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4 13. 야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내 =========================================================================
13. 야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내(6)
휴! 어떻게 되겠지.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니까, 앞일이 걱정돼서 잠이 와야지. 부산 가면 과연 선원증은 구할 수 있을까, 만약 못 구하면 또 철가방을 들어야 하나.
왜 하필이면 그 많은 직업 중에 또 철가방 이냐구?
그럼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열아홉 새파란 나이에 뭘하랴? 그 짓밖에 할 일 더 있겠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방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얼룩진 이불이며, 빨간색 커튼하며, 이런데 가 창녀들하고 그 짓을 하는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잠이 도망가는 거 있지.
에라, 담배 나 한 대 더 때리고 푹 잠이나 자자. 정 안되면 또 철가방 들면 되겠지. 뭐.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편하더군. 담배 한 가치를 천천히 다 피운 다음에 눈을 감았어. 눈까풀이 무거워 지는 것 같은 느낌 속에 천천히 잠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지.
“좀 가만 있어 봐, 왜 이렇게 보채는 거야? 아직 밤새려면 멀었는데……허……헉! 야 좀 천천히 만져라, 다 닳아 없어지겠다.”
“이 썅, 돈주고 하는데 뭐가 이렇게 순서가 복잡하냐.”
살포시 잠이 들려던 참이었어. 가물가물한 의식 속에 옆방에서 웬 남녀가 옥신각신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어. 에이……그, 오천 원 짜리 여인숙이 어련하시겠어. 내가 참을 수밖에. 귀를 틀어막고 반대 방향으로 돌아누워서 다시 잠을 청했지.
“그럼 팁 좀 줘. 내가 확실하게 끝내 줄 태니까.”
“좋아. 이왕 쓰는 거 확실히 쓰겠다. 자 만 원 됐지.”
“그으럼, 됐고 말고. 자기 최고. 쪽! 나 옷 벗을 테니까 자기도 옷 벗어.”
어럽쇼! 이건 뭐야 싸우는 게 아니잖어. 이거 되게 신경 거슬리는데, 그렇지 않아도 난생 처음으로 창녀촌이라는 데를 들어와서 심숭생숭 하고 있던 참이어서 벌떡 일어나 앉았지.
햐! 요것 들 봐라.
호기심이 솔솔 일어나는 기분 속에 우선 담배 한 가치를 입에 물고 벽에 딱 달라붙었어. 여자가 일어서서 옷을 벗는지 팬티가 허벅지 밑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더군. 이어서 두런두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나 했더니 개 씹하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어.
“씨팔 그것도 똑바로 못 집어넣나!. 이리와 봐, 자 여기다 집어넣으란 말야. 으……응……으……응. 허……허……허! 씨팔 또 빠졌네, 야 거긴 만지지 말고 빨리 하란 말야. 엉뚱한 데 만지니까 자꾸 빠지지.”
“너 자꾸 쌍소리 할래? 끝내 주게 해 준다고 해서 팁까지 줬으면 뭔가 메뉴가 틀려야 할거 아냐?”
“씨발 까고 앉아 있네. 겨우 만원 짜리 한 장 던져 놓고, 날 통째로 잡아 잡술 셈이냐. 잔소리 끄고 빨리 시작이나 해.”
“야 씨발 서야 하지, 니가 그런 모습으로 있으니까, 이 물건이 일어스냐?”
“골구로 속 썩이고 앉아 있네. 이리 와 봐! 자 내가 만져 줄게.”
“으……으……으……윽, 싸……싸겠다.”
“자……그럼 빨리 넣어 봐. 응!응!응!응!……헉헉헉, 아! 여……여보. 여보…… 쌌냐?”
이게 뭐야 남자가 하는 소리는 안들 리고 여자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더니 끝났잖아. 거! 기분 되게 묘해지더군. 쩝쩝 마른 입맛 만 다시면서 다시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지.
“야! 쌌으면 그만 이지 뭘 또 주접 거리냐. 빨리 잠이나 자빠져 자, 나 잠깐 씻고 들어올 께.”
“너 다른 놈팽이 받으러 가는 거지? 안 씻어도 되니까 내 옆에서 자.”
“어쭈구리, 니가 내 서방이라도 돼냐. 밖에도 못 나 가게 막게?”
“무슨 소리야. 일단 오늘밤에는 내가 돈을 줬으니까. 내 여자나 마찬가지 아녀.”
