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 요즘 아이들의 당돌한 사랑 (9/10)

9. 요즘 아이들의 당돌한 사랑

문도섭은 이튿날 처갓집으로 달려갔다. 처갓집은 평택에서 좀 떨어진 산골이었다.

처갓집에 들리니 소영이 산 속으로 바람을 쐬러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섭은 예쁘장하게 생긴 여고생 처제인 소현과 함께 산길로 들어섰다.

'젊은 것이 겁도 없이 산 속을 돌아다니다니.'

그가 속으로 생각을 했다.

소현이 앞장을 섰다. 짧은 치마를 입어서 산길을 올라갈수록 그녀의 허벅지며 하얀 팬티가 보였다.

"소현인 다리가 잘 생겼어."

"정말이에요?"

"그럼."

그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형부가 먼저 올라가세요. 숙녀 다리를 훔쳐보다니요."

그녀가 눈을 흘기었다.

"그러지 말고 손잡고 나란히 가자. 숨이 찬다."

"그래요."

그녀가 되돌아와 그의 허리를 안았다.

"기분이 좋은데, 숙녀가 허리를 안으니."

"형분 엉큼한 데가 있어."

"나뿐만 아니라 남잔 다 그래."

이번에는 그가 그녀의 실팍한 엉덩이를 한 팔로 안았다.

"핸섬한 남자가 안아주니 좋은데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잠깐 쉬어가지."

그가 풀밭에 주저앉았다. 그녀도 옆에 와서 앉았다.

"소현인 날 좋아해?"

"그럼은요. 우리 집엔 남자라곤 형부뿐이지 않아요. 그래서 형부가 오길 은근히 기다렸어요."

점순은 딸만 셋을 두었다. 장인은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그는 그녀의 짧은 치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팬티가 손끝에 닿았다.

"괜찮지."

"네."

그녀가 벌게진 얼굴로 말했다. 그는 팬티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형분 여자 그곳을 만지면 좋아요?"

"그럼."

그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는 그녀를 풀밭에 뉘었다. 그녀가 파르르 눈썹을 떨었다.

"괜찮아."

그가 치마를 걷어 올리고 팬티를 벗겼다. 음모가 의외로 많이 돋아나 있었다.

"처음 아니지."

"실례의 말씀을."

그녀가 살짝 눈을 흘기었다.

그가 그녀의 그곳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아퍼요."

"조금만 기다려."

그녀의 그곳에서 애액이 흘러나왔다. 그는 바지를 벗고 팬티를 벗었다. 페니스가 덜렁 드러났다.

그는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아."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가 엉덩이를 굴리자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소현이와 이대로 있고 싶어."

"나두요."

그들은 옷을 입고 산길을 올라갔다.

한편 소영은 대순의 노총각 오빠와 바위에 앉아 있었다.

"너 시집가고 나서 나 많이 울었다."

"내 생각했어?"

"그럼."

"고마워."

소영이가 대칠의 손을 잡아 그녀 치마 위에 올려놓았다. 대칠이 그녀 치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좋다."

그가 그녀의 그곳에 두 개의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나도 그래."

그녀가 중얼거렸다. 문득 남편이 떠올랐다. 조카애와 그 짓을 하다니.

"하고 싶어?"

"그럼, 네가 얼마나 좋은데."

"그럼 저쪽으로 가."

그들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눕고 그가 바지를 벗으려고 할 때였다. 저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소현이가 왔나봐."

"좀 천천히 오지 않고."

"오늘밤 놀러 갈게, 기다려."

"알았어."

그가 좋아서 히죽 웃었다.

점심을 먹고 도섭은 점순과 함께 산 너머에 있는 고구마 밭으로 갔다. 고구마를 좀 캐오기 위해서였다.

점순은 아직도 잘 꾸며 놓으면 괜찮은 축에 끼일 것 같았다.

"좀 쉬었다 가지요."

그가 산길을 올라가다가 말고 풀밭에 앉았다. 점순이 돌아서서 그의 옆에 앉았다.

