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34)

전화를 끊고 기다리는 동안 온갖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녀는 분명 영상전화를 통해 자신의 육체를 보여줄 것 같았다. 여자 화장실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옷을 벗고 전화기를 통해 보여준다면 엄청난 흥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불과 1, 2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무척이나 지루하고 길게 느껴졌다. 

마침내 벨이 울렸다. 조급하게 기다리던 나는 한 번의 벨소리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그녀의 말대로 영상전화였다. 영상 안에는 그녀의 옷을 보이는 뿌연 물체가 화면을 가리고 있었다. 처음엔 그녀만이 있는 혼자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화기 너머로 직원들의 대화 소리와 누군가의 전화통화 목소리가 들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

그녀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가슴은 벅차올랐다. 그녀가 그곳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는 그녀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잔뜩 기대감에 부푼 채로 기다리면서도 나는 내 스스로에 대한 방어를 위해 핸드폰 음성을 잠갔다. 내가 정신없이 취해있는 동안 칸 너머에서 음성소리를 듣는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영상이 중심 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는가 싶더니 그녀의 두 다리가 보였다. 치마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른 곳도 아닌 사무실에서 그녀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흥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 몇 분간은 영상이 어수선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마도 미숙이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흥분감은 더욱 신선하게 와 닿았다. 그녀가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는지가 생생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기를 몇 분. 드디어 초점이 맞으면서 다시 그녀의 허벅지가 화면에 잡혔다. 하얀 우유 빛 허벅지가 눈부셨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여전히 바지 밖으로 나와 있던 아랫도리가 서서히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가 다리를 벌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짧은 치맛단 아래로 우유 빛 허벅지가 점점 벌어지면서 치마 속 세상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손에 들려있던 팬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단단히 발기된 채 벌떡거리고 있는 아랫도리를 감싸 잡았다. 

두 다리가 꽤 많이 벌어졌고, 미숙은 그 사이로 핸드폰을 가져갔다. 숨이 멎을 것만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치마 속 세상은 너무 어두웠다. 희미하게 빛이 있었고, 거뭇거뭇한 숲이 희미하게 보이긴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전화에 대고 좀 더 밝게 보여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화면을 바짝 들여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화면이 밝아지며 그녀의 다리 사이 깊은 곳이 선명해졌다. 그 은밀한 곳을 가리고 있는 검은 수풀이 너무도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마치 사막 속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느낌이었다. 어둠 속에서 답답해하던 성욕이 분출구를 만난 것처럼 들썩거렸다. 

그녀가 핸드폰을 조금 위쪽으로 올려 들었을 때, 치마속이 어떻게 그렇게 밝아졌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치맛자락을 위쪽으로 끌어 올려 음부가 보일 듯 말듯 하게 해놓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각각의 자리들이 아무리 파티션으로 가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사무실내에서 그토록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행여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내가 그러한데 그녀는 얼마나 가슴이 뛸까. 다시 한 번 그녀의 대담성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치마는 다시 내려갔다. 그리고 화면이 뿌옇게 되었다. 그녀의 자리 근처로 누군가 온 듯 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그녀는 또 다시 자신의 치마 속을 보여주었다. 거무스름한 털 안쪽으로 음순의 살덩어리가 보일 듯 말듯 하며 나를 유혹해왔다. 심장이 터질듯이 뛰었고, 아랫도리도 터질듯이 부풀어 올랐다. 이대로라면 심장마비라도 걸릴 지도 모른다는 힘겨움이 느껴졌다. 

1분도 채 안되어 화면은 다시 뿌옇게 가려졌다. 그녀는 그렇게 반복하며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또렷이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은밀한 그곳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내 손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잔뜩 발기된 아랫도리를 달래고 있었다. 그녀의 그 앙증맞은 팬티로 덮은 채 점점 빠른 속도로 움직이니 흥분감을 극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자신의 음부를 보여주었을 때 미칠 듯한 쾌감의 절정에 이르렀다. 

