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 A (4/14)

4. A

시연은 억만을 따라 억만이 재학중인 대학으로 향했다.

인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남녀 두 명씩 짝을 이뤄 두 사람 중 한 명이 속한 대학으로 찾아가 설문지를 작성하는 거였다.

시연은 억만의 요구에 시달리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다.

억만도 그걸 아는지 학교로 향하는 전철 안에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채 시연을 쉬게 해줬다.

시연은 맞은 편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침에 전철역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억만이 엉덩이를 만지자 시연은 벌떡 일어서며 억만을 노려봤다.

“억만씨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건가요?”

“난 그런 적 없는데.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알려주고 싶고 가끔 부탁도 하고 싶고 그런건데. 그런 사이를 원한 거 아닌가? 비밀도 공유하고 서로 부탁하는 사이 말이야. 엉덩이 만진것 때문에 그래? 미안, 미리 부탁했어야 하는건데 순서가 바껴버렸네. 사실 니 엉덩이, 널 처음 본 순간부터 만져보고 싶었어. 아까 그 놈한테도 마음대로 만지게 하길래 더 가까운 나는 괜찮은 줄 알았지.”

“자꾸 이러면 경찰에 신고할거에요.”

“신고? 그걸 원해? 그럼 그렇게 하자. 내가 도와줄게. 아까 니가 당할 때 증거로 제출하려고 다 찍어 놨거든. 녀석들 얼굴 다 나오니까 바로 잡아들일 수 있을거야.”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에요? 그걸 다 찍었다고요?”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찍었어. 니가 신고한다고 하면 도와주려고 말이야. 어때 고맙지? 빨리 신고해서 당장 잡아들이자고. 대신 아까도 말했지만 꽤 힘든 일들을 감당해야 할 거야. 아주 무서운 놈들이니까. 너랑 니 가족이 바다 속에서 가족모임을 할 수도 있어. 괜찮겠어?”

“그만해요. 무슨 의미인지 알았으니까. 그걸로 날 협박하는거죠? 원하는 게 뭐에요? 억만씨도 나랑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해 주면 그 영상 없애줄건가요? 어차피 한 번 당했는데 두 번은 못하겠어요?”

“싫은데.”

“싫다뇨? 그걸 원한 거 아닌가요?”

“싫다니까. 아까 그 놈이 어떤 병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미쳤어?”

“내 몸이 더러워져서 싫다는 거군요. 그럼 나더러 어쩌라는 거죠? 도대체 뭘 원해요.”

“내가 질릴때까지 내 장난감이 되죠. 생각보다 단순한 일이야. 넌 그냥 내가 시키면 무조건 하면 되는 거야.”

“그런 게 어디있어요? 시킨다고 내가 할 거 같아요?”

“해야지 어쩌겠어?”

“안 하면요?”

“방법은 많아. 첫째, 아까 말한대로 이 영상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한다. 둘째, 앞 뒤 다 자르고 니가 ‘해줘요'라고 하는 부분부터 잘 편집해서 회사 게시판에 올릴거야. 그걸로 만족못하면 니 가족을 포함해 니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보내줄게. 에잇 귀찮다. 어떻게 일일이 다 찾아서 보내냐. 그냥 인터넷에 올려 버리면 순식간에 알아서 퍼질거야. 니가 생각해도 그게 편하겠지? 인터넷에 퍼지면 경찰들도 알아서 조사할거고 그럼 그 놈들도 잡고 일석이조겠네. 안 그래?”

시연은 순간 머리가 멍해지며 다리가 풀렸다.

억만은 주저앉는 시연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옆에 앉혔다.

손은 다시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고 정신 나간 듯 앉아있는 시연의 귀에 속삭였다.

“처음엔 힘들겠지만 너도 좋아하게 될 거야. 잊지마. 한 번이라도 거부하는 순간 니 인생은 끝장이라는 걸.”

