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엄마의 일기 1 (8/31)

엄마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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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참 파랗다.

그 파란 하늘에 돛단배처럼 떠다니는 하얀 구름...아무리 

유명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라고 해도 저렇게 조화로운

색상을 표현해 내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눈을 감아 본다.

눈을 감자 내눈엔 파란 하늘과 한적히 떠다니는 구름이 

마치 사진이 찍힌 듯이 각인되서 눈에 어른거린다.

아마도 카메라를 처음 발명한 사람도 어쩌면 지금 나와 같은

장난을 하다가 발명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에~엥"

어디선가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서 내얼굴에 앉더니 

마치 미지의 세계에 착륙한 것처럼 탐험하듯이

이곳 저곳을 기어다닌다.

내가 손을 휘두르자 다시 날아오르더니 이번엔

손등에 가서 앉는다. 

팔을 휘둘러서 다시 파리를 ㅉ았다.

난 막 마루에서 낮잠을 자다가 깨어났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집엔 지금 나 혼자밖에 없다.

할아버지 와 할머닌 마실 을 나가셨고 아버지와 엄마는

난을 주문 받고 배달을 가셨고 경석이 녀석도 따라간다고

때를 써서 같이 갔다.

나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경석 이가 먼저 때를 쓰는 바람에

내차례까진 오지 않았다. 또 그런 일로 때를 쓴다는 건 

어린애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은 이렇게 혼자 남아 일요일의 느긋함을 즐기고 

있다. 

"땡..땡.."

마루에 걸린 오래된 괘종시계에서 울리는 소리가 오늘따라

굉장히 크게 들린다.

그러고 보니 너무나 조용하다.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살고

있는 것처럼 세상은 너무 조용하다.

"어험"

난 그 정적을 깨볼려고 헛기침을 한 번 해봤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서 슬리퍼를 신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갑자기 일어나서 그런지 약간의 현기증과 낮잠 후에 느껴지는

가벼운 두통에 인상이 찌그러진다.

난 마당에 있는 수돗가로 가서 수도를 틀었다.

그리고 아직 몸에 남아 있는 낮잠의 여운을 ㅉ으려고 세수를

했다. 손과 얼굴에 느껴지는 수돗물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6월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이젠 완연한 

여름 날씨다. 난 세수를 마친 다음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몇 모금 들이켰다. 

지하수라서 그런지 무척 시원했다.

난 다시 정신이 맑아 옴을 느끼며 무심코 아버지 방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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