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부 (7/26)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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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를 벗어 던지며 음흉한 미소와 함께 나에게 다가오는 윤아

"으흐흐흐.. 우리 둘뿐이네?"

"앞..앞치마는 왜.. 벗어!! 오지마아!"

난 뒤걸음질 치며 도망치려했지만 나의 퇴로를 막고 접근하는 윤아

아까 보다 더욱 더 음흉한 표정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며 야릇한 말을 내뱉는 윤아

"음흐흐흐흐.. 우리 이쁜 산이와 앗흥한 시간이라니.. 오랜만인데?? 1년만이지??"

'잠시... 먹고싶다는게 나였어?? 그리고 앗흥한 시간이라니!! 이게 무슨 아이돌이야!?'

난 윤아에게 소리쳤다

"지금 날 먹겠다고? 윤산을?"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고있던 남방의 단추 하나를 툭! 하고 풀어버리는 윤아

"응!! 귀찮게 하지말고 빨리 일로와.. 너 손해볼 거 없잖아

난 분위기의 반전을 위해 급조해낸 개그를 날렸다

"너 지금!! 식인을 하겠단거냐?? 하핫....하..하.."

너무 썰렁했는지 단추를 풀던 손을 멈추고 나를 미친놈 취급하는 윤아

"미쳤냐?? 너무 좋아서 그래??"

난 일부로 삐진척을 하며 아무일 없단듯이 윤아의 옆을 지나치며 부엌을 벗어났다

"너 진짜 너무 안웃어!! 충분히 재밌잖아!! 나 삐졌어! 흥"

성공적으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의 어깨를 잡는 윤아

뒤를 돌아보니 가슴을 감싸고 있는 브라자가 보일정도로 남방을 열어제끼고 나에게 사슴같은 눈으로 물었다

"방에 가서 할려구? 그럼 이왕하는거 같이 씻을까? 제대로하자.."

'이봐이봐.. 그런 음탕한 대사를 지껄이면서 수줍은 표정은 때려치우라고..'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밝은 미소로 집으로 들어오는 서현

"오빠아아아아~ 나도 같이 요리할려구 왔어!!"

'나이스 타이밍 서현!!!!'

난 재빨리 지갑을 챙겨 서현의 팔을 붙잡고 현관문을 나서며 윤아에게 소리쳤다

"야! 재료 사올테니까 내가 꺼내논 야채 다 씻어놔! 감자껍질 좀 까고!!"

영문도 모른채 나의 손에 이끌려 나온 서현은 어이는 없지만 기분은 좋은지 밝게 웃었다

"헤헤헤헤헤"

"왜 웃어?"

"오빠랑 데이트하러 가는 거잖아"

'데이트?? 지금 윤아 피해서 나온건데.. 뭐.. 니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데이트 맞는거 겠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나는 문뜩 떠올라 서현에게 물었다

"서현아 너 선글라스나 모자 안 써도 되겠어??"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에게 묻는 서현

"오빠 차타고 금방 갔다오는거거 아니야?"

난 서현의 말에 대답대신 깁스를 하고 있는 발이 올리며 말했다

"아니.. 걸어서 가까운데 천천히 갔다오는건데"

그러자 이제야 알았다는듯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서현

"아.. 오빠 발다쳤구나.. 많이 아퍼?"

"별로.."

"그럼 걸어가야되잖아.. 다시 올라가서 모자랑 선글라스 들고 와야겠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문앞에 서있는 모자를 눌러쓴 태연의 모습이 보였다

서로를 확인하고 아주 잠깐 흐르는 정적..

태연이 먼저 입을 열어 우리에게 물었다

"어..어디가?"

약간 불편한 말투로 대답하는 서현

"요 앞에 음식재료사러.. 언니 이제 집에 들어갈꺼지? 그 모자 나 빌려줘"

머뭇머뭇거리는 태연.. 자세히 보니 1년전 내가 태연에게 뺏겼던 그 모자였다

태연이 머뭇거리자 모자를 뺏어서 머리에 쓰는 서현.. 그리고 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내가 쓴다.. 오빠~!! 빨리가자!!"

