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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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의 말이 어이없었다. 그리고 남편이 어떻게 알았는지도 궁금했다. 죄의식이나 불안은 거의 없었다. 그런 감정들은 처음에나 갖는 것이지 여러 번 반복되면 무뎌진다. 1년을 넘게 해온 부부교환은 이정도의 일로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내 마음을 무디게 만들었다. 

‘뒷조사를 했을까?’

갑작스럽게 뒷조사를 했을 이유가 없었다. 그것 보다는 항상 감시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았다. 뒷조사를 한다는 것은 의심스러운 것이 있었다는 것이다. 재석이를 만나고는 있었지만 그 전에도 다른 남자를 만났다. 차이가 있다면 남편이 알고 있느냐 모르냐는 것뿐이다. 감시는 믿지 않는다는 의미다. 

뒷조사를 계속 용역업체에 의뢰했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고 경제력을 공유하고 있는 입장에서 내가 몰랐을 리 없었다. 남편 월급보다 내 월급이 더 많았다. 그의 비상금이라고 해 봐야 뻔한 금액이었다. 

‘뭔가 있는데...’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은 그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마련이다. 남편은 건축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그 중에서도 전기 설비 분야였다. 아이가 없어 방 3개 중 안방은 공용으로 쓰고 작은방은 남편이 서재로. 건넌방은 내가 쓰고 있었다. 비밀이 있다면 작은방 안에 있을 것이다. 

‘음....’

전기 관련 전공서적과 각종 기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평소에 이 방만은 나도 치우지 못했다. 버릴 물건과 정리할 것이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뭐를 찾아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

찾을 대상을 모르지만 이상한 것은 있었다. 소리였다. 많은 날벌레들이 만들어내는 것 같은 진동음. 컴퓨터가 돌아가면서 내는 기계음 이었다.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켜져 있는 컴퓨터는 이상한 일이다. 누구도 아무 이유 없이 출근하면서 컴퓨터를 켜놓고 가지 않는다. 바꿔서 생각하면 컴퓨터가 켜져 있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

모니터는 꺼져 있었다. 꺼져 있는 모니터에 전원을 넣자 나오는 것은 4개로 나눠져 보이는 집안의 모습이었다. 4개로 분할된 화면은 잠시 후 다른 장소로 바뀌었다.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화면은 계속해서 변했다. 전부 12개였다. 안방과 거실이 4개씩으로 다른 각도에서 보였고, 욕실에 1개. 주방에 1개. 건넌방에 1개. 이방에도 침대를 겨냥해서 1개가 있다. 

그 후부터는 뭐를 찾아야 하는지 명확해 졌다. 그 컴퓨터와 연결된 또 다른 컴퓨터를 켜고 파일을 뒤졌다. 스와핑 때의 일들이 녹화되어 있었다. 기억과 맞춰봤을 때 전부는 아니다. 남편 취향에 따라 선택된 영상들이었다. 상미와 했던 영상도 남아 있다. 남편에게 안대를 씌우고 두 남자를 탐했던 때의 기록도 있었다. 이로서 남편이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피식~

사랑보다는 쾌락에 빠져드는 것처럼 보이는 남편이었다. 나 역시 새로운 남자가 주는 신선한 자극을 탐닉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1년이 넘어가면서 싫증이 났다. 무엇보다 가슴이 피폐해졌다. 남편은 노골적으로 잠자리를 피할 때가 많아졌고, 다른 남자들은 처음에는 다정하고 열정적이지만 한번 관계를 갖고 나면 급격히 식어가는 것을 느낀다. 그들에게 나는 창녀 대신이지 그 이상은 아니었다. 

남편의 눈을 가리고 재석이와 둘이 그를 희롱했을 때. 가학적인 기분에 사로잡혀 전율했다. 원초적 배덕감에 몸서리쳤다. 남편이 그 사실을 몰랐을 때 그랬다. 그러나 남편은 알고 있었다. 

남편을 속였고, 또 들켰다. 미안해야 할 일이지만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남을 속이면서 미안한 이유는 그것으로 인해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화를 내야 하는 사람이 아무런 표시를 내지 않는다. 화를 낼 정도로 상처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를 너무 사랑해서 참았다? 아냐...그렇다면 상미를 찾아가지도 않았겠지..’

‘하나도 남은 것이 없구나...’

느끼고는 있었다. 남편에게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서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것이 이렇게 현실로 나타났을 뿐이었다. 

‘당신이 원하는 데로....해 줄게...’

“이게 다 뭐야?”

“응...남자가 좋아하는 것들..”

회사에는 월차를 내고 아침에 출근하는 척 하다가 돌아왔다. 약속된 시간보다 상미가 일찍 왔는데 양손에 짐이 가득이었다. 간단한 대답에 호기심만 증폭되었다. 우수수 쏟아지는 물건들이 남자가 좋아하는 것들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여성용품이었다. 

“............”

“놀랐어?”

“응...”

스타킹은 사타구니가 넓게 뚫려 있다. 얇고 기다란 천은 속옷이지만 속옷이 아니었다. 치마는 너무 짧아 엉덩이가 다 보였고, 상의는 가슴만 겨우 덮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레이싱 걸 복장이었다. 그 밖에도 처음 보는 옷들이, 사실 옷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가득이었다.

“이걸...다 뭐에 쓰려고?”

“좋아한데...이런걸..”

“재석이가?”

“...남자들이..”

상미의 모습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여 안쓰러웠다. 이렇게 사랑하고 있으면서 한순간 자기 마음을 알지 못해 엇갈린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배후에는 내가 있었다. 

“알았어...”

재석이를 기다리며 옷을 갈아입었다. 상미는 끈처럼 가는 천으로 된 속옷을 입었다. 가슴을 받쳐주지도 않고 뻥 뚫린 구멍으로 여자인 내가 봐도 탐스러운 가슴이 얼굴을 내밀었다. 원피스처럼 이어진 끈 사이로 날씬한 허리와 앙증맞은 배꼽이 숨김없이 드러나고 가터벨트같이 허리를 감싼 천은 간신히 좁은 문만을 가렸다. 너무 작은 천 조각에 털들이 양 갈래로 모습을 비췄다. 그 밑으로는 엉덩이 사이에 묻혀 남은 부분이 보이지도 않았다.

‘심하네..’

스타킹은 그물을 입는다. 갓 잡아 올린 생선의 신선한 속살이 쭉 뻗었다. 날씬하고 큰 키의 매력을 유감없이 표현되었다. 나는 남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본 적이 없다. 상미의 매력이라면 이 애 역시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때? 섹시해?”

“....응....”

“표정이 왜 그래?”

“아냐...”

아름답고 슬펐다. 내 시선에 상미는 쑥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그 정도까지 기합이 들어가 있는 상미에게 지지 않기 위해 나도 고르고 골라 갈아입는다. 생애 처음으로 티 팬티를 입었다. 가는 끈이 엉덩이 사이에 끼면서 불편하다. 작은 삼각의 천으로 된 브라자를 상미가 뒤에서 묶어 준다. 대부분의 살들이 천 밖에서 흔들리고 오직 유두와 좁은 접촉면으로 고정하기 위해 꽉 묶었다. 처음 봤던 사타구니 부분이 없는 스타킹을 신었다. 

“...이 위에는 뭘 입어?”

“음...이거..”

레이싱 걸의 복장이었다. 나이 30이 다 돼서 이런 옷들을 입게 되리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3S가 처음도 아닌데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었다. 다른 남자를 기다리며 야한 치장을 하는 아내를 어떤 마음으로 보는 걸까? 

지금까지와는 느낌이 다르다. 스와핑을 할 때 정성껏 치장을 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나를 위해서였다. 다른 여자보다 못해 보이고 싶지 않았고 매력적인 여자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미를 도와 재석이를 자극하려는 의도와 남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다. 

딩동~

약속한 시간보다 10분 전이 되자 벨이 울리고 모니터 안에 재석이가 보였다. 언제나 1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 어쩌면 아파트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는 듯싶다. 그가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이런 작은 배려는 알게 모르게 마음에 닿는다. 지금은 퍼진 똥차처럼 시간을 지킨 적이 없는 남편도 연애 때는 이랬고 그래서 내 마음을 가져갔었다. 다 지나간 일이지만..

“어서 와...”

“아...”

무의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재석이는 웃으며 서 있다가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시선이 위 아래로 훑고 지나갔다. 내 몰골이 생각나면서 너무 부끄러워 얼굴로 열기가 솟는다. 

“어머~나 주려고?”

“아..네..”

“뭐야? 이거?”

“재스민이에요. 향기가 좋아요..”

작고 예쁜 화분에 초록 식물이 담겨 있다. 하얀 꽃들이 소담스럽게 달려 있었고, 그의 말처럼 향긋한 냄새가 났다. 두 손으로 받는데 가슴이 모이면서 끈 밖으로 유두가 나가려고 하는 것이 느껴지면서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흥분되었다. 

“...꽃말이....관능적...이라네요..히히..”

