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20)

- 어린 시절의 짧은 기억 하나

내가 자란 곳은 적당한 시골이었다. 여기서 적당하다고 하는 것은 완전한 깡촌은 아니고 도심으로부터 가깝게 붙어 있었지만 주변의 환경은 농촌에 가까운, 여름이면 초록으로 물들고 겨울이면 하얀 눈이 뒤덮는 깨끗한 산과 들이 있었기에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연히 놀이는 도시 아이들의 그것보다 시골아이들 특유의 자연친화적인, 그래서 다소 원시적인 놀이들을 즐겼다.

겨울이면 썰매도 만들어 타고 눈싸움도 하고, 여름이면 근처 개울에서 멱을 감기도 하고, 적당히 나무를 잘라 칼싸움을 하기도 하고... 등등.

그 당시 나는 초등학교 5학년, 그야말로 천방지축, 아직 인생에 비극의 그림자를 짐작조차 못하고 뛰놀던 시절이었다. 물론, 사춘기는 아직 오기 전이고, 아마도 프로이드가 말하는 성적 잠복기였을 것이다. 또래 여자아이에게 좋은 느낌은 커녕 그저 장난이나 치고 심술이나 부리는 게 고작인 그런 나이...

당시 나는 엄마와 누나, 그리고 여동생 연이와 함께 살고 있었고 아버지는 집 짓는 일을 하셨는데 당시에는 지방의 큰 공사가 있어서 오랫동안 내려가 계셨다.

그날도 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뒷산에서 칼싸움을 하며 놀았다. 적당한 굵기의 나무를 잘라 편을 가르고 이 언덕 저 계곡을 뛰어 다니며 해저무는 줄 모르고 뛰어 다녔다. 아직 낭만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그 그리운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만 이 글의 성격상 모든 것을 생략할 수 밖에 없음을 용서하시압.

다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언제나 그리운 것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그래서 더욱 그립고 아름다운 유년시절이었음을 고백하고자 한다.

마치, 죽어가는 '케인'(영화, 시민케인의 주인공)이 말하는 로즈버드처럼...

각설하고,

그날 늦게 집에 돌아온 나는 갑자기 사타구니가 가렵기 시작했다.

나는 화장실에 가서 바지를 내리고 아직 여물지 않은 고추와 사타구니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빨갛게 부어오르고 붉은 반점들이 좁쌀만하게 도돌도돌하게 나 있는 것이다. 왜 그런 지 의아했지만 누구에게 얘기하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방에 돌아와 공부를 하고 있었다. 누나와 나, 동생은 책상을 나란히 붙혀 놓고 공부를 하고 엄마는 뒤에 앉아 차분하게 엄마의 할 일을 하시곤 했는데 엄마는 늘, '니들 세 명이 그렇게 앉아 공부하는 것을 볼 때가 제일 행복해'라고 말하시곤 했다. 물론,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장난도 치고 싸우기도 했지만...

공부를 하면서 나는 동생과 누나의 눈에 안띄게 계속 긁어 댔지만 긁으면 긁을 수록 고추가 더욱 가렵고 펄쩍펄쩍 뛸 만큼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계속 긁적이다 보니 엄마가 보기에 이상했던 지 왜 그러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나는 아무 생각없이,

'몰라, 여기가 가려워.'

'여기가 어디야?'

'여기, 고추 있는데...'

그러자, 옆에서 공부를 하던 동생과 누나도 쳐다봤다.

그러자 엄마는 바지를 내려 보라고 했다.

나는 동생과 누나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챙피해서 머뭇거렸지만 엄마는 나를 붙잡아 일으켜 세우고 거침없이 바지를 잡아 끌어 내리는 것이다.

'이 녀석이, 엄마 앞에서 벌써 챙피한 것도 알아?' 하시면서.

창졸간에 엄마와 동생 연이, 누나 앞에 고추를 내놓게 된 나는 당황했지만 그래도 그것은 정확하게 성적인 의미는 전혀 내포되지 않은 부끄러움이었을 것이다.

당시, 누나는 중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어서 아마도 뭔가 달랐겠지만 동생은 나보다 두살 어려서 나처럼 아무 생각없었을 것이다. 하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커다란 다라에 물을 받아놓고 셋 다 발가 벗긴 채 차례를 기다리며 엄마가 씻어줄 때를 기다리며 물장난을 치곤 했었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마도 누나의 가슴이 조금 솟아나기 시작할 때부터, 누나는 우리와 함께 목욕을 하지 않았다.

아무튼, 엄마는 내 고추를 손으로 잡아 이리저리 돌려보며 살펴 보셨다.

고추는 여전히 벌겋게 부어 오르고 좁쌀만한 홍반은 조금 더 커진 것 같았다. 누나는 괜히 어색해져서 고개를 돌리고 공부하는 척 하고 있었지만 힐끔힐끔 쳐다봤고 연이는 아예 드러내놓고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나의 고추를 엄마와 함께 쳐다보고 있었다.

약간 챙피한 생각에 괜히 심술이 난 나는,

'야, 넌 뭘 안다고 봐?' 하며 동생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그러자, 동생은 '피!, 보긴 뭘 봐' 그러며 돌아앉아 공부를 했다.

