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33 32. 안명수 기자가 한정수에게 해준 선물 : 놀라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니까. (33/116)

00033  32. 안명수 기자가 한정수에게 해준 선물 : 놀라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니까.  =========================================================================

드디어  LBS 방송국 취재팀의 차량행렬이 과천에 있는 <랏떼 백화점>에 도착했다. 조용하고 심심하던 이 도시에 갑자기 볼거리가 생긴 것이다. 그 동안의 홍보 때문인지 백화점은 구경꾼들로 인하여 말 그대로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백화점의 총무과장이나 영업부장의 입은 귀에 걸려있다. 이 간부들은 주차장에서부터 1층 매장 입구까지를 부지런히 오고가면서 취재팀을 돕는다. 취재 현장의 안전을 위해서 곳곳에 사설 경비업체에서 온 경비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스탭에서는 박철호PD가 직접 지휘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박PD와 안기자는 각 장면마다 시나리오를 현장에서 다시 의논하고 검토하면서 <현장수정>을 한다. 감독은 의외라는 듯이 박철호PD를 본다.

"박PD님? 오늘 현장에는 어쩐 일이시죠?"

"안기자가 나를 감독으로 강등시키잖아! .. 투덜투덜"

"히이잉~. .. 선배니이임."

"징그러워. 저리 갓!

박감독! 밖에는 고정 카메라  A, B 만 있으면 되겠네. C 는 철수시키고, 그 대신에 이동카메라 B 하나 더 추가시킵시다."

"콜!"

"안에 들어가 있는 고정카메라는 모두 철수시키고, 동선을 따라서 촬영해야하니까, 이동카메라만  A, B! 그러니까 좌우로 이동조명 2개씩 추가시켜줘요!"

"콜!"

안명수는 이 모든 일들을 직접 지휘하는 박철호 PD 를 존경스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제가 오늘 현장에 선배님이랑 같이 나오길 잘한 것 같아요."

"또, 어디서 무슨 사고를 쳤어?"

"그게 아니라. .. 이런 것도 모르고 제가 시나리오를 쓴다고 끄적거렸으니 ..."

"한심스럽지? .. 그렇게 모르면서 무식하게 덤빌 때가 제일 용감할 때야."

"그래도 다 받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제 안기자가 무슨 일을 벌엿는지 보여? 이러면서도 키워달라고 졸라대는데 낸들 별 수 있어? 나중에 안기자가 내 PD 일 도와주면 되잖아?"

"말씀만 하세요. 분부대로 할게요."

"나도 그러고는 싶거든. 그런데 안기자가 할 줄 아는 것이 있어야 시키지."

"가르쳐주시면 ..."

"관둬라. 앓느니 죽는다. 차라리 내가 한다. 하하"

그런데 안기자는 이날 이 자리에서 한정수에게 엄청 큰 대박 선물을 안겨준다. 한정수는 이 선물을 한평생 두고두고 그녀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말하자면 안명수는 한정수에게 가수로서 생명의 은인이라고나 할까? 

그것은 바로 안기자가 한정수를 박철호PD에게 소개한 것이다.

정수가 오디션에서 우승을 하고, 나중에 가수가 되더라도, 연예나 예능 PD 를 알아두면 그는 날개를 달게 되는 것이다. 마치 <성공>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필요한 <팝콘과 콜라> 라고나 할가?

안명수와 같이 이 프로그램의 제작을 직접 손에 쥔 박PD 역시 한정수라는 인물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박PD는 정수가 부모없이 자랐으며, 따로 예능 교육을 받지 않고 또 기획사와  관계없이 오디션에서 그런 성적을 올렸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시급 알바를 해가면서 재도전을 준비한다는 점을 인상깊게 보고 있었다.

박피디에게도 정수와 비슷한 불행했던 과거가 있다. 맨 처음에 안명수가 들이미는 시나리오를 보고, 또 이 일에 깊이 빠져들어가면서 그는 4차원적인 생각을 한다.

'혹시 한정수와 나랑 <평행이론> 에 의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철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까마득한 후배 안명수기자를 방송 분야에서 키워주기로 박PD 가 결심한 데에는 바로 그녀가 한정수라는 인물을 들이밀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기자가 정수를 박PD에게  소개시켜준다면서 데리고 갈 때, 정수는 이 사실이 자신의 장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상상하고 있었다. 온몸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정수는 자기 몸이 떨고있음을 알았다.

"인사드려. PD님이셔."

"한정수입니다. .. 뵙게 돠어 영광입니다."

"자네가 마약인가?"

"예. 부끄럽습니다."

"자네, 안기자랑은 어떤 사이야?"

"저희 세탁소 단골 VIP 고객님이십니다."

"나중에 시간 내서 안기자랑 같이 방송국에 한번 와."

"예. 감사합니다. 꼭 가겠습니다." 

"자네는 자작곡을 부른다며? 올 때 CD 나 USB 있으면 하나 가져와도 좋고.

그 대신 그 날 저녁은 안기자가 사라!"

"선배님. 저에게 그런 기회를 주시기만 한다면야 ..."

