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수캐
1. 새내기 여직원과 하룻밤
셰퍼드 종자인 해피가 반년이 지나자 송아지만 하게 컸다. 그런데도 아내는 강아지 때처럼 한방에서 해피와 함께 잠을 잤다. 해피는 수놈이었다.
현우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해피가 강아지 때는 품에 안고 잔다고 하지만, 송아지만 하게 성장을 한 짐승과 함께 잠을 자다니.
어린 시절, 고향에서 그는 동네에서 좀 떨어진 산 밑에 사는 사내를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사내는 송아지만한 암캐와 움막에서 살고 있었는데, 정말로 암캐와 성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했던 것이다.
설마, 아내가…….
아니야, 비록 내가 남편이라고 살아 있지만 생과부로 아내가 지낸 지가…….
그는 해피만 떠올리면 견딜 수가 없었다. 눈앞에 늘씬한 몸매의 아내가 송아지만한 해피와 뒤엉켜 있는 모습이 선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여보, 내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하루는 그가 참다못해 아내 방으로 들어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아내가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하며 거울 속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도 거울 속으로 아내의 실크 가운을 힐끗 쳐다보았다. 가운이 풀어져 풍만한 젖가슴이 드러났다. 붉은 불빛 아래라서인지 아내의 모습이 몹시 고혹적이었다. 하긴 아내는 처녀 시절에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 입상을 한 경력이 있었다. 물론 지방에서였지만.
"자기가 낳은 자식도 어느 정도 성장하면 다른 방에 재우는 법 아니오?"
"그래서요?"
아내가 발끈했다.
"내 말은 해피도 송아지만 하게 컸는데……."
그는 아내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여보, 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지 알아요."
아내가 화장대 앞에서 돌아앉아 덥석 그를 끌어안았다. 그는 조금 전에 잔뜩 벼르고 하려던 말을 삭여야만 했다. 아내가 그를 끌어안으면 그는 할 말을 하지 못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사고를 당한 후로 그는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데 급급했다.
그는 한참 만에 아내의 방을 나왔다. 송아지만한 해피가 아내의 방에서 나오는 그를 적의의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마치 연적을 만난 것처럼.
현우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로 부부가 각방을 쓰기 때문에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아내와 해피가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내는 매일이다시피 해피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가 목욕을 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내와 해피가 점심때쯤 외출을 했다가 한밤중이 다 되어 돌아왔다.
"난 너 밖에 없어, 너 밖에."
아내가 송아지만한 해피를 끌어안고 긴 포옹을 했다. 아내가 술기운이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정말 통쾌했어. 정말 해피는 멋져!"
아내가 중얼거렸다. 오늘은 정말 통쾌했다니. 그리고 해피가 멋지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현우는 목발을 짚은 채 멍하니 아내가 하는 해괴한 짓을 쳐다만 보았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나의 사랑하는 해피야! 내일 아침이면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거야. 그렇지 않니, 해피야."
아내가 얼른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 아침이면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되다니. 도대체 무엇을 알게 된단 말인가. 해피와 아내가 한 짓을……?
곧 아내가 슬립 차림으로 나왔다. 해피가 어슬렁거리며 뒤따라 나왔다.
"해피야."
아내가 해피를 끌어안고 해피의 입에 키스를 했다. 긴 키스였다. 그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망측스럽게 개의 입에 키스를 하다니. 남편이 지켜보고 있는데. 이젠 남편이고 뭐고 신경을 쓰지 않겠다, 그 말이겠다.
"목욕해야지, 자 들어가자."
아내가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해피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곧 아내의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로 아내가 흥얼거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분이 썩 좋은 모양이었다.
맞아, 이것들이 밖에 나가서…….
어떻게 늘씬한 미모의 아내가 송아지만한 개와 그 짓을 한 단 말인가. 차라리 쓸개 빠진 놈과 배꼽을 맞추지 않고…….
어떻게 사람과 개가…….
그는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얼마쯤이나 지났을까.
