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34)

“네? 아.. 네..”

 “분위기 참 이상하죠?”

 “...”

 “부부끼리... 서로 다른 편이 된 것 같아요. 안그래요?”

 “그..그런것 같네요.”

 “나 한잔만 더 줄래요?”

 “너..너무 무리하시는거 아닌가요?”

 “아뇨. 괜찮아요. 저 원래 술 잘 해요.”

그녀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빈잔을 내게 내밀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이번에는 반 정도만 들이키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한쪽 다리를 꼬으며 자세를 고쳐앉았다. 옆트임 덕분에 그녀의 하얀 허벅지 전체가 드러났다. 그 순간 나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그녀의 팬티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다리 사이에 숨어있을 그녀의 음부를 떠올렸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남자를 황홀하게 만들 아주 매혹적인 음부가 그곳에 있을 것만 같았다. 갑자기 아랫도리가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 조금 취한것 같은데.. 너무 무리하는거 아냐?”

 “시끄러. 당신은 말하지마. 그 더러운 입.. 다물으라구.”

순간 모두의 동공이 커졌다. 그리고 그 커진 동공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과격해진 듯한 그녀의 말투 때문이었다. 

“성우씨.”

 “네?”

 “성우씨는 알고 있었나요?”

 “네? 뭐..뭘요?”

 “여기 두 사람 관계요.”

 “그..그거야..”

 “아니.. 옛날 얘기 말구요.”

 “예?”

 “최근의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 알고 있었냐구요.”

뜬금없이 튀어나온 그녀의 질문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녀는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묻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 두사람..”

 “잠깐.. 여보.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거야?”

 “왜요? 두려워요?”

 “두..두렵다니? 뭐가?”

최선배는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소현의 말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니 궁금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설마..’

난 연주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연주는 얼른 내 눈을 피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분명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긴 있었던 모양이었다.

“여기 두 사람.. 1년 전부터 다시 만나기 시작한 거 몰랐죠?”

 “...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이런걸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눈 앞이 캄캄해졌다.

“흐흐흑... 날 너무 비참하게 만들었어...”

갑자기 소현이 울기 시작했다. 서러움이 북받쳐오르는 울음이었다. 난 빨리 그녀가 알고 있는 얘기를 빨리 듣고 싶었지만 그녀를 재촉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녀를 재촉하는 대신에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연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잔뜩 몸을 움츠리고 앉아 한쪽 다리를 심하게 떨고 있었다. 극도의 불안감을 표현하는 그런 모습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었다. 최선배 역시 아까와는 달리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져있었다. 소현은 한참이 지나서야 진정을 하며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다시 남아있던 술잔을 비웠다. 

“이젠 우리 네 사람 모두 뒤엉켜버렸으니 진실을 알아야겠죠.”

 “어서 얘기해보세요.”

나도 모르게 그녀를 다그쳤다.

“1년 6개월 전쯤이었나. 우리가 좀 심하게 다툰 적이 있었죠.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건 아닌데 서로에게 좀 쌓였던게 많았던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때 이후로 저 사람이 날 멀리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잠자리도 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때부터 전 나무토막 취급을 당했어요. 그러더니.. 결국에는 옛 애인을 찾아가더라구요.”

 “그..그게.. 연주라는 말씀이세요?”

 “네. 저기.. 당신 아내요.”

 “흐흐흑..”

갑자기 연주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최선배는 당황했고, 나는 분노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는 말이 이런거였나. 결혼 이후로는 평생 다른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을것 같았던 정숙하기 그지없던 그녀가 최선배를 다시 만난 것이었다.

“여..여보.. 우린 그저 대화를 위해 만났던것 뿐이야. 성우야. 오해같은 건 하지마. 우린 그냥 만나서 얘기만 했을 뿐이라구.”

 “그래요? 대화만을 위해서? 그래서 간곳이 호텔, 모텔이었나요?”

 “여..여보.”

 “내가 바본줄 알아요? 그동안 사람을 사서 얼마나 많은 미행을 한줄 알아요? 사진도 가져올까요?”