시연은 억만의 학교에 도착한 뒤 힘을 내서 일에 집중 하기로 했다.

퇴근시간 전 까지 설문지 100장을 채우려면 정신없이 뛰어야 가능할 것 같았다.

설문지의 장 수도 많은데다 한 명씩 일일이 작성하다보면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다.

일단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야 했다.

“황억만씨. 어딜가야 사람들이 많이 있죠?”

억만은 씨익 웃으며 계속 걷기만 했고 시연은 뭔가 생각이 있겠지 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억만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으로 가는 대신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느 교수실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억만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연은 영문도 모른 채 따라 들어갔고 교수실 안에는 얇은 돗보기 안경을 쓴 노교수가 앉아 있었다.

노교수는 억만과 시연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학점 때문에 왔습니다.”

“학점 얘기라면 돌아가.”

“이번에 졸업해야 하는데 교수님이 강의하신 교양과목 때문에 힘들것 같습니다.”

“그건 자네 사정이고. 그런데 옆에 저 친구도 학점 때문에 왔나?”

“아니요. 제 여자친구인데 우리학교 학생은 아닙니다.”

“저렇게 예쁜 애인도 있으면서 공부는 왜 안 한거야? 금방 수업 들어가야하니까 돌아가.”

“사실 저 친구도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교수님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받았으면 합니다.”

“내가 왜 그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그냥 해달라는 거 아닙니다. 저희 부탁을 들어주시면 답례하겠습니다.”

“답례라. 뭘 해줄 수 있는지 들어나 볼까?”

“교수님, 의자를 뒤로 좀 빼 주시겠습니까?”

교수가 앉은 의자와 책상사이에 공간이 생기자 억만은 시연을 그 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어리둥절해하는 시연에게 명령했다.

“책상 위로 엎드려.”

시연은 그제야 억만의 의도를 이해했고 시키는대로 책상 위로 엎드렸다. 처음보는 늙은 교수에게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자신이 수치스러웠지만 눈을 감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저는 밖에 있을테니 다 끝나시면 부르세요.”

그말을 남기고 억만은 밖으로 나갔다.

교수의 손이 엉덩이를 쓰다듬기 시작하고 부터 사정을 하고 떨어져 나가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교수가 의자에 앉아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하는 사이 시연은 책상 위의 티슈를 뽑아 교수의 배설물을 닦고 발목까지 내려가 있는 팬티와 스타킹을 끌어 올렸다.

“그 사람 불러 올까요?”

시연은 교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돌아선 채 물었다.

“기다려 봐.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워. 수업시간에 쫒겨 서두르는 바람에 재대로 못 즐긴거 같아. 수업시간은 다 됐고 그냥 보내기는 아쉽고 이를 어쩐다. 학생들 설문이 필요하다 그랬지?”

“네.”

“작성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네.”

“성의 있게 제대로 작성하려면 좀 걸릴 거에요.”

“당연히 성의 있게 작성해야지. 이걸로 오늘 수업을 대신하면 되겠군.”

교수는 설문지 꾸러미를 들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자네 애인이랑 강의실 좀 다녀올 거야. 내가 돌아 왔을 땐 아무 것도 안 걸치고 있으면 좋겠어. 햇살도 좋은데 창문 쪽에 서 있으면 어떨까? 금방 올 거니까 서둘러 줘. 아참. 구두는 안 벗어도 되는 거 알지?”

시연은 그가 시키는대로 옷을 벗어 책상 위에 올려 놨다. 구두만 신은 채 전신거울에 비친 자신을 봤다. 아름다운 여인이 슬픈 얼굴로 서 있었다. 아름답지만 더러운 여인이었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밖을 내다보니 수 많은 젊음들이 캠퍼스를 누비고 있었다. 이 방을 나가 저들 속으로 숨고 싶었다. 태수에게 안겨 펑펑 울고 싶었다. 더럽혀져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것도 안 입은 채 다른 남자를 기다려야 했다. 또 다시 더럽혀지기를 기다려야 했고 현실은 금방 찾아 왔다.