낑낑낑, 아내가 해피의 어느 곳에 비누칠을 하는지 해피가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이럴 수가!
그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남편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욕실 문밖에서 지켜보는데 아내가 해피의 그곳에 비누칠을 하다니. 그는 심한 질투심에 빠져들었다. 어찌 아내가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그는 해피만 떠올리면 견딜 수가 없었다. 눈앞에 늘씬한 몸매의 아내가 해피와 뒤엉켜 있는 모습이 선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죽여 버리겠어!
순간 그는 살의를 느꼈다. 그는 목발을 짚고 침실로 들어가 장롱 뒤에 세워둔 엽총을 집어 들고 나왔다. 엽총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안전장치를 풀었다. 아내가 해피를 데리고 나오면 곧바로 방아쇠를 당길 것이었다.
초조하게 시간이 흘러갔다.
이윽고 아내가 슬립 차림으로 도어를 열었다. 아내의 얼굴이 보기 좋게 붉었다. 곧 송아지만한 해피가 욕실에서 어슬렁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런데 아직도 해피의 그것이 발기되어 있었다. 순간 그는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그도 모르게 해피를 향해 방아쇠를 연달아 잡아당겼다.
탕! 탕! 탕!
송아지만한 해피가 공중으로 붕 뜨는 것 같더니 허망하게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해피!"
아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해피에게로 달려갔다.
교통사고를 당하기 한 달 전이었다. 그 때부터 이상하게도 한밤중이건 새벽이건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현우는 지금도 그때 처음으로 걸려왔던 전화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은 그가 회사에서 늦게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였다.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는 송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대곡동입니다."
"……."
그러나 전화를 건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보세요."
"……."
"전화가 끊어졌나."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송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왜 그래요, 당신?"
아내가 차 쟁반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전화가 잘못 걸렸나봐."
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그날 밤 자정이 지나고 새벽 2시가 지나서였다. 한참 단잠에 떨어져 있는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는 잠결에 손을 머리맡으로 올려 송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
그러나 전화를 건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씀하세요."
"……."
그러나 상대방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혹시 이 자가…….
순간 그는 잠이 확 달아났다. 회사에서 늦게 돌아왔을 때 전화를 걸어놓고도 대답이 없던 놈(그는 사내놈이라고 단정을 내렸다)이 아닌가 해서였다.
"누구야, 당신!"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전화를 건 상대방이 전화를 툭 끊어 버렸다.
"누구예요?"
아내가 잠이 깨어 머리맡의 전등불을 켰다.
"아무것도 아니야, 미친놈이 많은 세상이니까."
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며 아내의 실크 가운을 힐끗 쳐다보았다. 가운이 풀어져 풍만한 젖가슴이 드러났다. 붉은 불빛 아래라서인지 아내의 모습이 몹시 고혹적이었다. 하긴 아내는 처녀 시절에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 입상을 한 경력이 있었다. 물론 지방에서였지만.
"여보."
그는 아내를 끌어안았다. 그는 아내의 목덜미며 가슴이며 복부며 허벅다리를 천천히 애무를 했다. 아내는 정말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단지 흠이라면 결혼 5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수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병원에 가 진단도 받아 보았지만 그들 부부에게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윽고 그는 아내의 몸 위로 올라갔다. 아내의 몸속으로 페니스가 쑥 들어갔다.
"아!"
아내가 신음소리를 토해내며 그의 등허리에 손톱을 박았다.
모처럼 그들은 흡족한 정사를 치렀다. 그놈의 불청객 전화 때문에 그들은 생각지도 않은 정사를 나눈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그가 회사에서만 돌아오면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가 전화를 받으면 상대방은 이상하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깊은 단잠에 떨어진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놓고는 말을 하지 않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 날이 계속되자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리고 현모양처인 아내를 점점 의심하게 되었다.
