다. 정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박PD는 안심이 된다. 그도 이제 마음을 놓고 안명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간주가 나오는 동안에 그는 피아노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다. 마치 기도하는 수도사의 모습이다. 정수는 지금 음악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전혀 섹스어필이 아니고도 완벽한 퍼포먼스이다. 엄청난 파급력이 있을 것 같다. 박PD 의 가슴이 두근거린다.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I am strong, when I am on your shoulders;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다음 절부터 그는 아예 피아노를 포기하고 앞으로 나섰다. 마이크를 마이크 대에 걸고 두 손을 기도하듯이 맞잡고 너무 애절하게 표현한다. 이 모습이 스크린에 나온다. 관중들도 어느새 그와 같이 부른다. 윤현도가 관중들을 부추킨 것이다. 

벌써 촛불을 켜고 흔드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노래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눈을 떼지 못한다. 사람들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모습들을 곳곳에서 이동카메라들이 보내온다. 그 장면들이 한정수의 모습 위로 겹쳐진다. 한정수의 뺨에도 눈물이 흐른다. 그의 이 모습이 관중들의 모습 위로 겹쳐진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정수와 관중들의 영상들이 서로 겹침을 반복하고 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촛불을 흔든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다. 오늘을 살고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실망하고 또 영혼이 아파한다. 정말로 당신에 의해서 강해짐을 가슴 속에 느끼면서 울컥해지는 모양이다. 저 어린 애송이 한정수는 2만이라는 관중의 마음을 움켜쥐고, 그들을 산 위로 올려 세우고, 그들을 어깨에 얹고, 그들을 강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20대와 30대의 관중들은 아예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있다.

정수의 노래가 끝나자, 눈물을 흘리던 관중들이 열광한다. 윤현도가 그의 손을 잡아서 치켜올려준다. 두 사람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안명수가 박PD에게 묻는다.

"선배님. 한정수가 만일 저 정도라면 ..."

"시끄러워. 안기자는 쟤가 저 정도인 것을 어떻게 알았지? 윤현도는 도대체 어떻게 짐작한거야? 이거 원래는 연습 없이 즉석이벤트로 하기로 한 것 아니었어? 다들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왜 나만 모르고 있었지?"

"죄송해요. 그런데 사전에 연습이나 약속은 일체 없었는데요? 그냥 제가 선배님께 너무 버릇없이.."

"지금 그게 문제냐? 안기자는 이거 두 시간이나 두시간 반 정도로 편집해서 이번 연휴때 방송해버려. 내가 시간 따로 빼줄테니까. 알았어?"

"그럼 M7 오디션은요?"

" 저런 보석같은 애를 그런 쓰레기장에 왜 내보내? 이제부터 쟤는 윤현도랑 내가 같이 키운다. 추석 지나면 M7 에 연락해서 내가 그런다고 쟤 포기하라고 해. 알았지?"

“포기라뇨?”

“M7에서 나한테 연락 왔었어. 이번 오디션에서는 쟤를 확실히 건지겠대. 그렇지만 미안하게도 이제는 내가 쟤를 M7 에 내줄 수가 없단 말이야.”

박철호는 이제야 안명수와 윤현도가 짜고 친 고스톱에 자기가 단단히 말려들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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