나의 손을 꼬옥 감싸쥔 서현의 손에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끼며 난 무거운발을 땠다

"어? 어.. 그래 가자..가야지.."

서현과 나란히 서서 길을 걸었다..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이는 서현을 보며 난 물었다

"서현아 기분 좋아? 얼마만에 이렇게 나오는거길래?"

밝은 미소를 내뿜으며 대답하는 서현

"글쎄에.. 사실 어제도 나왔었어! 헤헤"

"엥?? 근데 왜 이렇게 좋아하는거야?? 오랜만에 나오는것도 아닌데.."

갑자기 정색을 하고 내 앞길을 막으며 물어보는 서현

"진짜 몰라?"

"응! 내가 니 좋아하는 이유를 어떻게 알어?"

"멍청이.."

그리고는 홱 하고 가버리는 서현

"이게 오빠보고! 야!!"

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서현..

난 조심스럽게 담배갑을 내밀었다

"피..필래?"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드는 서현

'오옷~!!! 드디어 끊는구나!! 그래 잘생각했어! 오빠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는데'

"밖에 사람들 눈이 있는데 어떻게 길빵을 쳐! 이따가 집에 가면 줘!! 아니다.. 마트 간 김에 나 담배사줘"

나의 희망사항을 순수한 눈망울로 무참히 짓밟는 서현

"쿨럭... 응?? 나 돌아오면 담배 끊는단소리 아니였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말하는 서현

"아..아직 다 돌아온거 아니야"

"돌아온게 아니라니? 내가? 지금 돌아왔잖아"

말을 쉽게 잇지 못하는 서현.. 

"아니.. 그게.."

난 그제서야 서현이가 이렇게 당황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 서현아.. 1년밖에 안됐는데 벌써 니코틴의 늪에 빠져버린거구나.. 하긴 끊을 생각만해도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손이 덜덜 떨리면서 모든사람에게 짜증이 나긴하지.. 뭐.. 오빠는 이해하니까

천천히 끊어.. 난 개방적인 남자라서 여자가 담배피는 것도 괜찮아~ 내 여자만 아니면돼~ 하핫"

내 말이 끝나자 상당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서현..

"왜?? 감동했어?? 이해심이 너무 많아서??"

"멍청아!!!!!!!!!!!!!!"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앞으로 뛰어가는 서현.. 난 좌우를 살펴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서현을 쫓아갔다

"야!! 천천이 가!! 뛰면 힘들잖아~ 오빠 심장터진다~!"

텅빈 윤산의 집

온 집안 가득 분노의 칼질소리만 들려왔다

탁! 탁! 탁! 탁! 탁!

도마와 칼이 만나며 나는 경쾌한 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얼굴을 한 윤아

잔뜩 인상을 쓰며 감자껍질을 까다못해 난도질을 하고있었다

"아놔.. 이것들은 왜 안오는거야!! 지금 나간지가 언젠데.. 둘이 데이트 하는거아니야!?"

윤아는 머리속에서 하하, 호호거리며 뛰어놀고 있는 

윤산과 서현을 찢어버리고 다시 감자난도질을 시작했다

그때 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인기척

윤아는 현관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지금 나간지 몇신데 너희 둘이 이제와!! 뭐하다 왔어!"

하지만 현관문 앞에서 윤아를 쳐다보고 있는 건 무심한 표정의 유리

윤아는 당황하며 유리에게 인사를 했다

"어?.. 언..언니 왔네.."

유리는 차갑고 감정없는 목소리로 윤아에게 물었다

"윤산은?"

"주현이랑 뭐 사러 나갔는데.."

윤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집을 나서는 유리.. 

윤아는 그런 유리에게 소리쳤다

"언니!!! 집에 가는 거지?!"

아무 대답도 듣지못한 윤아는 그저 한숨을 쉴뿐이였다

"하아.. 미치겠다.."

