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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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치고 형철이와 함께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마침 버스에는 빈자리가 많아서 형철이와 난 맨뒤쪽의

창문가에 앉았다.

버스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가로수와 멀리 보이는 산은 

이제 진한 녹색으로 변해있었고 도로옆의 논들에는 벼가 

뿌리를 내린 듯 짖은 연두색을 띠고 바람에 

한들 거렸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초여름의 풍경들을 보고 있으니 

아까까지 내머릿속에 맴돌았던 음한 생각들이 깨끗이

씻겨나가는 듯 정신이 맑아졌다.

버스에서 내려 몇발자국 걷는데 누군가 내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경식아!"

뒤를 돌아보니 엄마가 건너편에서 나에게 손짖을 해보였다.

"어..엄마"

엄마는 도로 이쪽저쪽을 살피더니 우리쪽으로 건너 오셨다.

"안녕하세요"

형철이가 엄마를 보며 인사를 했다.

"어..그래 형철이구나"

엄마는 형철이를 보며 인사대신 엄마 특유의 따뜻해보이는

미소로 답을 했다.

그 미소를 보자 아까까지 했던 생각들이 눈녹듯이 사라지고

난 예전의 나로 되돌아 오는 것을 느꼈다.

"엄마 어디가?"

"엉 아까 아빠가 읍네에 나갔는데..글쎄 아빠가 나오라고 

전화 하셨지 뭐니..아마 아빠가 엄마한테 빌려나봐~아

호..호..호"

엄마는 내게 찡끗 윙크를 하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렇게 웃는 엄마를 한 번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스쳤다.왜 이러는거지? 

난 또 다시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엄마와 헤어져 형철이와 난 논 가운데로난 시멘트길을 따라 

동네로 향했다.

중간쯤 갔을 때 형철이 녀석이 입을 열었다.

"야 경식이 너네 엄만 언제봐도 뽀얗고 이쁘다!

나도 나중에 커서 너희 엄마같은 여자한테 장가 가야지"

난 형철이의 그말을 듣고 왠지 우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엄마는 곱다는 소릴 많이 듣는 편이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시골에서 일만한 

아줌마들과는 피부색부터 틀렸다. 

약간은 마른듯한(아빠 말로는 아랫배를 조금들이구 허리

살을 조금만 빼면 예전 처녀적 몸매라고 농담삼아 

그러지만)체구에 그리 크지 않은 키 

그리고 왠지 지적이고 정숙함이 뭍어나는 인상이다.

아버지친구 들은 농담삼아 "아씨"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건 아마도 얼마전 테레비에서 방영된 "아씨"라는 

프로에서 나온 이응경이라는 탤런트를 약간 

닮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상고를 졸업한후 은행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은행 대출문제로 자주 은행을 찾는 아버지를 만나다보니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말하곤 했다.

하여간 엄마는 이런 시골에서 살 사람이리곤 생각되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니네 엄마도 이쁘잖아"

난 농담으로 형철이에게 말했다.

"야 임마 너 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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