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43 42. 어떤 곡에도, 어떤 연주의 손놀림에도 그녀는 온몸으로 아름답게 반응한다. (43/116)

00043  42. 어떤 곡에도, 어떤 연주의 손놀림에도 그녀는 온몸으로 아름답게 반응한다.  =========================================================================

그의 입술이 미끄러지는 곳, 그의 혀가 핥는 곳, 또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안명수의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그가 닿을 때마다 짜릿한 느낌이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 그녀는 그에게 몸 전체를 맡기다시피 하고 있다. 

이렇게 그가 애무하는 것만으로도 안명수는 <여자의 기>가 온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다. 빨리면 빨릴수록 자신의 몸은 달아올라서 흥분을 주체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는 안명수의 촉촉한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빨고 또 혀를 빠는 것을 즐기고 있다. 안명수가 부드럽게 또 거칠게 빨아들이는 순간, 그리고 그녀의 혀가 입술과 입안 곳곳을 쓸며 지나갈 때 정수는 환상의 세계를 헤엄치는 것 같다. 

인간의 현실이란 또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란 더럽고 추악하다고 했다. 그것은 탐욕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의 몸을 정수가 그런 더럽고 추악한 탐욕 한가지 만으로 정복해버리는 것은 엄청난 범죄라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여인에게는 아름다운 세계가 있지않을까? 이 아름다운 여인은 지금 정수를 더럽고 추악한 욕망이라는 현실로부터 저 건너편에 있는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로 데리고 가고있다. 

정수가 곡을 만들 때, 그리고 악기를 연주할 때나 노래를 부를 때 그의 머리 속을 지배하는 단 한가지 생각은 아름다움 뿐이었다. 그런데 그가 그 아름다움을 찾고싶고 또 표현했어도 그렇게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이 세계에 그가 직접 빠져들어간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정수가 찾아내고 또 표현했던 아름다움은 정수만의 것이었다. 과연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공감을 충분히 얻어냈을지는 의문이다.

안명수도 정수의 뺨에 손을 얹고 그의 입술과 혀를 탐해본다. 그로부터 남자의 기를 빨아들여서 자신의 몸을 빠져나간 그 <여자의 기>를 보충하려는 듯이.  안명수는 그의 입술과 혀를  점점 더 격정적으로 빨아들인다.

정수의 한 손은 안명수의 젖가슴을 움켜쥔다. 그녀의 온몸이 움찔한다.  움켜쥔 젖가슴을 그는 천천히 둥글게 회전시킨다. 그의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간다. 그가 그녀로부터 입을 들어낸다. 안명수는 그의 입이 젖가슴으로 내려가기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그의 입은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서 한동안 지체한다. 그의 혀가 들락거리면서 또 그의 입술이 열고 닫히면서 그녀의 목을 붉게 만들어버린다. 

기다림으로 답답한 그녀가 그의 머리를 잡고 아래로 당겨 내린다. 그의 입이 드디에 그녀가 기다리는 곳으로 왔다. 그가 얼굴을 젖무덤에 대고 비빈다. 또 냄새를 맡기도 한다. 두 젖 무덤 사이의 계곡에 얼굴을 묻기도 한다. 그로부터 느껴져오는 접촉 한가지 만으로도 안명수는 자신이 기대하던 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시작은 시작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작 이후에는 엄청난 다른 것들이 더 많이 이어진다. 그래서 시작이 시작이다.  시작이 시작만으로 끝나면, 그것은 시작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안명수의 기다림에는 조급함과 초조함이 더해진다. 기다림은 하나의 작은 시작일 뿐이다. 이런 안명수의 생각이 정수가 가진 생각과는 다른 것 같다. 그녀는빨리고 싶다. 그러나 그는 아직 빨 생각도 하지않는다.

"하아~. .. 어서 빨아줘."

그가 알았다는 듯이 한쪽 젖무덤의 바깥쪽에서부터 원을 그리는 것처럼 둥글게 빨면서 젖꼭지를 향해서 천천히 가까이  다가간다. 그가 젖꼭지를 빨아주기를 기다리는 안명수는 애간장이 녹을 것 같다. 반대 쪽 젖가슴에서는 그의 손가락이 젖가슴을 누르고 미끄러지면서 젖꼭지를 같이 누르면서 지나간다. 그렇지만 일그러진 젖무덤의 탄력이 바로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시켜준다. 젖꼭지를 비틀기도 한다. 그의 손가락이 유륜을 따라 돌면서 살살 긁듯이 한다. 

드디어 젖꼭지가 그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가 세차게 발아들이는 것이다. 젖곡지가 빠져나갈 것처럼 버근하고 시원해온다. 지금까지 답답함으로 가득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안명수의 온몸이 지체없이 부르르 떨린다. 그녀의 허리가 저절로 들려올라가면서 비틀린다. 

