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누나는 4학년이 되면서 취업준비로 바빠졌다. 강의는 별로 없다면 서도 매일같이 학교에 나갔다. 학교 내에 있는 어학원을 다니면서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는데 그런 누나의 모습은 대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보다 더 절실해 보였다. 그래서 그녀를 만나고 싶을 때면 내가 학교를 찾아 갔다.
“재석아~”
“열심히 하고 있어?”
“아..머리아파..”
누나는 팔짱을 끼고 붙으며 걸었다. 조금이라도 도서관에서 멀어지고 싶다는 분위기라 더 묻지 않고 같이 걸었다. 그래도 학교 안이 잔디도 있고 나무도 많아 산책 할 만하다. 학생으로는 안 보이는 아줌마들도 간간히 보이고, 어떤 여자는 유모차까지 끌고 지나갔다.
“나 보고 싶어서 왔어?”
“응..”
“히히. 기분 좋은데?”
학교 근처의 허름한 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학생회관 앞에 놓인 자판기 커피를 하나씩 들고 근처에 계단에 앉았다. 어느새 주변은 깜깜해졌다. 그런 어둠 속에서 누나의 눈만이 별빛처럼 반짝인다.
“왜?”
“으응..그냥...예쁘구나 싶어서..”
“....진짜?”
“.............”
“진짜 진짜?”
가볍게 끄덕이는 것만으로는 대답이 되지 못했던지 코앞까지 얼굴을 붙이고는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진짜냐고 재촉하는 입술과 그 안쪽의 하얀 치아가 가지런하게 보였다. 누나 얼굴이 만드는 그늘 때문에 주변이 더욱 어두워지고 부드러운 입술이 닿았다. 커피 맛이 난다.
“우리..거기..갈까?”
“누난 공부해야지..”
“웅~ ”
살짝 삐졌다. 아마도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공부하라고 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얄밉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우연인 것처럼 똘똘이 위로 손이 스쳐 지나갔다. 똘똘이는 이미 누나 냄새를 맡으면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나와 관계를 갖았던 여자들은 슬기누나를 제외하고 모두 떠난 상태라 미친소로 충만한 똘똘이였다.
씨익~
스쳐갔던 손이 다시 와서 꽉 잡았다. 그 한 번의 감촉만으로 똘똘이는 완전히 일어나려고 팬티와 바지를 밀어낸다. 그런 똘똘이를 만지면서 슬기누나의 눈빛이 변했다. 요염하면서 도전적인 눈이 되었다. 그것만으로 마치 다른 여자 같다.
“심술꾸러기..”
계단에 앉으며 접힌 무릎 위로 누나의 양 다리가 허리를 감싸며 옮겨왔다. 그와 함께 길게 내려온 치마가 걷혀 올라갔다. 그러면서 하얀 다리가 나타났다. 하얀 스타킹으로 덥힌 다리였다. 만져보고 싶은 기분에 손이 나가 쓰다듬는다. 부드러운 감촉에 똘똘이가 아팠다.
“갈까?”
“공부해야 돼..”
어느새 똘똘이를 꺼내 손가락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둠으로 인해 보이지는 않지만 액체가 나오는지 똘똘이 머리위로 습기가 넓어졌다. 이번에는 내가 모텔로 가자고 했는데 바로 보복 당했다. 그러면서 누나의 손길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스타킹을 타고 내려가는 손이 하얀 스키장을 달리는 기분이다. 손은 금방 치마 안으로 사라졌다. 얼마 안가 스타킹의 끝을 지나고 ‘살’에 내려섰다. 스타킹과는 다른 부드러움이 있었다. 그리고 따듯했다. 양손에 가득 잡히는 살집을 느끼며 바로 앞에서 내려다보는 누나의 입술을 빨았다.
“음....”
잠깐의 연결로 입술과 입술 사이에 가느다란 침이 매달렸다. 누구의 침인지 누구도 분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침을 따라 누나의 얼굴이 내려온다. 다시 합쳐지는 입술 옆으로 차가워진 침이 달라붙었다.
“쭙...”
누나는 한손으로 똘똘이를 쥔 상태에서 놀고 있는 손으로 가슴을 헤집었다. 여러 개의 단추가 한꺼번에 분리되고 가슴이 드러나자 차가운 손으로 어루만진다. 어딘지 애달파 하는 손길이었고, 점점 빨라지며 조급해지는 손길이었다. 그와 함께 내 손도 허리와 척추를 타고 올라가 옷 위로 가볍게 브라자 호크를 푸르고 가슴을 잡았다.
“갈까?”
“으음..누나 공부해야지..”
누나 눈이 일자로 찢어지며 아주 가늘어진 눈 사이로 살기 비슷한 의미가 스치고 지나갔다. 한 손 가득 잡힌 가슴이 딱딱해지고 안쪽에 뾰족한 덩어리가 느껴진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파헤쳐 들어간 손으로 그것을 잡아 비틀었다. 더불어 엉덩이를 매만지고 있던 손은 재빨리 팬티 안으로 밀어 넣었다. 두툼한 손은 팬티를 밑으로 밀어내며 항문과 그 밑의 음습한 골짜기를 지났다.
“아..너..죽어..”
“쭙..”
누나의 가슴은 어둠 속에서도 하얗다. 그것을 한가득 물었다. 몰캉몰캉한 육질이 입을 가득 채웠고, 밑으로 돌아 들어간 손 위로 뜨거운 육수가 쏟아져 나왔다. 뜨겁지는 않았는데 뜨겁다고 말하고 싶다.
“흡...으음...여긴 싫어..”
“쭙...쭙...”
“으음...싫은데...”
내 바지 밖으로 나왔던 똘똘이가 누나 치마 안으로 들어갔다. 누나의 하체가 그만큼 앞으로 전진했기 때문이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숲과 그 밑에 있는 샘에 닿자 똘똘이는 더욱 껄떡거리며 흔들린다.
“아...어떡해...”
“......”
가슴 가운데 있는 과실을 몇 번 깨물어 먹는 사이 누나의 몸이 들렸다. 한손으로는 계속 똘똘이를 잡고 있다가 ‘좁은 문’에 인도해 문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을 자연스럽게 입힌다. 그렇게 젖어가는 동안 똘똘이의 머리가 차츰 따듯한 온탕 안으로 스며들었다.
“아아...누구..오나...잘 봐...”
“아이~ 여기서 하려고?”
“으음...너..계속 그럴 거야?”
“히히. 알았어..”
누나의 안은 완전히 익숙해졌다. 똘똘이를 감싸는 따듯함도 그렇고 그곳이 주는 감각도 그랬다. 누나는 완전히 먹어버린 똘똘이 위에서 파르르 떨면서 내 목을 감싸 안았다. 귓가로 누나의 숨결이 지나갔다. 기차 화통을 먹은 것처럼 뜨거운 김이 거칠게 나왔다. 그런 면에서 똘똘이가 기차 화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움직이지..마...소리..나와...”
“..응...”
무릎 위로 누나의 팬티가 찢어질 것처럼 벌어진 채로 고정되어 있어 나도 누나도 움직이기 힘들었다. 가위나 칼이 있다면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리고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누나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싶었다. 두 팔로 계단을 집고는 그 반동으로 허리를 흔든다.
“아아...천천히...”
“으음...”
어둠이 심해질수록 주변은 밝아졌다. 가로등 불들이 하나 둘 켜지는 것은 오래전이었고, 2~3층. 혹은 5층 건물들의 창들도 거의 빠짐없이 밝아졌다. 수업이 끝나면 거의 사람이 없는 고등학교와는 달리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해 놀라웠다. 또한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을까봐 무서웠다. 그래서 누나를 안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밝고 앞으로 나갈 때마다 똘똘이가 깊이도 들어간다. 그리고 그와 함께 누나의 몸이 한껏 안겼다.
“으음...살아 있는 거 같아..”
“......”
누나는 똘똘이에게 항상 그렇게 말했다. 2층까지 누나를 매달고 올라가자 복도를 타고 말소리가 들렸다. 이 건물 역시 아직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복도 끝의 문으로 나갔다. 비상계단이다. 한쪽에는 두꺼운 난간이 있어 우리의 접붙인 부위를 가려준다.
쿵
“으음..뭐야? 언제 2층으로 올라온 거야?”
“지금..”
“응...잘했어..아아..”
누나를 밀어내자 누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난다. 또한 똘똘이 겉으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누나 아래 역시 구멍이 뚫렸다가 급격히 닿쳤다.
‘누난 확실히 아닌데..’
누나에게 치마 한쪽을 들려주고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이리저리 어루만졌다. 최근 들어 이상한 메일이 온다. 처음에는 아버지 애인이었던 수영인줄 알았다. 그런 사진 메일을 보낼만한 사람은 그녀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의 그곳에는 음모가 수북했다. 오늘 확인해보니 슬기누나도 아니다.
‘누굴까?’
