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5 14. 길거리 스카웃 %26 크고 작은 변화들 =========================================================================
정수가 지난 오디션에서 아슬아슬하게 탈락했다는 것을 크고 작은 기획사들이 알았다. 또 정수가 가진 장점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그가 혼자서 거의 독학을 하다시피 음악을 한다는 것이다. 기획사들은 정수를 맡겠다고 에이전트들이 접근해온다.
"요새는 재능이 있다고 뜨는 게 아니라 흐름을 잘 타야 ...."
정수나 경애는 이들이 내 거는 조건에 귀가 솔깃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세영의 충고에 따라서 마음을 비우고 이들을 모두 차단해버렸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섣불리 저들과 손을 잡았다가 노예계약을 맺는 일이 생거나, 정수도 미리 돈에 맛을 들이기라도 하면 그런 일들은 오히려 정수에게는 치명적인 독일 것이다. 정수 역시 자기 혼자 하겠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도 나 혼자 했는걸요."
경애가 같이 머무르는 동안에 경애는 정수의 주변 황경이 정리되도록 하는 일에 힘을 썼다. 정수가 안정된 상태에서 연습하고, 공부하고 또 가게에 나가서 일하는 것을 보아야 마음도 놓이고, 또 그렇게 홀가분하게 포항으로 내려가고 싶기 때문이다.
경애가 과천에서 잘 때에는 정수 옆방에서 잔다. 밤 늦게 외숙모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그와 섹스를 하고 나올 때도 있다. 요새는 더워서 방문을 열어놓고 자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입에다 수건을 물고 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외숙모가 잠들기를 기다리다가 경애가 먼저 잠든 날도 있다. 어떤 날은 아예 정수 침대에서 잔다. 그러면 정수가 자러 들어와서 바로 섹스를 한다.
그런데 경애는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가서 자고 오는 날도 많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기 때문이다. 경애가 고교시절에 성적이 상위권 이었기 때문에, 경애의 친구들도 공부를 잘 하는 애들이 많고, 그들은 지금 서울에 와서 자취하거나 아니면 기숙사에서 살면서 대학에 다닌다.
그 당시에 경애의 인기도 좋았지만, 지금도 이 친구들이 경애를 대하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이들은 경애에게 대학에서 만난 친구보다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가 훨씬 더 가깝고 친하다고 말한다.
경애는 대학에 다니지 않지만, 오히려 그 때 했던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공부한답시고 대학에 쳐박혀 있다면 특히 정수에게 지금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 세상을 살다보면 물론 공부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 그렇지만 그 쪽 말고도, 그러니까 공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들도 많다. 이것은 경애가 대학 밖에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 다니는 자기 친구들이 전혀 모르는 것을 경애가 알고있는 것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예를 든다면 과매기 사업이다. 포항에서는 청어를 과메기라고 해서 먹지만, 경애는 이 과메기를 인터넷을 이용하여 전국 각지에 판매할 생각을 해낸 것이다. 아직 크게 성공을 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전망은 확실하게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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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가 아주 어렸을 때, 포항 근처에 있는 농촌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여름 방학이 되어 경애와 정수가 포항 시내에 있는 외가에 갔다.
하루는 포항 시내를 다니면서 구경을 하는데, 어떤 여자들 두명이 다가왔다. 경애의 눈에는 그 여자들이 너무 예뻐서 영화배우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그녀들의 뒤에는 어깨에 카메라를 멘 남자들 두명이 따라붙었다. TV 에서나 보던 풍경이었이다. 길거리에서 무슨 인터뷰를 하는 줄 알았다.키도 크고 예쁜 여자가 자기들을 소개했다.
"우리는 <선화예능> 이라는 곳에서 왔거든요. 모델, 배우, 탈렌트, 가수 들을 키우는 곳이야."
그리고 경애에게 정수에 이름과 나이 그리고 사는 곳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더니 정수에게 물었다.
"나 예쁘지?"
"예."
"얼마나 예뻐?"
"엄청요."
"예쁜 누나랑 같이 카메라에 찍혀볼래?"