“아이~”

마치 나를 그렇게 평가해 주는 것처럼 들렸다. 내가 알기로 꽃말은 ‘당신의 나의 것’이었다. 인도네이사에서는 신혼부부의 침실에 재스민 향수를 뿌려 둔다고 한다. 그 의미가 향기와 함께 가슴을 뿌듯하게 채웠다. 

“어서 들어와..”

“네..”

“아! 상미누나..”

“안녕..”

소파에서 상미가 일어서 있고, 재석이는 들어가다 말고 멈춰 버렸다. 나는 문을 닫고 돌아섰다. 상미의 눈은 내 손에 있는 재스민을 향하고 있었다. 그 애의 질투가 느껴졌지만 미안한 감정보다는 기쁨이 컸다. 

“뭐해? 앉아..”

“...네...”

3S를 하는 것에 대해 재석이도 좋아하면 좋아했지 거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세 명의 대치하며 앉고 보니 분위기가 무겁다. 재석의 눈은 주로 나를 향했는데 이유를 묻고 있었다. 나를 생각하며 땀을 가득 흘린 모습으로 와서 앉아 있는 재석이에게 어처구니없게도 미안하다는 감정까지 들었다. 어린애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빛에 매서운 카리스마가 있다. 

“................”

“오늘은...셋이서 해 볼까 해서..”

“그런걸...원해요?”

“.....원한다기 보다...”

주면 주는 대로 먹는 애가 아니었다. 어쩐지 내가 3S를 하자고 사정하는 꼴이 되 버렸다. 남자가 두 명이라고 해도 할까 말까 한데 내가 서비스하려고 하면서 이런 대우를 받자 억울한 감정도 들었지만 그의 눈빛에 마음이 불편해지고 두근거린다. 

“내가 원했어.”

“...누나가? 왜?”

“너를 원하니까..이렇게라도 갖고 싶으니까....”

“....왜?”

“.........”

처음 재석이를 봤을 때 날카로운 인상이라고 생각했었다. 계속 만나면서 한없이 부드러웠기에 착각했다. 금방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나 혼자만 애가 탔다. 이대로 헤어지면 상미처럼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몰랐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 

“...........”

“우선 씻어..땀 많이 흘려서 찝찝하잖아..”

“...네....”

원래 우리는 나중에 씻었다. 짭짤하면서 끈적이는 땀을 나도 그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너무 딱딱했다. 이렇게 경직되어 있어서는 서로 힘들다. 막 운동을 하고 온 재석이 몸에는 무도의 긴장감이 남아있어 더 그렇게 보였다. 

“후...고마워 언니..”

“...응...그런데...오늘은 그만 두는 것이 어때?”

“그럼 시작하지 않는 것만 못해..”

쉬운 여자는 매력이 없다고들 한다. 재석이를 보니 알 것도 같았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남자의 매력이 있었다. 전에는 나를 앞에 두고 상미를 생각해 주며 움직이지 않았고 지금은 상미를 앞에 두고 여유를 잃지 않는다. 비단 여유가 있을 뿐 아니라 자기보다 배는 많은 나이의 나와 상미를 무겁게 누르고 있다. 그 기분이 싫지 않았다. 

“어디가?”

“히히. 욕실..”

“재석이가..”

“그러니까..”

이제 16살이라는 재석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듣지는 못했지만 결코 평범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상미는 남자에게 상처받은 애였고, 그래서 지금처럼 돌출된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나는...’

나는 정상일까? 어려서부터 남보다 뛰어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동성의 친구들에게는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남자들은 나를 어려워했다. 대학을 나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운전을 하다가 가벼운 사고라도 나면 ‘여자가’로 시작하는 ‘솥뚜껑 운전’이 들어가는 악담을 듣는다. 그 안에서 자기를 죽이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 많이 울었다. 

‘...........’

다시 카메라가 있는 자리를 봤다. 더 이상 남편이 밉지는 않았다. 그 역시 이 사회의 일원으로 많은 스트레스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이었고, 조금은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렇게 된 거 서로 원하는 것을 얻으면 그 뿐..’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고 간단하게 생각하면 또 그렇게 된다. 상미의 저돌적인 행동이 옮겨와 나도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욕실로 갔다. 조금 열려진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쏴~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두 사람이 나눠서 받고 서 있었다. 재석이는 알몸이었고, 상미는 레이싱 걸 복장 그대로였다. 하얀 유니폼이 물을 받으면서 물줄기를 만들며 떨어진다. 온몸을 들이미는 상미의 박력에 재석이 물건이 잔뜩 힘을 주고 아래위로 흔들렸다. 

“............”

스와핑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질투게임이었다. 그를 뒤에서 안고 최대한 넓게 벌린 손으로 단단해 보이는 가슴과 숨 쉬는 것에 따라 6개로 변하는 복근을 어루만지는 상미가 기분 나쁘다. 그건 ‘내 것’이었는데 도둑맞고 있었다. 

빼앗기고 보니 그의 젊음이 새삼 눈에 담긴다. 상미가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남성을 잡는 순간 다리가 휘청거리며 서 있기도 힘들어졌다. 그의 상징과도 같은 계란만큼이나 큰 머리가 나를 바라보고 끄덕였다. 상미의 손가락이 더욱 가늘게 보이고 붉게 칠해진 손톱이 날카롭게 눈에 들어왔다. 

치마라고 부르기 어려운 옷을 헤지고 손을 넣었다. 어느새 흠뻑 젖어 있다.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날카로운 쾌감에 머리가 멍해지고 호흡이 곤란해졌다. 상미의 손이 기둥을 잡고 마사지를 한다. 

“쭙...쭙...”

신경을 거슬리는 그것에서 시선을 돌려 위를 향했다. 상미와 재석이는 키가 비슷해서 둘이 겹쳐 서 있는 모습이 모델 같기도 했고 명화처럼도 보였다. 상미의 붉은 입술이 재석이 목을 빨고 있었다. 샤워 물줄기가 그들을 덮치고 재석의 어깨와 상미의 입술로 흐르면서 더 큰소리가 나는 듯 했다. 

“..........”

재석이는 물줄기 안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어느새 나와 일직선이었다. 작게 떠진 눈이 나를 끌어 당겼다. 내 의지라고 생각되지 않는 동작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심장이 폭발적으로 두근거렸다. 지금 상황 때문인지 그에게 완전히 압도당해 정신이 혼미해졌다. 

“쭙...”

그의 키스. 입 안을 전부 파헤치는 듯 강렬한. 다른 사람보다 두 배는 길다고 생각되는 혀가 나를 점령했다. 그의 얼굴을 타고 따듯한 물이 흘러 들어왔지만 거역하지 못하고 마시게 된다. 어느새 허벅지 사이에는 커다란 계란을 품고 있다. 따듯한 그것은 살아 있었다.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그 안에서도 맥박이 울렸다. 

“음...”

허리가 저절로 움직이고 다리 사이에서 그것과 내 것이 비벼졌다. 샤워 물보다 내 물이 많은 듯 유연하게 드나들었고 점점 풀리는 다리 때문에 그의 목을 감아 나를 싣는다. 

“으음...”

잊어 먹고 있던 상미가 어느새 내 뒤로 왔다. 가랑이 사이에 그녀의 입김과 축축한 혀가 있었다. 나를 통과해서 빠져나가는 계란을 핥는 것이다. 그 계란에 입혀진 것은 내 물이라 부끄러워졌다. 

“음...”

상미는 나의 엉덩이까지 벌리고 더욱 깊이 파고들려고 했다. 내 뒷모습을 상미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수치스러웠고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뜨거워 몸으로 쏟아지는 온수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음...그만...나 쌀 거 같아요..”

삽입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나 역시 한계다. 터지는 신음은 물소리가 감쳐 주지만 경련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재석이는 가슴을 움켜잡고 밀가루 반죽처럼 주물렀고 목에 핏줄이 터져 빨간 반점이 남을 때까지 빨았다. 하나하나의 감각이 섞이며 혼돈의 세계로 나를 떨어뜨렸다. 

“아...”

“음...”

예민한 살점 안에서 남자의 그것이 커지다가 터지는 것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궁합이 잘 맞는 부부처럼 그것을 감지한 내 몸도 덩달아 정점을 찍고 깊은 내면에서부터 모여든 물들을 쥐어짰다. 

꿀꺽..

혼미한 정신에서도 상미가 재석이 물을 받아먹고 내 물까지 핥는 것을 알았다. 

‘내 건데..’

순간 드는 아쉬움에 스스로 놀랐다. 남자의 정액을 탐하는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생각과는 별개로 아쉬운 감정은 계속 남았고 결국은 뒤로 돌아 원망의 눈길로 상미를 본다. 

‘............’

상미도 나를 부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내 가랑이 사이에 대부분이 묻혀 있었던 때문에 상미는 온전히 받아내지 못했다. 그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다. 상미는 모르는 듯 보였다. 허연 물이 머리에도 볼에도 붙어 흔들렸다. 

“언니?”

혀를 넓게 펴 핥았다. 혀에 가득 비릿한 맛이 묻는다. 뒤늦게 눈치 챈 상미의 혀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재석이는 우리가 키스라도 하는 듯 보일 테지만 실상은 싸우고 있었다. 