광고성 메일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렇게 사진을 띄워 보내오는 광고는 보지 못했고, 무엇보다 어디로 접속을 하라든지 하는 내용도 없다. 또한 발신번호가 지워져 있었다.
“그만 봐...부끄러워..”
“응..”
보는 대신 빨았다. 누나는 양손으로 치마를 움켜잡고는 다리를 벌려준다. 조금 접힌 무릎과 내밀어진 허리 라인이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쪽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깊숙이 들어가자 황급히 치마로 나를 덮었다. 치마 안은 밀폐된 공간이 되었고, 누나의 냄새로 가득 찼다.
“으음...”
혀의 움직임에 맞춰 누나의 허리가 움직이고 있다. 또한 머리를 잡은 치마 위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배가 부를 만큼 먹고 빠는 사이 손에도 힘이 들어가고 허리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읍...”
얼굴을 감싸던 양 허벅지가 한껏 조이고 머리를 힘껏 당겨 아주 그 안에다 나를 밀어 넣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모든 행동의 최종 결과물인 한줄기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 냄새가 진하게 확 풍겼다. 흘러내리는 그것을 핥아 먹었다. 누나의 몸은 내가 그것을 먹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계속 흘렸다.
“아아..그만...이제 됐어..”
“응..”
세상이 give and take라고 이야기 했던가? 최소한 남녀 사이는 그렇게 보인다. 나를 일으킨 누나는 다정하게 뽀뽀를 해 주고는 밑으로 내려가 똘똘이에게 같은 뽀뽀를 한다. 누나에게 있어 똘똘이는 또 다른 인격인지도.
“오랜만이지..”
“주말에 봤잖아?”
“....너 말고..”
“............”
엄마도 항상 누나와 같은 눈으로 똘똘이를 보고 그렇게 볼에 비볐다. 어두워서 몰랐는데 누나 볼이 생각보다 더욱 뜨거웠다. 보통은 내 몸 중에서 똘똘이가 가장 뜨거운 부분이라 차갑게 느끼곤 하는데 똘똘이가 뜨겁게 느꼈다면 엄청 뜨거운 거다.
“쭙..”
슬기누나가 처음 똘똘이를 물었을 때 묘하게 찡그리는 얼굴을 보고 장난기가 발동해 맛있는 것을 먹는 표정으로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누나는 대체로 말 잘 듣는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때때로 무척 심술궂은 얼굴로 콱 물어버린다는 제스처도 한다.
“음...이거..좋다...”
그런데 오늘은 어둠 때문에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만 보면 정말로 맛있어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때문에 똘똘이는 더욱 흥분했다. 최대한 발기되어 딱딱해진, 그래서 구부러지지도 않는 그것을 입에 품고는 점점 다가왔다.
“음....”
예전의 슬기누나가 아니다. 두 손은 각각의 장소에서 따로 놀았고, 그것은 입과 함께 조화를 이루었다. 똘똘이를 포위한 학익진이다. 오늘 어쩌면 미친소들이 전멸할지도 모른다.
“아...그..나..”
“쌀 거 같아?”
“응..”
“안 돼..아직은..”
가지고 놀고 있다. 똘똘이를 가지고 놀았고, 후들거리며 한 번씩 접히는 부실한 다리를 가지고 놀았고, 한숨처럼 깊은 숨을 힘겹게 내보내는 나를 가지고 놀았다. 똘똘이 어딘가에 폭발 게이지라도 달린 것인지 정확하게 직전에 멈추고는 진정시켰다.
“누나...”
“싸고 싶어?”
“응..”
“으음...어떡할까...한번 봐 줄까?”
“응...제발...”
“호호. 알았어..”
17살이 되면서 신체는 절정에 달해가고 있다. 그 결과중 하나가 미친소의 양이다. 보통으로 내보내는 양도 많아졌는데 오늘처럼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고 나면 내가 봐도 굉장한 양이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당한 것의 복수로 아무런 신호 없이 누나의 얼굴에다 뿜었다.
“어머!”
“음...”
“즙...”
큰 덩어리가 날아가 이마를 때리고 흘러내렸다. 아무리 누나라도 그것을 막지도 피하지도 못했다. 대신 두 번째 덩어리는 입으로 받아냈고, 세 번째가 날아오기 전에 똘똘이를 물었다. 누나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덩어리는 눈썹을 덮고 그 아래로 떨어지려고 한다.
꿀꺽..
한 모금 마시면서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그 때문에 떨어질 거 같던 덩어리는 볼에 붙었다. 거친 풀처럼 누나 얼굴 절반을 덮었다. 누나가 야릇하게 웃는 듯 보였다.
꿀꺽..
그래서 똘똘이가 죽지 않았다. 어느새 벗겨진 팬티로 얼굴을 닦아내는 누나를 돌려 세우고 바로 공성전에 돌입한다. 공성전이라고 해도 성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아아...좋아...”
“누나..소리..”
“으응..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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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연애는 신비롭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원 의자와 도서관 의자를 왔다 갔다 하며 딱딱해진 몸과 뻣뻣해진 어깨, 또 터질 거 같던 머리가 아주 깨끗해졌다. 몸을 가득 채운 에너지 때문에 걸음걸이도 통통 퉁겨지는 느낌이었다.
“어디 갔다 이제와?”
“응~ 밥 먹고 왔어..”
“......넌....네가 무슨 서큐버스냐?”
“응?”
“네 입에서... 냄새나...”
끽. 삐드덕. 트특.
“부엌에서 의자하나 가지고 올까?”
“왜?”
“..의자가 부서지려고 하잖아..”
밤10시부터 12시까지 연주누나에게 공부를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누나는 내 무릎 위에 앉기 시작했다. 아무리 친누나라고 해도 무릎 가득 느껴지는 풍만한 엉덩이와 방금 샤워한 듯한 냄새는 젊음을 자극했다. 그러다보니 똘똘이도 해롱해롱 정신을 못 차렸고, 팔이 자기 멋대로 움직여 누나의 허리를 감는다.
“괜찮아. 내가 얼마나 가벼운데..”
누나 역시 몸을 뒤로 뉘여 안기곤 했는데 그러면 등받이가 뒤로 넘어가며 의자 전체가 힘겹다는 신호를 보낸다. 지금까지는 나도 누나도 그 소리를 무시했었다.
트특. 뽀득. 기끽.
계속 플라스틱 빠개지는 소리가 난다. 의자의 몸체가 휘어지는 기분도 들었다.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누나는 가벼워도 나는 무겁잖아..그러니..”
“아이~ 괜찮아. 봐봐..”
“어.어어...”
뽀깍. 쾅~
겨우 버티고 있던 의자 허리가 누나의 몸무게가 가중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다. 누나와 나는 한 덩어리가 되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갔다. 화끈한 통증과 함께 머리 위로 별이 반짝였다.
의자가 뒤로 넘어가면서 누나가 다칠까봐 걱정했다. 수컷의 원초적 본능처럼 누나를 품에 가득 안았었고, 그 무게만큼 충격이 더해졌다. 그래서 빙글 빙글 도는 별들이 사라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얼마나 다쳤는지 묻거나 살펴볼 생각도 안하고 그대로 있는 누나가 심상치 않았다. 가슴에 대어져 있는 얼굴, 코와 입에서 수증기 같은 뜨거운 열기가 나와 가슴을 데웠다. 열기만큼이나 거칠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도 누나는 괜찮은지 살펴보지도 못하겠다. 어떤 ‘위험’이 척추 뼈를 불안하게 훑고 지나간다. 위기감지대처능력의 발현이었다.
“..............”
내 몸에 누나의 빠른 맥박이 닿았고, 내 심장 역시 과속으로 달리고 있다. 뭔가 사건이 발생할 것 같은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였다. 처음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엄마의 ‘리드’에 의해 그 일이 발생했고, 조금의 여유도 없어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그 후 동연누나, 수영이, 상미누나, 보라누나, 슬기누나 외에 몇 명의 여자를 더 만났다. 그 누나들이었다면 내 위에 앉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애무를 시작하고, 또 의자가 부셔지기 전에 관계를 맺고, 뒤로 넘어갔다 하더라도 계속 ‘진행’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누이와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지만 거대한 벽이 있다. 역설적인 말이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그래서 누나를 더 강하게 안지도 못하고 일으켜 세우지도 못하고 있었다.
“................”
누나는 더 이상 뜨거운 숨결을 뱉지 않았다. 대신 가슴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들고 누나를 본다. 머리카락이 그녀를 가리고 있었다. 어렵게 손을 올려 누나의 얼굴을 잡았다.
“..........”
누나는 내 손길을 거부하며 계속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몇 번의 실패로 누나를 일으키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누나 머리 위에 손을 두었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섬세하게 잡혔다. 머리에도 나이가 있는 듯 지금까지 만져본 누구보다도 탄력이 있고 윤기가 흘렀다.
“왜...”
