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노처녀 여선생과 동침을…
늘어지게 잠을 잔 지수는 한낮이 되어 일어났다. 상민은 회사에 출근한다고 일찍 여관방을 빠져나갔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요."
그녀가 옷을 입으며 말했다.
"아무런 기척이 없어서…….'
10대 후반의 말쑥한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가 스커트를 입고 마악 브래지어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녀보다는 사내가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지수는 택시를 타고 언니 집으로 갔다.
"너 지금까지 어디 있었냐."
지연이 다짜고짜로 물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 같았다.
"상민씨와 함께 있었어."
"뭐라고? 상민씨와?"
그녀가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걱정하지 마. 우린 성인이야."
"성인?"
"잠깐 눈 좀 붙일게."
지수가 현우 방문을 벌컥 열더니 안으로 들어가 꽝 문을 닫았다.
"저 애가……."
그녀가 닫힌 방문을 노려보았다.
얼마쯤이나 지났을까. 화가 가라앉은 지연은 현우 방문을 열었다.
"아니!"
그녀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지수는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간신히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으로 현우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혼곤히 잠이 들어 있었다.
"아무리 천방지축이라고 하지만 형부 침대에……."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오후 4시쯤 되자 지수는 늘어지게 잠을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욕실로 들어가 한 시쯤 목욕을 하고는 지연의 방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했다.
"또 어딜 나가려고 그러냐."
"상민씨와 약속했어."
"뭐라고!"
지연이 화들짝 놀랐다.
"내가 상민씰 만나는데 언니가 왜 그래?"
"나는 단지……."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
"혹시 언니가 은근히 상민씰 좋아하는 거 아냐?"
"네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냐!"
"그럼 왜 그렇게 과민반응을 하는 거야."
지수가 톡 쏘아댔다. 그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상민에게 겁탈을 당한 일을 말할 수도 없었다.
"나 다녀올게."
이윽고 지수가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휑하니 거실을 나갔다.
"……."
지연은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참 만에 뒤를 돌아보니 해피도 그녀처럼 멍하니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에겐 너밖에 없구나.
그녀가 무릎을 꿇고 앉아 중개만큼 성장한 해피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다른 손으로 해피의 실팍한 엉덩이를 토닥이었다. 해피가 꼬리를 흔들었다.
그녀는 해피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샴푸로 해피의 온몸을 씻겼다. 그녀의 손이 지나가는 곳마다 거품이 일어났다.
아니.
해피의 사타구니께 그녀가 손을 가져갔을 때였다. 해피의 그것이 힘차게 발기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해피도 이젠 강아지가 아니구나.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사장님 바나나 좋아하세요?"
운전을 하던 아현이 불쑥 물었다. 저만치 길가 리어카에 수북이 바나나가 쌓여 있었다. 현우는 문득 바나나를 보자 발기한 페니스를 보는 것 같았다.
"차 세우고 한 다발 사오지."
그가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지폐를 내주었다.
곧 아현이 차를 세우고 리어카 쪽으로 뛰어가 바나나를 한 다발 사왔다.
"하나 드시겠어요."
운전석으로 돌아온 아현이 바나나를 조수석에 놓으며 말했다.
"아닐세. 우리 여관에 잠깐 쉬어갈까?"
"여관에요?"
"싫으면 관두고."
"아니에요. 조용한 여관으로 안내할게요."
그녀가 운전을 하며 말했다.
승용차가 시내를 벗어나 호젓한 강변에 있는 모텔 앞에 멈추어 섰다. 그들은 2층으로 올라갔다.
"샤워하시겠어요?"
그녀가 바나나를 들고 와 침대 밑에 놓으며 물었다.
"자네만 하게."
그가 말했다.
"그럼."
아현이 욕실로 들어갔다. 곧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알몸의 아현이 물이 쏟아지는 샤워기 밑에 서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의 목덜미, 젖가슴, 실팍한 엉덩이, 사타구니……. 그는 점점 숨이 가빴다.
이윽고 아현이 젖가슴 위로 두터운 타월을 두르고 욕실을 나왔다. 현우는 침대 가에 걸터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침대가로 걸어왔다.
그가 양복을 입은 채 그녀의 젖가슴 위로 두른 타월을 풀었다. 두툼한 타월이 힘없이 발아래로 툭 떨어졌다. 그러자 그녀의 알몸이 드러났다.
"아현아."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중학생 같은 유방을 매만졌다. 그리고 사타구니께로 손을 가져갔다.