“아...”

고개를 숙이고 상미의 혀를 빨고 있는 사이 재석이가 뒤에서 닿았다. 짧은 주제에 옆까지 트여 있는 유니폼을 들어 올리고 그대로 들어오려 한다. 엉덩이 사이에 묻힌 끈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끈은 얇았다. 한쪽으로 비켜지면서 한꺼번에 밀고 들어왔다. 뒤에서 재석이가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자 구멍이 넓어지면서 거침없이 드나들었다.

“아아...”

“.............”

상미는 이번이 자기 차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결국 다시 내 안에 받았다. 나 역시 이번 것은 내거라고 생각했다.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여자로서 정액을 받고 싶은 욕구도 있다. 임신은 본능이었다.

“음...”

“헉...”

두 사람 사이에 상미가 쪼그리고 앉아 혀를 길게 내밀어 핥는다. 재석이 물건뿐만 아니라 나의 그곳까지 닿고 있었다. 아니 나를 중점적으로 자극했다. 이 애의 생각이 읽힌다. 재석이 몰래 나를 치우려는 계략이었다. 여기서 거부하면 나만 나쁘게 보일 것이다. 이를 악물고 참으려고 한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정신을 분산시켜도 본다. 

“으음...”

그러다 보니 남편 생각도 났다. 여기도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대략 위치도 떠올랐다. 어쩌면 재석이 물건이 드나드는 모습이 찍힐지도 몰랐다. 그 밑으로 상미도 보일 것이다. 순간 몸서리쳐질 정도의 전기가 온몸을 강타했다.

“으윽...아아..좋아..미치게 좋아..”

“얼마나 좋아?”

“아아..몰라..처음이야..아아...”

“헉..헉..그동안은 안 좋았어요?”

“으음..아앙...좋았어..아아..더 좋아..아아”

유니폼 상의의 지퍼를 스스로 내리고는 가슴을 꼬집었다. 뾰족이 일어선 유두가 손가락 안에서 이리 저리 망가진다. 상미의 얼굴도 더욱 파고들면서 이제는 클리토리스를 먹어 치우려고 든다. 상미의 의도대로 버티지 못하고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여보...미치게 좋아...아아...너무..좋아..미칠 거 같아..”

“누나...좀 만...참아요..”

“안 돼..미안..나..안 돼..”

“앗..”

재석이가 있는 힘껏 유두를 꼬집고 목이며 귀 어깨를 물었다. 아픔으로 인해 파정의 고비를 넘겼지만 싸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 되었다. 머리 안이 텅 비어 상미도 남편도 없었다. 계속 반복되는 통증이 쾌락과 어우러지고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어엉...제발...”

이제는 눈물이나 침은 물론이고 콧물까지 나온다. 모든 구멍에서 내용물이 나왔다. 최후의 순간이 다가온 재석이는 안쪽 깊은 곳까지 그것을 밀어 넣고 조금이라도 더 깊이 넣기 위해 몸부림쳤다. 양손 가득 움켜진 가슴이 쥐여 뜯겨 나가는 것처럼 만져지면서 힘찬 떨림과 함께 뜨거운 덩어리가 속살을 때렸다. 

“아아아....나...죽어...”

“음...”

모든 근육이 수축한다. 내 몸은 나의 의지를 떠나 허공을 부유했다. 허벅지가 뜨듯해 지면서 힘찬 물줄기가 쏟아졌다. 내 오줌이었다. 멈춰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계속 되었고 그것이 전부 쾌감이 되어 전신을 휩쓸고 지나갔다. 

딸꾹..딸꾹..

아직 안에는 작아지지 않은 그것이 있다. 끈질기다고 생각될 정도로 안에서 비비적거렸다. 단지 그것뿐이 아니라 그의 전신이 그렇다. 그는 그런 행동을 냄새를 입힌다고 표현하곤 했는데 입히는 것이 아니라 새겨진다.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때때로 모성을 자극했다. 갓 태어나 끈적거리는 새끼가 어미를 찾아 부비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리고 여운이 길어진다. 길어진 여운과 함께 몸이 그를 기억하게 된다. 마음의 낙인이 된다. 

“쭙..쭙..”

떨어지는 물줄기로 금방 씻겨 버린 땀과 흔적을 끝까지 핥아 먹는 그의 집념에 나도 그를 핥았다. 이런 순간에는 육체적인 쾌감과는 다른 가슴을 따듯하게 채워주는 뭔가가 있다. 그 앞에서 오줌까지 쌌지만 부끄럽지 않았다. 그런 걸로 흉볼 사람이 아니라는 믿음이 어느 순간부터 자리하고 있다. 

“.................”

꽤 많은 시간이 자났다고 느끼면서 상미가 생각났다. 상미는 우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상미 의도에 말려들었는데 또 그렇게 되지도 않았다. 상당히 많은 양의 정액을 받았다고 느꼈었다. 이미 물에 휩쓸러 갔는지도 모르지만 아직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분이었다. 살짝 내려다 본 내 아래는 굳게 닫혀 있었다. 

“꽤...심각한 사이네...둘이..”

피식~

“......설마......”

그렇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불륜이었고 스와핑 따위로 만난 애였다. 멀어져가는 남편을 대신해 작은 위안을 받을 뿐이다. 정말 사랑한다면 3S 같은 건 안했을 것이다. 

“이제 상미가 해줘..”

“...응...”

나른한 포만감과 상미의 슬픈 눈을 인지하고 재석이를 밀었다. 상미는 알뜰하게 보일정도로 꼼꼼히 그의 물건을 핥았다. 연속해서 2번을 사정해 끝이 빨간 그것은 쉽게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쭙...쭙...”

단물 다 빼먹고 껍데기만 준거 같은 민망함이 생기려는 순간 상미의 정성이 통했는지 그것이 커지면서 일어난다. 좀 전과는 상반된 감정에 나도 당황스럽다. 재석이가 밉고 벌건 그것이 안쓰러웠다. 

‘상미 쟤는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좀 쉬게 두지..’

“잠깐만..”

상미는 재석이만 세워두고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욕실 밖으로 나갔다 왔다. 손에 플라스틱 용기를 들고 있었다. 호기심에 그 애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색깔이 투명한 걸쭉한 액이 떨어졌다. 시럽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게 뭐야?”

“오일..”

오일이 가슴을 타고 안으로 흐르는 모양이 정액을 연상시킨다. 여자인 내가 봐도 에로틱해 보였다. 나와 똑같이 입은 레이싱 걸 복장이다. 앞의 지퍼를 내리자 아까 본 그대로 가슴이 드러난 속옷. 다른 말로도 부를 수 없었다. 그 속옷이 나타났다. 

상미는 예의 가는 손가락으로 오일을 넓게 바르고는 백열전구의 불빛까지 반사시켜 반들반들한 가슴 사이로 재석이 그것을 묻었다. 우람한 머리만 가슴 사이로 보였다 사라진다. 나도 모르게 옆으로 가서 자세히 봤다. 

“음...”

상미는 고개를 숙이고 가슴 사이에서 튀어 나오는 그것을 핥았다. 비디오에서 본적은 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체형적으로 한국 여자는 하기 어렵다고 알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가슴을 모아 재석이 허벅지에 붙여 억지로 만든 것이다. 저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다.

‘뭐야 가짜잖아..’

살짝 질투가 일어났다. 가짜라고 한다면 오히려 비디오가 가짜다. 상미의 가슴에서 재석이에게로, 그리고 다시 상미 입으로 옮겨간 오일이 번들거렸다. 립스틱이 번져 입술주위가 지저분해졌다. 

“쭙..쭙...”

열심히 빨고 핥는 상미는 모르고 있지만 번진 화장만큼 추하게 보이는 것도 드물다. 나도 모르게 상미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재석이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이 된다. 다행히 재석이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머리를 만져준다. 옆에서 보기에도 따듯한 손길이었다. 나에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정성을 보이는 여자 마음을 몰라준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음...좀만 더...”

“그만해도 괜찮으니까...”

“으응...더 하고 싶었는데...”

재석이는 상미를 일으켜 세우고는 키스를 했다. 오일과 화장을 다 먹어 버렸다. 재석이 얼굴로 붉은 색조가 번졌고 뒤 늦게 상미가 그걸 핥아 없앴다. 

상미는 욕조의 가장자리를 잡고 엉덩이를 들었다. 팬티를 위장한 천 사이로 여자의 문이 그물의 넓은 끈 사이로 보였다. 그는 그물을 허벅지까지 내리고 오일인지 애액인지 모르지만 번들거리는 문으로 힘차게 꽂았다. 그물 때문에 더욱 생선살 같은 여체가 작살을 맞고 퍼덕거렸다.

“아아...오랜만이야...”

“얼마만인데?”

“으음...반년..아아..”

“진짜요?”

“응...기뻐...다시..받아서..기뻐...”

여우같은 년이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렇게 말하는 것은 남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다. 복잡한 기분이다. 스와핑 첫날처럼 질투심이 가슴에 생채기를 냈다. 상미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 애의 밑으로 들어가 클리토리스를 핥았고 빨았다. 