그녀의 치명적인 성감대가 바로 젖꼭지라는 것을 그가 마치 알고있는 것처럼, 그는 집요하게 혀로 누르면서 돌린다. 그가 젖꼭지를 이빨로 살며시 그리고 지긋이 깨문다. 안명수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통증이 시작되어야 할 때이다. 그러나 온 몸을 뻐근하게 감싸오는 흥분의 물결이 더욱 거칠게 일어난다. 텅 비어있던 가슴 어딘가가 이 남자의 입과 손에 의하여 이렇게 꽉 채워지는 것이다. 허리가 뒤틀리면서 온몸이 꼬인다. 

"하으윽~. .. 미칠 것 같아. .. 하아아~. .. 자기야."

정수는 백옥같은 젖가슴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아직 백옥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가 하는 말은 앵무새가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노래말을 쓰고, 멜로디와 리듬 그리고 화음을 붙이는 것을 연구해서, 그런 방식으로 자기도 따라서 해왔다. 다른 사람들이 노래부르는 것을 분석해서 자신도 그렇게 노래하려고 연습하고 노력했다.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심사위원들에게서 좋은 심사평을 듣고 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그는 앵무새였던 것이다.

섹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인의 벗은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을 하든가, 또 그 아름다움에 심취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였다. 대부분 여인들이 자기의 성감대를 자극해서 흥분시켜주기를 원했고, 그렇게 해주면 그녀들은 성욕에 몸을 떨었다. 어느 순간에 그가 삽입해서 박고 쑤셔대면 그녀들은 오르가즘에 도달했고 또 정수도 사정했다. 이것이 정수가 주로 해왔던 섹스였다. 남녀의 육체관계란 그동안 참고 살아왔던 성욕을 폭발시키는 계기라고만 생각했고, 그것을 감히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하기도 했던 것이다. 여기서 정수는 여인이 부탁하는 대로, 또 시키는 대로 했다. 정수가 악기였고, 여인은 연주가였다.

그렇지만 정수는 오늘 만큼은 안명수의 몸을 연주하고 싶다. 이 여인에게는 하이든이나 베토벤처럼 고전주의적인 연주도 좋다. 기본 원칙에 충실하면서 자기의 영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쇼팽이나 슈만처럼 낭만주의적인 음악도 안명수에게는 어울릴 것 같다. 영감이 왔을 때 하나씩 하나식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이다. 그는 마치 바이얼린을 연주하듯이 그녀의 몸을 쓰다듬고 어루만진다. 피아노의 건반을 치듯이 그녀의 몸 곳곳을 핥고 빨아들인다. 자그마한 클라리넷이나, 커다란 섹스폰을 연주하듯이 그는 약하게 또 강하게 안명수의 몸 구석구석을 연주한다. 그녀의 몸은 아름다운 악기일 뿐만 아니라, 이 악기의 음색 역시 아름답다. 어떤 곡에도, 어떤 연주의 손놀림에도 그녀는 온몸으로 아름답게 반응한다. 아름다운 그녀는 반응도 아름답다. 그래서 정수는 아름다운 환상으로 점점 빠져들어간다.

안명수의 몸은 지금 너무 많이 젖어들고 있다. 이제 그만 그에게 마음껏 안기고 싶다. 그녀의 손이 내려와서 그의 육봉을 감아쥔다. 이것을 어서 몸 안으로 받아들이고 싶단 말이다. 이 단단한 막대기도 깊은 동굴로 들어와서 허전한 그 곳을 메우고, 또 안쪽의 벽을 긁어주고 싶어서 이렇게 껄떡이고 있거든. 그런데 이 남자는 가슴삼매경에 빠진거야? 왜 아래로 더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 거지?

"하아~.. 이제 됐어. 빨리 그냥 들어와. .. 하아~"

그러나 그는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의 한 손은 허벅지 사이로 천천히 들어온다. 그의 손이 지금 향하는 곳이야말로 그녀가 가슴 깊이 원하면서 기다리던 곳이다. 지금 그녀는 그녀의 이성을 간신히 붙잡고 있다. 그런데 그가 이제야 손바닥으로 팬티 위에서 음모를 덮는다. 

그녀에게는 더욱 안타깝다. 아까 그녀가 팬티를 마저 벗지 않았음을 후회한다. 그런데 입으나 마나 한 끈팬티이고 또 가려지는 부분은 손가락 두께도 채 되지 않는다. 볼록하게 솟아나온 그녀의 거뭇한 조개를 아주 조금 감싸듯 지나가는 빨간색의 천조각이 정말 야하게 보일 것이다. 

안명수는 팬티나 브래지어는 원래 야햐게 입는 편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야한 여자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으로만 그래왔을 뿐, 허구헌날 이런 저런 일에 치다시피 하다보면 안에 무엇을 입었는지 또는 걸쳤지도 화장실에 가서야 들여다보고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팬티랍시고 걸려있는 헝겊조각이 거추장스럽다. 그의 손이 바로 와야할 곳으로 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 손을 내려서 가리고 있는 조그마한 천조각을 당겨올려서 옆으로 제껴버렸다. 그녀의 마지막 그 부분은 숨기고 가려야 당연했다. 만일 남자의 손이 그리로 오려고 하면, 그녀는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말려야 했다. 그런데 그녀는 정수에게 모습을 드러내도록 해버린 것이다. 그녀는 부끄러운 마음에서 두 눈을 감아버린다. 잠시 한쪽 눈을 실눈처럼 하고 그를 본다.  그의 끈끈한 눈길이 그녀의 거기를 떠나지 못한다.  

