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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0 9. 도울 능력이 되지 않으면 나서지 말고 조용히 있으세요. (10/116)

00010  9. 도울 능력이 되지 않으면 나서지 말고 조용히 있으세요.  =========================================================================

그래서 경애가 고민 중이었는데, 외숙모가 이사를 오라는 말을 할 때에는 귀가 솔깃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애가 정수를 생각해보면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만일 어느 날 일에 지친 정수가 고향 집이라고 내려오면, 그에게 두 다리를 주욱 뻗고 쉴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이다.

정수도 서울에 있는 <기가 예술 대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학교 근처에 원룸을 얻어서 살고 있다.   그런데 그 곳은 학교가 가깝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것 같다. 경애가 정수의 원룸에 어쩌다 가서 보면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우글댄다.

차라리 정수가 외숙모네 집에서 살면서 외숙모의 가게에서 일을 한다면 그는 용돈이라도 해결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외숙모로부터 인생 경험이라는 것을 쌓을 수도 있다. 경애가 자주 그의 원룸에 찾아가서 반찬을 만들어주고, 청소나 세탁을 해주고 하면서 그의 뒤치닥거리를 해준다는 것이 이제는 정수에게 별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 네가 가야 할 길을 내가 먼저 앞서가면서,

너를 위해서 나뭇가지들을 쳐내고, 돌뿌리를 치워주던 시간은 끝난 것 같다. 

내가 네 뒤를 따라가면서 네가 뒤로 넘어지려고 할 때에 

너를 받쳐주는 일도 고만해야 할 것 같아. 

네가 다치지 않고 넘어지지 않을 그런 길을 너는 더 이상 가서는 안돼. 

어차피 이 세상은 끝없는 풍랑의 연속이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 풍랑을 헤치고 자기 길을 간다는 것이 아닐까?

이제 정수 너는 강하고 단단해 져야 해. 

비록 그런 잔가지들이 네 몸을 때리거나, 

네가 돌뿌리에 걸려서 넘어지더리도 

다치지 않을 정도로 강해져야 해.

설사 다쳤다 하더라도 너는 그 상처를 치료할 수도 있어야 해. 

나는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너에게 더 이상은 도움이 안될 것 같아.

아마도 외숙모라면 너를 그런 험난한 길로 내몰아서 

너를 강한 사람으로 훈련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외숙모의 손이야말로 정수를 위하여 믿을 만한 큰 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경애는 마음을 놓고 포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제 그들 남매의 앞에는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 같다. 그렇지만 누나인 경애가 동생에 대해서 아무런 걱정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쨋든 그녀는 동생 정수를 믿어보기로 한다.

정수는 외숙모의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벨을 누르는 그의 마음은 이유 없이 초조하고 두근거린다. 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서 그가 놀랄 판국이다. 외숙모로부터 반응을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길다. 드디어 찰칵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그리고 활짝 웃는 외숙모의 얼굴이 나타났다.

외숙모는 머리를 뒤로 당겨서 질끈 묶고, 무릎 위 허벅지의 중간 쯤에서 끝 단이 찰랑거리는 옅은 초록색의 나시 원피스를 몸에 걸치고 있다. 하아얀 목과 양쪽 어깨, 그리고 양쪽 팔이 시원스럽게 드러나있다. 스파게티 국수가드락만큼 가느다란 끈이 그녀의 어깨에 걸려있다.

아마도 누군가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바라본다면 그 가느다란 끈은 그만 끊어져버리고, 원피스는 그녀의 몸을 미끄러져 내려서 바닥에 사뿐히 내려 앉을 것 같다. 

원피스의 앞쪽은 둥그렇게 깊숙이 파여있고, 게다가 두세개의 단추는 풀려서 좌우로 열려있다. 외숙모의 가슴이 위험할 정도까지 드러나있다. 옆 부분에서도 팔이 나오는 부분이 깊게 파여서 젖가슴의 옆 라인이 훤히 드러난다. 브래지어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더운 날씨 때문일 것이다. 브래지어 대신에 보이는 것이 그의 숨을 막히게 하는 것이다.