“응?”
“왜..그 때 키스했어?”
“.............”
왜 그랬을까? 사랑? 지금 생각해도 사랑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욕심이었다. 너무나 깨끗해 보였던 누나, 좀 더 나쁘게 말해서 막 출고된 새 차 같던 누나의 몸에 대한 질투와 욕심이었다. 사랑해서 키스했다고 말하는 것이 누나를 위해서나 또 지금 상황을 모면하는데 도움이 될지 계산하는 내가 싫다.
“왜...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
“왜..너를 원하게 될까?”
“............”
누나의 질문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다. 최소한 대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고백이었다. 그리고 구애였다. 스스로 들려지는 머리가 나를 향한다. 슬픔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던 누나의 눈은 뜨거운 열기로 따가웠다.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그 시선은 너무나 무거웠다.
스윽..
옷깃이 스치는 작은 소리만을 남겨두고 누나의 얼굴이 다가왔다.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우주선이 착륙장에 인도되어 들어오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무장한 누나의 얼굴, 눈 그리고 입술.
“..........”
촉촉한 입술과 치약 맛. 저녁 먹고 한 양치가 아직도 유지된 것일까? 아니면 나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기 전에 양치를 하고 온 것일까? 매일 양치를 하고 왔었을까? 오늘 이런 계획을 가지고 양치를 했을까?
“쭙...”
키스와 안 맞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들을 해야만 했다. 내가 가르친 키스가 아니었다. 누나의 키스, 누나만의 키스로 진화해 있었다. 그래서 똘똘이가 일어나려고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드는 것처럼 누나의 키스 하나가 내 마음을 헝클어뜨렸다.
누나 안에는 얼마만큼의 열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키스 사이사이 몰아 나오는 숨결이 뜨거웠다. 갈수록 뜨거워졌다. 그와 함께 정확히 포개져 있는 누나 몸이 파도처럼 흔들렸다. 똘똘이를 다리 사이에 끼고 있기 때문에 그 느낌은 사실적이었다. 또한 똘똘이를 감싸고 있는 옷감으로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열기가 있었다.
“으음...”
정신을 놓아 버릴 것 같다. 놓아버리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누나를 갖고 싶었다. 그 긴장감이 한껏 잠아당긴 고무줄 같았고, 최대한 부풀려진 풍선처럼 위태롭다. 아까 봤던 별과는 다른 의미의 별들이 머리 주변을 위성처럼 돈다.
“으음...아..”
누나의 몸짓이 무엇인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내 행동을 재촉하고 있었다. 누나로서는 그것만으로도 큰 용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누나의 마음을 헤아리기 이전에 내 인내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그 증거로 이미 두 손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누나의 몸을 타고 다녔고, 그 걸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옷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몸을 굴려 위치를 바꿨다. 언뜻 누나의 표정이 안심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누나 역시 나처럼 ‘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너’였으면 했을 것이다.
“아...”
“음...”
옷 속으로 들어간 손에 부드러운 살집이 가득 잡혔다. 이모 집에서 같이 잘 때 봤던 것보다 느낌이 더 크다. 그동안 커진 것인지 보는 것과는 달랐던 것인지 여러 번 주물러보면서 가늠해 본다. 누나는 조금 안심하던 얼굴이 내 손에 따라 모양을 바꾸는 가슴처럼 여러 얼굴로 변했다. 부끄러움, 불안, 또 다른 의미의 두려움을 읽었다.
“무서워?”
“...응..아니..모르겠어..”
예전 엄마 때와는 다르다.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또한 누나도 알고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당연히 무서울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서워하는 것을 보면서도 묻는다. 그리고 누나의 대답으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고 느꼈다.
“가슴..보여줘..”
“...꼭 봐야해?”
“..............”
“..............”
누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시선을 피하면서 두 팔을 가볍게 늘어뜨렸다.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 그녀의 상태는 ‘무장해제’가 된 듯 했다. 그리고 이상하게 내 마음이 떨렸고, 그 마음은 손끝에 그대로 표현되었다. 멈추지 않는 떨림을 갖고 겨우 상의를 풀었다. 한 겹의 옷 뒤에는 브래지어조차 없었고, 누운 상태임을 거부하는 둥글게 솟은 가슴이 나타났다. 누나의 얼굴은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달아올랐다. 아마도 그래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듯 하다.
“쭙..”
“아...”
가슴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꼭지가 혀 안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그 누나 때문이다. 가슴이 흠뻑 젖을 정도로 게걸스럽게 먹었는데 마음속 탐욕의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그 욕망의 길을 따라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허리를 가로지르는 휴전선 경계에 다다랐을 때 누나의 두 손이 머리를 눌렀다. 가지 말라는 완곡한 표현이었다.
“거긴...싫어..”
“보고 싶어..”
“오줌...지렸나봐..”
“괜찮아..”
“난..싫어..다음에..”
“보기만 할게..”
“..........”
보기만 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너무나 웃긴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나는 정말 믿는 눈치다. 머리를 잡은 손이 미약하게나마 느슨해졌다. 그런 누나 때문에 속으로 웃으며 다시 전진한다.
“............”
고무줄 하나로 버티고 있는 바지를 잡아 내리려고 하자 누나의 손이 내 손을 억세게 잡았다. 보통은 자기 바지를 잡을 텐데 그러지 않고 내 손을 잡은 이유가 따로 있을까? 내가 누나가 아니고,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 볼 능력 또한 없으니 알 길 없다. 그런데 이런 저런 상상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 잡고 있던 바지를 놓고 반대로 누나의 손을 잡았다. 마주잡은 손에 가득 땀이 차 있고, 그만큼 누나의 긴장을 느낀다.
“으응...”
손대신 이빨로 고무줄을 물고 잡아 당겼다. 누나는 내 손만 꽉 움켜잡는다. 생각지 못한 나의 행동에 가벼운 패닉상태에 빠져 들었는지도 몰랐다. 들려진 바지 안에서 여자의 냄새가 뜨거운 열기와 함께 피어올랐다.
“재삭아..제발...”
“............”
나에게 협조하고 싶다는 무의식의 발로였는지 누나 엉덩이가 조금 들렸다. 그 때문에 의외로 쉽게 엉덩이가 바지 밖으로 빠져 나왔다. 누나 말대로 오줌을 지렸는지 팬티 가운데가 눈에 띄게 젖어 있었다. 그러나 지린내는 조금도 나지 않는다. 혀를 길게 내밀어 젖어서 말려 들어간 틈을 핥았다.
“아음...”
누나는 내 손을 놓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그래서 자유를 찾은 팔로 팬티를 내렸다. 누나의 손이 급히 내려왔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던 내가 빨랐고 누나는 의미 없는 손짓을 몇 번인가 하다가 다시 얼굴을 가렸다.
보여지는 것이 싫었다면 얼굴을 가리는 대신 아래를 가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반대로 생각하면 봐도 좋다는 허락이다. 누나의 그곳에서는 비누냄새가 섞여 있었다. 아까의 치약 맛도 그렇고 어쩐지 지금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누나의 그곳은 누나가 오줌을 지렸다고 생각할 정도로 젖었고, 흘러나온 물로 주변이 범벅이었다. 팬티 위에서 하던 행동에 이어서 그곳을 핥았다. 역시나 지린 맛은 없었다. 누나는 오줌을 지린 것은 아니었다.
“앗! 뭐야?”
“쭙...”
“더러워....제발..”
누나는 정말 이것이 오줌이라고 생각했던 것일지 의심이 든다. 아무리 경험이 없다고 해도 20살이다. 남자는 자위를 알게 되면서 미친소와 오줌을 구분할 수 있게 되는데, 여자는 남자와 다른가? 정말 이 물이 오줌이라고 생각했다면 누나는, 아니 보통의 여자는 보여지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줌 아닌데? 누나도 이게 뭔지 알고 있었지?”
“..........몰라....”
혀를 말아 ‘문’에 진입시키자 온수가 솟아나왔다. 동시에 양 허벅지가 얼굴을 조이고 엉덩이가 뒤로 후퇴하며 양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움켜잡는다. 언제부턴가 누나의 반응은 하나씩 느렸다. 지금의 동작으로는 이미 들어간 혀를 막을 수 없다.
“아응...하지 마..제발..부끄러워..”
부끄러운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누나의 몸이 말한다. 이미 육체의 대화에 대해 나름 견식이 있었다. 그것에 한해서는 누나보다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따라서 누나의 말은 무시하고 더욱 깊이 넣었고, 부드럽게 후벼 팠다.
“으음...”
더 이상 도망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어 포기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려고 노력하는 것이 귀여웠다. 손가락으로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를 어루만지니 안쪽의 살들이 혀를 조였다. 조임의 강도가 세지고 그 주기가 빨라지면서 허리와 엉덩이의 율동이 협조적으로 변해갔다.
“그만...그만해...”