아내는 정말 한 떨기 꽃처럼 아름다웠다. 이제 30대 초반의 한창 물이 오르는 여자였다. 한 번이라도 아내를 본 남자는 아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이런 괴 전화가 걸려오다니.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내 뒤를 쫓아다니는 놈이란 말인가……
가정주부가 얼마나 헤프게 굴었으면……
아내가 결혼 전에 사귀던 애인이란 말인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현우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웬일인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다.
사고가 일어난 날에도 그는 새벽녘에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다. 당연히 늦잠을 잤다.
"아니, 깨우지 않고 뭘 했어."
그는 아내에게 버럭 화를 내었다.
"너무 곤하게 주무시기에……."
아내가 말끝을 흐렸다. 그는 간신히 세수만 하고서 서둘러 옷을 입었다.
"식사는 하시고 출근하셔야죠."
"시간 없어."
그는 곧바로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아무리 그가 경영하는 회사지만 출퇴근 시간만은 엄수하기로 결심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지각을 면하기 어려울 터였다.
강변도로를 차가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다. 그는 괜히 아내에게 화를 낸 것이 후회되었다. 그래서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손으로 휴대폰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나야, 아까는 미안했어, 당신에게 괜히 화를 내고 말야."
"무슨 소리예요. 우린 부부예요. 전 잊었으니 회사 일이나 잘 보세요."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니… 아악!"
그때였다. 반대편 차선에서 5톤 트럭이 차선을 넘어 돌진했다. 그는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핸들을 꺾었다. 트럭과 정면충돌을 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는 사흘 만에 깨어났다.
"천만다행입니다. 이만하기를."
사십 대 중반의 의사가 말했다. 퇴원을 하게 되면 목발을 짚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목발을 짚어야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나에게 이런 악운이 닥치다니.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던 차현우는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그가 소유한 회사의 주식이 수백 배로 폭등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주요 일간지 경제면에는 매일이다시피 차현우의 성공 신화에 대한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친한테서 물려받은 약간의 돈으로 벤처기업을 세웠고, 10년간 그는 온갖 땀과 피와 정열을 쏟아 부었다.
그래서 백만장자가 된 지금도 옛날 그대로 검소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이런 악운이 찾아오다니.
내가 목발을 짚어야 하다니.
그는 도무지 현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났다. 현우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물은 도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만고의 진리였다.
"언제 퇴원해도 되겠습니까?"
그는 의사가 다시 찾아왔을 때 회사 일이 걱정이 되어 물었다. 친구 상민이 회사 일을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였다.
"퇴원이요? 너무 성미가 급하시군요."
의사가 껄껄 웃었다. 아내도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내는 그가 마음을 다잡자 마음이 좀 놓이는 모양이었다.
오후에 회사에서 상민이가 찾아왔다. 훤칠한 키에 미남 소리를 곧잘 듣는 친구였다. 회사 여직원들 사이에도 인기가 좋았다.
"사모님이 너무 고생하십니다."
상민이 아내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고생은요, 뭘."
아내가 말했다.
곧 상민이가 그에게로 걸어와 대강 회사 일을 보고했다.
"자네가 알아서 잘 해주게. 그리고 직원들에게는 번거롭게 문병 올 것 없다고 하게."
"사고가 난 날 오후에 직원들이 다녀갔네."
"그런가."
그가 멋쩍게 웃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문병을 오지 말라고 하다니. 그가 직접 운영하는 회사는 직원이 삼십 여 명 되는 벤처기업이었다.
그는 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이 지나서 비뇨기과 과장으로부터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목발을 짚는 것 말고 또 문제가 있습니까?"
"그것이……."
비뇨기과과장이 말끝을 흐렸다.
정형외과 과장은 퇴원을 하게 되어도 평생 목발을 짚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목발을 짚으면 어떠랴. 그는 크게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비뇨기과 과장이 문제가 있다니. 그는 긴장이 되었다.
"부부 관계는 할 수가 없습니다."
"……?"
그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처럼 의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아내의 알몸을 더 이상 끌어안을 수 없다니.
"그게 사실입니까?"
그가 다급하게 물었다.
"사실입니다."
