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으응..”
“아파?”
“아니...”
연주는 정말 굶주린 여자 같았다. 내 손가락을 더 깊이 받아들이려 다리를 한껏 벌려주는 몸짓으로부터 그 동안 내 손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소홀했던 것이 더 미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미안함만큼 손가락을 깊이 밀어 넣어주었다. 연주의 벌린 두 다리가 공중에서 파르르 떨렸다. 깊이 들어간 손가락을 꿈틀거리자 연주가 신음했다.
“하아아아...”
“좋아?”
“으응..”
“움직여줄까?”
“응.. 어서 해줘.”
아무리 내 아내라지만 밝은 대낮에 스스로 다리를 벌리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기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의 연주는 정숙한 아내로써의 여자가 아닌 욕정으로 달아오른 음란한 여자의 모습일 뿐이었다. 연주는 나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두 손으로 양 오금 아래를 잡은 채로 두 다리를 끌어 올려 벌리고 있는 중이었다. 여자로써는 쉽게 보일 수 있는 자세가 아니었다. 덕분에 연주의 음부는 천정을 향해 들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젖은 음란한 구멍에 내 손가락 두 개가 박혀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터질 것 같은 자극적인 모습이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펌프질을 하자 찔걱이는 음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주는 그 음란한 소리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에게 전해지는 쾌감을 음미하며 신음할 뿐이었다. 연주의 몸짓과 표정변화, 그리고 신음소리를 지켜보는 즐거움은 무척이나 특별한 것이었다. 두 개의 손가락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고, 연주의 작은 구멍은 점점 느슨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되니 또 무리한 욕심이 생겼다. 손가락 하나를 더 넣어보고 싶은 욕심이었다. 연주가 손가락 넣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편이라 여태 세 개까지 넣어본 적이 없는 터였다.
연주가 흥분에 겨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연주 몰래 하나를 더 넣어보기로 했다. 일단 질속의 손가락을 빼냈다가 다시 넣으면서 손가락 하나를 더 보탰다. 검지, 중지, 약지 세 개의 손가락이었다. 세 개를 최대한 바짝 붙인 뒤 질구로 가져갔다. 두 개의 손가락이 휘저었던 연주의 구멍은 하품하는 입처럼 구멍을 넓게 벌린 자극적인 모습으로 내 손가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 개의 손가락을 바짝 붙인 채로 밀어 넣자 약간은 버거운 느낌으로 밀려들어갔다. 하지만 연주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알고도 모른 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세 개의 손가락이 깊숙이 밀려들어가자 질구가 터질듯이 팽팽하게 입을 벌렸다. 이미 두 아이를 낳은 여자였기에 충분히 받아들일 만도 했지만, 늘 그런 크기를 넣는 것이 아니기에 버거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파.. 몇 개나 넣은거야?”
“응? 세.. 세 개.”
연주의 물음에 나는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종종 무리하게 그런 행동을 할때면 화를 내곤 했기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연주는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많이 아파? 뺄까?”
“아니.. 어서 해줘.”
연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감았다. 느끼고 싶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연주의 몸은 달아올라있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질속을 가득 채운 세 개의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흐흡..”
연주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신음했다. 조금 아픈 모양이었다. 하지만 견딜만 했는지 멈추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양 손으로 잡아 벌리고 있는 두 다리를 더 한껏 벌렸다. 연주의 질구 주변은 마치 난장판처럼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세 개의 손가락이 밖으로 밀려나올 때마다 희멀건한 애액을 함께 뿜어냈다.
“흐으응.. 너무 좋아..”
“이젠 좋아졌어?”
“으응.. 너무 좋아.. 조금만 빨리 해줘...”
연주의 요구대로 손을 좀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연주의 몸이 이리저리 뒤틀렸다. 그리고 신음도 길어졌다. 여자의 질은 참으로 신기한 것이었다. 버거워보이던 질구가 어느새 또 느슨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물건의 크기만큼 변신하는 모습이 너무도 신기할 뿐이었다.
“지금은 어때? 그만 할까?”
“아니.. 더 해줘.. 빼지마..”
“그렇게 좋아?”
“하아..하아.. 흐으으응.. 제발... 그런거 묻지말고 어서 해줘.”
“계속 쑤셔줘?”
“하아..하아.. 그래.. 쑤셔줘..”
“어디를?”
“연주 구멍..”
“구멍? 그거 말고 다른 말로 해봐.”
“흐으응... 연주 보지...”