“서방님한테 잘 보이려고 수돗가에 가서 씻고 들어온다고 했잖아. 담배 한 가치 피울 동안 씻고 들어 올 테니까 안심 끊고 어서 담배나 피워. 불 붙여 줄까?”
“좋아. 그럼 너 담배 한가치 다 피울 동안 안 들어오면 돈 물려 줘야 한다.”
“제발 어린애 같은 짓 좀 하지 마라. 넌 정의사회구현 이란 말도 안 들어 봤냐.”
이어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나더군. 도대체 어떡케 생겨 먹은 쌍판이길래, 그렇게 입이 험하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슬쩍 밖으로 나가 봤어.
“어머 오빠!”
햐! 벽으로 통해서 목소리를 들을 때는 갑순이나, 순자 말자 정도만 생각했는데 껌을 짝짝 씹으면서 나오는 창녀 얼굴을 보니까 이 여자는 최진실 저리 가라 였어. 나를 보더니 친정어머니 보는 듯이 활짝 웃는 얼굴로 팔짱을 짝 끼면서 내 방으로 후다닥 들어오는 거 있지.
“어어어!”
나는 엉겁결에 그 년을 데리고 내 방으로 들어 온 꼴이 되고 말았어. 그랬더니 이 년이 글세 이불을 쭉 피더니 옷을 훌훌 벗는 거였어.
“어어어……얼씨구?”
나는 또 한번 놀랐어. 얼굴값만 하는 줄 알았더니 몸매는 502 호 여자는 저리 가라 아니겠어. 순간 혼란이 오더군. 조금 전에 옆방에서 불여우처럼 깽깽거리던 여자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어.
“오빠, 이만 하면 끝내 주는 몸매 아니우?”
그년의 말은 재수 없게도 틀리지 않았어. 뭐? 끝내 주는 여자가 왔는데 왜 재수 없는 여자라고 하느냐구? 야, 야! 혜미야 너도 한번 생각해 봐라. 내가 아무리 여자한테 굶주렸다 하지만…… 하긴 굶주린 것도 아니지. 낮에 502호 여자한테 그렇게 땀을 뺏는데 굶주린 게 아니고 배 터질 지경이지.
좌우지간 그 여자가 아무리 끝내 주는 여자라 하지만, 불과 몇 분전에 옆방에서 그 지랄을 떨었는데 뭐가 좋다고 끌어안을 기분이 나겠냐. 그러니까 결론은 재수 없는 년이지.
“난, 너하고는 안되겠고. 너 비슷한 년 한 명 불러와 봐라.”
견물생심이라고 했던가, 여관비가 아까워서 쩔쩔매던 나였지만 막상 여자의 반나체를 보니까. 생각이 바뀌더군. 그래서 점잖게 체인지파트너를 외쳤지.
“엄머머, 오빠 이상하다. 나 면 나지, 나처럼 생긴 여자가 어딨우. 이래봬도 이 집에서 나 만한 여자 없다우. 그러니까? 빨리 하자아앙……응?”
이 여자가 노골적으로 안겨 오며 내 물건을 주물럭거리는데 참말로 미치겠더군. 몸매가 미워, 팔등신으로 좌악 빠졌지. 화장기 없는 얼굴에 가느다란 목, 거기다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젖가슴에 잘록한 허리. 참말로 끝내 주더군. 하지만 싸나이 의리가 있지.
“야!…… 네 년이 방금 저 옆방에서 깽깽거리는 거 다 봤어. 그런데도 널 품을 수 있겠냐. 그러니까 두 말 할 것 없이 다른 여자 보내.”
말을 해 놓고 보니까. 좀 아깝기는 아깝더군 하지만 그때도 내가 건달 기질이 있었는지 의리상 기꺼이 양보하기로 했지.
“아잉, 오빠아! 그러지 말고 나하고 해. 응? 내가 끝내 주게 해 줄게. 알았지.”
“너 자꾸 똑같은 말 두 번씩 하게 만들래. 니가 정 안 불러오면 내가 저 벨 누른다.”
씨펄! 날 꼬셔다 방에 처박은 아줌씨가 그 벨이 필요하면 누르라고 할 때 코웃음을 쳤던 것이 떠올라서 쓴웃음이 나오더군. 그때 였어. 내가 교체를 요구하자 이 여자가 두 어 발자국 물러서더니 나를 착 꼬나보는 거 있지.