집 변소에서 점순이 허연 엉덩이를 까 내리고 뒤를 보던 일이 떠올랐다. 변소 가까이 갔다가 본 것이었다. 그가 헛기침을 하자 그녀가 일어서서 팬티를 올릴 때였다. 사타구니가 온통 시커먼 음모로 덮여 있었다.

"장인어른 돌아가신 지 몇 년 됐어요?"

도섭이 물었다.

"소인이 낳고 죽었으니 15년 됐지."

"그럼 젊었을 때 아니에요?"

"그때가 서른두 살 때인가? 한창 나이였지……."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아까 변소에서 장모님 사타구니를 봤어요. 온통 털로 덮여 있데요."

"부끄럽게……."

"고생했네요. 그동안 독수공방 홀로 지냈으니."

그가 말했다.

"자네가 그렇게 이해해 주니 고맙네."

그녀가 말했다.

"우리 소영이에게 잘 해야 하네."

"그건 염려 마세요."

그가 말했다.

"자네 여동생만 셋이라고 했지?"

그녀가 말했다.

"네."

"호강했겠구만, 자네."

그녀가 눈을 흘기었다.

"무슨……?"

그가 영문을 몰라 물었다.

"꽃밭에서 놀았을 테니."

"꽃밭은 무슨……."

"다른 게 아니고 3년 전에 큰 아들이 물에 빠져 죽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놈이 글쎄 지 동생 셋을 모조리 건드렸지 않았겠나."

"소영이도요?"

"그게……."

그녀가 후회의 눈빛을 했다. 괜한 말을 꺼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자네 우리 소영이 이해하지?"

"그럼은요."

그가 말했다.

"소영일 오빠가 어떻게 했는데요?"

"그게……."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괜찮아요. 다 이해해요."

"죽은 애 바로 아래 동생이니까 소영이가 오빨 무척 따라다녔나 봐. 그런데 이곳은 산골이다 보니 호젓한 곳도 많고……. 소영이 여고 다닐 때 몇 번 건드렸나봐. 그러다가 소영이가 거절을 하니까 소현이에게 눈을 돌렸겠지."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그가 궁금해서 물었다.

"오빠가 죽고 나서 하루는 소영이가 그러더라고. 혹시 오빠가 어머니한테 이상한 짓 하지 않더냐고."

"그래서요."

"그런 일이 있긴 있었지. 전방 군대에 있는 걜 면회 같다가 차 시간이 늦어 함께 자게 되었어. 내가 시방 괜한 소릴 하는 게 아닌지 몰라."

"괜찮아요. 절 믿고 말하세요."

그가 슬그머니 그녀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았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걔가 내 젖가슴을 더듬더라고. 난 걔가 외로워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잠든 척 했지."

"그래서요."

그가 입 안에 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랬더니 걔가 내 팬티를 벗기고……."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런 말 당최 누구에게 하면 안 되네."

그녀가 신신 당부를 했다.

"그래서 내막이 밝혀졌군요."

"그렇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 얘길 소현이에게 했더니 소현이도 죽은 오빠에 대해서 다 털어놓은 거야."

"그렇군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어서 와라. 결혼생활 재밌냐?"

대순이가 소영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럼. 깨가 쏟아진다."

"나쁜 년, 저 혼자만 밤마다 재미보고."

"결혼한 지 1년이 넘었다. 아무런 재미도 없다."

"썩을 년."

대순이가 눈을 흘겼다.

"대영이 있어요?"

"있긴 한데 조심해라. 낮에 용두질하다가 나에게 들켰다."

"그 나이엔 다 하나 봐요."

소현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며 불이 켜진 대영이 방으로 들어갔다.

"참 대칠이 오빤 어디 갔냐."

"아직 안 들어왔어. 밤마다 미치겠는가보더라. 그렇다고 내가 대신 해줄 수도 없고."

"미친년. 손님 밖에 세워둘래?"

"깜빡했다. 들어가자."

그들은 대순이 방으로 들어갔다.

대영이 방으로 소현이 들어갔다. 그가 얼른 바지를 입었다.

"뭘 했냐."

"바지 입고 있었다."

"그 전에 말이다."

"실은 페니스 만지고 있었다."

