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두 여자의 눈물 (34/45)

 # 34

34화. 두 여자의 눈물

────────────────

“결국 또 해버렸네···.”

“그러게요···.”

“후후. 우리 사이··· 정말 이상하다. 그치?”

은경이 천천히 옷을 걸치는 모습.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은 없었다.

너무도 고혹적이면서 섹시한 은경의 옷 입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녀의 몸에 하나씩 옷이 걸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용준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은경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 다시 친구의 아들과 관계를 맺어버렸다는 생각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걱정이 그녀를 막아섰다.

“휴우···.”

“근데요. 아줌마···.”

“응?”

옷을 입다말고 용준을 돌아보는 은경.

여전히 조수석에 누운 채로 자신을 보고있는 용준의 벗은 몸.

이제는 그 모습을 보고도 민망함 따윈 생기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은경의 눈은 용준의 하체로 향했고, 굵직한 허벅지 사이에 또 다시 뱀이 또아리를 틀 듯 머리를 들고있는 그의 물건을 보는 순간 은경은 이전보다 더 깊은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부족하니···?”

“······.”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용준을 보자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나를 좋아하면 저럴까? 아니, 얼마나 섹스를 하고싶으면···.

재수생이 느낄 스트레스를 알 턱이 없는 은경이었지만 용준의 모습을 보니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그렇게 스커트의 지퍼를 올리는 것도 멈춰버린 은경이었다.

“아버지는요?”

“잘 모르겠다. 일 때문에 나간다고 했는데···.”

집으로 돌아온 용준을 반긴 것은 정숙이었다. 짧은 대답을 한 뒤 방으로 들어서는 정숙의 모습.

전날밤 엄마와 아버지의 모습을 이미 관찰했던 용준이었기에 힘없이 돌아서는 엄마의 뒷모습이 너무도 안타깝고 쓸쓸해보였다.

“엄마···.”

“왜···.”

“많이 힘들죠? 아버지 때문에···.”

“아니야. 엄만 괜찮아. 얼른 씻고 내일 학원갈 준비해야지.”

“네···.”

용준의 목소리에는 자신을 측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순간 그것을 느낀 정숙은 재빨리 안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흐흑···.’

서글픔이 밀려왔다. 그리고 너무도 쓸쓸한 감정이 그녀의 전신을 휘어감고 있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짭쪼름하고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눈가를 촉촉이 적셔갔고, 정숙은 가슴에 손을 얹은 채로 오열하려는 감정을 다스리기 바빴다.

남편에 대한 서운함.

그가 몰래 바람을 피우고 다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신혼 초기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남편의 출장은 잦은 편이었다.

남편이 잠시 한국에 머물던 몇 년간,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나서 연애를 했고, 결혼까지 골인했다.

하지만 그 몇 년의 시간을 보낸 탓인지 남편은 이후 거의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채 해외를 돌아다녔다.

용준을 낳았을 때에는 쿠웨이트에, 용준이 유치원을 졸업하던 날은 중남미 어느 국가에서 한창 무역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아들의 중학교 졸업식 때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비록 참석을 하진 못 했지만 저녁에 귀국한 남편이 온가족을 데리고 중국집에서 식사를 했으니까.

- 원래 졸업식 날은 짜장면을 먹는 거야. 오랜만에 아들 얼굴 보니까 정말 좋구나. 예전보다 키도 꽤 컸구. 너 키가 몇이지?

아들에 대한 애정은 유별났다. 

출장을 간 나라마다 장난감이나 학용품 등을 사서 보내기도 했고, 한국에 올 때는 수집을 해보라면서 봉투 가득 동전을 넣어서 아들에게 쥐어주었다.

하지만 정숙을 위한 선물은 없었다.

달마다 보내는 생활비 외에 아내를 위한 선물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가끔씩 직원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던 정숙이 남편의 불륜을 눈치챈 것은 벌써 수년 전.

미국 출장을 간다면서 집을 나선 남편의 해외 스케쥴은 다음 달이라는 사실을 들었을 땐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차례 더 확인을 하고 나서는 처음으로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흐흑. 흐흐흑···.”

