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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5 24. 박철호 PD 와 안명수 기자의 밀당질 (25/116)

00025  24. 박철호 PD 와 안명수 기자의 밀당질  =========================================================================

그가 말한 다음 주 월요일이라는 날.

안명수는 출근하자마자 바로 박철호PD의 방으로 갔다. 그의 비서인  미스 윤이 안명수를 맞으며 말한다.

"PD 님 출근은 하셨지만, 아직 방에 안계신데 .. 어쩌죠?"

"언니, 그럼 잠시 기다릴께요."

"그게 ... "

"왜요?"

"지금 회의중인데 언제 끝날지 몰라서요."

"그럼 언니가 저한테 연락 해주실래요?"

그런데 그는 이미 바쁜 걸음으로 이들에게 오고있다.

"어이, 안기자! 왔어?"

"선배님!"

"미스 윤, 커피 세 잔에 사랑을 가득 담아서 부탁해요!"

"두 잔 아니고요?"

"미스 윤도 같이 마셔야지."

그는 안명수를 그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미스 윤은 그의 방안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의 뒤태를 째려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안명수는 그의 노트북에 USB 를 꼽고 시나리오 원본 파일을 띄워올렸다. 

박 PD 는 안명수가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가 말이 없다. 물론 그가 말을 하지 않으므로 세상천지는 조용하다. 안명수는 오늘도 그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하지않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보고 난 그가 입을 드디어 열었다. 안명수는 차라리 진저리를 치고 싶을 정도로 온 몸과 마음이 긴장해있다.

"안기자, 도대체가 생각이 있나 없나?"

"몸은 죽어도 생각 만큼은 살아 남으려고 발버등 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공영방송 맞나?"

"당연하죠."

"안기자, 여기 등장하는 남주가 개인이지?"

"예"

"그 남주가 지금 이생에서 나라와 민족을 구했나?" 

"예?"

"공영방송이 왜 그 자의 성공과 실패를 제작해야 하냐고."

"......"

"이유 없어?"

"있죠."

"말해봐요!"

이 순간에 미스윤이 커피를 가져온다. 안기자는 위기를 모면하게 해 준 미스윤이 참으로 고맙다. 세사람이 커피를 들고 마신다.

박PD는 모니터에서 피일을 보고 있고, 안명수는 미스 윤과 함께 수다를 떤다. 그러나 안명수는 박PD에게 신경이 자꾸 쓰인다. 그의 머리 속에서 또 뭔가 생각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것 같다. 아니면 거친 파도처럼 뭔가를 삼키려고 괴물처럼 덤벼들든지.

"안기자, 할 말 생각은 해봤어?"

"저는 교육적인 가치가 있다고 ..."

"그럼 교육 방송으로 갔어야지 날더러 어쩌라고?"

"그럼 ..."

"내가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야. 오해하지 마."

"감사합니다."

"시나리오 작가는 무엇보다도 우선 기본 마인드가 확실해야해요.

그에 따라서 컨셉을 분명하게 결정해야하거든. 

바로 이 컨셉에 의해서 시나리오를 만들어야죠.

그,래야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제작되지 않겠어?"

"그럼 이 시나리오는 ..."

"뭐랄까? .. 컨셉 없는 방랑?"

"그럼 제가 다시 써올까요?"

"마찬가지야. 지금 시나리오가 문제가 아니거든. 먼저 컨셉을 정해야죠."

둘 사이에 얘기가 심각해지자 미스윤은 안명수를 흘겨보고는 밖으로 나가버린다.

"내가 첫번째 태클을 건다.

세탁소는 왜 집어넣는데? 동네 아줌마들 얼굴을, TV에 내보여주려고?"

"그건 .. 그 아이가 일하는 곳이라서."

"그럼 화장실도 넣죠? 그 아이가 응아하니까. 

침실도 넣고. 그 인간이 섹스하니까.

이건 뭐 ... 그게 문제야."

"헉~"

"이것도 그래. 

왜 처음에 포항 바닷가에서 시작하는데?"

"그 아이가 살던 곳 ..."

"지금 위인전이나 전기문을 녹화해?

낭만주의, 자연주의, 사실주의야?

바닷물결이 찰싹대는 장면에 발라드 곡 하나 깔아주고 무드 띄울 일 있어?"

"그게 아니라 ..."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썼냐고!"

"죄송합니다."

"뇌가 있으면 생각을 해야지. 생각을.

생각을 못하면 그 무거운 것을 뭐하러 갖고 다녀?

허구헌날 남자 육봉 생각만 하지 말고!" 

"선배님!"

"대한 만국은 지금 좌절 공화국이야."

"예?"

"이 나라에서는 지금은 무엇을 해도 대기업이 아니면 

다들 실패하고, 부도나고, 망하게 돼 있어."

"......"

"예를 들어서 중소 기업 하나가 파산하면 직원이 몇명이야?

그들 가족들은 어떻게 돼? 

길바닥아야. 갈바닥.

안기자는 길바닥 인생이 뭔 줄 알아?

노숙자가 하루를 어떻게 사는지 알기나 해?"

"아직 저는  ..."