"크냐?"

"별로."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 지금 굉장히 하고 싶은데, 괜찮겠냐."

"좋다. 올라와라."

그녀가 스커트를 벗었다. 대영이도 청바지를 벗었다.

"넌 화끈해서 좋더라."

"난 내숭떠는 거 질색이야."

그녀가 자리에 누우며 팬티를 벗었다.

"너 털 많이 났구나."

"엄말 닮았나봐."

"네 엄마도 털 많이 났냐."

"목욕할 때 봤는데 굉장하더라."

"털이 많으면 정욕이 강하다는데."

그가 그녀의 몸 위로 올라왔다.

"너도 제법이구나."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가 계속 말을 달렸다.

"천천히 해. 숨 안 넘어간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참 네 유방 만져도 되냐."

"맘대로 해라. 숙맥아. 내 배꼽 위에서 말을 달리면서 그걸 물어봐야겠냐."

그녀가 셔츠를 벗었다.

"브래지어는 내가 풀게."

그가 헐떡이며 브래지어 끈을 풀었다. 제법 풍만한 유방이 드러났다.

"이햐! 근사하구나."

그가 여자의 유방을 처음 본다는 듯이 탄성을 올렸다.

"껌 좀 그만 씹고 뱉어라."

상민이 운전을 하며 옆자리에 앉은 여자에게 말했다.

"알았어요."

여자가 휴지를 한 장 뽑아 껌을 뱉었다. 여자는 꽤 육감적이었다. 셔츠 위로 희멀건 유방이 드러나고 너무 짧은 스커트를 입어 팬티가 보였다. 긴 다리에는 검은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실수 없도록 잘 해."

"알았어요, 사장님."

여자가 말을 길게 늘여 빼며 슬쩍 한 손을 그의 사타구니 위에 올려놓았다.

"손 치워라."

"싫어요?"

"다 왔단 말이다."

그가 골목길 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차가 백여 미터 더 골목으로 들어가 대문 앞에 멈추어 섰다.

상민이 차에서 내려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인터폰에서 지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연씨, 접니다."

"아, 네."

지연이 의외로 공손하게 말했다. 곧 쪽문이 열렸다. 먼저 상민이 들어서고 여자가 뒤따라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상민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지연이 인사를 했다. 목소리와는 달리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이 사람은 새로 들어온 직원입니다."

상민이 여자를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여자가 지연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이 사람 방에 있죠."

"네."

지연이 방문을 열었다. 현우가 창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하염없이 내다보고 있었다.

상민과 여자가 방으로 들어서자 지연이 방문을 닫고 나갔다.

"인사드려. 전임 사장님이야."

상민이 여자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미스 설이예요."

여자가 인사를 하자 현우의 눈빛이 달라진 것 같았다. 여자의 볼록한 가슴과 긴 다리를 쳐다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정신과 의사 조숙자 말이 틀림없었다. 현우가 섹스에 너무 탐닉한다고 귀띔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술집 여자를 돈을 주고 사온 것이었다. 현우가 정말 여자에게 달려드는지 확인을 하려고.

"나 잠깐 밖에 나갔다 오겠네."

그가 현우에게 말했다.

"그러게."

현우가 마음이 들떠 말했다. 그는 여자에게 윙크를 하고 방을 나와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사장님."

여자가 한발을 침대 위에 올리자 허벅지가 무방비로 드러났다. 현우의 눈빛이 빛나는가 싶더니 절룩거리며 여자 등 뒤로 잽싸게 걸어갔다.

상민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지연이 석 잔의 커피를 찻잔에 담아 들고 나오려고 했다.

"전 지연씨에게 할 말이 있어 나왔습니다."

"잠깐 기다리세요."

그녀가 식탁 위에 커피를 한 잔 내려놓고 찻잔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상민은 식탁 앞 의자에 앉았다.

"상민씨."

방으로 들어갔던 지연이 흐느끼며 뛰쳐나왔다.

"왜 그래요?"

"방에서……."

그녀가 채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가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예상대로 현우가 여자의 스커트와 팬티까지 벗긴 채 야욕을 채우려고 한 것 같았다.