정수의 쿵쿵거리는 가슴은 누구도 모른다. 주먹을 불끈 쥔 두 손에는 땀이 났다. 나중에 박PD에게서 나오면서 안명수가 정수에게 물었다.

"누나가 해 준 선물이 마음에 들었니?"

"누나, 이건 ..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죠. 놀라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니까."

"잘들어. 지금 너한테 PD 라는 사람들은 전능하신 신이야. 저런 PD들은 가수 몇명 확실하게 키우는 것도 할 수 있고, 또 무대에 있는 가수들도 영원히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수도 있거든. 아무튼 하늘이 오늘 너에게 기회를 줬다면, 이 누나가 바로 하늘이야. 알겠지? 하하하"

"알았어요. 하늘누나."

정수는 오늘따라 안명수가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취재팀의 팀장도 안명수에게 전화해서 한정수를 데려오라고 했다. 그 때 정수는 박PD 에게서 팀장에게로 오고 있었다. 정수가 도착하자 스타일리스트들이 덤벼서 정수의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스타일과 메이크업이 끝나자 안명수는 한정수를 취재팀장에게 데리고 갔다. 

"인사드려. 이번 취재팀의 팀장님이셔."

"처음 뵙겠습니다. 한정수입니다."

"마약?"

"예."

"안기자는 현장 촬영 나갈 때마다 항상 마약을 잘 챙겨야 해."

"알겠습니다. 사장님 들으셨죠?"

"만일 마약이 안기자 말을 듣지 않으면 개줄로 목을 매서라도 끌고 와. 알았어?"

취재팀장은 세영이 듣도록 이 말을 유난히 큰 소리로 했다. 

세탁소의 주인 아줌마 세영은 촬영팀에서 안명수 기자가 설쳐대는 장면을 보고 놀라서 둥근 눈을 치켜뜬다. 놀란 것은 한정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경애는 안기자와 여유있게 웃으며 얘기를 나눴다. 

세영도 자기 고객인 안명수 기자에게 가서 인사했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사장님, 지금은 제가 고객으로 온 것이 아닙니다. 죄송해요."

세영은 뻘줌해졌다.

드디어 촬영에 들어갔다.

작가 안명수와 박PD는 고객 역할을 하는 사람들과 정수의 동선을 결정했다. 감독은 조명과 카메라를 배치했다.  동선을 따라서 이동하는 것과 카메라의 이동 등 세세한 연습이 진행되었다. <레디~ 고!> 와 <컷!>을 외치는 감독의 목소리가 메가폰을 타고 울려퍼졌다.

취재팀은 정수를 인터뷰하면서 백화점 정문 입구를 배경으로하여 촬영을 시작했다. 다음은 정문 입구에서부터 매장을 천천히 걸어서 지난 후 엘리베이터로 가는 동선을 촬영했다. 1층 매장은 전부 새로 만들어진 것처럼 반짝거린다. 엘리베이터도 오늘 방금 공사를 끝낸 것 같다.

그 다음은  6층에 있는 <아이돌 세탁소>였다. 세영은 직원들을 총 동원하여 오늘 아침까지 청소를 했다. 전부 새로 단장하다시피하여, 깨끗하고 반짝거리게 만들었다.

정수도 어제는 가게를 쉬고 바쁜 하루를 보내야 했다. 경애는 그를 사우나, 이발소, 피부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곳 등등으로 데리고 다녔다. 이번에 경애가 서울에 온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사실은 안기자님이 시켜서 ..."

"그럼 나 보고싶다는 것은 뻥이네?"

"보고 싶기도 하고. .. 후훗~"

"싫다. 밉다."

"그런데 혹시 안기자님이 우리 정수 좋아하는 것 아닐까?"

"참나."

세탁소에서 인터뷰 하는 내용에는 짧은 역할극이 있었다. 김영선 직원에게는 세탁소를 찾는 고객의 역을 맡게했다. 그 날도 김영선은 뽕브라를 해서 가슴을 빵빵하게 해야만 했다. 또, 정수와 세영은 고객의 세탁물을 접수하는 장면과 나중에 세탁물을 찾으러 온 고객을 맞는 부분까지 역할을 했다.

마지막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세영과, 이 곳에서 짠 시급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정수에 대한 개인 인터뷰가 있었다.

이렇게 오후 내내 백화점에서 난리 법석을 떨던 LBS 방송 취재팀은 오후 3시쯤에 촬영을 모두 마치고 돌아갔다.  안명수 기자는 떠나가기 직전에 정수와 경애, 그리고 세영에게 귀띔해주었다.

"오늘 하루 종일 찍은 거는 편집하면 다 잘라내고 쓸만한 거는 10분 정도나 될라나?"

"10분동안 방송할 것을 3시간 동안이나 촬영했다고요?"

"원래 이 바닥은 다 그래."

"어이 없네"

"그래도 이번에 세탁소는 확살하게 봉을 잡은 건데... 사장님 아시겠어요?"

"안기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옛날에는 이렇게 하면 뒷돈이 엄청 오고 갔는데 .."

"그럼 저희도 드려야 해요?"