"서울에만 고시원이 몇개야?

그 고시원에서 사시는 분들이 전부 다 고시공부하냐?"

"그건 ..."

"그 사람들 하루하루 어떻게 살며, 

왜 그들이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봤냐고?"

"죄송합니다."

"누가 안기자더러 죄송하래? 생각하랬죠.

이 주인공이 실패하고 좌절하는 것은 국민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어.

이나라 국민들은 거의 다 실패해본 사람들이니까."

"예에 ..."

"안기자! .. 그럼 어쩌죠? 

우리 이대로 망할까?

당신의 조국이 세월호처럼 가라앉아?

죄없는 학생들 다 죽여?

무슨 일이 있어도 국가는 그들을 절대로 구하지 않아.

그럼 어째야 해?"

"그건 ...."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또 국민들이 이 프로그램을 왜 봐야 하는가?

이걸 쓴 당신이 알아야죠.

그것이 없으니까 내가 컨셉이 없다는거야.

내 말이 틀려?"

"맞습니다."

"안기자가 해야할 일은, 예를 들면

용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그 용기를 되찾게 해줘야지.

주저앉고,  쓰러진 자들을 벌떡 일어서게 하는거야.

아파서 누워있는 자들을 병석에서 벌떡 일어나게 하는거야."

"그걸 제가 어떻게 ..."

"안기자 교회 다니나?"

"아니요."

"기독교인들이 하는 말에 보면

예수가 앉은 뱅이를 벌떡 일어나게 했다며?

장님도 눈을 번쩍 뜨게 해주고?

들어봤어?"

"그건 거짓말 ..."

"그 말이 진짜인지 거짓말인지는 안기자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야.

민일 구라를 치는 거라면 그건 기독교 자체의 문제라고.

안기자는 차라리 .. 그 상황 ... 어땠을지 상상이 가?"

"예."

"이 프로그램이 그렇게 되면 안될까?"

"그걸 어떻게 .."

"우선 상공회의소나 세무서에 가봐. 

이 나라에 하루에 폐업신고하는 기업이 도대체 몇개나 되며 

그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해."

"예."

"또 이들을 위해서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나도 알아와."

"알겠습니다."

"또 있어.

매일 새로 개업신고를 하는 기업은 얼마나 돠나, 

또 그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되나 숫자를 가져와."

"음 ..."

"눈치 챘냐?"

"글쎄요. 알듯 모를 듯."

"우리는 좌절 공화국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거야."

"예에에에?"

"좌절 공화국의 국민은 누구나 좌절한 사람들이야.

그들에게는 매일매일 좌절하는 것이 일상이야.

이 좌절하는 국민들의 대통령으로 이 남주를 내세우는거야."

"흐으음 ..."

"이 남주가 어떠어떠한 노력을 얼마나 어떻게 했는데도 폭삭 망했다. 

그래서 그는 좌절한다.

인정사정 봐주지 말고 아주 처절하게 망하게 깔아뭉개.

안되면 개구라 싸그리 집어넣고 뻥튀기 막 해."

"예."

"그런데 이것은 남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 나라에 평균적인 국민 누구나  하루를 산다는 것이  실제로 이렇다.

기업이 이렇게 망하고, 종업원들 신용불량에 대부업으로 내몰리고,

그들 가족이 어쩌고 저쩌고 ...

이렇게 좌아악 빼버리는거야.

잘나가는 것은 얼마든지 뻥까지 얹어서 보도하지만,

망한거는 절대 보도안하거든.

이번에 망하는거 확실히게 까발리라고."

"그럼 대표수로 남주를 띄우는군요."

"그래야 뒷말이 없지.

얘보다 더 심하게 망한 사람들 많거든.

얘 경쟁자나, 얘보다 더 폭삭 망한 애들도 있어.

그런데 <왜 하필 이아이냐?>고 하면 뭐라고 할꺼야?

안기자 뒷돈 먹었어?

섹스했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예."

"그 다음에 ......

좌절하는 국민들이 정부로 가서 뭘 기대할 수 있나?

기대해봤자 국물도 없지.

이 나라 정부는 잘되는 기업을 키워서 세금을 뜯어가는 것은 기쓰고 하지. 

그런데 망하는 기업은 나몰라라 하거든.

지금 내가 하는 이 말에 공감이 가냐?"

"맞아요."

"그런데 이거는 진짜로 잘 해야 해.

아주 짧게. 작은 소리로. 알있냐?

잘못하면 옷 벗어야해. 너나 나나 짤려."

"그게 기본 메시지 중에 하나인데..."

"걱정 마.

그건 자막의 파워를 이용해.

말은 짧게 금방 지나가버리지만, 우리는 자막을 띄울 수 있어요. 

그 자막 오래 가게, 안내리면 되지. 아니면 여러번 반복해서 띄우든가. 하하하"

"참으로 교활하십니다."

"안그러면 우리가 정부에서 받은 돈으로 정부 욕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으라고?

그 뒷감당은 안기자가 다 할래?"

"그 다음은요?"

"이들이 다시 일어서야 하니까 악몽을 떨궈야지.

이때 세탁소가 뜨는거야.

