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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7 6. 외숙모 이세영 : 실패를 성공으로 확실하고 분명하게 확 바꾸는거야. 자신 있어? (7/116)

00007  6. 외숙모 이세영 : 실패를 성공으로 확실하고 분명하게 확 바꾸는거야. 자신 있어?  =========================================================================

점심을 먹고나서 그들은 외숙모 <이세영>이 살고있는 과천으로 가야했다. 어제 경애는 이미 외숙모와 전화를 해서 오늘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지금부터 5년 전이니까, 정수는 아직 중학교에, 그리고 경애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정수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외삼촌과 외숙모 이렇게 네사람은 주말에 동해바다로 가서 쉬고 오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들이 돌아오는 길에 경기도 어딘가를 지나고 있었다. 커브길을 돌을 때, 앞에서 갑자기 나타난 대형 덤프트럭이 중앙선을 넘어오면서 이들이 탄 승용차와 정면충돌을 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외숙모 한명 뿐이다. 나머지 세 사람은 사고 현장에서 즉시 사망했다. 그런데 살아있는 외숙모 역시 오랜 시간을 트라우마에 시달려야했다.

이때 정수와 경애의 나이는 15, 19살 이었다. 경애는 고3 이 되기 때문에 수능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때 외숙모는 26살로 결혼 3개월차인 신혼부부였다. 그녀는 이 참혹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에서 회복하면서 아직도 혼자 살고있다. 친정에서는

"나이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다시 결혼 해."

라면서 권한다.  그런데 이세영은 언젠가는 그러겠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말한다.  아직도 그 날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녀는 또 <랏떠백화점>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원래 부부가 같이 했었는데, 이제 그녀가 혼자서 하고있는 것이다. 

그저께는 외숙모도 정수가 결승에서 노래부르는 것과 심사 결과까지를 TV 에서 모두 보았다. 정수가 무대에서 노래부르는 것을 보고 거기에 한껏 몰입해서 빠져들면서 이세영은 생각했다. 

'벌써 정수가 저렇게 컸다니.  ... 세월이 가기는 간건가?' 

사고 이후로 누나 김경애와 외숙모 이세영은 엄청 친한 사이가 된다. 둘은 이제 언니 동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가까운 사이이다.

외숙모네 집에서 정수가 다니는 서울에 있는 대학은 약간 멀기는 하다. 그렇지만 정수는 내년에 있을 다음 오디션을 위해서 다음 학기는 휴학을 하겠다고 경애에게 단호하게 선언했다. 

그래서 경애의 생각은 정수가 외숙모에게 일년간 머무르는 것이다. 외숙모는 어제 전화에서 정수가 원하면 자기는 반대하지 않겠다고 거의 승낙에 가깝게 말했다.

경애가 이런 결심을 한 데에는 심사위원 백영지님이 하신 말씀 중에 <인생경험> 이라는 말이 경애의 머리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누나인 경애가 정수를 더 이상은 싸고 돌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결선에서의 결과가 입증하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스스로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강력한 도구가 아니겠는가?

누나는 외숙모와 전화통화를 해서 오늘 저녁 8시에 <랏떼백화점>에 있는 이세영의 세탁소에서 서 오후 4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들이 세탁소에 도착하자 외숙모가 반갑게 맞아준다. 경애를 보는 세영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여러가지 생각이 순식간에 한거번에 세영의 뇌리를 스쳐간다. 세영은 정수를 바라본다. 누나처럼 그는 챙이 큰 야구모자를 약간 눌러써서 얼굴 절반 정도를 가린 것 같다. 이것이 세영의 눈에 곱게 보이지 않는다.

셋이서 한참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세영이 정수에게 물었다.

"정수 너 왜 모자를 눌러쓰고 다녀?  얼굴을 가린거니?"

"너무 잘생겨서 혹시 테러라도 당할까봐서요. 헤헤~"

"혹시 극성스런 팬들 때문이야?" 

