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 성기 노출증 환자 (5/10)

5. 성기 노출증 환자

"사장님 테이프 좋은 거 있는데 보시겠어요?"

퇴근길에 아현이 물었다.

"날마다 늦게 들어갔는데, 오늘은 일찍 들어가고 싶군."

현우가 말했다.

"그럼 그러세요. 그런데 사장님 댁에 있는 해피가 날이 갈수록 크는 것 같아요. 반년이 다 됐지요?"

"아직 반년이 안 됐어……. 나도 해피가 걱정이야. 세상 물정 모르는 아내가 해피를 끔찍이도 좋아하니."

"이 테이프는 외국산인데 주인 여자와 개가 사랑을 하는 것이에요."

"주인여자와 개가?"

"네에."

그녀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래. 그럼 잠깐 보고 갈까?"

그가 중얼거렸다. 개란 말에 마음이 금방 변한 모양이었다.

아현은 야외로 차를 몰았다.

오후에 최상민 상무가 아현을 호출했다. 아현은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서 상무실을 노크했다.

"어서와."

최 상무가 반색을 했다.

"요즘 근무가 어때?"

"할만 합니다."

"그래."

최 상무가 힐끗 그녀를 쳐다보았다.

"사장님은 환자야. 환자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어. 내 말 알겠나."

"알고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사장은 성불구자였다. 성불구자가 변태적인 것을 요구해도 모조리 들어주라는 최 상무의 말이었다.

"이것 말이야."

최상무가 서랍 속에서 테이프를 꺼냈다.

"개와 여주인이 성행위를 하는 거야. 사장님도 관심이 있을 거야. 요즘 해피 때문에 몹시 신경을 쓰고 있을 테니."

그가 말했다. 엊그제 지연을 찾아갔다가 해피에게 보기 좋게 쫓겨난 일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졌다. 지연에게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자 해피가 본능적으로 사태를 알아챈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지연을 붙잡은 팔을 놓지 않으면 달려들어 숨통을 끊어 놓을 것처럼 으르렁거렸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총포상에 달려가서 엽총을 빌려와 해피를 쏴 죽이고 싶었다.

"정말 좋은 비디오야."

그가 말했다. 만일 현우가 이 비디오를 보게 되면 대번에 해피를 엽총으로 쏴 죽이려고 할 것이다. 주인여자와 개의 사랑이라고 보기보다는 개가 아리따운 여자를 겁탈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리만 된다면……."

그는 회심의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현우는 몇 년 전에 외국 산 엽총을 사놓고도 경찰서에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요즘 오빠는 어때?"

그녀가 테이프를 받아들고 돌아서려고 하자 최 상무가 물었다.

"그저 그렇지요."

"성욕은 여전하고?"

"네."

"잘해 줘."

"네."

그녀가 말했다. 그녀가 저능아인 오빠에게 이따금 몸을 주는 것을 상무가 알고 있었다.

그들은 모텔 2층 방을 잡았다. 아현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비디오에 테이프를 넣었다. 현우가 더블침대 가에 걸터앉았다.

"비디오 켤까요."

그녀가 사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잠깐 기다려."

"네."

그녀가 대답을 했다. 그렇지, 모텔 종업원에게 맥주를 부탁 했었지.

곧 종업원이 맥주 두 병과 안주를 놓고 갔다.

사장이 직접 맥주병을 따고는 잔에 가득 부었다. 그리고는 단숨에 잔을 비웠다. 그녀가 운전을 하기 때문에 사장은 어지간해서 술을 권하지 않았다.

"비디오 틀지."

맥주 한 병을 비우고 나서 사장이 말했다. 그녀는 리모콘으로 비디오를 틀었다.

끝없이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중개만한 개와 여인이 뛰놀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정말 평화로운 초원이었다. 아현은 힐끗 사장을 쳐다보았다.

사장은 별로 탐탁치 않은 눈길을 던지고 있었다.

장면이 바뀌고,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초원의 한 가운데 외딴집에 살고 있는 여인은 베란다로 나가 근심스러운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옆에 송아지보다 더 큰 시커먼 셰퍼드가 충직한 종처럼 서 있었다.