"옷 입고 빨리나와."

그가 여자에게 매섭게 말했다. 여자가 얼른 옷을 입고 방을 뛰쳐나갔다.

"이 사람아, 그 여잔 우리 회사 직원이야."

그가 현우에게 한 마디하고는 방을 나왔다. 지연이 여자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미스 설 미안해요. 곧 갈 테니 차 안에 있어요."

"네."

여자가 어깨를 들썩이며 현관문을 나갔다.

"괜찮겠어요?"

그녀가 겁에 질려 말했다.

"내가 잘 설득할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그가 말했다.

"전 상민씨만 믿어요."

"염려 말아요. 잡음 생기지 않도록 할 테니."

"정말 견딜 수가 없어요. 대낮부터 제가 방에 들어가면 앞뒤를 안 가리고 달려들더니, 이젠 아무 여자한테고 달려드니."

"큰일이군요."

그가 중얼거렸다. 지연을 만나면 현우와 이혼을 하라고 말할 참이었다. 그런데 굳이 그 말을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었다.

지연은 완전히 창녀가 된 기분이었다.

아침을 먹고 커피 두 잔을 만들어 가지고 안방으로 들어선 그녀는 현우가 달려드는 바람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삽시간에 그녀를 알몸으로 만들고 야욕을 채웠던 것이었다.

그녀는 방바닥에 알몸으로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떠나자, 떠나자……."

이 생각뿐이었다.

그녀가 무심코 고개를 돌려 침대를 바라보았다. 현우가 그녀의 알몸을 뜨겁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 시간이 지나면 달려들겠다는 표정 같았다.

'당신은 정말 섹스 중독자야.'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낮이고 밤이고 아내인 그녀가 안방에만 들어서면 달려들더니 급기야는 운전기사인 아현마저 겁탈했다. 그리고 이 층에 사는 문 선생 조카딸마저…….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여자를 겁탈했다면 곧바로 철창행이었다. 아니 성추행만 해도 구속이 아닌가. 그런데 이 남자는 정말 천방지축이었다.

"……."

"……."

허공에서 현우와 그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옷가지를 들고 방을 나왔다. 금방이라도 그가 달려들 것만 같아서였다.

그녀가 외출복을 입고 간단히 화장을 끝냈을 때 아현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사모님 어디 가세요?"

"아무래도 며칠간 바람을 쐬어야겠어요. 이대로는 숨통이 막혀 죽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환자인 사장을 놔두고 가면 안 된다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둔 것 같았다.

"되도록 일찍 돌아올게요."

그녀가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고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그럼 다녀오세요."

아현이 말했다.

지연은 쪽문을 나와 골목길을 걸었다. 한길에 나와서야 지갑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걸 깨달았다.

"내 정신 좀 봐."

그녀는 골목길로 돌아섰다. 그녀가 쪽문을 열고 마당을 지나 현관문 앞에 왔을 때였다.

"사장님, 제발 이러시면 안 돼요. 사장님!"

아현의 비명소리였다. 그녀는 후다닥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현우가 거실 소파에서 마악 아현의 팬티를 찢어발기고 올라타려고 했다.

"당신 정말 구제불능이군요."

그녀가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현우가 머쓱해서 그런지 뒷걸음으로 절룩거리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현씨 미안해요."

"사모님."

그녀가 지연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지연은 몇 시간이고 거리를 헤매었다. 오후 2시였다. 그녀는 공중전화부스로 들어가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

그녀는 전화를 걸어놓고도 아무 말도 못했다. 상민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혹시 지연씨. 맞죠?"

"……. 그래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지금 어딥니까?"

그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때서야 그녀는 주위의 건물을 돌아보았다.

10여분쯤 기다렸을까. 승용차가 그녀 앞에 멈추어 섰다.

"지연씨."

상민이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로 왔다.

"타세요."

그가 도어를 열고 그녀를 차에 태웠다.

"어찌된 일입니까. 저에게 전활 주시고."

"아무 곳이나 데려다 주세요. 너무 피곤해요."