"예!"
정수는 웃으며 좋다고 했다. 정수는 쪼그만게 벌써 그때부터 밝혔다. 남자나 여자나 항상 잘생긴 것이 문제다. 카메라맨이 정수를 처음에는 그녀와 함께, 그리고 또 나중에는 정수 혼자만을 여러 방향에서 찍었다.
그 때 경애도 못생긴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거지같은 예쁜 여자는 경애에게는 찍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경애는 왕재수 같아서 섭섭했지만 동생 정수가 엄청 좋아하므로 정수를 생각해서 꾸욱 참았다.
그녀는 정수와 경애를 그들의 차에 데리고 가서 방금 찍은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CD 에 담아서 경애의 손에 쥐어주었다.
"정수가 워낙 잘생겼거든. 내가 완전 뻑 간거야. 하하"
"나는요?"
"응? 경애? 경애도 물론 잘 생겼지.
그런데 카메라랑은 별로일 것 같아.
우리는 잘생긴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야.
카메라발을 잘받는 사람을 찾아요.
경애는 나중에 20살이 되면 생각해봐."
그 예쁘고 즐씬한 쭉빵녀는 이렇게 개소리로 쓸데없이 경애의 가슴팍에 대못을 질렀다.
그들은 가버렸다. 정수의 입은 귀에 걸렸다. 그들은 나중에 연락 하겠다면서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것이 바로 <길거리 스카웃>이었다. 그들은 얼마 후에 정말로 정수 엄마에게 전화를 했고, 정수는 그들에게 불려가서 오디션을 봤다.
카메라 테스트, 간단한 대사로 하는 연기, 노래, 무대에서 포즈를 잡거나 걷기 등등 ...
그리고 나중에 그들은 경과를 놓고 정수 엄마에게 제안했다.
"저희가 정수를 키워보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그런데 정수엄마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들은 어이없어했다. 다른 집 애들은 학원에 다니면서, 단역이라도 해보려고 뒷돈 앞돈을 퍼쓰면서까지 하려고 덤벼드는데, 정호 엄마는 지금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호박을 걷어찬 것이다.
"머리 속에 든 것이 없으면 되는 일이 없어. 너한테는 공부가 우선이야!"
엄마는 정수에게 공부를 잘 하면 나중에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정수는 엄마랑 새끼손가락까지 걸면서 한 약속을 지켰다. 학교에서는 공부도 열심히 해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또 음악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엄마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엄마가 먼저 저 세상으로 가버린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경애는 정수를 안고 말했다.
"엄마가 엄마 없으면, 누나가 엄마라고 그랬지?
엄마가 바쁘게 가느라고 시간 없어서, 정수랑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거야.
엄마 대신, 그 약속은 이 누나가 꼭 지켜줄께.
앞으로도 공부 열심히 하는거야."
그것이 이 모든 일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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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숙모 세영은 농담삼아 얘기한 것을 실제로 해버렸다. 그녀의 세탁소 이름을 <랏떼세탁소>에서 <아이돌세탁소>로 바꾸었다. 가게 이름을 바꾸기가 쉬운 것이 아니었다. 간판부터 세무관계에까지 그녀는 모조리 해치웠다.
이 세탁소는 클린피아의 체인점이다. 세영의 세탁소에서는 세탁물을 고객들로부터 접수받아서 클린피아로 보낸다. 나중에 세탁이 끝나서 이리로 돌아온 세탁물을 손님들이 찾아간다. 단골 고객이나, 단체 고객, 또 양이 많은 경우에는 배달도 해준다. 고객은 자기 세탁물을 맡기고 나서 2박3일이 지나면 찾아 갈 수 있다.
백화점 영업시간인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세탁소는 영업을 해야만 한다. 이것은 백화점과의 계약이다. 세영은 직원 3명을 두고 있었는데, 1명은 정규직 직원이지만 2명은 아르바이트생이다. 이 지역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고, 정부종합청사가 있어서 직장인들이 많다. 또 부민들의 상당수들은 주말부부들이다. 백화점의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대다수는 여성이다. 이들도 모두 중요한 고객들이다.