이어서 강렬한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치 앞을 가릴 수 없는 폭우였다. 무심코 여인이 시커먼 셰퍼드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셰퍼드의 그것이 발기를 해서 땅에 닿으려고 했다.

"굉장히 크구나."

여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폭우가 쏟아지는 초원으로 눈길을 돌렸다.

폭우는 며칠이고 계속 쏟아졌다. 여인은 양주병을 들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너무 외로웠던 것이다.

술이 얼큰히 취한 여인은 침대에 드러눕고 셰퍼드를 손가락을 움직여 부른다. 충직한 셰퍼드가 훌쩍 침대로 뛰어오르자 여인이 옷을 벗는다. 충직한 개는 여인의 알몸을 내려다본 다.

여인이 충직한 개를 가까이 부르고, 발기한 그것을 한 손으로 부여잡아 그녀의 사타구니로 밀어 넣는다.

"이럴 수가!"

말이 없던 사장님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여인이 개의 그것을 끌어다가 관계를 맺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초원에 연일 폭우가 쏟아졌다. 초원이 물바다로 변하고 있었다.

여인은 술병을 기울이고, 엉망으로 술이 취해 침대에 쓰러졌다. 옷이 흐트러져 허벅지가 드러났다. 구석에 앉아 있던 시커먼 셰퍼드가 일어나더니 침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여인의 옷을 입으로 물어 하나하나 벗겨 낸다. 여인은 금방 알몸이 된다. 그러나 여인은 술이 엉망으로 취해 모른다. 이때였다. 그것이 땅에 닿을 만큼 발기를 한 개가 여인을 올라타고는 여인을 겁탈한다.

"이럴 수가!"

사장이 허탈하게 중얼거리며 술 한 잔을 훌쩍 비웠다. 사장은 조금 전 모텔에서 본 테이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화면 속의 여자 주인과 시커먼 개를 집에 있는 아내와 해피로 동일시하고 있었다.

"자네 솔직히 나에게 말해 줄 수 있겠나."

사장이 거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말했다. 어느 때는 아현이라고 이름을 부르더니 지금은 자네라고 불렀다.

"뭐든지 말씀하세요."

아현이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난 부부관계를 할 수 없어."

"……."

"아낸 너무 아름다운 여자야. 아내와 난 각방을 쓰고 있어. 여기까진 서로가 합의가 된 일이야. 그런데 말야. 그 짐승 해피 말이야. 해피만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단 말이야. 송아지만큼 큰 해피와 아내가 한방을 쓴단 말이야."

여기서 사장이 말을 끊고 술 한 잔을 마셨다.

사실 아현도 처음엔 지연을 이해하지 못했다. 미스코리아 출신답게 지연은 정말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아지인 해피를 침대에 눕혀 재운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송아지만큼 큰 해피와 한방에서 잔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해피와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피는 사람으로 말하자면 건장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사장 집을 오랫동안 드나들다보니 이해가 갔다…….

"그 화면에서 말야, 주인공 여자는 며칠이고 계속 쏟아지는 폭우만 아니었으면 그 개와 관계를 맺지 않았을 거야."

"그건 그래요. 폭우로 길이 끊어져 너무 외로우니까 술을 마시게 되고 개와 그만……."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내 아내가 말야, 그 주인공 여자와 흡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사장이 불쑥 물었다. 그러나 아현은 얼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편은 성불구자라서 여자의 몸에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지, 그런데 한 방에는 건장한 사내나 다름없는 해피가 있단 말이야."

그의 눈빛이 순간 살의를 띄는 것 같았다.

"사장님, 그건 오해예요."

"오해라고!"

"그럼은요. 사모님이 얼마나 정숙한 분인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정숙이고 윤리고 나발이고가 없는 거야. 오늘 밤 난 아내의 정부인 그 짐승을 사살해 버리겠어."

"해피를 죽이다니요!"

그녀가 깜짝 놀라 사장님을 쳐다보았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죽여야겠어."

"그리되면 사모님은……."