"요새는 그러는 것이 전부 없어졌어요. 마약은 아까 팀장님 말씀 들었죠? 내가 촬영장으로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와야 해요."

"불러만 주신다면야."

안명수는 세영과 경애 앞에서 정수를 확실하게 찜하고 돌아갔다. 정수는 안명수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지만 안명수의 뒤태를 바라보는 누나 김경애의 마음은 왠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날 저녁에 집에서 세영이 정수에게 물었다.

"솔직하게 말해. .. 안명수랑 잤어?"

"절대 아닌데요."

"그런데 왜 저러지? .. 경애, 네 생각은 어때?"

"제 생각에는 정수가 섹스는 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

"여자가 남자를 섹스의 도구로 써먹을 때에는, 그 남자를 숨기지, 밖으로 드러나게 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다가 나중에 더 이상 필요없으면 버리잖아요?"

"하긴 ..."

"그런 여자들에게 남자란 일종의 소모품 정도야. 정수 너 정말 여자 조심 안하면 큰 일 터진다."

"나야 조심하지만, 안기자가 조심해야 할 정도의 여자는 아니잖아?"

"내 느낌은 .. 안기자가 정수 너를 뭔가에 이용하고 있어. 생각해봐. 만일 어떤 여자가 정수 너한테 1000 만원을 줬다고 치자. 그 여자가 골빈 여자가 아니고야 괜히 그러겠냐? 세상은 Give & Take 아냐?"

"맞아. 그런데 누나 지금 1000만원이라고 했어?"

"예를 들면 그렇다고. 누가 너한테 1000 만원 주기나 한대? 만일 누군가가 그렇게 했다면, 그 사람한테는 돈이 너무 많아서 썪고 곰팡이 피기라도 한대? 공짜로 주는 돈은 절대로 받지 말고, 아무 이유 없이 여자랑 함부로 침대에 가지 말고. .. 알았어?"

누나 김경애의 말을 듣는 정수는 온 몸에 전율을 느낀다. 누나에게 1000 만원 얘기는 아무리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백화점에서는 방송 촬영 이후에 나타나는 변화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수가 엄청 늘어난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줄고 있다. 

그런데도 총무과장은 세영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처음에 한정수씨를 우리와 함께 일하도록 해달라고 했는데 .."

"글쎄 그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 드렸는데요."

"우리가 더 좋은 대우를 해 준다고 해도 안돼요?"

"어떤 조건인데요?"

"연봉 1억에 월 500 추가. 근무 시간 자유. 됐어요?"

"뭐 그딴 조건이 다있어? 그럼 월급만 챙기고 근무는 안해도 돼요?"

"그래요. 그 대신에 우리 부탁 들어주기 그리고 우리하고만 일하기."

"아예 간판으로 걸으시겠다?"

"우리와 전속으로 계약을 하자는 거요."

"그럼 1억은 너무 작아요. 50억이라면 몰라도."

"아직 가수가 아닌데도?"

"그럼 가수가 되고 나면?"

"일단 계약기간 채우고, 그 다음에 재계약."

"그 때는 50억?"

"그건 그 때 봐서. 오디션에서 1등 했다고 가수에서도 1등이라는 법 있어요?"

"그럼 오디션 끝나고 나서 다시 얘기 하시죠?"

"사장님이 한정수씨와 어떤 관계인데 중간에서 이러는 거요?"

"나는 한정수의 고용인입니다. 우리는 이중고용은 절대 허락 못해요."

"우리랑 계약하고, 우리가 급여 지급하고, 일만 여기서 하면?"

"파견근무? .. 그래놓고 언제든지 원할 때마다 빼가려고?"

"그런 것 일체 없고, 촬영이나 행사때만 나와주면 돼요."

"그 계약이 ... 백화점 본부랑? 아니면 여기 과천점이랑만?"

"본부랑"

"그럼 전국 지점 다 돌려면 일년으로 부족할 것 같은데?"

"행사를 한달에 두번으로 제한하면?"

"안해요. 지점이랑 계약할 것. 연봉 50억에 매월 1000만 추가. 이렇게 해주신다면 한번 생각하보죠."

"돌겠네. .. 이건 뭐 완전히 안하겠다는 얘기잖아요?  우리 매출액으로 그게 말이 되는 얘기요?

한정수씨랑 직접 얘기하려면 어떻게 해야해요?"

"에이전트가 김경애니까 김경애를 통해서 하시면 돼요."

세영은 한정수가 백화점과 전속계약을 맺는 것 자체가 잘못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막아야 한다. 정수에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세영이 생각할 때 정수가 지금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을 배워야 할 때이지, 돈을 벌 때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틀림없이 세영, 경애, 정수 이렇게 셋이서 이마를 맞대고 같이 이야기를 해보아야 할 사건이다.

세영은 그날 저녁에 회의를 소집했다. 그런데 정수가 오늘 저녁에는 시간이 없다면서 회의에 나오지 못한다고 했다. 세영과 경애가 이유를 물었으나 정수는 끝까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정수는 오늘 저녁에 그녀에게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기 때문이지만 그것을 세영이나 경애누나에게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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