그녀는 타는 듯한 갈증에 입맛을 다시고 나서 엉덩이를 이쪽 저족으로 뒤틀며 그 팬티조각을 음부에서 허벅지로 완전히 끌어내렸다.  허벅지에서부터 두 다리를 따라서 미끄러져 내려갈 때에는 정수가 도왔다. 그녀는 두 다리를 들면서 무릎을 굽혀서 가슴께로 당겨올리기만 했다.

그의 눈길이 머무는 그곳을 안명수는 가리려는 생각에서 한 손으로 덮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버린 것 같다. 볼 수 있는 것은 그가 이미 모두 다 보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는 가리는 흉내라도 낸다. 그런데 그가 그녀의 그 손을 들어낸다. 그녀는 그의 손목을 잡아버린다.

두 장의 얇고 촉촉하게 젖은 꽃잎이 마주 붙어있다. 그는 손가락으로 꽃잎의 이쪽 저쪽을 누르며 둥글게 원을 그린다. 그 일대는 전부 미끄러워서인지 그가 엄청 조심하는 듯 했다. 그의 두 손가락은 꽃잎을 활짝 열어버린다. 꼭 닫고있던 꽃잎이 열리는 순간에 그 안에 갇혀있던 액체가 주루룩 흘러내린다. 

정수는 휘둥그래진 두 눈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 곳을 유심히 그리고 샅샅이 살핀다. 그는 아마도 자기 머리 속에 입력을 해두려는 것 같다. 거기가 그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홍수에 잠긴 그녀의 분홍색 속살의 돌기도, 그리고 그 아래 쪽으로 그녀의 동굴 입구도 모습을 나타낸다. 그의 손가락은 하나하나를 모두 어루만진다. 이들은 모두 열기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그가 손가락을 들어올리자 끈끈한 애액이 실처럼 따라올라온다. 그녀는 허벅지를 닫았다가 열기를 반복한다.

"하아. .. 어떻해? .. 이제 그만 봐. .. 부끄럽잖아."

그러나 이 말은 그녀의 거짓말이었다. 지금까지 숨겨오고 감춰왔던 이곳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가 자꾸 보게 하고, 그 모습을 잊지 목하도록 그의 머리 속에 각인을 시켜주고싶다. 

방송사고이다. NG 가 나버린 것이다. 그가 그 곳으로 입을 가져간다. 안명수는 이 장면을 시나리오에 쓴 적이 없다. 그녀가 말린다. 그러나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의 혀가 곳곳을 핥으며 지나간다. 그럴 때마다 질퍽거리는 소리가 난다. 안명수는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잡고, 들어올렸던 두 다리를 그의 어깨에 걸친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서 꽃잎 한장 씩을 입으로 물고 천천히 빨았다.  젖꼭지를 빨때보다 훨씬 더 조심하는 것 같다. 

"하아악~. .. 변태야. .. 빨지마. .. 흐으으윽~"

안명수는 부끄럽고 창피스러운 마음에서 빨지 말라고 한마디 던져본다. 그런데 그 말은 그녀의 진심이 결코 아니다. 그의 혀와 입이 닿고 마찰하는 그곳에서는 불타오르는 것처럼 쉬지않고 떨린다. 그는 그 속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모두 끄집어낼 듯이 빨아댄다.

그도 안명수의 속마음을 알고 있는지, 계속해서 정성을 다하여 혀로 핥으며 빨고있는 모습이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그녀의 그 핑크빛 세상이 그의 마음에 드는 것일까? 

그가 클리토리스를 두 손가락으로 살짝 꼬집듯이 잡는다. 숨어있는 그 아이를 꺼내서 손가락으로 비비면서 돌린다. 그의 입술과 혀가 덤벼들어서 그 꼬맹이를 머금고 돌리고 또 빨아대기 시작한다. 안명수의 허리가 들려올라간다. 그도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준다. 그녀의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다. 음부가 현란하게 흔들린다. 클럽의 무대에서 섹시하게 춤을 추는 여자보다 훨씬 더 섹시한 몸짓이다. 

그의 머리를 잡은 안명수의 두 손에 힘이 엄청 들어간다.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나오면서 숨을 더이상 쉬지 못한다. 그녀의 몸이 굳으면서 부들부들 경련이 일어난다.

이제는 정수도 더 이상 참고 있을 수가 없다. 주 멜로디를 반복하는 것은 이제 끝을 향해서 가고 있다. 그가 연주하는 곡의 악보에는 이제 스케르쪼(scherzo)가 이어질 것이다. 주 멜로디의 심한 변주곡이다. 이제  메트로놈도 바뀌게 되니까 약간 빨라지기도 하고 또 셈여림도 수시로 바뀔 것이다. 어디에서는 작은 현악기처럼 한없이 부드럽게 또 어떨 때에는 타악기처럼 한없이 거칠게 연주할 것이다. 이 악기는 참으로 아름다운 만능의 악기이다. 어떻게 연주해도 아름다움이 적나라하게 표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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