그녀가 울먹이며 말끝을 흐렸다. 사장 운전기사이기 때문에 아현은 자연히 사장 집을 아침저녁 무시로 드나들었다. 그런데 지연과 해피의 관계는 너무도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사람과 짐승의 사이라기보다는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더 끈끈한 정을 유지하는 친구 사이 같았다. 그런데 그 친구를 잃어버리고 지연이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행히 사장은 술이 만취되어 있었다. 자정이 다 되어 아현은 사장을 모시고 집으로 향했다.

"죽여 버리겠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사장은 증오의 이빨을 갈았다. 그리고는 곯아떨어졌다.

현우는 회사 일로 늦게 퇴근을 했다.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집안이 괴괴했다. 아마도 아내가 일찍 잠이 든 모양이었다.

그는 그의 방으로 그냥 들어오려다가 아내 방 쪽으로 돌아 섰다. 모처럼 아내가 잠든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는 아내 방 문 앞에서 조용히 손잡이를 돌렸다.

"아니!"

그는 방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내가 두 다리를 쩍 벌리고 누워 있고, 송아지보다 더 큰 해피가 아내 배꼽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으악!"

현우는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꿈이었다. 침대 맡의 전등불이 켜 있었다.

"후유!"

그는 꿈이란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는 손목시계를 힐끗 쳐다보았다. 2시가 지나고 있었다. 간밤에 모텔에서 나와 술을 엉망으로 마신 일이 떠올랐다. 그런데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놈의 개 때문에……."

그가 중얼거렸다. 그런데 조금 전 꿈이 지워지지 않고 눈앞에 떠올랐다. 해피가 아내 배꼽 위에서 낑낑거리다니. 이건 꿈이 아니야, 현실이야.

그의 숨결이 점점 가빠졌다.

"죽여 버리겠어, 그 짐승 새끼를."

그는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아내의 정부인 짐승을 죽이는 거야. 죽여야겠어."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절뚝거리며 장롱 앞으로 걸어갔다. 장롱 깊숙한 곳에 엽총을 숨겨 두었던 것이다.

그는 엽총을 꺼냈다. 그리고 총알을 확인하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아내 방문 앞으로 절뚝거리며 달려간 그는 방문을 벌컥 열었다. 아내가 침대에 혼곤히 잠이 들어 있고 침대 밑에서 잠이 든 해피가 느닷없는 침입자에 놀라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널 죽이겠다, 이 더러운 짐승 새끼야! 넌 내 아내의 정부였어."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총구를 해피에게로 겨누었다. 그 바람에 아내가 깨어 일어났다.

"여보, 왜 그래요."

사태를 금방 눈치 cos 지연이 해피를 가로막아 섰다.

"당신은 저리 비켜!"

그가 핏발선 눈으로 악을 썼다. 현우가 제정신이 아니었다. 실성한 것 같았다.

"제발 말로 해요, 여보!"

그녀가 현우 앞으로 한발 다가섰다.

"저 짐승은 당신의 정부야! 죽여 버리겠어!"

그가 버럭 악을 썼다.

지연은 간밤의 일을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한밤중에 엽총을 들고 그녀의 방으로 뛰어 들어와 해피를 죽이겠다고 설쳐댄 일을.

이미 남편의 눈이 정상이 아니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첫눈에 현우가 제 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정신병원으로 넘긴 것이었다.

지연은 먼저 남편의 운전기사인 아현을 불렀다.

"00정신병원이요?"

영문을 모르는 아현이 물었다.

"아무 말하지 말고 곧바로 와요."

"알겠습니다."

그녀가 경직된 목소리로 말하자 아현이 더 이상 묻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1시간쯤 지났을까, 아현이 차를 몰고 정신병원 정문 앞으로 왔다.

"나하고 이야기 좀 해요."

그녀가 먼저 걸었다. 영문을 모르는 아현이 뒤따라왔다. 그들은 가까운 다방으로 들어갔다.

"간밤에 사장님이 어디서 그렇게 술을 마셨어요.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는데."

지연이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술집에서요."

그녀가 겁먹은 얼굴로 대답했다.

"혼자서 술을 마셨단 말예요?"

"네. 잘은 모르지만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나 봐요."