나는 다급히 핸드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그녀의 팬티를 한손에 잡은 채 안쪽을 펼쳐들고는 남은 손으로 아랫도리를 잡아 빠르게 흔들었다. 거친 숨소리를 최대한 밀어 넣은 채로 극단의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그녀의 음부가 닿았던 그곳에 걸죽한 정액덩어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얀 크림소스처럼 듬뿍 쏟아낸 정액을 보니 뿌듯함이 일었다. 내 정액을 듬뿍 받아낸 그녀의 망사 T팬티는 너무나 음란해 보였다. 

거친 숨을 고르는 동안 내 머릿속으로 너무나 자극적인 생각이 스쳐갔다. 그 팬티를 다시 그녀에게 입히고 싶었던 것이다.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전화는 이미 끊어져 있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끊겼네요.”

 “응.”

 “다 끝났어요?”

 “응.”

 “그럼 어서 들어오세요. 부장님이 과장님을 찾으시는 것 같던데..”

 “그 보다 우선 밖으로 잠시 나와 볼래?”

 “밖에요?”

 “응. 아까 거기로 와. 비상계단으로..”

 “거긴 왜요?”

 “글세... 와 봐.”

 “알았어요.”

전화를 끊은 나는 손위에 얹어져 있는 그녀의 팬티를 최대한 말아서 손 안에 다 들어가도록 한 뒤 움켜잡았다. 그리고 천조각 끄트머리에다 귀두 끝에 맺혀있는 정액방울을 닦아냈다. 그리고 반대편 손으로 물건을 바지 속으로 밀어 넣고 지퍼를 올렸다. 그대로 밖으로 나온 뒤 세면대 앞에서 흐트러짐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화장실 밖으로 나섰다. 복도로 나오자마자 계단쪽으로 바라보니 그녀가 금방 비상계단 철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보였다. 빠른 걸음으로 그리로 향했다. 그리고 철문 앞에서 누가 보고 있는지를 살핀 뒤 철문을 열고 계단으로 나갔다. 

“여긴 왜 오라고 하셨어요?”

 “할 말이 있어서.. 아니 부탁이 있어서.”

 “부탁요?”

 “응.”

 “어떤 부탁인데요?”

 “...”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요?”

 “미숙씨가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뭔데요? 답답해요. 그냥 속시원히 말해봐요.”

 “이..이거..”

 “제 팬티 아니에요?”

 “그래.”

 “그걸 왜요?”

 “다시 입어줘.”

 “후훗.. 뭐에요. 지금 놀리는거에요?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게 아니라..”

 “응?”

 “바..받아봐.”

손에 움켜쥐고 있던 팬티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한번 살피고는 두 손으로 모아 내밀었다. 나는 그 위로 그녀의 팬티를 올려놓았다.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다시 내 얼굴을 살피더니 손 위의 팬티를 잡아 펼쳤다. 순간 하얀 정액 덩어리의 일부가 길게 늘어지듯이 떨어져 내렸다. 순간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행여라도 그녀가 화를 낼까 두려워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찌푸렸던 얼굴이 펴지며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그녀는 정액덩어리를 머금고 있는 자신의 팬티를 코앞으로 가져가더니 깊이 숨을 들이켰다. 

“흐으으으으읍... 하아아아아아... 정말 오랜만에 맡아보는 냄새에요.”

 “그..그래? 괜찮은거야?”

 “네. 괜찮아요. 냄새가 정말 좋아요.”

 “정말.. 괜찮은거지?”

 “제가 화낼까봐 걱정했나보죠?”

 “조..조금은..”

 “후훗.. 과장님도 귀여운 구석이 있네요.”

나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그녀가 아무리 대담한 여자라 해도 그런 부탁은 무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생각한 이상의 여자였다. 

“이걸 입기를 바란거죠?”

 “그..그래.”

 “훗.. 정말 기발한 생각이네요. 변태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에요.”

 “저..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덕분에 기분이 묘해졌어요. 이걸 입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 있을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뛰네요.”

 “저..정말 그런거지? 정말?”

 “그렇다니까요.”

그녀는 다시 코앞으로 팬티를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정말 냄새가 좋아서 맡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한술 더 떠 팬티를 바짝 가져가 혀를 내밀어 팬티에 듬성듬성 묻어있는 정액 덩어리들을 핥아 올렸다. 미칠 듯한 흥분이 한순간에 몰아쳤다. 사정으로 인해 힘겨워하던 아랫도리가 순식간에 고개를 쳐들고 일어났다. 