 “여..여보..”

 “흐흐흑..”

최선배의 목소리가 떨렸고, 연주의 울음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내 몸도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믿었던 연주가 나를 배신했다는 상실감이 너무 컸다. 하지만 난 연주에게 화를 낼 자격이 없었다. 난 연주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 잘못보다는 연주의 잘못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더니.. 

“난 아직 건강한 여자인데.. 아직도 남자를 원할 만큼 건강한 여자인데.. 1년 반동안 나무토막 취급을 당했어요. 그게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 알아요?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떤 날은 수치심을 느껴가면서 유혹도 해보고, 어떤 날은 나 스스로 닭상이 돋을만큼 애교 넘치게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옛 애인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여..여보.. 그..그게 아니야. 내 말좀..”

 “당신은 말하지마. 당신은 여기서 말할 자격도 없어.”

 “...”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죠? 솔직히 성우씨에겐 너무 미안해요. 어찌됐든 나를 위해서 성우씨를 이용한거니까. 성우씨가 그냥 모르고 살아도 될 일인데... 나 때문에..”

 “아..아닙니다. 어차피 저도 알아야 될 일이었으니..”

 “오늘 날 도와줄 수 있죠?”

 “네? 아.. 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고마워요. 그리고.. 다시 한번 미안해요.”

 “아..아닙니다.”

소현은 잠시 자세를 고쳐 앉는 듯하더니 내게로 바짝 붙어앉았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놀랐지만 그녀로부터 몸을 피하지는 않았다. 

“연주씨라고 했죠? 나 좀 볼래요?”

 “...”

 “당신이 왜 울어요? 정말 슬픈건 나였는데? 1년이 넘도록 분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어서 피가 터진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어요. 당신도 여자니까 그 고통을 짐작하겠죠?”

 “흐흐흑... 죄..죄송해요. 흐흑..”

 “아니.. 난 지금 그런 몇 마디 사과 말을 원하는게 아니에요.”

 “...”

 “여기있는 당신 남편. 이젠 내가 당신 남편을 빼앗을 차례네요.”

 “흐흐흑.. 제발..”

 “왜요? 남의 남편 유혹할땐 좋았는데, 빼앗길거 생각하니 억울해요?”

 “흐흐흑..”

연주는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연주를 달래거나 위로해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최선배가 나섰다.

“당신.. 너무 잔인하잖아. 아무리 화가나도 그렇지 사람을 앞에다 두고 이러는건 아니잖아.”

 “잔인? 당신이 잔인하다고 말할 자격이 있어? 날 어떻게 만들었는데?”

 “그..그건..”

최선배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난 소현이 그 자리에서 바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예상을 뒤엎어 버렸다. 갑자기 그녀가 내 손을 잡아 끌더니 자신의 다리쪽으로 가져갔다. 두 다리를 약간 벌려앉은 그녀는 옆트임이 있는 곳으로 내 손을 넣어주었다. 손바닥에 아기 피부만큼 부드러운 허벅지 속살이 만져졌다.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손을 오므리며 빼려했지만 그녀는 내 팔을 놓아주지 않았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그녀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것은 연주보다는 최선배에 대한 모종의 경쟁심 같은 것 때문이었다. 내 여자를 빼앗아간.. 아니 오래전에 내 여자의 주인이었던 그가 다시 내 여자를 빼앗간 것에 대한 복수심이 나로 하여금 그렇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최선배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난 그의 표정을 즐기듯이 살피고 있었다. 내 아내의 옛 애인이자, 내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인간의 아내의 육체를 그가 지켜보는 앞에서 만지고 있다는 희열감은 엄청난 것이었다. 거기에 이르자 난 내 스스로 손을 움직여 그녀의 다리 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허벅지 깊숙한 곳에 있을 그 황홀한 구멍을 탐닉하고 싶은 욕구가 꿈틀댔다.

“당신 표정이 왜 그래? 날 나무토막 취급할 때는 언제고.. 남이 날 만지니까 화가 나?”

 “다..당신..”