그녀가 두 눈을 감았다. 사실 그녀는 상민의 품에 안겨 한없이 울고 싶었다. 나 좀 꼭 붙잡아 달라고.

"지연씨가 맘에 들 곳으로 안내하지요."

그가 차의 속력을 높였다. 이 기회에 경기도에 사놓은 별장을 구경시켜주고 싶었다. 앞 창문으로 가면 강물이 눈앞에 펼쳐지고 뒷문으로 가면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 그림 같은 곳이었다.

상민은 운전을 하며 힐끗 지연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피곤해서 그런지 혼곤히 잠이 들어 있었다.

정말 잠자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이젠 서두를 게 없다. 시간만 지나면 지연은 내게로 올 것이다. 그녀가 하늘처럼 떠받들던 현우는 환멸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는 이제 정신병자에다가 섹스 중독자였다.

행운이 이처럼 빨리 다가오다니. 그는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이윽고 승용차가 별장 대문을 들어섰다.

"지연씨, 다 왔습니다."

상민이 지연의 어깨를 가만히 흔들었다.

"깜빡 잠이 들었군요."

그녀가 입을 손으로 가리고 하품을 했다.

"여깁니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상민이 건물을 가리켰다. 이층 양옥의 아름다운 집이었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한 폭의 그림 같군요."

앞 창문 앞으로 걸어간 그녀가 강물을 내려다보며 탄성을 올렸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가 말했다.

"뒤쪽도 일품입니다."

그가 뒷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도 그를 뒤따랐다.

"아!"

그녀가 탄성을 올렸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역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전 이런 곳을 늘 꿈꾸며 살아왔어요."

그녀가 무심코 말했다.

"지연씨, 꿈이 아니에요. 지연씨 맘대로 살 수 있는 곳이에요."

"……."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말뜻이 무엇인지 넉넉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현씨, 오늘은 해피한테 가야겠어요."

아현이 출근을 하자 지연이 말했다. 지금까지 그녀는 오직 남편 현우를 위해 살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분신과도 같은 해피를 아현의 친구한테 맡기면서도 따라가지 않았던 것이다.

"해피한테요?"

그녀가 반색을 했다.

"가끔 친구한테 전화는 해봤어요. 해피가 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사장님이 아시면……."

"이젠 누구 눈치도 보지 않겠어요. 하지만 사장님한테 굳이 해피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의사 선생님도 당부한 말이 있고 하니."

현우를 퇴원시킬 때 해피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조건이 붙었던 것이다.

아현이 운전을 했다.

아현의 친구는 경기도의 한적한 시골 산 밑의 외딴집이었다. 승용차가 나무판자 대문 앞에 서자 아현의 친구가 뛰어나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자 친구인줄 알았는데 농부차림의 남자였다.

중키의 현수는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농사를 지으며 중풍 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논농사와 밭농사였다.

"해피 주인으로서 너무 무심했어요.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그녀가 사과를 했다.

"아닙니다. 아현이한테서 사모님 사정을 대강 들었어요."

"이해해 주시니 고마워요."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해피는?"

아무리 집안을 둘러보아도 해피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 목소리만 들으면 달려올 텐데.

"아마 소피아하고 산책을 나갔나 봅니다. 곧 돌아올 거예요."

"네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아마도 소피아라는 다른 개와 뒷산에서 해피가 노느라고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해피 소리가 들렸다.

"해피가 왔나 봐요."

지연이 대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저만치에서 해피가 하얀색의 고양이 한 마리와 장난을 치며 오고 있었다.

"저 고양이가 소피아예요. 처음엔 서로 앙숙이더니 지금은 몹시 친해요."

뒤따라 나온 현수가 그녀 등 뒤에서 말했다.

"해피!"

그녀가 큰 소리로 해피를 불렀다. 소피아와 장난을 치던 해피가 이쪽을 바라보더니 대번에 지연을 알아보고 달려왔다.

"해피!"

그녀가 해피를 끌어안았다. 해피도 그녀의 얼굴이며 목덜미를 핥아대며 반색을 했다.

"나 보고 싶었지?"

해피가 두 발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사모님 그만하시죠."