결국 더 이상 눈물을 참아내지 못한 정숙이 오열을 하기 시작했고, 그녀가 뛰어든 곳은 안방에 있는 침대였다.

침대 시트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쏟아내던 정숙. 

몸의 기운을 우는데 쏟아내고 나서야 지친 정숙은 잠이 들었다.

‘엄마···.“

안방 밖에선 이미 엄마의 우는 소리를 눈치챈 용준이 걱정스런 얼굴로 방안을 엿듣고 있었다.

한참동안 눈물을 쏟아내며 흐느끼는 엄마.

그녀가 울다가 지쳐 잠이 든지 한참이 지나도록 용준은 안방 문앞을 떠나지 못 했다.

“사장님.”

“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상만. 

조수석을 지키고 있던 정아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 주말에 집에 좀 다녀와야겠어요. 아버지가 많이 아프셔서···.”

“아버지?”

“네, 병원에 입원하셨대요···. 집에 내려간지도 꽤 돼서···.”

“그래? 음. 할 수 없지. 이번 주말은 너랑 같이 보내려고 했는데. 집에는 일 때문에 나왔다고 해뒀는데 어차피 신경도 안 쓸거라서. 그나저나 아쉽네. 오랜만에 같이 시간 좀 보내려고 했는데 말야.”

“네···. 어, 어머!”

자신의 말을 받아주는 듯 했던 상만.

하지만 그것은 정아의 착각이었다.

조수석에 앉은 정아의 허벅지 위에 손을 얹은 상만은 더욱 거칠게 그녀의 치마를 들춘 후 안으로 파고들었고, 어느새 그녀의 노팬티 허벅지는 완전히 상만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외식을 가자고 하면서 집을 나선 두 사람.

수차례나 정아의 몸을 유린한 상만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노팬티 차림으로 외출을 할 것을 명령했다.

댓가는 백만 원의 현금.

5만원짜리 스무장을 쑤셔넣 듯 침대에 내던진 상만은 그녀가 정말로 팬티를 입는지 안 입는지를 옆에서 지켜봤다.

굴욕적인 기분이 들었다. 그놈에 돈이 뭔지···.

하지만 굴욕감은 차안에서도 이어졌다.

상만의 손이 우왁스럽게 치마 안으로 파고드는 순간 정아는 결국 눈을 질끈 감은 채로 고개를 돌렸다. 상만 마음대로 하라는 표현이었다.

“흐흐. 정말 찰지단 말야. 넌 어떻게 샤워를 안 해도 몸이 이렇게 곱냐? 으흐흐.”

“흐윽···.”

거칠게 허벅지를 주무르고 꼬집는 상만의 손. 

몇 번이나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돈의 힘은 위력적이었다.

상만의 한 손은 핸들에 한 손은 정아의 허벅지에 얹혀진 채로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다리 조금만 더 벌려봐. 마음 편안히 먹구.”

“네···.”

아버지의 입원 소식.

어릴적 시골집을 빠져나와 서울로 올라왔을 땐 지금의 자기 모습을 상상조차 하지 못 했던 정아였다.

가수나 탤런트가 돼서 성공을 하고, 가족들을 서울에 불러 호강을 시켜줄 욕심에 가득 찬 열여덟의 여고생.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간신히 일하게 된 편의점 야간 알바.

하지만 그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정아의 외모를 눈여겨본 편의점 남자 사장.

서른아홉의 노총각이던 그는 야간에 일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그녀를 창고로 이끌었고, 가게 문을 닫은 뒤 그녀를 강간했다.

그렇게 첫경험을 사장에게 준 뒤 밤새도록 울었던 밤.

그 이후 정아는 1년 정도 사장과 사귀는 사이가 되어 반동거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장의 씀씀이가 그리 나쁘진 않았다는 점이다. 정아에게 아르바이트는 물론이고, 섹스를 할 때마다 용돈을 쥐어주던 사장은 마지막에 싸우고 일을 관둔 정아에게 꽤 많은 돈을 퇴직금이라며 입금시켜주었다.