의사가 곧 방을 나갔다. 이제 30대 중반의 젊은이에게 부부 관계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아내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는 괜히 아내가 두려웠다.
곧 문병객을 배웅하고 아내가 입원실로 들어왔다.
"이달 말에 퇴원해도 된다지?"
"네.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군요."
아내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혹시 의사한테서 무슨 말 못 들었어?"
그가 넌지시 물었다.
"들었어요."
아내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무슨 말?"
"저어……."
"말해 봐요. 걱정 말고."
"퇴원을 해도 당신이 목발을……."
아내가 죄를 진 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다른 말은 없었소?"
"네."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만다행이었다. 아내가 비뇨기과 과장으로부터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밤은 집에 가서 쉬어. 나 때문에 당신 고생이 너무 많았어."
"아녜요, 여기 있겠어요."
"내 말대로 해요."
그가 아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내는 몇 번이고 사양을 하다가 그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텅 빈 입원실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머지않아 퇴원을 하게 되면 아내도 현우가 여자를 끌어안을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었다. 처음에는 연민의 정 때문에 아내는 그에게 헌신적으로 대할 것이지만 그것도 몇 개월일 것. 아내는 너무 젊고 매력적인 여자다. 긴 밤을 혼자서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문득 눈앞에 아현이 떠올랐다.
웬일인지 아현이 한 번도 입원실을 찾아오지 않았다. 그가 사고가 난 날 오후에 회사 직원들이 다 찾아왔다니, 그때 직원들과 함께 찾아왔는지 몰랐다. 그런데 그가 입원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입원실 주위에 얼씬도 않다니.
왜 그럴까?
그는 괜히 오늘밤 따라 아현이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탁자 위에 있는 전화기를 끌어올렸다. 전화번호 버튼을 두세 개 누르다가 말고 그만두었다.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현은 금년 3월에 입사를 한 새내기 여사원이었다. 몸집도 작고, 키도 작았다. 그래서 그런지 하는 행동이 귀여웠다. 그런데 그녀가 은근히 그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루는 직원들과 회식을 하고는 노래방에 들렸다. 그런데 유독 아현이 현우와 함께 노래를 부르려고만 했다. 혼자서는 절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직원들의 권유로 서너 차례 그녀와 합창을 했던 것이다.
그날, 그는 얼큰히 술이 취해 차를 주차장에 세워놓고 택시를 타려고 했다.
"미스 송도 타지. 내가 데려다 줄 테니."
그가 택시에 올라타며 말했다. 그러자 아현이 주저하지 않고 그의 곁으로 앉았다.
"집이 어느 쪽이야?"
그가 물었다. 먼저 그녀를 내려주고 집으로 가려고 한 것이었다.
"사장님은요?"
"미스 송 내려주고 집으로 갈 테니 염려 말아요."
"그럼 전 아무 곳이나 내려주세요. 오늘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무슨 소리야!"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기사 아저씨 내려주세요."
아현이 말했다. 곧 택시가 멈추어 섰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아현과 함께 내렸다.
"미스 송 똑똑히 말해봐. 왜 그러는 거야. 혹시 날 좋아하는 거야?"
"그래요. 사장님을 처음 본 순간 전 결심했어요. 이 남자에게 내 첫 순결을 바치겠다고."
"설마 술이 취한 건 아니겠지. 이봐. 회사에서 소문 못 들었어? 내 아내가 얼마니 미인인데 내가 한눈을 팔겠어. 지방에 서지만 내 아낸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서 입상을 한 여자란 말이야."
"그건 저도 알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길거리에서 그녀를 설득할 수가 없어 가까운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관에 들어갈 때는 아현이만 방에 들여놓고 곧 바로 나오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매일 좋은 음식만 먹어도 물리기 마련이다. 얼큰한 시레기국을 먹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이다.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늘씬한 몸매의 아내와 매일 밤 정사를 벌이다보니 호박꽃 같은 아니 제비꽃 같은 아현에게도 눈길이 쏠렸던 것이다.