유심히 내 고추를 살피던 엄마는,

'너 옻나무 만졌니?'

'옻나무? 몰라.'

'너 이 녀석아, 옻나무 갖고 놀지 않았어?'

그제서야 나는 내가 낮에 아이들과 함께 칼싸움을 하던 그 미끈하게 빠진 칼이 옻나무였음을 깨달았다.

'몰라, 아까 애들하고 칼쌈했는데...'

'그러니까 조심해야지. 보니까 너 그 칼 갖고 놀다가 고추를 잡고 오줌을 누면서 오른 것 같애.'

'그럼, 어떻해?'

'어떻하긴, 이 녀석아. 너 이제 큰 일났다. 잘못하면 고추를 잘라야 할 지도 몰라.' 하면서, 내 고추를 장난스럽게 쥐고 흔드셨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가 한 말이 다 장난이라는 걸 알지만 당시의 나는 고추를 자른다는 말에 겁이 더럭 났다.

엄마는 계속 내 고추를 잡고 장난을 치며,

'그러게 애들하고 놀고 나면 꼭 손 씻으라고 그랬잖아.'

나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이거 놔, 가려워 죽겠단 말야.'

나는 재빨리 바지를 끌어 올리려고 했다.

그러자 엄마는,

'자꾸 긁으면 더 가려우니까 잠깐만 참고 있어. 아무래도 밤나무를 삶아서 씻어야겠다. 그리고, 바지 입고 있으면 열이 나서 더 가려우니까 엄마가 밤물 끓일 동안에 이거 벗고 있어.' 하시면서 그냥 내 바지를 팬티와 함께 훌렁 벗겨 버렸다.

당시의 민간요법으로 옻오른데는 밤나무를 삶아서 씻곤 했는데 전에 아버지의 얼굴에 옻이 올랐을 때 밤나무 물로 세수를 하시던 기억이 났다.

엄마는 집 앞의 밤나무 가지를 자른다고 밖으로 나가시고 우리끼리 앉아서 공부를 했다. 나는 두 꼬마숙녀 사이에 고추를 내놓은 채 끼어 앉아 연신 고추를 긁어 댔다.

'많이 가려워?'

공부하는 척 하던 누나는 엄마가 나가자 그제서야 물어보았다.

'응, 가려워 미치겠어.'

'그래도 긁으면 더 가렵다잖아.'

'그럼, 가려운데 어떻게 해, 누나같으면 참을 수 있을 것 같애?'

'어디 봐봐.'

'뭘?'

'어떻게 됐나 보게.'

'보긴 뭘 봐, 남은 가려워 죽겠는데...'

나는 손으로 고추를 가리며 책상 속으로 몸을 더 디밀었다.

누나는 아마도 엄마 앞이라 보고 싶지만 참고 있던 걸 우리끼리 있자, 호기심이 발동한 것 같았다.

누나는 '한 번 봐봐.'

하며, 내 몸을 돌려 앉혔고 연이도 재밌다는 듯 싱글거리며 쳐다보았다.

하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목욕하던 누나가 아닌가.

나는 누나가 나를 걱정해준다는 생각에 마음이 다소 너그러워져 그냥 가만히 있었다. 두 꼬마숙녀는 호기심에 가득찬 눈길로 내 벌겋게 부어오른 고추를 살펴 보았는데 옻에 올랐다는 사실보다 고추 자체에 관심을 가진 듯, 내 고추를 요모조모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었다. 하긴, 같이 목욕을 할 때는 아무 생각 없었겠지만 구체적으로 고추만을 목표로 이렇게 쳐다보는 건 아마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두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며 나도 모르게 고추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발기의 과학적 매카니즘을 이해한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였지만 아무튼 그 당시의 나는 뭔가 뱃 속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기운이 나의 고추를 향해 밀려 나오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러자, 고추는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더구나 옻이 올라서 그런지 내가 봐도 고추가 평소보다 훨씬 더 커지고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커진 고추를 보고 누나는 약간 놀란 얼굴이었다.

'야, 너 고추가 많이 부었다.'

'우와, 오빠 꼬추 진짜 커졌다.'

나는 웬지 약간 챙피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커진 고추가 순전히 옻으로 인한 걸로 아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응, 몰라, 그런가 봐.' 나는 그냥 시큰둥하게 말했다.

연이도 약간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 보았다.

'오빠, 진짜 되게 가렵겠다.'

'그렇다니까, 그만 봐.'

나는 약간 어색한 기분에 심술이 나서 팩 돌아앉아 책상 속으로 몸을 들이 밀었다.

두 사람은, 약간 아쉬운 듯 눈을 떼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지만 나의 고추는 이상하게도 한참 동안 줄어들 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너무 가려워서 곧 다른 생각은 모두 잊고 고추를 긁는데만 열중했다.

그로부터 한참 후, 엄마가 문을 열었다.

'너 빨리 나와, 밤나무 물 다 끓었다.'

나는 고추를 내놓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집 앞에서 자른 밤나무 가지를 이미 삶아 놓고 있었다.