그녀는 음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팬티에 묻은 정액덩어리들을 핥아서 입 속으로 빨아들였다. 그렇게 자극적인 행동은 난생 처음이었다. 아내 연주에게서조차 볼 수 없는 그 장면 앞에서 나는 여자를 처음 알게 된 사춘기 소년처럼 온 몸을 떨면서 서있었다. 

“맛있어요. 다음번엔 직접 입에다 싸줄래요?”

 “그...그거야.. 미숙씨가 원하면 얼마든지..”

사실은 내가 부탁하고 졸라야 할 일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정말 남자를 어떻게 자극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그런 훈련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다소 허황된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는 팬티에 남겨진 나의 흔적을 남김없이 먹을 기세였다. 그 얇은 천 조각을 ‘쭙쭙’거리며 빨아대기까지 했다. 너무 자극적이고 음란한 그녀의 모습은 내게 버겁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녀의 다음 행동은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팬티를 입에서 떼고 내게로 다가온 그녀는 입술을 벌리며 혀를 내밀었다. 그 위에는 희묽은 액체가 고여 있었다. 정액이었다. 그녀는 팬티에 채 흡수되지 못했던 정액 덩어리들을 꼼꼼하게 핥아서 입안에 모은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그런 모습에 내가 미칠 듯이 흥분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나를 더욱 당황시켰다. 입 속에 내 정액을 담은 채로 내게로 바짝 다가와 내 입술에 키스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난 그녀를 막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의 입술에서부터 정액의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비릿한 역한 냄새가 풍겨왔다. 내가 내 정액을 먹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을 통해 먹는 것은 완전히 의미가 달랐다. 그 흥분된 상황 속에서 나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온전히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맡길 뿐이었다. 

그녀의 혀가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입속에 모아두었던 정액 덩어리들을 내게로 밀어냈다. 그 역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들이 그녀와 나의 입속을 오갔고, 서로의 혀로 그것을 음미했다. 더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녀를 통해 경험하는 것은 그 어느 것도 더러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내게 내 정액을 먹이고 있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나를 변태로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내가 가진 변태성을 이끌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았다. 날카롭게 자극해오는 그녀의 자극 앞에서 점점 변태적이고 원초적인 성욕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녀와의 깊은 키스는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입 안에서는 역한 정액 냄새가 풍겨왔지만 기분은 너무도 황홀했다. 

그녀가 입술을 떼고 떨어져 나갔다. 나는 뒤로 물러나 계단 난간을 붙잡았다. 이렇게 황홀하고 힘겨운 키스는 처음인 것 같았다. 남자인 내가 여자에게 이런 기분을 맛보다니... 정말 야릇했다. 

“어땠어요?”

 “조..좋았어.”

 “당신 정액 맛있어요. 처음 먹어보죠?”

 “응.”

 “어때요? 맛있죠?”

 “그..그래..”

 “다음에도 같이 나눠 먹을래요?”

 “조..좋아..”

 “다음엔 내 입에다 한가득 싸줘요.”

 “그..그럴게.”

그녀는 묘한 눈웃음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손에 들린 팬티를 두 손으로 펼쳐 들고는 다시 코로 가져가 깊이 숨을 들이키며 냄새를 맡았다. 그녀의 표정으로는 정말 정액 냄새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허리를 숙이면서 펼친 팬티를 아래로 가져갔다. 그리고 하이힐을 신은 채로 다리 하나를 들어 팬티에 넣었다. 그렇게 번갈아 양쪽 발을 넣은 다음 천천히 팬티를 끌어 올렸다. 팬티가 골반에 이르렀을 때에는 치맛자락이 함께 걷어 올려져 그녀의 음부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으로 직접 그녀의 음부를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내 손바닥보다 작은 팬티는 그녀의 음부를 간신히 가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자극적이고 유혹적이었다. 안 그래도 망사가 속이 비치는데 정액과 그녀의 침으로 젖어있어 더 밀착이 되니 검은 수풀과 봉긋하게 솟아오른 둔덕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그녀는 치마 자락을 일부러 걷어 올린 채로 자랑하듯이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두 다리를 움직여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어가며 모델처럼 포즈를 잡아주기도 했다. 그녀의 하체는 정말 예술적이었다. 군살 하나 없이 늘씬하게 뻗은 두 다리와 탱탱하게 균형이 잡힌 엉덩이는 어느 남자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는 우월함이 느껴졌다. 