그는 그날 밤 아현과 몸을 섞었다. 그녀의 몸을 벗겨놓고 보니 정말 형편이 없었다. 작은 체구에 몸집은 오동통했지만 아내의 늘씬한 몸매와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내의 터질 듯 이 풍만한 유방과는 달리 그녀의 젖가슴은 중학생 같았다. 그리고 사타구니의 음모도 잔디가 자라지 않은 무덤 같았다.
"혹시 나이 속이고 우리 회사 들어온 것 아니야?"
그가 능청을 부렸다.
"몇 살쯤 보이는데요?"
"열여덟 살."
"맞아요. 친구들도 그렇게 말을 해요. 열여덟에서 성장이 멈추어버렸다고."
"그럼 미성년자와 내가 관계를 맺는 거 아니야."
그가 일부러 눙쳤다.
"그럴지도 모르죠."
그녀가 가볍게 눈을 흘겼다.
"에라 모르겠다."
그는 팬티를 벗어던지고 그녀를 덮쳤다. 그런데 그녀는 의외로 그를 잘 받아들였다. 그는 민숭민숭하게 관계가 끝날 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녀의 몸은 흡착력이 강한 빨판이었다. 그는 그녀에게로 한없이 빨려 들어갔다.
그날 밤 현우는 정말 흡족한 정사를 치렀었다.
모든 게 끝이로구나.
그는 괜히 입원실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이젠 아현과도 아내와도 모든 게 끝이었다. 아니 모든 여성과도……. 그는 참담한 기분이 되었다. 말로만 듣던 성불구자가 되다니.
똑 똑 똑. 그 때였다. 입원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네."
현우는 새로 온 간호사 아가씨일거라고 지레 짐작을 했다. 다른 간호사 아가씨들은 문을 벌컥벌컥 여는데, 새로 온 간호사는 노크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현이가…….
그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현이가 찾아오다니.
"이 밤중에 웬일이야. 한 번도 문병을 오지 않더니."
"죄송해요. 하지만 매일 밤 병원에 왔어요."
"매일 밤?"
"네. 사모님이 집에 돌아가기만을 기다렸거든요."
"세상에……."
그는 괜히 코가 시큰해서 그녀의 손목을 꼬옥 쥐었다. 그래도 아현이가 그를 깊이 생각하고 있었구나.
"이제 곧 퇴원할 거야."
"축하해요."
그녀가 말했다.
"축하라……. 그런데 말야, 이것은 순전히 만일인데 내가 성불구자가 된다면 아현이도 내 곁을 떠나겠지."
"사장님."
그녀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목발을 짚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잠깐 좀 봐요."
그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그의 환자복 아랫도리로 쑤욱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것을 움켜잡았다.
"멀쩡한데요, 뭐."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야. 신경선이 끊어졌다나 어쨌다나……. 여자와는 끝이라는 거야."
"무슨 소리예요. 의사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게 없어요. 대궐에 있는 내시 있잖아요. 인위적으로 성불구자를 만들었지만 저절로 복구되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아요. 조선 왕조가 세워지고 나서 내시가 욕정을 견디지 못하고 세자빈인가 누군가를 겁탈한 사건도 있었지 않아요."
"아현인 아는 것도 많구만."
그가 중얼거렸다.
"걱정 말아요, 사장님 제가 원 상태로 만들어 드릴게요. 그땐 제일 먼저 저와 해야 해요. 알았죠."
그녀가 말했다.
"말이라도 고맙구만."
그가 건성으로 말했다.
"사장님."
그가 미쳐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가 옷을 벗기 시작했다. 웃옷과 셔츠와 스커트를 벗어던졌다. 브래지어와 팬티만 걸친 알몸이 된 것이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가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요."
아현이가 브래지어 끈을 풀더니 이어서 팬티마저 눈 깜짝할 순간에 벗어던졌다.
"간호사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래."
"들어오면 들어오라지요."
그녀가 간 크게 말했다.
"……."
