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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6 25. 박하나 고객의 법정 소송 그리고 정영숙 고객의 하소연 (26/116)

00026  25. 박하나 고객의 법정 소송 그리고 정영숙 고객의 하소연  =========================================================================

세영은 여성 고개 박하나씨로부터 흰색 바지의 길이를 줄여달라는 주문을 받고, 잘라낼 부분을 검은 색 펜으로 표시해서 다른 세탁소에 보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박하나 고객은 나중에 집에서 그 바지를 집에서 물세탁을 했는데, 흰색 바지에 아직 남아있던 펜의 검정 잉크가 번져버린 것이다. 바지를 입을 수 없게되자 박하나 고객이 짜증스러워진 것은 당연한 일. 

그녀는 세탁소 주인 세영을 상대로 바지가격 22 만원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제기해버렸다. 그 때 세영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25만원을 변상해주어서 소송이 취하됐었다. 세영이 인정하고 싶어서 인정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일이 더 이상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세영이 그렇게 결심한 것이었다. 더구나 바지의 길이를 줄이는 일은 세영의 세탁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는데도, 세영은 친절로 해준 것이 이지경이 돼버렸다. 세영이라고 짜증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세영은 어느날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하다가, 박하나 고객이 문제를 일으켰던 바지의 실제 가격이 22 만원 것을 알았다. 세영이 백화점에 있는 다른 의류 매장에 물어본 결과 22 만원이면  맞는 가격이라고 말해주었다. 

세영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그럼 못입게 된 바지라도 돌려달라면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세영이 단단히 약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원의 판결은

 "원고(세영)가 바지의 시가 상당액(22만원)을 배상했기 때문에 피고(박하나)는 바지를 돌려줄 의무가 있다. 그런데 당시 바지의 상태를 고려할 때 이 바지의 재산상의 가치는 0원"

이었다. 그래서 그 바지는 더 이상 재산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이세영)나 피고(박하나)는 재산에 대한 권리도 의무도 없고, 그러므로 더 이상 주고 받고 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세영의 원고 청구는 기각되었다. 세영이 잔뜩 열받은 것은 당연한 일. 이렇게 이 나라의 법은 세영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다.  망가트린 것을 인정하고 바지값을 물어주었으니까뜨 바지를 돌려달라는데 왜 이 나라의 법은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세영은 이 답답한 마음을 누구에게 하소연할까? 눈에 띈 사람은 한정수 뿐이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보고있으면 하소연이나 화풀이를 하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접게 된다.  바탕부터가 매끈하게 잘 빠진 저 얼굴이 웬수이다. 세영이 저 커다란 검은 눈망울을 보고있으면, 한없이 사랑해주고 싶은 생각 밖에는 없다.

세영의 심정이 이런데도 그는 배달을 명목으로 깊은 밤에라도 당당하게 여성 고객의 집에 가서 벨을 누른다. 요새는 시간도 점점 오래 걸린다. 그들이 나름대로 서로 가까워지다 보니까 음료수를 마신다든지, 야식을 같이 먹는 일이 생긴다고 말은 하는데, 사실 무슨 일이 생기는 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세영은 더 짜증스럽다. 

하루는 정영숙 고객이 정수를 찾아왔다. 그녀는 세영과는 아예 대화를 하려고 하지를 않는다. 정영숙 고객이 정수에게 하소연한 내용은 이렇다.

과거에 세영은 다른 직원을 시켜서 단골이고 우수한 VIP 정영숙 고객에게 세탁이 끝난 5벌의 바지를 배달하도록 했다. 이 고객도 확인을 하지 않고 그냥 받았다고 한다. 확인을 하지 않는 이유는 서로를 믿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정영숙 고객이 바쁘게 살다 보니까.

그 다음날 정영숙 고객은 전화로 오후 1 시쯤 세영에게 하소연을 해왔다. 

"배달하신 분 돌아가고 나서 10 분쯤 후에 외출하려고 바지를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한개가 안보여요. 혹시나 하고 개수를 몇 번 헤아려보니 분명 5벌 뿐이네요. 원래 내가 들고 가서 맡긴 것은 확실하게 6벌이거든요."

"고객님, 그럼 제가 지금 보관실과 배달하는데 쓰는 승합차를 찾아보고 연락을 해드리겠습니다."

세영은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했다. 세영은 오후 5 시가 넘어서 정영숙 고객에게 전화를 했다.

"여기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죄송하지만 고객님 께서 한번 더 자세히 찾아봐 주시겠어요?"

"나한테는 찾을 곳이 없어요. 워낙 간단한 옷장이라서요."

"얼마 주고 구입하셨어요? 정 안되면 저희가 배상 해야죠."

"그 바지는 구입한지가 1주일도 안됐고, 처음 세탁이었고, 가격은 14만원이었어요."

정영숙 고객은 그 뒤에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계속 했다고 한다.

2개월이 지난 후에 세영은 정영숙 고객을 우연히 동네 어귀에서 오전 10시쯤 정면으로 마주쳤다.  정영숙 고객은 화가 났지만 참으면서 이럴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세영은 그날 오후 5시까지 꼭 연락을 해주겠으며, 다시 찾아보고 없으면 변상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영은 정영숙 고객에게 무조건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정영숙 고객은 세영이 말하는 기다리라는 말을 의심했다. 그러나 그녀는 기다렸다.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났는데도 세영에게서는 아직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

정영숙 고객은 정수에게 말했다.