늙은 교수는 아까처럼 서두르지 않고 시연의 몸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관찰했다. 그의 손이 이곳저곳을 만져대자 시연은 자신이 마치 팔려 나온 짐승 같이 느껴졌다.엎드리게 한 뒤 엉덩이를 벌리고 수치스러운 곳을 들여다 볼 때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자네 하는 거에 따라 점수를 주겠다고 하니 자네 애인이 이 말을 꼭 전해달라더군. A 를 받지 못하면 화가 많이 날 거라고. 그럼 어디 학점 좀 올려 볼까?”

교수는 슬리퍼에 검은 양말만 남기고 옷을 모두 벗었다. 마르고 쭈글쭈글한 몸이 보이자 옷을 입었을 때 보다 더 나이 들어 보였다. 그는 시연을 쇼파에 눕게 한 뒤 놀이를 계속 이어갔다. 시연의 몸은 그의 침과 땀으로 덮혀갔고 그의 까칠한 손이 얼굴을 만질 땐 찌들고 역한 담배 냄새가 났다. 교수는 마치 먹이감을 앞에 둔 짐승처럼 시연의 얼굴을 바라봤고 시연이 고개를 돌리려하자 턱을 잡고 입술을 덮쳤다. 그의 입에선 손에서 나던 것 보다 몇 배 강한 구취가 났다. 시연은 입술을 앙다물고 혀가 들어오는 것 만은 막으려 했다. 하지만 저항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얼굴을 떼고 무섭게 노려봤다.

“학점 포기하는거야? 한 번만 더 그러면 재미 없을 줄 알아.”

시연은 입을 벌려 그의 혀를 받아 들여야 했다. 자신의 입안 가득 그의 침이 고여 가자 뱉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혀가 헤집을 때 마다, 그가 숨 쉴 때 마다 밀려오는 구취에 토할 것 같았다. 마치 하수구 물을 입에 담은 것 같았다. 안그래도 힘든 시연에게 그는 더 가혹한 요구했다.

“입벌려.”

시연의 입속은 이미 침이 가득 고여 있었지만 그는 벌어진 입 안으로 침을 모아 뱉었다.

“삼켜”

정말 비위가 상했지만 그를 다시 화나게 할 수 없었다. 시연은 간신히 넘겨낸 뒤 입을 벌려 확인시켰다. 그는 그런식으로 여러번 침을 뱉어 삼키게 했고 재밌어하며 낄낄 거렸다.

시연은 이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가만 있다간 그에게 하루종일 잡혀 있어야 될 거 같았다.

“나 교수님 꺼 빨리 넣고 싶어요. 해줘요 빨리.”

시연은 콧소리를 내는 자신이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더구나 시연의 손은 교수의 사타구니를 더듬어 물건을 움켜 쥐기까지 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물건은 축 처져있었다. 그는 물건이 서지 않아 계속 시간을 끈 거 같았다.

교수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버럭 화를 냈다.

“어디 버릇없이 어른 물건을 만져? 때 되면 어련히 안 해 줄까?”

시연이 얼른 손을 떼며 사과했다.

“죄송해요. 싫어하실 줄 몰랐어요.”

“잘 못 했지?”

“네.”

“그럼 어떻게 해야 돼?”

“네?”

“잘 못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네.”

“그래도 말 귀는 알아듣는 군.”

그는 시연을 일으켜 세운 뒤 책상 앞에 있는 자신의 의자로 데려갔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뒤 자신의 무릎 위로 시연을 엎드리게 했다.

“벌 주는 거니까 아파도 참아.”

그의 손이 시연의 엉덩이를 매섭게 내리쳤다. 시연은 갑작스럽게 가해진 매질에 놀랐지만 이를 악 물고 참았다. 그는 손을 바로 떼지 않고 엉덩이를 한참 쓰다듬은 뒤에야 다시 내려쳤다. 이번에도 그는 때린 뒤 마치 약을 발라주듯 어루만졌고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때리는 나도 마음이 아파. 내 마음 알지?”