그녀가 그렇게 둘러댔다. 사실 최 상무가 건네준 테이프를 보고 사장이 이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흥분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차마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내가 알기로는 회사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러게요. 그럼 사장님이 정신병원에……."

"그래요. 술에 골아 떨어졌던 분이 두세 시간 후에 깨어나 엽총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와……."

그녀가 간밤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사장님!"

이야기를 듣고 난 아현이 울음을 터뜨렸다. 주인여자와 개가 정사를 벌이는 테이프만 보지 않았어도 사장이 엉망으로 술이 취해 흥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일을 어찌할꼬……."

아현은 속으로 발을 동동거렸다. 모든 게 그녀의 책임 같았다. 그런데 최 상무는 왜 그런 테이프를 그녀에게 넘겨주었을까. 사장이 해피와 지연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

"그렇다면……."

그녀는 처음으로 최 상무를 의심했다. 사장과 둘도 없는 친구인데. 설마?

"그만 울어요."

그녀가 계속 훌쩍이자 지연이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지금 사장님 면회 안 될까요?"

그녀가 손목시계를 힐긋 쳐다보며 물었다.

"당분간은 일절 면회가 안 된대요."

지연이 말했다.

상민은 오늘 아침 출근 시간이 다 되어 현우 집으로 핸들을 돌렸다. 아무래도 현우 신상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아서였다. 꿈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간밤의 꿈은 정말 산란했다.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현우 집에는 아무도 없고 송아지만한 해피가 집을 지키고 있었다.

으르렁.

해피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이 으르렁거렸다.

"넌 보신탕감이야."

해피가 적의를 보이자 그가 말했다. 그가 현관을 뒷걸음질로 나와 이층으로 올라가려고 하자 이층에 사는 소영이 반색을 했다. 몇 번 마주친 일이 있는데, 그에게 의외로 친절을 베풀었다. 여자가 좀 헤픈 것 같았다.

지난달인가. 그녀의 청에 못 이겨 이층에 올라간 일이 있었다. 그날 그는 그녀와 관계를 맺으려고 했다. 그런데 때맞춰 손님이 찾아왔던 것이다. 소영은 기발하게도 그를 친정 오빠 친구라고 둘러댔다.

"어서오세요, 상무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아래층 친구 내외가 아무도 없네요. 혹시 무슨 일 있습니까?"

"잠깐 들어가요.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그녀가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이층으로 올라갔다.

"커피 한잔 하시겠어요?"

"감사합니다."

그가 아무렇게나 말했다. 곧 그녀가 커피를 내왔다.

"아래층 사모님 말로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사실입니다. 소영씨처럼 아름다운 분이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결혼을 하겠습니다."

그가 농담을 했다.

"제가 아름다운가요?"

"그래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는 살그머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은지도 꽤 된 것 같았다.

"이러시면……."

그녀가 뒤를 뺐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덥석 끌어안았다. 그리고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살덩어리를 받아들였다.

"진작부터 당신을 좋아했소."

그가 그녀의 웃옷을 벗기며 중얼거렸다. 의외로 그녀는 늘씬한 몸매였다. 유방이 몹시 컸다. 그는 그녀의 유방을 사정없이 주물렀다. 이어서 그는 치마를 벗기었다. 그녀가 두 다리를 꼬았다.

그는 팬티를 벗겨냈다.

"이하!"

그녀의 사타구니가 음모로 뒤덮여 있었다.

"굉장하구나."

그는 서둘러 옷을 벗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아흐흐."

그의 페니스가 깊숙이 파고들자 그녀가 괴성을 질렀다. 그는 천천히 엉덩이를 굴렸다.

"미치겠어요. 빨리 좀……."

그녀가 애가 타서 소리를 질렀다.

"아래층 내외는 어디 갔소?"

그가 헐떡이며 물었다.

"정신병원……."

"정신병원?"

그가 긴장이 되어 물었다.

"새벽에 사장님이 수캐를 엽총으로 사살하려다가……."

그녀가 헐떡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전……."

상민이 명함을 한 장 꺼내 하얀 가운을 입은 여의사에게 내밀었다. 여의사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같았다. 서글서글한 인상이었다.

"차현우라고, 간밤에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왔습니다."