 “날 그렇게 내팽개치고 저 여자랑 뒤엉키니 좋았어?” 

 “...”

최선배는 지은 죄가 있어 더 이상 대꾸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내 손은 야금야금 그녀의 깊은곳으로 파고들었다. 물론 최선배는 내 손의 움직임을 전혀 알지 못했다. 

“흐응..”

손끝이 다리 사이 예민한 곳을 건드리자 소현이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자 최선배가 잔뜩 화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난 애써 모른 체 할뿐이었다. 소현이 내 팔을 잡았다. 그리고는 더 깊이 만져달라며 잡아당겼다. 덕분에 내 손이 그녀의 음부에 밀착되었다. 그녀의 그곳은 이미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이렇게 잘 젖는 건강한 여자를 왜 1년 반씩이나 나무토막처럼 내버려 두었는지 알 수 없었다. 더구나 그녀는 자신만의 강렬한 매력을 갖고 있는 여자였다. 

“흐으으..”

소현은 보란 듯이 몸을 뒤로 젖히며 신음을 내뱉었다. 최선배의 두 눈이 충혈 되었고, 두 주먹이 부르르 떨었다. 난 천천히 최선배로부터 연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연주는 여전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사람의 본성에 잔인함도 존재하는 것이라 지금의 복수심 같은 감정이라면 좀 더 잔인하게 행동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최선배와 연주 모두에게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소현이 다리를 좀 더 벌려주었다. 옆트임 밖으로 한쪽 다리가 완전히 드러나 하얀 우유빛깔을 뿜어내고 있었다. 최선배의 거친 숨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분노에 찬 거친 숨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어떤 행동으로도 우리를 막지 않았다. 나라면 어땠을까? 내가 최선배였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먹을 날렸을 것 같았다. 하지만 최선배는 그러지 않았다. 

소현이 잠시 엉덩이를 들더니 트임자락을 옆쪽으로 젖히면서 하체를 완전히 드러내며 다시 앉았다. 그러자 팬티도 입지 않은 그녀의 하체가 온전하게 드러났다. 나도 놀라고, 최선배도 놀랐다.

“다...당신 미쳤어?”

최선배가 갈라진 목소리로 소리 쳤을때 연주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얼굴을 가렸던 두 손을 풀었다. 연주의 눈이 커지면서 충격에 휩싸이는 것이 보였다. 연주는 다시 날 쳐다보았다. 하지만 난 연주의 시선을 외면했다. 소현은 앉은 채로 다리 하나를 내 다리 위로 올렸다. 그리고 반대쪽 다리의 무릎을 넓게 벌렸다. 덕분에 젖은 그녀의 음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물기를 머금채 반짝이는 음란한 음부였다. 

“날 버리고 저 여자를 만나는 동안 난 항상 이렇게 혼자 젖어 있었어. 당신이 저 여자랑 즐기는 동안 난 혼자 울듯이 이렇게 젖어있었지. 얼마나 비참했는지.. 당신은 몰라. 그래서 오늘 당신한테, 그리고 저 여자한테 내가 느꼈던 슬픔을 돌려주려는거야. 잘 봐둬.”

소현은 술에 취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내 손을 다시 잡아 끌었다. 내 손이 다시 그녀의 음주에 닿았다. 그러자 연주가 벌떡 일어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돼. 그러지 마! 여보.. 제발..”

연주는 애원하듯 내게 말했다. 하지만 난 그녀를 외면한 채 소현의 음부를 만졌다. 그러자 연주는 무너지듯 주저앉으며 이번에는 최선배에게 애원했다. 

“오빠. 그러지 말라고 해줘요. 네? 제발.. 제발 좀 말려봐요. 흐흑..”

 “...”

 “이러면 안되는거잖아요..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으니까..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흐흐흑..”

연주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하지만 우리의 행동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내 아내 연주에게 이토록 잔인하게 굴어도 되는가에 대해 갈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복수를 하고 있다는 쾌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나도 알 수 없는 참으로 복잡한 감정의 뒤엉킴이었다. 연주가 그렇게 울고 있는데도 본능에 충실하고 있는 내 모습이 놀라울 뿐이었다. 