“네.”

“그래. 그래야지. 맞다보면 너도 이런게 더 좋아질지 몰라.”

그는 다시 때리고 쓰다듬는 걸 반복했고 나중에는 왼 손으로 양쪽 엉덩이를 벌려 골짜기 안쪽을 있는 힘껏 때렸다. 그러다 갑자기 시연을 일으켜 책상 위로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시연의 몸 안으로 어느새 단단해진 그것을 밀어 넣었다. 그는 손을 뻗어 시연의 가슴을 움켜쥔 뒤 개처럼 허리를 들썩거렸다. 시연은 그에게 깔려 몸을 내주면서도 이제야 끝나겠구나 하며 안도했다. 교수는 이번에는 빨리 끝내지 않으려는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움직였고 상체를 일으켜 한 손으로 골반을 잡은 뒤 더 깊이 찔러 댔다.

“어때? 이제 좋아?”

“좋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해?”

“소리지르고 싶은데 누가 들으면 어떡해요?”

“하긴 소리 지르면 큰일나지. 내꺼 마음에 들어?”

“너무 좋아요. 제 몸에 딱 맞는 거 같아요.”

“립써비스도 잘 하는 군. A 달라 그거지?”

“그런 거 아니에요. 진짜 좋아서 그래요.”

“나 좋아?”

“네. 좋아요. 너무너무 좋아요.”

시연은 자꾸 말을 거는 교수가 짜증났지만 조금만 견디면 된다는 심정으로 그의 비위를 맞췄다. 지금껏 참았기에 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었다.

“그냥 좋아만 하는거야?”

“아니요. 사랑해요. 맨날맨날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시연은 더 이상 볼 일 없다는 생각에 오버인줄 알면서도 아무말이나 막 내뱉었다.

“내가 부르면 언제든지 와 줄거야?”

“교수님이 안 불러도 매일매일 올 거에요.”

“내께 그렇게 맛있어?”

“네. 맛있어요. 못 잊을 거 같아요.”

시연은 피식 웃음이 났다. 자신이 이런 곳에서 이런 말도 안돼는 말을 하고있을지 꿈에도 몰랐다.

“나도 너 사랑해. 처음 본 순간부터 맘에 들었어. 지금 우리 서로 사랑해서 이러는 거 맞지?”

“그럼요. 당연하죠.”

“고개 좀 돌려 볼래? 니 얼굴 보고 싶어.”

시연은 낯간지러운 소리를 떠든 뒤라 부끄러웠지만 최대한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시연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교수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 때문이었다.시연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왜 그래? 부끄러워? 니 몸이 너무 예뻐서 찍고 있었어. 화면으론 어떻게 나오나 궁금해서 말이야.”

“부탁이에요. 제발 그것 좀 치워줘요.”

“그냥 재미로 찍는 거야. 니가 보는 앞에서 지워줄게. 약속한다니까.”

“정말이에요?”

“그렇다니까. 교수 체면이 있지. 이런거 남겨뒀다가 누가 보면 큰일나게. 그러니까 날 보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줘.”

시연은 의심스러웠지만 믿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해요.”

“표정이 그게 뭐야. 예쁘게 웃으면서 말해야지. 누구를 사랑한다고?”

“교수님을 사랑해요.”

“나랑 하니까 좋아?”

“좋아요.”

“얼만큼.”

“많이.”

“나 지금 쌀 꺼 같은데. 안에다 해도 돼?”

“돼요.”

“나 닮은 아이 갖고 싶어?”

아이라는 말에 시연은 울컥했지만 꾹 참고 대답했다.

“갖고 싶어요. 교수님 닮은 아이.”

“알았어. 힘껏 쏴 줄게.”