"간밤이 아니고 새벽 4시경이었습니다. 그런데 환자와는 어떤 사이세요?"

여의사가 시간을 분명히 그리고 사무적으로 말했다.

"혹시……."

상민이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저도 선생님이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활짝 웃으며 반색을 했다.

"이름이 조숙……."

"숙자예요. 사실 선생님을 한 번 더 만나길 얼마나 고대한 줄 아세요?"

"반갑습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숙자가 두 손으로 그의 손을 맞잡았다.

2, 3년 전이었다.

상민은 밤이 늦어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적한 길 가에서 세 명의 사내들이 여자를 못살게 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사내들이 여자의 양팔을 잡고 길가 밑으로 데리고 가 윤간을 할 것만 같았다.

상민은 그들 곁을 스쳐가다 말고 차를 후진시켰다.

"넌 뭐야!"

"다치기 전에 얼른 꺼져!"

그가 차에서 내리자 사내 하나가 여자를 붙잡고 있고 두 사내가 그에게로 걸어왔다.

"이 사람들아, 자네들 세 명 정도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내가 차를 세웠겠나. 어서 여자 놔두고 사라져!"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두 사내가 공격을 해왔다. 그러나 그는 그들의 공격을 간단히 피하고 두 사내의 급소를 질렀다. 그는 특전사 출신이었다.

그러자 여자를 붙잡고 있던 사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달아나 버렸다.

"일어나요."

그가 길가에 주저앉은 여자에게 말했다. 술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는 여자를 데리고 가까운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자가 너무 만취한 것 같았다. 술집 여자 같았다.

그는 여자를 침대에 눕히고 의자에 앉아 새우잠을 잤다. 그가 잠에서 깨었을 때는 날이 환하게 밝은 후였다. 침대에서 잠을 자던 여자는 보이지 않고 대신 명함 한 장이 보였다.

<간밤엔 고마웠어요. 언제 한번 전화주세요.>

명함을 돌려보니 술집 여자가 아니고 뜻밖에도 정신과 의사였다. 그는 미소를 띠며 명함을 두 조각으로 잘랐다.

"환자와는 어떤 관계예요?"

숙자가 물었다.

"회사 동료이고 친굽니다. 그런데 환자는……."

"아직 환자가 흥분 상태라서 무슨 말을 드릴 수 없군요. 제가 담당의사이니 이삼 일 후에 한번 들르시지요."

"지금 잠깐 만날 수는 없을까요?"

"그건 안 됩니다."

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사내의 청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러자 환자를 생각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환자 상태는 어떨 것 같습니까, 다시 말해서 의사선생님의 직감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뭐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요양을 오랫동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로?"

"아무래도 6개월 이상은 요양을 해야겠지요."

숙자가 말했다.

상민은 병원 복도를 걸었다. 그깟 놈의 테이프를 한 개 보고 정신이 빙 돌아버리다니. 의외로 상민의 계획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20대 초반의 남자 간호사가 열쇠를 돌리고 나서 도어를 열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숙자가 안으로 들어가자 뒤에서 도어가 닫혔다.

방안에는 40대 초반의 사내가 두 명 앉아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이 싸우기라도 한 것처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김문석씨, 지금 뭘 해요?"

그녀는 창가 쪽에 앉은 사내 곁으로 걸어갔다. 사내가 바지를 까 내리고 굵직한 그것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성기노출증 환자였다.

"두더지처럼 생긴 짐승을 쳐다보고 있어요. 신기하게도 이 짐승은 커졌다 작아졌다 해요."

"이것이 두더지란 말이지요."

"그래요. 선생님도 한번 만져보세요."

그가 굵직한 성기를 번쩍 치켜들었다.

"오라, 두더지가 정말 요술을 부리는군요."

그녀가 굵직한 성기를 매만졌다.

숙자가 4년전 이 병원에 처음 왔을 때 성기노출증환자가 성기를 드러냈을 때 그녀는 기겁을 했다. 도무지 환자를 치료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꿋꿋이 견디어 냈던 것 이다.