38선이나 휴전선이 생긴 이유는 ‘생각’이 달라서다. 누나 역시 마찬가지로 허리 밑과 위의 의견이 달랐다. 밑에서는 계속 하자고 하고 위에서는 그만하라고 한다. 생각이 다를 때 이상적으로는 ‘진실’이 옳은 것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승리’한 쪽이 옳은 것이 된다. 따라서 그동안 배웠던 여러 가지를 사용해 허리 아래쪽을 공격했다.
“으응...이상해..싫어..아아..”
같은 처녀라도 슬기누나보다 쉽게 느끼는 체질 같다. 아니면 후천적으로 개발되어졌을 수도 있다. 누나가 자위를 하는 상상이 머리를 채웠다. 언젠가 한번은 보고 싶다. 여자가 스스로 자위하는 것과 남자가 애무해 주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으으...아...”
누나 허리가 들썩였다. 덩달아 내 몸도 밀려 올라간다. 처음부터 이런 힘이 있었다면 누나의 바지와 팬티를 벗기지 못했을 것이다.
“아앗..아아....”
완전히 들려진 엉덩이와 허리가 가늘게 경련을 일으키고, 물고 늘어지는 혀가 빨려 들어갔다. 코 안으로 누나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이미 마비되어 냄새를 맡지 못했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진한 냄새일 것이다.
“흑흑...흑....”
모든 경련이 잠잠해 지고 나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누나 때문에 당황했다. 거칠게 나를 뿌리친다. 헝클어진 옷을 추스르지도 않고 나가려고 했다. 누나를 그런 상태로 보낼 수는 없어 힘껏 잡아 안았다. 누나는 한참이나 나를 때렸다. 혹시 후회하는 것일까?
“후회해?”
“.......흑..흑...그건..아냐...”
“그럼?”
“....창피해...”
“뭐가?”
“.....너에게 그런 모습..보인 거...네 입에다가...흑흑..몰라..죽고 싶어..”
연애가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다. 또 내가 어리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지금처럼 난감할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거나 상대의 마음을 위로할 근사한 표현이 없을 때도 그런 경우중 하나다.
“그럼...나도 누나 입에다 하면 셈셈 이잖아?”
“..........”
사실 나조차도 그것이 셈셈인지 헷갈렸다. 누나와 나는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각자의 상황을 계산하고 상대의 의중을 염탐했다. 그러던 중 누나의 눈이 밑으로 내려간다. 정확히 똘똘이 위에서 멈췄다가 다시 올라왔다.
“저기 누워...”
“응...”
“움직이지 마..고개도 돌리지 말고..”
“응..”
얌전하게 침대에 누워 ‘대’자로 벌렸다. 누나는 교묘하게 내 시각을 피해 다가왔다. 허연 그림자가 눈동자 밑에서 움직인다. 그리고 섬세하게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길이 옷을 벗겨낸다. 의외로 차분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누나에게 속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누나 표정을 보고 싶었다.
“절대 보면 안 돼..보면 나 화낸다..”
“알았다니까..”
눈치 100단 이다. 그래도 누나가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누나는 상의를 목까지 밀어 올리고는 내 위로 비스듬히 안겨 가슴을 빨아 먹었다. 내 행동에 대한 모방이라고 생각했다.
“난 누나처럼 크지 않아서 재미 없을 텐데?”
“.............”
“음..”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는 가슴이라 느낌도 살아 있다. 또 누나의 입술 감촉에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고, 사랑받고 있다는 감동도 있었다. 더욱이 짜릿한 쾌감도 함께한다. 부지불식 얇은 신음이 나왔다. 그 소리에 힘은 얻은 누나의 입술이 더욱 강하게 빨았고, 핥는다.
“단단해..”
남자인 나는 단단한 가슴 같은 것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여자의 가슴이 100만 배쯤 더 좋았다. 그런 나와는 반대로 누나는 내 가슴을 신기해했다. 가슴에 이어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선명해지는 식스 팩의 선 하나하나를 어루만졌다. 긴장감도 들었고, 본능적으로 힘을 주었다.
“누나도 근육이 좋아?”
“으음...그런 거 같아..”
“그럼 더 열심히 운동해야겠네?”
“으응...너무 많으면 징그러워..지금이 좋아..”
남자의 상징하면 람보나 코만도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 근육을 은근히 동경하곤 한다. 남자가 봐도 멋진 근육이란 그런 것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누나는 징그럽다고 말한다. 이해는 할 수 없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것보다 누나는 허리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었다. 휴전선을 넘기에는 누나가 너무 소심했다. 몇 번인가 누나에게 똘똘이를 보인 적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나 역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음..”
“아...”
똘똘이는 잔뜩 화가 나 서 있는 상태였고, 그것으로 하나의 깃대 역할을 했다. 그래서 누나의 손이 기습으로 휴전선을 돌파했지만 정확하게 목표를 잡았다. 허가 찔린 탓에 신음을 감추지 못했다. 웃긴 건 기습을 한 누나 역시 자신의 소리를 감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억세게 잡은 손 안에서 똘똘이가 힘차게 맥동한다. 나도 몰랐는데 똘똘이는 이미 많은 침을 흘려 질척거렸다. 그리고 그것은 누나의 손에 잔뜩 묻었다. 누나는 똘똘이를 놓고 손을 빼서는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는다. 완전 창피했다.
“........”
“허리 들어..”
누나는 바지와 팬티를 한 번에 잡아 내리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며 버티려 했고, 그런 나에게 강한 목소리로 명령한다. 엉덩이를 들려고 하는데 바지와 팬티가 거칠게 내려갔다. 그 때문에 똘똘이가 오뚝이처럼 아래위로 흔들렸다.
“아..”
“미안..아파?”
“조금..”
밖으로 나온 똘똘이도 만족스럽다는 기분을 전해온다. 그 똘똘이를 누나가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기분이 묘해진다. 설레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누나 모르게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누나는 어딘가 나사 하나 풀린 표정으로 똘똘이를 보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게 생겼어..”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그래서 대답하지 않았다. 누나는 똘똘이를 이리 저리 살피며 관찰했다.
“보지 말라니까..”
“미안...”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으음...누나가 알고 있는 데로 해..”
“...잘 모르는데..”
잘은 몰라도 알고는 있다. 아니 상당히 근접하게 알고 있었다. 손으로 기둥을 잡고 흔들면서 혀로 똘똘이 머리를 핥았다. 두 개의 행동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따로 놀았는데 그건 경험부족일 뿐이었다.
새로운 기쁨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슬기누나 때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는데 연주누나 역시 그랬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정말 열심히 했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한다고 얼굴에 쓰여 있다. 아버지와 엄마에게 두 개의 얼굴이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속았을 것이다. 그러나 속아 주는 것도 미덕일 수 있다.
“음..아..좋아..소질 있나봐”
“나 잘해? 좋아?”
“응..아주..잘해..너무 좋아..”
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좋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처럼 여러 여자를 알게 되면 서툴러서 좋은 경우도 생기는 모양이다. 또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여자는 ‘누나’였다.
“누나...이제 나올 거 같아...”
“...먹어?”
“...아니..역겨울지도 몰라..”
“..역겨웠어?”
미친소가 얼마나 역겨운지 나는 모른다. 그러니 누나의 질문은 미친소가 역겨웠냐는 의미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누나는 내가 먹은 누나의 물에 대해 묻는 것이다.
“아니..맛있었어..”
“.......”
수줍어하면서도 기뻐한다. 그리고 큰 결심을 한 것처럼 손동작을 빨리 하면서 똘똘이를 입에 넣었다.
“남자 그거는 여자랑 다를지도 몰라..”
“.....”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만큼 똘똘이가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누나가 주는 자극이 강하지는 않아 참을 수도 있었지만 그대로 미친소를 내보냈다. 참으면 좋았다고 말하는 것을 거짓말로 받아 들일수도 있고, 참으면 참은 만큼 많은 양이 나가기 때문에 누나가 놀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요즘 들어 느끼는 것처럼 상당한 양이 쏘아져 나갔다.
“읍....”
놀란 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본다. 양을 줄이기 위해 엉덩이에 과도하게 힘을 주고 있었는데 누나 표정에 또 한 번 미친소가 튕겨 나갔다. 그리고 누나 역시 다시 깜짝 놀란다.
누나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힘겹게 덩어리를 삼켰다.
“정말...맛있지는 않네..”
“..........”
미친소가 맛이 없는 것은 애정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맛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먹어 버리는 것이야 말로 애정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누나를 품에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흥. 아무리 그래도 내가 누나인데..건방진 동생 같으니라고..”
“그러게..”
나에게 머리카락을 맡긴 누나도 누나의 투정을 받는 나도 그대로 있었다. 어쨌든 우리는 한발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누나들과 상의한 끝에 우리는 아침을 간단히 먹기로 했다. 우유에 과자 말아 먹는 정도로 간단하게는 아니고 빵과 샐러드, 계란, 베이컨 등이었다. 조리가 간단해지니 나와 누나들 전부가 부엌에 들어갈 필요도 없어 대학생이 되면서 아침에 가장 여유가 있는 연주누나가 거의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한결 여유가 생겼다.