"사장님."
그녀가 그를 끌어안았다.
"바나나를 사용하세요."
그녀가 소곤거렸다.
"알았어."
그가 침대 밑에 있는 바나나를 하나 뚝 떼어 껍질을 반절쯤 벗겼다.
"됐어요."
그녀가 침대 가에서 한발쯤 뒤로 물러서 다리를 벌렸다.
그는 바나나를 그녀의 그곳으로 슬며시 밀어 넣었다.
"아흐, 아흐."
그녀가 미치겠다는 듯이 그의 머리를 휘감았다. 그는 바나나를 그곳에 반절쯤 밀어 넣고 밀어 넣었다가 뺐다를 반복했다.
"아흐흐……."
그녀가 자지러지는 비명 소리를 질렀다.
"돌아서봐."
그가 바나나를 그곳에서 빼내더니 이번에는 그녀에게 침대 가에 손을 짚고 엉덩이를 쳐들라고 했다. 그녀는 순종적인 노예처럼 그가 하라는 대로 엉덩이를 올렸다.
"됐어."
그가 새 바나나 껍질을 벗겨 그녀의 엉덩이 쪽으로 밀어 넣었다.
"아흐, 아흐."
그녀가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아현은 승용차를 몰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녀는 아파트 상가에 들려 생필품을 사들고 3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핸드백에서 키를 꺼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거실에 불이 켜 있지 않았다. 비스듬히 열린 아버지 방에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불이나 켜 놓지.
그녀가 중얼거리며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올렸다. 그녀가 사들고 온 물건을 들고 주방 쪽으로 걸어가는데 길수가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가왔다.
"배고프다."
그가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좀 늦었어. 내가 금방 밥 해줄게."
그녀가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안치고 나서 옷을 갈아입기 위해 돌아섰다.
"왜 이래."
등 뒤에 서 있던 그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널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회사 일이 바빴어."
그녀가 아무렇게나 대꾸를 했다. 문득 여관방에서 사장님이 그녀의 그곳에 바나나를 밀어 넣던 일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 곳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만 손 풀어."
"조금만 더 있어."
그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그가 하는 대로 잠자코 서 있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셔츠 속으로 들어와 젖가슴을 더듬었다.
"나는 네 유방이 좋아."
그가 사정없이 그녀의 유방을 주물러댔다.
"그만해."
그녀가 그의 손을 빼내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그녀가 아버지 방문을 열고 말했다. 아버지가 방 가운데 반절쯤 부서진 마네킹처럼 앉아 있었다. 반신을 쓰지 못해 누가 부축을 해 주지 않으면 화장실에도 갈 수 없었다.
"으음."
그가 반색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쪽 입가로 침이 질질 흘러내리고 있었다.
"화장지로 닦아요."
그녀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방 가운데 있는 화장지를 몇 장 뽑아 그의 입을 닦아주었다. 그가 성한 손으로 성큼 드러난 그녀의 허벅다리 위에 손을 놓았다. 몹시 외로웠던 모양이었다.
"심심했죠?"
"아니여."
그가 그녀의 허벅지를 매만졌다.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았다. 그의 몸에서 역겨운 냄새가 풍겼다.
"저녁 먹고 목욕시켜 드릴게요."
"그려, 그으려."
그가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는 물을 좋아했다. 아니다. 그녀가 온몸을 씻겨주는 것을 좋아했다. 중풍이 든지 7년이 지났지만 그는 그녀를 어머니처럼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녀는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길수가 뒤따라 들어왔다.
"나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나가 있어."
"그냥 눈 감고 있으면 안돼?"
"나가 있어."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알았어."
그가 그녀의 눈치를 살피더니 얼른 방을 나갔다.
"또 목욕시키려고?"
저녁을 먹고 아현이 목욕물을 받자 길수가 괜히 짜증을 내었다.
"그럼 아버지 목욕 오빠가 시킬래."
일부러 그녀가 말했다.
"아니야."
그가 손을 저으며 뒷걸음질을 했다.
그녀는 목욕물을 받아놓고 아버지를 부축해서 욕실로 들어왔다.
"옷 벗길게요."
그를 의자에 앉히고 옷을 벗겼다. 셔츠를 벗기자 앙상한 상반신이 드러났다. 바싹 마른 것이다. 그녀는 바지도 벗겨냈다. 그리고 팬티도 벗겼다. 돼지꼬리 같은 페니스가 수줍게 드러났다.
