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들래미-8 1 (22/31)

아들래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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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녀 오겠습니다"

"응..그래 차 조심하고...오늘도 공부 열심히 하고..."

할머니가 나의 인사에 답을 하셨다.

아침공기는 기분좋을 만큼 차가왔다.

맨살에 닿는 그 찬기운때문인지 오늘따라 반팔교복이 왠지 

좀 어색해 보였다.

(이제 곧 가을이 오고...낙엽이 지겠지...근데 왜 가슴이 자꾸만

설레이는 걸까.....낙엽...낙엽을 생각하니 갑자기 허무 해진다.

허무..?...허무는 무엇일까...책에서...테레비에서 많이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잘모르겠다....하지만 ...지금 낙엽을

생각하고 느껴지던.. 마음이 텅비는 듯한 그런 느낌이 허무

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식아..!...같이가자..."

이런 생각을 하며 가고 있는데 누군가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몇걸음 뒤에서 어떤 여자가 웃으며 걸어

오고 있었다.

옆집에 사는 송아누나 였다.

그렇게 이쁘지는 않았지만 시골 사람답지 않은 뽀얀 얼굴이

순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누나였다.

"누나...안녕하세요"

"뭐..인사까지 하고 그러니..."

송아누나는 내가 인사하는게 좀 어색했던가 보다.

얼굴만큼이나 뽀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약간은 쑥쓰럽다는

듯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긴 누구에게 인사받을 만큼 나이가 많이 들지 않았으니까

"근데...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길래...사람이 뒤에 따라

오는 줄도 몰랐니..?"

"예?...그냥 아무것도..."

"누구...여자친구라도 생겼나보지...호호호"

"아이 참 누나도...."

아침공기처럼 신선한 느낌이드는 웃음이었다.

"누나....허무가 뭔지 알아요?"

"허무...?"

누나는 의외라는 듯 웃음을 거두고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날 보았다.

"조금전에 이제 조금있으면 낙엽이 질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허무라는 단어가 떠올랐거든요 그리고 갑자기

가슴이 텅비는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어머 그래?...야 그러고 보니 경식인 추남 인가 보구나..."

"추남요..?"

"그래...추남...가을남자 말야"

"누나...장난치지 말구요....뭔지 얘기 해줘요"

"글쎄....허무라....아침부터 너무 심각해지는거 같은데...

실은 나도 뭐라고 너에게 설명해줄수 없구나....그런건

네가 느꼈듯이 그냥 마음으로 느끼는거지 '허무란 

이것이다'라고 간단하게 정의를 내릴수는 없는 것 같애..

미안해서.. 어쩌지 대답을 제대로 못해줘서........"

누나의 말을 듣고보니 그런 것을 말로 표현하기란 좀 어려

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전 내가 느꼈던 느낌도

그냥 마음이 텅비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 했을뿐

더 이상 내가 느낀걸 설명할수 없었다.

그럼 내가 사정뒤에 느껴지던 그것도 어쩜 허무라는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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