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개를 살짝 들어 몸을 내려다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내 몸은 끈으로 칭칭 감겨 있어 팔과 다리를 조금도 움직이지 못할 형편 이
었다. 난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팔목과 발목이 아파 왔다
. 조여오는 끈에 의해 난 곧 그만두어야 했다. 그때 엄마와 세영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나란히 방으로 들어왔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난 고함을 지르며 눈을 부라렸다.
"빨리 안 풀어! 빨리 풀어! 죽고 싶어!"
난 발광하듯 핏대를 세웠다. 하지만, 그녀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장난치지 말고 빨리 풀어. 죽고 싶지 않으면."
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약간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지만 내게 돌 아
온 것은... 짝!
"엄마에게 무슨 말버릇이니!"
난 어이가 없었다. 그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왜...왜 이래!"
난 눈을 굴리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곧 엄마가 입을 열었다.
"한동안 고민을 많이 했어. 세영이와 둘이서 상의를 하면서도 절망적인 방법
은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도 했었지만... 너의 행동이나 모든 것들이 우리의
생각을 부채질한 거야..."
"무슨 소리야!"
짝! 다시 엄마의 손이 내 뺨을 때렸다.
"가만히 듣기나 해!"
엄마는 예전 아들을 타이르는 엄한 엄마로 돌아가 있었다.
난 찍소리도 못 내고 그대로 있어야 했다.
"내 아들이니 내가 책임을 져야겠지. 하지만, 너를 이대로 내버려두는 것 은
피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세영이가 아는 한의사에게 부탁을 했 지
..."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단지 그녀들이 이미 나를 어떻게 하기 위
해 모의하고 있었다는 어이없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
"자세한 얘기는 너도 알 것 없고... 세영아. 준비 좀 해줘."
"응. 언니."
세영은 잠시 바깥으로 나갔다가 무언가를 들고 왔다. 한약 같은 것이 들 은
팩 하나와 조그마한 사각 통이었다. 무슨 용도에 쓰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
다.
"일단 약부터 먹이자..."
난 그녀들이 먹이는 약을 삼키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두 사 람이
억지로 먹이는 것을 다 뿌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여자들 의 힘이
라고는 하지만 묶여있는 나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그 후의 상황은 생각하기도 싫다. 사각 통에 들어 있던 것은 침통이었다. 한
의사들이나 쓰는 침통이 어찌 여기에 와 있는지 모르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 나에게 쓰기 위한 것이라는 걸. 내 몸에 여기저기 침이 놓여졌다. 따끔거
리는 느낌이 싫었지만 반항 못 하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후 다시 졸음이 몰려온 것 같았다. 난 벌을 받았다. 하늘이 노해 내게
벌을 내린 것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 지만 하여튼 엄마와 세영은 내게 벌을
내렸다. 어이없게도 난 한동안 반신불구가 되어 지내야 했다. 거기다가 벙어
리가 되어 버렸다. 두어 달 후에 몸을 움직이고 일어서는 것은 어느 정도 회
복이 되었지만 여전히 말을 하는 것은 어려웠다.
거기다 엄마와 세영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내가 조금만 무례하게 굴면 다시
반신불구를 만들었다. 침으로 한방이면 난 주저앉고 말았다. 자연히 입장이
바뀌어 버렸다. 그녀들에게 꼼짝 못하게 된 것이다. 그녀들은 여전히 서로의
몸을 탐닉했지만 내 몫은 없었다. 난 조용히 방 안에 처박혀 기어다니는 꼴
이 되었다. 그러다가 정말 벙어리가 되었다.
엄마와 세영은 일시적으로 그랬다고 했 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난 정말 그렇
게 되어 버린 것이다. 벌을 받은 것은 확실했다. 필요에 의해 그녀들이 내
자지를 원할 때도 있지만 이제 내겐 아무 것도 흥미로울 것이 없었다. 요즘
서서히 다리에 힘도 없어지는 걸 느낀다.
아마 다리까지 부작용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엄마와 세영으로 인해 쉽사 리 옮기지도 못했다. 그저 엄마와
세영의 처분에 움직이는 수밖에는...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