“으음..언니..아아...”

“음...”

재석과 나. 4개의 손이 그녀의 온 몸을 누비며 자극했다. 나의 혀는 그녀의 콩알을 핥고, 이빨로 물었다. 오일로 인해 손이 그녀의 몸에서 미끄러지듯 다녔다. 가슴은 잡히지 않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아아..아...”

역시 재석이가 상미 안에 싸는 것이 싫다. 기둥의 끝을 손가락으로 링을 만들어 꽉 조였다. 재석이는 그런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염 받는 강아지 같은 기분도 들고 이해받은 것 같은 감정도 생긴다. 상미의 클리토리스를 핥는 것보다 이쪽이 더 끌렸다. 그의 손길을 기분 좋게 받으며 밑에서 덜렁거리는 주머니를 핥았다. 본능적인 행동이었지만 실수였다. 

“아앗..아...”

“윽..”

입 안에서 굴러다니는 구슬도 재밌었지만 가끔씩 나를 향하는 시선이 그만하라는 사정이 담겨 있어 더욱 자극적이었다. 더 매달리게 만들고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다. 바보같이 상미도 잊어먹었다. 눈앞에 그녀의 벌어진 속살이 있는데도..

“앗..아아...좋아..오빠...”

“으음...”

상미는 재석이를 다른 사람과 착각이라도 했는지 오빠라고 불렀다. 상미 나이가 22살인가. 아무튼 재석이보다 5~6살은 많다. 그 소리에 재석이는 지금까지의 느긋함을 버리고 미치도록 빠르게 상미의 그것을 쑤셨다. 어쩌면 허물이 벗겨질지도 몰랐다. 

“아앗..오빠..죽어..오빠..죽을거 같아...오..빠...”

“헉...헉...”

“아아아...오...빠...”

재석이가 싸고 있다. 상미는 떨고 있었다. 그들의 모든 감각이 공유되었다. 어느새 나의 몸도 활짝 열렸고 손가락은 그 안으로 사라졌다. 속살들이 움찔 움찔 물어준다. 나 역시 가볍게 느꼈다. 

“아윽...아아..”

상미의 몸이 내 위로 무너지고 그 위로 재석이가 덮었다. 두 사람은 내 위에서 마지막까지 몸부림을 쳤다. 상미의 탱탱한 가슴이 내 가슴위에서 이지러지며 눌렸다. 뾰족하고 단단한 유두도 느껴졌고 반대로 내 유두가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도 알 수 있었다. 재석이가 내 안에 들어가 있는 손가락을 치우고는 자기의 것을 넣는다. 순간 뿌듯함에 또 다시 움찔거렸다. 

“씻겨 줄게..”

상미가 얼마나 벼르고 왔는지 재석이를 세우 두고는 자신의 몸에 비누칠을 해서 스펀지를 만들어 사용한다. 나 역시 그렇게 했다. 사이에 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가 재밌고 귀여우면서 카메라 위치를 향해 웃었다. 비눗물을 제거한 우리는 그의 몸을 한없이 핥았다. 

“이제 나가있어..”

“네..”

한 옆에 우리가 벗어놓은 옷들이 수북하게 싸였다. 한 시간을 안 입었지만 완전히 젖어서 다시 입을 수도 없고, 그만큼의 효과는 이미 봤다. 재석이만 먼저 내보내고는 둘이 나란히 씻는다. 특별히 씻을 것도 없었지만 상미와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이걸 다 생각하고 온 거야?”

“응...”

“너도 참 대단하다...결혼해서도 사랑받겠다..”

진심이었다. 이렇게 노력하고 봉사하는 부인이 있다면 나라도 같이 살고 싶었고, 쉽게 바람피울 생각도 안 할 것이다. 

“.....그래도 새로운 여자한테는 안 돼...”

“....하긴..”

그게 남자다. 그걸 아는 상미가 재석이에게 이러는 이유는 뭘까?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이정도가 되면 집착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나도 몰라..그냥 내 마음이 그래..생각하지 않고..마음이 시키는 데로 하고 싶어..이번에는..”

“너...후회 많이 했구나?”

“응...늦었을지 모르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다. 벌써 상미와 재석이 사이에는 내가 끼였다. 그래도 만약 재석이와 상미가 결혼이라도 한다면 셋이 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처럼만 되어도 재밌는 인생이 될 것도 같은데..

“그래서..다음 계획은 뭐야?”

“히히. 언니도 나에게 옮았구나? 이제 뭐 계획이 있나...그냥 나에게서 못 떠나게 최선을 다할 뿐이지..”

결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랑을 꽃피우겠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뿐이었다. 그 안에는 나와의 관계를 인정하는 부분도 있었다. 

“재석이..복 터졌구나..”

“히히..”

재석이는 거실에 모셔두고 상미는 주방으로 갔다. 알몸에 앞치마만 입고는 삼계탕을 한다. 그 때문에 나까지 아무것도 못 입고 앞치마를 둘렀다. 

“속옷만이라도 입자?”

“히히..이상하지? 이게 남자들이 좋아하는 베스트 포즈라네..”

“이게?”

재석이 눈이 엉덩이가 뚫린 정도인 걸로 거의 확실해 보였다. 남자가 이상한 동물인 것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너무 웃긴다. 

“넌 이런걸 다 어디서 들었어?”

“....예전 남자..”

“그에게도 이랬어?”

“아니..”

“왜?”

“이러고 밥을 한다는 게...자존심 상해서..”

“지금은 안 그래?”

“응...별로 나쁘지 않네..”

“으응....그런데 왜 갑자기 삼계탕이야? 말복도 다 지나서...”

“.....이거야 말로...승부 삼계탕이야..”

“승부? 누구와?”

“그런 게 있어..”

그들 사이에 삼계탕에 얽힌 사연이 있다. 가만히 바라보는 재석이 표정을 보니 그랬다. 상미는 어느 때보다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뚝배기 안에는 닭이 다리를 꼬고 섹시하게 놓여 있었다. 슬기누나가 해 줬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맛있게 먹었다. 

“누나는...누나가 원하는 것은 뭐에요?”

“....나는...휴....예전처럼 지내...그거면 돼...”

“평생?”

“..........아니....마음이 시킬 때까지...그때까지만..”

그림을 그릴 때. 아무런 흔적도 없는 깨끗한 도화지를 보면 잠깐 망설이게 된다.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수록 도화지의 깨끗함은 두려움까지 줄 때가 있다. 슬기누나를 대하는 내 마음이 그랬다. 내가 그녀를 망칠 것 같은 어두운 생각이 경계를 만들었다. 

상미누나는 스스로가 밑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도화지였다. 계속 그려나가야 하지만 잘못 그어진 선들에 마음을 빼앗겨 겁먹고 있으면서 손은 과도한 힘이 들어가 더욱 그림을 망친다. 그림을 그릴수록 자신감은 줄어들고 급기야는 연필을 놓아 버린다. 그러면서 그것을 허세로 극복하려 한다. 

“...............”

그런 차이로 슬기누나는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는데 비해 상미누나는 미리 상처받지 않을 구실을 만들고 경계한다. 닭과 함께 두 여자의 모습이 대비되었다. 이상하게 엄마를 생각났다. 서로 다른 두 여자에게서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나로 인해 상처받을 슬기누나가 보였고, 또 비어버린 항아리로 인해 방황하는 상미누나가 보였다.

‘결국...’

선택의 문제였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란 없다. 각각의 입장에 따라 최선의 선택일 수도 최악의 결말일 수도 있다. 결국은 누구를 위한 선택이냐가 가장 중요하다. 정의나 도의를 무시하고..

“맛있어요..”

“다행이다..”

세상에 100명의 사람과 100개의 행복이 있어 모든 사람이 골고루 행복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혼자 2개의 행복을 차지하기도 하면서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이 생긴다. 한번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은 1개의 행복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3개 4개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또 잃어버릴까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그랬다. 

“그럼...이제 잘 마무리 된 거야?”

“응...그지?”

“네...”

그것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이유는 내가 수컷의 본능을 타고난 남자이기 때문이다. 수십 마리 이상의 암컷을 이끄는 물개였고, 사자였다. 또한 여자들은 이성을 무너뜨리는 요물이었다. 오늘 일만 해도 삼계탕이 먼저 나왔다면 그것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더 고민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관계가 끝나고 나온 삼계탕은 배도 고팠지만 거절할 명분조차 없었다. 몸은 받아 놓고서 마음은 거절한다는 것은 착한남자 콤플렉스 환자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자위하며 닭다리를 뜯어 먹고 있는데 보라 누나가 자기의 고기 덩어리를 넘겨주려고 다가왔다. 숙여진 상체가 시선을 잡아당긴다. 묵직한 가슴이 앞치마를 누르고 그늘진 계곡을 수줍게 드러냈다. 그녀들은 지금 알몸과 다름없었다. 알몸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내 기억과 맞물려 그녀의 몸이 투시되어 보인다. 묵직해지는 아랫도리와 함께 새로운 욕정에 마음이 흔들렸다.