그는 렌즈의 방향을 시연의 엉덩이로 돌린 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자신의 물건을 찍었다. 사정 후에도 시연을 그대로 있게한 뒤 구멍에서 흘러 나오는 자신의 하얀 액체를 놓치지 않고 촬영했다.

“다 끝났어. 내 말 잘 들었으니까 A 주지.”

시연은 지치고 피곤했지만 얼른 일어나 교수의 스마트 폰을 찾았다.

“스마트 폰은요? 약속 지켜주셔야죠.”

그는 그런 시연을 귀엽다는 듯 보며 자신의 스마트 폰 영상을 보여줬다.

“자 여기 있어. 이게 내가 금방 찍은 거야. 약속대로 지워줄게. 대신 기왕 찍은거니까 같이 한 번 본 다음에 지우자.”

“전 보기 싫어요. 그냥 지워주세요.”

“같이 보고 지울래? 아님 안 보고 안 지울래?”

그가 인상을 쓰자 시연은 마지못해 동의했다.

“알았어요. 같이 보고 지워요.”

시연은 그에게 이끌려 그의 무릎 위에 앉았고 그가 건낸 스마트폰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상은 그가 시연의 골반을 잡고 삽입하는 장면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시연의 허리를 안아 바짝 당긴 뒤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작 거렸다. 시연은 자신의 섹스장면을 처음 보는 거라 기분이 이상했다. 자신이 마치 야동 속의 주인공이 된 거 같아 부끄러웠지만 허리에서 엉덩이로 흐르는 라인이 화면 속에 예쁘게 보여 기분 좋았다. 하지만 교수를 보며 대화하는 장면은 정말 못 봐줄 정도였다. 맨 정신으로 보니 어떻게 저런 말을 술술 내뱉었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교수 닮은 아이를 갖고 싶다는 부분에서는 또 한번 울컥 했다. 결혼 전 연애 할 때부터 태수 닮은 아이를 갖고 싶다 말했던 자신이 생각 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 안에 뿌려진 뒤 밖으로 흘러나오는 태수가 아닌 다른 남자의 정액을 보면서 잊고 있던 죄책감이 다시 밀려왔다. 시연은 영상은 끝나자 교수에게 묻지 않고 삭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교수에게 돌려 줬다.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요.”

“전에도 자기가 관계하는 모습을 찍어서 본 적 있나?”

“아니요. 처음이에요.”

“기분이 어때?”

“모르겠어요. 그냥 부끄러워요.”

“궁금하지 않았어?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

“몰라요. 대답 안 할래요. 이제 옷 입어도 되죠?”

“그래. 아쉽지만 그래야겠지.”

그는 정말 아쉬운 듯 마지막으로 시연의 엉덩이를 쓰다듬었고 시연이 옷을 들고 쇼파쪽으로 가자 자신도 얼른 챙겨 입었다. 그리고 시연이 스타킹을 신는 사이 문을 열고 밖에 와있던 억만을 불러들였다.

“약속대로 자네에게 A 를 주지. 책상 위 메모지에 학번하고 이름을 적어주게.”

“만족하셨나 보네요.”

“만족하다마다. 자네만 괜찮다면 몇 번 더 만나고 싶은데.”

“전 상관없으니까 좋을대로 하세요.”

“정말인가? 그러고보니 자네 애인한테 이름도 못 물어 봤군.”

“다음에 또 보면 알려드리는걸로 하죠.제 전화 번호도 같이 적어 놨으니까 생각 나시면 전화 주세요. 메일 좀 확인하려고 하는데 컴퓨터 좀 잠깐 써도 될까요?”

“컴퓨터를?”

“잠깐이면 되니까 그동안 제 애인 옆에 앉아서 엉덩이라도 주무르고 계세요.”

“그래 그럼.”

교수는 얼른 시연 옆에 앉아 마지막 아쉬움을 달랬고 억만은 일을 마친 뒤 시연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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