“남녀 합반 했다며?”
“응. 1학년만..2.3학년은 그대로고..”
“.......”
“컥..나를 죽일 생각이야?”
“짜증나!”
작년까지만 해도 건물 자체가 달랐는데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남녀합반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연주누나는 넥타이를 매 주면서 그걸 물었다. 아무 생각 없이 대답을 해줬는데 넥타이가 목을 조였다.
“왜?”
“너..바람피우면 죽어!”
“허...참...엄밀히 말하면 누나도 남녀공학인데?”
“너랑 내가 같아? 흥! 나는 백설처럼 청순한 소녀고..너는..흥!! 전과가 있잖아..”
“흐응~알았어. 알았어. 나 늦겠다.”
“흥! 하여간 걸리기만 해...”
순간 머릿속에서 슬기누나가 지나갔다. 찔리는 것이 있어 서둘러 가방을 들고 나가자 누나가 계속해서 따라오면서 쫑알거렸다. 어제 밤의 일이 누나에게는 아주 큰일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동시에 양심이 아팠다.
“그냥 가?”
“쭙~”
“히히. 끝나고 일찍 와~”
“응..”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환하게 웃으며 배웅하던 누나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행복에 젖은 미소와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 그 사이로 조금 삐져나온 혀는 꿀을 발라 놓은 홍시처럼 먹음직스러웠다.
‘미친놈. 누나를 먹음직스럽다고 느끼다니..’
사람의 인식은 대체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하는 모양이다. 사랑을 얻는 방법이었던 ‘결합’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랑은 없고 결합이 목적이 되어간다. 정말 사랑이 목적이라면 절대로 누나를 여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말 누나를 사랑한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양심이 말한다.
‘하지만 누나도 원하잖아? 거절당하면 더 상처받을 수도 있고...’
“와~~”
탕탕탕!
“조용!!”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1교시가 시작되고 국어선생님과 어떤 여자가 들어왔던 모양이다. 17세 젊은 수컷들이 선생님과 함께 들어온 젊은 암컷을 보며 함성을 질렀다. 그 소리에 놀라 생각이 끊어졌다.
탕탕탕!!!
“조용해. 이 짐승 같은 놈들아!”
슬기누나. 상미누나 또래로 보였다. 깔끔한 정장이 어색해 보였다. 그녀 스스로 불편해 하고 있는 느낌이다. 옷도 이 자리와도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았다.
“직접 소개하시죠..”
“네..이번에 교생으로 온 한소연이에요. 잘 부탁합니다.”
“와~~~”
다시 요란한 박수와 함성이 살아났다. 아까의 생각 때문에 환영하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발광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우~ 짐승들..”
내 생각이 맞다는 듯 옆줄에 앉은 여자애들이 그런 남자애들을 힐난한다. 그러나 다음 시간에 들어온 남자 교생을 보고는 여자애들 역시 그들의 본성을 드러냈다. 새로운 교생 선생님들의 등장은 교실을, 아니 학교 전체에 눈부신 활력을 선물했다. 쉬는 시간마다 애들끼리 모여 교생 선생님들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리고 5교시. 점심을 먹고 봄날의 따듯함에 나른하게 젖어 있는데 그녀가 들어왔다. 순간 환상이거나 꿈이라고 생각했다.
“이 수영이에요. 잘 부탁해요.”
“.........”
지금까지 여자 교생 선생님이 들어올 때마다 울렸던 함성도 멋진 남자 교생을 맞이했던 비명도 없었고, 못생긴 선생님을 맞이하는 매너 박수도 없었다. 남자를 양으로도 만들고 늑대로도 변하게 하는 그녀의 페르몬. 익숙하면서도 잊혀져가던 그것이었다.
두근. 두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녀를 만났기 때문인지, 여전히 강력한 유혹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수업시간 내내 내 뒤에 바짝 붙어 서 있기 때문인지 계속 심장이 이상하게 뛴다. 그녀의 냄새가 몇 가지 과일냄새와 섞여 솔솔 다가왔다.
‘오랜만이죠?’
끄덕..
‘잘 지냈어요?’
끄덕..
‘학교 끝나고..가지 말고 기다려요. 할 말 있어요..’
끄덕..
등 뒤에 있음에도 그녀가 미소 지었다고 느꼈다. 그녀는 종소리와 함께 떠났는데 그녀의 냄새가 남은 수업시간 내내 주변을 맴돌았다. 오늘 맡았던 냄새 뿐 아니라 내 기억 속에 있던 냄새들까지 느껴진다. 그녀의 아랫입에서 흘러나오던 냄새와 욕실 안에서 힘겹게 맡았던 무거운 냄새.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의 땀 냄새. 가슴을 빨면서 느꼈던 젖 냄새.
‘그녀를 보고 싶었던 걸까?’
남은 시간이 지루했다. 평소보다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나는 지금 그녀와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종례를 마치고 교단 옆, 학교와 역사를 같이 했다는 버드나무 아래에서 황급히 몰려 나가는 애들을 바라봤다. 움켜진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빠져나가 학교는 금방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즈음 또각 거리는 소리를 내며 수영이 다가왔다. 점점 가까워지는 얼굴이 낮술이라도 한잔 한 것처럼 불그스레했다. 그러나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내가 더 잘 알았다. 그녀가 그런 얼굴이 되었을 때, 치마 속은 폭우가 쏟아지곤 했다.
“...............”
“...............”
아름드리나무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섰다. 수영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전혀 없지는 않다. 오히려 많은 편이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알고 있는지. 희주는 잘 있는지. 더욱이 그녀가 교생 같은 걸 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듯이 그녀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다.
“한번은 오실 줄 알았어요.”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찾아 왔어요..”
“나를?”
“.....네...”
오늘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왜?’ 라고 묻는다면 내숭일까? 그녀 마음을 몰라준다고 섭섭해 할까? 묻지 않는다면 오만일까? 내가 생각하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아버지 일이나 희주 때문 일수도 있고..’
“..............”
하지만 말로는 묻지 못하고 침묵으로 물었다. 그동안 시간의 단절이 우리 사이의 나무처럼 벽이 되었다.
“전...당신이...”
“...............”
“당신은 왜...”
“..............”
“...........저를 버린 건가요?”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면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고, 나 아닌 사람은 역시 알아듣지 못한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녀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전부 이해되었다.
‘전...당신이...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은 왜 저에게 체벌을 가하고 명령을 했나요?’
‘전부 거짓이었나요? 아니면 사랑이 식었나요?’
내가 알고 있는 그녀는 남자에게 의존하고 지배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여자였다. 내가 그녀에게 보여줬던 행동이 그녀의 이상에 조금은 부합되었던 것이고, 그래서 그녀의 방식으로는 내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받아들였던 듯하다.
‘이제 겨우 17살인데...’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할지. 대견하다고 할지 심란했다. 교문을 향해 나도 모르게 몇 걸음을 걸어갔다.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무의식의 발로였을 수도 있었다.
‘병신..비겁한 것도 정도가 있지..’
고개를 돌려 수영을 바라봤다. 떨고 있었다. 최소한 그녀는 나를 17살 어린애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사회적 통념이 어떻든 그녀가 나를 어른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른인 것이고, 애라고 생각한다면 애가 맞다.
‘...........’
나는 내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녀는 또한 그녀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것이 서로 맞지 않으면 오해가 되고 불신이 쌓인다. 반대로 일치한다면 긴 말이 필요 없는 관계가 된다. 모 대통령이 말한 ‘코드’라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수영과 나는 그 코드가 맞다. 내가 한번 바라보는 것만으로 내 의중을 읽고 기쁜 미소를 지으면서 따라왔다. 한 걸음의 거리를 유지하며 걷는 그녀는 존경하는 스승을 따르는 제자나 왕족의 수발을 드는 시녀같이 조심스럽다.
‘그게..수영의 기질이었지..’
“어디 살아?”
“AD동에...”
“한번 찾아 올 줄 알았다더니?”
“.........”
이사는 했어도 내가 자기를 찾아 올 수 있는 방법은 강구해 두었다는 의미다. 그런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수줍은 미소로 대답한다.
“오실래요?”
“...응...”
“그럼...이쪽으로..”
집에서 작은누나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반짝 반짝 빛나는 얼굴로 한껏 기대하며 묻는데 차마 안 간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작은 누나 입장에서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수영은 나를 이끌고 소형차에 태워 달렸다.
“운전은 언제부터?”
“얼마 안돼요..”