그는 할말을 잊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알몸은 정말 형편이 없었다. 작은 체구에 몸집은 오동통했지만 아내의 늘씬한 몸매와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내의 터질 듯이 풍만한 유방과는 달리 그녀의 젖가슴은 중학생 같았다. 그리고 사타구니의 음모도 잔디가 자라지 않은 무덤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했다. 그녀의 알몸이 정말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현아."
그는 그도 모르게 두 팔을 벌렸다.
"사장님."
그녀가 그의 품에 덥석 안겼다. 그는 그녀를 으스러지게 끌어안았다.
지연이 병원 현관문을 막 나왔을 때였다.
"지연씨."
상민이 주차장 쪽에서 걸어왔다. 남편 앞에서는 깍듯하게 사모님이라고 부르더니 단둘이 있을 때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무슨 말 대신 그를 쳐다보았다.
"집에 가십니까."
"네."
"그럼 제 차로 모시겠습니다."
"택시 타면 돼요. 병원에 오셨으면 사장님을 만나보세요."
그녀가 냉랭한 어조로 말하고 걸었다.
"왜 이러세요. 제가 모신다니까요."
그가 서너 걸음 달려와 그녀의 팔을 잡았다.
"왜 이러세요. 택시 탄다니까요."
그녀가 그가 잡은 팔을 뿌리쳤다.
"지연씨, 제 호의를 무시하깁니까."
"전……."
"타세요."
그가 억지로 끄는 바람에 그녀는 하는 수 없이 그의 차를 탔다. 그가 그녀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운전을 했다.
"병원에서 이야기 들었습니까?"
그가 갑자기 물었다.
"무슨 이야기인데요?"
앞만 똑바로 바라보던 그녀가 그제야 그를 쳐다보았다.
"그럼 모르고 있었습니까?"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지연씬 아직도 모르는 모양인데 이런 이야기를 숨길 수도 없고 사실대로 말하죠. 실은 친구가 이번 사고로 성불구자가 된 겁니다."
"뭐라고요?"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승용차가 강변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정말 그이가 성불구자가 됐단 말예요?"
그녀가 물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대신 승용차를 한적한 도로가에 댔다. 그녀는 승용차가 서자마자 도어를 열고 밖으로 나갔다. 강바람이 시원했다. 그녀는 강가로 걸어갔다.
"그이가 성불구자가 되다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상민이 그녀를 놀리는 것 같았다.
"아니야, 아니야. 믿을 수가 없어."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다면……."
남편의 친구이고 부하직원인 상민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때 뒤쪽에서 상민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때였다. 느닷없이 그녀의 등 뒤에서 둔기가 날아와 그녀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악!"
그녀는 비명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연은 의식이 돌아왔다. 그런데 눈앞에 팬티만 걸친 상민이 보였다. 그때서야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아니!"
비로소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두 손으로 젖가슴을 가렸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그녀가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강변도로가에 서 있다가 둔기로 뒤통수를 맞은 게 떠올랐다.
"어쩔 수 없었어.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민이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날 실신시키고 겁탈을……."
"미안해."
"악마! 친구 아내를 어떻게……."
그녀는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도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흥분하지 말고 사타구니나 닦아. 내 정액이 흘러나왔을 거야."
그가 휴지를 한 주먹 뜯어 내밀었다.
"이, 악마!"
그녀가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 당신이 흥분하니까 내 페니스가 또 일어서지 않아."
그가 헐렁한 팬티를 벗었다. 그러자 몽둥이처럼 발기한 그것이 덜렁 드러났다.
"왜 이래요."
그녀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소리를 질렀다. 그가 성큼 침대로 올라왔다.
"한 번 더 하고 가려고."
그가 그녀를 덮쳤다.
"제발 이러지 말아요. 당신이 남편 친구라면 이러지 말아요. 조금 전에 당신이 날 겁탈한 것은 용서할게요."
"용서한다? 그러지 말고 사실대로 병원에 누워있는 친구에게 말하지 그래? 남편 친구 상민이가 당신을 겁탈을 했다고. 그러면 친구가 당신 말을 순순하게 믿어줄까?"