“왜?”

“네?”

"호호..좋아?“

흔들리는 마음이 눈을 통해 알려졌는지 내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알고 있었다. 자리를 이탈한 보라누나가 식탁 밑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손이 똘똘이를 잡아 꺼낸다. 

“음...뭐하려고요?”

“신경 끄시고 밥이나 먹어요~”

“언니! 이번은 내 차례잖아!”

“얘! 계산 똑바로 해..처음 너였고, 다음에 나. 마지막은 네가 했잖아..”

“어머~ 처음은 언니가 했지..”

“네가 먹었잖아.”

“언니가 즐겼잖아.”

‘닭이나 먹자.’

요즘 누나들 싸움에 터득한 진리 하나는 여자들 다툼에 껴들지 말자는 거였다. 그렇게 맛있던 닭이 무슨 맛인지 안 느껴진다. 두 여자가 똘똘이와 주머니를 핥고 빠는 감각이 뇌를 점령하고 있어 미각신경은 정보를 전달하지 못했다.

“음...”

“쭙..쭙...”

두 여자 모두 남자를 잘 알고 있는 혀와 입을 갖고 있다. 어느새 먹는 것도 잊고 천장을 봐라 보게 되었다. 5개의 다리에 삼파장 전구를 달고 있는 등이 빙글 빙글 도는 것처럼 보였다. 의자 가장자리를 움켜잡고 엉덩이에 힘을 주며 두 여자의 공격을 버텼다. 서로 싸우던 그녀들은 이제 합심해서 공격해 왔다. 그에 따라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쭙..쭙....”

“음...제법 버티는데?”

몸이 비비 꼬였다. 똘똘이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커지고 잔뜩 힘이 들어간 허벅지와 엉덩이가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그녀들의 한계를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들 역시 나를 알고 있다. 두 개의 입술과 4개의 손에 끝장을 본다.

“아...”

“음...읍...”

“치사해..나도..”

“하...”

한 5키로 정도는 쉬지 않고 달린 기분이다. 4번째라 잘 못 느낄 거라 예상했었는데 역시 두 명은 버겁다. 개인적인 기록은 5번인데 여자는 두 명이라 살짝 두려운 마음도 든다. 

‘잘못 걸린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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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지쳐서 뻗어 버렸다. 사촌언니 역시 엉덩이가 하늘로 들린 상태에서 잠이라도 들은 것처럼 보였다. 재석이 그것은 완전히 빨갛게 익어서 손만 대도 아파했다. 재석이는 내 몸에 상체를 기대고는 바로 앞에 놓인 보라언니의 항문을 만졌다. 꿈속에서도 시달리는지 항문의 국화가 벌벌 떨고 있다. 

“왜? 아직 모자라?”

“으응..그냥...봐요..재밌죠?”

“히히..”

괴롭히는 대로 반항도 못하고 있는 언니였고, 재석이 말처럼 움찔거리는 그곳이 웃기게 보였다. 재석이를 밀어내고 욕실로 들어가 오일을 가져왔다. 손가락에 묻혀서 재석이랑 둘이서 본격적으로 괴롭혔다. 

“으응...”

언니는 허우적거렸지만 몸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허리가 풀려버린 모양이다. 항문을 조일 힘도 없는지 손가락 하나가 무리 없이 들어갔고 재석이 손가락까지도 들어왔다. 둘이서 합심하여 벌리자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면서 도망가려고 발버둥 쳤다.

“으음...”

“넣어 볼래?”

“....보라 누나가 싫어하지 않을까요?”

“할 수는 있고?”

“음...될 것도 같은데..”

확실히 다 죽어가는 남자도 새로운 구멍에는 세우고 본다. 어느새 재석이 물건이 반쯤 일어났다. 고개를 숙여 혀로 핥아주자 점차 기운을 차리며 일어났다. 처음처럼 딱딱하지는 못했지만 쓸 만했다. 

“해봐..”

“음...대 줄 거면 누나가 하지?”

“..나중에...그건 좀 무서워..”

“..........”

“히히..해 봐..”

언니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망설이는 재석이를 세워 항문에 그것을 가져다 붙였다. 오일로 목욕을 시켜 최대한 미끄럽게 만들었다. 많이 물컹한. 힘없는 물건이 힘겹게 파고들었다. 

“음...좁아..”

“윽...뭐야..앗......”

“윽...갑자기 조이지 마요..아파요..”

“악...나도..아파 죽겠어..어서 빼...”

“언니..많이 아파?”

“응...몸이 찢어지는 것 같아..”

“알았어..힘 빼고 있어..”

“어서..”

뒤로 빠져나가려는 재석을 막아서고 언니의 엉덩이 틈으로 오일을 잔뜩 부었다. 천천히 흘러 항문에 도달할 때 쯤 재석이 뒤에서 몸무게를 실어 밀었다.

“악! 뭐야..아파..흑흑..아파 죽겠어..”

“윽...누나..나도 아파..”

“히히. 참아요.~”

아파 죽으려고 하는 재석이 허리를 감싸 안고 허리를 흔들었다. 마치 내가 언니를 범하는 것 같은 착각 속에 재석이 몸이 흔들렸고, 물건이 드나들 때마다 위에서 넘쳐나는 오일이 안으로 스며든다. 언니는 두 팔을 허우적거렸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못했다. 

“으윽..으윽...”

“음...”

“어서..빨리 해...”

“음....”

어느 순간부터 언니는 아프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저 빨리 하라고만 재촉했다. 재석이는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무척 고통스러워했다. 그래서 싸지도 못하고 있었다. 언니의 엉덩이에서 피가 흐른다. 

“아아...음...”

가만 보니 재석이가 언니의 클리토리스를 만져주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안까지 자극하는 듯 했다. 그런 노력이 언니를 덜 고통스럽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언니의 밑으로 이동해 핥았다. 

“아앙...이상해...”

“음...”

“화장실...나 화장실로...”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언니는 재석이를 뒤에 꽂은 상태로 기어갔다. 재석이는 언니 몸에 업혀서 끌려간다. 

“앗..아아...미치겠어..”

“윽..”

아래에서 음란한 물을 질질 흘려서 그들이 지나간 자국을 남겼다. 기다란 길이었다. 겨우 도착한 욕실에서 언니는 변기를 애인처럼 안고 엉덩이는 외간남자에게 맡겨 두었다. 그 외간남자인 내 애인은 언니의 변소 안에 사랑스런 막대기를 꽂고는 마지막을 향해 힘차게 쑤셨다. 언니 몸에 구멍이 뚫릴 지경이었다. 

“아아...아...좋은 기분...응...이상해...”

“음....누나..싼다..”

“음...조금만..더...”

오르가즘을 모르는 여자처럼 마지막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었다. 언니의 앞쪽으로 가서 가슴도 빨아주고 구멍 안으로 손가락 두어 개를 넣고 흔들었다. 끈적이는 물이 손바닥에 가득 넘쳤다. 이 정도까지 돼서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언니는 미치려고 했다.

“아아...좀만..더...빨리..으응...그래..”

언니의 요구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몰라 나도 재석이도 빨라졌다. 팔이 아플 정도로 흔들 때 쯤 언니 입에서는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몸을 떨었다. 재석이는 고통스런 표정과 함께 언니의 등에 무너졌다. 

“아....좋았어..죽는 줄 알았어...”

“그래? 그렇게 좋았어?”

“응....처음에는 아팠고...나중에는 안타까웠는데...”

“음...다음엔 나도 해봐야지...”

“..........너...나를?”

“히히. 언니 처음이야?”

“.....너.....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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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가 시작되면서 반장이 되었다. 가면마녀의 음모이며 집념이다. 수시로 교무실로 불려갔다. 민족고에 추천해 주겠다는 생색을 내면서 야간 자율 학습에 참여하라는 압박에 시달렸다. 현주누나가 봉투하나 들고 찾아가 과외를 시킨다고 해서 자율학습 이야기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피곤하게 만들었다.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반장은 이것들 걷어서 미술실에 갔다 놔.”

“네..”

작년 출산휴가를 갔던 미술선생님이 돌아왔다. 이제는 미술과 마주치는 일조차 없겠다 싶었는데 학교가 끝나고 애들의 그림을 걷어 가니 그녀가 있었다. 

“안녕하셨어요?”

“오랜만~ 찾아올 줄 알았는데..안 오더라?”

“네...홍철이에게 맞을까봐서요.”

“어머!”

“저의 미술선생님은요?”

“퇴근하셨어..애 때문에 일찍 들어가셔..”

“그럼..이거 여기다 둘게요..”

“..가려고?”

“...........”

“차나 한잔 하고 가..우리..그 정도 사이는 되잖아?”

“그럼..주세요..”

미술실 안은 각종 석고상들과 작업대가 있어 좁았다. 미술은 구석에서 뭔가를 타 왔는데 향기가 생강 달인 냄새가 난다. 

“생강차뿐이네..”

“..네..”

운명처럼 창밖으로 유도부가 구보로 지나갔다. 주장으로 무리를 이끌고 뛰어가던 홍철이가 창 안의 우리를 보고 표정을 구겼다. 