"사람을 속이는 것은 같아서 기분 나빠요. 차라리 사실대로 이러저러해서 서로가 실수 이니까 절반이라도 변상해주겠다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정영숙 고객의 문제는 영수증을 받지 않은 것 뿐이다. 그 영수증에는 고객이 14만원을 냈으며, 세탁소에서 6개를 세탁했다고 적혀있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원래 세영에게만 뭐라고 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정영숙 고객의 하소연은 바지 가격 14만원이 아깝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정수에게 털어놓는 것이다. 당하고 난 뒤에 드는 억울고 또 무시당했다는 바로 그 느낌 말이다. 정수도 이런 마음을 너무 잘 알고있다.

법대로 하자면야 어찌 되겠지. 아무리 그래도 몇 년간 거래해온 장기 고객이면 당연히 처음에 이 일이 발생했을 때 세영이 바로 변상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세탁소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날 정수는 세영을 시켜서 그 자리에서 정영숙 고객에게 배상을 하게 했다. 또 정중하게 사과도 했다.

그렇게 일은 마무리 지어졌다.

"왜 바로 배상 안했어요?"

"하루 고객이 300 명이야. 자꾸 잊어먹나 봐."

"벌써 치매세요?"

"야아아!.. 요게 정말?"

정수는 세영으로부터 박하나 고객과의 소송에 대하여 들어서 사건의 흐름은 알고 있다. 그런데 박하나 고객은 그 소송에서 이기고 또 배상까지 받아서인지 전혀 불만스러운 티를 내지 않는다. 그녀는 전과 다름없이 세탁소에 와서 옷을 맡기고 또 배달을 부탁한다. 정수도 기꺼이 배달에 나선다. 정수는 박하나 고객이 철벽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웃게된다. 도대체 바지 한개 22만원 때문에 소송을 하다니.

세영도 요새는 그가 혼자서 배달 나가는 일에 대하여 과잉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정수는 아직 고객과 어떤 사건도 일으킨 적이 없다. 그래서 세영은 정수가 고객과 성추문에 휩싸이지 않도록 스스로 알아서 몸관리를 한다고 믿는다.

그 날도 정수는 박하나 고객에게 세탁이 끝나서 뽀송뽀송한 옷들을 배달해야 했다. 유성 아파트 5동 805호이다. 차로 10분이면 간다.

세영의 말에 의하면 박하나 고객은 생긴 것은 불여우 같고, 나이는 이미 30대 중반일 것이라고 했다. 정수가 보아도 박하나 고객은 이미 보통 몸매의 수준은 훨씬 넘는다.

그는 박하나 고객의 정장과 바지, 셔츠들을 차에 실었다. 소송 이후 부터는 세영이 일일이 확인을 다 한다. 고객이 요청한 9시 반이라는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 정수는 미리 9시 10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또 9시 15분에 출발한다. 약속된 시간보다 3분 정도 늦게 정수는 벨을 눌렀다.

한참 후에 문이 열리고 정수는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에게 문을 열어준 박하나 고객의 얼굴에서는 피로가 물씬 풍긴다. 그녀도 오늘 하루는 힘든 일로 지쳐있는 것 같다.

"저쪽에 옷방으로 부탁해요. 들어오세요"

이제부터는 박하나 고객이 확인할 차례이다. 그녀는 영수증과 옷을 비교해서 이상이 없다고 했다.  박하나는 그를 주방의 테이블로 데려갔다. 정수는 박하나가 내미는 오렌지쥬스를 마셨다.

"아무리 배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내 집에 오신 손님이신데 ..."

"감사합니다."

"저녁 식사는 하셨나요?"

"아직요. 이제 가게 문 닫고 나오는 길이라서요.

"괜찮으시면 저랑 같이 드실래요?"

"저야 고맙죠."

"그럼 식사 주문하고나서, 기다리는 동안에 나는 샤워좀 할게요.  

아마 비슷하게 올것 같아요.

우리 마약씨, 뭘 먹을까?"

박하나는 정수와 치킨에 와인 한잔으로 결정하고 전화를 했다. 테이블에 지갑을 두고 또 와인과 잔을 꺼내놓았다. 도착할 때 까지는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욕실로 사라졌다.

기다림 이후에야 식사가 시작될 것이므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30분 정도 시간을 의미없게 기다리는 것이다. 나중을 위하여 지금을 버려야 한다.

쏴아아아아

샤워기에서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박하나는 알몸으로 저 물줄기 아래에 서있을 것이다. <그녀의 알몸> 이라는 생각 때문에 정수의 심중에서 깊이 잠들어있는 음란마귀께서 잠에서 깨어날 것만 같다.

이 음란마귀께서 정수가 기다려야하는 의미없는 시간을 음란의 의미로 가득 채워주실 것 같다. 정수의 볼이 화끈거린다. 아마도 심장도 더 빠르고 또 더 강하게 뛰고있으리라.

이제는 그녀가 물 밑에서 몸을 씻는 장면이 마치 유투브 동영상을 보듯이 눈에 선하다. 경험에 입각해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정수는 그녀와 같이 저녁 먹기로 한 것을 후회했다.

그는 일부러 소파로 와서 앉았다. 이것은 그의 당돌한 결정이고 또 그것을 실행에 옮긴 행동이었다. 그 자리에 앉아있으면 욕실에서 나오는 그녀를 바로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TV 를 켜고 프로그램을 찾고는 있지만 손끝이 떨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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