세영의 세탁소는 큰 돈을 벌 정도로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밥먹고 살기에는 괜찮다.
세영은 늦어도 아침 9시면 집을 나서고, 30분 후에는 세탁소에 도착한다. 이 시간에 가게 문을 열고 또 보관실을 정리한다.
오픈 직전에는 백화점에서 하는 회의가 있다. 그 층에 있는 매장들의 직원들을 모아놓고 총무과에서 나온 직원이 직접적인 사례들까지 언급해가면서 <친절>을 강요하는 내용이다. 거의 매일 반복되는 것이므로, 오늘이라고 해서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가들이 언론에 흘리는 장미 빛 전망은 팍팍한 현실과는 전혀 다르다. 백화점의 통계는 전혀 다르게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방문자 수, 매출액 등등 ..
회의 시간마다 <요새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다>고 백화점측에서는 울상이다. 그런데 죽는 소리는 허구헌날 똑같다. 단 하루도 좋아졌다는 소리가 없다. 백화점이 그러면 그 안에 있는 매장은 안그런가? 매장이 먼저 알고있는 얘기를 씨부렁댄다.
세탁소의 일은 오전에는 오픈이 끝나고 나면 그렇게 바쁘지 않다. 세영은 직원에게 맡겨두고 외출을 할 여유도 즐긴다. 저녁 때가 되고 퇴근 시간 이후에는 혼이 빠져 달아날 정도로 바쁘다.
정수도 오전에는 집에서 곡을 만들고 또 노래 연습을 한다. 누나 경애가 녹화해 둔 방송 프로그램들도 컴퓨터 파일로 변환시켜서 꼼꼼히 분석한다. 또 인터넷에 떠다니는 각종 동영상들을 모아서 분석하기도 한다. 음악을 틀어놓고 음악을 따라서 흥얼대면서 숨쉬기 연습이나 비트에 맞추어서 몸 흔들기, 기타 연주나 피아노 연주 등등 ... 몇년째 해오는 것이라서 지겹기도 하다.
밥을 오래 먹어서 지겹다고 밥을 안먹고 살 수 있나? 공기로 호흡을 오래 했다고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다. 기본이라는 것은 끝없이 반복해서 연습해야한다. 그것들은 우리의 본능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마치 본능처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음악이 그에게는 만들어진 본능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반복 말고 또 무엇으로 한단 말인가?
점심때 12시가 넘으면 그는 세영에게로 간다. 그의 일과는 세영과 함께 백화점 안에있는 1시에 직원식당에서 또는 푸드코너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식사할 때 마더 세영도 매일 똑같은 소리로 잔소리다.
"서두르지 말고. 가능한 한 여유있게, 우아하게 먹어."
주변의 시선 때문이다. 다른 매장의 직원들, 특히 100명이 넘는 여직원들의 입에 그는 벌써 입방아질의 대상이다. 세영과 사귄다는 말도 생겼다. 뭐 완전히 아닌 것 만은 아니지만.
식사가 끝나면 세영은 정수를 데리고 천천히 각 층의 매장들을 한바퀴 돈다. 하루에 두세개 층은 반드시 한다. 세영은 정수와 같이 걷는 이 시간에 조용히 가슴을 치는 행복을 느낀다. 이렇게 식사 후에 하는 매장 산책을 위해서 정수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주얼이다. 세영의 말에 의하면 그녀가 그를 관리하는 제 1번 품목이 바로 그의 비주얼이라고 한다.
"일단은 백화점 방문자 수를 늘여놔야 우리 가게에도 손님이 늘어.
여기가 바로 <마약 한정수>가 일하는 백화점이라는 소문이 나야 하거든.
또 나중에 정수 네 인기도 지금 미리 생각해봐.
이렇게 지금부터 천천히 씨를 뿌리는거야."
그리고 나서 가게로 돌아오면 가게 돌아가는 것과 보관실 정리하는 것을 배운다. 그러다가 저녁이 되면 세영이 가게를 마감하는 것을 돕고 같이 퇴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