“어쩌니? 또 맞겠다..”

“그러게요..”

“생각보다 침착하네?”

“..............”

깜짝 놀라 도망가기라도 할 줄 알았는지 의외라는 듯 바라본다. 인간적으로 홍철이가 마음에 들어 미술을 찾지 않은 것도 있었고 그녀는 근본적으로 나랑 같은 냄새가 나서 싫었다. 도화지로 비유하면 찢어지고 구겨져 버려도 어떤 것을 그려도 쓰레기일 뿐인 상태라고 생각된다. 

“홍철이와 싸우는 건...생각보다 즐거워요..”

“왜?”

“그의 열정이 부럽고 그립기 때문일까요?”

“........알거 같네..”

유도부는 계속해서 운동장을 돌면서 우리를 지나갔고 그 때면 어김없이 홍철이 눈은 우리를 향했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멀리서도 우리만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느긋하게 마시는 미술의 웃음이 홍철의 질투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불쌍하게도...”

“응?”

“홍철이...너무 불쌍하게 만들지는 마세요..”

“으응...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겠는데..너의 경험으로 남을 판단하지는 마..”

“..........”

“행복도 불행도 그의 안에 있는 것이고..걔가 알아서 결정할거야...그리고 내가 그를 동정한다면 그게 그를 위하는 일이니?”

“....제 생각이 짧았어요......”

“솔직하네..난 그런 남자가 좋더라..”

구보를 마친 홍철이는 창문 앞에 자리를 잡고 몸 풀기 체조를 했다. 창문에 서서 그들을 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차를 마시고 가보려고 했다. 돌아서 잘 마셨다는 인사를 하려는데 순간 그녀가 안보였다. 

“앗!”

“쉿!”

어느새 내 밑에 쪼그리고 다가왔다. 그녀의 머리 위로 바로 창문이다. 완벽하지만 아슬아슬하게 가려졌다. 급히 주위 눈치를 살피는 사이 지퍼가 내려가고 똘똘이가 노출되었다. 시선을 내리면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홍철이가 알아차릴지도 몰라 어정쩡하게 밖을 봤다. 

“음....”

“그래도 너보다는 얘가 더 솔직하구나..”

“........”

“쩝..쭙...그냥 가려고? 너처럼 냉정한 남자를 보면 승부욕이 생겨..”

‘냉정하게 대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그녀에 대한 애정의 유무를 떠나 바라던 바였다. 충분히 단단해지고 자기도 즐긴 미술은 돌아서서 엉덩이를 내밀었다. 하이힐을 신은 발목이 어깨보다 훨씬 넓게 벌어지면서 치마 밖으로 삐져나온다. 허리에만 커다란 단추가 세 개 달려 있던 치마는 밑에는 단지 겹쳐 있을 뿐이라 벌려진 허벅지에 의해 갈라졌다. 

“...........”

치마 끝을 들어 올리면서 쭉 뻗은 다리가 파란 스타킹에 싸여 있고, 보라색 팬티가 엉덩이 살에 묻혀 살짝만 그 빛깔을 보였다. 앉아 있을 때도 그렇지만 지금처럼 다리를 세웠는데도 잔뜩 숙여진 상체는 물론 가장 높은 허리와 엉덩이부분도 창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자신 있는 태도로 봐서 여기서 이렇게 하는 것이 처음이 아닌 걸로 보였다. 

“음...”

홍철이 눈빛이 창문이라도 깨트릴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강렬하다. 미술의 아랫입이라도 빨아주고 싶었지만 감히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고 그저 팬티만 내리고 똘똘이를 문질렀다. 언제부터 이랬는지 이미 홍건했다. 살살 빨아들이는 느낌과 함께 따듯한 살 속으로 묻혀간다.

“아아...역시...뿌듯해...이럴 줄 알았어..”

옥상에서는 항문으로 했다. 나도 그녀의 안에 넣는 것은 처음인 셈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강하게 조였다. 인위적인 움직임 같기도 하고 자연적인 현상 같기도 하다. 몇 번 넣지도 않았는데 물기 젖은 소리가 났다. 깊이 찌를 때마다 투실한 엉덩이가 물결처럼 파동 치며 흔들리고 입에서는 색기 가득한 소리를 낸다.

“으응...좋아...더 빨리..그때처럼..나를 부셔줘..”

“음...”

내 몸에 부딪힐 때마다 튕겨 나가는 그녀는 점점 옆으로 돌아 벽과 창틀을 잡는다. 나 역시 엉덩이끼리 붙은 개처럼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대각선으로 보이던 홍철과 정면이 되고 홍철이가 아는지는 몰라도 우리 사이에는 미술이 끼였다. 

“아앙...이제..마음껏 쑤셔버려..”

“헉...”

자세가 안정되자 본격적으로 조이면서 엉덩이를 흔든다. 그녀의 허리놀림에 따라 안에서는 똘똘이가 휘면서 구석구석 쑤시게 되었다. 내가 방향을 조절할 필요가 없이 스스로 원하는 부위를 가져다 대었기 때문에 오직 직선으로 쑤셨다. 순간순간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아아..아...더 빨리..더 세게..”

우리 사이에는 피부접촉도 애무도 애정도 없다. 그녀의 요구대로 무작정 힘껏 때릴 뿐이다. 엉덩이에서는 뺨 때리는 소리와 공기가 빠지는 소리. 물에 젖은 살들이 끄러지는 소리가 뒤섞였다. 빠르게 움직인 만큼 똘똘이 안에서는 미친소들이 몰려들었다. 습관처럼 입구를 막고 더 많은 미친소들을 모은다.

“아아...좋아..너무..좋아...안에 싸..더러운 좆물 싸버려..”

“음...”

기분 상했다. 그래서 미친소들이 일순 얌전해졌다. 그런 상황에 나도 당황했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마지막 순간에서 놓쳐버린 고삐를 잡기 위해 엉덩이 양쪽을 움켜잡고 필사적으로 흔들었다.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나오고 엉덩이를 잡은 손에서도 땀이 차올랐다. 나뿐만 아니라 눈 아래 깔린 그녀의 엉덩이도 축축해졌다.

“아아..미쳐..그만..나 했어..그만해..”

“잠깐만..조금만..”

그녀의 무릎이 꺾이는 것을 억지로 안아 세웠고, 앞으로 도망가는 몸을 끝까지 따라갔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 삽입이고 안에 넣기만 하면 터질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러나 끝나지 않았고 빠져나오면서 초초해져 나오기 무섭게 처넣는다. 

“아아..뜨거워..너무 뜨거워...”

“윽..윽..”

미술의 상체가 들려 창문에 붙었다. 도망치려는 몸부림의 결과였지만 나는 엉덩이만은 놓치지 않았다. 넓은 창틀 전체가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냈다. 미술은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유리에 달라붙어 손톱으로 창문만 긁어냈다. 

“아앗...아.....”

“윽.....”

그녀가 조용히 해 준 덕분이다. 그녀 말대로 더러운 좆물을 잔뜩 싸 줄 수 있었다. 유리에 달라붙는 문어 같은 미술을 뒤에서 안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기 위해 허리를 흔들어 엉덩이에 문질렀다. 그렇게 마지막 여운까지 만끽한 후 똘똘이를 꺼내 땀이 솟아나는 엉덩이에 문질러 그녀의 겉물을 걷어내고 치마 자락을 잡아 닦았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엉덩이를 소리 나게 때려 줬다.

“좋았어..”

“아음...”

“그럼 갈게요..”

정신을 수습하고 보니 창 밖에는 아무도 없다. 언제부터 없었는지는 몰랐다. 그것에 따라 내일 소문이 날 수도 있다. 미술실을 나오면서 만약 누군가 봤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조심하는 것이 어때?”

문 옆에 홍철이가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전형적인 유도복을 입고 있는데 얼마나 오래 입었는지 보풀이 많고 헤진 부분도 있다. 그리고 전형적인 상처받은 눈빛. 그러면서도 그는 미술을 걱정했다.

“선생님 입장도 있는데...누가 알기라도 하면 너보다는 선생님이 큰일이다. 그런 건 남자가 배려했어야지..”

“.......넌 어때? 괜찮아?”

“........상관없어...”

길게 이어진 복도를 따라 나란히 걸었다. 전형적인 유도복에 전형적인 상처 입은 야수와 전형적인 학교 복도를 따라 걷는데 그의 대답은 전형적이지 않다. 상관없다는 말이 그의 습관이 아니라면 이번이 두 번째 듣는 말이고 그의 진심일 것이다. 

“그녀는...선생님은...불쌍한 사람이야..겁쟁이고..좀 더 다정하게 대해줘..부탁한다..”

“...........”

‘얘가 영화를 너무 봤나..’