목욕탕으로 들어가자 밤나무 특유의 향이 코를 찔렀는데 그리 나쁘지 않은 향기였다.

엄마는 치마를 걷어 붙인 채, 쭈그리고 앉아 나를 앞에 세우셨다.

그 때 나의 고추는 이미 다시 이전처럼 귀여운 꼬마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너 이 위에도 다 벗어, 다 젖겠다.'

엄마는 내가 위에 걸치고 있던 티 셔츠를 벗기셔서 나는 결국 알몸으로 엄마 앞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가만 있자, 어떻게 하나. 이 쪽으로 앉아 봐.'

엄마는 나의 고추를 씻기기 위해 나를 욕조 모서리에 걸터 앉게 했다.

옆에는 바가지에 뜨거운 고추 삶은 물이 김을 뿜어내 욕탕 안의 공기는 끈적거렸다.

엄마는 먼저 바가지의 물을 손으로 살짝 살짝 나의 고추를 향해 끼얹었다.

순간, 나는,

'앗, 뜨거!' 하며 비명을 질렀다.

하긴, 지금까지 펄펄 끓던 물을 끼얹었으니...

하지만, 엄마는 아랑곳 않고,

'뭐가 뜨겁다고 엄살야, 이 녀석아.' 하셨다.

'뜨겁단 말야, 하지 마!'

나는 화가 나 소리쳤지만, 엄마는 손으로 엉덩이를 철썩 때리셨다.

'뭐가 뜨겁다고 엄살야, 엄살은!'

하면서, 바가지의 물을 손으로 적셔 나의 고추를 닦아 주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엔 뜨거웠지만 곧 익숙해져서 조용히 있었다.

엄마는 밤나무 삶은 물을 나의 고추와 불알, 그리고 그 옆의 사타구니 밑까지 천천히 정성스럽게 닦아 주셨다.

자식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밤나무를 잘라서 물에 삶아 닦아주는 엄마의 손길... 아마도 세상에 이보다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은 없으리라!

나는 천천히 가려움의 고통을 잊고 있었다.

물론, 밤나무 물의 효과가 금방 작용한 것은 아니겠지만 엄마의 부드러운 손길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뭔가 치료 행위라는 생각이 어느 정도의 위약효과(가짜약을 줘도 심리적인 효과로 인해 어느 정도의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것)를 준 것 같았다.

'이 때 밀리는 것 좀 봐. 내일 당장 목욕부터 해야겠다.'

엄마는 때도 밀 겸해서 밤나무 물로 나의 고추와 사타구니를 구석구석 씻겨주고 있었다.

하긴, 엄마 앞에서 때가 밀린 들 뭐가 창피할까?

나는 엄마의 손길에 나의 사타구니를 맡긴 채 한 동안 기분좋은 순간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평화와는 상관없이 나의 뱃 속 깊은 곳에서 뭔가 다시 밀려나오는 기분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엄마가 거의 목욕을 시켜줬지만 이렇게 고추와 불알만을 집중적으로 오래도록 닦아준 적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조금 전 연이와 누나 앞에서 느꼈던 그 묘한 기분이 되살아 나고 있었다.

더불어 나의 고추에도 차츰 힘이 들어가고 아까처럼 점점 커지고 있었다.

나는 뭔가 난처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 상황을 내가 끝낼 수는 없었다. 엄마는 처음에는 눈치를 못채더니 내 고추가 점점 더 커지자 그제서야 뭔가 나의 신체에 변화가 생겼음을 발견하셨는 지 나를 쳐다보고 '픽' 웃으셨다.

'이 녀석, 너도 이제 남자라 이거야?'

나는 당시 그게 무슨 뜻인 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엄마.'

'응?'

'옻 오르면 고추가 커져?'

엄마는 다시 한 번 빙그레 웃고는,

'고추가 커지는 건 옻이 올라서 그런 게 아니라 네가 남자가 되간다는 증거야.'

'그게 무슨 얘기야? 난 원래 남자 아냐?'

'그게 아니고, 네가 어른이 되간다는 증거야.'

'그럼, 어른이 되면 고추가 커져?'

'그래, 어른이 되면 다 커지지. 목소리도 굵어지고, 힘도 세지고, 그리고 이 고추도 커진단 말야.'

하면서, 엄마는 여전히 커진 내 고추를 재밌다는 듯 손으로 조물락거리며 씻겨줬다. 나는 난처한 기분이었고 엄마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연신 빙그레 웃으셨다. 아마도 엄마에게는 나의 고추가 커져봤자,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들로 여기셨겠지.

엄마는 마지막으로 물을 한 바가지 끼얹은 다음에 수건을 건네셨다.

'자, 다 됐다. 내일 다시 씻고 깨끗이 닦고 나와.'

엄마가 밖으로 나가자 나는 벌겋게 부어오른 나의 고추를 내려다 보았다.

'나도 어른이 된다고?'

나는 뭔가 알 수 없는 묘한 흥분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곧 수건으로 몸을 닦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날 밤 밤나무 물의 효과 때문인지, 엄마의 사랑스런 손길 덕분인지 모르지만 나는 여느 때처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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