연주는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긴 결혼 생활동안 서로에게 익숙해진 결과였다. 질펀하게 흘러나오는 애액의 느낌이 너무도 음란했다. 연주는 위로 구부려 들어 올린채 벌리고 있던 두 다리를 내린 뒤 무릎을 세워 ‘M’자형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자세로 무릎을 한껏 벌린 채로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받아들이며 엉덩이를 음란하게 들썩이는 모습이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연주는 오로지 강렬한 쾌감만을 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동안 빠르게만 움직이던 나는 속도를 줄이고는 손가락 끝을 꿈틀거리며 질벽 천정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G스팟을 자극하여 좀 더 강한 쾌감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지문이 있는 곳으로 천정을 누르며 비비듯이 자극하다 연주가 두 다리를 떨었다.
“흐으응.. 흐으응.. 너무 강해..”
“강해서 싫어?”
“아니.. 좋아.. 흐응..흐응..”
연주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듯 파들거렸다. 나는 손끝을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 손가락 하나를 빼냈다. 검지와 중지, 두 개의 손가락만으로 질벽 천정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G 스팟이라 불려지는 그곳은 다른 곳에 비해 약간 주름진 느낌이었다. 그곳을 비벼 자극해주는 동안 연주는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몸을 뒤틀었다. 그리고 음란한 신음을 쉴새 없이 내뱉었다.
“하아..하아. .미칠것 같아.. 흐으응..”
“쌀것 같아?”
“으응.. 나올것 같아.. 하아..하아.. 흐으응.. 미쳐.. 더 해줘.. 더..”
연주는 이제 두 다리로 바닥을 밀면서 엉덩이를 위로 치켜든 상태로 내 자극을 감당해내고 있었다. 연주의 두 다리가 힘겹게 파들거렸고, 신음 소리 역시 경련처럼 떨었다.
“흐응..흐응.. 안돼.. 안돼.. 흐으응.. 제발..”
연주가 두 손을 침대 시트를 움켜잡은 채 몸을 뻣대는가 싶더니 갑자기 연주의 구멍사이에서 뜨거운 오줌 줄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연주로부터 난생 처음 보는 모습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너무도 자극적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 손 역시도 가만히 멈춰있을 수가 없었다. 연주가 더 폭발할 수 있도록 계속적인 자극으로 도와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연주의 음란한 구멍은 두 개의 손가락을 머금은 채로 쉬지 않고 오줌 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굵은 오줌 줄기가 세차게 뿜어져 나오다가 다시 줄기가 약해지기를 반복하더니 곧 오줌 줄기가 멈춰버렸다. 그와 동시에 공중으로 치켜 올려져 있던 연주의 엉덩이가 힘없이 침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연주가 심한 경련처럼 몸을 떨면서 초점 없는 눈으로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난 약간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연주를 지켜보았다. 오랫동안 함께한 내 여자였지만, 그런 모습은 정말 처음이었다. 야동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런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니 그 흥분감은 터질듯 했다.
손가락을 빼내자 아직 연주의 질 속에 담겨 있던 오줌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나는 그 손으로 연주의 음부를 비벼 만지면서 연주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연주의 경련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 경련이 수그러들자 연주는 몸을 옆으로 돌려 누으며 내게 등을 돌렸다.
“괜찮아?”
“...”
연주는 내 앞에서 그렇게 음란하게 오줌줄기를 내뿜은 것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괜찮아, 부끄러워하지마. 너무 멋진 모습이었어.”
“저리가.”
연주는 부끄러움 가득한 코멘소리로 말하며 어깨로 날 밀쳐냈다. 하지만 난 그런 연주의 등 뒤로 바짝 붙어 누워 뒤쪽에서 끌어안아 주었다. 한동안 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아직 연주의 호흡이 거칠었기 때문에 난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고 쉴 시간을 주었다. 오줌으로 젖어버린 시트 위에 누운 때문에 내 몸도 젖어버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얼마 후, 연주가 몸을 돌리며 내 품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는 부끄러운 눈빛으로 나를 힐끔 보더니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부끄러워서 그래?”
연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앙증맞을 정도로 귀여운 행동이었다. 난 그런 연주를 힘껏 끌어안아주었다. 내게 그런 음란한 모습을 보여준 연주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거 다 어떡해?”
“걱정 말고 당신은 몸이나 씻고 나와.”
말을 끝내면서 가볍게 키스를 하자 연주도 순순히 키스를 받았다.
“새로웠지?”
연주는 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강했나?”
“응.”
“종종 해줄까?”
“몰라.”