“야! 이 새꺄. 니가 날 언제 봤다고 야, 자를 트냐. 그리고 다른 여자면 다른 여자지. 나 같이 생긴 여자가 어딨어. 재수가 없으려니까……”
여자가 옆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인지 고함은 지르지 못하고 날 째려보며 입에 거품을 물잖겠니.
허! 참 한마디로 열 받더군.
“어쭈구리. 그래서?”
너무 기가 막혀서 상대하기가 싫더군. 방바닥에 주저 않으며 담뱃불을 붙였지. 그리고 나서 이불에 기대어 비스듬히 누우며 코웃음을 쳤어.
“나도 너 같은 놈은 화대를 트럭으로 한 차를 같다 줘도 가랑이 안 벌려. 짜샤, 분수를 알아야지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르지만, 사람 잘못 봤어.”
“우끼지 말고 빨리 꺼져. 알았어? 괜히 열받게 해서 해드 나가지 말고.”
“어쭈? 그래 마침 잘됐다. 어디 꼴 같지 않은 짱구한테 머리통 좀 깨져 보자.”
이 여자가 술을 처 먹었는지, 아니면 약을 먹었는지 모르지만 입에 거품을 물면서 내 앞으로 머리를 디밀더군. 그런 꼴을 보고 있으려니까 열통이 뻗치더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허리를 일으켜 세웠지.
“야! 이 삼순아 내가 삼 년을 굶었드래도, 싸나이 체면이 있지. 조금 전에 옆방에서 개수작 부리고 나온 여자하고 어떡케 하냐. 그러니까 군소리하지 말고, 빨리 다른 여자 보내.”
“아하! 의리의 사나이 용팔이가 여기 또 있네. 야! 옆방에 있는 놈팽이가 내 서방이냐. 내 서방여? 난 돈 만 주면 자동 빵으로 가랑이가 벌어지는 전문 직업인이야. 그러니까, 빨리 하자. 응?”
여자가 그때서야 약간 감탄하는 표정을 짓더니 목소리를 누그러트리며 내 옆으로 착 달라 붙는 거 있지. 하지만 이미 난 꿩새 울었거든. 그렇지 않아도 체인지 업 하려고 했는데 뭐가 좋겠다고 그때서야 히히덕 거리겠어.
“빨리 나가, 옆 방 손님 입에 거품 물고 달려오기 전에.”
내가 점잖게 한마디 할 때 였어. 방문이 덜컥 열리는 가 했더니 검은색 뿔태 안경이 돋보이는 사내 한 명이 턱 버티고 서는 거였어. 한 마디로 가슴앓이 환자처럼 허약해 보이는 사내는 너무 기가 막힌지, 창백하도록 하얀 얼굴의 근육을 꿈틀거리면서도 말을 잇지 못하더군.
“어머 오빠!”
여자가 똥 씹었다는 얼굴로 나와 사내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옷을 줄줄 껴입더군. 줄줄 껴입는 다는 건 어폐가 있고 그냥 팬티만 입고 있는 차림에 포대 같은 잠옷을 껴입더니 해해 웃는 거 아니겠어.
“넌 나하고 약속을 어겼어. 분명히 담배 한 가치 피울 동안 씻고 들어온다고 했지.”
사내가 비장한 각오로 독백을 하는 것처럼 내 뱉고 나서 여자를 노려보더군.
“어머머, 나 지금 들어갈려고 했단 말야.”
“늦었어. 이미 차는 떠나갔단 말야. 넌 날 배신했어. 넌 배신자여. 알어?”
사내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여자를 손짓하더군. 그 순간 여자는 너무 기가 막히다 는 듯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어. 그런가 했더니 나를 쳐다보고, 제 왜 저래. 혹시 또라이 아니감?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더군.
“내 앞에서 수작이 안 통해. 넌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나는 돈을 환불받을 권리가 있어.”
“뭐? 너 시방 환불이라고 했냐? 음머머! 삼촌, 오빠, 엄마, 이모, 경수야, 을수야, 청수야 제가 환불을 해 달래요.”
여자는 자기가 잘못한 게 있어서 인지 처음에는 조용히 끝내려고 했나 봐. 그러나 사내가 워낙 비장한 각오로 나오니까. 슬며시 열이 뻗쳤던지 갈갈거리며 사내를 비웃는 거 있지. 이런 상황이니 사내가 열 안 받게 생겼어.
“야! 창녀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라.”