솔직한 심정은 그랬다. 그게 아니라면 세상을 모르는 거다. 우리는 삶을 투쟁이라고 말하고 실제로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의 욕망을 채운다. 아버지는 4명의 여자에게 아이를 갖게 했다. 누군가와 사랑을 하며 알콩달콩 살았어야 했을 3명의 여자는 인생을 빼앗겼고 조강지처라는 엄마 역시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엄마는 나를. 내 마음을 빼앗고 희롱했다. 나를 낳아준 경양식 아줌마도 지배인이라는 애인을 숨겨두고 있었고, 보라누나 부부는 대놓고 교환하며 살아간다. 너무 많아 전부 언급할 수도 없다. 오히려 도리를 지키고 사는 사람을 헤아리는 것이 빠르다. 

‘상관없다?’

나처럼 쾌락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면 상관없을 것이다. 단지 그 뿐이라면 싸울 이유도 없었다. 홍철의 눈에는 순정과 열정이 있었다. 그런데도 상관없다고 했다. 미술은 애들 사이에서 많은 소문을 만들어냈다. 나와 홍철이로 보면 일부는 사실이란 생각이 든다. 그건 홍철이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상관없다?’

‘진심으로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나만 사랑하면 괜찮다는 뜻 일까?’

홍철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여전히 촌스러운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는 아파트 벽을 바라보면서 화단에 앉았다. 자신은 상처받고 괴로워하면서도 남을. 그것도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을 걱정하는 것은 그의 가식이고 겉멋일까?

‘..............’

엄마의 사랑을 원했고 사랑했다. 그 날,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건 이전에도 그랬다. 엄마가 나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로 받아들인 지금 하나의 모순이 생겼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내 항아리는 엄마처럼 완전히 비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 일 이전에도 비어있지는 않았다. 

‘엄마를 사랑했으니까...엄마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어쩌면 엄마의 항아비가 비어버렸던 이유가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닌지도 모른다. 엄마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게 되면서,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게 되면서 비어버린 것이다. 계속 채워주지 않으면 어느새 비게 만든다고 생각했던 항아리는. 사랑이 새어 나간다고 생각했던 구멍은 사실은 완전히 비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채워주는 구멍이었던 것이다. 

‘....................’

사랑은 내가 준만큼 받아야 하는 계산적인 것이 아니었다. 한없이 준다고 해도 마르지 않는다. 아마도 홍철이는 그것을 알고 있었던 듯 했다. 그래서 상관없었던 것이다.

“엄마......”

엄마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렇지 않았던 나는 엄마를 사랑했다. 그래서 행복했었다. 엄마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엄마가 나에게 보여줬던 애정이. 그것이 엄마로서의 사랑과는 의미가 다를지라도 분명히 느끼고 기뻤다. 

‘아...’

있다. 마음속에 항아리가 느껴졌다. 잃어버렸던 엄마의 항아리가 따듯한 빛을 내는 것처럼 포근했다. 한정된 행복을 빼앗으며 살아가는 것도 있고 작은 양이지만 끊임없이 솟는 내 사랑을 남에게 주면서 사는 방법도 있었다. 

탐욕스럽게 몇 명의 여자를 안아도 찾을 수 없었던 항아리가 엄마를 기억하고 이해하는 순간 나타난 것은 절대 우연은 아니다. 

퍽...

“윽...”

개봉교도소는 경제사범이나 선거법위반 또는 부정 부패자, 사기, 횡령 같은 범법자 위주로 수감되는 곳이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는 비교적 자유롭다. 수감자들은 목공기술을 배워 원목을 가공하는 사회사업에 참여한다. 그것을 위한 작업장이 여러 채 지어져 있었고 그 한 구석에서 맞고 있었다. 

“아..존나게 말 안 듣네...”

“말 안하고 버텨 봤자 당신만 손해야..”

“..............”

어른의 비자금을 비밀리에 은닉하고 구속된 것은 도박이었고 성공적이었다. 우선 나를 제치고 올라서려고 바동거리던 김무식과 박석두를 주범으로 만드는 것도 잘 되었고 생각보다는 길지만 3년을 다 채우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인내력 시험하지 말고..어른께 잘 말씀드려서 나올 수 있도록 힘 써 볼 테니까..응?”

“...........”

“잘 생각해 보슈..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돈을 쥐고 있는 한 어른은 무슨 수를 쓰던 빼내 줄 거라고 예상했다. 절대로 그 돈을 포기할 양반도 아니었고 그 정도 역량은 아직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착오였다. 모든 정보는 차단되었고 기다리는 어른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러다 나타난 것이 이들이었다. 어른이 보냈다고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신정부의 끄나풀일 수도 있고, 어디선가 고급정보를 주워듣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양아치일수도 있다. 

“내일 또 봅시다..가자!”

“네!”

“...............”

늦어도 3년이면 형기가 끝이 난다. 돈은 챙길 만큼 챙겨두었기 때문에 비자금을 토해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니다. 그러나 저들이 어른이 보낸 사람들이라면 나는 이미 버림을 받은 것이다. 저들이 정부쪽이라면 저들에게 정보를 넘겼을 때 어른에게 보복을 당할 것이다. 

“퉤..”

일단은 최선의 방법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저들과 거래하기는 불확실한 신원이 마음에 안 들었다. 여기는 사기꾼 천지고 저들도 그런 족속들인지도 몰랐다. 정부쪽 관계자를 만나는 것이 이롭다. 신원도 확실하고, 새로운 신분이나 신변안전, 또는 형기를 단축시켜 줄 수도 있었다. 

정부관계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처음 소환 당했을 때 담당검사면 확실한 정부의 끈이다. 그와의 면담을 교도소장에게 부탁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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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돌아가셨다고 시신을 인수해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작업 중 적재되어 있던 목재더미가 무너지면서 아빠가 깔렸다고 한다. 아빠는 형제도 없고 친척들과 왕래도 하지 않았다. 회사도 그만 둔 상태였다. 친구 분 중 소식을 전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끼리 장래를 치르고 화장을 해서 인천에 있는 암자에 모셨다. 재석이 말이 아빠의 부탁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암자에는 아빠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흑흑흑....”

연주는 계속 울기만 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여섯 달 만에 아빠를 잃은 충격이 컸을 것이다. 나도 정신이 혼미하고 슬프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장녀로서의 책임이 있었다. 또 재석이가 듬직하게 받쳐줘 큰일을 마칠 수가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생전에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이혼을 하면서 조금 나아지시더니 같은 해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부터 시작된 죽음의 행렬은 나를 너무 불안하게 만들었다. 1년 사이에 이런 일들이 생겨날 수 있는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라지만 꿈에서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

삼일 만에 돌아온 집은 깨끗했다. 얼마나 깨끗한지 아무것도 없었다. 벽지와 장판까지 다 벗겨졌다. 이사를 간다고 해도 이렇게 만들어 놓지는 않는다. 우리 삼남매가 전부 장례식장과 인천을 다녀오는 사이 도대체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을 수 있을까?

“도둑?”

“언니..재석아.....”

신고를 하고 10여분 만에 경찰들이 왔다. 도둑 든 집에 수십 명의 경찰들과 사복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왔다. 이웃들이 몰려와 구경하고 난리였다. 남의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슨 살인사건이 났다며 웅성거린다. 집값 떨어지면 어떡하냐는 말을 듣고는 참을 수가 없어 소리의 주인을 찾아 쳐다보자 고개를 숙이며 딴 짓들을 한다. 

“없어진 물품이 뭔지 아시겠어요?”

“전부요..전부 없어졌어요..”

없어진 물건이 뭔지 전부 기억할 수 없었다. 내 물건만 해도 가격으로 치면 크게는 컴퓨터부터해서 볼펜 한 자루까지다 가져갔다. 남아 있던 엄마와 아빠 물건은 미처 정리하지 못해 뭐가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리 남매는 모여서 가지고 있던 물품 목록을 작성했다. 

“..무서워...”

“걱정하지 마..다 잘 해결 될 거야....”

요 몇 주간 연주와 많이 싸웠고 감정의 골도 생겼지만 이렇게 큰일들을 당하고 보니 의지할 곳은 우리들뿐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돼야 한다. 나는 남아있는 경찰에게 도난물품을 적은 종이를 주면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물었다.

“최선을 다해 수사를 하겠지만...나도 경찰경력 20년에 이런 경우는...”

“네....저 그런데..원래 이렇게 많이 오나요?”

“...........사실 나도 놀랐다. 저들은 국정원 사람들인데...뭐 집히는 것 없어? 뭔가 찾는 눈치던데..”

“국정원이요?”

“응..이런 얘기 비밀인데..너희가 너무 불쌍해서 해주는 거니까..입조심해라..”

“네..감사합니다.”

“그래..아무튼 도둑을 잡는 일은 우리 일이니까..최선을 다해 잡아야지..”

“네..잘 부탁드려요..저..그런데..동생들이 너무 무서워해서 그러는데요..이 집 비워둬도 될까요?”

“음...그래..연락처 하나 주고...어디 친척집에라도 가 있어..”

“그럴게요..”

집에는 더 이상 있지 못했다. 희색 시멘트를 드러내고 있는 집에 앉을 곳조차 없다. 무엇보다 무서웠다. 도둑이 한두 명이라면 몇 시간 며칠이 걸리지 모르는 일을 한 것이고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도둑이 여러 명이라면 더욱 무서웠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모와 일부러 밝은 식당에 들어가 상의를 했다. 삼촌은 대구에 살고 있고, 이모는 분당에 있다.