"……."
"믿지 않겠지. 하루아침에 목발을 짚은 장애인이 되고 성불구자가 되자 당신이 그 사이를 못 참고 바람이 났다고 생각을 하지 않을까."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야."
그녀는 더 이상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상민이 그녀의 풍만한 유방을 주물러댔다. 그리고 키스를 해댔다. 그리고는 그녀의 목덜미를, 가슴을 혀로 핥아댔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그리고는 동굴 속으로 손가락이 들어왔다.
지연이 입원실로 들어가자 남편 현우가 침대 가에 앉아 있고 상민이 회사 일을 보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모님 오세요? 언제 보아도 사모님은 아름답습니다."
상민이 그녀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마지못해 인사를 했다.
"퇴원은 오후 2시에 하기로 했어."
현우가 그녀에게 말했다.
"알았어요."
그녀가 남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간밤에 그녀는 남편 친구에게 겁탈을 당했던 것이다.
"그럼 난 회사로 가서 일을 보고 오후 2시 안에 오겠네."
"그러게."
상민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민씨가 입원실 출입구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가다가 말고 돌아섰다.
"사모님 잠깐 저 좀 보세요."
"저요?"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남편을 슬쩍 바라보았다.
"나가 봐요."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간밤에 친구 아내를 둔기로 실신시키고 겁탈을 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친구라고 믿고 있다니. 그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악마였다.
그녀는 마지못해 복도로 나갔다. 복도에는 상민 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가 냉랭하게 물었다.
"왜 이러실까, 좀 부드럽게 말할 수 없어?"
그가 능글맞게 웃어댔다.
"간밤에 나 가고 나서 잘 잤어?"
"그건 왜 묻죠?"
"이젠 죽으나 사나 한 배를 탔어. 서툰 짓 하면 둘 다 죽는 거야."
그가 그녀의 허리를 한손으로 끌어안았다.
"왜 이래요!"
"가만히 있어."
그가 그녀에게 키스를 해댔다. 그의 살덩어리가 입 안으로 쑥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혀를 빨아댔다.
"저기 사람 와요."
그녀가 그의 가슴을 떠밀어냈다. 낯이 익은 간호사가 그녀에게 목례를 하고는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며 지나갔다. 남편이 침대에 누워 있는데 다른 사내를 끌어안고 있었으니.
오후 1시 경에 상민이 병원에 왔다. 지연은 오전에 아래층으로 내려가 퇴원 수속을 밟아 두었다.
현우는 다리에 깁스를 해서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나와야 했다. 상민은 친구를 지성으로 모시는 것 같았다. 친구를 뒷좌석에 태우고 휠체어를 트렁크에 실었다.
승용차가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지연은 멍하니 앞만 바라보았다. 시가지를 벗어난 승용차가 강변도로를 달렸다. 그녀는 멀거니 강변도로를 바라보았다. 어처구니없게도 남편 친구에게 겁탈을 당하다니. 간밤의 일이 꿈만 같았다.
이윽고 승용차가 집에 도착했다. 상민이 남편을 침대에 눕혔다. 남편이 푹 쉬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럼 난 회사로 가겠네. 몸 조리 잘 하게."
"고맙네. 자네가 이렇게 신경을 써주어서."
"무슨 소린가. 우린 친구야."
상민이 안방을 나갔다. 그녀도 뒤따라 나갔다.
"음료수나 한 잔 주세요."
그가 안방에 있는 현우가 알아듣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이리 오세요."
그녀가 먼저 주방으로 들어갔다.
"지연씨."
주방으로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그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남편이 들어요."
그녀가 모기소리만 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돌려세워놓고는 무섭게 키스를 해댔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당신, 정말 내가 좋아요?"
키스가 끝났을 때 그녀가 물었다.
"내 목숨을 걸고 당신을 사랑할 거야."
그가 중얼거리며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의 손이 얇은 팬티를 헤집고 들어왔다.
"으음."
그녀가 가늘게 신음소리를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