물론 처녀성을 유린당하고 스무 살이 넘게 차이가 나는 아저씨의 침대 시중을 들어야 했던 댓가로는 부족하기 짝이 없었지만 정아는 그 돈과 모아둔 저축으로 서울 변두리에 전세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잠시 고향집과 연락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갑작스런 재개발 소식.

공사에 들어가면서 원주민들은 쫓겨났고, 정아는 얼마간의 보상금을 들고 그곳을 떠났다.

하지만 전세금과 보상금만으로 다른 동네에 집을 얻기는 힘들었다.

일자리 역시 경제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쉽사리 구해지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마주친 몇몇 사람들에게 권유받았던 호스테스 자리.

처음엔 술만 따르고 2차는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혹해서 들어갔지만 결국 돈이라는 존재는 또 한 번 정아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처음 약속과 달리 2차를 가지 않는다며 눈치를 주는 사장과 손님과 술자리를 마치고 2차를 다녀온 주변 호스테스들의 돈자랑이 정아의 욕심을 건드렸다.

그렇다고 헤픈 편은 아니었다. 아무나랑 2차를 나간 것도 아니었다.

나름 잘 나가던 시절에는 억대 연봉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그 돈은 잠시 정아의 주머니를 스쳐갔을 뿐, 모두가 당시 병상에 누워버린 어머니의 병원비로 쓰여버렸다.

어머니의 사망 이후 다시 아버지의 병환 소식이 이어졌고, 이제는 호스테스로서 전성기를 내려오던 정아는 돈을 벌기 위해 상만에게 자신을 맡겼다. 물론 결과는 만족스러웠지만.

“아, 아파요···. 살살, 살살 좀···.”

“흐흐. 가만있어 봐. 까실까실한 게 기분 좋은데?”

정아의 음모를 간지럽히던 상만의 손가락이 장난을 치듯 몇 가닥을 뽑아버리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상만의 장난질에 정아는 아픔을 느꼈고, 그것을 표현했다. 하지만 상만에겐 전혀 심각한 문제도, 신경을 쓸 이유도 없었다.

“팬티를 괜히 벗겼나? 이럴 땐 팬티 위로 만지는 게 더 스릴있는데 말야. 으흐흐.”

정아의 비명을 들은 뒤 잠시 손이 멈춘 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상만은 정아의 엉덩이를 좌석에서 떼어 들어올리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고, 손가락을 음부 안으로 집어넣어 빙글빙글 돌리며 감촉을 즐기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허벅지 안쪽 살을 움켜잡는 상만. 

“헉! 사장님···.”

“으흐흐. 역시 미스박은 허벅지가 대박이야. 이런 게 꿀벅지지. 암. 흐흐흐.”

“아, 아얏! 아아···.”

거세게 허벅지를 움켜잡는 상만의 행동에 정아는 연신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고통스러워하는 정아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결국 상만은 갓길에 차를 세운 뒤 조수석으로 넘어왔다.

“도저히 못 참겠어. 한번 하구 가야지.”

“하아. 사장님···. 아아.”

순식간에 바지를 벗어버린 상만은 은경의 몸 위로 재빨리 올라탔다.

무방비 상태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은경의 모습.

노팬티 상태로 발목을 잡은 채 다리를 벌리고 있는 그녀의 음부를 주시한 채 상만은 발기된 자신의 심볼을 손에 쥐었다.

“흐흐. 박는다?”

“아! 흣! 아아···.”

두 개의 종아리를 끌어당겨 자신의 어깨에 걸친 후 곧바로 합체를 시도한 상만.

잔뜩 흥분한 상태의 상만이었기에 마른 몸임에도 강력한 힘을 뿜어냈다.

엉덩이가 천장에 들려진 채로 강하게 박음질을 해대는 상만을 버텨내야 하는 정아.

끼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연신 흔들리는 조수석 의자 위에 중년 남성의 제물이 되어버린 스물여덟의 청춘이 깔린 채 흐느끼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