“젖어서 좀 불편할거 같은데..”

 “괜찮아요. 당신 정액으로 젖은 거라 생각하니 짜릿한데요?”

 “근데.. 정말 하루 종일 그걸 입고 일할 생각이야?”

 “네.”

 “정말이지?”

 “후훗.. 그렇게 못 미더우면 중간 중간 확인시켜드릴게요.”

예측하기 힘든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미치도록 흥분시켰다. 그냥 입고만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미칠 듯 한데 확인까지 시켜주겠다니 고맙기가 이를 데 없었다. 

“이젠 일하러 가야죠? 부장님이 찾으셨어요.”

 “아. 그..그래..”

 “이번엔 먼저 가세요.”

 “그래.. 그럼 사무실에서 봐.”

그녀를 뒤로한 채 복도로 나선 나는 잠시 화장실에 들러 찬물로 세수를 했다. 그리고 여러 차례 가글을 했다. 아직도 입안에서 정액 냄새가 나는 것 같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루 종일 일이 힘겨웠다. 온통 신경이 그녀에게로 향해서였다. 그녀가 입고 있는 정액으로 범벅이 된 팬티가 떠오를 때마다 야릇한 흥분이 일었다. 그녀의 은밀한 음순과 속살에 내 정액이 묻어있을 거라는 생각에 아랫도리가 후끈거리기도 했다. 

오후 일과가 끝날 때까지 그녀와 난 두 번이나 복사실에서 마주쳤다. 문이 없는 공간이라 사무실 직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안을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그녀는 그들의 시선을 피해 아주 대담하게 치마를 올려 팬티를 입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녀 때문에 하루 종일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심장이 벌떡거렸다. 그렇게 하루 종일 흥분상태로 지내보기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평생 있을까 말까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겐 엄청난 행운이었다. 

퇴근이 가까워져갈 무렵 그녀로부터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오늘 야근 어때요?

-야근?

-네.

-단둘이?

-그럼.. 모두 잡아둘까요? ^^;;

-아..아니.. ;;;

-대신 저녁은 과장님이 사주시는거에요.

-물론이지. 미숙이 먹고 싶은 거 뭐든 사줄게.

-좋아요. 기대해볼게요.

-나도..

퇴근시간이 기다려졌다. 빨리 모두가 사라져야 그녀와 나, 단둘이 남게 될테니... 

그녀가 또 어떤 행동으로 날 흥분으로 몰아넣을지 잔뜩 기대감에 부푼 채로 온갖 상상에 젖어 초점 흐린 눈으로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올수록 심장 박동은 빨라졌다. 그 빠른 박동소리의 끝에서 폭탄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여자라면 이미 많은 경험을 했던 나였지만, 이렇게 특별한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너무 자극적이고 대담했다. 그녀와 나 사이에서의 주도권은 이미 그녀가 가진 듯 했다. 그녀 앞에서는 그저 말 잘 듣는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욕정이 강한 여자들은 흔하지만, 남자의 자극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이렇듯 잘 알고 있는 여자는 드물었다. 그녀는 단순히 섹스만으로 남자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었다. 남자에게 무척 중요한 시각적 자극에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그런 본능적인 매력만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업무적으로도 특별했다. 그녀는 남자들처럼 전투적으로 일하는 스타일이었다. 철야 작업을 해도 다른 여자들처럼 엄살을 부리거나 힘들어하지 않았다. 분명 힘이 들 텐데도 그녀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업무적으로 동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아마도 최 과장이 말했던 그 일들을 회사에서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사람을 스카우트 해오면서 그런 정보들을 빠트릴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데려온 것은 그녀의 능력을 인정했다고 봐야했다. 