지난 날의 그 악몽들, 습관들, 망하게 한 이유들, 또 그 기억들

전부 다 비누로 깨끗이 빨고 짜서 없애는거야.

다시 대림질 해서 빳빳하게 세우는거야."

"캬야~ ... "

"이 프로그램이 약이 아냐.

실패하고 좌절에 빠진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 본다고 다 성공하겠냐?

안기자가 이 프로그램으로 그들을 위로하는거야.

그들한테 손을 뻗는거야. 그래서 그들의 손을 잡아주란 말이다.

시청자들 속마음을 아주 시워언하게 해주라고.

그럴 자신 없으면 지금 손 뗘!"

"할께요."

"확실히 해.

이거 방영되는 날 노속자들이 길에서서 전광판 보느라고 도로 다 막아놓고, 교통체증이 일어나게 해. 시청앞 광장에다가 대형 모니터 설치하고, 시민들이 갑자기 구름처럼 몰려와서 이 프로그램을 보느라고 시청 광화문 일대가 난장판이 되게 하란말야."

"명심 또 명심."

"오늘부로 안기자 이름이 안명심이다 할겠나? 하하하

안기자 메시지는 짧고 굵게, 그래서 선명하게 해야 해.

<일어나라, 좌절 공화국의 좌절한 국민들이여!> 뭐 이런 것. 

좀 박력있게 팍팍 좀 해! 알았어?"

안명수는 벌떡 일어서서 허리를 90 도로 굽혔다.

"명심하겠습니다. 선배님."

"기자부에 내가 말해서 안기자를 오늘부터 내 쪽으로 빼올테니까, 괜히 쓸데없이 다른 데 취재 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를 말고, 날밤까서 이거나 해와."

"언제까지요?"

"오늘 밤? .. 내일?"

"에에에에?"

"지금 정신 못차리지? 그럼 이거는 내년에 방영할까? 

오늘 아침 회의에서는 벌써 다음 프로그램 얘기 나온 것을 네가 모르니까 그렇게 한가하지?"

"아, 예. "

"컴퓨터로 작업해와라고 내가 말하면 손으로 쓴 것을 다시 써오라는 말이지?

아니, 그럼 다시 쓰면서 <생각>리하는 것을 했어야지!

이것을 왜 이렇게 하며, 사람들은 이것을 왜 보고 또 왜 안볼까?

보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안보는 사람들은 무슨 욕을 할까?

처음이나 두번째나 똑같으면 뭐하러 두번씩이나 하냐?"

"저는 워드 작업을 말씀하시는 줄.."

"내가 그 자리에서 다시 생각해서 다시 써와 했으면, 안기자가 내 뒤통수에 대고 얼마나 욕했겠냐?

나, 이 드러븐 세상 안기자한테 욕까지 먹어가면서까지 오래 살고 싶은 맘 없거든."

"알겠습니다."

"서있지 말고 언능 가서 햇!"

박PD의 방을 나온 안기자는 심장의 박동 수가 10배는 빨라진 것 같다. 지금까지 막혔던 가슴이 뻥 하고 뚤려버린 것 같다. 안명수를 여고생때부터 지금까지 매일매일 괴롭히는 변비가 싹 없어진 기분이다. 온 몸에 전율이 짜릿짜릿 흐른다. 팬티가 흥건하게 젖는다. 온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그가 원고를 보면서 하나하나 신랄하게 깠을 때 조개가 까발려지는 줄 알았다. 그가 이러이러 하게 해오라고 했을 때, 그의 페니스가 안기자의 동굴 구멍을 허벌나게 쑤시고 박아대는 것 같았다. 그가 그녀를 밖으로 내 몰을 때, 그가 온몸을 뒤틀면서 사정하는 것 같았다. 그에게서 오는 그의 영감을 받을 때 마치 그의 정액을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이렇게 안기자는 마치 그와 섹스를 하고 나온 기분이다.

박PD 가 존경스럽다. 그에게 차고 넘치는 영감이 부럽다. 그날 호텔에서 그에게 몸을 준다고 해도, 또 줬다고 해도 이번 일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을 뻔 했다. 안명수 기자는 백년을 해도 결코 그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 신께서는 전능하시다고 하지만, 안명수에게만큼은 도대체 영감이라는 것을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명수는 자신을 <무영감녀> 로 낙인찍었다.

그녀는 상공회의소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제가 원래 쪽지를 잘 보지 않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쪽지를 우연히 보게됐어요.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글에는 <근친상간> 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저는 이 내용이 조아라 규정에 어긋나는 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무식해서 용감한거죠.

그것은 주인공의 성장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

선정적이거나 가정을 위험하게 할 불순한 의도는 전혀 없었죠.

어느 분께서 신고를 하셨네요.

조아라에서는 저에게 정정요청을 하셨어요

5월 28일까지

1, 3, 4, 5, 6, 8, 

9, 10, 11, 12, 13, 

16, 17, 18, 19, 20,

21 회에 있는 근친 부분을 정정하라고.

변명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걸 다 고치죠?

고민입니다.

이건 글을 완전히 다시 써야하는 수준인데...

단어만 바꿔치기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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