손끝으로 그녀의 애액이 묻어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애액은 흥건해졌다. 손끝이 물에 젖어드는 느낌이었다. 그 미끈거리는 느낌이 황홀했다. 그녀의 남편 앞에서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을 더듬고 있다는 스릴감은 지금껏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최선배는 이상하리만치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그도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아내를 남에게 주고 있는 것을 관찰하면서 흥분하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최선배는 이따금씩 마른 침을 소리나게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은 다른 남자의 손으로 만져지는 자신의 아내의 음부와 그녀의 표정을 번갈아 살피고 있었다. 분노와 흥분이 교차하는 그 알 수 없는 표정이 나로 하여금 흥미를 느끼게 만들었다. 

“다들 미쳤어. 다들... 흐흐흑..”

연주가 몸서리를 치며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는 부르짓듯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난 연주를 붙잡지 않았다. 최선배라도 달려 나가 그녀를 위로해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역시 그러지 않았다. 자신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해가 될 것도 같았지만, 그의 표정이나 행동으로 봐서는 오히려 이 순간을 관찰하고 싶은 욕망이 더 큰 것 같았다.

셋.. 우리는 홀수가 되었다. 그 중 두 명은 짝이고, 나머지 하나는 혼자였다. 하지만 나머지 혼자가 짝의 여자를 자기 여자처럼 다루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아주 자극적인 모습으로.. 그런데도 짝의 남자는 화내기 보다 오히려 그것에 흥분하고 있는 중이었다. 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 고민을 멀리 던져버리고 그냥 그 흐름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연주가 어디로 갔는지, 연주의 심정이 어떤지에 대한 것도 없었다. 그저 내 앞에 놓인 본능에 충실할 뿐이었다.

소현이 내 손가락 끝을 지긋이 눌러왔다. 덕분에 가운데 손가락이 미끈거리는 갈라진 틈사이로 밀려들어갔다. 손가락 끝으로 질펀하게 젖은 속살이 만져졌다. 그녀의 남편이 보고 있는 앞에서 그녀의 속살을 만지고 있는 그 느낌은 죄책감이 아닌 쾌락이었다. 이성적인 상황이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최선배는 몸을 좀 더 앞으로 숙이면서 관찰하듯이 내 손을 지켜보았다.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내맡기고 있는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다는 수치심은 남자로써 견디기 힘든 것이 분명했다. 물론 나 역시도 연주와 최선배의 관계를 상상하며 즐긴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었다. 현실에서 그것을 지켜볼 자신은 내게 없었다. 하지만 최선배는 현실 속에서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아직은 단정 짓기 힘들지만, 어쩌면 그는 자신도 몰랐던 성적 취향을 발견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현이 반대쪽 다리를 들어 올려 하이힐 굽을 소파 끝자락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되니 그녀의 두 다리는 훨씬 더 자극적인 자세로 벌려졌다. 음란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았다. 그녀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 그 갈라진 틈을 벌려주었다. 젖은 채로 붙어있던 음순의 갈래가 끈적한 소리를 내며 벌어졌다. 덕분에 내 손끝이 좀 더 깊이 파고들어 그 속에 숨어있던 작은 구멍에 닿았다. 자신의 남편이 있는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그곳을 벌려주는, 이토록 음란한 여자의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너무도 자극적인 모습이었다. 손가락의 지문이 있는 부분으로 그 작은 구멍을 원을 그리듯이 조심스럽게 만져주자 소현의 몸이 진저리를 쳤다.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남자의 애무를 그녀의 육체는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하응..”