지적 능력과 육감적 본능을 모두 가진 여자에게 매력을 못 느낄 남자는 없을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그녀를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그저 본능에만 치우친 여자라면 한두 번 자고 끝내는 여자쯤으로 쉽게 여기겠지만 이 여자는 달랐다. 이 여자는 내가 함부로 볼 수 없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지나서도 그녀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처럼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부풀어 일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더 대단해 보였다. 괜히 내 스스로가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남자가 지닌 본능이란게 이러한 것이니...

아직 한여름이라 창밖의 밝았지만, 저녁을 앞둔 하늘은 회색빛에 좀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퇴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늘 칼 퇴근 하던 직원들도 오늘따라 엉덩이가 무거워보였다. 이럴 바에는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하고 오는 게 낫겠다 싶어서 메신저로 미숙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녀도 배가 고프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올 때까지 모든 직원들이 다 퇴근하기를 바라며 미숙과 함께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미숙을 데리고 간 곳은 회사 근처의 이름난 일식집이었다. 나도 그렇지만 미숙도 일식요리를 좋아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간단히 소주를 곁들였다. 그녀는 술이 약하다며 소주 대신 청하를 마셨다. 두잔 정도를 마시자 그녀의 얼굴이 봉숭아 물들듯이 붉게 물들었다. 긴 생머리를 뒤로 하나로 묶어서 단정해 보이는 그녀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매끄러운 턱 선으로부터 목선까지 천천히 훑었다. 키스하고픈 유혹이 느껴질 정도로 맑은 느낌의 피부였다. 

정말이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침대위에 눕혀놓고 그 맑은 피부에 내 뜨거운 살덩어리를 비벼대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사이 깊은 곳으로 찔러 넣어 그녀의 신음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녀의 구멍 속에서 어떤 황홀함이 느껴질 지 궁금했다. 그것은 단순한 머릿속의 호기심이 아니었다. 아랫도리의 예민한 세포들이 느끼는 원초적인 호기심이었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그녀는 청하를 반병이나 비웠다. 술이 약하다더니 오늘은 잘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맨 정신으로도 그렇게 감당하기 힘들만큼 대담한 여자인데, 술을 먹여 더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갑자기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녀 앞에서 너무나 긴장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웃음소리를 들었는지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유를 물어오지는 않았다. 

술기운이 힘든 걸까? 그녀는 말없이 식탁 위만 바라보고 있었다. 침묵이 흐르고 있었지만 어색하거나 답답한 느낌은 없었다.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예뻐 보였다. 눈과 입술이 촉촉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육체적인 이유로만 그녀를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세요?”

 “어? 아.. 그.. 그냥.. 예뻐서.”

 “제가 갖고 싶은 건 아니구요?”

 “어? 하하하. 김대리는.. 아니 미숙씨는 너무 직선적인 거 같아. 내가 감당하기가 어려워.”

어색한 웃음을 짓자 그녀가 시선을 술잔으로 돌리며 다시 한잔을 마셨다.

“고마워요.”

 “뭐가?”

 “그런 눈으로 바라봐줘서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고맙다는 그녀의 말이 진심어린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녀와 나, 둘 사이가 감정적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이 어떤데?”

 “그냥.. 사랑스럽게 봐주는 거 같아서요.”

 “그..그랬나?”

당황스러운 마음에 물 잔을 들어 담겨있던 찬물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녀는 분명 사랑스러웠다. 아마도 그런 내 마음이 눈을 통해 드러난 듯 했다. 

“과장님은 좀 특별한 거 같아요.”

 “내가? 어떤 의미에서?”

 “그냥 다른 남자들과 다른 느낌..”

 “글세.. 난 모르겠네.. 뭐 다를 게 있을까?”

 “아뇨. 달라요. 인간적인 느낌도 많이 나고...”

 “그런가?”

 “제가 과장님 좋아하고 있는 거 알아요?”

 “날?”

 “네.”

그녀의 말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거운 느낌도 들었다. 원래 남자의 심리가 이런 건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그녀가 나를 좋아했다는 말이 그렇게 이중적 감정을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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