연주는 한껏 부끄러운 얼굴이 되어 나를 흘겨보고는 내 가슴에 깊이 얼굴을 파묻었다. 나이를 먹고도 부끄러움을 잊지 않은 모습은 언제라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어서 씻고 나와. 여긴 내가 정리 할테니..”
연주는 자신이 쏟아낸 그 부끄러운 흔적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도망치듯 욕실로 들어갔다. 야릇한 느낌으로 연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연주가 음란하게 쏟아낸 그 흔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연주는 꽤 오랫동안 욕실에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난 완벽하게 정리를 끝내놓았다. 그리고 연주가 욕실 밖으로 나왔을 때, 부끄러움을 달래주려 한참동안 말없이 안아주었다.
그날 밤, 온 가족이 기분 좋게 외식을 했다. 이틀 동안의 연속된 관계로 연주의 기분은 무척 들떠있는 느낌이었다. 역시나 부부에게 있어 성생활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랑 행위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어쨌든 아내의 기분이 좋은걸 보니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아질 수 밖에 없었다.
외식에서 돌아온 후, 아이들이 잠든 늦은 시간 연주와 난 단둘이 영화를 보며 와인을 마셨다. 약간의 취기가 오른 연주가 콧소리로 속살거렸다. 발그레해진 연주의 모습을 보니 또 성욕이 일었다. 그런 분위기라면 아무리 연이틀 자극을 받았다 해도 내가 덮치면 그대로 받아줄 것 같았다.
“한 번 더 할까?”
“또? 날 미치게 만들 작정인거지?”
“그래. 널 미쳐버리게 만들고 싶어.”
“치.. 그렇게 기다릴땐 안해주더니..”
“그렇게 기다렸어?”
“그럼..”
연주가 금새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흘겨보았다.
“또 그럴거야?”
“응? 뭘?”
“또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할거냐구.”
“아..아니. 이렇게 예쁜 마누라를 또 어떻게 기다리게 하겠어. 다시는 안 그럴게.”
“또 그러기만 해봐라. 딴 남자한테 가버릴거니까.”
“아.. 그러면 안되지. 이렇게 예쁜 마누라를 다른 놈한테 뺏길 수 있나. 앞으로는 아주아주 잘할게요. 용서해주세요, 마님~”
“치,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볼 거야.”
“아, 네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연주에게 안기면서 옆구리를 잡으니 연주가 간지럽다며 나를 뿌리치려 몸부림 쳤다. 하지만 난 멈추지 않고 연주에게 간지럼을 태웠다.
“하하하하..안돼..안돼.. 제발... 애들 깨.. 그만해.. 그만..그만..”
“오늘 나랑 자준다고 약속하면 그만 할게.”
“하하하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어서 그만둬.. 나 숨 못쉬어.. 흐흐흐흐흐.”
연주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웃어재끼다가 내가 그만두고서야 웃음을 거두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배 아파서 혼났잖아. 하마터면 숨 넘어갈뻔했어. 씨..”
“약속 안 지키면 알지?”
“걱정 붙들어 매셔. 치..”
연주는 와인 잔을 들고는 1/3쯤 남아있던 와인을 한 번에 들이켰다. 난 발그레해진 연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다음 달에 있을 과동문회가 떠올랐다.
“아 참, 당신 다음달 모임에 나갈거야?”
“동문회?”
“응.”
“가야하지 않을까? 올 들어 한번도 못나간거 같은데.”
“그렇긴 해.”
“왜? 당신 그날 바빠?”
“아니, 괜찮을거 같은데?”
“그럼 같이 나가자.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데..”
“그 사람도 나온데?”
“응? 누구?”
“최 선배 말이야.”
“그 사람을 왜 나한테 물어?”
“어? 그..그냥. 모르나?”
“모르지 그럼. 연락하고 지내는 것도 아닌데..”
“그런가?”
“당신 이상해.”
“뭐..뭐가?”
“꼭... 내가 그 사람하고 연락이라도 하고 있다는 듯이 묻잖아.”
“아닌데.. 난 그냥 무심코 물어본 것뿐이야.”
“...”
연주는 뭔가 기분이 상했다는 듯이 빈 와인 잔을 바라보다가 와인병을 잡아들고 거기에 술을 따랐다. 내가 손을 잡아 말려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왜 그래?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뭐가 별게 아냐? 그런 질문을 한다는 날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거잖아.”
“그게 아니라니까? 오히려 당신이 더 이상한데?”
“내가 뭘?”