정수의 시선은 외숙모의 이마에서 시작하여, 두 눈과 콧날을 거쳐서 붉은 입술까지 바쁘게 스캔 했다. 갸름한 얼굴과 하얀 목덜미를 타고 내려와서, 모습을 또렷하게 나타낸 쇄골로 미끄러져왔다. 그녀의 봉긋한 젖가슴에서 잠시 멈춘다. 허리 아래로 윤곽만 간신히 드러나는 외숙모만의 은밀한 부분과 허벅지가 원피스 밖으로 드러나는 부분까지 도달했다. 두 다리도 시원스럽게 뻗어있다. 발가락의 발톱에 입힌 다채로운 무늬와 색깔들이 불빛에 반짝인다. 이 짧은 시간 동안에 그는 이 모든 것을 해치웠다. 

"정수, 뭐해? 어서 들어와!"

"늦어서 죄송해요."

"괜찮아. 누나는 잘 갔어?"

"예"

"다음부터는 번호를 누르도록 하세요. 1289. 잊지 말고."

"예."

외숙모의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난다. 아마도 샤워를 하고 간단한 화장을 한 것 같다. 현관문을 들어서는데 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남성에 힘이 들어가면서 단단해진다. 그는 가방을 현관 가까이에 내려놓고 외숙모의 뒤를 따라갔다.  원피스는 헐렁한 것 같지만 몸의 굴곡과 윤곽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주었다. 씰룩거리는 엉덩이를 보면서 뒤를 따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거실과 주방에는 밝기가 약한 실내등이 꺼져있다. 그 대신에 창가의 테이블에서는 양초에 불이 타고 있었다. 흔들리는 연약한 불꽃의 모습이 외숙모의 몸을 닮은 것 같다.

테이블에는 와인 병과 그 병에서 뽑혀 나온 코르크 마개 그리고 삼분의 일 정도 레드 와인이 담겨진 유리잔이 있고 접시에는 마른 빵조각과 과일조각들이 있다. 외숙모가 혼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나보다. 

"나도 막 들어와서 씻고 이제 한잔 하려고. .. 정수가 상대해 줄래?"

"불러주시면 저야 고맙죠."

"그럼 가서 씻고 와!"

외숙모는 그에게 욕실을 가리켰다. 정수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찬물 속으로 들어갔다.  하루 종일 땀에 젖어서 찝찝하고 끈적끈적한 몸이 찬물세례를 받으니까 머리 속까지도 개운해오는 느낌이다. 샤워를 끝내고 그는 외숙모가 있는 주방으로 갔다. 

어느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장대비였다. 아마도 밤에 내리는 소나기 같다. 외숙모는 앉지않고 일어서 있었다.  몸을 창 쪽으로 향하고 서서 창 밖을 보고 있다.  그가 다가가자 그녀는 그에게 웃는 얼굴을 보이면서, 그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그의 눈길은 봉긋하게 솟은 그녀의 젖가슴에 꽂혔다.

"정수 너, 들어오면서 비 오라고 하고 왔니?  하하."

"제가 그 말을 했다고 해서 제 말을 듣겠어요? 외숙모 말씀이라면 또 모를까."

두 사람은 건배하고 와인을 마셨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고, 안에는 촛불이 흔들리고 있으며, 촛불 앞에서는 외숙모가 하늘거리며 몸짓을 하고 있다. 나시 밖으로 드러나 있는 외숙모의 어깨나 팔이 가는 것 같다.

외숙모는 여전히 앉지 않고, 한 손에 와인 잔을 들고 아까처럼 창을 향하여 서있다. 그녀의 원피스가 외숙모 뒷태의 굴곡을 요염하게 나타낸다. 테이블의 건너편에 정수도 일어서서 창 밖을 내다보고 서있다. 

정수는 16층에서 쏟아지는 비를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유리창에 빗방울들이 소리를 내면서 부딪쳐와서 서로 어울려서 물줄기가 되어 흘러내린다. 소리가 요란하다. 물줄기가 유리창에서 흘러내리는 것도 요란스러워 보인다. 

갑자기 번개가 번쩍거리면서 방안에서도 번쩍했다. 뒤따라서 천둥이 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외숙모가 깜짝 놀라면서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을 떨어뜨렸다. 