어! 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 사내가 열 받은 것은 이해 할 만도 하겠지만 좀 심했다 싶었거든.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갈갈거리며 웃던 웃음을 뚝 그치더니 살이 떨리는지 바르르 떨면서 도끼눈으로 사내를 노려봤어.
“이봐요. 형씨, 웬만하면 참으쇼.”
잘 하면 스트레스 한 번 풀려 왔다가 피 터지게 싸움 나게 생겼더군. 그래서 점잖게 사내를 훈계했지. 물론 그때는 그렇게 말을 못했지. 열아홉 나이 수준답게. 웬만하면 아저씨가 참지 그래요 라고, 젖내가 풀풀 풍기는 말로 타일렀지.
하여튼 내 말은 사내의 귀에 들리지 않았나 봐. 사내는 여전히 분노하는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어. 그렇다고 여자가 내 말을 들었다는 건 아냐. 여자가 여전히 살이 떨리는지 부르르 떨고 있나 했더니 도끼눈을 뜨고 사내에게 달려들었거든.
“어……이 년이 사람을 친다!”
“야 이 새꺄! 창녀는 인간도 아니더냐, 너 같은 놈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은 여자도 존재하는 거야. 어디 맛 좀 봐라.”
여자가 사내의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했어. 사내는 머리를 잡힌 체 버티면서 발광을 하기 시작했어. 여자를 발로 차는가 하면, 주먹질을 해 되기 시작했어.
“아이고, 사람 살려! 이 새끼가 사람 친다.”
사내가 아무리 연약하게 생겼다지만 뼈대가 있지. 더구나 흥분한 끝이라 아랫배니, 젖가슴이니, 등짝이니 사정을 봐 주지 않고 마구 두들겨 패고 있는 실정이니 여자가 배겨 날수 있겠어.
처음에는 죽어도 머리카락을 놓지 않을 것 같더니 나중에는 여자가 데굴데굴 구르면서 발악발악 고함을 지르기 시작하더군.
“네 년이 먼저 달려 들었잖아…….시펄!”
사내는 사내대로 시뻘겋게 달아 오른 얼굴로 입에 거품을 물고 고함을 지르며 난리를 피웠어. 그때 였어. 떡대가 이따만 놈 두 놈이 나타난 것은.
“형씨, 뭐요? 왜 사람을 이렇게 개차반으로 만들어 놓는 거요?”
나이는 겨우 스무 살 안팎으로 보이는 놈이었는데, 목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곰같이 생긴 놈이 사내를 턱턱 밀어붙이며 시비를 걸더군.
“저 년이 나하고 긴 밤 자기로 해 놓고, 이 방에 와서……”
사내는 곰같은 사내의 덩치에 질렸는지 뒷걸음을 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어.
“야 이 년아! 너 또 약 처먹었냐? 빨리 안 일어나.”
곰 같은 사내 뒤에 서 있던 사내는 머리카락을 노랗게 염색한 사내 였어. 그 놈이 복도 바닥에 침을 찍 내갈기는 가 했더니 여자의 옆구리를 퍽 소리가 나도록 차 버리는 거 있지.
“아이고! 너 까지 사람 치냐. 네가 약을 언제 먹었다고. 아이고……”
“어쭈구리, 귀신 눈을 속이지 내 눈을 속여? 빨리 안 일어나. 안 일어나면 밟아 버린다.”
노랑머리가 금방이라도 얼굴을 밟아 버릴 듯한 기세로 발을 치켜올리자 여자는 내가 언제, 뒹굴었나 싶게 벌떡 일어나더니 쏜살 같이 꼬리를 감추더군. 남은 것은 안경 쓴 사내와, 곰과 노랑머리 였어.
“일단 병원으로 가 봅시다.”
곰이 사내의 멱살을 가볍게 움켜쥐고 설래방을 놓더군. 그러자 사내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어.
“내……내 말 좀 들어봐요. 저 년이 금방 들어 온 다고 해 놓고 이 방에 와 있었단 말이요. 저 손님한테 물어 보면 알 겁니다. 손님! 내 말이 틀림없죠.”
“난 모르는 일이요.”
생각 같아서는 사내의 말이 맞다고 하고 싶었지. 하지마 내가 그 아사리 판에 끼여들 필요가 있겠어. 또 사내의 말이 맞기 때문에 별 일 없을 줄 알고 슬쩍 외면을 했지.
“하긴 손님은 날 안 봤으니까. 모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년 한테 물어 봐요. 제 년이 나한테 롱 타임 값 받고 나서도 쉽게 응해 주지 않길래 팁까지 달래고 해서 줬으니까 딴 소리는 안 할 겁니다.”