"아직 그정도는 아니거든요. 지금은 너무 햇빛이 강해서 얼굴을 보호해야 ..."

"그럼 너 내 부탁 한가지 들어줄래?"

외숙모는 정수의 야구모자를 벗겼다. 그리고 그를 전신거울 앞에 세워놓고 정수에게 무대에서 취했던 포즈 몇가지를 잡아보라고 했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외숙모는 흐믓한 표정을 짓는다. 

그녀는 경애와 정수를 데리고 백화점 매장으로 갔다. 외숙모가 이들을 데리고 간 곳은 남성복 매장이었다. 그 곳에서 이세영은 조카 정수에게 검정색 슈트를 골라주었다. 무늬가 없는 것과 체크무늬가 있는 것으로 약간 유행을 타는 트렌디하게 그를 꾸몄다.

"외숙모, 저는 이렇게 그냥 청바지에 티셔츠도 되는데요."

"그건 정수 네 방식이고, 내 생각은 달라."

"이번에 결과나 좋았으면 축하 선물로 받을 수 있겠는데..."

"이 못난 녀석아! 나는 네 결과가 나쁜 것을 축하한다. 됐냐? 그래야 네 인생에 발전이라는 것이 있잖아? 너 솔직히 말해봐. 그날 거기서 실패한 것에 대해서 너만 알고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지? 이번에 네가 합격 했다고 쳐보세요. 그 컴플렉스가 너에게 극복이 되겠어?"

"......"

경애는 외숙모와 정수 사이에 오가는 말을 전부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번에 있었던 일이 정수의 마음에 아직  앙금으로 남아있으며 그것은 한동안 그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할 것이 확실한 것 같다.

"한정수!

어깨 펴! .. 고개 똑바로 들고! .. 정신 똑바로 차려!

안그러면 다음에 또 실패야!

한평생을 이런 저런 실패만 하고 찌질하게 살거야?

나중에 저 세상에 가서 엄마랑 아빠를 만나면 뭐라고 말할래?"

"그럴 수는 없죠."

"이 세상은 성공한 사람들 만을 위한 세상이 절대로 아니야.

누구도 실패할 수 있어.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하기가 훨씬 쉬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를 해.

실패는 죄도 자랑도 아니야."

"외숙모님 말씀이 맞아요."

"그렇지만 실패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려는 결심이 확실하게 서야해.

그런데 성공이 어디 결심만으로 되냐? 피나는 노력을 해야죠.

그래야 이 세상이 실패한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실패라는 것이 구렁이가 담을 넘어가듯이 슬그머니 성공으로 바뀌겠니?"

정수의 비쥬얼은 검정 슈트와 흰 와이셔츠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다. 외숙모는  정수가 입었던 옷을 비닐 팩에 담아서 경애에게 들고 뒤따르게 했다. 또 그녀는 슈트에 싸인 정수의 팔장을 끼고 계산대로 데리고 걸어서 갔다. 

"마치 신부를 데리고 결혼식장을 걸어나가듯이 당당하게 걸어!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나 함 보자!"

그들 세사람이 걸어가는데 곳곳에서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마약이다!"

"맞네. 한정수!"

"그런데 옆에는 누구래?"

"둘이 사귀나?"

"그날 분명히 솔로라고 했거든!"

"그런데 사귀는 여자 치고는 쫌 ... ?"

"혹시 알아? 연상필인지."

계산대에서 외숙모로부터 카드를 받은 여직원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해하면서 물었다. 그의 팔을 잡고 있는 외숙모 이세영의 기세는 너무도 당당하여 하늘을 찌를 정도다.

"어머~ 혹시 마약! .. 아! 죄송. .. 하아~ .. 혹시 한정수 아니세요?"

세영은 정수와 경애를 데리고 백화점 내의 모든 매장을 돌아다녔다. 화장품 매장이나 여성용 속옷 매장 쪽에서는 정수에게 싸인을 해달라는 부탁이 들어오기도 했다. 세영이 정수에게 말했다.