침묵이 잠식한 조용한 집안.. 써니는 조심스럽게 태연의 방문을 열었다

침대위에 멍하니 앉아있는 태연을 보니 가슴이 아팠지만 써니는 모른척하며 조용히 태연을 불렀다

"태연아.."

대답없이 멍하니 벽만 보고있는 태연

"..........."

써니는 약간 큰 소리로 태연을 불렀다

"태연아아~"

그제서야 써니를 바라보며 눈가를 훔치는 태연

"응? 어.. 왜에?"

"밥 먹어야지~"

"안먹으면 안될까? 속이 안 좋아.. 체한거 같애.."

"그래? 약은 먹었어?"

"아니.. 아직.."

그 순간 울리는 현관벨소리

딩동~ 딩동~

써니가 현관문 앞으로 가며 소리쳤다

"누구세요?"

"나 산이.."

서현이와 식료품을 사고 집으로 돌아오다 서현이가 깊숙하게 눌러쓰고 있는 모자를 보니 가슴이 답답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며 서현이에게 말했다

"서현아 오빠가 담배사줬으니까 부탁하나 들어줄래?"

그러자 순진무구한 얼굴을 한채 담배 한보루를 품에 꼬옥 껴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서현

"뭐?? 말만해! 다 들어줄게"

"오빠 너희집 가야 될 일있는데.. 오빠가 모자 갖다줄게.. 너는 이거 들고 집에 가서 윤아랑 놀구있어"

약간 불만스런 표정을 짓는 서현.. 난 어쩔수없이 서현의 담배에 손을 가져갔다

"뺏을까?"

잽싸게 모자를 벗어서 손에 쥐어주는 서현

"아..알았어! 그대신 빨리와야돼!!"

서현이를 보내고 조심스럽게 소녀들의 현관벨을 눌렀다

딩동~ 딩동~

집안에서 들리는 써니의 목소리

"누구세요?"

"나 산이.."

잠시후 써니가 문을 열어주었고 난 멋쩍은 표정으로 문 앞에 서서 써니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음.. 어.. 아저씨가 너 전화 좀 해달래"

"삼촌이?"

"응.."

"나한테 직접말하면 될 걸.. 근데 이 말 할려고 온거야?"

"아니...태연이 어딨어?"

"자기 방에 지금 누워있어.. 체한것같다는데.."

써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연스레 태연의 방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

방문을 열고 들어간 나의 눈에 보인 태연은 하얗게 질린얼굴에 넋이 나간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야윈 태연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같은 방안에 있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안이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무슨일이야?"

나에게 온 목적을 묻는 태연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모자를 건넸다

"응?? 어.. 여기 모자.. 이거 누나꺼잖아.."

나도 모르게 나온 누나라는 말..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한심한 나를 자책하며 모자를 건넸다

건네준 모자를 잡은 손을 약간씩 떨며 말하는 태연이

"원래 니꺼잖아.."

"아..아니~ 나 모자 많으니까.. 그거 내가 누나한테 처음 준 선물이니까.. 그냥 가져"

"그래?.. 고마워.."

난 어색해진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애써 밝게 말했다

"아! 맞다 누나 체했다며? 내가 손따줄게!!"

난 태연의 방한구석에 있는 바늘을 찾아내서 라이터로 소독을 한 후 태연의 손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태연의 손..

바늘로 엄지 손가락을 살짝 찌르자 검붉은.. 약간 흑색에 가까운 피가 방울방울 맺히기 시작했다

"아앗... 아퍼"

"조금 아파도 참어!"

서현은 방문 넘어 태연의 손을 따주는 윤산을 몰래 훔쳐보며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서현의 눈에는 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헤어졌던 사람둘이 게다가 한명은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는데도 손을 잡고 서로를 걱정해주는 일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입술을 세게 깨물었는지 입술 옆으로 새빨간 붉은색 선혈이 투명한 물방울과 엉켜 함께 흘러내렸다

"이익.. 윤산.. 난 너 포기못해.. 아니.. 안해.. 절대로.. 무슨수를 써서든 넌 내걸로 만들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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