소현은 그 민감한 곳의 자극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이 늘어지듯 소파에 몸을 기댔다. 이렇게 예민한 여자에게 1년 반이나 무심했다면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니 갑자기 그녀가 측은해졌다.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그녀의 육체를 달래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순간 아랫도리에서 용솟음치는 성욕의 뜨거운 불길을 느꼈다. 비록 내 앞에서 그녀의 남편인 최선배가 있었지만, 더 이상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오히려 더 도발적으로 행동하고 싶어졌다. 손가락 끝에 힘을 주며 그녀 스스로 벌려주고 있는 작은 구멍으로 밀어 넣자 그녀가 자지러지듯 신음했다. 손가락은 미끄러지듯 그 구멍으로 파고들어 순식간에 두 마디가 빨려들었다. 그리고 두 마디 뒤에 굵은 관절 부분이 들어가자 그녀는 내 팔을 잡으며 경련을 일으켰다. 

“으으응..”

너무 오랜만에 들어오는 남자의 살덩이를 그녀의 육체는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난 고개를 들어 최선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도 내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지만 내게 눈을 맞추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눈이 마주치면 더 비참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분노와 흥분이 묘하게 겹쳐있는 그의 표정과 경련하듯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는 그의 눈을 보면서 손가락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밀어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아마도 지금 최선배는 오래전에 느꼈던 아내의 끈적하고 미끈거리는 구멍의 느낌을 되살리고 있을 것이었다. 그 속에 자신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곳의 주인은 원래 자신이었으니까.

“하나 더 넣어줘요.”

소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 망설이지 않았다. 깊이 들어가 있던 손가락을 빼내자 끈적한 느낌의 투명한 애액이 길게 늘어지듯이 이어지며 딸려나왔다. 그것을 최선배도 보고 있었다. 다른 남자에 의해 젖어버린 아내의 애액을 다른 남자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난 보란듯이 그 애액을 손에서 비벼댔다. 그리고 검지와 중지를 모아 다시 구멍 앞으로 가져갔다.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스스로 그곳을 벌려주었다. 구멍이 크게 입을 벌리며 손가락을 기다렸다. 음란하다는 말 이외에 또 어떤 말이 필요할까. 천천히 밀어넣었다. 아까보다 강한 저항력이 느껴졌다. 손가락에 밀착되어오는 속살의 황홀함이 내 몸속 깊은 곳으로까지 전달되는 것 같았다. 최선배의 마른침 넘기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그는 이제 완전하게 그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바보 같은 놈..’

자신의 아내를 남에게 내주는 최선배의 모습이 왠지 처량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그동안 알게 모르게 최선배에 대해 느꼈던 피해의식 같은 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사귀던 여자와 결혼했다는 막연한 피해의식 같은 것이 내 가슴속 어딘가에서 나를 짓눌러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때로는 그 피해의식이 패배감으로 이어져 그의 앞에서는 언제나 소극적이고 위축됐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주 확실한 방법으로 그에게 복수를 하고 있으니까.

자세가 불편하긴 했지만 두 개의 손가락은 그녀의 구멍 속 깊숙한 곳을 드나들었다. 그녀의 은밀한 속살을 탐닉하는 느낌으로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녀의 몸속은 너무도 예민했다. 겨우 몇 분 정도를 움직였을 뿐인데도 그 주위가 애액으로 질펀하게 젖어버렸다. 그녀의 음부는 물론이고 내 손까지도 그녀의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선배, 이렇게 민감한 여자한테 몹쓸 짓을 했네요.”

난 아주 거만한 말투로 타이르듯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최선배의 오른쪽 눈썹에서 경련이 일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듯이 내게 도발을 해왔다.

“연주도 그런걸 좋아했지. 손가락으로 넣어주는 걸 말이야.”

“이...”

하마터면 욕이 튀어 나올뻔 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분노가 불길처럼 솟았다. 그의 아내의 구멍 속에 손가락을 넣고 있으면서도 내 아내를 유린한 것에 분노 하고 있는 내 모습은 어쩌면 인간의 이기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넣어줬나요?”

“당연한거 아닌가? 연주는 예전부터 그걸 좋아했어. 특히 내가 넣어주는 손가락.”

순간 또 한번 분노가 치솟았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애를 썼다. 지금 상황에서 먼저 흐트러지는 쪽이 지는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은 연주는 없고, 소현만이 남았으니 오히려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는 셈이었다. 