그녀는 윗몸을 먼저 비누칠을 하고 나서 아랫도리도 씻겼다. 페니스에 그녀의 손길이 스치자 꿈틀했다.
"오빠가 아버지 말 잘 들어요?"
"잘 들어."
그가 어눌한 음성으로 말했다.
"화장실에도 잘 데려다 주고요?"
"그럼."
그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녀는 길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점심때가 돌아오면 밥상을 아버지 앞에 가져다주고, 화장실에도 데려다 주라고. 처음,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나갔을 때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버지가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옷에 소변을 보아 엉망이었다.
그녀는 짜증이 났다.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야!"
그녀가 악을 썼다.
"깜빡 잊었어."
길수가 겁에 질려 말했다. 그녀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나 좋아하지?"
"응."
그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가 그녀를 몹시 좋아하는 걸 그녀는 여중 때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그녀의 속옷을 몰래 만져 보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지능이 낮았다. 5살 먹은 어린아이 같았다.
"만일 내 말만 잘 들으면 오빠가 하자는 대로 할게."
그녀가 스커트를 올리고 한쪽 허벅다리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하는 건데."
"오빠가 내 몸을 만지고 싶으면 만지게 해주고, 내 유방도 만지게 하고."
"……. 그 말 정말이야?"
한참 만에 그녀의 말을 알아듣고 그가 헤벌쭉 웃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 내가 하라는 대로 낮에 아버지를 돌보아 주어야 해."
그녀가 말했다.
그가 그녀의 육체를 매만지는 대가로 그는 낮에 아버지 심부름을 해주었다. 심부름이라야 화장실에 몇 번 따라가고 점심 밥상을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그녀는 아버지 목욕을 시키고 나서 방으로 모시고 가 새 옷을 입혔다. 그가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얼굴이 벌게진 걸 보아 흥분을 한 것 같았다.
"내가 옆에 누워 재워줄 테니 자요."
그녀가 그와 나란히 누웠다. 그가 살그머니 그의 손을 잡아 그의 사타구니 위에 놓았다. 그녀가 그의 사타구니를 만져주었다.
곧 그가 잠이 들었다. 그녀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온몸에 뜨거운 물줄기가 쏟아졌다. 온몸이 나른했다.
그녀는 은인인 최상민 상무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렇게 아담한 아파트에서 세 식구가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롯데리아에 최상무가 찾아와 치킨을 사가곤 했다. 그게 인연이 될 줄이야.
그녀가 중풍 든 아버지와 지능이 낮은 오빠와 길거리에 나 앉게 되었을 때, 그가 전세 아파트를 얻어주고 직장까지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녀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녀는 키가 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뛰어난 미모도 아니었다.
"사장님에게 잘해. 알았지."
그녀가 사장 운전기사가 되었을 때 상무는 그 말 뿐이었다. 상무와 사장은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수개월 전 직원들 회식이 끝나고 사장님과 첫 관계를 맺은 것도 그녀의 의도가 아니었다. 상무가 그녀에게 귀띔을 했기 때문이었다.
현우가 현관문을 열고 목발을 짚고 들어섰다. 그러자 중개보다 더 커버린 해피가 반색을 하기는커녕 그를 노려보았다. 마치 남의 집에 왜 들어오냐는 식으로. 그는 비위가 상했다.
"여긴 내가 주인이다. 넌 안주인의 재롱을 받는 한 마리 강아지고."
그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술을 두어 잔 했는데, 술기운이 얼큰히 올라왔다.
- 천만의 말씀. 어째서 내가 한 마리 강아지란 말이오. 난 당신도 알다시피 늘씬한 당신의 아내와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데.
"뭐라고! 내 아내와 함께 잔다고. 대한민국엔 법이 있다. 남의 아낼 함부로 손대면 쇠고랑이야."
- 당신 말대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대한민국엔 사내 하나 없어. 모조리 쇠고랑차고 교도소에 갔을 거야. 허지만 당신도 방금 거리에서 돌아왔지 않아. 사내들이 하나도 없던가.
"그래서 내 아낼 어떻게 했다는 거냐."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 그렇게 흥분을 하면 내가 말을 할 것 같소? 궁금한 게 있으면 술이라도 한잔 사면서 슬쩍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물어 보는 거야.
"세 살 먹은 손자한테 배운다더니……. 알았다 알았어. 그래 내 아내를 어떻게 했냐."