바닥에서 잔이 떨어져서 깨지는 소리가  난다.  깜짝 놀란 정수는 그 테이블을 빙 돌아서 외숙모에게로 갔다.

"외숙모, 움직이지 마세요."

당황한 그는 바닥에 꿇어앉아서 유리조각을 주웠다. 그러나 그는 서툴다. 손에 들고 있는 유리조각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른다. 바닥에는 아직도 크고 작은 유리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정수, 너야말로 움직이지 마."

그가 하는 것을 내려다보던 외숙모가 발을 멀리 내디뎌서 그 위험한 지역으로부터 빠져나왔다. 그녀는 불을 환하게 밝히고, 쓰레기통, 빗자루, 쓰레받기와 걸레를 가져왔다. 

외숙모는 정수가 보는 앞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빗자루질을 한다. 깊이 파인 원피스 앞이 들리면서 젖가슴의 곡선은 물론, 매달린 채로 덜렁거리는 젖가슴이 거의 다 훤히 들여다 보인다. 팔을 뻗거나 몸을 돌리면 옆에서도 보인다. 정수의 심장 뛰는 것이 훨씬 강하고 빨라진다. 외숙모에게 들릴 것 같다.

외숙모가 쓰레기를 쓰레기 통에 담고, 또 쪼그리고 앉아서 걸레를 손에 들고 전부 닦아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외숙모의 옆모습이 정수를 자극한다. 외숙모의 원피스의 아래 단이 허벅지에서 위로 말려 올라가서 허벅지가 시원스럽게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외숙모가 몸을 정수 쪽으로 약간 돌렸는데, 외숙모가 팬티를 입지 않고 있어서, 그녀의 은밀한 그 부분을 덮고 있는 숲이 정수의 눈에 들어왔다. 정수가 기절할 것 같다. 온 몸의 피가 머리와 눈으로 쏠린다. 그런데 외숙모는 바닥에 집중하느라고 모르는 것 같다. 정수는 재빨리 시선을 탁자 위로 돌렸다.

외숙모는 주방의 싱크대에서 걸레를 빨아다가 다시 바닥을 닦았다. 정수가 외숙모를 도우려고 하자, 외숙모는 다친다면서 그를  아예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진공청소기로 수습을 해서 끝냈다.

외숙모가 잔을 다시 꺼내와서 정수는 그녀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외숙모가 와인을 마시기 전에 한마디 했다.

"도울 능력이 되지 않으면 나서지 말고 조용히 있으세요. 괜히 어설프게 돕다가 여러 사람들이 같이 다치는 수가 있어."

"죄송해요."

정수는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보냈지만, 머리 속에서 그를 괴롭히는 것은, 그가 아까 본 다른 장면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외숙모가 탄식을 내뱉었다.

"아~ 어떻해!"

"왜요?"

"밖에 빨래!"

정수의 눈에 잔뜩 찡그린 외숙모의 표정이 들어온다. 외숙모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거실 모퉁이를 돌아서 반대쪽에 있는 베란다로 갔고, 정수도 외숙모의 뒤를 따라갔다. 외숙모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엉덩이가 육감적으로 씰룩거린다. 원피스에 가려진 외숙모의 몸매가 정수의 눈에 들어오면서 범상치 않음이 느껴진다.

베란다의 창문이 전부 활짝 열려있다. 건조대에는 빨래들이 널려있었다. 그런데 장대비가 열린 창문을 통해 베란다로 들어와서 빨래를 다 적셨다. 정수는 급하게 베란다의 창문을 모두 닫았다. 외숙모가 욕실에서 빈 빨래통을 들고 왔다. 두 사람은 흥건한 빨래를 모두 빨래통에 담았다. 정수의 팔과 외숙모의 팔이 스쳤다. 정수의 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 처럼 짜릿하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양말을 줍기 위해서 외숙모가 허리를 굽힌다. 정수의 시선이 벌어진 외숙모의 원피스 안쪽으로 바로 보이는 두 개의  탐스러운 살덩어리를 휘감는다. 정수의 숨이 막혀온다. 빨래를 모아서 통에 담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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