“소현씨도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안해준거죠? 너무 한거 아니에요?”

난 그렇게 말하면서 두 개의 손가락을 아주 깊숙이 쑤셔박았다.

“하으응.. 너무 좋아요..”

의도적이든 아니든 소현은 그렇게 나를 지원사격 했다. 그녀도 자신의 남편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니 우린 같은 편인 셈이었다. 그의 입장이 더 비참해진 꼴이었다.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 편을 든다는게 얼마나 비참한 일일까. 순간 그의 눈에 눈물 같은 것이 차오르는 듯 보였다. 그는 그것을 보이지 않으려 고개를 떨구었다. 

‘재미있군’

난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소현의 질 속을 마음껏 유린했다. 손가락을 물은 그녀의 구멍은 쉴새없이 애액을 뿜어내고 있었다. 투명했던 애액이 계속되는 움직임 덕분에 하얗고 걸죽하게 바뀌었다. 깨끗했던 처음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말 그대로 음탕한 모습이 된 것이었다. 내게서 자극을 즐기던 그녀가 잠시 내 손을 밀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에 좀 내려줄래요?”

그녀가 일어선 채로 내게 등을 내보였다. 지퍼를 내려달라는 얘기였다. 난 곧바로 일어서서 드레스 지퍼를 내려주었다. 그녀의 남편이 보고 있는 앞에서.. 그는 지금 눈을 치켜뜬 채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는 최대한 내 앞에서 의연해보이려 하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전혀 의연해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의 모습은 마치 카지노에서 돈을 거의 다 잃어가는 초조한 아마추어 도박꾼처럼 보이고 있었다. 더 손을 대면 얼마 남지 않은 돈까지 모두 날릴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녀의 드레스가 바닥으로 주르륵 떨어져 내렸다. 그녀는 이제 어깨끈이 없는 브레지어 하나만으로 가슴만 가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이힐을 신은 뒤태가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하얀 엉덩이가 위로 치켜들려서 탄력이 있어 보였다. 두 손으로 움켜잡으면 탱탱한 엉덩이 살이 손안에 가득 잡힐 것 같았다. 이런 여자와 살면서도 다른 여자를 생각하는 최선배와 연주 같은 여자와 살면서도 다른 여자를 생각하는 나. 무엇이 다른걸까. 잠시 복잡해질 뻔한 생각을 곧바로 털어버렸다. 

“당신은 이제 나가줄래? 우린 할 일이 있거든.”

소현이 그렇게 말하자 최선배가 당혹스러워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냥 있게 해달라는 눈빛으로 아주 가엾게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현이 그런 시선을 외면하자 그는 곧바로 내게로 시선을 던졌다. 어떻게 한번 얘기라도 해줘보라는 그런 느낌이었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니 더 흥미로워졌다. 내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놈이게 이런 식의 복수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이었다. 폭력을 휘두르는 복수보다 훨씬 더 통쾌하고 즐거웠다. 

“우린 샤워하고 올 테니 그 동안 나가주었으면 해.”

소현은 분명하게 그렇게 말하고는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침대 앞에서 그녀는 나와 마주선 채로 내 넥타이를 풀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남편에게 하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 소현의 모습을 보면서 최선배는 얼마나 괴로울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릴 정도로 잔인한 복수였다. 그녀는 아주 정성스러운 손놀림으로 셔츠와 런닝을 벗겨주었고, 남은 바지와 팬티까지 벗겨냈다. 그리고 무릎을 굽히고 앉으면서 내 구두와 양말까지 남김없이 벗겨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가 앉은 채로 고개를 들어 얼굴에 앞에서 잔뜩 성이 난 채 발기되어 있는 나의 아랫도리를 쳐다보았다. 조금만 앞으로 다가오면 그녀의 입술이 닿을 것 같은 그런 거리였다. 소현은 최선배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한 손을 내밀어 불알 아래쪽을 어루만졌다. 순간 민감한 자극에 무릎이 꺾일 뻔 하고 말았다. 

“흐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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