"저런 것들이 아마 네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거야. 두려워하거니 겁먹고 피할 필요 없어. 당당하게 나가서 즐겨. 승리라는 것은 말이지, 도전을 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국물 한방울도 없어!"

저녁에 외숙모가 이들을 데리고 저녁 먹으러 갔다. 그 자리에서 경애는 외숙모 이세영에게 정수를 일년간 부탁한다는 말을 다시한 번 했다.

"그럼 정애 너도 아예 같이 오지 그러니?"

"저는 제 친구랑 같이 하는 인터넷 매장이 있어서요."

"그 친구랑 같이 아예 이리로 이사오면 안돼? 인터넷 매장은 노트북만 오면 이사끝 아닌가? 하하~"

외숙모는 일단 정호를 일년동안 맡기로 했다. 그러나 경애에게는 한가지의 조건을 걸었다.

"우리 매장에 나와서 일할 것!"

"예?"

"일요? .. 할게요. .. 뭐~ .. 알바비만 주시면 .. 헤헤~"

"알바비는 다른 매장에서 주는 것의 배로 준다.

잘만 하면 인센티브도 엄청 쎄게 줄꺼고.

그 대신에 찌질한 알바생은 바로 짤리는데. .. 괜찮겠어?"

"헐~ .. "

"정수 큰일 났네. .. 우리 외숙모 눈에 들기가 보통 일은 아닐텐데 ..."

"내가 쫌 ... 하하하~"

그 때 세영의 휴대전화기에서 컬러링이 울렸다. 세영이 발신인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둥 하면서 전화기를 들고 자리에서 나갔다.

한참 만에 돌아온 세영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작 펴있다.

"방금 누가 전화했는지 모르지?"

"네?"

"백화점 총무과장!"

"그런데요?"

"나한테 하는 말이 자기네들한테 정수를 넘겨달래!"

"예에에?"

"내가 뭐라대?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했지?"

"외숙모 생각은요?"

"안돼. 아직은 정수에게 너무 일러."

"알기 쉽게 ..."

"TV 에 몇번 나온 얼굴이라고 해서 홍보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거야."

"그럼 낮은 단가에다가 또 오래 가지도 않는다는 말씀?"

"그렇지. 당장 생가는 돈이 문제가 아냐.

걔네들은 금방 단물을 있는 대로 다 빼먹은 다음에는 버릴거야.

원래 그 바닥이 그래요.

내 생각은, 나가더라도 좀 더 있다가 나가야 해. 알았어?

지금 당장의 목표는 실패를 성공으로 확실하고 분명하게 확 바꾸는거야. 자신 있어?"

"외숙모께서 도와주시면요."

"너만 한다면 나야 당연히 도와주죠. 안한다면 나도 찌를거야!"

"할께요."

"목숨 걸고?"

"예에에에에? ... 목숨을 걸어요?"

"철딱서니 하고는 .. 쯧쯧~

그 바닥이 어떤 바닥인 줄 알기나 해?

몇만 명 중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애들은 겨우 몇명 정도 뿐이야.

걔네들 수명은 얼나나 되는 줄 알아?

네가 목숨 걸고, 하늘을 감동시킬만큼 노력하지 않고 될 거라고 생각해?"

"외숙모, 알겠어요."

"남자나 여자나 얼굴 잘생기고, 몸매 잘빠진 것?

그거는 요새 세상에서는 쫌만 지나면 바로 식상해져버려요.

그럼 또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이야.

또 그 다음에는 그 만큼 잘 생긴, 그보다 더 잘생긴 다른 사람은 없나?

그럼 끝이야! .. 끝!

연예인 중에서 수명이 긴 사람들을 연구해보세요. 그 비결이 뭔가."

정수는 머리카락이 일어서는 것 같다. 방금 먹은 스테이크가 다시 넘어오려고 꿈틀거리는 느낌이다. 그러나 경애는 정수가 오늘 외숙모를 만난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들 남매는 외숙모와 작별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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