밀폐된 차 안에 앉으니 그녀의 냄새가 진해졌다. 차에 밴 냄새가 아니라 새롭게 나오는 진한 페르몬이었다. 그것을 느끼고 예전 기억을 떠올리니 그녀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언제나 남자를 끓어 당기는 야릇한 표정이 아닌 차분한 얼굴도 그렇고 교생 일 때문이겠지만 옷차림도 많이 얌전해졌다.
‘저 안의 몸도 변했을까?’
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그녀의 몸을 그려낼 수 있었다. 더욱이 지금은 봄이었고, 그만큼 옷도 가벼워졌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 내려가면서 하나하나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났다.
“으음...운전하는데...그러지 마요..”
“뭘?”
“...그런..눈으로..보면..힘들어져요..”
“뭐가 힘들어지는데?”
“아이~”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젖어 있는지, 젖었으면 예전의 그녀처럼 팬티를 입을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되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또 아기처럼 매끄러운 털 없는 아랫입도 다시 보고 싶었다.
“지금은 싫어요..무서워요..”
“뭘?”
“.....만지려고 했잖아요..”
“......싫어?”
“....거의 다 왔어요..”
그녀 말처럼 차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고, 탁아소를 겸하고 있는 유치원에 들려 희주를 안고 돌아왔다. 또 얼마 안가서 한산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수영은 유치원에서부터 별다른 말없이 희주를 나에게 안겼다. 그 태도가 너무나 당연해서 덩달아 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말았다.
“많이 컸네?”
“얼마나 떼쟁이인지 몰라요..낯가림도 심해서 아무나 못 안는데..오랜만에 봤어도 아빠는 기억하고 있나 봐요?”
“그래?”
‘아빠?’
오빠라는 말을 잘못 들었겠지만 순간 철렁했다. 수영이 저녁을 하는 동안 희주를 안고 있으면서 생각해보니 아빠라는 말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앞으로 수영을 아버지의 여자로만 대한다면 오빠가 될 것이지만 내 여자로서 받아들이면 아빠라고 해 두는 것이 갈등의 소지가 적었다.
‘수영도 잘못 말한 것이 아니라 그걸 염두에 두었는지도 모르고..’
“여보..식사하세요..”
“..응....”
상미누나와 보라누나가 떠날 때 섭섭하고 가슴 아팠던 것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 전에 어쩔 수 없이 떠나가는 그녀들 덕분에 내가 ‘나쁜 놈’이 돼야 하는 순간은 비켜갔다.
다시 꼬이고 있다. 마음이 복잡했다. 기쁘고 불안하다. 한순간 어긋난 선택을 해서 이 모든 것들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긴장된다. 긴장과 함께 전율도 있었다. 또한 엄마. 동연누나. 수영. 상미누나. 보라누나의 경험으로 떠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떠나지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니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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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점심시간에 100번째 꽃바구니가 오지 않아 웬일인가 했더니 퇴근할 무렵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꽃다발과 함께 다이아반지를 내미는 명수였다.
‘참...창의력 없는 사람..’
“현주씨. 사랑합니다. 저랑 결혼해 주십시오.”
“죄송하지만..결혼 생각이 없어요..”
“네?”
명수씨가 너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 덩달아 놀랐다. 마치 100%의 확신을 갖고 있었던 듯 했다. 무엇이 그에게 그런 확신을 주었을지 궁금하다. 100개의 꽃바구니였을지, 아니면 내가 그에게 오해의 소지를 주었던 것인지.
‘꽃을 받으면 안 되는 거였나?’
“왜?”
“네? 아..그야..명수씨와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어정쩡한 태도가 오해를 하게 만들었다면 확실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문제는 질질 끌면 서로 힘들다. 그러니 차갑고 냉정하게 보일 정도로 태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옳다.
“왜요? 왜 사랑하지 않는데요?”
“...........”
너무 똑똑한 사람이라 사랑하는 이유도 설명하고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1+1이 2가 되는 것은 다소 어렵지만 증명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랑하지 않는 이유는 나로서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내 마음이 그래요..”
“다시 생각해 보세요..”
“.........”
대화가 안 된다는 느낌. 오래전부터 계속 받아 왔다. 이런 것도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설명하기 어렵고 귀찮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그의 사랑도 신뢰성을 잃었다. 그의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요..사랑은 가슴으로 하고 싶어요..”
“...................”
무슨 소리냐는 눈빛.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니 그럴 수도 있겠고, 그의 잘못은 아니다. 단지 내 남편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런 눈빛을 보낸다면 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것이다.
“그러니...저보다 좋은 사람...만나길 빌게요...안녕히 계세요..”
“.............”
반지를 움켜진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렇게 생각하고 봐서 그런지 그의 눈빛에도 분노가 어렸다. 핸드폰을 식탁 밑으로 잡고 재석에게 문자를 보냈다.
“전 명수씨 상대로는 모자라는 것 같아요..”
“그건! 그건 내가 감수할 문제에요. 현주씨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아니요. 서로 수준이 맞아야죠.”
무섭기도 하고 나를 사랑한다고 결혼하자고 하는 남자라서 불쌍한 마음에 위로라도 해 주려고 했는데 말을 나누면서 더욱 기분만 상했다. 어쩐지 그는 내가 자신보다 쳐진다는 내 말을 쉽게 수긍하는 듯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청혼하면서 100% 확신을 가졌던 것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자기가 손해라고 생각하면서 나랑 결혼하겠다는 이유는 뭐야?’
‘좋아하기는 하는 건가?’
나는 그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가 나랑 결혼하자고 하는 이유가 사랑해서였기를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는 의미가 다르더라도 최소한 ‘좋아하는 마음’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말이 듣고 싶었다.
“저랑 결혼하고 싶은 이유가 뭐에요?”
“......그거야....착하고..예쁘고..”
“저보다 착하고 예쁜 여자는 많아요..”
“............”
청혼을 거절한 것은 분명 나인데 어째 대화가 길어지면서 더 열이 받는다. 마침 커피숍 입구로 재석이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무서웠던 마음도 사라지고 동정심도 없어졌다.
“그럼 전 이만...”
“현주씨! 아직 이야기 안 끝났어!”
“전 끝났어요..”
“........”
“아파요...”
“아직 안 끝났다고 말했다..”
명수는 일어나 떠나려는 내 손목을 움켜잡았다. 손목이 시큰할 정도로 강하고 위협적이라 순간 당황했고 위축되었다. 또 주변의 시선이 몰려드는 것이 너무 창피했다.
“누나!”
“재석아~”
“..........”
“당신...그...검사?”
“너 이사람 알아?”
“누나야 말로 어떻게 알아?”
“..............”
박명수는 지금까지 당당하고 위협적이던 모습은 씻은 듯 사라지고 당황해 하다가는 도망치듯 뛰쳐나갔다. 그런 변화에 나도 재석이도 할 말을 잃고 바라만 봤다. 뭔가 불길하고 의도적인 냄새가 난다. 그러면서 몇 달 전 도둑 사건이 상기되면서 새로운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걱정 마 누나..”
“..응...”
재석이가 안아 준다. 재석이가 안아주고 싶어질 만큼 나는 몸이 떨렸다. 그리고 신비한 마법처럼 재석이 품 안에서 진정되었다. 이 험한 세상에 단 하나, 안전하고 따듯한 그 곳을 찾은 기분이었다.
아파트 하면 현관을 열자마자 거실이 있고, 거실을 중심으로 부엌과 방. 화장실이 배치되는 형태가 떠오른다. 지금까지 들어가 본 모든 아파트는 거의 그런 구조였다. 그러나 수영의 집은 현관 앞에 기다란 복도가 있고, 복도를 따라 방3개와 화장실이 지그재그로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복도의 끝에 거실과 부엌이 조그맣게 있었다.
희주를 안고 집을 구경하는데 희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구경했다. 이제는 갓난이도 아니고 해서 안고 있는 것이 어렵거나 불편하지는 않았다. 단지 어색하다. 3개의 방 중 하나는 희주를 위한 공간으로 각종 놀이감이 있었고, 아이는 그 방에 들어가자 내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바닥에 발이 닿자 뒤뚱거리면서 장난감을 집어 들었다. 원목 나무에 바퀴가 달린 것으로 자동차나 마차라고 부르기 어려운 것이었다. 아이는 그것을 나에게 내밀었다.
“여보..식사하세요..”
“..응..”
“어머~ 우리 희주. 그거 아빠에게 주는 거야? 어서 받아요. 희주가 제일 아끼는 거예요..”
“응? 응...고마워. 희주야..”
“희주. 맘마 먹자~”
수영은 희주를 번쩍 안아들고 주방으로 갔다. 뒤 늦게 장난감을 들고 따라갔다. 희주가 준 장난감을 내려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말 가지고 가기도 난처하다. 정말 준 것인지도 의심스러운데다가 가져가도 쓸데가 없는 까닭이다.
“입에 맞을지 모르겠어요..”
“맛있네..”
“많이 드세요..”