“허허! 이 자식이 사람 말을 못 알아듣네. 야 이 새꺄! 그렇다고 사람을 개 패듯 패!”
곰이 기가 막히다 는 얼굴로 노랑머리를 바라보면서, 이 놈을 어떡케 하면 좋겠냐는 듯한 말을 표정으로 묻더군.
“누가 사람을 쳤단 말이요. 난 좋게 말하려고 했는데 그 년이 내 머리카락을 붙잡고 놓지 않길래 정당방위를 한 것뿐이란 말이요.”
“뭐? 정당방위? 그거 슈퍼에서 파는 거냐 얼마짜리냐, 도대체?”
곰이 노랑머리에게 묻더군. 그러자 노랑머리는 슈퍼에는 안 팔고 약국에서 파는 거라며 킬킬거렸어.
“그건 저 손님 말이 맞소. 나도 봤으니까.”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니까. 잘 하면 사내가 코피 나게 얻어터지고 쫓겨나게 생겼더라구. 그래서 내가 어깨를 턱 피면서 한 마디 했지. 순간 곰하고 노랑머리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더군. 마치 넌 어디서 굴러먹다 온 말 뼉다귀냐 하는 표정으로 말야. 그렇다고 내가 기 죽을 놈 아니잖겠어.
“나도 손님이요. 아직 여자를 부르지 않았지만 이집 손님이란 말이요. 같은 손님 입장에서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내 이 두 눈깔로 똑똑히 본 대로 말 한 것뿐인데 왜 그런 눈으로 쳐다 보는거유.”
아! 내가 생각해도 똑 소리 나도록 한마디했지. 솔직히 가슴은 떨리긴 했지만 원양어선 타러 가는 놈이 그만한 깡다구도 없으면 되겠어 피 터지게 얻어 맞을 각오로 두 눈깔을 치켜 떴지.
“손님, 내 말이 맞죠. 그쵸? 이봐요. 저 손님도 여자가 먼저 내 머리끄덩이를 잡아 당겼다고 하지 않습니까.”
내 말을 들은 사내는 천만 응원군이라도 만난 듯이 얼굴을 활짝 피며 곰에게 말했어.
“좋소. 그럼 없던 걸로 하고 화대하고, 치료비는 쎔쎔으로 합시다.”
그때서야 곰이 심통 사나운 얼굴을 지우지 못한 체 슬그머니 사내의 멱살을 놓으며 퉁퉁 부은 얼굴로 타협안을 제시하더군. 사내가 이건 또 어느 나라 법이냐는 듯한 얼굴로 나를 보고 지원을 요청하더군.
“여자 치료비도 있으니까, 화대 물려받을 생각은 한강에다 버리고 그냥 가 달라는 군요.”
“제기랄!”
사내는 그때서야 자신이 매우 운이 없는 사나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꼬랑지를 내리더군. 그러더니 자기가 있던 방으로 들어가서 잠바를 걸치고, 개똥에 미끄러진 얼굴로 씨불씨불 거리면서 밖으로 나갔어.
자! 가슴앓이 환자가 그렇게 퇴장을 하고 나니까 여자 생각이 나겠어? 그래서 여자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잠이나 자야 갰다며 해드를 눕혔을 때 였어.
“어머! 오빠 벌써 잘려구?”
얼씨구. 이건 또 어디서 굴러먹던 여자야. 하지만 세숫대야는 반반한데 라고 생각하며, 막 눈을 감으려고 할 때 였어.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조금 전에 보다 더 예쁜 여자가 불쑥 들어오는 거 있지.
“내 이름은 영자야. 영자? 어떤 노인이 그러는데 옛날에 영자의 전성시대란 영화가 있었다면서? 거기서 나오는 영자가 아니고, 영자신문 할 때 영자야. 영자! 한마디로 뉴- 영자지. 후후, 나 꽤 유머스럽지. 그치? 오빠.”
“썰렁한데.”
혓바닥에 오토바이 엔진을 달았는지 저 혼자, 북치고 장구를 친 영자라는 년은 조금 전에 불여우 가 그랬던 것처럼 내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옷을 훌렁 벗어 재끼더군. 그런 모습을 보는 순간, 이 집 여자들은 옷을 벗지 못하며 두드러기가 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구.
“햐! 너 이거 비료 주고 키운 거냐? 아니면 자연산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