-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소? 늘씬한 당신 아내를 애무한 것 말이오? 그거야 내가 아니 우리 친구들의 특기가 있지 않소. 혀로 핥는 것 말이오.
"그렇지. 넌 개니까 핥는 것은 주특기로구나. 그래 어디를 주로 핥느냐."
그가 물었다. 눈앞에 아내의 알몸이 떠올랐다.
- 정말 몰라서 묻는 거요?
"모르니까 묻지. 알고도 묻겠느냐."
그가 시치미를 떼었다.
- 여자 성감대 중 아주 약발이 듣는 곳이 있소. 그곳이 바로 사타구니요. 여잔 그곳을 핥아주면 미쳐 날뛰는 거요. 마치 마약을 먹은 것처럼.
"정말 그곳이 약발이 듣느냐."
- 내 말이 정말인지 가짜인지 한번 실습을 해보쇼.
"그렇다면 넌 밤마다 남의 아내 그곳을 핥아댄단 말이냐."
그가 간신히 화를 억누르며 물었다.
- 사실이오.
"뭐라고 사실!"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번쩍 눈을 떴다. 잠시 졸았던 모양이다.
마침 마당에서 이층에 새든 여자와 이야기를 하던 아내가 뒤늦게 들어왔다.
"해피가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소."
그가 말했다.
"그럴 리가요. 해피 이리와."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해피가 달려와 꼬리를 흔들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녀가 해피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오늘 당신 얼굴이 모처럼 밝은 것 같소."
그가 지연을 쳐다보며 말머리를 돌렸다. 해피 일로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애물단지 지수가 집으로 돌아갔지 않아요."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상민과 처음 만나서 외박을 했고 그 다음 날도 상민을 만나러 나갔던 것이다. 상민에게 푹 빠져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수의 마음과는 백팔십도 다를 것이다. 지수의 육체는 탐해도 진정한 마음은 주지 않을 사람이었다.
"처제가 집으로 돌아간 게 그렇게 좋소?"
"그럼은요."
"난 처제와 상민이가 어울려 다니는 게 좋던데……."
그가 중얼거렸다.
현우는 회사 일이 늦어 자정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초저녁에 아내보고 먼저 잠을 자라고 했으니 지금쯤 아내가 단잠에 떨어져 있을 것이었다. 그는 초인종을 누르려 다가 그만두고 호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그는 조용히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그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내 한 컵을 마셨다. 그리고 유리컵을 식탁에 내려놓았을 때였다.
"아니……?"
뜻밖에도 식탁 위에 있는 접시에 담배꽁초가 서너 개 보였다. 담배꽁초라니.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술은 친구들과 어울려 곧잘 하는 편이지만. 그리고 아내 역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렇다면 담배를 피운 주인공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그는 괜히 긴장을 하며 안방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살며시 손잡이를 비틀었다.
"아……."
뜻밖에도 아내와 체격이 우람한 사내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한참 동안 정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 죽일 연놈들!
그는 이빨을 뿌드득 갈며 거실로 나왔다. 마침 야구 방망이가 눈에 띄었다. 그는 야구 방망이를 손에 쥐고는 단숨에 안방으로 쳐들어갔다.
"이 죽일 놈들!"
그가 고함을 지르며 침대 쪽으로 달려갔다.
"아니!"
그런데 분명 조금 전에 아내와 침대에서 뒹굴던 사내는 온데 간데 보이지 않았다. 대신 송아지만한 시커먼 셰퍼드가 아내와 뒹굴고 있었다. 해피였다.
"이 더러운 짐승 새끼야!"
그는 시커먼 셰퍼드를 향해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런데 셰퍼드가 맞지 않고 아내의 머리에 야구 방망이가 떨어졌다.
"아악!"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대번에 아내의 머리에서 시뻘건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여보!"
그는 비명을 지르다가 말고 깜빡 잠이 깨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내가 체격이 건장한 사내와 정사를 벌이다니. 아니 송아지만한 시커먼 셰퍼드와 뒹굴고 있다니. 아무리 꿈속이라고 하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흉몽이야, 흉몽."
그가 중얼거렸다.
현우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더 이상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손목시계를 힐끗 쳐다보았다. 3시가 지나고 있었다.
그는 몇 번을 망설이다가 아현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아현이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
"안 잔 거야?"
"조금 전에 꿈을 꾸다가 잠이 깼어요. 그런데 다시 잠이 안 오네요."