“당분간 우리 집으로 가자..”

“그래..누나들은 이모 집으로 가 있어..”

“너는?”

“나는...경찰조사에 협조도 해야 하고...당분간 친구 집에 있을게..”

“........절대 안 돼.........”

“....누나...”

재석이가 왜 그러는지는 안다. 이모도 재석이를 불편해 했다. 다시는 안볼 것처럼 할 말 못할 말 다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당장 오늘 저녁부터 잘 곳이 없었다. 하루 이틀은 호텔에 가서 잔다고 해도 갈아입을 팬티 한 장 없다. 안정을 찾을 때까지 안전한 장소가 필요했다. 

“네가 아무리 어른스러워도...이제 16살이야..누나가 살아 있는 한..절대 너를 혼자 두지 못해..그렇게는 죽어도 안 돼..”

“.........그래..언니 말대로 해...응?”

“알았어...”

겨우겨우 이모 집에 도착했을 때는 12시도 훨씬 지난 시간이었다. 뭐를 했는지 모르게 해가 저물더니 어두워졌다. 이모 집은 2층으로 된 단독주택이고 방도 많았지만 식구도 많다. 외가도 아들이 귀한 집이다. 우리만 해도 딸만 둘 낳았을 뿐이고, 이모는 딸 다섯을 낳고 여섯 번째 겨우 아들을 얻었다. 외삼촌이 아들 하나 딸 하나를 갖았지만 대체로 외아들로 대를 이어왔다. 

1층에 두 개. 2층에 3개의 방이 전부 주인이 있고 우리는 얹혀사는 형편이다. 재석이가 막내 영국이와 지내면 되지만 이모부도 이모도 달가워하지 않았고, 솔직히 버릇없는 영국이랑 지내게 하고 싶지 않다. 이모랑 합의한 끝에 2층의 방 하나를 얻었다. 첫째 미정이가 영국이 방으로 가고 비워준 것이다. 

“휴...초우제도 못 지냈네..”

“그러게..”

“언니..갈아입을 옷도 없어..”

“기다려봐..”

방을 나오기는 했는데 집 전체가 쥐죽은 듯 조용했다. 1층으로 내려가 안방 앞에 서서 이모를 불러 보지만 영 소식이 없었다. 어느새 깊이 잠든 모양이다. 할 수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 빈손이 염치없었다.

“잠드셨네..오늘만 그냥 자자..내일 나가서 사면되니까..”

“..저기...그럼..누나들이 침대 위에서 자..”

“.............”

이불도 없다. 침대라고 해도 미정이 혼자 자던 작은 것이었다. 둘이 자기도 불편한 크기다. 이쯤 되니 은근히 이모에게 섭섭했다. 차라리 호텔로 가느니만 못했고 감정만 생겼다. 그렇다고 재석이를 맨바닥에서 재울 수는 없다. 

“좀 좁아도 셋이 자자..”

“...........”

검정 정장을 입은 삼남매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앉아 있자니 서러움이 밀려와 눈물이 난다. 연주 역시 울먹거렸다. 참았어야 했는데 며칠 동안 힘들었고, 오늘은 무서웠다. 그리고 앞날이 막막했다. 

“흑..흑...”

“엉...윽....”

“괜찮아..괜찮아...”

재석이가 양 어깨에 나와 연주를 안고 토닥거려 줬다. 덕분에 마음껏 울 수 있었다. 한참을 울고 나니 속이 후련하고 다시 힘이 난다. 

“좋아. 우선 자고. 내일부터 또....뭘 하지?”

“우선 옷부터 좀 사고..필요한 것들을 사야지..그런데 도둑은 잡을 수 있을까?”

“음...”

“생각은 내일 하고...어서들 자자..”

말만 힘차지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정장 안에는 거들도 런닝도 없다. 아무리 동생이라도 재석이 앞에서 속옷차림으로 자는 것은 부끄러웠다. 연주 역시 나랑 사정은 같을 것이고 재석이는 상의와 넥타이만 풀었다. 

“누나들이 안쪽에서 자..내가 제일 밖에서 잘래..”

“...그럼 언니가 제일 안으로 가..”

“아냐..연주가 안으로 가..”

“언니가 가라니까..”

“넌..잠버릇이 안 좋잖아..안으로 가..”

“.......언니는 뚱뚱해서 재석이 불편할 거야..”

‘휴전 종결 이냐?’

‘언니가 원한다면..’

“왜들 그래? 그럼 내가 안으로 갈까?”

“....차라리 네가 가운데서 자..”

시비를 걸어오는 연주가 반가웠다. 재석이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싫었지만 어차피 연주나 나나 못 먹는 감이었다. 동병상련을 느낀다. 또 어려움을 격고 나니 이렇게 지내는 것도 행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 해도 나보고 뚱뚱하다니 기가 막혔다. 빈약한 연주 눈에는 그렇게 보일지라도 재석이는 다르게 볼 것이다. 블라우스와 치마를 벗고 속옷차림으로 동생들에게 육감적인 몸매를 과시했다. 지기 싫어하는 연주도 벗는다. 그러나 그래봤자 납작할 것이다. 

“음...”

요즘 애들은 고기를 많이 먹어서 발육이 좋다. 침대에 옆으로 누운 연주의 허리가 S라인을 만들면서 휘었고 가슴으로 살들이 쏠리면서 더 커보였다. 나에게 지지 않으면서 더 탄력 있어 보였다. 아주 대놓고 유혹을 한다.

“어서 누워..”

“...응...”

재석이가 침대로 들어가고 이어서 들어갔다. 셋이 자기 위해서는 전부 모로 누워야 했다. 그래서 재석이 등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짜증이 났다. 이미 이모 때문에 엉망인 가슴이 울컥거렸다.

“재석아..이쪽을 보고 누워..”

“응? 알았어..”

“왜? 이쪽을 봐..”

“......흠...불편해서...그냥...똑바로 누울래...미안......”

차라리 그게 낫다. 재석이가 바로 누우니 내가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웠지만 마음은 편해졌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재석이에게 바짝 붙고 손을 올려 가슴을 잡았다. 

“부끄럽지도 않아? 속옷차람으로 안기네..”

“떨어질 거 같으니까 그렇지. 이 계집애야..”

“흥!”

“그럼..”

재석이가 팔을 돌려 내 목을 받쳐준다. 더 가깝게 밀착되면서 품 안으로 쏙 들어갔다. 훨씬 여유가 생기면서 아늑하다. 

“나는?”

“자...”

꼭 같이 하고야 마는 연주가 재석이 반대쪽 팔을 베고 두 자매가 달라붙는 모양새를 만든다. 그리고 자기도 재석이 가슴위로 손을 올리고는 나도 차마 못하고 있는 행동을 했다. 자기야 말로 부끄럼도 모르고 더듬는 거였다. 연주가 한다면 나라고 못할 것 없다. 

“불편하겠다..이거라도 풀러..”

연주는 재석이 셔츠의 단추를 끄르고는 그 안으로 손을 넣는다. 단추의 위치와 틈이 연주쪽을 향해 있다. 이런 자세로는 따라 하기 힘들었다. 

“그게 뭐니? 차라리 벗어..우리도 벗었는데 남자가..”

남은 단추들을 다 풀러 버리고 셔츠를 벗겨냈다. 즐겨 입는 면티가 아니라 정장을 입기 위해 입은 얇은 런닝이 나왔다.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것이 섹시했다. 남자보고 섹시하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다. 

“그래..밑에도 벗어..불편하잖아..”

연주는 한술 너 떠서 바지까지 벗기려 한다. 경험도 없는 것이 한손으로 벗기려고 애쓴다 싶어 도왔다. 재석이는 양 팔이 우리에게 눌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입만 붕어처럼 뻐금거렸다. 

“허리 들어야지..”

“왜들 그래? 갑자기..”

“너 불편할까봐 그러지....”

“어서...누나 말 들어..”

“어머! 다리에 털 났네..”

“어디..정말..”

“그만들 자자..”

속옷차람으로 재석에게 안겨 있자니 심장이 요란스럽게 뛰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연주와 토닥거릴 때는 의식하지 못했다. 맨 살의 촉감과 따듯한 체온이 교류하면서 힘들었던 며칠이 위로받았다. 더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그러나 하고 싶은 데로 할 만큼 얼굴이 두껍지는 않았다. 단지 동생으로만 여기고 있지 않아 그럴 수 없었다.

‘아빠...’

아빠는 돌아가셨는데 색을 탐하는 것 같아 죄스러웠다. 아빠를 생각하면 이래서는 안 되는데 내 안에서 스멀스멀 여자가 깨어났다. 연주가 점령하고 있는 가슴 대신 배를 어루만졌다. 정설인지는 모르지만 죽음을 느끼게 되면 강한 성충동을 일으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할아버지. 엄마. 아빠의 죽음이 나에게도 그런 충동을 주는 걸까?

‘.............’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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