“그냥 넘기면 될 일을 왜 예민하게 받아들여?”
“내가 예민해? 당신이 이상한거지?”
“뭐? 뭐가 이상하다는거야? 지금 이게 화낼 일이야? 당신이 이러니까 더 이상해지잖아.”
“이상하긴 뭐가. 의심하는 당신이 이상한거지.”
“어라?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내가 무슨 의심을 했다고 그래?”
“됐어. 당신하고 말하기 싫어.”
연주는 따라놓은 와인을 숨도 안 쉬고 마셔버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 가버렸다. 한순간에 분위기가 바뀌니 당황스러우면서도 화가 났다. 그냥 무심코 물어본 것 뿐인데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지는 몰랐던 것이다. 연주가 그렇게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최 선배는 학창시절, 나와 만나기 이전에 연주와 사귀었던 남자였다. 학교에서 워낙 유명한 CC였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당시 나는 남몰래 연주를 흠모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이 워낙 사이좋은 커플이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기 때문에 연주와 사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접고 있었다. 최 선배는 우리보다 세 살이 많았고, 학번도 빨랐지만 개인사정으로 휴학을 했던 탓에 우리와 함께 학교를 다녔다. 때문에 나와도 가깝다면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난 늘 그에게 까칠하게 대했다. 나에겐 최 선배가 연적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가질 수가 없었다.
대학 3학년이 되었을 때, 둘 사이가 급격히 안 좋아지더니 급기야 최 선배는 군 입대를 했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별을 하게 되었다. 그가 입대한 후 연주가 두 어 번 면회를 갔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정확한 얘기는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내게 기회가 오게 되었고, 난 연주의 마음을 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었다. 그리고 결국 연주가 내 마음을 알게 되어 우리 둘은 연인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 후로 우리 세 사람은 동문회나 동기들의 결혼식 같은 장소에서만 가끔씩 보곤 했었다. 그때마다 연주와 최 선배는 어색한 낯빛으로 인사를 나누곤 했었다. 이젠 세월이 많이 지난 터라 어색함이 예전보다는 많이 적어진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어색함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다. 물론 나의 경우는 그 어색함이 더 할 수밖에 없었다.
연주의 과민 반응으로 인해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그렇게까지 반응할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자꾸만 이상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오래전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주가 최 선배와 사귀는 동안 둘이 모텔에 드나든다는 소문도 있었고, 연주가 혼자 사는 최 선배의 집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결혼한 이상 그냥 과거지사라 치부해버리고 살아왔는데 연주의 예민한 반응이 나로 하여금 의심을 갖게 만든 것이었다.
‘둘이 어는 선까지 갔던걸까?’
‘키스? 섹스?’
‘혹시 애까지?’
‘요즘도 만나는건 아닐까?’
‘둘이 나 몰래 만나서 엔조이?’
‘아냐.. 아닐거야.’
‘아니.. 나고 그러고 다니니까.. 연주라고 아니라는 법은 없잖아.’
‘아냐.. 연주가 그렇게까지 무모한 여자는 아니야. 설마..’
‘아냐..아냐..’
혼자 거실에 앉아 있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깊은 새벽이 와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결국 와인 한 병과 새로 꺼낸 양주 반병을 비우고서야 술기운으로 잠들 수 있었다. 다음날에도 우리의 냉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예상보다 오래 이어졌다. 몇 날 몇 일 동안 우린 말도 섞지 않았고, 잠도 따로 잘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일로 싸운거라면 내가 먼저 풀어줄 수도 있을 일이었지만,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의심이 자꾸만 안 좋은 생각들을 키워내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우리 부부 사이에 큰 위기가 닥쳐온 것이었다
질투는 의심과 분노를 낳는 아주 사악한 감정이었다. 사소한 대화가 그렇게 힘겨움을 가져다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이었다.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난 지치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슬픈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슬퍼하고 힘겨워 하는 것 또한 이기적인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난 이미 두 여자, 아니 그 이전까지 치자면 여러 여자들로부터 욕구를 채웠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다. 자기 자신에겐 늘 관대하려는 것이 사람인 것이었다.
아내 연주와 최 선배가 알몸으로 뒤엉키는 상상을 할 때마다 진저리가 쳐졌다. 정말 미칠 것 같은 질투와 분노가 심장을 쑤셔댔다. 그러면서도 난 그럴 자격이 없다는 죄책감을 동시에 느꼈다. 너무나 혼란스러워 미숙과도 더 이상 관계를 맺지 않았다. 미숙은 그런 날 멀찌감치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