"그래."
그가 중얼거렸다. 어쩌면 그와 상황이 너무 비슷했던 것이다.
"난 아현이와 정사하던 꿈을 꾸다가 잠이 깨었는데."
그가 거짓말을 했다. 실은 체격이 건장한 사내가 아니 송아지만한 셰퍼드가 아내와 정사를 벌이는 꿈을 꾸었는데.
"저도 사장님과 똑같은 꿈을 꾸었어요. 사장님의 페니스가 어찌나 크던지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아세요. 꿈을 깨고 나서 도 그곳이 얼얼한 것 같았어요."
"그래."
그는 과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의 페니스가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에. 물론 꿈속의 일이지만.
"좋은 구경거리가 없을까."
문득 그가 다소 막연하게 물었다.
"구경거리야 많죠. 내일쯤 구경시켜 드릴까요?"
눈치 빠른 아현이 말했다.
"사장님 후배들 점심 좀 사주시겠어요?"
아현이 운전을 하며 물었다.
"몇 명이지?"
현우가 새벽에 아현과 통화하던 일을 불현듯 떠올리며 물었다. 좋은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그녀가 약속을 했던 것이다.
"두 명입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녀가 곧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서 후배에게 만날 장소를 알려 주었다.
야외 가든에서 만난 아현의 후배들은 한 마디로 실망스런 애들이었다. 그가 예상하기로는 늘씬한 애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나는 뚱보였고 또 하나는 키가 작고 몸집이 왜소한 애였다. 그러나 현우는 실망스런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불고기 10인분을 시켰다. 며칠간 굶은 애들 같았다. 그들은 고기가 채 익기도 전에 굶주린 들짐승처럼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뚱보는 젓가락질도 필요 없는 모양이었다. 손가락으로 그 뜨거운 것을 집어 마구 먹어댔다. 그래도 몸집이 왜소한 애가 여자답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
"사장님 실망했죠?"
아현이 귓속말로 물었다.
"아니야. 애들이 먹는 것도 구경거리인데 뭐."
그가 말했다.
식사를 끝내고, 현우와 아현은 회사로 돌아왔다.
그날, 퇴근길에 아현은 야외로 차를 몰았다. 그들은 가까운 모텔로 들어갔다.
아현이 비디오에 테이프를 넣었다. 화질이 좋은 화면이었다. 뜻밖에도 낮에 점심을 사준 두 명의 여자들이 더블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낮에 만났던 애들 아냐."
현우가 말했다.
"맞아요."
아현이 말했다. 그들은 화면에 눈을 주었다.
갑자기 몸집이 뚱뚱한 애가 일어서더니 몸집이 왜소한 애를 불끈 들어 침대로 집어던졌다. 몸집이 왜소한 애가 벌렁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뚱보가 침대 위로 올라가 왜소한 애를 올라타고는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니!"
왜소한 몸집의 애의 셔츠가 벗겨져나갔다. 그런데 젖가슴이 몸집에 비해 엄청나게 컸다.
"유방이 엄청나구나."
현우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러나 아현은 빙긋 웃기만 했다.
"이년 죽이는구나."
뚱보가 몸집이 왜소한 애의 유방을 사정없이 주물러댔다. 그러더니 고개를 숙여 유두를 핥아댔다. 뚱보 여자가 몸집 이 왜소한 애를 겁탈하는 것 같았다.
얼마쯤이나 지났을까.
뚱보가 여전히 왜소한 몸집의 애를 올라타고는 치마를 벗 겨내었다.
"……."
현우는 괜히 흥분이 되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아현의 치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이윽고 뚱보가 왜소한 애의 팬티를 벗겨냈다.
"아니!"
여자의 성기가 아닌 남자의 발기한 페니스가 덜렁 드러났다. 그런데 몸집에 비해 페니스가 엄청나게 컸다. 몸집이 왜소한 애가 여자가 아니고 남자였던 것이다. 머리도 기르고 유방도 몹시 커서 여자인 줄 알았는데.
뚱보가 옷을 훌훌 벗어던졌다. 금방 알몸이 되었다. 알몸의 뚱보가 침대로 올라갔다.
그러자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던 왜소한 남자가 벌떡 일어서더니 뚱보를 침대에 간단히 쓰러뜨렸다.
"아흐흐……."
왜소한 남자가 뚱보를 올라타고 엉덩이를 굴렸다. 뚱보가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나 죽네, 나 죽어."