뚝배기 안에서 뽀글뽀글 소리까지 내면서 아직도 끓고 있는 순두부찌개와 가지런하게 담겨있는 밑반찬들이 전형적인 가정식 백반이었고, 맛이 깔끔하다. 아이에게 밥을 떠먹이는, 앞치마를 걸치고 있는 수영과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부부 같은 느낌을 준다. 우리 누나들이나 보라. 상미. 슬기 누나들이랑 있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굉장히 안정감이 있어 원래 있을 자리에 있는 편안함이다.
“설거지 도와줄게..”
“정말요? 그럼..”
지금까지 수영의 성격으로 봐서 괜찮다고 할 줄 알았다. 맛있게 먹고 그냥 물러나기 어색해 인사치레로 한마디 했는데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고무장갑을 끼워 준다. 내 입으로 한 말도 있고 집에서도 가끔 하는 것이라 조금은 의아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냥 싱크대 앞에 섰다.
“희주도 엎어주세요..”
“어?”
수영은 웃으면서 희주를 등에 업히고는 넓은 포대기를 가져다가 둘둘 말았다. 고무장갑에 거품이 잔뜩 묻어 있던 터라 팔을 넓게 벌리고 수영에게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희주가 무거운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업고 설거지를 하려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수영은 싱크대에 등을 대고 앉아서 올려다보며 야릇하게 웃다가 바짝 붙어 앉으며 다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한 마리 뱀처럼 타고 올라와 엉덩이를 어루만지고 가랑이 사이를 지나 앞섶을 건드리며 희롱했다.
“봐도 되죠?”
“.....응...”
이미 똘똘이는 ‘스탠드 업’ 상태에 있었다. 학교에서 수영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차 안에서 그녀의 냄새를 맡는 동안에도 또 살며시 옆자리에 앉는 것을 보면서. 그녀의 손을 피부가 느끼면서 몸은 기억을 되찾았다.
“아...그리웠어요..”
‘나도...’
수영은 아예 내 다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떨어져 내린 바지가 수영의 허벅지 위로 떨어져 내리고 팬티는 무릎과 무릎 사이에 기다란 다리를 만들면서 걸쳐졌다.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니 똘똘이를 가까이서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
꿀꺽..
“설거지..안 해요?”
“으응..할거야..”
“그동안 얘...심심하겠다. 그죠?”
“...아마도..”
“그럼..조금만 놀아줘도 좋겠네요?”
“..응....”
똘똘이 머리에 입술의 감촉이 느껴진다고 생각하는데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혀와 입술이 강하게 조이면서 휘감겼다. 많은 입술을 알고 있었고,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어도 수영의 입이 단연 으뜸이다. 아니 수영의 입뿐이 아니다. 성기능만 본다면 그녀는 두려울 정도였다.
“쭙..줍..”
덜그덕..덜그덕..
설거지를 시작했다. 아래쪽이 신경 쓰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신을 조금이라도 분산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혀에 따라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고 싶었고,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잡고 거칠게 쑤시고 싶은 열망에 휩싸였다.
“으음...”
똘똘이 머리만을 집중적으로 빨아 먹다가 자극이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느낄 때면 어느새 떨어져 기둥을 타고 내려가 구슬이나 주머니, 또는 그 밑으로 파고들어 가랑이 사이를 핥는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자극이 올라와 힘을 풀고 사정을 해야 갰다고 느꼈다가도 파정하지 못하고 애꿎은 그릇만 움켜잡았다.
“음...”
완벽한 조절. 완전히 장악 당했다. 나는 수영을 잘 몰랐던 건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둘이서 또는 수영의 항문에 약을 넣고 제한을 둔 상태에서의 수영과 자유로운 그녀는 달랐다. 스스로 오럴을 즐기는 것이나 그 페로몬은 같았으나 기술과 여유는 내 위에 있었다.
“설거지 다 했어요?”
“으응..아직..”
“기분 좋아요?”
“응..”
“역시..당신은 특별해..”
“뭐가?”
“절대 조급해 하지 않아..약점을 보이지 않아..”
“.........”
칭찬이라는 것은 알겠다. 그러나 이유 없는 칭찬이다. 그래서 그녀를 내려다 봤다. 말을 하면서 똘똘이에게서 입을 떼게 되어 미친소가 안정을 찾아 갔다. 그녀는 단지 그녀의 침으로 반짝이는 똘똘이를 쓰다듬고 있다가 내 시선을 느끼고 올려다봤다.
“내 입에 내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고 싶었어..”
“참았어요?”
“..아니. 참지는 않았어..네가 싸게 하지 않은 거 아냐?”
“맞아요. 하지만 당신도 조급하지는 않았죠?”
“...좋았으니까..”
그녀가 얼마나 많은 남자와 관계를 했는지는 모른다. 아마도 나보다는 많을 거다. 아니 그녀의 나이와 매력. 그리고 그 독특한 기질을 생각하면 상상을 초월할거라고 본다.
“전요...당신이 제 입을 거칠게 쑤셔 주기를 바랬어요..”
“......”
“당신을 갖고 싶었어요..내 뜻대로 조종하고 싶었어요..”
“.......”
“예전에도...오늘도...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당신은..”
“.........”
그녀의 말은 너무 생뚱맞고 상황에 맞지 않았다. 나는. 최소한 똘똘이는 그녀의 기술과 의지에 완전히 통제되고 있었다. 미친소가 떼로 몰려다니며 입구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주머니로 돌아가는 감각에 휩쓸려 정신이 아찔한 쾌감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조종되지 않았다고?
“음...”
잠깐의 대화와 그녀의 말에 대한 생각으로 완전히 진정되자 그녀의 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다시 느껴 봐도 똘똘이는 그녀를 거스를 수 없었다. 아무리 엉덩이에 힘을 주고 PC근을 수축해도 수영은 미친소를 정확하게 폭발 직전까지 끌고 올라갔다가 입술을 띄었다.
‘여기서 억지로 그녀 입에다 싸기를 바란다는 건가?’
그런 의미를 갖고 내려다보자 마침 그녀는 똘똘이 머리만을 살짝 물고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을 보자 내 생각이 맞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손 안에 다 들어올 것 같이 작은 얼굴을 잡고 허리를 밀어 넣었다. 그녀의 얼굴이 하복부에 닿았고, 똘똘이는 깊고 좁은 길을 따라 끝까지 들어갔다.
“으음..”
내 다리 사이에 놓인 입을 아래입처럼 똘똘이로 치댔다. 민감한 머리에 목젖이 스치고 지나갔다. 엉덩이를 잡은 수영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주머니를 쥐어짠다. 자극이 똘똘이 머리에 달린 센서의 역치를 어렵지 않게 돌파했고, 그녀의 입에 대고 미친소를 뿜어냈다.
“먹지 마..”
“아아...”
수영은 기둥과 주머니를 잡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려는 듯 흔들었다. 물총처럼 날아가는 덩어리와 함께 특유의 냄새가 넓게 확산했다. 입이 작아서 그런지 그 안에 미친소가 가득 싸였고, 수영은 내 말에 삼키지도 못하고 그대로 있었다. 그녀의 입술 가장자리로 흘러넘치기 시작하자 양 손으로 그 액체를 받아냈다.
그녀는 고개를 바짝 들고는 흘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한쪽에 매달려 있는 키친 타월을 뜯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받지 않는다. 목젖이 꿈틀거릴 때마다 입 안에서 기포가 올라왔다. 힘겨워 보였다.
“뱉어..”
“..어어..”
“먹을 거야?”
“..어어..”
“너도 내 마음대로는 조종되지 않아...”
꿀꺽..꿀꺽...
“그래서 당신이 더 좋아요..”
“......”
‘이해할 수 있는 너는 너가 아니겠지..’
내 생애 가장 독특한 설거지를 끝내고 베란다 티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셨다. 희주는 잠들어 수영이 방에다 누여 놓고 나왔다. 어느새 석양이 지고 도시는 회색빛 천연색에 물들었다. 회색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어도 일반적인 회색은 아니었다. 수십. 수천가지 색깔을 포함하고 있는 회색빛이었다.
“나..희주 아빠야?”
“...제 희망이에요..”
“그럼..너의 남편이고?”
“아니요...저의 주인이세요..”
“같은 말 아냐?”
일본에서는 남편을 주인이라고 부른다고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할머니들이 ‘우리 주인양반’이라고 표현한다. 아버지가 모아 둔 소설에서는 ‘주인’이 다른 의미로도 쓰였지만 문화와 정서의 차이로 정확한 의미가 와 닿지는 않았다.
“영어가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husband와 master. 사전적 의미로 husband는 남편. 정부. 뚜쟁이다. master는 영주. 주인. 스승. 달인. 정복자. 등이 있다. 그 이외에 다른 의미가 더 있는지는 몰라도 대략 그랬다. 분명한 것은 남편보다 주인이라는 말이 더 폭넓은 ‘지배와 소유’의 의미가 강했다.