얼마쯤이나 지났을까, 현수가 등 뒤에서 말할 때서야 그녀는 송아지보다 더 큰 해피에게서 떨어졌다.

"미안해요."

그녀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별 말씀을. 저도 해피를 사랑해요. 만일 해피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해피를 묶지 않고 키울 수 있겠어요. 당장에 달아나고 말지."

"그렇군요. 현수씨 정말 고마워요."

그녀가 현수의 두 손을 꼬옥 잡았다. 만일 그의 말대로 해피를 사랑으로 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필시 그녀를 찾아 집을 뛰쳐나왔을 게 틀림없었다.

지연은 아현을 먼저 서울로 올려 보내고 하룻밤을 여기서 보내기로 했다. 그녀는 저녁을 먹고 현수와 나란히 앉았다. 현수를 오늘 처음 보았지만 오랜 친구 같았다.

"현수씬 처음부터 농사지을 생각을 했어요?"

"아닙니다. 3년 전에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 정착하기로 했어요. 어머니가 중풍이 들어 거동을 못하는데 차마 혼자 떠날 수가 없었어요."

"그렇겠군요. 그런데 서울에서는 무슨 일을 했어요?"

"배운 것도 적고 기술도 없고 하다보니……."

"……?"

"유흥업소에 있었어요."

"그런 분이 이렇게 농촌 생활에 적응하다니."

"솔직히 처음엔 힘들었지요. 술과 여자만 상대하던 내가 흙을 파고 산다는 게……."

그가 말끝을 흐렸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뭘요. 이 정도 가지고."

그가 중얼거리는데 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누가 온 모양이에요."

현수가 밖으로 나갔다.

"나야."

30대 후반의 여인이 어둠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나이가 무려 15년이나 차이가 나는 50대 초반의 영농회장과 살고 있는 계속이었다. 그런데 영농회장이 워낙 술을 좋아해서 몇 년 전부터 부부 관계를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집을 나가려고 결심한 모양이었다. 그 무렵 현수는 이 여인을 알게 되었다.

"왜 서울로 가려고. 당신 같은 여잔 가봐야 주방에서 찬물로 그릇이나 닦아야 해. 너무 늙었어. 영계소리도 못 들어."

"영계?"

그녀가 버럭 화를 내었다. 금방이라도 그의 따귀를 갈기려고 했다.

그런 여인을 그가 설득을 시킨 것이었다. 설득에는 남녀관계가 효력을 발생했다. 그의 재산은 바나나보다도 큰 페니스였다.

"이럴 수가!"

그의 엄청나게 큰 페니스를 본 그녀는 금방 저자세로 변했다.

"다음에도 날 잊으면 안돼."

"염려 말아요. 당신만 이 동네를 떠나지 않으면 날 만날 수 있을 테니."

"홧김에 한번해본 소리지. 내가 왜 여길 떠나."

그녀가 말했었다.

"서울에서 손님이 왔어요."

현수가 말했다.

"여자 손님?"

계숙이 소곤거렸다.

"네."

"현수 호강하겠네."

"오해하지 마세요. 해피 주인이신데……."

그가 말끝을 흐렸다.

"내일 낮에 올까?"

"그러세요."

"그럼."

아주머니가 갑자기 그를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도 그녀를 끌어안았다.

한참 만에 현수는 주방 겸 식당으로 들어갔다. 지연이 커피를 끓여 두 잔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동네 사람이에요?"

"네."

"여자 친구?"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

"그럼 얼마나 좋겠어요. 아주머니예요."

그가 말했다.

"커피 들어요."

그녀가 커피 잔을 그의 앞에 놓았다.

"우리 동네엔 50여 가구가 살아요. 30대와 40대 중년 여인 이 대여섯 명 돼요. 그런데 이 여인들이 모두 바람이 들었어요. 남편이고 자식이고 상관하지 않고 달아나려고 해요. 농촌생활이 워낙 고되고 또 땀을 흘린 보람도 적고……."

"큰일이군요."

"그래서 제가 완충 역할을 했지요."

"그거 참 잘했군요."

그녀가 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