뚱보가 비명소리를 질렀다.
"내 맛이 어떠냐."
몸집이 왜소한 남자가 뚱보를 한 순간에 제압해버린 것이었다.
"저 애 이름이 뭐지?"
현우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여전히 사내애가 뚱보를 잘 다루고 있었다.
"오동선입니다."
아현이 말했다.
"나이는?"
"스물입니다."
"가족은?"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젊겠군."
"사십대 초반입니다."
아현이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동선에 대해 그가 몹시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하기는 남자고 여자고간에 동선의 성행위 장면을 보고는 반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저애가 정말 남자란 말인가."
그가 믿어지지 않아 물었다.
"맞아요. 남자예요. 하지만 저앤 여고를 졸업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제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할까요?"
테이프가 다 돌아가고 나자 그녀가 말했다. 그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었다.
동선이 여고 2년 때였다. 하루는 담임 여선생님과 동선이 늦게까지 교무실에서 잡무를 처리했던 것이다.
"너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집에 연락해보고요."
동선이 말했다. 그녀는 은근히 노처녀인 담임선생을 좋아했다. 그녀는 전화로 어머니에게 친구 집에서 잠을 잔다고 꾸며댔다.
그들은 노처녀의 하숙집으로 들어갔다. 자정이 지나고 있었다.
"동선아."
전등불을 끄고 자리에 눕자 노처녀가 동선을 덥석 끌어안았다. 그리고 키스를 해댔다.
"요즘 미치겠다. 남자와 하고 싶어서."
"그럼 결혼하지 그래요."
"그게 말처럼 쉽니."
노처녀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러댔다.
"너 유방이 크구나."
"다 커요."
그녀가 무심코 말했다.
"그럼 사타구니 그것도 크단 말이냐. 그게 너무 크면 안 좋다는데. 남자라면 모를까……."
"……."
"한번 만져볼까."
노처녀가 그녀의 팬티 속으로 쑥 손을 밀어 넣었다.
"아니!"
노처녀가 비명을 질렀다. 여자의 성기인 줄 알았다가 남자의 페니스를 만졌으니. 기겁을 할 수밖에.
"놀라지 말아요."
"그런데 어떻게……."
"전 어려서부터 여자가 되고 싶었어요. 목소리도 여자고 하는 행동도 그렇고, 단 이 남자 성기가……."
그녀가 길게 설명을 했다.
"그렇구나."
그때서야 노처녀가 안심을 하고는 다시 그녀의 팬티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구나."
노처녀가 그녀의 페니스를 잡은 채 중얼거렸다.
딩동,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당신이에요?"
지연이 인터폰에 대고 물었다.
"그래, 문 열어."
목소리 주인공은 뜻밖에도 상민이었다. 만일 남편 현우가 인터폰을 받으려면 어쩌려고 말을 함부로 하다니.
지연은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무슨 일이예요?"
그녀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화가 났을까?"
그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녀가 기겁을 하며 그를 떠밀어내었다.
그가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그녀를 끌어안았다. 억센 손길이었다.
"아직 남편이 퇴근을 안 했어요."
"나도 알고 있어. 늦을 거야."
그가 남편의 행선지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는 그녀를 소파에 쓰러뜨리려고 했다.
"어으응……."
그때였다. 중개보다 더 커버린 해피가 그를 노려보고 으르렁거렸다.
"강아지가 저렇게 크다니……."
그가 투덜거리며 그녀를 끌어안았던 팔을 풀었다.
"개가 송아지만한데 방 안에다 키우는 거야?"
"저는 해피를 개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럼 남편 대용으로 생각하나."
"뭐라고요!"
순간 그녀가 삿대질을 하며 버럭 화를 내었다.
"내가 농으로 한 소리야."
그가 사과를 했다.
"그게 농이란 말예요."
그녀가 계속 삿대질을 하며 달려들었다.
"이 여자가 왜 그래."
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으흥."
얌전히 앉아 있던 해피가 상민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이 개 좀 잡아요."
그가 겁에 질려 말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말조심해요."
그녀가 말했다.
"해피 이리와."
그녀의 말에 해피가 언제 그에게 적의를 품었냐는 듯이 꼬리를 흔들었다.
"오늘은 그만 갈게."
상민이 뒷걸음질로 현관으로 나갔다.
"해피야 고맙다."
그녀가 해피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만일 해피가 없었다면 상민은 거실 소파에서 그녀를 발가벗기고 겁탈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