“그런 정도로 내가 의미가 있을까?”
“....저는 있다고 믿고 있어요..”
‘무엇이?’
그녀에게 믿음을 주었을까? ‘성자가 된 청소부’라는 책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청소부는 성자가 아니었는데 사람들은 그의 일부분을 보고 성자라고 믿었고, 본의 아니게 성자가 되어 버린 이야기다. 지금 수영은 나를 자신의 주인이라고 믿고 있는데 정작 나는 그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you've got mail~
[재석아. 여기 HT 호텔 커피숍인데..지금 빨리 좀 와줘..]
핸드폰 메시지. 보내는 사람이 임의로 지워져 있는 메일이었다. 지금까지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아랫입 모습만 알게 된 사람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런데 최소한 그녀는 나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 가야해요?”
“응...아무래도...”
“다음에 또 오실 거죠?”
“...응...”
택시를 탔다. 빨리 오라는 내용 때문이기도 했지만 호기심이 더 강했다. 물론 사진을 보내는 사람과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사람일 확률이 더 높았다.
번호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지만 커피숍 안을 둘러봤다. 지금 불러낸 것이 장난이 아니라면 나를 알고 있는 사람.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 보면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누나?’
커피숍에 들어서자마자 누나를 찾았다. 아니 누나가 나를 찾았다. 누나는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누나 앞에 어떤 남자가 앉아 있다. 누나가 만나고 있는 그가 누군지. 호기심과 함께 아련한 생채기가 났다.
‘나도 참 재수 없는 놈이네...’
어제 밤에는 작은누나의 금지를 더럽혔고, 지금까지 수영에게 똘똘이를 물리다가. 누군지 모르는 그러나 음란한 사진의 주인이라고 예상되는 여자를 만나러 와 놓고는 누나와 남자를 보며 질투하는 꼴이 아무리 ‘나’라도 역겹다.
누나와 시선이 마주친 이상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누나 역시 나를 맞이하려는 듯 일어섰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 앉은 그 놈이 누나를 붙잡는다. 어딘지 강압적이었다. 그래서 빠르게 다가갔다.
“누나!”
“재석아~”
“..........”
“당신...그...검사?”
“너 이사람 알아?”
“누나야 말로 어떻게 알아?”
“..............”
누나와 함께 있던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고, 또 기억해 내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다. 지금 상황에서 그 검사는 너무나 뜬금없었다. 누나 역시 내가 그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람을 얼굴에 가감 없이 드러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가는 그와 내 뺨을 때리고 항의하던 나에게 검사는 그래도 된다며 오히려 뻔뻔하게 나왔던 그가 같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런 혼란 속에서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누나가 겁에 질려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걱정 마 누나..”
“..응...”
누나를 안정시키는 동안 나는 나대로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그리고 하나씩 풀어가자고 생각했다. 우선 도망나간 검사 이외에 나간사람이 없다는 것을 상기하고 우리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봤다.
“...........”
커피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지금까지 한 번도 궁금한 적은 없었지만 답은 알 것 같다. 그것은 혼자 앉아 있는 미모의 여자다. 그리고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묘하게도 지금 뛰쳐나간 검사와 같은 직업이라 금방 생각났다. 그러니까 그녀는 얼마 전 사건에서 내 담당검사였다.
‘우연일까?’
여자의 허리 밑쪽 사진이 왔을 때. 그것이 나를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우연이거나 누군가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슬기누나 말고는 그럴 사람이 없었고, 확인 결과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온 문자에는 ‘재석’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사진은 없었다. 그러니 같은 사람이 보낸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수도 있다.
메시지를 받고 온 호텔 커피숍에는 누나가 남자 검사를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 안면 있는 여검사를 봤다. 사진은 몰라도 오늘 온 문자는 누나 아니면 여검사가 보낸 것일 수 있다. 여검사가 누나인 것처럼 가장하고 보냈는데, 자기 번호가 찍히면 들통 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가능성 없지도 않았다. 또 그렇다면 번호를 없앤 이유도 설명이 된다. 만약 누나가 도와달라고 보낸 거라면. 누나는 그 와중에 왜 번호를 지웠는지가 설명되지 않았다.
“재석아..이제 집에 가..”
“괜찮아?”
“응..고마워. 어서 가자..”
안정을 찾은 누나를 데리고 나가다가 여검사를 돌아 봤다.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흠칫 놀라며 시선을 피하려다가 그대로 쳐다본다. 최소한 그녀는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연이 너무 많다. 우연이 두 번만 되도 필연이라고 했다. 내가 남자 검사를 알게 된 것, 또 누나가 그를 알게 된 것, 내가 여 검사를 알게 된 것, 그 각각이 우연이라고 해도 이렇게 한자리에서 만난 것은 필연이다.
그날 이후 현주누나는 어딘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두기로 하고 나는 나대로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주말에 변호사 아줌마를 통해 여 검사를 만났다. 우리 둘 모두 알고 있는 장소, HT 호텔 커피숍이었다.
“저를 보자고요?”
“...그저께 봤었죠? 여기서..”
“그래서요?”
“............”
과민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부녀와 간통이나 하는 사람이라 싫었다면 굳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아줌마 말로는 별다른 말없이 만나겠다고 했다는데 굉장히 딱딱했다. 또한 말하는 폼과는 달리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초등학교 때 지수 때문에 싸우게 되는 일이 많았는데, 그녀와 같은 눈빛을 하는 애들도 더러 있었다. 그건 겁을 먹은 눈이다. 불량배에게 붙잡힌 소녀들이 보여 줄만한 표정이다. 그녀는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아무 말 없이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심하게 흔들렸다. 아무리 내가 불륜의 경력이 있다고 해도 강간이나 폭행죄도 아니고 호텔 커피숍에서 뭘 할 수 있다고 두려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전..단지..명수씨를 따라왔을 뿐이에요..”
“명수씨? 아...그 검사요?”
“그래요. 제 애인이에요.”
‘또.. 나를 치죄했던 두 검사가 우연히도 연인 있었다?’
“그..검사님은 왜 우리 누나를 만난건지 아세요?”
“...........그 여자..그러니까 당신 누나에게 안 물어봤어요?”
“네..그 날 이후 굉장히 무서워하고 있어서..”
“왜요? 제가 알아본 걸로는 매일같이 꽃바구니를 보냈고..며칠 전에는 다이아반지까지 샀는데..”
작은 누나 말로는 누나가 어떤 검사랑 연애를 한다고 했었다. 이것이 전부 우연이라면 그건 정말로 인연일 것이다. 그러나 우연히 아니라면, 위험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위기 감지센서가 요란하게 경고했다.
‘그래서 누나가 무서워하고 있는 거구나..’
“혹시...검사님이 제 사건을 맡은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네? 아....”
그녀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눈을 크게 뜨고는 아무 말 없이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걸로 대답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량배를 만난 소녀처럼 떨던 껍질을 벗어버리고 차분하고 냉정한 눈동자로 생각에 잠겼다.
“명수씨. 아니 박명수 검사를 언제 만났었죠? 그저께 처음 본거 같지는 않던데?”
“...저에게도 정보를 줄 건가요?”
“...약속 할게요..”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수상한 도둑 사건을 이야기해야 했고, 이어서 박명수가 찾아온 것과 취조실 안에서의 일을 모두 전했다. 그녀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말도 안 돼요. 박명수 검사는 작년에 특검팀에 있었어요. 그가 절도 같은 일에 관심을 보였을 리가..”
“특검팀이라는 건 뭐죠?”
“그건 특별검사 제도를 말하는 거예요. 수사 자체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거나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을 때에 도입하는 제도로, 검찰의 고위간부가 수사의 대상이 되거나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공직자가 수사 대상이 됐을 때 실시해요.”
“박명수씨는 누구를 수사했나요?”
“작년에 떠들썩했었죠?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이요.”
“아...”
나는 나대로 말하면서 상황이 정리가 되었다. 도둑이 들었을 때도 느꼈지만 그들은 뭔가를 찾고 있다.
‘장부..’
비자금과 관련된 거라고는 장부뿐이었고 나는 그것을 태워 없앴다.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없는데 그들이 계속 그것을 찾는다면 일이 어렵게 되었다. 장부가 나에게 있었다는 것을 알려지면 박명수 행동으로 봐서 내 머리라도 해부하려고 할 것 같다.
“뭔가 짐작 가는 일 있나요?”
“아니요...”
박명수의 일은 이유를 찾은 듯 했다. 그는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이 여자 나에게 꽤나 호의적이다. 문자를 보낸 사람이 이 여자가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면 왜 나에게 호의적일까?
그녀는 내 담당검사였다. 그런데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건 중의 무엇인가가 그녀에게 호기심을 자극했을 것이다. 사건의 성격상 성적인 부분일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음부 사진을 보냈다. 또 누나가 위급할 때 도움을 주었다. 만나자는 제안에 선뜻 나왔고,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말이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