물론 애로점도 많았다. 환자들을 가볍게 여기고 병실로 들어갔다가 환자가 흉악범으로 돌변, 그녀를 겁탈하려고 했다. 아랫도리 스커트가 벗겨지고 팬티마저 찢겨 나갔을 때 그녀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환자가 그녀의 몸을 올라탔을 때였다. 밖에 있던 남자 간호사가 달려와 극적으로 구출되었던 것이다.

김문석은 여고 교사였다. 20대 중반에 학교에 들어가 20여 년을 꽃다운 여학생들과 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일요일 어느 날이었다.

"옥숙아,"

갑자기 그가 서재에서 여고생인 딸을 불렀다.

옥숙은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서재로 들어갔다.

"앗!"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뜻밖에도 그가 아랫도리를 까 내리고 그것을 번쩍 치켜들고 있었던 것이다.

"김문석씨는 직업이 뭐였어요?"

숙자가 그의 성기를 만지며 말했다.

"없어요."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여고 선생님이었죠. 맞죠?"

"그런 것 같기도 하군요."

그녀가 다그치자 김문석이 아무렇게나 말했다.

"여고 선생님이면 사회적으로 존경은 받지 못해도 그래도 알아주는 직업이에요. 그런 분이 바지를 까 내리고 성기를 꺼내 남들에게 보여주면 쓰겠어요?"

그녀가 한마디하고는 홱 돌아섰다.

조숙자는 차현우 환자에 대한 서류를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간호사가 환자 보호자에게서 얻은 정보였다.

나이, 36세, 성별, 남, 직업, 벤처기업 대표. 8개월 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절고, 성불구가 됨.

사건개요. 지난 12월 10일 회사에서 퇴근한 차현우가 자정쯤 만취되어 집에 들어와 잠을 잠. 2, 3시간 후 엽총을 꺼내들고 해피(셰퍼드)가 아내와 정사를 벌인다며 사살하려 함.

똑똑똑. 그때였다. 노크소리가 들렸다.

"네, 들어와요."

그녀가 말했다. 곧 남자 간호사가 차현우의 한쪽 팔을 부여잡고 안으로 들어왔다. 며칠 사이에 안색이 몹시 변한 것 같았다.

"앉으세요."

그녀가 책상 앞에 놓인 의자를 권했다.

"감사합니다."

차현우가 남자 간호사의 눈치를 보며 의자에 앉았다. 남자 간호사가 두려운 모양이었다.

"잠깐 밖에 나가 있어요."

그녀가 간호사에게 말했다. 곧 간호사가 밖으로 나갔다.

"담배 피웁니까?"

그녀가 서랍을 열며 물었다. 그녀는 술은 잘 마셔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러나 담배를 늘 준비했다. 환자와의 면담을 위해서였다.

"안 핍니다."

그가 간단하게 말했다.

"해피가 언제 차현우씨 집에 왔습니까?"

"지난 5월에 처가에서 낳은 강아지를 아내가 가지고 왔어요. 6, 7개월 된 것 같군요."

"셰퍼드 종자라고 했죠?"

"네, 2, 3개월 지나자 벌써 송아지만큼 컸어요."

그가 해피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사람이 이상해졌다.

"아내와의 사이는?"

"좋은 편입니다."

그가 말했다.

"아내와 각방을 쓰는 걸로 아는데요?"

조숙자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교통사고로 성불구가 되어 부득이 각방을 씁니다. 그런데 아내가 그놈의 해피와 한방에 자는 게……. 더군다나 송아지보다 더 큰 짐승입니다."

차현우의 두 눈이 짐승처럼 벌게지고 호흡이 가빠졌다.

"아내가 해피와 밤마다 성행위를 한다고 생각합니까?"

"아내가 해피를 불러들인다는 게 아니고 그놈의 짐승이 아내를 겁탈한다 그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가 큰소리로 말했다. 이상하게도 그는 아내를 두둔하고 나섰다.

"그럼 아내는 해피의 겁탈을 즐긴단 말입니까?"

"……."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그놈이 아낼 겁탈한다는 겁니다. 지금 당장 그 짐승을 사살해야 합니다!"

"진정하세요."

"사살해야 합니다."

얌전히 앉아 있던 그가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간호사!"

그녀가 다급하게 밖에 있는 남자 간호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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