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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일요일은 나에겐 또다른 여유를 느끼게 한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농사일을 거들지 않아도 된다.
비가 오기 때문에 집밖으로 나갈 일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나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질수 있는 것이다.
"추적...추적"
방문을 열자 나에게 여유를 준 빗방울이 하늘로부터 잔뜩
떨어지고 있다.
부옇게 흐린 하늘.....저곳에 분부시게 푸른 하늘이 숨겨져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부옇게 흐려있다.
저 구름들은 얼마나 많은 빗방울들을 머금고 있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젖어있다.
저멀리 보이는 산,논가의 미류나무..옆집 지붕...그리고 담장
을 보며 나만이 젖지 않는 딴 세상에서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왠 놈의 비가 이렇게 내리누...이제 여름도 다갔는데..."
할머니가 방에서 마루로 나오며 중얼거렸다.
"형..추워 문닫아.."
책상에서 숙제를 하고 있던 경석이가 비오는게 뭐 그렇게
신기하냐는 듯 불만스런 얼굴로 말했다.
"알았어..임마"
난 방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할머니는 마루에 앉아서 처마를 타고 마당으로 흘러
내리는 빗물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할머니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계시리라...
난 신발을 신고 할머니가 앉아 있는 마루로 가서 앉았다.
한참을 더 앉아있자 약간 한기가 느껴졌다.
"인석아...추우면 방으로 들어가"
"할머니는 안추워요?"
"할민...긴옷을 입었잖혀...어여 방에 들어가 감기걸려.."
난 내방으로 갈까하다가 나의 비에 대한 감상을 경석이
녀석이 방해할까봐 엄마방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